전주 밖 전북
전주에서 진안까지
세상의 모든 예술은 ‘수작’으로 어우러진다
아름다운 수작, 전주공예품전시관과 목우헌등잔 밑이 어두울 때가 있다. 지척에 두고도 그 매력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이 속담은 유효하다. 전주공예품전시관이 위치한 태조로를 거닐며 뜻하지 않게 늦가을의 햇살을 선물로 받는다. 길게 늘어선 회화나무와 간간 알맞게 서 있는 단풍나무 그리고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방짜 유기 같은 그림자를 도량에 맞게 펼쳐낸다. 그 순간 나무의 그림자를 통해 제 존재를 드러내는 늦가을의 마지막 햇살이 마치 판소리의 한 대목처럼 반갑기만 하다. 전주공예품전시관 오목대 전통 정원 앞 작은 연못에 잠시 발길을 묶는다. 마침 연못에는 어디에서 날아들었는지 단풍잎 몇 장이 수면 위 가을 하늘을 덮고 있다. 그 옛날 전주 땅에 이름 붙이고 살았을 이름 모를 장인의 거친 손처럼 단풍잎이 유독 붉다. 작은 연못에서 단풍잎에 깃든 손 하나를 주워 든다. 붉은 단풍잎 하나를 주워 들고 옛사람이 새긴 무늬를 요모조모 상상하고 있을 즈음, 전주공예품전시관의 육중한 나무 대문이 빗장을 연다. 전주공예품전시관은 ‘손의 도시’ 전주의 수공예품 문화를 다각적으로 느끼게 하고 체험하고 판매하는 ‘수공예 종합 플랫폼’이다.여섯 채의 한옥 중 명품관과 판매관 사이 앞마당이 유독 눈에 환하다. 한옥에 산다면 이런 마당 하나쯤 소유하고 싶다는 욕심이 불현듯 솟구친다. 명품관 옆에 전시된 까치호랑이 목공예품도 그 욕심에 한몫 더한다. 한옥 처마를 비집고들어서는 공짜 햇살을 오래 밟고 서 있다가 판매관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판매관은 전국 수공예품 740여 종을 전시·판매하는 공간답게 눈요깃거리가 가득하다. 종류도 매우 다양하여 마치 수공예가들의 재미있는 수다를 한자리에서 듣는 기분이다. 어떤 수공예품은 굳이 그 쓰임을 모르더라도, 오묘한 기품을 선물하기도 한다.그런 뜻밖의 감정을 더 오래 간직하고 만끽하고 싶다면 곧장 명품관으로 향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명품관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가장 전주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만약 마음에 드는 작품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오리무중 갈피를 잃는다면, 그곳에 상주하는 해설사에게 설명을 청해보는 것도 좋은 수공예 감상법 중 하나이다. 나머지 명인명장관과 전시1관은 판매보다는 전시를 주목적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마침 명인명장관에 발길을 더 했을 때는 특별기획전 전시가 한창이다. 과거 조선의 사내들이 전장(戰場) 혹은 의례나 심신 단련을 위해 사용했을 활과 화살 앞에서 오목대 전통 정원 앞 작은 연못에서 만났던 동심원이 오랜 호흡을 붙든다.순간 명인명장관에서 쏘아 올린 화살이 전주공예품전시관과 지척에 있는 목우헌에 날아가 꽂힌다. 목우헌은 전주한옥마을 목공예 공방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장소다. 명인명장관에서 본 화살촉은 어쩌면 목우헌의 주인장인 김종연 명장의 손때 묻은 조각도가 되어 전통 목침과 다식, 약과 틀, 서각 등의 장식품을 그동안 새기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목우헌 공방에 놓인 한 쌍의 까치호랑이를 다시 보면서 전주공예품전시관과 목우헌은 어쩌면 처음부터 서로에게 아름다운 수작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고 아득한 수작, 진안 손내옹기와 도통리 청자 요지전주가 등잔 밑이 어두웠다면, 진안은 멀고 아득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진안 백운면 평장리에 있는 손내옹기를 찾아가는 길에서 스치는 마령 뜰은 잘 빚은 옹기를 닮았다. 태초에 그 뜰에서 흙을 떠다 옹기를 구웠을 옹기장이들의 손은 과연 어떤 모양이었을까. 끝내 불을 이기고 돌아온 옹기를 마주하며 미소 지었을 그 표정은 홀연 어떤 빗살무늬토기를 닮아 있었을까.손내옹기의 주인장인 이현배 진안고원형 옹기장을 만난다. 그의 손끝에서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라는 시간이 모두 한 옹기의 빛깔에 담긴다. 이현배 옹기장은 1993년부터 진안 백운면 평장리에 정착했다고 한다. 이후 독자적으로 손내옹기를 빚어오면서 다양한 전시 활동을 기획하고 추진하기에 이른다. 특히 2018 평창올림픽에서는 ‘평화의 밥상’이라는 주제로 남과 북의 화합을 기원하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단다. 요즘에는 아이들과 노인을 위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에도 마음 한 조각을 내주면서 진안 전통 옹기에 스며 있는 옛 무늬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복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현배 옹기장과 몇 마디 대화를 섞다 보면 어느샌가 둘의 대화는 잔잔한 섬진강의 물줄기를 타고 흐른다. 어느 지점에서는 의미의 물살이 빠르고, 어느 지점에서는 대화의 물살이 한없이 느리다. 또 어느 지점에서는 징검돌을 놓을 수 있을 만큼 옹기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잔잔하고 고요하기도 하다. 그 대화는 마치 옹기를 굽는 전통 가마처럼 아늑하고 웅숭깊다. 물레를 왼발로 수없이 당기며 수시로 흙과 물과 침묵을 섞어 손내옹기의 넓은 어깨를 다듬어 나갈 때도, 그는 반은 알아듣고 반은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로 시간을 건넌다. “이 장독에 두른 띠를 눈썹이라고 불러요.” 그 말과 동시에 이현배 옹기장은 장독의 눈썹에 일곱 개의 점무늬를 연이어 찍어 낸다. 무슨 의미가 담겨 있느냐고 묻는 물음에 그는 소리 없는 웃음만 빚어내며 특별한 의미는 없다면서 물레를 멈춘다.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말의 의미가 마치 1,000도가 넘는 불길을 견디고 나온 잘생긴 손내옹기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는 옹기를 굽는 가마 앞에서도 불을 넣을 때는 뜸을 들이듯 지긋이 지펴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 그래야 흙이 불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을 들릴 듯 말 듯 곁들인다. 마지막 인사 끝에는 진안역사박물관의 매사냥 특별전에 전시한 새 모양 토기에 관한 이야기를 곁두리로 전한다. 문득 생각한다. 흙이 한 마리의 새로 빚어져 비화하기까지는 얼마나 뜨거운 시간을 견뎌 내야 하는 걸까. 그 시간을 돌이키며 다시 텅 빈 가마 안을 들여다보니, 모든 옹기가 멀고 아득하게만 보인다.손내옹기를 빠져나와 성수면 중평마을에 있는 도통리 청자 요지를 찾는다. 마을 사람에게 물어물어 찾은 도통리 청자 요지에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함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문득 이현배 옹기장의 ‘특별한 의미가 없다’라는 말이 순간 떠올라 한참을 혼자 웃는다. 어쩌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가마터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켜켜이 쌓아 온 ‘산산조각의 힘’일지도 모른다. 도통리 청자 요지 작은 느티나무 아래 무더기로 쌓여 있는 그 옛날의 청자 조각들을 보면서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라고 말하던 한 시인의 문장이 전주와 진안의 여행길을 이으며 오랜 수작을 걸어 온다. 글 김정배 | 글마음조각가, 원광대 교수진안 달구름 마을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살고 있다. 오른손으로는 글을 쓰고, 왼손으로는 그림을 그리는 가장 무명한 예술가. 시평집 와 포토 포엠 를 펴냈으며, 현재 원광대학교 융합교양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20.11.23
#전주공예품전시관
#목우헌
#손내옹기
전주 음식
투박하고 얼큰한 전주천 오모가리탕 3형제
1년 간 천일염에 재운 시래기, 한벽집한벽집은 바로 1년 간 천일염에 재워둔 시래기로 깊은 국물을 우려낸다는 것이다. 특별한 육수를 사용하지 않고 시래기만으로 맛을 내기 때문에 메기, 동자개, 쏘가리 등 민물고기 본연의 맛을 잘 살린 것이 음식의 비결이다.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4 / 063-284-2736대를 잇는 맛집, 남양집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대를 이어가며 맛을 지켜오고 있는 남양집은 쌀뜨물로 우려낸 육수가 특징.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감칠맛이 충분하다. 매일 최고급 재료만을 선별해 밑반찬을 만들기 때문에 언제 먹어도 신선한 풍미가 입안을 채운다.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10 / 063-284-1912갈치속젓이 별미, 화순집화순집 메기매운탕은 비린 맛을 잡아주는 시래기를 듬뿍 넣고 화순집만의 얼큰한 국물 조리법으로 요리해 개운하고 해장에도 좋다. 매운탕도 좋지만 검은콩밥과 갈치속젓이 별미로 제공된다. 깊은 향을 주는 갈치속젓은 매운탕과의 궁합이 뛰어나다.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1-1 / 063-284-6630
#오모가리탕
#한벽루
#전주천
기획 특집
새롭게, 이롭게 혁신의 바람이 분다
전 세계적으로 찾아온 위기에 삶의 방식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묵은 관습과 방법 등을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하는 혁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전주시 곳곳에서 불어오는 혁신의 바람도, 코로나19로 멈춘 듯한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먼저, 전주시사회혁신센터의 두 번째 소통 협력 공간 ‘사회혁신 전주’가 새 단장을 마치고 문을 연다. 전주시청 앞 오래된 건물이 ‘사회혁신 전주’만의 색깔을 입고 발랄하되 가볍지 않고, 진중하되 무겁지 않은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전주시민들은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사회혁신을 접하고, 지역을 바꾸는 사회혁신가로 거듭난다.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로 인해 지역경제도 유례없는 불황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전주시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오는 11월 2일 오랜 준비 끝에 전주시는 지역 화폐 ‘전주사랑상품권’을 발행한다. 전주사랑상품권은 전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충전식 카드형 지역 화폐로, 사용이 편리하고 캐시백(적립금)과 최대 10% 할인 등 갖가지 쓸모 있는 혜택까지 더해져 골목상권에 훈풍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따뜻한 이해와 공감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전주형 임대 문화도 눈에 띈다. 사회적 부동산 중개업소와 ‘함께 가게’는 적정한 임대료만 받음으로써 올바른 부동산 중개 문화를 형성하고,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을 예방할 것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도 혁신의 시작이다. 생활 속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전기자동차와 수소버스를 타고, 플라스틱 제로 운동에 동참하는 일을 통해 어렵지 않게 혁신을 실천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혁신의 바람을 맞으러 가자.
2020.10.23
#사회혁신
#화폐혁신
#부동산혁신
#혁신적인녹색생활
빛나는 혁신을 꽃피울 사회혁신 전주
와글와글, 빈둥빈둥, 땡땡땡에서 소통하다전주시청 인근 낡은 건물이 새하얀 5층 건물이 전주시 사회혁신센터가 운영하는 두 번째 소통 협력공간인 ‘사회혁신 전주’로 재탄생했다. 이 공간은 지역의 다양한 단체들이 입주해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실험 공간으로 활용된다.알록달록한 색깔의 소품으로 편안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꾸며진 ‘사회혁신 전주’는 공간별 이름도 톡톡 튄다. 혁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움을 깨고자 일부러 재미나고 발랄하게 지었다. 총 5층의 건물은 ‘연결’, ‘영감’, ‘협업’의 콘셉트로 단계를 밟아가듯 공간을 설계했다. 1층에서 혁신을 접한 이들이 층을 올라갈수록 사회혁신에 관한 생각이 견고해지도록 공간을 구성한 것이다. ‘사회혁신 전주’ 1층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공간’이다. 카페와 커뮤니티 라운지 ‘와글와글’로 구성돼 있다. ‘와글와글’에서는 강연과 포럼, 네트워킹 파티와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2층은 사회혁신의 아이디어를 얻는 ‘영감의 공간’이다. 사회혁신과 관련된 다양한 도서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혁신 라이브러리와 각종 강연과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콘퍼런스 룸이 있다. 1, 2층을 복층 형태로 만들어 1층과 2층이 서로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3층은 여덟 개의 입주 사무실과 입주자 전용 회의 공간인 커넥트 룸, 공유 라운지 ‘ㅋㅋㅋ’, 외부 휴게 공간 ‘빈둥빈둥’으로 구성됐다. ‘ㅋㅋㅋ’와 ‘빈둥빈둥’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함께 웃고, 빈둥거리며 쉬는 공간이다. 4층에는 총 네 개의 회의실과 공유 라운지, 외부 휴게 공간이 있다. 이곳 역시 작명 센스가 돋보인다. 회원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기웃기웃’,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우’가 그것이다. 5층에는 오픈 라운지와 전주시 사회혁신센터 사무실, 외부 휴게 공간이 들어간다. 오픈 라운지는 ‘땡땡땡’이라는 이름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안락한 소파로 꾸며졌다. 3, 4, 5층의 테라스 설계도 재밌다. 지그재그로 만들어 휴식을 취하며 위아래 층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순히 일만 하고 가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혁신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엿보인다. 사회혁신가들을 양성하는 ‘혁신 베이스캠프’전주시 사회혁신센터는 그동안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의 다양한 시도를 지원하고,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8년 전주시 사회혁신센터가 문을 연 이래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는 리빙랩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생활 실험실이다. 청년과 장애인의 진로와 취업 문제 등을 함께 고민하고 지원했다. 또, 교통, 환경, 도시재생, 의료문제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가기도 했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 맞서 전주시 청년들에게 긴급 일거리를 지원했고, 청년들과 함께 전주시 를 제작했다.새로운 공간에서 진행하는 ‘사회혁신 전주’가 준비하고 있는 첫 번째 프로젝트는 오는 11월 6일과 7일 양일간 열리는 2020 사회혁신 한마당이다. 야심차게 준비해 온 포럼과 행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전주시사회혁신센터 검색)를 통해 시민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사회혁신’은 결국 주민 주도 활동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하는 전주시 사회혁신센터. 그렇기에 많은 시민이 ‘사회혁신 전주’를 통해 사회혁신가로 거듭나고, 시민들에게 이 공간이 ‘혁신 베이스캠프’로 자리매김하기를 희망한다. 사회혁신 전주주소│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209 문의│063-273-9669 홈페이지│www.jsic.or.kr개관일│11월 6일(금)
#소통
#포럼
#행사
원민│사회혁신 전주 소장
“누구나 혁신가가 되는 공간을 꿈꿉니다”
전주시 사회혁신센터에서 어떤 일을 하시나요?전주시 사회혁신센터에서 사회혁신캠퍼스 소장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주로 사회혁신을 꿈꾸는 시민들과 함께 다양한 혁신 활동을 진행해 왔는데요. 지역 문제를 바꾸는 리빙랩 프로젝트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요즘 것들의 탐구생활, 아무 실험실, 만들기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사회를 새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리빙랩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 오셨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궁금해요.‘해피나비 프로젝트’를 들 수 있겠네요. ‘해피나비 프로젝트’ 팀은 길고양이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했는데요, 전주시 동물복지과가 신설되는 과정에 민간 전문가로 참여하면서 리빙랩 프로젝트를 통해 쌓은 노하우와 시민 의견을 정책에 반영토록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길고양이 문제를 공동체와 공존의 문제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합니다. 를 지난 7월 발간하셨는데요, 무슨 책인가요?코로나19 사태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자예요. 전주시 청년 긴급 일거리 지원을 위해 기획된 사업으로, 모집 공고 1분 만에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습니다. 책에는 독서, 요리, 뜨개질 등 ‘나만의 집콕놀이’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사회혁신 전주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요?사회혁신 하면 떠올리는 생각부터 바꾸고 싶습니다. 누구나 쉽게 사회혁신을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죠. 그러기 위해 문턱을 낮춰서 보다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시민들이 이곳에서 사회혁신에 대한 감을 잡고, 기운을 받아 사회혁신가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사회혁신전주
#소통협력공간
쏠쏠한 지역 화폐, 지역경제 살린다_전주사랑상품권
Q. 전주사랑상품권이란 무엇인가요?- 전주에서도 드디어 지역화폐가 발행되는데요, 전주시는 충전식 카드형 지역 화폐인 전주사랑상품권을 발행합니다. 소비자가 동네 슈퍼와 전통시장 등에서 상품권으로 소비를 하면 10%의 포인트를 받을 수 있고, 지역 내 경제가 순환되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어요. 전주시는 올해 500억 원 규모로 전주사랑상품권을 발행할 예정이니, 많이 많이 이용해 주세요.Q. 전주사랑상품권 체크카드는 어떻게 만드나요?- 체크카드는 만 14세 이상이면 누구나 발급이 가능해요. 성인들은 은행 방문 없이 비대면 발급이 가능하지만, 미성년자는 전북은행 지점을 방문해야 해요. 그리고 스마트폰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전주사랑상품권 앱’을 설치하고 회원 가입 후 계좌를 연동하면 체크카드가 우편으로 배송됩니다. 앱 설치에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은 신분증을 가지고 가까운 전북은행 지점을 방문하세요. 친절한 안내와 함께 현장에서 체크카드를 바로 발급해 준답니다.Q. 전주사랑상품권 체크카드는 어떻게 사용하나요?- 전주사랑상품권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연결된 계좌에서 간편하게 충전하거나, 전북은행 지점에 방문하여 현금으로 충전할 수 있어요. 1인당 매월 최소 1만 원부터 50만 원까지 충전할 수 있어요. 그리고 물건을 구매할 때 일반 체크카드처럼 전주사랑상품권 체크카드를 이용해 결제하면 됩니다.Q. 전주사랑상품권은 어디에서 사용할 수 있나요?- 신용·체크카드 결제가 가능한 전주 시내 40,000여 개 점포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지역 마트, 편의점, 음식점, 소매점, 전주에 본사를 둔 프랜차이즈라면 어디든, 사용이 가능하답니다. 그러나 대규모 점포, 백화점, 복합쇼핑몰, 유흥업종, 카지노와 같은 사행업종, 기업형 슈퍼마켓(롯데슈퍼, GS수퍼마켓 등), 직영 체제 중대형 브랜드(스타벅스, 삼성디지털프라자 등), 온라인 결제, 종합병원 등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어요. 공공요금을 내거나 대중교통 요금도 결제할 수 없으니, 잊지 마세요. Q. 사용자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나요?- 전주사랑상품권을 사용하면 사용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 포인트로 적립됩니다. 월 최대 50만 원을 충전하여 사용하면 최대 5만원의 포인트가 적립되고, 연말정산 시 30%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답니다.Q. 결제 취소나 환불은 가능한가요?- 결제하신 영수증을 지참하여 매장에 방문해 카드 결제 취소를 요청하면 됩니다. 다만 부분 취소는 불가능하며, 전체 취소 후 재결제를 해야 합니다. 충전 후 전액 사용하지 않으면 충전일로부터 7일 이내에 환불이 가능합니다.Q. 법인도 전주사랑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나요?- 법인은 현재 전주사랑상품권을 구매할 수 없습니다. 향후 복지 차원에서 직원에게 제공하는 용도로 구매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기부천사가맹점에 함께해 주세요소비자가 전주사랑상품권을 사용하면, 기부천사가맹점 참여 업체는 매출액의 약 1%를 자율적으로 기부하게 됩니다. 기부금액은 전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저소득층 지원 등 공공사업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전주시는 현재 기부천사가맹점 참여 업체를 모집하고 있으며, 가맹점으로 등록하면 법정기부금 소득공제 또는 비용처리 등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부천사가맹점에는 전주시가 예쁜 현판도 달아드릴 예정입니다.문의│전주사랑상품권 콜센터(02-2101-1699), 전북은행 콜센터(1588-4477), 전주시 콜센터(063-222-1000)
#전주사랑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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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혜택
티끌 모아 태산, 함께 실천하는 녹색 생활
친환경 자동차로 갈아 타자, 수소·전기자동차 민간 보급 지원 사업전주시는 자동차 내연기관의 배출 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친환경차 중에서 올해 대세는 단연 수소차다. 전주시도 수소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달리는 공기 청정기인 양산형 수소버스를 전국 최초로 선보이고, 수소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수소차 민간 보급을 해마다 확대해 올해 200여 대를 민간에 공급했고, 10월 중순 현재 50여 대 지원분이 남은 상태다. 전기승용차에 대한 민간 지원도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확대, 올해 총 400여 대 전기자동차 구매를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 친환경 자동차 구입 보조금 지원 사업은 극히 소액만 남은 상태, 아쉽지만 내년 2~3월 전주시의 친환경자동차 지원 사업을 기다려 보자.문의│전주시 수소경제탄소산업과(063-281-2723), 맑은공기에너지과(063-281-2324)우리가 직접 만드는 햇빛에너지, 햇살아파트와 햇빛발전소‘에너지 자립도시’를 꿈꾸는 전주에는 직접 친환경 햇빛에너지를 만드는 사람들과 집이 있다. 집에서 만드는 태양광 미니발전소, 햇살아파트가 그것. 햇살아파트는 아파트 베란다에 가정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고 사용할 수 있는 미니 태양광을 설치하면, 설치비의 일부를 시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주시는 올해 관내 공동주택 거주자 약 465가구에 지원 사업을 펼쳤다. 지원금은 일반 가구에 60만 원, 저소득층 가구에 63만 원. 발전기를 설치한 가구는 약 월 1만 원에 가까운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누린다. 미래 세대에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물려주기 위해 햇빛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효자배수지에 시민햇빛발전소 1호기를 설치했으며, 2, 3, 4호기가 연말까지 착공될 예정이다. 효자배수지 약 2245㎡ 부지에 건립된 1호기는 발전용량 100㎾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로, 연간 12만 4100㎾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4인 가족 34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으로, 잣나무 485그루를 심어야 처리할 수 있는 양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출자한 금액에 따른 배당도 받을 수 있어 가정경제에 도움이 된다. 현재 전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2, 3, 4호기의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조합 가입 안내에 따라 신청하고, 1구좌당 10만 원의 출자금을 납부하면 시민 누구라도 ‘햇빛발전소’의 주인이 된다. 문의│전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063-905-4104)플라스틱으로부터 전주를 구하라, 제로플라스틱전북플라스틱은 생산에 5초, 사용에 5분, 분해에 500년이 걸린다.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객사길(객리단길) 카페가 합심해 ‘제로플라스틱전북’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유다. ‘제로플라스틱전북’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카페는 무드인디고, 카페 놈, 카페 홍시궁, 라드커피, 호텔아프리카, 아이마미따, 마이홈, 와플집, 브리꼴라주, 마몽크, 안녕 다가동, 하쿠나마타타, 나무라디오, 달콤한 하루, 백일몽 등 총 열다섯 개 카페다. 참여 카페는 소비자들이 테이크아웃 주문 시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공유 컵 ‘턴(Turn)블러’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컵을 사용한 후 공유 컵 ‘턴(Turn)블러’ 참여 카페 어디서나 반납하면 된다. 작년 한 해 동안 이 운동으로 줄인 플라스틱 양을 거리로 환산하면 27km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 거리는 전주시청에서 익산시청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환경 파괴의 주범인 플라스틱을 없애는 작지만 큰 실천, ‘제로플라스틱전북’ 운동에 참여해 보자.문의│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063-232-3543)줄줄 새는 냉·난방비를 잡아라,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탄소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사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전주에너지센터는 주택 및 건축물의 에너지 절감과 효율을 향상하기 위해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 지원 시범 사업과 에너지 효율 제품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 지원 시범 사업은 노후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으로, 주택 단열·창호공사 및 LED 조명등 교체, 고효율 보일러 교체에 대한 시공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시범 사업으로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역’과 ‘골목길 정비사업 대상 지역’의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또,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제품 보급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냉·난방 에너지 사용량 절감을 위해 에너지 효율 제품 5개 품목(열 차단 필름, 어닝, 옥상 쿨루프, LED 리폼, 실링팬 설치)의 시공비를 총액의 60%, 최대 100만 원 한도로 지원했다. 올해 총 86개소에 대한 시공을 완료하였으며, 이 사업들은 내년 3월 계속된다. 문의│전주에너지센터(063-905-4100)
#그린뉴딜
#햇빛발전소
#제로플라스틱
당신에게 힘이 되는 착한 부동산과 함께 가게
착한 임대 문화를 만드는 사회적 부동산 중개업소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변해도, 전주 사람들은 상부상조의 지혜와 공동체 정신을 꼿꼿이 지켜 왔다. 나의 이익보다는 이웃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어 온 것이다. 2020년 코로나 시대, 전주 사람들이 또 한 번 전주 정신을 발휘했다. ‘함께’라는 이름 아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 뜻을 모은 것이다.전주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본보기는 바로 ‘사회적 부동산 중개업소’이다. ‘사회적 부동산 중개업소’는 공인중개인들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하여, 합리적인 임대료를 산정해 지역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나아가, 일반 공인중개사들도 임대 가격 폭등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역할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전주시는 지역사회 전반에 ‘착한 임대 문화’를 확산시켜 나갈 공인중개업소 50곳을 ‘사회적 부동산 중개업소’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전주시에서 3년 이상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중개업소 중, 시민들과 소통이 원활하고 타 중개업소에 모범이 되는 곳으로 꼼꼼하게 선정했다. 지역별로는 한옥마을 8곳과 객리단길 8곳을 포함해 완산구에 30개소, 덕진구에 20개소이다. 전주시는 이들을 대상으로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예방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재난 상황 중에도 ‘사회적 부동산 중개업소’의 활약이 빛났다. 공인중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중개 수수료 인하 운동을 펼친 것이다. 상가 0.9% 이내, 주택 0.4% 이내의 인하율로 수수료를 낮추어, 부동산을 찾은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활고를 겪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린, 속 깊은 변화였다. 이는 전주를 넘어 전국에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이렇듯 ‘사회적 부동산 중개업소’는 투명하고 건전한 상가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문의│전주시 생태도시계획과(063-281-2429) 젠트리피케이션 막아 내자, 전주시 함께 가게정체되어 있던 지역에 사람이 몰리고 개발이 가속되면서, 임대료가 급등해 원주민과 영세상인 등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도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소상공인의 피해를 막기 위해 건물주와 상가임차인, 그리고 전주시가 손을 잡았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상생협약인 ‘함께 가게’를 체결한 건물주는 적정 수준의 임대료를 유지하고, 계약 기간 만료 시 임차인이 재계약을 희망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적극적으로 협력키로 약속했다. 전주시는 상생협약을 체결한 건물에 ‘건물주-세입자 함께 가게’라는 문구가 담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BI 현판이 걸려 있다.상가임차인은 쾌적한 영업 환경과 거리 환경을 만들고 상권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답한다. 건물주와 상가임차인의 관계를 뛰어넘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전통적인 공동체성을 회복해나가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함께 가게’는 객사길에 12개 상가, 첫마중길에 12개 상가, 전통문화중심 도시재생 지역에 32개 상가 등 총 56곳이다.어려운 때일수록 상생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시민들로인해 전주의 임대 문화가 변화하는 중이다. 이를 통해 전주 시내의 풍경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문의│전주시 마을공동체과(063-281-2826)
#사회적부동산중개업소
#젠트리피케이션
#임대료인하
착한 청년예술인 사회주택 서학동 예술마을 ‘창공’
개성 넘치는 예술가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서학동 예술마을에 새로운 이웃들이 살아갈 보금자리가 생긴다. 전주의 여섯 번째 사회주택인 ‘창공’이 서학동 예술마을에 들어서는 것이다.전주형 사회주택은 전주시에서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고 사회적 경제주체가 건물을 수리해서 주거 취약 계층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임대, 운영하는 사업이다. 현재 전주시는 어르신들과 팔복동 주민들을 위한 전주형 사회주택 1호인 '팔복동 추천', 청년들을 위한 동완산동 '달팽이집', 청년 여성 근로자와 여대생을 위한 여성안심주택인 중화산동 사회주택‘청춘 101’ 등을 운영하고 있다.이번에 새로 문을 여는 서학동 인근의 4층짜리 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한 전주형 사회주택 '창공'은 19세에서 39세까지의 무주택 청년 예술인 18가구를 대상으로 운영되며, 시세 80% 이하의 가격에 최대 20년까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 '창공'은 청년 예술인들이 생활하는 주거 공간을 비롯해 예술인들이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과 입주자들 누구나 자유롭게 쉬어갈 옥상 쉼터 등으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청년예술인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고 활발한 창작 활동을 북돋워 줄 전망이다. 현재 '창공'은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입주자 모집기간은 10월 19일부터 11월 25일까지다. '창공'의 식구가 된 청년예술인들이 더욱더 맑고 푸른 미래를 열어가길 기대해본다.문의│한국주거복지 사회적협동조합(063-255-0470)
#전주형사회주택
#시세80%이하임대료
#집걱정없는도시만들기
잘 고쳤다 이 집
한옥숙소의 신박한 변신, 우리 놀이터 마루달
한옥마을 한복판에 들어선 전통 놀이터전주 한옥마을 동학혁명기념관 맞은편 옛 청명헌이 문을 활짝 열고 사람을 반긴다. 한옥마을 전통 숙소였던 높다란 대문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변모한 것. 숙소를 예약한 사람에게만 속살을 보이던 공간이 옛 이름마저 훌훌 털고 ‘우리 놀이터 마루달’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우리 놀이터 마루달은 순우리말인 ‘마루’와 ‘달’이 결합된 말로,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마루가 있는 공간’이라는 뜻과 한옥의 지붕 ‘마루 끝에 달이 걸려 있는 공간’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공간도 그 이름에 걸맞게 조성했다.전통 한옥 숙소의 다소곳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한옥의 속살이 모두 보이는 투명 창호 미닫이문들과 너른 마루가 시야를 가을 하늘 만큼이나 청명하게 만들고 있었다. 크고 너른 온돌방 벽을 헐어 마루에 공간을 내주고, 교육 공간과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온돌 2인실과 4인실로 불리던 방들은 ‘도란도란방’, ‘뒹굴뒹굴방’, ‘오 분 만에 잠이 오는 방’, ‘오밀조밀방’으로 이름을 바꾸고 전통 놀이 교육과 뒹굴며 쉴 수 있는 휴식을 담당하게 되었다. 한국전통문화전당 전통놀이문화추진단 놀이문화 전문가 열네 명과 예술 강사가 함께 전통 놀이 문화를 만들고, 이곳을 공동체 놀이 공간으로 만들어 간다고 한다. 전통 놀이로 세대를 아우르다우리 놀이터 마루달에서는 전통 놀이를 현대화하고, 미술이나 국악 등 다른 분야와 접목한 융합 놀이를 보고 배우고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마루달은 전통 놀이나 전래 놀이가 아닌 ‘우리 놀이’라 불리기를 희망한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 놀이의 종류도 다양하다. 땅바닥이나 널판에 여러 가지 모양의 판을 그려 돌이나 막대기 등을 말로 삼아 승부를 결정짓는 고누를 비롯해 비석치기, 실뜨기, 제기차기 등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놀이를 골라서 만들었다. 한국전통문화전당 전통놀이문화추진단은 마루달 개관에 앞서 우리네 전통 놀이를 소재로 한 창작 이야기책을 팝업북으로 제작하였고, 다양한 전통 보드게임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보급하였다. 친구, 부모 등 다양한 세대들이 ‘우리 놀이’를 함께 즐기며, 소통을 넘어 자연스레 공동체 의식을 함양토록 하기 위해서였다.이제 막 문을 연 ‘우리 놀이터 마루달’이 재미와 함께 왁자지껄한 놀이 문화를 만들고 특별한 날만 하는 놀이가 아닌 일상생활 속 놀이로, 경쟁력 있는 전주의 콘텐츠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놀이터 ‘마루달’주소│전주시 완산구 은행로 39운영시간│화~일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입장료│무료입장문의│우리놀이터 마루달(063-231-1501)
#한옥마을
#전통놀이
#놀이문화
전주 그곳
아름다운 호수 위 산책로, 기지제가 달라졌다
농업용수 공급지에서 전주 대표 산책로로기지제는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1934년에 만들어진 꽤 큰 저수지이다. 전북혁신도시와 만성지구가 연이어 신도심으로 개발되면서 기지제의 쓰임도 달라졌다. ‘농업용수 공급지’에서 ‘도시생태의 한 축인 도시의 젖줄’로서의 역할이 부여됐다. 이에 전주시는 산책로를 꾸미고,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하지만, 기존에 조성된 산책로가 단절돼 있어 불편하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기지제 전체를 순환할 수 있는 산책로를 새롭게 만든 것이다. 이번에 조성된 산책로는 시민들이 물 위를 거닐며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총 1.79㎞ 중 1.16㎞ 구간에 수상 데크를 만들었다. 603m의 육상 황톳길과 24m의 교량도 설치했다. 이 산책로를 따라 초록의 물결을 걷다 보면, 다리 위에 늠름하게 서 있는 만성루와 마주할 수 있다. 만성루는 만성동의 지역명과 ‘모든 것이 흥한다’라는 한자어의 뜻이 있다. 만성루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잠시나마 시간이 멈춘 것 같기도, 만성루를 사이로 시간이 바람을 타고 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자연과 사람을 배려한 친수 공간높은 구름과 나란히 정렬해 있는 건물들의 그림자가 호수에 비친 것을 보니 계절은 가을임을 알리고 있었다. 산책로와 제방을 연결하는 수상데크 구간을 걷다 보니 전주시의 세심한 배려를 체감할 수 있었다. 장애인과 임산부, 노인, 아동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산책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완만한 경사로를 만들었다. 야간 산책을 하는 주민들을 위해 경관 조명 시설도 설치했다. 경관 조명 시설은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해가 진 밤의 호수 경관에 색을 입혀 주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기지제에 사는 동식물의 서식 환경을 보존하고, 호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산책 노선을 최대한 중심부로부터 멀게 했다. 주변 생태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천연 목재를 활용했다. 전주시는 순환산책로에 이어 기지제 내에 횡단 산책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연말 완공 예정인 횡단 산책로는 약 420m 구간으로, 순환형 산책로보다 폭을 더 넓게 만들어 인근 주민들이 쾌적하게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혁신도시와 만성지구를 오가는 통학생과 시민들의 동선을 단축할 수 있도록 조성한다. 기지제는 산책로의 역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주시는 기지제에 2022년까지 전라북도 대표 도서관을 조성한다. 계절이 잠시나마 허락한 산책의 계절 가을에 선선한 바람과 함께 새로이 변화한 전북혁신도시·만성지구 기지제 산책로를 가족, 연인과 함께 걸어 보자.
#기지제
#호수
#산책로
당신과 더불어
구도심을 바꾸는 힘은 ‘시민’이다
도시재생활동가 소영식
도시재생활동가로 활동 중이신데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도시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쇠퇴하면서 생기는 지역의 문제가 매우 다양하고, 양상도 각양각색이죠. 그러한 상황에서 도시재생활동가는 그 지역의 문제를 진단하고,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해결 방안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장의 문제를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칩니다. 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과정을 설계하고, 실행하느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재생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요?도시재생의 의미는 어쩌면 단순해요. 한 지역이 쇠퇴의 시기에 들어섰을 때 수수방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행정과 함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행정가 혹은 전문가에게만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 스스로 발전의 방향성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죠. 시민들과 함께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잃어버린 경제적·물리적 환경과 같은 삶의 불균형을 새로운 시민 활동으로 바로 잡아보자는 의미 아닐까요.전주전통중심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는 주로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계시나요?기존의 구도심 정비 계획이 공간 정비와 상권 활성화였다면 지금의 도심 재생은 다양한 시민 활동을 발굴하고 연대하면서 역동적인 시민 활동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지요. 전주 구도심 역시 전라감영이나 풍패지관 복원 등 굵직한 물리적 재생을 진행하면서도, 시민들이 공유하고 협력하는 활동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교육공동체, 수공예 프로젝트, 청년 플랫폼, 거리문화기획단, 원도심 아카이빙 연구, 전라감영 경관협의회 활동, 공유공간 네트워크, 청년 음악인 플랫폼 구축 사업 등을 진행해 왔어요. 이런 사업들을 통해 전주 구도심이 문화 공공성의 새로운 생산과 소비의 장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구도심만의 색깔을 갖기 위한 도시재생이란 무엇인가요?타 도시와 구별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도시재생의 목적은 아닌 것 같아요. 전주 구도심이 전주의 성장과 태동의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왔고, 현재의 전주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그리고 주민들에게 무엇을 요구받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구도심이 전주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자신의 일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 되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옛 추억을 찾아 쉴 수 있는 여유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영식 도시재생활동가의 목표나 바람이 있을까요?활동을 하면 할수록 우리는 서로를 성장시키고, 지원하고, 지지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되짚곤 합니다. 그러한 질문을 잊지 않고,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면서 동료들과 함께 활동하고 싶어요. 사업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를 새롭게 구성하고, 재건할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하고 성장시키고, 지켜내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전주라는 도시의 비전이고 미래가 아닐까요. 전주 전통문화 중심의 도시재생구도심 100만 평 문화심장터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인 ‘전주 전통문화 중심의 도시재생사업’. 오는 2020년까지 중앙동과 풍남동, 노송동 등 구도심 일원에서 진행된다. 구도심의 심장에 풍패지관이 복원되며, 전라감영 재창조 복원, 철저한 발굴 조사를 바탕으로 한 전주부성 일부 복원, 역사도심 재생, 수공예 프로젝트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진행된다.
#구도심
#도시재생
#둥근숲
전주의 꽃심
“<완산승경>은 풍광·풍습 등 전주의 모든 것을 기록한 책입니다”
이풍림 교수가 소개하는 선친의 책 <완산승경>
전주 최초 향토문화사학자로서 선친의 삶 제 기억 속 선친은 늘 글을 쓰고 계셨습니다. 향토문화사학자인 선친의 주된 일이 지역의 민속을 조사하고 풍물과 풍습, 고적 등을 모아서 정리하시는 거였거든요. 그날그날 조사한 것들을 밤새도록 기록하시던 선친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당시엔 그런 선친을 썩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전주 이곳저곳을 다니시느라 집도 자주 비우시고, 돌아오셔서는 정리하시느라 바쁘셨거든요. 생활비도 제대로 못 벌어 오셔서 어머니께서도 힘들어하셨어요. 그런데 선친은 당신이 하는 일에 참 애정이 깊으셨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선친을 따라 꽃밭정이, 오목대, 한벽루 등에도 가고, 가을이면 타작하고 정미하는 모습 등도 함께 보러 다녔는데요, 그때 옆에서 지켜본 선친의 모습은 어린아이 눈에도 빛나 보였습니다.선친은 전주북중학교를 나올 정도로 공부를 잘하셨대요.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선친의 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하셨답니다. 대대로 향반 집안인데, 신학문을 배우는 건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선친은 고등학교 진학 대신 한학자인 증조할아버지께 한학을 배우셨습니다. 한학을 배우다 보니 우리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지역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셨죠. 자연스레 선친은 전주의 풍물과 역사 등을 공부하고 기록하는 향토문화사학자가 되신 거예요. 선친은 1981년, 향년 70세 나이로 돌아가셨는데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쉬움이 참 많이 남습니다. 향토문화사를 보다 깊이 연구하는 민속학을 연구하셨으면 어땠을까 싶거든요. 만약 그랬다면 외에도 후대에 더 많은 것들을 남길 수 있지 않으셨을까요? 선친의 땀과 정신으로 완성된 선친이 남기신 은 전주와 완주 일대의 뛰어난 풍경을 기록한 책입니다. 책에는 널리 알려진 전주 8경을 비롯해 전주와 완주에서 뛰어나게 좋은 경치를 자랑하는 서른두 곳이 담겨 있습니다. 선친은 향토문화사학자로 활동하시면서 후백제부터 고려 시대,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1,000년에 걸쳐 내려오는 전주의 풍물과 풍습이 담긴 방대한 자료를 모으셨고, 그 자료를 다 꼼꼼하게 정리해서 을 펴내셨습니다. 책에는 전주 8경인 기린토월(麒麟吐月, 기린봉에 달이 떠오르는 모습), 남고모정(南固暮鐘, 해 질 녘 남고사의 범종 소리), 한벽청연(寒碧淸煙, 한벽당에 앉아서 조망하는 청아한 풍경), 다가사후(多佳射侯, 다가천변 활터에서 활 쏘는 모습), 덕진체련(德眞採蓮, 덕진연못의 연꽃 풍경), 비비낙안(飛飛落雁, 비비정에 올라 바라보는 경치), 위봉폭포(威鳳瀑布, 위봉폭포의 비경), 동포귀범(東浦歸帆, 만경강 돛단배들 풍경)과 함께 전주 8미인 한내 모래무지, 서낭골 파라시, 기린봉 열무, 자만동 녹두묵, 신풍리 애호박, 한내 게, 대흥 담배, 신풍리 산동 무를 비롯해 콩나물과 미나리 등도 나와 있습니다. 지금처럼 정보가 발달한 시대도 아니었으니, 아버지께서 모두 직접 발품을 팔아 확인하고 쓰셨지요.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펴내기 위해 모르긴 해도 3~4년은 걸리셨을 거예요. 마음 같아서는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나눠주고 싶은데 여건이 그렇지 않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을 쓰시기 전부터 선친은 향토문화사학자로서 많은 일들을 하셨습니다. 단오절과 풍남제를 주관하셨고, 전주의 풍물을 발굴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셨지요.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내무부장관 감사장을 비롯해 향토문화 공로상과 전주시민대상 등을 수상하셨습니다. 전주의 귀한 역사적 기록물로 빛나기를그렇게 의미 있는 책을 기증한 이유는 너무나도 명쾌합니다. 전주의 옛 모습을 담은 책이니 전주시에서 보관하고, 전승하는 게 당연하지요. 단순히 선친의 책이 아닌, 전주의 귀한 역사적 자료로서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전주 사람들이 자신이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가고 전주에 관심을 더 가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요. 이 전주의 뛰어난 풍경은 물론, 풍물과 풍습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었으면 합니다. 전주는 대한민국 그 어느 도시보다 문화적, 전통적으로 풍요로운 도시입니다. 향토색도 짙은 도시죠. 그게 바로 전주의 자부심입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전주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도시이니, 시민들이 전주에 사는 자부심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전주에서 태어나 평생을 전주에서 살아왔습니다. 전주는 제게 살아가는 터전 그 이상입니다. 제가 전주대학교에서 30년 넘게 교편을 잡으며 느낀 바가 있습니다. 지식은 개인이 영원히 향유하는게 아니라 반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은 전주시에 기증한 게 아니라 반환했다 할 수 있겠네요. 선친이 전주 곳곳을 찾아 완성하신 책을 전주시에 반환한 셈이지요. 이풍림(78)< 교수는 전주대학교 경영학부에서 3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쳤다. 집안 대대로 전주에서 살아온 전주 사람으로, 전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지난해 열린 전주기록물수집공모전에 선친인 향토사학자 고 이철수 선생의 을 전주시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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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고창까지
책 집을 짓는 사람들이 산다
쨍그랑 소리다. 푸른 하늘빛에 눈길이 닿는 순간, 빛 사이로 만져지는 소리다. 가을이 깊을 대로 깊은 시절이다. 오직 눈의 감각만으로도, 소리며 내음이며 만져짐이며 맛의 감각이 더불어 작동한다. 기나긴 장마에 몇 차례 태풍, 그 비와 바람에 혼곤히 젖은 몸이 저절로 제 감각을 회복하는 중이다. 지난여름 청년출판대학에 참가한 청년 백선영, 그를 ‘책마을해리’에서 다시 만났다. 길고 긴 팬데믹(pandemic, 감염병 세계적 유행) 터널을 지나며 다시 여름, 그 여름 기색조차 산산 흩어진 가을 복판에서다. “작년 여름 여기서 보낸 며칠이 참 아득해요. 여러 친구와 그렇게 스스럼없이 민얼굴을 마주하고 실컷 읽고 이야기하고 바다까지 온몸으로 걸었던 그 며칠 말이에요.”그의 인사말에 ‘옴짝달싹’ 못한 올여름 아쉬운 마음이 휘감겨 온다. 청년기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책을 출판할까, 고민하고 토론하고 기획 구성으로 모아 보는 일, 그 구성을 놓고 사람을 만나고 공간을 만나고 시간을 거슬러 과거와 만나는 일, 그 만난 순간순간을 잘 개켜 글과 이미지로 드러내 보이는 일, 그 과정을 복기해 보자는 만남이니, 그 지난 기억이 하나하나 고스란히 소환되는 시간이기도 하다.고창 책마을해리의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책마을해리는 그 사이 뭐가 바뀌고 어떤 이야기가 스몄을까나?’ 그가 낯익은 책마을 풍경 가운데 낯이 설은 공간을 다시 눈에 담는다. 책마을 전체로 통하는 입구 ‘책방해리’는 1년 2개월 만에 스무 종이 넘는 출판 결과물을 더해 풍성해졌다. 눈 밝은 책방지기 버들눈도서관장의 큐레이션으로 그림책으로부터 인문 교양·고전까지, 풍성한 가을걷이만큼이나 복되었다.그림책으로 역사며 평화 감수성을 키우자는 ‘나무위도서관(트리하우스)’으로 가는 발걸음에 신명이 매달린다. 나무위도서관은, 그가 책마을을 다녀간 며칠 뒤 배우 공유가 화보를 찍으러 찾은 공간이다. 명색이 도서관, 그 사이 책 몇 권이 바뀌었을 뿐 그대로 그 자리 같은 공간인데, ‘누군가 다녀갔다’라는 한마디에 새로운 의미가 담겨 버린다. “이 책 말이에요.” 그가 책마을해리에서 찾은 이번 책은 . 생태 이야기를 담은, 그러므로 우리 관계를 사람 사이에서 사람 바깥, 우리를 둘러싼 것들과 맺는 관계로 넓혀 주는 책이다. 동네 책방에서 산다, 동네 책방이 산다우리는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내 ‘시민의 서랑’을 마주 걷는다. 전주시민의 기증으로 만들어진 책의 거대한 벽이다. 붉은 융단 의자가, 책 한 권 들고 앉기를 청한다. 책을 품고 그 품에 안기기를 청한다. 그가 동네 책방 추천서가 찾아낸 책을 펴 나직하게 소리 내 읽는다. “나 역시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는 삶의 기술을 배우지 못했다. …… 얼마 전에 비혼모를 만났다. 만남이 거듭되자 그는 ‘책 낸 사람 처음 봐요’ 내게 말했고 ‘이렇게 글 잘 쓰는 비혼모 처음 봐요’ 나도 고백하고 깔깔댔다. 처음 보면 한 사람이 비혼모로 보이지만 자꾸 보면 결혼제도 외부에 있는 상태의 설명일 뿐임이 드러나고 …… 처음 보고 계속 보는 게 관건이다. 영화처럼 서로 삶이 스밀 때까지.” 길게 읽고 숨을 몰아쉰 그가 든 책은, 글쓰기 에세이스트 은유의 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는 것, 꼭 결혼을 전제해야 하나요?” 이십 대의 그가 묻는다. 제도로서 결혼, 관계로서 결혼에 대해 말을 건넨다. 그가 살아갈 시대는 아무래도 관계로서 결혼의 시대일 테니.언제나 끼어 있는 세대, 우주로1216우리 걸음은 어느새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내 종합자료실, 탁 트여 널찍한 카페 분위기를 누리는 이용자들 사이를 지난다. 공간 깊숙이 자리한 문학의 숲, 아치형으로 짜인 서가를 지나 초록 풍경의 창과 맞닥뜨린다. 책을 여는 순간 낯선 세계로 한 발 한 발을 내딛는 것 같은, 그 찰나에 다가오는 것들. 누군가의 말이 글이 되고, 다시 읽혀 말로 되뇌어지는 말과 글이 엎치락뒤치락하는 틈을 따라 엘리베이터로 오르는 3층 ‘우주로1216’에 이른다. 열두 살부터 열여섯 살까지 낀 세대 청소년을 위한 책 공간이다. 곰곰, 슥슥, 쿵쿵, 톡톡존으로 구획된 책과 생각, 이야기 사이사이 손의 감각이 작용하는 ‘메이킹’ 공간이다. 청소년들 취향이 제대로 빛나게 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나 끼어 있는 세대 아닌가요?” 그가 웃는다.여기는 책 문화도시 전주옥상으로 책의 길이 이어진다. 책 정원이다. 석양을 배경으로 커다란 달 조형물이 눈에 들어오는 북적북적 텃밭, 표기대로 적으면 Book적Book적이다. 걷고 앉기 좋게 놓인 목조 데크 사이 토란이며 수크령, 동물 조형물들이 가을 기우는 빛으로 그윽하다. 책마을해리에서 시작한 책의 점이 전주시청 책기둥도서관을 거쳐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에서 점과 점으로 만났다. 그가 하나의 점이면 나도 하나의 점일 테다. 소란 소란 쉴 새 없이 이야기가 빚어지는 여기 전주에, 한 점인 그는 남고 나는 간다. 책기둥도서관,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내가 돌아가는 책마을해리까지 이 세 개 책의 점을 이으면 비로소 면이 된다. 활자며 이미지들이 소리 옷을 입고 넘실거리는 세상이다. 그와 내가 옷깃을 여민다. 그 단단한 터전 위에 이야기의 기둥을 세우고 책 집을 짓는 사람들이 산다. 여기는 책 문화도시 전주다. 글 이대건│책마을해리 대표올해로 27년째 출판기획편집자로 살고 있다. 고창 바닷가 마을에 귀향해 선대에 세운 학교 터전을 책 문화공간 ‘책마을해리’로 일구고 있다. ‘아쇼카펠로우’이며 도서출판 기역, 나무늘보출판사, 그림책 브랜드 를 운영한다. 세대를 넘어 로컬 기록자를 양성하는 책 학교 해리를 열고 있으며, 전주시 완산도서관 문화재생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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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한 국밥 한 그릇 하실래요?
전주 콩나물의 맛, 콩나물국밥 긴 말이 필요 없다. 전주에서 가장 유명한 국밥은 누가 뭐래도 콩나물국밥이다. 전주콩나물 국밥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콩나물에 있다. 전주의 맑은 물과 까만 콩으로 길러내는 콩나물은 빼빼하면서도 실한 게 특징. 다 자라기 전 뽑아 쓰기 때문에 질기지 않고 연하며, 씹는 맛이 아삭아삭 살아있다. 전주 사람들은 맛 좋은 전주 콩나물로 시원한 국밥을 끓여 먹곤 했는데, 독특한 점은 요리 방법에 따라 ‘끓여먹는 식’과 ‘토렴하는 식’으로 나뉜다는 점이다. 끓여 먹는 식은 콩나물국밥의 원조격으로 콩나물에 갖은 양념을 넣고 함께 끓여내는 방식이다. 맛이 얼큰하고 속이 후련해지는 맛을 즐길 수 있어 어른 입맛에 딱이다. 토렴하는 식은 꼬들꼬들하게 지은 밥을 뚝배기에 넣고, 국물을 반복해 부었다가 따라내며 국밥을 따뜻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밥알에 간이 배고 식감을 좋게 한다.전주 콩나물국밥의 또 다른 특징은 수란이 곁들여진다는 점. 수란은 달걀을 깨트려 끓는 물에 반숙한 것으로, 식전 속을 달래는 데 그만이다.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수란 그릇에 국밥 국물을 3~4숟가락 넣고, 김을 잘게 찢어 얹은 뒤, 휘휘 저어 후루룩 마시면 된다. 수란을 먹고 콩나물국밥을 떠먹어 보라. 시원한 국물 맛이 배가 되어 돌아온다. 전주에는 콩나물국밥집들이 많은데, 명성이 높은 곳이든 그렇지 않은 곳이든 어디든 들어가도 OK! 저렴한 가격의 콩나물국밥 한 그릇에 배를 두드리며 만족스럽게 나올 수 있다. 선지를 아낌없이 넣은 순대국밥 전주남부시장에서 가장 맛있는 골목으로 손꼽히는 곳, 순대 골목이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입맛 당기는 구수한 순대 냄새가 진하게 몰려온다. 이곳에서는 순대를 그냥 순대라 부르지 않는다. 오싹한 그 이름 피순대라 부른다. 사실 이름만 들으면 섬뜩함이 느껴지지만 선지 함량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알고 보면 참 맛있는 이름이다. 피순대는 돼지 창자에 당면 대신 영양 만점인 돼지 선지와 갖가지 채소, 돼지 앞다리 살을 곱게 갈아 채운다. 그래서인지 입안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 없어질 만큼 부드럽다. 피순대를 더 맛있게 먹고 싶다면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인 피순대국밥을 선택할 것. 진하고 뜨끈한 국물도 좋지만, 피순대는 기본, 눌린 머리고기와 내장도 한가득 담겨 나온다. 피순대국밥에는 곁들여 나오는 부추를 넣어 먹기를 권한다. 걸쭉한 국물 맛을 신선하게 잡아줄 뿐 아니라 부추의 아삭아삭한 식감은 식욕까지 돋운다. 국밥으로 야들야들해진 피순대는 새우젓이나 소금 대신 초장에 찍어 먹어볼 것. 피순대의 고소함과 초장의 새콤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별미다. 구수한 집 된장의 맛 시래기국밥국밥의 도시답게 전주에서는 국밥계의 베스트셀러, 시래기국밥도 만날 수 있다. 푸른 무청을 새끼 등으로 엮어 말리면 시래기가 되는데, 자연 바람에 우직하게 말려야 숙성이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당도가 높아지고 맛이 깊어지기 시작한다. 전주 사람들은 겨울철 부족한 영양분을 채워주는 시래기를 뜨끈한 국밥으로 말아 즐겼다. 여러 차례 찬물에 담가 쓴맛을 뺀 시래기를 들깨와 된장을 정성스럽게 갈아 만든 육수와 푹 끓여내면 시래기 국밥이 완성된다. 된장은 직접 담근 집 된장을 사용해 고소한 콩 맛을 살려냈다. 뚝배기 한 그릇에 자연의 시간과 사람의 정성을 담아내야 뜨끈한 시래기국밥 한 그릇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맛? 말하기 입 아프다. 국밥을 한 숟갈을 입에 떠 넣는 순간 들깨와 된장의 구수함이 가득 몰려온다. 듬뿍 들어간 시래기는 재미있는 식감을 안겨 주는데, 무청의 대는 아삭아삭 씹히고, 잎은 보들보들 녹아들어간다. 시래기국밥은 별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감칠맛 나는 김치 한 접시, 잘 익은 깍두기면 충분. 시래기국밥을 먹으려거든 쭉 늘어나는 고무줄 바지를 입길 추천한다. 국물 맛에 반해 호로록 호로록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밥 두 공기는 뚝딱 비우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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