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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전주 국가관광거점도시 사업 순항 중
국가 대표 관광도시로 빛나는 전주 전주 사람만 알기에는 아까운 전주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자랑할 날이 머지않았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지역관광거점도시에 전주의 이름이 오른 것이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관광 도시들과 경합을 벌인 끝에, 강원·안동·목포와 함께 지역관광거점도시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대한민국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로써 서울과 수도권, 제주에 집중되었던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전주로 돌릴 수 있게 되었다.관광도시로서 전주의 매력은 무엇일까? 한국 문화의 원형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전주는 국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가장 한국적인 여행지이다.한옥과 한지를 비롯한 전통문화유산과 때깔 좋고 맛깔 나는 음식문화, 무형문화 장인들과 예인들의 손으로 매만진 도시의 풍경, 날마다 다채로운 전통문화 체험이 펼쳐지는 문화시설까지 한(韓)문화를 몸소 느껴 보길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만족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는 도시가 바로 전주이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와 전주세계소리축제 등 굵직굵직한 국제행사의 명맥을 이어온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전주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나아갈 가능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이러한 전주의 가치가 대한민국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기에 지역관광거점도시로 최종 선정될 수 있었다. 심사 과정에서 전주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전통문화 브랜드가 가장 확고한 도시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명실공히 국가 대표 관광도시로 이름을 드높이게 되었다. 전주다운 국제 관광도시 꿈꾼다 전주가 그리고 있는 관광거점도시의 풍경은 단연 ‘여행하기 좋은 도시’이다. 한나절 스쳐 가는 도시가 아닌, 하루 더 머물고 싶고 다시 또 찾고 싶은 도시 말이다. 전주는 체류형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을 척척 세워 가고 있다. 2024년까지 1,300억 원을 투자해 진행하는 이 사업의 목표는 문화관광의 부흥을 통해 경제의 발전을 이끄는 것이다.그 첫째로 ‘한옥마을 리브랜딩’을 통해 천만 관광객의 명성을 되살릴 계획이다. 한옥마을의 문화·관광 환경을 개선하고, 전통미를 더해 줄 한옥정원을 조성하며, 숙박 환경을 고급화해 국제 수준의 관광 인프라를 구축한다. 또 국내 유일의 관광 트램(노면전차)을 설치해 낭만적인 추억을 선사하고, 사계절 글로벌 축제와 공연 등 문화 콘텐츠를 강화해 계절마다 색다른 아름다움을 누리게 한다. 둘째로 관광의 외연을 확장한다. 한옥마을과 전라감영, 객리단길 등 구도심을 중심으로 관광도시의 틀을 갖추되, 덕진뮤지엄밸리와 팔복예술공장, 덕진공원을 잇는 북부권과 서학예술마을이 있는 남부권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역의 문화적 인프라를 고루 발전시킬 계획이다. 덕진공원에는 전통정원을 꾸미고, 서학예술마을과 자만마을에서는 아트로드(예술로) 사업과 예술벽화 트리엔날레(3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국제 미술 행사)를 연다. 또한, 관광거점도시 전담 실행 조직을 설립하는 등 지속 가능한 관광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광객들의 접근성을 높이도록 교통과 안내체계를 편리하게 정비한다.단지 관광객만을 위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살기 좋은 도시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 여행지이기 이전에 삶터로서의 도시의 품격을 높여, 시민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전주다운 관광거점도시를 완성할 전망이다. 문화와 생태로 호흡하고,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전주다운 멋을 뽐내며 한(韓)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릴 국가대표 관광거점도시 전주. 새로운 무대에서 펼쳐질 새로운 시대를 지금 열어 가는 중이다. 관광거점도시 지정 주요 일지 2019. 04. 02. 정부 국가관광 전략회의에서 관광도시 육성 표명 2019. 05. 07. 전주시 지역관광거점도시 준비 전담 TF조직 구성 2019. 08. 22. 전주시 전주 관광 발전 전문가 포럼 개최 2019. 08.30. 전북도 관광정책 세미나 개최 2019. 10.15. 문화체육관광부 지역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 공모 발표 2019. 11.12. 글로벌 관광거점도시 관·학·연 업무 협약 2019. 12. 04. 전주시 지역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 응모 2019. 12.17. 전주시 1차 서류심사 통과 2020. 01. 08. 전주시 2차 현장 심사 2020. 01. 21. 전주시 3차 PT 심사 2020. 01. 28. 전주시 지역관광거점도시 최종 선정 2020. 02. 05. 전주시 관광거점기획준비단 구성
2020.09.08
#관광거점도시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주의 꽃심
“사진은 행복한 순간과 도시 풍경을 기록하는 작업입니다”
김낙준 어르신과 딸 김순영 씨가 사진으로 추억하는 전주
오거리 첫 사진관, 현대사진관을 열다 김낙준 고등학교 2학년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집안이 어려워져 취직을 해야 했는데 지금의 경원동, 당시 문화동 동장님이 사진 일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권하시더군요. 그렇게 ‘백광’이라는 사진관에서 사진 기술을 배웠습니다. 군대 제대 후까지 총 7년간 사진 기술을 연마했지요. 그러고 나서 1967년, 오거리에 현대사진관을 열었습니다. 당시 오거리는 서울의 명동 같은 곳이었어요. 연인들의 대표적인 데이트 장소였던 삼남극장과 코리아극장이 있었고, 학생들의 만남의 장소였던 ‘돼야지스낵코너’도 바로 그 오거리에 있었습니다. 게다가 인근 중앙시장을 오가는 사람들로 늘 붐비곤 했습니다. 그런 곳에 있던 처음 생긴 사진관이니 찾는 이들이 오죽 많았겠습니까? 친구, 연인, 가족들까지 기념사진을 찍는 많은 이들로 늘 북적였습니다. 그 덕에 5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기록하다 김낙준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참 다양한 사진들을 찍었습니다. 우선 학생들 사진을 참 많이 찍었어요. 전주 시내 웬만한 학교 졸업사진은 모두 찍었으니까요. 그때만 해도 졸업사진을 전동성당을 비롯해서 경기전, 오목대 등 전주 명소에서 찍어서 출장 촬영을 많이 나갔지요. 사진관이 제일 붐볐던 때는 명절이었습니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이나 설날에는 아침부터 가족사진을 찍는 손님들이 참 많이 왔어요. 명절 하루 찍은 사진이 다 나올 때까지 20여 일이 걸렸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만큼 힘도 들었지만, 제 ‘스마일!’ 한마디에 가족들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눈이 잘 안 보이는 분들이 오신 적이 있어요. 예나 지금이나 사진은 실제 모습보다 잘 나오길 바라잖아요? 그래서 그분들 사진을 찍고 연필이랑 칼로 필름을 긁어서 눈을 자연스럽게 조금씩 고쳐 드렸습니다. 요즘 말로 포토샵 작업을 한 거예요. 그분들이 무척 만족해하면서 손님들을 많이 데려오셨어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라도 가장 멋지고 예쁜 모습을 담아 주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 도시의 풍경을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으로 긴 세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사진관집 딸, 옛 사진을 시민들과 공유하다김순영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아버지와 오목대를 비롯해 한벽루, 덕진공원, 다가공원, 완산칠봉 등 전주 곳곳을 참 많이 다녔던 기억이 나요. 사진을 찍던 아버지 덕에 ‘한벽루 철길에서 남동생과 함께한 모습’과 ‘덕진공원에 놀러 갔었던 일’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습니다. 전주의 옛 모습은 물론, 지금은 사라진 곳들의 모습도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거예요. 아버지의 옛 사진을 보면 자연스럽게 추억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지금처럼 한옥마을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때 한벽루와 오목대를 찾으며 어린 마음에 무서웠던 기억도 떠올리게 된답니다. 가족사진뿐만 아니라 행사 사진도 참 많이 찍으신 아버지 덕에 재미난 구경도 많이 했어요. 1970년대 당시 시청이 미원탑 근처에 있었는데요, 그때만 해도 석가탄신일을 비롯해 전라북도가 무슨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 종합경기장에서 시청까지 카 퍼레이드를 했어요. 아버지를 따라가서 오거리에서 고적대가 공연하는 모습을 구경 하는데 얼마나 재미났는지 몰라요. 그런 추억들을 떠올리며 아버지에게 전주시에 사진을 기증하자고 말씀을 드렸어요. 사진으로나마 전주시민들과 옛 전주의 모습을 공유하고 싶었거든요. 우리 집의 역사가 전주의 역사가 된다는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찍은 빛바랜 사진을 보며 모두 저처럼 추억에 잠길 순 없겠지만, 잠시나마 가슴 따듯한 순간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김낙준(81) 어르신은 전주 시내에서 1967년부터 2008년까지 현대사진관을 운영했다. 김낙준, 김순영 부녀는 사진관을 운영하며 찍은 사진과 추억이 담긴 가족사진 등을 전주시에 기증했다.
2020.09.07
#오거리
#현대사진관
#전주명소
전주 밖 전북
전주에서 부안까지
은막 위의 눈부신 여정
영화 도시 전주의 중심,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올해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오른 영화 . 놀라운 건 한국 영화사에서 기적과 같은 성과를 거둔 이 작품이 전주를 주 무대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봉준호 감독이 촬영을 위해 점 찍은 곳은 바로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치밀한 섬세함으로 소문난 봉준호 감독이기에 그곳을 선택한 것도 다 계획이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촬영 현장으로 떠나 본다.전주 원상림 마을에 진입해 영화종합촬영소로 들어가니 두 동의 실내 스튜디오가 눈에 들어온다. 요란하게 울리는 망치 소리를 따라가 보니 박보검, 배수지 주연의 영화 촬영을 위한 세트 제작이 한창이다. 실내 스튜디오 너머에는 만오천 평 규모의 실외 세트장이 조성돼 있는데, 바로 이곳이 에 나오는 저택이 있던 자리다. 이전에도 이미 이곳에서 최동훈 감독의 , 류승완 감독의 , 박찬욱 감독의 등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명감독들의 대표작들이 촬영됐다고 하니 전주영화종합촬영소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영화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서두르지 않으면 촬영 예약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을 계기로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서 영화를 만들면 대박 난다는 공식이 생기지 않을까? 앞으로 이곳에서 촬영하는 감독 중에 또 다른 봉준호 감독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옛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매력, 전주동물원촬영소를 나와 향한 곳은 전주동물원이다.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전주동물원은 동물원을 소재로 하는 한국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지역의 촬영 명소이다. 최근에도 동물 없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직원들이 동물로 위장 근무를 한다는 다소 엉뚱한 내용의 영화 , 사고를 당해 갑자기 동물들의 말을 듣게 된 비밀요원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등이 촬영을 위해 전주동물원을 찾았다. 전주동물원이 가진 촬영지로서의 매력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전주동물원만이 가진 꾸미지 않은 친근한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전주동물원은 지방동물원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동물원으로 어린 시절 솜사탕처럼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아련함을 간직하고 있다. 동물원 내에 있는 전주드림랜드는 동물원 규모에 비해 다소 빈약해 보이지만 와 같은 영화 촬영장소로 얼굴을 비춘 곳이다. BTS의 큰 히트곡인 의 뮤직비디오에도 드림랜드가 나온다고 하여 찾아보니, 있다. 회전목마! 대한민국 영화의 숨은 공신, 부안영상테마파크전주에서 차로 한 시간 조금 더 달려 부안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대한민국 영화사를 새로 쓴 나 , 와 같은 천만 관객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가 있다. 바로 이곳 부안영상테마파크가 그 주인공이다.부안영상테마파크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조성한 대규모 영상촬영단지이다. 또한 용인의 민속촌처럼 사극 촬영에 최적화된 세트장을 갖추고 있다. 도성 사대문을 본뜬 거대한 성문을 통과하니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민속촌, 기와촌, 평민촌, 저잣거리 등 구역별로 조성돼 있다. 왕궁을 지나 기와촌에 들어서면 양반가, 서원, 서당 등이 나오고 이어지는 평민촌에는 도요촌, 한방촌, 공예촌이 있는데, 우물, 장독대, 서낭당 등 사극 촬영에 꼭 필요한 소품들까지 세심히 조성해 놓았다. 현재 이곳은 보수공사를 위해 임시 휴장중이다. 재단장을 마치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와 연계한 체험시설로도 쓰일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바람은 영화 세트장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새만금이번 여정을 마무리할 즈음 갑자기 새만금의 낙조가 보고 싶어졌다. 사연이 있다. 서울에서 기약 없는 시나리오를 쓰며 생활하던 시절, 답답한 마음에 두 시간여를 쉬지 않고 달려 변산 해변에 갔었다. 늦은 오후, 홍싯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 바다를 가르며 아득히 뻗어 나간 새만금방조제가 보였다. 해가 지는데 망둥이인지 뭔지 모를 물고기들이 퍼덕이며 뛰어오르는 게 초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무언가 스러져 가는 사이, 또 무언가는 힘차게 솟아나는 기이한 풍경 속에 묘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 인상이 꽤 강렬했나 보다. 내 첫 영화의 배경에 해 질 녘 변산 해변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새만금은 여전히 이국적이다. 34km에 이르는 방조제와 주변에 펼쳐진 광활한 간척지가 만들어 내는 풍광을 바라보니 왜 이곳이 매력적인 영화 촬영지로 주목받는지 알 것 같다. 최근 개봉한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 의 화산 폭발 장면도 바로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영화 외에도 새만금은 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소문나 최근에는 그들의 팬클럽인 ‘아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글 김광복│영화감독전주에 살며 영화를 만든다. 단편영화 , , 장편영화 의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스트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
#김광복
#기생충
#미스터주
#백두산
전주밥상
그리운 엄마 손맛 천년 누리봄
집밥처럼 푸근하고 넉넉한 맛그 옛날 주막의 풍경이 이랬을까? 풍채 좋은 한옥의 널찍한 마루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사는 그 자체로 풍류다. 한옥마을 안에서도 유독 예스런 멋이 넘치는 이곳에서라면 소박한 차림이라도 진수성찬이 따로 없을 듯하다. 햇볕 따가운 여름날 지친 입맛 달래기에도, 비 오는 날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기에도 그만인 곳이 바로 ‘천년 누리봄’이다.이곳은 맛의 비법으로 ‘엄마의 손맛’을 내세운다. 한 접시, 한 접시에 우리네 어머니들이 수십여 년 다져온 솜씨가 배어 있는 것. 자식들 먹일 밥 차릴 때의 마음으로 쌀을 씻어 밥을 짓고, 정성 어린 손길로 식재료를 다듬는다. 그 모정이 곧 비법이고 노하우일 터. 또한 생활한복 곱게 차려 입은 푸근한 인상의 어머니들이 내주는 음식이니 수저를 들기도 전에 군침이 고일 만도 하다. 든든한 백반에서 막걸리 한상까지도가니탕과 떡국, 비빔밥과 제육덮밥 등 차림새부터 전주시민의 입맛을 자극한다. 이름 하여 ‘행복한 밥상’이라는 백반 메뉴는 이름만 들어도 배가 든든해진다. 이 집의 인기메뉴로는 ‘막걸리 한상’을 꼽는다. 속을 데우는 뜨끈한 탕을 상 가운데에 놓고, 철따라 절기따라 달라지는 기본안주로 상을 가득 채운다. 겨울에는 과메기, 여름에는 오이냉채 그리고 꽁치찜, 전류, 돼지껍데기, 도토리묵무침을 비롯한 15가지 안주에 젓가락이 분주해지고 잔을 비우는 속도도 덩달아 빨라진다. 해물을 아낌없이 썰어 넣은 파전도 당연히 막걸리와 안성맞춤. 어느 반찬 하나 허투루 차린 게 없다. 그러니 친구들과의 술자리나 가족들과의 저녁식사는 물론이고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격식 있는 자리로도 손색없다.‘천년 누리봄’은 노인 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문을 연 식당이다. 상호의 ‘천년’은 천년고도 전주를 상징하며, ‘누리봄’은 ‘봄이 다시 환하게 온다’는 의미의 순우리말이다. ‘제2의 봄’을 꿈꾸는 60세 이상의 어르신들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먹이고 싶은 밥일 것이다. 그것이 이 식당이 지향하는 맛이다. 할머니, 어머니가 자식과 손주에게 차려주듯 먹는대로 영양이 되는 건강한 맛 말이다. 가족적인 분위기에 반해 다시 발걸음을 하는 손님들이 늘면서 단골손님도 많아졌다고.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며 지은 밥이니만큼 밥을 먹는 사람도 귀한 대접을 받는 기분이다. 배도 든든해지고 마음도 넉넉해지니 일석이조 아닌가.가정식 백반의 참맛이 그리울 때, 막걸리에 안주 한상 푸지게 먹고 싶을 때, ‘천년 누리봄’을 찾아보자. 천년 누리봄위치 | 전주시 경기전길 38-8 문의 | 288-8813영업시간 | 오후 4시~오후 11시(일요일, 설·추석명절 휴무)
2020.09.04
#천년누리봄
#엄마의손맛
#행복한밥상
#막걸리한상
자전거를 타자!
전주의 봄날은 자전거로 즐기기에 제격이다. 봄빛 어린 천변을 따라 곳곳으로 이어진 자전거도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고, 봄볕을 쬐다 보면 마음 한곳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와 피로가 사르르 풀린다.자전거가 없다고 걱정하지 말자. 전주에는 자전거를 쉽게 빌릴 수 있는 전주공영자전거가 준비되어 있다. 또한, 예기치 못한 사고를 예방해 줄 전주 시민 자전거보험과 시민 누구나 자전거 연습이 가능한 천변 생태자전거 놀이터, 여기에 전주 마실을 떠나기 좋은 ‘전주 명품 자전거 코스 7곳’까지,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 덕분에 전주에는 ‘자전거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시민들뿐인가. 편리하고 안전한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자전거정책과를 만들어 자전거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전주시의 노력은 대한민국 대표 자전거축제인 ‘2020 대한민국 자전거축제’로 결실을 맺었다. ‘2020 자전거의 날’을 맞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자전거를 시민들이 널리 이용할 수 있도록 논의하는 정책토론회와 함께 어린이들을 위한 자전거 안전 체험 행사와 자전거 대행진 퍼레이드, 각종 문화 공연 등이 열릴 예정이다.두 발로 힘껏 페달을 굴리는 만큼 나아가는 자전거처럼, 봄 역시 느리지만 행복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전주의 봄을 자전거 타며 천천히 즐겨 보자.
#자전거
#자전거도로
#공영자전거
#자전거보험
두 바퀴로 떠나는전주 한 바퀴
달리는 즐거움에 빠지고 싶다면, 기린대로 자전거 길조촌교차로~금암광장~시청~전주향교까지 11.5km 구간은 자전거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시민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 기린대로를 따라 자전거도로가 일직선으로 뻗어 있어 탁 트인 풍경에 가슴이 시원해진다. 목적지인 전주향교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한옥마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조촌교차로-호남제일문-추천대교-종합경기장 -시청-전주향교(11.5km)전주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백제대로 자전거 길전주를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첫인상을 심어 주는 곳. 전주역 첫마중길에서 시작되는 8.4km 코스에는 특별한 한 가지가 더 있다. 전주역~꽃밭정이사거리로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55호 전주 삼천동 곰솔이 푸르게 펼쳐진 곰솔나무길공원을 만날 수 있다. 첫마중길-종합경기장-효자광장사거리-꽃밭정이사거리(8.4km) 숙련된 라이더라면, 혁신도시 자전거 길월드컵경기장~도도동~득룡교까지 8.3km 이어지는 자전거 길은 숙련된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추천하는 곳이다. 길게 이어진 자전거 전용도로를 통해 상쾌한 봄바람과 속도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잠시 여유를 갖고 수목원에 들러 활짝 핀 봄꽃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즐기면 달리는 재미를 더할 수 있다.전주수목원 - 기지제-국민연금공단-한국농수산대학(8.3km)영화 같은 풍경을 즐기는, 만경강 길·바람쐬는길4코스 자전거 길은 만경강에서 시작된다. 아름다운 자전거 길로 라이더들에게 인기가 많은 만경강 코스를 거쳐 다가공원, 한벽당, 치명자산을 거쳐 바람쐬는길을 따라 월암교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관광, 레저, 여가가 어우러진 복합형 코스다.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에 나선 가족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좋은 곳이다. 만경강-추천대교-백제교-다가교-치명자산주차장-월암교(19.8km) 강바람 따라 달리는, 삼천 자전거 길전주의 대표 녹지 공원인 삼천 하천 산책로를 따라 조성된 10.6km 코스다. 천변 억새와 시원한 봄바람 등 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도심 속 높은 빌딩 숲과 전방으로 모악산 자락이 한눈에 펼쳐지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조명 시설이 잘되어 있어 야간에도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서곡교-마전교-이동교-세내교-삼천교-모악산 자락길(10.6km) 문화와 역사를 만나는, 박물관 자전거 길문학대공원을 따라 전주역사박물관까지 어우러진 4.1km의 자전거 길은 문화와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전주역사박물관은 자동차 출입이 제한돼 어린이도 자전거를 타기에 안전한 곳이다. 일정에 따라 역사박물관에서 다양한 강연, 체험 등을 즐길 수 있으니 우리 가족 주말 나들이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홍산교(문학대공원)-전라북도청-전라북도교육청-전주역사박물관(4.1km)도심 속 자연을 누리는, 건지산 자전거 길미세먼지 걱정을 날릴 자연친화적 코스인 4.1km의 이 코스는 자전거 라이딩뿐만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있다. 덕진공원을 지나는 조경단로와 건지산 숲속 자전거 길, 생태동물원으로 다시 태어난 전주동물원, 전주천과 이어지는 가련교 등 쾌적한 자연환경에서 건강한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동물원-건지산 입구-동물원 삼거리-가련교(4.1km)
#자전거길
#라이딩
#전용도로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 ‘자전거는 내 운명’
건강을 되찾아준 고마운 자전거소원국 │ 62·자전거동호회장건강만큼은 자신 있던 제가 어느 날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어요.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쉽게 즐길 만한 운동을 찾던 중, 지인 추천으로 자전거를 시작하게 되었지요. 덕분에 건강도 되찾고 지금은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회식이나 계 모임은 빠져도 주말마다 동호회 라이딩에는 빠지는 일이 없을 정도니까요. 이번 주말엔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으로 자전거 마실 한번 다녀오세요. 유류비도 절약하고 건강은 물론 덤으로 환경 개선에도 이바지할 수 있답니다. 두 바퀴로 만드는 일자리와 행복 박준홍 │ 53·덕진지역자활센터장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배운 자전거는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자전거를 타고 있고, 덕진지역자활센터에서 전주시 공영자전거 위탁운영을 하면서 자전거로 일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두 바퀴의 행복’이라는 사업을 통해 버려지는 자전거를 수거·재활용해 어려운 이들에게 기증도 하고 있지요. 앞으로도 자전거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4월부터 열리는 ‘전주시민 자전거 행진’에도 많은 시민이 참여해 함께 라이딩을 즐길 수 있길 바랍니다. 자전거 여행으로 일상에 활력을남정현 │ 43·직장인저는 지인들과 전주의 자전거 길을 돌며 전주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하고 자전거 여행이 주는 즐거움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은 ‘성취감’입니다. 체력적인 한계에 도전하고 극복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지요. 이러한 성취감은 매일 똑같은 일상에 변화와 활력을 주는 계기가 됩니다. 언젠가 한번은 맘먹고 전주 자전거 코스 전 구간을 돌아보기도 했어요. 약 4~5시간에 걸친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끝까지 완주해 냈을 때의 그 짜릿함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거 같아요. 아직은 실력이 부족해 참여를 망설이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자전거 대회에도 출전해 보고 싶어요. 등하굣길 함께한 평생의 친구박홍철 │ 20·예비 대학생저는 주로 등하굣길이나 가볍게 산책 삼아 동네 한 바퀴를 돌 때 자전거를 이용하는데요. 상쾌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등교할 때도, 저녁별을 바라볼 때도 자전거는 곁에서 늘 함께해 주는 소중한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제가 ‘홍철아 뭐 하니?’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등하굣길을 비롯해 자전거와 함께한 일상들을 영상으로 제작해 올린 적도 있습니다.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지금처럼 계속해서 자전거로 등하교할 계획입니다. 자전거는 평생을 함께할 나의 동반자니까요. 자전거는 심신을 치유해 주는 의사김관태 │ 44·자전거 안전교육 강사저는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자전거 안전교육 강사를 맡아 진행하고 있어요. 주로 안전모 착용, 횡단보도 및 인도 안전주행요령, 간단한 수리요령 등을 가르치고 있지요. 아버지께서 40년간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하셨고, 형님 두 분도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할 만큼 온 가족이 자전거 마니아라서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저에게 자전거는 ‘의사 선생님’입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전거를 타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치유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죠. 전주시민 여러분도 자전거를 타며 심신을 치유하고 삶의 여유를 만끽해보시길 바랍니다. 40년 동반자, 나는 자전거 척척박사문동식 │ 60·자전거 대리점 운영 저는 40여 년 동안 전주에서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 타는 것뿐만 아니라 기계 만지는 걸 좋아했어요. 자전거를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스스로 기술을 익혔습니다. 처음엔 멀쩡한 자전거도 많이 망가트렸지만, 그렇게 시작한 것이 이렇게 평생의 업이 되었네요. 지금은 한눈에 봐도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있는 ‘자전거 척척박사’라고 자부하고 있어요. 저는 주위 동호인분들에게 항상 안전을 강조합니다. 자전거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헬멧은 꼭 착용하시고, 장거리 라이딩을 가실 경우엔 꼭 가까운 대리점에서 점검을 받아 보시길 바랍니다. 자전거 타는 도시를 만드는 꿈고재용 │ 59·한국자전거과학기술원 원장제가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여 년 전 초등학교 운영위원을 맡게 되면서부터였어요. 그때는 안전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 아이들의 자전거 이용 환경이 너무나 위험했죠. 이를 계기로 자전거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의 필요성을 느꼈고, 동호회 행진 등 다양한 안전캠페인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5년부터 사단법인 한국자전거과학기술원을 열게 되었어요. 현재는 전주시 자전거 다울마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자전거 타는 도시 전주를 만드는 일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더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시가 되길 바랍니다.
#두바퀴의행복
#라이프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회적 연대
여럿이 모여 하나가 되는 '연대'의 몸짓이 늦은 봄을 깨운다. 일상의 속도가 느려지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진 올해 봄, 코로나19 재난 상황에도 꽃은 어김없이 피고 지고, 나무마다 푸른 잎이 물들어 가는 계절이 왔다. 전주에서는 꽃이 진 자리에 사람의 정이 피어나며 어느 해보다 아름다운 5월을 맞이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회적 연대를 통해 마음의 거리는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주세요.”, 푼푼이 모은 돈이 들어 있는 돼지저금통을 기부한 익명의 시민, 평생 흘린 땀이 담긴 퇴직금을 기부한 택시기사, 코로나 위기 극복을 응원하는 120개의 포스터를 그린 중학교 아이들, 결혼식 비용을 취약계층에 기부한 신혼부부, 자신의 아이에게 지급된 아동돌봄쿠폰을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내려놓은 다둥이 아빠까지, 손에서 손으로 전하는 기부 행렬에 봄기운이 번진다. 공동체와 지역사회 연대도 곳곳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착한 소비 캠페인과 지역 농가를 돕는 농산물 상생 꾸러미 사기 운동 등 각양각색 공동체가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전북대·전북은행·국민연금 등 지역 기관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지역사회 연대도 훈훈함을 더한다. 전주 경제 살리기 캠페인을 위해 '함께하트' 로고를 만들어 재능 기부를 해 준 디자이너와 예술가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시민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진다. 이렇듯 '함께'의 가치가 전주를 전주답게, 5월을 5월답게 무르익게 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회적 연대, 그들이 일구는 따뜻한 풍경으로 함께 들어가 본다.
2020.09.02
#코로나19
#사회적연대
#위기극복
전주에서 남원까지
정원, 도시에 자연의 시간과 공간을 담다
계절의 물감을 흩뿌려 놓은 전주수목원 가장 먼저 계절을 느끼고 싶다면 1974년에 조성된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을 찾을 일이다. 요즘은 "봄날은 연둣빛 물감을 흩뿌리며 온다"라는 어느 시인의 감탄사를 비로소 실감할 수 있는 때다. 5월이 되면 정문 양쪽으로 줄지어 터널을 이루고 있는 이팝나무가 하얀 꽃구름으로 떠 있는 경이로운 자태를 선보일 예정이다. 수목원이 자랑하는 제1 절경이다. 수목원 중앙의 랜드마크 광장에도 5월이면 신비로운 색감과 모양을 가진 알리움이 만발한다. 광장 아래로 허브원을 지나면 습지식물이 자라고 있는 연못이 펼쳐진다. 수목원 전체가 포토존으로서 손색이 없지만 인생 샷을 찍을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단연 이곳 수생식물원의 풍경 쉼터다. 유리온실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6월이 되어 어디선가 진한 꽃향기가 진동한다면 최근 조성된 장미원으로 발길을 옮겨 보자. 수천 품종의 아름다운 장미는 동서양의 장미 원종을 교잡해 만든 결과물이다. 이러한 의미를 되새겨 새롭게 조성한 장미정원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이색적인 모습으로 조성되어 있다. 전주에서 정원을 조성하고 싶은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그리고 자주 찾아야 할 곳이 바로 전주수목원이다. 이곳 수목원에서 자라고 있는 3천600여 종의 식물은 내가 조성하고 싶은 정원에 심어도 잘 자라줄 수 있는 식물들이니 정원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곳보다 좋은 스승은 없다. 연꽃과 창포의 전통 정원을 품은 덕진공원 전주시민이라면 저마다 덕진공원과 관련된 추억 하나쯤을 안고 산다. 전주를 찾는 외지인들은 한옥마을을 먼저 떠올리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는 덕진공원이었다. 단오 즈음의 창포와 한여름 홍련과 백련이 드넓은 덕진호수를 가득 메운 모습은 공원을 찾아오는 모두를 감탄하게 만드는 장관을 연출한다. 4월에 찾은 덕진공원에 연못을 가로지르는 연화교와 연화정은 사라지고 없었다. 40년 비바람을 견디며 수명을 다한 것이다. 대신 그 자리에는 덕진공원을 가장 한국적인 전통정원으로 만들어 줄 새로운 연화교와 정자가 조성되고 있다. 연화교는 기존 현수교 형태에서 전통 석교 기법으로 가설된다. 길이 283m, 폭 3.06m로 그동안 비좁은 현수교 위에서 연꽃을 스치듯 바라보고 지나쳐야 했던 아쉬움이 조금은 덜어질 듯싶다. 연화정은 연못 중앙부의 섬을 넓힌 후 393㎡ 규모의 전통 한옥 형태로 신축된다. 한옥 주변에 전통 정원이 조성되고 와담을 두르고, 누마루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연꽃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도 허락된다고 하니 덕진공원이 옛 명성을 되찾는 일도 멀지 않았다. 연화교는 올해 7월, 연화정은 연말 완공 예정이다. 전통 정원 양식의 모체, 남원 광한루원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처럼 봄꽃을 활짝 피운 남원 광한루원은 달나라 항아가 사는 월궁을 본떠 광한루라 이름 지었다고 전해진다. 광한루원은 신선의 세계관과 천상의 우주관을 표현한 우리나라 제일의 누각 정원(누원)이자 전통 정원 양식의 모체로 평가받고 있다. 광한루 앞 호수는 남원 시내를 흐르는 요천의 맑은 물을 끌어와, 주변에 석축을 쌓은 후 동서로 긴 장방형의 형태로 만든 것이다. 이것은 하늘의 은하수를 지상에 옮겨 놓음을 상징한다. 조성 당시에는 연꽃을 가득 심고 견우와 직녀가 칠월 칠석에 단 한 번 만난다는 오작교를 놓았다. 이 돌다리에는 무지개 모양의 아치 네 개가 있어 양쪽 물이 서로 통하게 했고, 400년 넘은 짙은 초록의 버드나무는 멋스러움을 더해 준다. 광한루원의 누각과 정자 대부분이 정유재란 때 소실된 것을 복원한 것과 달리 오작교는 처음 만들어진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데, 현존하는 우리나라 연지교 중 가장 큰 규모이자 한국 누원의 아름다운 경관을 대표하는 다리로 손꼽힌다. 광한루의 낮이 새소리와 물소리가 잔잔하게 들리는 초록의 세상이라면, 밤은 호수 위로 비친 은은한 반영이 멋을 더해 황홀한 야경을 선사한다. 봄의 마지막 자락이 여름을 향해 나풀댄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더는 의미 없어지는 날, 숨을 옥죄는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도심 속 정원을 찾아 맘껏 맑은 공기를 들이켤 날이 빨리 와 주길 기대해 본다. 글 강유정│전북플라워가든연구소 대표 꽃과 정원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전북혁신도시에서 '타샤스쿨'을 운영하고, 2018년 순천만국가정원공모전에서 비빔밥을 모티브로 한 정원을 조성해 일반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전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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