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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음식
당신에게 초코파이
달콤한 줄 서기제대하고 나면 돌아보지도 않을 것만 같았던 초코파이를 줄을 서서까지 찾아서 먹게 되었을 줄 상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전주의 수제 초코파이 전문점 앞에서는 이런 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계산대 앞에서는 한 명의 고객이 주문한 초코파이를 받아서 나서는 데에 채 1분도 걸리지 않지만, 다음 순서를 기다리며 늘어선 사람들의 줄은 가게 밖을 나와 건물 모퉁이를 돌고 다음 사거리까지 이어진다. 삶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줄 서기에 지친 사람들. 그러나 그들이 넉넉하지 않은 여행 기간 중 긴 시간을 할애하면서 이 줄에 동참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그들의 표정을 보라. 기대감과 설렘이 봄 햇살처럼 반짝거린다. 한 입 베어 물면 치아 사이로 파고드는 초콜릿의 오도독한 질감, 이내 혀 위로 진득하게 녹아내리고 ‘음~’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것이다. 다시 한 입 덮치면 향긋한 딸기 향이 부드럽게 코끝으로 스며들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줄 서기가 아닐 수 없다. 맛있어져라, 초코파이!달콤함이 넘치지 않고 푸근하면서도 단단한 그 맛은 어디서 오는 걸까? 대기업의 초코파이와 다른 점은 가장 먼저 빵을 들 수 있다. 밀가루와 코코아 가루, 견과류를 적당히 섞어 둥글납작하게 오븐에서 구워낸 번. 손가락으로 누르면 살짝 밀당을 하며 들어가는 쿠키와 카스텔라 중간 정도 질감의 빵이다. 대기업 초코파이는 사실 빵이 아니라 딱딱한 비스킷 형태다. 마시멜로의 수분이 비스킷으로 옮겨가면서 딱딱한 비스킷이 촉촉해지는 것이다. 당일 생산, 당일 판매가 대부분인 수제 초코파이는 처음부터 번 고유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낸다. 빵 사이 얹어지는 것은 마시멜로가 아닌 크림. 달걀흰자와 버터, 시럽을 섞어 만든 하얀 크림이다. 달거나 흐물흐물 녹아내리지 않는 크림에는 공개할 수 없는 비밀이 숨어 있다. 동그란 고리 모양의 크림 사이에는 딸기잼을 넣어 준다. 초콜릿과 딸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궁합을 자랑한다. 딸기잼은 제과점에서 배합 비율을 지정해 주문 생산한다. 다시 초코 번으로 뚜껑을 덮어준 뒤 살짝 손으로 잡고 네 귀퉁이에 액상 초콜릿을 찍어 낸다. 이때 손에 힘을 조절하는 게 관건. 오직 초코파이만을 위해 만들어진 초콜릿에는 나중에 파이를 먹을 때 입안에서 초콜릿이 녹는 온도와 질감까지 고려한 기술이 들어가 있다. 초콜릿을 파이 전체에 코팅하지 않고 네 귀퉁이에만 바르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초코파이를 밖에서 안으로 먹어 들어가며 초코 번과 다양한 재료가 이루는 맛의 조화를 차례로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한 개의 초코파이에서 여러 가지 향과 맛을 느낄 수 있게, 그래서 전주 초코파이를 먹는 것은 하나의 경험이 되고 이야기가 된다. 초코파이 제작 과정 전주의 대표 간식이 되다초코파이는 사실 이름도 모양도 전혀 새로운 빵은 아니다. 국내 유명 대기업들이 같은 이름의 제품을 시판하고 있고 상표명 또한 보편성을 획득한 터라 누구라도 상품화할 수 있다. 그러나 전주의 수제 초코파이는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상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전주의 근현대사와 함께해 온 지역 기반의 제과점이 만든 대표 상품이라는 것이다. 전주의 수제 초코파이를 처음 만든 ‘PNB 풍년제과’는 1951년 문을 열었다. 2000년 이후 우후죽순 등장한 프랜차이즈 제과점들 사이에서도 살아남은 지역 빵집의 가치, 그곳에는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초코파이에 주목하게 했다. 한옥마을의 성장과 함께 전주를 찾는 관광객이 많이 늘어난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전주 사람들은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긴 맛이지만 관광객이 늘고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전주 수제 초코파이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 등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흉내는 낼 수 있지만 따라잡을 수는 없는 원조의 맛이다. 최근 다른 지역에서도 빵집과 제과업체들이 앞다퉈 수제 초코파이를 생산하고 있지만, 전주의 것과는 다르다. 60여 년간 맛과 모양을 발전시키며 성장해 온 전주 수제 초코파이에는 따라 할 수 없는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 전주의 초코파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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