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에 해당하는 글 1,557건
기획 특집
전주 국가관광거점도시 사업 순항 중
국가 대표 관광도시로 빛나는 전주 전주 사람만 알기에는 아까운 전주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자랑할 날이 머지않았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지역관광거점도시에 전주의 이름이 오른 것이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관광 도시들과 경합을 벌인 끝에, 강원·안동·목포와 함께 지역관광거점도시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대한민국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로써 서울과 수도권, 제주에 집중되었던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전주로 돌릴 수 있게 되었다.관광도시로서 전주의 매력은 무엇일까? 한국 문화의 원형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전주는 국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가장 한국적인 여행지이다.한옥과 한지를 비롯한 전통문화유산과 때깔 좋고 맛깔 나는 음식문화, 무형문화 장인들과 예인들의 손으로 매만진 도시의 풍경, 날마다 다채로운 전통문화 체험이 펼쳐지는 문화시설까지 한(韓)문화를 몸소 느껴 보길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만족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는 도시가 바로 전주이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와 전주세계소리축제 등 굵직굵직한 국제행사의 명맥을 이어온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전주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나아갈 가능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이러한 전주의 가치가 대한민국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기에 지역관광거점도시로 최종 선정될 수 있었다. 심사 과정에서 전주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전통문화 브랜드가 가장 확고한 도시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명실공히 국가 대표 관광도시로 이름을 드높이게 되었다. 전주다운 국제 관광도시 꿈꾼다 전주가 그리고 있는 관광거점도시의 풍경은 단연 ‘여행하기 좋은 도시’이다. 한나절 스쳐 가는 도시가 아닌, 하루 더 머물고 싶고 다시 또 찾고 싶은 도시 말이다. 전주는 체류형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을 척척 세워 가고 있다. 2024년까지 1,300억 원을 투자해 진행하는 이 사업의 목표는 문화관광의 부흥을 통해 경제의 발전을 이끄는 것이다.그 첫째로 ‘한옥마을 리브랜딩’을 통해 천만 관광객의 명성을 되살릴 계획이다. 한옥마을의 문화·관광 환경을 개선하고, 전통미를 더해 줄 한옥정원을 조성하며, 숙박 환경을 고급화해 국제 수준의 관광 인프라를 구축한다. 또 국내 유일의 관광 트램(노면전차)을 설치해 낭만적인 추억을 선사하고, 사계절 글로벌 축제와 공연 등 문화 콘텐츠를 강화해 계절마다 색다른 아름다움을 누리게 한다. 둘째로 관광의 외연을 확장한다. 한옥마을과 전라감영, 객리단길 등 구도심을 중심으로 관광도시의 틀을 갖추되, 덕진뮤지엄밸리와 팔복예술공장, 덕진공원을 잇는 북부권과 서학예술마을이 있는 남부권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역의 문화적 인프라를 고루 발전시킬 계획이다. 덕진공원에는 전통정원을 꾸미고, 서학예술마을과 자만마을에서는 아트로드(예술로) 사업과 예술벽화 트리엔날레(3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국제 미술 행사)를 연다. 또한, 관광거점도시 전담 실행 조직을 설립하는 등 지속 가능한 관광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광객들의 접근성을 높이도록 교통과 안내체계를 편리하게 정비한다.단지 관광객만을 위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살기 좋은 도시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 여행지이기 이전에 삶터로서의 도시의 품격을 높여, 시민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전주다운 관광거점도시를 완성할 전망이다. 문화와 생태로 호흡하고,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전주다운 멋을 뽐내며 한(韓)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릴 국가대표 관광거점도시 전주. 새로운 무대에서 펼쳐질 새로운 시대를 지금 열어 가는 중이다. 관광거점도시 지정 주요 일지 2019. 04. 02. 정부 국가관광 전략회의에서 관광도시 육성 표명 2019. 05. 07. 전주시 지역관광거점도시 준비 전담 TF조직 구성 2019. 08. 22. 전주시 전주 관광 발전 전문가 포럼 개최 2019. 08.30. 전북도 관광정책 세미나 개최 2019. 10.15. 문화체육관광부 지역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 공모 발표 2019. 11.12. 글로벌 관광거점도시 관·학·연 업무 협약 2019. 12. 04. 전주시 지역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 응모 2019. 12.17. 전주시 1차 서류심사 통과 2020. 01. 08. 전주시 2차 현장 심사 2020. 01. 21. 전주시 3차 PT 심사 2020. 01. 28. 전주시 지역관광거점도시 최종 선정 2020. 02. 05. 전주시 관광거점기획준비단 구성
2020.09.08
#관광거점도시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세계소리축제
잘 고쳤다 이 집
오래된 병원이 최첨단 기술 공간으로
전북VR·AR제작거점센터
신기술로 첫마중길에 활기를 불어넣다아무리 잘 지어진 건물도 사람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으면 공간이 가진 가치를 잃기 마련이다. ‘전북VR·AR제작거점센터’ 역시 과거에는 병원과 사무실로 쓰였던 공간이었지만, 신도심 개발과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해 5년 넘게 방치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올해 1월,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전북VR·AR제작거점센터’가 전주역 앞 첫마중길에 문을 열면서 삭막했던 건물에는 사람의 온기가 퍼지기 시작했고, 센터 주변도 젊고 역동적인 공간으로 되살아나며 활기를 찾고 있다. VR(가상현실)·AR(증강현실)이 아직까진 많은 사람에게 생소한 산업이다 보니 센터 앞을 지나가면서 여기는 뭐 하는 곳인가 한참을 서서 보다 가는 사람들도 있고, VR·AR에 대해 알고 싶고 체험하고 싶어 하는 시민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상상 속 기술이 현실이 되는 공간 ‘전북VR·AR제작거점센터’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실감 콘텐츠 기술 전문 공간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 센터에 들어서면 마치 미래에 온 듯한 분위기와 전문 특화 장비들에 시선을 빼앗긴다. 360도 VR(가상현실) 돔(Dome)에 오로라 영상이 나오면 아이슬란드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생생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영상의 도시, 전주’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실사를 더 극대화해 표현할 수 있는 전문가용 8K VR(가상현실) 카메라를 우리나라 최초로 갖췄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란다. 이 외에도 센터에 마련된 장비를 이용해 VR(가상현실)·AR(증강현실)을 제작 및 테스트할 수 있는 디지털사이니지랩실과 VR·AR의 후반 작업이 가능한 실감 미디어랩실, 그리고 크로마키 스튜디오, 오픈랩실, 교육실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어 이용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실감 콘텐츠 VR·AR 기업들의 보금자리가 될 기업 입주 공간과 회의실, 첫마중길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식힐 수 있는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으니 이보다 좋은 공간이 또 있을까. 전북VR·AR제작거점센터주소 │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816문의 │ 063-281-4175운영시간 │ 월~금 9:00~18:00(주말·공휴일 휴무, 이용시간 외 사용은 별도 문의)홈페이지 │https://jvar.kr
#VR
#AR
#가상현실
#증강현실
당신과 더불어
문화유산에 숨을 불어넣는 젊은 큐레이터
썰지연구소 대표 설지희
어떤 계기로 문화유산 큐레이터가 되셨나요? 제 고향이 부산 영도거든요. 영도는 일제 강점기 시절 모습도, 한국전쟁 당시 모습도남아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구도심이에요. 어릴 때부터 그런 모습들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통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대학에서 공예이론을 전공하고,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인턴 생활을 하게 됐는데, 계약이 끝나고 나니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문화유산 큐레이터가 되겠다고 마음먹었고, 지난해 4월 썰지연구소를 열게 됐습니다. 썰지연구소는 어떤 회사인가요?썰지연구소는 제조업이나 판매업을 주로 하는 회사가 아니에요. 쉽게 말해서 장인의 수공예품과 일상 소품을 접목해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도록 돕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쉬울까요? 저희가 첫 제품으로 내놓은 솟대 디퓨저는 지난해 4월, ‘와디즈’라는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는데요. 목표액의 791%를 달성할 정도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소비자들이 하나같이 말하기를, 장인들의 작품을 사고 싶은데 판매처를 모른다는 거예요. 그 일을 계기로 썰지연구소만의 색깔을 담아 기획부터 판매까지 전반적으로 이뤄지는 플랫폼을 구축하게 된 것입니다. 솟대 디퓨저는 어떻게 탄생한 건가요?어떤 작품으로 첫발을 내디딜지 무척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풍남문 앞을 지나는데 너무 예쁜 솟대가 보이는 거예요. 그게 바로 김종오 장인의 솟대였어요. 그 솟대로 뭔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솟대의 특성과 의미를 모두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20대 여성의 취향까지 만족시킬 만한 제품은 무엇일까? 바로 디퓨저가 떠올랐고, 남부시장 청년몰의 디퓨저 가게에 협업을 제안하게 됐습니다. 장인과 청년의 만남은 곧, 전통에 젊은 감각을 더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제 목표는 하나입니다. 수공예품과 일상용품으로 대중적인 상품을 만드는 거죠. 궁극적으로는 전통이 저 너머에 있는 존재가 아닌 곁에 있는 존재라고 여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게 바로, 이 일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 꿈은 장인들의 수익이 보장될 때 비로소 조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장인들의 작품의 본 의미를 훼손시키지 않고, 그분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고 만들어 갈 것입니다. 썰지연구소 썰지연구소는 대중들에게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기획 연구소다. 문화유산을 활용한 제품의 기획부터 컨설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일상에 문화유산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문을 열었으며, 지금까지 ‘전주 솟대 디퓨저’와 ‘싱잉볼 그리고 콘서트’ 등을 기획했다. 앞으로도 장인들과 청년들의 협업을 통해 전주의 이야기가 담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인스타그램 │ instagram.com/ssji_lab
#썰지연구소
#수고예품
#큐레이터
#솟대
전주의 꽃심
“우리의 추억, 역사였던 쌍방울 레이더스”
여용구 씨가 이야기하는 쌍방울 레이더스
쌍방울 레이더스, 삶의 일부가 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쌍방울 레이더스가 창단됐어요. 그때부터 팀이 해체될 때까지 제게 야구팀은 오직 쌍방울 레이더스뿐이었습니다. 제겐 첫 팀이자, 마지막 팀인 셈이죠. 지금도 종합경기장에서 첫 경기를 보던 때가 생생합니다. 1992년,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어요. 동네 약국집 형을 따라 처음 간 야구장은 그야말로 ‘신세계’였습니다. 그동안 TV로 보던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야구, 아니쌍방울 레이더스에 완전히 빠졌습니다. 그렇게 동네 형들과 쌍방울 레이더스의 홈구장인 종합경기장은 물론, 타 팀 홈구장까지 원정 응원을 하러 가기도 했어요. 그러다 대학에 입학한 1999년에는 쌍방울 레이더스에 그야말로 미쳐서 보냈습니다. 야구 관람이 취미를 넘어 삶의 일부가 된 거예요. ‘포에버 레이더스’라는 팬클럽도 그때 만든 거예요. 오로지 경기장을 찾는 팬들만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했습니다. 경기장을 찾을 정도로 열정이 있는, 골수 팬들을 모집한 거예요. 3월에 50~60명이던 인원이 6월쯤 되니 300명가량으로 늘었습니다. 같이 경기도 보고 관중들의 응원도 이끌면서 참 재미나게 야구를 봤습니다. 선수와 팬이 아닌, 가족과 같은 사이로 사실 쌍방울 레이더스는 성적이 좋은 팀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만날 지는 팀에 가까웠죠. 그런데도 워낙 열정적으로 좋아하다 보니 선수들도 알아봐 줬어요. 잘하지 못하는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이 컸던 모양이에요. 당시 전주와 군산에서 열린 홈경기는 한두 경기 빼고는 모두 갔고, 원정 경기는 반 이상 갔던 것 같아요. 홈경기가 열린 날이면 보통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이면 야구장에 가서 앉아 있곤 했는데 선수들이 먼저 다가와요. 밥은 먹었느냐면서 말이에요. 짜장면도 시켜줘서 같이 먹곤 했어요. 팬과 선수의 관계를 넘어 친한 형과 동생과 같은 관계가 된 거죠. 지금 삼성 라이온즈 코치로 있는 최태원 선수를 비롯해 가내영 선수, 김기덕 선수는 정말 형처럼 친하게 지냈습니다. 순수했던 그 시절을 함께 나누고파1998년부터였나? 쌍방울 레이더스가 해체된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모기업인 쌍방울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 다른 회사에서 인수한다는 말들도 나왔어요. 그런데 그 당시 저를 비롯한 팬들은 참 순수했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응원하면 구단이 유지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더 열심히 응원했거든요. 심지어 돈을 많이 벌어서 쌍방울을 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 정도로 쌍방울 레이더스에 대한 애정이 컸던 겁니다. 제 기억에 당시엔 개막전과 하반기 시작할 때 시구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저는 하반기 시구를 하면서 쌍방울 레이더스의 마지막 시구자가 됐습니다. 친하게 지낸 가내영 선수가 투구하는 방법을 몇 번 알려 주더니 나가 보라는 거예요. 마운드에서 포수까지의 거리가 그렇게 멀었나 싶을 정도로 떨었던 것 같아요. 기증한 사진에서 제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선수가 최태원 선수인데요, 절 보며 웃고 있더라고요. 참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그 순간의 기억이 그대로 담겨 있는 사진과 사인볼, 입장권 등을 전주시에 기증했어요. 제게 정말큰 의미가 있는 것들이지만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여러 사람이 보면서 쌍방울 레이더스를 추억하면 더 좋을 것 같았거든요. 아쉬움보다는 그저 그 바람이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훗날, 종합경기장 한편에 전시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여용구(39) 씨는 현재 전주 중앙시장에서 대를 이어 을 운영하고 있다. 그에게 쌍방울 레이더스는 추억의 야구팀 그 이상이다. 그는 지난해 쌍방울 레이더스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과 사인볼, 입장권 등 각종 애장품을 전주시에 기증했다.
2020.09.07
#쌍방울
#레이더스
#시구
전주 밖 전북
전주에서 순창까지
밥상 위에 꽃이 피었다
전주 구도심에서 만난 명인의 비빔밥 봄이 이리 멀었던가. 답답하고 숨 막히는 날들이었다.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자 쪽마루에 볕이 들었다. 걸터앉아 마당을 내려다보니 햇살이 닿은 곳마다 어린 연두가 수줍게 고개를 내민다. 상을 들고 마루로 나와도 좋은 날이었다. 밥상에 꽃이 피었다. 비빔밥의 고장답게 전주한옥마을과 구도심에는 한국집, 가족회관, 성미당, 고궁, 갑기회관, 한국관 등 비빔밥 전문식당이 성업 중이다. 그중 한 곳, 소담한 정원을 품은 고풍스러운 한옥에 들어섰다. 전주비빔밥은 눈으로 먹는 음식이다. ‘온갖 꽃이 불타오르듯이 찬란하게 핀다’라고 해서 백화요란(百花燎亂), 화반(花飯)이라고도 부른 까닭이 여기에 있다. 봄꽃 나들이를 미룰 수밖에 없는 서운한 마음을 충분히 달래고도 남는다. 밥알이 기지개를 켜는 ‘소소소소’ 작은 파열음이 귀를 두드린다. 이내 밥이 눋는 구수한 내음이 스르르 올라온다. 알려진 대로 돌솥밥이 처음 상업화된 곳이 전주다. 뜨거운 온도는 재료의 맛 성분을 변화시킨다. 천천히 뒤적이면 반조리 상태의 비빔밥은 비로소 맛을 완성해 간다.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음식 맛을 더 돋보이게 하는 조리법은 전주 여인의 솜씨였다. 전주비빔밥에 두드러지는 개성이 있다면 그건 바로 황포묵이다. 녹두를 갈아 치우자 물을 들인 황포묵은 완성도를 논하기에 여간 까다로운 음식이 아니다. 색은 투명한 듯 불투명해야 하고 질감은 두툼한 듯 가벼워야 한다. 이를 대면 경쾌한 저항감이 느껴져야 한다. 별다른 오미(五味) 없이 그 맛은 담담하다. 황포묵은 시각과 촉각으로 즐기는 음식이다. 고유한 전통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솜씨를 입혀 새로운 시그니처를 만들어 낸 전주비빔밥. 전주가 왜 대한민국 최초이자 세계 네 번째로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에 선정되었는지 전주비빔밥이 명쾌하게 증명한다. 미각을 넘어 시각, 촉각, 청각을 두루 넘나드는 미식의 경지가 이미 전주비빔밥에 있었다. 전주전통술박물관에서 맛보는 봄의 술손님 대접할 일이 많은 반가에서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특별한 주방문(酒方文)이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술이 조선 3대 명주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이강주’다. 이강주는 전통 소주의 하나다. 막걸리를 빚어 내린 소주에 이 지역 특산품이었던 배, 생강, 울금, 계피, 꿀 등을 넣어 1년 이상 숙성시켜 거르면 독특한 향취와 청량감을 지닌 깨끗한 술이 된다. 이강주는 봄에 마시는 술이다. 의 기록이 그렇다. 술꾼들은 ‘여름밤 초승달 같은 술’이라고도 표현한다. 한 모금 머금으면 알싸한 듯 화한 기운이다. 고종 때는 한미통상조약 체결 당시 건배주로 쓰일 만큼 국가 대표 술이었다. 식품명인 조정형 씨가 가문의 술을 상품화해 지금은 전주전통술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전주전통술박물관에서는 이강주뿐 아니라 죽력고, 진도홍주 등 각 지역에 전승되어 오는 향토 명주를 만날 수 있다. 상시 술 빚기와 시음 행사도 이뤄진다. 슬로시티 전주한옥마을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곳이다. 장이 익어 가는 마을, 순창전주에서 한 시간 남짓 차를 달리면 대한민국 제1호 장류산업특구로 지정된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에 다다른다. 마을이 조성된 것은 공식적으로 1997년이지만 순창 고추장이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88고속도로 개통 덕분이었다. 태조 이성계도 반했다는 순창 고추장은 그렇게 현대 역사 속에 급부상하게 된다. 순창군은 곳곳에 흩어져 있던 고추장 제조 명인들을 아미산 자락에 모아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을 형성했다. 낮은 담과 열린 대문 안으로 들여다보이는 마당에는 항아리가 가득하고 처마에는 메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마을 전체가 고추장 판매장이자 관광지인 셈이다. 마음 닿는 대로 발길 가는 대로 들어가 고추장 단지를 구경해도 나무라는 이 하나 없다. 항아리마다 고추장을 담근 날짜가 표시돼 있다. 해가 묵을수록 고추장 색은 짙어지고 감칠맛은 깊어진다. 순창 고추장은 여느 지역과 달리 늦여름에 메주를 띄워 겨울에 담근다. 겨울 고추장은 서서히 숙성되며 단맛이 깊어진다. 고추장이 흔전만전이라 장아찌 맛 또한 일품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세계 음식문화는 제1의 맛인 소금, 제2의 맛인 양념에 이어 앞으로는 제3의 맛인 발효의 시대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도 이 고추장 맛을 본 것일까. 소스로써 고추장의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것이 발효소스토굴이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길이 134m의 대형 저장고다. 국내 대표 식품기업과 순창 명인들의 고추장이 저장돼 있는가 하면 장(醬) 역사 전시관, 세계 소스 전시관 등을 조성해 놓았다. 전통 장류의 소스화를 입체적으로 보여줄 미디어 영상관은 8월 완공 예정이다. 글 김성숙│방송작가전주에서 25년째 방송 글을 쓰고 있다. , , 등 음식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영화 를 비롯한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집필했다.
#비빔밥
#이강주
#순창
#고추장
전주밥상
여행자의 지친 밤, 심야식당이 위로해
날씬한 야식을 부탁해 국시코기‘국시코기’는 식당 이름처럼 들깨 육수로 말아낸 국수 위에 돼지고기 수육을 올린 고기 국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가장 기본 메뉴인 멸치국수부터 명이나물을 곁들인 삶은 고기, 알싸한 목포 홍어 맛을 즐길 수 있는 홍어삼합까지 다양한 메뉴가 눈에 띈다. 특히 감자를 얇게 채 썰어 바삭하게 크게 한 장 부쳐 내는 감자전은 꼭 맛봐야 할 메뉴 중 하나다. 여러 메뉴를 다 먹을 수 없어 고민이라면 국시정찬을 시키면 된다. 국시와 삶은 고기 1인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동문길 75전화 l 063-284-9335 심야택시의 든든한 힘, 정통우동전주에서 야식집을 꼽으라면 ‘정통우동’은 언제나 1순위였다. 20년 전 문을 연 ‘정통우동’은 특히 택시기사들이 엄지 척을 외치는 맛집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곳의 대표 메뉴는 우동. 칼칼하면서 시원한 국물이 바닥을 보게 만든다. 오동통한 우동 면보다 얇은 칼국수 굵기의 면은 매장에서 직접 뽑는 이곳만의 특별한 면이다. 메뉴는 우동을 비롯해 짜장면과 김밥, 모밀이 전부지만 맛은 알차다. 김밥은 집에서 만든 것처럼 속이 꽉 차 있어 출출할 때 먹기 좋다. 담백한 맛이 일품인 짜장면은 옛날식 짜장으로 큼지막하게 들어간 감자가 인상적이다.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161-18전화 l 063-286-5564 빵야~ 밤도깨비 취향저격 짬뽕지존 오늘밤 야식은 짬뽕 흉내 낸 라면 대신 진짜 짬뽕이 어떨까? ‘짬뽕지존’은 24시간 중화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고기와 해산물로 끓인 ‘지존짬뽕’으로, 주문과 동시에 조리해 맛이 더 신선하다.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맵기 조절도 가능한데, 이름부터 재미있는 ‘지옥짬뽕’은 매운 맛의 최고 레벨. 자신 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봄 직하다. 짬뽕 전문점답게 순두부짬뽕부터 쌀국수 짬뽕, 수제비짬뽕까지 다양한 짬뽕을 즐길 수 있다. 주소 l 전주시 덕진구 기린대로 499 1층 연탄불의 낭만, 진안흑돼지연탄생구이먹음직스러운 고기가 생각난다면 ‘진안흑돼지연탄생구이’가 제격이다. 날개 달린 드럼통 테이블에 연탄불을 쓰는 이곳은 옛날 대폿집을 연상시킬 만큼 편안한 분위기를 안겨 주는 것이 장점. 연탄불에 구워 먹는 생삼겹살도 인기지만 전주에서 짜글이를 가장 먼저 유행시킨 원조 집답게 짜글이가 대표 메뉴다. 남원시 인월면에서 공수해 온 흑돼지목살을 직접 담근 고추장 양념에 자박자박하게 끓여 내는데, 처음엔 반드시 고기만 먹어볼 것. 지방은 살살 녹고, 고기 맛은 담백해 씹을수록 입에 착착 붙는다. 남은 짜글이 양념엔 밥을 볶아 먹는 것이 필수. 주소 l 전주시 덕진구 정언신로 173-1전화 l 063-244-5565 달밤의 푸짐한 만찬, 취향회관새벽에 만찬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취향회관’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심야에도 한 상 가득 차려지는 한식을 맛볼 수 있기 때문. ‘취향회관’에서 꼭 맛봐야 할 취향정식은 돼지고기불고기와 계란찜, 된장찌개를 한 상 차림으로 낸다. 국내산 고춧가루로 칼칼하게 맛을 낸 불고기와 바지락을 넣어 시원하게 끓여낸 된장 찌개는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포근포근한 계란찜과 무와 함께 푹 조려낸 고등어조림, 매일 달라지는 밑반찬들도 밥맛을 돋우는 데 손색없다. 불고기를 다 먹은 뒤엔 밥을 비벼 먹어 보자. 숟가락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맛깔나다.주소 l 전주시 덕진구 덕진연못 3길 7문의 l 063-277-1985 출출한 밤엔 일본 가정식, 백수의 찬미닫이를 열고 들어서면 독특한 가요가 귀를 먼저 사로잡고, 복고풍 인테리어가 여행자를 맞는다. 남부시장 청년몰에서 일본식 가정 요리를 파는 ‘백수의 찬’은 마치 1920년대 경성 어느 작은 골목의 선술집 같은 분위기다. 일본식 돈가츠와 새우튀김덮밥, 야끼소바 등 고정 메뉴도 있지만, 이곳의 장점은 계절 메뉴를 선보이는 것. 두부, 버섯, 소고기, 양배추를 함께 끓여 낸 백수키야키와 바지락을 정종에 찐 바지락술찜은 겨울에만 즐길 수 있다. 특히 바지락술찜은 바지락의 진한 풍미와 짭짤한 맛의 조합이 환상적. 아카시아 꽃술과 곁들이면 더없이 좋다. 목요일마다 재료를 달리하는 목요카레도 놓쳐선 안 될 메뉴다.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 2길 53 2층문의 l 인스타그램 (@bunaround)전화 l 063-253-5161
#국시코기
#정통우동
#짬뽕지존
#흑돼지
#취향회관
#백수의찬
#야식
인권과 문화예술로 다시 태어난
‘성평등 전주’
서노송 예술촌 5호점의 새 이름, 성평등 전주선미촌을 정비하고 폐쇄하기 위해 전주시가 다섯 번째로 매입해 ‘5호점’이라는 별칭을 가졌던 건물에 ‘성평등 전주’라는 새 이름이 생겼다. 2018년, 지역의 문제를 주민들의 아이디어로 풀어 가는 정부의 ‘소통 협력 공간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되며 실제 불법 성매매로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착취했던 공간이 성평등 고민의 장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대한민국 사회혁신 소통 협력 공간 1호점으로 문을 연 ‘성평등 전주’의 1층에는 여성협동조합 ‘오늘’이 운영하는 카페와 페미니즘 전문 서적을 판매하는 성평등 ‘토닥’ 서점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전시실, 성평등 활동실, 사무실, 회의실을 비롯해 소규모 공연과 모임이 가능한 공간도 마련됐다. 2층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공유사무공간과 유튜브 촬영과 팟캐스트 녹음을 위한 스튜디오, 공유주방이 있다. 또 누구나 마음 편히 쉬어 가며 자유롭게 네트워킹할 수 있는 옥상정원도 마련돼 있다. 전시실에서는 한국 사회 성매매 집결지 100년 역사와 여성 인권단체의 실천과 노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선미촌 아카이브 전(展) 이 진행 중이다. 인권과 문화예술, 선미촌의 경계를 허물다 처음 선미촌의 변화를 이끈 것은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다. 2002년 선미촌에 현장상담소를 열고 성매매 여성의 인권 보호와 선미촌 폐쇄를 위한 정책 제안에 앞장서 왔다. 이후 행정, 경찰, 관계기관과 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를 발족했고 선미촌 폐쇄와 도시재생의 방향을 함께 고민했다. 그 결과 ‘여성 인권과 예술의 거리’라는 문화 재생 사업의 방향을 설정했고, 많은 사람들의 노력 끝에 저마다 특색을 갖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빗장이 굳게 잠겨 있던 선미촌이 음지에서 벗어나 문화예술의 옷을 입게 된 것이다. ‘성평등 전주’ 역시 마찬가지다. 불법 성매매가 이루어지던 건물을 전시실과 서점, 카페 등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며 발길 끊겼던 선미촌을 시민들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가을에는 페미니즘 예술제를 계획하고 있으며 ‘성평등 전주’에 입주하는 성평등 활동가들과의 다채로운 협업사업을 통해 외면하는 공간이 아닌 찾아가고, 머무르고, 기억하는 공간으로 선미촌을 변화시킬 계획이다. 성평등 전주주소 │ 전주시 완산구 물왕멀 3길 7문의 │ 063-273-5050운영시간 │ 월~금 9:00~18:00(주말·공휴일 휴무)
#성평등
#여성협동조합
#페미니즘
#토닥
#선미촌
전통 한복에 젊은 감성을 더하다
‘연을 담다’ 대표 임기환
한옥마을에서 한문화를 주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개 부탁드려요. 2013년 11월, 대학 졸업 전 추억을 남기고자 한옥마을에서 청춘사진관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청춘사진관은 가족부터 친구, 연인 등 평범한 이들의 소중한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 드리는 청춘들의 재능기부 프로젝트예요. 첫 작품으로 전주에서 아홉 명의 고3 여학생들을 촬영했는데요, 전동성당을 배경으로 교복과 한복을 입고 촬영한 사진이 ‘전주판 소녀시대’로 불리기도 했죠. 2014년에는 한옥마을에서 ‘한문화의 획을 긋다’라는 의미의 한 획 프로젝트를 통해 한복 퍼레이드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한문화 콘텐츠 작업이 한복 사업의 출발점이 된 건가요?그렇습니다. 한복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진행하다 보니 한복으로 수익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 이거 한번 해볼 만한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든 거예요. 원래 한국적인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사실 대학 시절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한국적인 것으로 무언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 왔거든요. 그러다 우리나라 신부를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 줄 웨딩드레스는 한복 웨딩드레스라는 생각을 한 거예요. 그렇게 한복이 지닌 전통적인 아름다움에 젊은 감성을 더한 아이템으로 한복 웨딩드레스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한복 웨딩드레스로 전주창업경진대회에서 상도 받으셨지요? 대회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지난해 12월, 오렌지팜 전주센터에서 열린 전주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오렌지팜 전주센터는 전주시와 스마일게이트가 함께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문을 연 창업 지원 센터입니다. 대회 참가자들은 전주만의 특색을 담은 수많은 아이템을 선보였는데요, 한복 웨딩드레스는 한복으로도 일반 웨딩드레스 못지않은 화려하고도 멋스러운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죠. 남과 다른, 나만의 차별화된 스타일을 찾는 젊은이들의 감성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도 주효한 것 같습니다. 창업 선배로서 창업을 준비 중인 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드려요.무엇보다도 빠른 결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우선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현장에서 부딪쳐 봐야 곁가지도 나오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오거든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일단 아이템을 확정했으면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봐야 해요. 청년 창업가 육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검증받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다소 거창하지만 전주를 대표하는 브랜딩 상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전통문화 수도 전주에서 가장 한국적인 멋을 서울로 올려 보내는 겁니다. 한마디로 유행의 역순환을 만들어 내고 싶어요.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일단 콘텐츠를 다양화하고자 합니다. 디즈니 캐릭터처럼 한국적인 캐릭터로 아이들을 위한 드레스도 제작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로 가장 한국적인 상품을 모으는 플랫폼이 되고 싶습니다. (주)연을 담다‘연을 담다’는 한복 관련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품을 제작하는 회사다. 임기환 대표를 비롯해 의류디자이너, 편집디자이너, 영상 촬영팀, 사진 촬영팀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홍보 활동도 하고 한복 화보 촬영도 진행한다.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복 대여 및 스냅 촬영 의뢰가 가능하며, ‘연을 담다’ 사무실에서 한복을 입고 기념촬영도 할 수 있다. 홈페이지 │ http://www.seonyeonhada.com인스타그램 │ instagram.com/singtheyeon
#한문화
#한복웨딩드레스
#청춘사진관
“사진은 행복한 순간과 도시 풍경을 기록하는 작업입니다”
김낙준 어르신과 딸 김순영 씨가 사진으로 추억하는 전주
오거리 첫 사진관, 현대사진관을 열다 김낙준 고등학교 2학년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집안이 어려워져 취직을 해야 했는데 지금의 경원동, 당시 문화동 동장님이 사진 일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권하시더군요. 그렇게 ‘백광’이라는 사진관에서 사진 기술을 배웠습니다. 군대 제대 후까지 총 7년간 사진 기술을 연마했지요. 그러고 나서 1967년, 오거리에 현대사진관을 열었습니다. 당시 오거리는 서울의 명동 같은 곳이었어요. 연인들의 대표적인 데이트 장소였던 삼남극장과 코리아극장이 있었고, 학생들의 만남의 장소였던 ‘돼야지스낵코너’도 바로 그 오거리에 있었습니다. 게다가 인근 중앙시장을 오가는 사람들로 늘 붐비곤 했습니다. 그런 곳에 있던 처음 생긴 사진관이니 찾는 이들이 오죽 많았겠습니까? 친구, 연인, 가족들까지 기념사진을 찍는 많은 이들로 늘 북적였습니다. 그 덕에 5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기록하다 김낙준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참 다양한 사진들을 찍었습니다. 우선 학생들 사진을 참 많이 찍었어요. 전주 시내 웬만한 학교 졸업사진은 모두 찍었으니까요. 그때만 해도 졸업사진을 전동성당을 비롯해서 경기전, 오목대 등 전주 명소에서 찍어서 출장 촬영을 많이 나갔지요. 사진관이 제일 붐볐던 때는 명절이었습니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이나 설날에는 아침부터 가족사진을 찍는 손님들이 참 많이 왔어요. 명절 하루 찍은 사진이 다 나올 때까지 20여 일이 걸렸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만큼 힘도 들었지만, 제 ‘스마일!’ 한마디에 가족들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눈이 잘 안 보이는 분들이 오신 적이 있어요. 예나 지금이나 사진은 실제 모습보다 잘 나오길 바라잖아요? 그래서 그분들 사진을 찍고 연필이랑 칼로 필름을 긁어서 눈을 자연스럽게 조금씩 고쳐 드렸습니다. 요즘 말로 포토샵 작업을 한 거예요. 그분들이 무척 만족해하면서 손님들을 많이 데려오셨어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라도 가장 멋지고 예쁜 모습을 담아 주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 도시의 풍경을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으로 긴 세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사진관집 딸, 옛 사진을 시민들과 공유하다김순영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아버지와 오목대를 비롯해 한벽루, 덕진공원, 다가공원, 완산칠봉 등 전주 곳곳을 참 많이 다녔던 기억이 나요. 사진을 찍던 아버지 덕에 ‘한벽루 철길에서 남동생과 함께한 모습’과 ‘덕진공원에 놀러 갔었던 일’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습니다. 전주의 옛 모습은 물론, 지금은 사라진 곳들의 모습도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거예요. 아버지의 옛 사진을 보면 자연스럽게 추억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지금처럼 한옥마을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때 한벽루와 오목대를 찾으며 어린 마음에 무서웠던 기억도 떠올리게 된답니다. 가족사진뿐만 아니라 행사 사진도 참 많이 찍으신 아버지 덕에 재미난 구경도 많이 했어요. 1970년대 당시 시청이 미원탑 근처에 있었는데요, 그때만 해도 석가탄신일을 비롯해 전라북도가 무슨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 종합경기장에서 시청까지 카 퍼레이드를 했어요. 아버지를 따라가서 오거리에서 고적대가 공연하는 모습을 구경 하는데 얼마나 재미났는지 몰라요. 그런 추억들을 떠올리며 아버지에게 전주시에 사진을 기증하자고 말씀을 드렸어요. 사진으로나마 전주시민들과 옛 전주의 모습을 공유하고 싶었거든요. 우리 집의 역사가 전주의 역사가 된다는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찍은 빛바랜 사진을 보며 모두 저처럼 추억에 잠길 순 없겠지만, 잠시나마 가슴 따듯한 순간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김낙준(81) 어르신은 전주 시내에서 1967년부터 2008년까지 현대사진관을 운영했다. 김낙준, 김순영 부녀는 사진관을 운영하며 찍은 사진과 추억이 담긴 가족사진 등을 전주시에 기증했다.
#오거리
#현대사진관
#전주명소
전주에서 부안까지
은막 위의 눈부신 여정
영화 도시 전주의 중심,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올해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오른 영화 . 놀라운 건 한국 영화사에서 기적과 같은 성과를 거둔 이 작품이 전주를 주 무대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봉준호 감독이 촬영을 위해 점 찍은 곳은 바로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치밀한 섬세함으로 소문난 봉준호 감독이기에 그곳을 선택한 것도 다 계획이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촬영 현장으로 떠나 본다.전주 원상림 마을에 진입해 영화종합촬영소로 들어가니 두 동의 실내 스튜디오가 눈에 들어온다. 요란하게 울리는 망치 소리를 따라가 보니 박보검, 배수지 주연의 영화 촬영을 위한 세트 제작이 한창이다. 실내 스튜디오 너머에는 만오천 평 규모의 실외 세트장이 조성돼 있는데, 바로 이곳이 에 나오는 저택이 있던 자리다. 이전에도 이미 이곳에서 최동훈 감독의 , 류승완 감독의 , 박찬욱 감독의 등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명감독들의 대표작들이 촬영됐다고 하니 전주영화종합촬영소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영화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서두르지 않으면 촬영 예약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을 계기로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서 영화를 만들면 대박 난다는 공식이 생기지 않을까? 앞으로 이곳에서 촬영하는 감독 중에 또 다른 봉준호 감독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옛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매력, 전주동물원촬영소를 나와 향한 곳은 전주동물원이다.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전주동물원은 동물원을 소재로 하는 한국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지역의 촬영 명소이다. 최근에도 동물 없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직원들이 동물로 위장 근무를 한다는 다소 엉뚱한 내용의 영화 , 사고를 당해 갑자기 동물들의 말을 듣게 된 비밀요원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등이 촬영을 위해 전주동물원을 찾았다. 전주동물원이 가진 촬영지로서의 매력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전주동물원만이 가진 꾸미지 않은 친근한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전주동물원은 지방동물원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동물원으로 어린 시절 솜사탕처럼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아련함을 간직하고 있다. 동물원 내에 있는 전주드림랜드는 동물원 규모에 비해 다소 빈약해 보이지만 와 같은 영화 촬영장소로 얼굴을 비춘 곳이다. BTS의 큰 히트곡인 의 뮤직비디오에도 드림랜드가 나온다고 하여 찾아보니, 있다. 회전목마! 대한민국 영화의 숨은 공신, 부안영상테마파크전주에서 차로 한 시간 조금 더 달려 부안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대한민국 영화사를 새로 쓴 나 , 와 같은 천만 관객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가 있다. 바로 이곳 부안영상테마파크가 그 주인공이다.부안영상테마파크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조성한 대규모 영상촬영단지이다. 또한 용인의 민속촌처럼 사극 촬영에 최적화된 세트장을 갖추고 있다. 도성 사대문을 본뜬 거대한 성문을 통과하니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민속촌, 기와촌, 평민촌, 저잣거리 등 구역별로 조성돼 있다. 왕궁을 지나 기와촌에 들어서면 양반가, 서원, 서당 등이 나오고 이어지는 평민촌에는 도요촌, 한방촌, 공예촌이 있는데, 우물, 장독대, 서낭당 등 사극 촬영에 꼭 필요한 소품들까지 세심히 조성해 놓았다. 현재 이곳은 보수공사를 위해 임시 휴장중이다. 재단장을 마치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와 연계한 체험시설로도 쓰일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바람은 영화 세트장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새만금이번 여정을 마무리할 즈음 갑자기 새만금의 낙조가 보고 싶어졌다. 사연이 있다. 서울에서 기약 없는 시나리오를 쓰며 생활하던 시절, 답답한 마음에 두 시간여를 쉬지 않고 달려 변산 해변에 갔었다. 늦은 오후, 홍싯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 바다를 가르며 아득히 뻗어 나간 새만금방조제가 보였다. 해가 지는데 망둥이인지 뭔지 모를 물고기들이 퍼덕이며 뛰어오르는 게 초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무언가 스러져 가는 사이, 또 무언가는 힘차게 솟아나는 기이한 풍경 속에 묘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 인상이 꽤 강렬했나 보다. 내 첫 영화의 배경에 해 질 녘 변산 해변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새만금은 여전히 이국적이다. 34km에 이르는 방조제와 주변에 펼쳐진 광활한 간척지가 만들어 내는 풍광을 바라보니 왜 이곳이 매력적인 영화 촬영지로 주목받는지 알 것 같다. 최근 개봉한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 의 화산 폭발 장면도 바로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영화 외에도 새만금은 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소문나 최근에는 그들의 팬클럽인 ‘아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글 김광복│영화감독전주에 살며 영화를 만든다. 단편영화 , , 장편영화 의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스트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
#김광복
#기생충
#미스터주
#백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