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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전주 관광의 새로운 출발선
전주종합관광안내소
한옥마을을 넘어 전주를 안내하다 한옥마을의 중심 거리 태조로. 태조로의 한쪽 끝에는 경기전이, 반대쪽 끝에는 오목대가 자리하고 있다. 오랜 시간 한옥마을의 길목을 지킨 오목대 앞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바로 전주종합관광안내소이다. 전주종합관광안내소는 한옥마을 중심의 관광 안내가 아닌 덕진공원과 아중호수 등 전주 전역, 나아가 전북의 관광 안내를 할 국제 관광 거점센터로서 건립되었다. 국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4개 이상의 언어로 안내가 가능한 베리어프리 키오스크를 통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주의 명소와 관광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키오스크는 시외·시내버스를 비롯하여 택시와 열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의 정보를 제공하여 이용자가 보다 편리하게 관광지를 오갈 수 있도록 한다. 전통과 트렌드,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전주종합관광안내소는 전통적인 한옥 건물에 최신 트렌드를 담은 콘텐츠를 가득 채웠다. 안내소는 휴식과 안내 공간의 역할을 담당하는 지상층과 전시 공간과 전주시 디지털맵, 스마트락커 등이 자리한 지하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상층에는 각종 행사와 관광정보가 나오는 멀티비전이 마련된 안내데스크를 비롯하여 베리어프리 키오스크가 마련되어 방문객들이 다양한 관광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 가능하다. 또 중앙에 위치한 LED전광판은 덕진공원과 아중호수 등 한옥마을 이외의 관광지의 모습을 송출하여 관광객들이 한옥마을에만 머물지 않고 전주 전역의 관광 명소를 파악하고 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지하층에는 한옥마을 디오라마와 각 명소의 영상이 나오는 전시 공간이 자리한다. 디오라마는 입체적인 모형으로, 한옥마을과 오목대 산지 및 전주천을 아날로그 형태로 표현하였다. 포토존과 전주의 예, 멋, 흥을 주제로 한 파노라마월로 마련되는 전시 공간은 방문객이 일상, 이상, 환상의 주제 중 직접 선택하여 영상을 감상하고 사진을 촬영하도록 하여 방문객에게 전주 여행의 추억을 남길 기회를 제공한다. 전주종합관광안내소를 통해 전주, 나아가서 전북의 숨은 보물을 찾는 경험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워진 전주동물원 전주동물원이 새로워진다. 2023년 새로 문을 연 초원의숲을 시작으로 올해는 천연기념물보존관이 시민의 곁을 찾아온다. 초원의숲은 초원을 뛰노는 동물을 위한 공간이다.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이사 온 코끼리를 비롯해서 얼룩말과 큰뿔소, 타조, 아프리카포니 등 총 10마리의 동물이 전주동물원을 찾아왔다. 천연기념물보존관은 독수리와 수리부엉이 등을 비롯한 맹금류를 위한 공간이다. 보존관에는 독수리, 수리부엉이, 참매 등 맹금류 5종 관에는 독수리, 수리부엉이, 참매 등 맹금류 5종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이 진행되고 있다. 대형방사장 2개소와 함께 말똥가리, 황조롱이를 위한 소형방사장 3개소도 함께 갖춰졌다. 향후 야생동물구조센터와 협의를 통해 추가로 맹금류가 더 들어올 예정이다. 김치산업의 새 도약, 전주김치산업관 전주시는 새롭게 개장하는 김치산업관을 통해 맛의 도시로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에 시범 운영과 12월 본격 가동을 통해 시민 곁으로 다가올 준비를 마친 산업관은 직접 김치를 생산하는 공정과 양념 공급 설비의 성능 검사도 끝냈다. 전주김치산업관은 창업 보육 및 공유 주방으로 운영 될 예정이며, 이는 지역에서 처음으로 김치제조가공업을 위한 공유 주방을 마련한 것이다. 전주김치산업관은 위생 및 품질 관리에 철저한 준비를 마쳐 전주김장문화축제에 사용된 절임 배추와 양념을 만들어 낸 것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김치시장의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2023.12.21
#전주종합관광안내소
#전통과 트렌드
전주 문화유산
조선왕조의 수호석, 자만동금표
알록달록 화사한 벽화가 포토존이 되고, 한옥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카페에서 ‘버스커(거리공연자)’들의 노래와 관객의 웃음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마을이 있다. 한옥마을에서 오목대를 지나 육교를 건너면 만나는 곳, 자만동 벽화마을이다. 해마다 수많은 방문객이 찾아오는 전주 대표 명소지만, 이곳에 조선 왕실의 발상과 계보를 살펴볼 수 있는 고풍스러운 유산이 남아 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로 ‘자만동금표(滋滿洞禁標)’다.금표(禁標)란, 조선시대 출입 금지 지역을 알리기 위해 세운 일종의 푯말이다. 주로 조선 왕실과 관련 깊은 지역에 일반 백성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농사나 채석, 벌목 등의 경제활동을 금지하기 위해 세워졌다. 전주에는 자만동금표와 건지산 조경단에서 발견된 창덕궁금표 두 개가 존재한다. 현재 창덕궁금표는 국립전주박물관에 전시되어 보존 중인 데 반해 자만동금표는 자만동 벽화마을에 별다른 이정표도 없이 외로이 서 있다. 얼핏 마을 표지석처럼 보여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쑥빛 화강암을 다듬어 만든 높이 62cm, 폭 31cm의 작은 크기에 겉면에는 자만동금표(滋滿洞禁標), 다섯 글자만 쓰인 소박한 모양새다. 예부터 전주는 조선왕조의 발상지로 숭상받았고, 자만동은 태조 이성계의 4대조인 이안사(목조로 추존)가 태어나 자라난 고장으로써 신성시됐다. 자만동금표는 기록이 많지 않아 정확한 건립 연대를 추정하기 어려우나, 조선 말기 고종이 왕실의 권위와 국격을 드높이고자 이목대와 자경단을 정비할 때 함께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자만동금표는 한때 왕실을 수호하는 위풍당당한 수호석으로 숭상받았고, 지금은 자만동 벽화마을의 뿌리를 상징하는 명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왕조의 흥망성쇠를 지켜보았던 자만동금표는 이제 수많은 여행객을 바라보며 옛 역사를 추억하고 있다. 시민의 정성과 오랜 시간이 달동네를 벽화마을로 만든 것처럼, 언젠가 자만동금표에 서린 남다른 역사성이 더 크게 주목받을 날이 오리라 기대해 본다.
2023.02.27
#한옥마을
#포토존
#벽화마을
#자만동금표
취향 따라 걷다
가을 전주의 뷰 맛집으로, 카메라 들고 출사 여행
만경대에서 만나는 시내 아침 뷰전주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 남고산성 만경대로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을 재촉한다. 국립무형유산원 뒤 동서학동 마을 초입에 이르자 어여쁜 산책길이 먼저 등장한다. ‘도란도란 시나브로길’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구름다리 아래로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온갖 가을꽃이 활짝 핀 동화 같은 곳이다. 꽃이 지더라도 알록달록한 벽화 덕분에 산책길은 내내 화사한 빛깔을 잃지 않는다. 남고산성 만경대로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르다. 대신, 숨이 차오를 때마다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보면 멋진 원도심 풍경이 응원을 건네준다. 후백제의 견훤이 바라보며 마음을 다스렸다던 완산칠봉이 도시 곳곳에 솟아 있고, 풍남문을 기준으로 옛 전주성의 중심부를 떠올려 볼 수도 있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 드디어 만경대에 올라서면 전주의 방호벽이었던 남고산성의 역사가 피부에 와닿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드넓게 펼쳐진 천년 전주, 켜켜이 쌓인 역사가 단단한 지층이 되어 발아래를 받치고 있으니 그 위로 또다시 새로운 시대가 뻗어 나가리라. 상쾌한 아침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가슴이 웅장해지는 풍경 한 조각을 카메라에, 그리고 가슴에 담는다.남고산성주소 l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641전주수목원에서 만나는 가을 정원 뷰빨강, 주황, 분홍 등 온갖 색으로 물든 아름다운 가을 정원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면 전주수목원으로 가야 한다. 단풍과 가을꽃, 억새, 수생식물 등이 어우러져 색깔은 물론이고 질감도 다양하니 어느 곳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예술이다. 특히, 드넓은 잔디광장 바로 옆에 자리한 장미원은 새파란 하늘 아래 여러 가을꽃이 어우러져 여름보다 한층 깊어진 풍경을 뽐내고 있다. 장미원 외에도 수생식물원, 풍경쉼터, 서양정원 등 소문난 포토존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드넓은 수목원 곳곳이 커다란 카메라를 든 사진 애호가부터 인생 사진을 남기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타지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러 온 사람들까지 각양각색 가을 손님으로 북적인다. 혼자여도 좋고, 여럿이어도 좋은 전주수목원에서 오후가 다 가도록 이곳저곳 꼼꼼히 누비며 셔터를 눌러 보자. 전주수목원주소 l 전주시 덕진구 번영로 462-45이용시간 l 9:00~18:00, 매주 월요일, 명절 당일 휴무기지제에서 만나는 노을빛 호수 뷰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늘과 호수가 온통 붉게 물드는 절경을 보고 싶다면 일몰 때를 잘 맞춰 기지제를 찾아 가자. 만성동 쪽 동편 산책로 초입에 있는 데크 쉼터는 산책로 중 지대가 가장 높은 곳이니,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을 원한다면 이곳이 명당이겠다. 붉은 석양에 풍덩 뛰어들어 유영하는 듯한 기분을 만끽하려면 갈지자로 꺾인 경사로를 다 내려가 가장 먼저 만나는 벤치에 앉자. 빌딩 너머로 넘어가는 해가 마지막까지 보이고, 호수 바로 앞자리라 더 꽉 찬 붉은 호수를 담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변 데크 중간쯤에 있는 액자 모양의 포토존은 색다른 사진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그림자가 길어지는 순간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는 데다 호숫가라 바람이 많이 불어 가을이라도 꽤 추울 수 있으니 두툼한 외투는 필수! 따뜻한 음료를 담은 보온병을 챙겨 와도 좋겠다.기지제 수변공원주소 l 전주시 덕진구 장동 1094오목대 둘레길에서 만나는 밤의 한옥 뷰오목대 둘레길에는 각기 다른 매력의 한옥마을 야경을 담을 수 있는 명당 두 곳이 있다. 오목대를 중심으로 전주천 쪽 한옥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좌측의 흙길, 그리고 라한호텔과 전동성당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우측의 오목대 전망대가 그곳이다.가을 풀벌레 소리가 울려 퍼지는 좌측 길에서 바라보는 한옥마을은 새카만 한옥 지붕 사이로 간간이 불 밝힌 조명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이 고요한 풍경이 퍽 평화롭다. 밤하늘을 닮은 야경 사진을 건진 후, 이번엔 오목대 옆쪽 길을 따라 내려간다. 조명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대리석이 달빛처럼 은은한 정취를 풍기고, 곧 드리운 나뭇가지 사이로 한옥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오목대 전망대가 나타난다. 여름엔 산모기가 많아 야경 감상을 포기했고 겨울이 오면 야외에 오래 머물기 힘들 테니,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이 멋진 풍경을 원 없이 담아 가면 어떨까.오목대주소 l 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55
2022.10.24
#출사여행
#만경대
#전주수목원
#기지제
#오목대
#남고산성
나의 친구, 나의 가족 ‘댕댕이와 동반 여행’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바람쐬개’한국관광공사와 전라북도에서 반려동물 동반 여행 콘텐츠로 함께 선정한 전국 최초 반려견 동반 여행길이 있다. 각 지자체의 추천과 전문가 현장 자문을 통해 선정된 ‘눈치보지마시개길’이 바로 그것. 명칭에서부터 강아지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이곳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 속에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길로 엄선됐다.전주의 ‘눈치보지마시개길’로는 졸졸 흐르는 전주천 따라, 우거진 숲길 따라 계절의 냄새를 한껏 맡으며 거닐 수 있는 전주 ‘바람쐬는길’이 선정됐다. 전주한옥마을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하는 ‘바람쐬는길’은 이름 그대로 사시사철 바람이 불어와 산책길로 그만인 곳. 전주자연생태박물관에서 출발해 슬로길 쉼터에서 반환해 돌아오는 왕복 4km 코스를 댕댕이와 함께 걸어 보자. 전주천 옆길로 내려가 물 냄새를 더 가까이 느껴보거나 세계평화의전당 앞 드넓은 잔디밭에서 소풍을 즐겨도 좋다.눈치보지마시개길코스 l 전주자연생태박물관~세계평화의전당~슬로길 쉼터(반환점)~전주자연생태박물관드넓은 반려동물 놀이터로, ‘같이가개’올해 6월 말에 개장한 전주지역 최초의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 ‘같이가개’는 벌써 그 인기가 대단하다. 7,000㎡의 드넓은 잔디밭에서 반려견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데다, 대형견과 중·소형견 구역이 펜스로 분리돼 강아지들의 안전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주차장은 기본이고, 입구 오른편에는 보호자 대기실과 화장실도 깨끗하게 마련되어 있다. 놀이터 안으로 들어가면 강아지의 키를 고려해 다양한 높이로 설계된 식수 시설부터 루어코싱이라 불리는 공놀이 기구, 훈련용 장애물 등 반려견을 위한 시설과 함께 보호자를 위한 파라솔과 벤치도 자리하고 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시설의 이용료가 무료라는 점이다. 3개월간 시범운영 기간을 마치고 난 이후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미비한 점을 보완하고, 놀이기구도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하니 올가을 전주의 댕댕이들은 더욱 행복해지리라.반려동물놀이터 같이가개주소 l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4가 1165이용시간 l 화~일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댕댕이 인생 사진, 여기서 ‘찍어주개’사랑스러운 나의 반려견에게 마치 스튜디오에서 정성 들여 촬영한 것 같은 인생 사진을 남겨주고 싶을 땐 어디로 가야 할까? 전주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초록빛 야외마당을 품은 예쁜 애견 동반 카페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여느 공원이나 놀이터의 담백한 풍경과는 달리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포토존부터 강아지 키에 맞춘 미니 화단 등 어딜 둘러봐도 예쁨이 가득하니 굳이 스튜디오를 찾아갈 필요가 없는 것. 동네 산책도 물론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오직 강아지를 위해 만들어진 예쁜 공간에서 화사한 추억을 선물해 주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마당 이곳저곳을 누비며 흡족한 사진들을 꽤 건졌다면, 견주를 위한 실내 공간도 놓치지 말자. 통유리창 너머로 신나게 뛰어노는 강아지를 살펴보며 커피 한 잔의 휴식을 취하거나, 간식부터 장난감까지 다양하게 갖춰진 강아지 용품을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가족을 기다리는 강아지들, ‘보듬어주개’즐거운 산책길 중간중간마다 가족을 잃어버린 강아지들이 눈에 아른거렸다면 이곳을 찾아가 보자. 2020년 3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문을 연 전주시 유기동물재활센터는 그리 멀지 않은 완주군 이서면의 야트막한 산자락에 안겨 있다. 일반적으로 유기동물은 15일의 공고 기간에도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가 이뤄지는데, 동물복지 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시에서는 유기동물 안락사를 최소화하고 반려견 입양을 활성화하고자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유기견들은 약 2개월간 전문 훈련사에게 기본·순치훈련(길들이기), 사회적응훈련 등을 받은 뒤 가족을 찾게 된다. 입양 후에도 가정 방문과 상담 등 재유기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이곳을 거쳐 입양된 300여 마리의 강아지는 지금까지 단 한 마리도 파양되지 않았다고 한다. 홀로 남겨진 댕댕이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선물해 주고 싶다면, 늘봄유기견재활센터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늘봄유기견재활센터주소 l 완주군 이서면 이성리
2022.09.22
#반려동물
#반려견동반여행길
#눈치보지마시개길
#반려동물놀이터
전주 여행
취향을 걷다
열 가지 빛깔, 열 가지 향기 ‘전주수목원 산책’
가족들의 숲속 놀이터, 전주수목원그래, 너로 정했다. 우리 셋(나와 남편과 딸아이)은 공조팝나무 군락지가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낮은 전망대로 향했다. 아이나 어른이나 올라갈 만한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올라가고 싶어지는데, 그 전망대도 그러했다. 기껏해야 열 개 남짓한 계단 위의 전망대였지만 올라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 밑에 있을 때보다 흰 조밥을 뭉쳐 놓은 듯 탐스러운 공조팝나무 꽃송이가 더 자세히 보였다.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트리하우스였는데 이곳 역시 계단이 있었다. 트리하우스라는 이름답게 꽤 높은 계단을 올라야 했지만 딸 아이는 망설이지 않았다. 단숨에 계단에 올라 작은 트리하우스를 점령하더니 세상에서 제일 반가우면서도 두려운 유혹의 속삭임을 들려주었다. 그 속삭임은 바로 “엄마, 이리 와.”였다. 반가운 이유는 딸아이의 부름이기 때문이고, 두려운 이유는 ‘엄마, 이리 와’가 보통 앞으로 이어질 요구 사항의 시작이기 때문이다.트리하우스에 오르자마자 딸아이가 요새 꽂혀 있는 놀이 ‘감자에 싹이 나서’를 열 판정도 했다. 계속 지는 바람에 손등에 불이 날 뻔했지만 그래도 나무 위의 집에서 해보는 ‘감자에 싹이 나서’는 제법 운치 있었다…는 개뿔,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트리하우스에서 시작한 ‘감자에 싹이 나서’는 수목원 일대를 도는 동안 시도 때도 없이 진행되었고 앞으로 여행기를 써야 할 내 처지는 아랑곳없이 마치 연극의 막과 장처럼 생각의 흐름을 끊어 주었다.여름을 문을 여는 수목원의 풍경다음으로 향한 곳은 유리온실이었다. 유리온실 안은 고온다습해서 야외에서 볼 수 없는 식물들이 군집해 있었다. 선인장과 야자수가 가득했고, 또 요새 가정에서도 반려 식물로 많이 키우는 틸란드시아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라껍데기, 보석과 함께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틸란드시아라는 이름이 낯설지 모르지만 괜히 심란해질 필요는 없다. 핀란드 할아버지 수염같이 길게 늘어진 식물을 떠올리면 된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바로 그 식물이다.유리온실을 나오자 가까이에 장미원이 있었다. 아직 장미가 활짝 피지 않은 장미원이었지만 장미나무 옆으로 땅에서 용솟음친 듯 자리를 잡은 한옥 지붕이 보여 나름 걷는 재미가 있었다. 딸아이도 이곳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유유자적 돌아다니며 몇 번이고 ‘감자에 싹이 나서’를 했다. 장미원을 지나 카페 아르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자 드디어 오늘 전주수목원의 하이라이트이자 대망의 포토존, 풍경쉼터가 보였다. 가족과 수목원을 걷는 내내 친절하게 안내를 도와주신 담당자님의 말씀대로 ‘멀리서 보면 정자지만 가까이서 보면 포토존’인 곳, 기대보다 훨씬 괜찮은 곳이었다. 풍경쉼터에 앉으면 눈앞에 수생식물원이 펼쳐진다. 이름이 거창하지만, 연꽃이 그득한 호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심히 앉아 그 연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온갖 시름이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듯해 몇 시간이고 머무르고 싶은 기분이 드는데, 그렇다고 정말 몇 시간이고 앉아 있으면 안 된다. 이곳은 최적의 포토존이라 대기 중인 다른 관광객들이 당신을 노려보고 있을 테니까. 조금이라도 오래 앉아 있고 싶으신 분들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평일 오전에 방문하는 게 좋을 것 같다.운 좋게도 내가 앉아 있는 동안에는 아무도 노려보는 사람이 없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참 연꽃을 바라보던 아이가 문득 내게 물었다. “엄마, 연꽃은 어느 나라 국화야?”생각지 못했던 질문이라 당황했다. 아이가 다섯 살까지만 해도 뭘 물어보면 대충 거짓말로라도 대답을 해줄 수 있었는데, 아이가 커갈수록 그것도 안 통한다. 이런 건 정말 사실을 말해줘야 하니까. 나는 나름 합리적으로 정답을 추론해 보았다.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고 불교는 인도에서 왔으니까 인도의 국화가 아닐까….”자신이 없어 말끝을 흐렸는데 역시 정답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합리적인 추론도 아니었는데 인도 인구의 80%는 힌두교를 믿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혹시 궁금해진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연꽃은 베트남의 국화이다.) 엄마가 잘 모른다는 것을 금세 알아챈 아이는 심드렁해져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감자에 싹이 나서’를 시도했다. 또다시 손등을 연꽃처럼 붉히고 나서야 남편과 나는 아이의 놀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풍경쉼터 맞은편엔 허브원이 있었다. 허브원은 호수를 사이에 두고, 허브 식물들이 빙 둘러싼 공간이었다. 각양각색의 허브 식물이 있었는데 그중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알리움’이었다. 쭉 뻗은 초록색 꽃대에 크고 동그란 보라색 꽃이 달려 있어 이색적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익숙한 작물인 마늘꽃의 일종이었다.주고 싶은 기억, 나누고 싶은 추억전주수목원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죽림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멀리서 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남편과 나는 “해랑(아이 이름)아, 저기 염소다. 염소. 염소 보여?” 하고 열렬히 목소리를 높였지만 아이는 “응. 보여.”하고 말았다. ‘어쩌라고? 염소 처음 봐?’라는 뒷말을 생략한 듯한 단조로운 음성이었다. ‘칫, 아이인 주제에 어른을 무안하게 만들고 말이야. 내가 너보다 서른살 선배야.’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으나 꾹 참고 아이의 작은 손을 그러쥐었다. 터덜터덜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와 또 평지를 조금 더 걷자 대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죽림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죽림원을 마음껏 누비며 전주수목원 여행의 마지막 순간을 만끽했다.이렇게 오늘의 여행은 끝이 났다. 나와 가족들은 공조팝나무 전망대, 트리하우스, 유리온실, 장미원, 풍경쉼터, 허브원, 죽림원 순으로 총 일곱 군데를 다녔다. 전주 수목원엔 이 밖에도 지면에 다 싣지 못한 다른 공간들이 있다. 이 글을 읽은 분들은 다른 곳도 찾아가 보는 즐거움을 누리시면 좋겠다.영화 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내음과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내게는 전주수목원이 딸에게 그런 기억을 심어줄 수 있는 장소였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 가면 전주나들목(IC) 인근(덕진구 번영로 462-45)에 있는 전주수목원은 1970년 호남고속도로 건설에 따른 유휴지 발생으로 조성됐다. 190과 3,737종의 꽃과 나무를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중심으로 습지원, 장미원 등이 조성되어 있다. 계절마다 다채로운 행사도 열리는데, 봄에는 ‘봄바람 페스티벌’, 가을에는 ‘정원박람회’가 열린다. 여름철(3월 15일~9월 15일)은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겨울철(9월 16일~3월 14일)에는 저녁 6시까지 운영한다. 월요일, 설날·추석 당일은 휴무고, 이용료는 무료다. 글 장해림 | 작가최근 스릴러 소설 를 출간했다. 장르문학으로 데뷔하기 이전에 여러 글을 써 왔다. 지역인문학센터 집필진으로 참여해 여행기를 썼으며, 방송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2022.05.25
#공조팝나무
#장미원
#풍경쉼터
기획 특집
전주의 봄은 축제다
초록 도시로 소풍 가자, 전주정원산업박람회
6월 지구를 살리는 정원으로 초대세상이 온통 초록으로 물든 봄의 끄트머리에서 기분 좋은 선물이 날아든다. 도시 전체가 초록으로 물드는 ‘2022 꽃심, 전주정원산업박람회’가 6월 2일부터 6일까지 닷새간 전주월드컵경기장 광장과 서신동 일대에서 진행된다. 올해 정원박람회의 주제는 ‘지구를 살리는 정원, 정원이 혁신하는 지역’이다. 지구의 위기를 해소하는 대안으로 정원의 사회적 가치를 알리고, 정원산업을 지역 혁신의 도구로 삼자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보다 규모를 확대하고, 주 박람회장을 종합경기장에서 전주월드컵경기장 광장으로 옮겨 진행한다. 가장 먼저 주 박람회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의 넓은 광장은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며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나들이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주 박람회장에서는 원예, 화훼, 조경, 비료 등 지난해보다 많은 정원 관련 산업 80여 개의 업체를 만날 수 있고, 정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부스도 꾸려진다. 더불어 ‘분수정원’, ‘전주꽃밭·텃밭정원’, ‘요리사의 정원’, 미디어아트로 선보이는 ‘영상 정원’ 등 다양한 콘셉트의 정원이 꾸며진다. 정원사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나도 예쁜 정원사’, 재활용 화분을 활용한 ‘초록 한잔 심기’와 ‘정원 놀이’ 등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은 박람회에 활기를 더한다. 우리 삶 속에 담긴 정원 이야기를 들려주는 토크쇼, 정원 산업 전문가가 소개하는 정원 소품과 도구 등 알짜배기 프로그램들도 가득하다. 박람회가 열리는 동안 전주는 온통 정원으로 물들 예정. 서신동 일대는 시민작가, 초청 디자이너, 마을공동체가 직접 조성한 정원으로 수놓인다. 도시 공공 정원과 개인 정원을 정원해설사의 안내와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정원 여행’은 5월 중순부터 2022 꽃심, 전주정원산업박람회 홈페이지( www.jjgcf.kr)를 통해 사전예약을 받는다. 도시가 정원으로 바뀌는, 초록 도시 전주의 꿈은 올해도 계속된다.전주정원산업박람회일시 l 6. 2.목 ∼ 6. 6.월장소 l 전주월드컵경기장 광장, 서신동 일원홈페이지 l www.jjgcf.kr
2022.04.25
#전주정원산업박람회
#지구를 살리는 정원
한지로 누리고 한지와 노닐다, 전주한지문화축제
한지의 멋과 가치를 알리다 반짝이는 봄 햇살 아래, 고운 자태를 뽐내는 한지. 이처럼 봄과 어울리는 풍경이 또 있을까. 해마다 봄이면 전주를 화사하게 물들이는 전주한지문화축제가 5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한국전통문화전당 일원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어느새 26회째를 맞은 전주한지문화축제는 ‘한지로 누리고, 한지와 노닐다’를 주제로 전주 한지의 멋과 가치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축제는 5월 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체험 및 한지마당, 전시, 부대 행사 등 4개 분야, 16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전통과 역사성을 갖는 전국한지공예대전 등의 행사는 유지하면서 체험 프로그램 운영과 패션쇼는 예년과 다르게 진행된다. 체험 프로그램은 일반 체험 부스를 없애고 한지 체험만 운영하며, 한지 문화를 응용하고 확장하는 프로그램으로 한지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축제의 꽃과도 같았던 패션쇼도 새로워진다. 축제에 관한 관심을 고조하고, 흥을 끌어올렸던 기존의 화려한 패션쇼 대신 더 의미 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문가의 교육을 받은 시민이 직접 제작한 의상을 시민 모델이 입고 무대에 오른다. 비록 전문 디자이너의 빼어난 솜씨와 전문모델의 근사한 워킹은 아닐지라도, 한지에 대한 시민들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다채로운 체험과 전시를 만나는 축제다운 축제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택한 올해 전주한지문화축제의 변화는 ‘한지마당’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프라인 행사를 대폭 늘려 축제다운 축제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한국전통문화전당 각 공간과 앞마당, 한지산업지원센터, 경기전 등에서 다채로운 체험과 전시가 이뤄진다. 먼저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가족이 함께하는 체류형 가족 소풍을 준비했다. 사전접수를 통해 선정된 스무 팀의 가족이 한국전통문화전당 마당으로 소풍을 떠난다. 재미난 체험과 퀴즈, 놀이 후 개막식에도 함께한다. 개막식은 현장 신청도 가능하다. 역시 사전접수를 통해 선정된 시민을 대상으로 축제 둘째 날인 5월 6일에는 경기전에서 창호 바르기 체험을 진행한다. 사전접수를 놓쳤다면 상시 체험을 노릴 것. 한지 정원 만들기, 한지 집 꾸미기, 한지 제기차기, 한지 뜨기 등 3일 내내 펼쳐지는 체험이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는다. 지난해 온라인으로 진행했던 한지쇼룸*도 한국전통문화전당 마당에 문을 열었다. 전국한지공예대전 수상작과 전국한지공예대전 초대작가 전시 등 뛰어난 한지 작품을 만나는 전시회는 5월 5일부터 5월 29일까지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포토존 이벤트도 진행하니 축제도 즐기고, 선물도 챙겨 보자. 화사한 봄처럼 다채로운 매력을 품은 전주한지문화축제에서 한지의 매력을 발견하고, 전주 한지의 멋과 가치도 느껴 보는 건 어떨까. 전주한지문화축제 일시 | 5. 5.목 ∼5. 7.토 장소 | 한국전통문화전당 일원 홈페이지 | jjhanji.or.kr 5월, 전주천년한지관이 흑석골에 문 열어요! 천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 전주 한지의 전통을 잇고, 한지 문화를 확산시키는 공간이 새롭게 문을 연다. 오는 5월 말, 흑석골에 개관하는 전주천년한지관이다. 전주천년한지관은 전주 한지의 원형을 보존하고, 세계화를 이끌어 갈 전주 한지 전통 생산시설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흑석골은 조선 시대 한지지소가 있었던 곳이자, 과거 ‘한지골’로 불린 전주 한지의 대표 생산지다. 전주시는 이곳에서 한지 장인들과 함께 전통 한지 제조 기법을 복원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고 널리 알리는 공간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총 2층 규모로 1층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한지 제조공간과 체험공간이, 2층에는 전시공간과 사무실이 자리한다. 제조공간에서는 초지와 도침, 건조 등 전통 방식으로 한지를 생산한다. 체험공간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한지를 만들고, 한지 관련 예술가와 함께 한지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이 진행된다. 미래의 한지장인 양성과 함께 시민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전시관에서는 전통 제작 도구와 과거 한지 제작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열린 공간으로서 시민들이 언제라도 들러서 한지 제조과정을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전주 한지는 조선 시대 교지와 과거지, 외교문서 등에 쓰일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했다. 전주는 이를 토대로 찬란한 출판문화를 꽃피웠다. 전주천년한지관이 빛나는 영광을 재현하고, 세계 속에 전주 한지를 알리는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주소 | 전주시 완산구 흑석로 85 문의 | 전주시 전통문화유산과(063-281-2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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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전주
적당히 벌고 함께 잘 살자
열 돌 맞은 남부시장 청년몰
남부시장, 새마을 시장 그리고 레알 뉴타운10년 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전주 남부시장에 새 숨결을 불어넣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시장 내 비어 있는 점포를 활용해 청년 장사꾼을 키우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 뜻에 공감한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씨앗이 심어질 공간은 남부시장 내의 또 다른 시장인 '새마을 시장'이 있던 곳으로 1999년 불이 난 후 방치되었던 2층의 광장이었다. 발길조차 뜸해 휑한 황무지 같던 그곳을 하얀 도화지로 여긴 청년들은 미래를 그려 나갔고 2011년 10월 마침내 첫 상점이 문을 열게 되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 청년몰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이 과정에서 그들은 켜켜이 쌓인 오랜 삶을 무작정 버리거나 부수지 않았다. 그 터전엔 밑천 하나 없이 천막에 의지해 고단한 삶을 살아냈던 그 새마을시장 상인들의 정신이 배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별처럼 반짝이는 조명 아래 장난꾸러기 같은 벽화들, 저마다 색깔을 입은 알록달록한 공간 속에서 낡은 건물과 지붕, 손때 묻은 기둥이 여전히 청년몰의 한 풍경인 이유이다. 또한, 늙고 낡은 시장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그들과 공존하며, 옛 정신을 재료로 새로운 정신을 빚어 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이곳의 타이틀을 '레알 뉴타운'이라고 정한 까닭이기도 하다.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하늘에서 바라보면 큰 네모 모양의 남부시장 청년몰은 사실 한달음에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올망졸망 모여 있는 그 공간이 그래서 어떤 이에겐 작게만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다양하고 커다란 삶들이 펼쳐져 있는 동화책에 들어온 기분이다.돌보는 길고양이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는 '책방 토닥토닥'은 동네 힐링 서점을 내세운 만큼 여성, 노동자, 성 소수자, 동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책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차가운 새벽'은 메뉴판 없이 손님의 취향에 따라 칵테일을 건네는 곳으로 가끔 사장님이 노래도 들려준다. 그 맞은편엔 수제 쿠키 전문점인 '혜미당'이 있다. 작은 쿠키 하나에도 마스크를 씌운 그 재치가 반갑고 맛있다. 그 옆으론 자수를 활용해 아기와 반려동물 을 위해 맞춤옷이나 소품을 제작하고 있는 '피치모모'와 자신만의 일러스트 디자인으로 소품을 만드는 '스튜디오 플레르', 로컬굿즈 편집숍인 'etc'가 각자의 개성과 색깔을 입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etc'를 낀 모퉁이를 돌아 작은 골목을 바라본다. 경력 단절이 되었다가 작가로서의 꿈을 찾아 청년몰에 둥지를 튼 도자기 공방 '세라누리'와 인도의 이색적인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소품 상점 '수리야'가, 오른쪽엔 자신을 사랑하고 늘 주위에 감사하는 삶을 살았던 빨간 머리 앤을 꼭 닮은 핸드메이드 샵 '앤의 하루'와 소담하고 귀여운 소품, 굿즈샵인 '도도닷'이 서로 마주 서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 같다.살금살금 그 골목의 속삭임을 들으며 걷노라면 어느새 그 끝, 세 갈래의 길을 만나게 된다. 오른쪽 길은 남부시장과 하늘정원으로 향하는 길이고, 왼쪽의 안쪽은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바깥쪽 길은 초승달처럼 둥글게 휘어 우리를 유혹한다. 동물실험을 반대하며 마음을 다해 만든 향을 선보이는 향수 상점 '비랩 스튜디오', 찰나의 행복을 캐리커처로 그려 주는 '이목구비', 전통 매듭을 활용해 액세서리와 작은 소품을 만들고 있는 '연희공방', 전주의 골목골목 정겨운 풍경을 담고 있는 '감성민 작화실'이 작업 공간이자 동시에 작품을 판매하고 또 체험하는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파란색이 강물의 물결을 닮은 가죽공방 '소소한 행복'도 구경할 수 있다.청년몰의 한 빗변대로. 지금까지 즐겼으니 이젠 먹거리 골목이다. 미국식 프렌치토스트와 서양식 브런치를 맛볼 수 있는 우아한 '리리 88' 그리고 웹툰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백방구'의 문구점엔 군것질거리가 가득하다.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젤라토를 판매하고 있는 아담한 카페 '오늘, 또 젤라또'와 샌드위치와 착즙 주스를 메인으로 아직 자신의 색을 칠해 가고있는 '드로잉파티', 그 맞은편에서 이미 오랫동안 청년몰에 터전을 잡으며 일본식 가정식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빛내고 있는 '백수의 찬'과 다양한 디저트 메뉴를 즐길 수 있는 '브릭스 케이크'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 청년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이 구호는 어느새 이곳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비록 공간은 작지만 이제 막 자신만의 가게를 갖게 된 상인들부터 초보 상인에서 벗어나 몇 년 차에 접어든 상인들까지, 스스로 삶이 행복하고 그 행복을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잘 살겠다는 이 아름다운 목표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자꾸만 곱씹게 되는 그 순수한 문장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뜨거운 꿈과 따스한 삶에 대한 치열한 열정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만 같다.사람이 가치를 만들어 가는 무형의 마을전주 남부시장에서 출발한 청년몰은 오늘날 마치 프랜차이즈처럼 전국 각지에 생겨났다. 이는 이제 청년몰이 전주에 와야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 아니라 그 지역 동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보태져 이곳도 큰 위기를 겪고 있다. 한때 서른 개가 훌쩍 넘었던 가게가 어느덧 스무 개 정도로 줄어든 것도 그 때문이다.그런데도 청년몰을 만들고 가꾸고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 이곳에 있다. 단순히 전국 1호 청년몰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여전히 기꺼이 시간을 내어 그곳을 찾아가야 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청년몰은 상업적 쇼핑몰이나 관광지 같은 장소가 아닌 사람이 가치를 만들어 가는 무형의 마을이다. 초창기 열두 상점의 청년 상인들은 두레와 품앗이를 하듯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가게를 꾸미고 서로의 가게를 봐 주기도 하며, 그들만의 문화로 작은 마을을 만들었다. 하지만 점차 이곳이 유명해지고 신규 상인도 들어오자 마을이 도시가 되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가치가 필요하듯, 신구의 청년 상인들은 반상회를 통해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이곳에 새 가치를 불어넣었다. 그렇게 달려온 시간이 어느덧 10년, 그사이 구성원들이 바뀌며 청년몰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청년몰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고민하며 소통의 통로를 넓혀 가고 있다. 한편, 전주시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와 함께 '10년의 기억, 10년의 기대'라는 포럼을 통해 원도심 안에서 연결점을 찾기도 하고, 2021 전국지속가능발전대회에서는 포용적인 공간으로서의 청년몰을 고민하는 등 지역 활동가들의 관심도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지역의 어르신들과 국수 음악회를 열고, 지역의 음악인들과 콘서트를 하고, 지역의 젊은이들과 푸드 페스타나 할로윈 파티 등을 만들고 즐겼을 때 청년몰은 가장 빛났다. 그래서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이 오래도록 지역사회의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민들의 사랑이 필요하다.청년몰은 오는 11월 26일에서 27일까지 '10주년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늦은 가을, 마실 삼아 우리 동네 젊은 마을로 놀러 가 보는 건 어떨까. 꿈의 낭만이, 삶의 열정이, 공존의 가치가 살아 있는 그곳 남부시장 청년몰로. 글 윤여태 | 소설가, 극작가2009년 '잃어버린 조각 하나'로 소설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했다. 기억되지 못하거나 잊힌 것들에게 다시금 숨결을 불어넣는 작가가 되기를 소망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예술가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문화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2021.10.22
#남부시장
#청년몰
#전주여행
듣고, 읽고, 놀고, 맛보고
전주에서 무형유산으로 놀자
조선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전주문화재야행가을밤에 떠나는 특별한 시간여행, 전주문화재야행이 한옥마을 경기전과 전라감영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된다. '문화재'를 주제로 공연과 게임 등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올해 문화재야행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고려해 경기전 경내 세 곳과 전라감영에서 분산 개최된다. 먼저 1구역(경기전 정문~전주사고)은 조선의 역사에 귀 기울이는 이야기 구역이다. 왕과의 산책으로 조선의 왕과 함께 아름다운 가을밤의 경기전을 누벼 보자. 2구역(경기전 서문~부속채)에서는 문화재야행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경기전 좀비 실록이 펼쳐진다. 3구역(경기전 동문~어진박물관)은 치유 구역으로, 소나무 숲에서 힐링 콘서트가 열린다. 마지막 구역인 전라감영으로 발길을 옮겨, 야외 방 탈출 게임을 비롯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자.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며, 구역별 참여 인원을 제한한다. 문화재야행 홈페이지(www.jeonjunight.com)에서 집콕하며 즐기는 온라인 프로그램도 놓치지 말 것. 방구석 음식 대첩, 나만의 어진 그리기 등으로 나만의 장기도 뽐내고, 가상현실로 실감나는 전주 문화재를 체험하는 미디어 콘텐츠도 제작해 보자.일시 l 10. 22.(금) ~10. 23.(토)장소 l 경기전, 전라감영 온라인 l 유튜브에서 '전주문화재야행' 검색문의 l 문화예술공작소(063-232-9938)일상에서 즐기는 우리 옷, 전주한복문화주간한복과 참 잘 어울리는 도시, 전주에서 '한복결'을 주제로 한복문화주간이 일주일간 열린다. 한복문화주간은 전주를 비롯한 전국 7개 도시에서 펼쳐지는 문화체육관광부 행사다. 일상에서 우리 옷 한복을 즐김으로써 한복 문화가 널리 퍼지게 하려고 마련된 행사로, 한복을 소재로 패션쇼, 체험, 장터가 열린다. 10월 11일, 한국전통문화전당 야외마당에서 한복 패션쇼가 열린다. 1부는 '혼인'을 주제로 한 뮤지컬 형식의 패션쇼가 진행되고, 2부에서는 다양한 생활 퓨전 한복을 선보인다. 홍보관에서는 우리나라 전통 비단 수의 전시가 진행된다. 전주한옥마을 우리 놀이터 '마루달' 옆 야외마당에서는 포토존이 마련되고, 무료 인화 이벤트가 진행된다. 10월 16일과 17일에는 전주공예품전시관 오목대 전통정원에서 전통 매듭 노리개 등 다양한 장신구를 직접 만드는 체험 한마당이 진행된다. 한복과 장신구 등을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장터도 펼쳐진다. 명품시내버스(1000번) 기사가 한복을 착용하고 운전하는 색다른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올가을, 전주에서 한복과 함께 특별한 일주일을 보내 보자.일시 l 10. 11.(월 ~10. 17.일장소 l 한국전통문화전당 외온라인 l 포탈사이트에서 '전주한복결' 검색문의 l 한국전통문화전당(063-281-1573, 1574)흥이 넘치는 무형유산, K-무형유산페스티벌지난해 첫선을 보이며 무형유산에 젊은 감각을 더한 축제로 평가받는 'K-무형유산페스티벌'이 올해도 관객들을 기다린다. 올해 주제는 '무형유산의 힙(HIP)함'이다. '힙함'은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잃지 않는 전승자들의 무대라는 사실을 표현한 신조어이다. 이름부터 흥이 넘치는 '니나노 페스티벌', 판소리와 록의 신선한 만남 '무형유산HIP스테이지' 등의 공연이 3일간 전주의 가을밤을 뜨겁게 달군다. 낮에는 버스킹 공연으로 관객들의 흥을 돋우고,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도 축제의 재미를 더한다. 국내 최대 무형문화재 종합축제 '2021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도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린다. '오리지날 케이컬처 이야기, 오케이 무형유산'을 주제로, 세계가 열광하는 K-컬처(문화)의 근간이 '무형유산'임을 알리는데 집중한다. 인류 무형유산 기획공연이 관객을 맞고, 장인들의 생생한 시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올가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재도 만나고, 젊은 감각을 더한 무형유산 축제를 즐기며 무형유산의 빛나는 가치를 발견해보자.일시 l 10. 14.(목)~10. 16.(토)장소 l 국립무형유산원온라인 l 인스타그램에서 '국립무형유산원' 검색문의 l 국립무형유산원(063-280-1500)
2021.09.24
#문화재야행
#전주한복문화주간
#k-무형유산페스티벌
전주 그곳
대충 찍어도 인생샷! 전주 포토 스폿
전주천한벽교에서 한옥마을을 지나 남부시장까지 전주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주천은 자연과 함께 걷기에 좋은 길이다. 은빛 물결 일렁이는 억새 풍경도 훌륭하지만, 남천교 위 청연루에서 자연생태관까지 겨울 풍경을 한 컷에 담아도 좋다. 특히, 한벽교에서 남천교 중간에 있는 돌다리 위에 한복을 곱게 입고 서서 찍는다면, 막 찍어도 인생 화보다.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24 부근 전북대 한옥 정문과 문회루웅장한 자태를 드러낸 전북대 한옥 정문과 옛 중앙분수대 자리에 들어선 전통 한옥 누각인 문회루도 빠질 수 없는 사진 명소. 한옥의 아름다움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한옥 정문이나 45m의 법학전문대학원 앞에서 찍어도 좋지만, 짧은 겨울 해가 지고,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 문회루 주변 워터미러에 비친 환상적인 야경이 펼쳐진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서 따뜻한 불빛 조명을 배경 삼아 낭만적인 사진을 찍기에 딱 좋다.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567 세병호전주 북부권 신도심인 에코시티에는 자연과의 조화가 돋보이는 호수, 세병호가 있다. 봄에서 가을까지는 넓은 세병호와 주변 잔디밭을 배경 삼아 소풍을 즐기는 단란한 가족사진이 SNS에 자주 등장한다. 반면, 겨울에는 북유럽의 어느 한적한 숲속을 산책하는 모습이나 세병호 석양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많이 볼 수 있다.전주시 덕진구 세병로 174 경기전조선왕조의 숨결을 품은 경기전은 조선 건국 후 이를 기념해 건립된 곳, 그래서일까 이곳은 한복 입은 여행객이 즐겨찾는 사진 촬영 명소다. 여행객들은 태조 어진, 전주사고, 태실비 등 역사적인 장소 앞이나 경기전과 전동성당을 한 컷에 담을 수 있는 수복청 등에서 사진을 주로 찍는다. 하지만, 경기전의 최고 포토존은 사시사철 푸르른 대나무숲. 이곳에서 한복을 입고 찍는 사진이 특히 인기다.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44 전동성당한옥마을 1번지는 전동성당이다. 그러다 보니 사진 한 컷 담아내기가 뜨거운 취재 현장이다. 그나마 한적한 시간인 야간에 찍힌 야경 사진은 그윽하다. 이곳에서는 한복을 입고 찍는 사진도 인기지만, 빨간 벽돌 앞에서 일제강점기 1930년대풍의 원피스를 입고 찍는 것도 묘하게 어울린다. 성당은 겨울철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하지만, 기도하는 이들을 위해 성당미사예절을 지키는 것은 필수.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51 자만벽화마을?오목대에서 육교 건너 오래된 달동네인 자만벽화마을에 따스한 겨울이 찾아왔다. 지난 11월, 전국에서 전주를 찾은 예술가들이 벽화마을 곳곳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 넣는 ‘벽화 트리엔날레’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형형색색의 신상 새 옷을 입은 자만벽화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예쁜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 여행을 해 보자.전주시 완산구 교동 50-79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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