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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사람
장애견 입양한 양연주 씨
다홍아, 우리에게 와 줘서 고마워
공고번호 00726이 다홍이가 되기까지 양연주 씨가 다홍이를 처음 본 건 동영상을 통해서였다. 서너 마리 정도의 개들이 생활하는 뜬장 한구석에 조그만 개 한 마리가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자기를 봐달라고 팔짝팔짝 뛰는 다른 개들과 달리 녀석은 미동도 없었다. 마치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처연했던 그 모습이 양연주 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임시 보호를 자처한 것이다. 이미‘반달’이라는 반려견이 있었지만, 녀석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2020년 9월 18일 양연주 씨와 유기견의 인연은 시작됐다. ‘공고번호 00726’이라 불린 유기견에게는‘다홍’이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줬다. “순한 이름은 지어주고 싶지 않았어요. 붉은 다홍색처럼 화려하게, 기운 넘치게 살아가길 바랐거든요.” 사실 다홍이는 구조 당시부터 병을 껴안고 있던 상태였다. 다리와 갈비뼈는 부러져 있었고, 귓병과 피부병에 심장 사상충까지 감염돼 있었다. 다행히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200만 원의 치료비가 모금됐고, 다홍이의 치료도 시작됐다.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병원을 오가며, 지극정성으로 다홍이를 돌본 양연주 씨. 비록 오른쪽 앞다리에 장애가 남았지만, 뜬장에서 나올 때 1.6kg이던 다홍이는 어느새 3.2kg이 될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 됐다. 무려 두 배가 넘는 무게. 양연주 씨가 찌운 사랑의 무게인 셈이다. 해외 입양 대신 가족의 품으로 임시보호자와 보호견으로 만난 양연주 씨와 다홍이. 두 사람에게도 이별의 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함께 지낸 지 10개월이 됐을 무렵. 다홍이를 구조한 분으로부터 해외 입양 권유를 받게 된 것이다. 다홍이의 나이는 12살. 노령에 장애를 안고 있던 탓에 국내 입양 문의가 전혀 없던 상황이었다. 기댈 곳은 해외 입양밖에 없었지만 양연주 씨는 걱정이 앞섰다. “12살이니까 해외에 더 못 보내겠더라고요. 살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그 먼 곳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나 싶었어요. 낯가림도 심한데, 낯선 곳에 가서 어떻게 지내나 걱정도 되고요.” 해외 입양을 정중히 반려하고, 국내 입양을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입양 문의는 0건. 그 사이 양연주 씨는 다홍이에게 평생 가족이 돼주기로 마음먹었다. 다홍이가 장애견과 노령견이라는 사실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치료 과정에서 생긴 장애는 오히려 입양에 대한 결심을 굳히게 했다. 다른 유기견보다 도움이 필요한 다홍이를 품는 게 맞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가진 입양처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익숙한 사람과 공간 속에서 다홍이가 여생을 보내게 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홍이는 양연주 씨 가족 안에서 한층 밝아졌고, 편안해졌다. 구석에만 웅크리고 누워서 곁을 안 주던 다홍이가 문 앞으로 달려 나와 꼬리를 흔들고, 스스럼없이 양연주 씨 머리맡에 누워 잠이 든다. 또 다른 반려견‘반달’이와는 단짝이 됐다. 좁디좁은 뜬장에서는 감히 꿈꾸지 못했던 행복한 다홍이의 인생이 펼쳐지고 있는 중이다. 다홍이로 인해 더 활발해진 봉사 활동 요즘 양연주 씨의 행복은 다홍이에게서 나온다. 산책하러 나가면 마치‘언니 나 행복해요’라고 말하듯 환하게 웃는다는 다홍이.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양연주 씨의 행복감은 최대치로 오른다. 작은 강아지가 건네주는 사랑의 값이 제법 크다. 자고로 받은 사랑은 돌려주는 것. 양연주 씨는 다홍이를 만나기 전부터 해오던 유기견 봉사활동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단순한 후원에 그치지 않고, 보호소를 찾아가 청소를 하고, 유기견들의 입양처를 찾아주는 일도 도맡고 있다. “힘들었던 강아지들이 좋은 가족을 만나고, 유기견이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요. 봉사하는 보람도 크고요. 그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게 다홍이에요.”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유기견 입양을 권유하지 않는다. 다홍이처럼 장애가 있든 없든 유기견이 가진 조건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가족을 들인다는 마음으로 보호소를 찾은 사람에게만 다리를 놔준다. 까다롭지만 그것이 유기견도 사람도 함께 행복해지는 길이라 믿는다. 유기견들의 동반자 양연주 씨. 그녀의 바람은 하나다. 더 많은 다홍이들이 자신을 가두던 뜬장에서 벗어나 가족 곁에서 따뜻한 봄을 맞이하기를. “보통 장애견은 돌봐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함께해보면 알아요. 살아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된다는 걸 말이에요” 반려동물과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특별한 사연을 편집팀(063-281-5026)으로 추천해 주세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려 드립니다.
2022.02.25
#다홍이
#장애견
#반려동물
전주 그곳
남문소리사&남문소릿길
오래된 추억을 재생시키는 가게
추억을 재생시키는 손, 남문소리사어슴푸레한 새벽빛이 밝아오는 오전 여섯 시, 남문소리사의 사장 최철식 씨는 평화동에서 남부시장까지 걸어오며 아침잠을 깨운다. 매일같이 같은 길을 걸어온 지 어느덧 반백 년, ‘사람만 빼고 다 고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화려한 ‘손의 내력’을 자랑한다. 음향기기뿐만 아니라 TV, 밥솥을 비롯해 갖가지 살림살이가 그의 손을 거쳐 갔다.군대에서 통신병으로 복무하며 음향기기와 첫 연을 맺었다는 그. 이후 라디오학원에 보내 달라는 동생의 부탁을 들어준 일이 그를 자연스레 소리사의 길로 안내했다. 국내산 라디오가 한창 생산되던 1970년대에는 전주 시내를 통틀어 전파사와 소리사가 80여 곳에 달했다. 세월이 흘러 하나둘 문을 닫은 뒤에도 남문소리사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그가 꿋꿋이 지켜온 ‘신용’ 때문이었다. 값이 싸고 고장이 빠른 물건이 아닌, 바른 물건만을 정정당당히 판매하는 것도 그의 신념이다.더는 부품이 생산되지 않아 고치지 못하는 옛것들을 돌려보내지 못하는 까닭이 있다. 물건마다 담긴 사연을 듣노라면, 제아무리 명이 다한 것이라도 쉽게 버릴 수 없다. 첫 월급으로 사서 간직해온 애장품에는 설렘이, 부모님이 남겨주신 유품에는 그리움이 스며들어 있다. 이렇듯 물건의 값어치는 쓸모로만 책정할 수 없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지만, 손에 익고 정이 들어 차마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가게 한구석에 가득하다. 추억을 매개로 소통하는 동안 사람과의 정도 퍽 깊어졌다. 대를 이어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은 물론이고, 전국 곳곳에서 물어물어 찾아온 손님들 한 분, 한 분이 귀하다. “우리 집 한 번 오면 다른 집 안 가요.” 웃으며 말하는 최철식 씨가 그저 미덥다. 40년 넘게 꼬박꼬박 쓴 일지에는 그날 다녀간 손님과 수리하고 판매한 물품의 내역뿐만 아니라, 주변 이웃, 나아가 세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한 소회가 담겨 있다. 개인적인 기록을 넘어 역사적인 가치가 충분한 사료이다.추억이 드나드는 길, 남문소릿길어린 시절부터 최철식 씨의 장사철학을 보고 배우며 자란 아들 최정완 씨. 아버지의 뜻을 따라 토목과에서 전기과로 전공을 옮겨 졸업한 뒤 가업을 물려받았다. 수리 장인이신 아버지와 한복 바느질을 평생의 업으로 삼으셨던 어머니의 손재주를 물려받은 그는, 가업을 이어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큰 목표를 향해 한 발짝 내디뎠다. 청년들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점포를 내어주기 위해, 남문소리사의 창고로 쓰이던 오래된 건물을 뼈대만 남기고 리모델링해 남문소릿길이라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이곳은 남문소리사의 명맥을 이어갈 ‘길’이며,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첫발을 뗄 ‘길’, 그리고 세대를 뛰어넘어 많은 이들의 추억이 드나들 ‘길’이다. 또한, 갈수록 사람의 발이 뜸해지는 남부시장으로 안내하는 ‘길’이기도 하다.1층에 자리한 10곳의 점포에는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맛볼 수 있는 퓨전요릿집을, 2층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열정과 재능을 펼칠 무대를, 지하에는 입주자들이 공유하는 공간을 꾸릴 계획을 세웠다. 한쪽에는 옛것의 가치를 알리는 문화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라디오부터 레코드판, 카세트테이프, 녹음기 등 옛 시절의 음향기기를 전시하고 사라져가는 소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그가 그린 밑그림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좋고 아이들을 데리고 와도 좋은 공간, 그리하여 3대가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꿈이 머지않았다. 나아가, 장학재단을 설립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남문소릿길을 지은 궁극적인 목표이다. 이는 무일푼으로 장사를 시작해 힘겹게 자수성가하신 부모님의 업적을 기리는 일이다. 전주에서 가장 오래된 소리사인 남문소리사와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남문소릿길. 묵묵한 걸음으로 백 년을 채우고, 대대손손 새 백 년을 이어갈 가게. 구시대와 신세대의 벽을 허물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공존시켜 3대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오래도록 자리하길 바란다.남문소리사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1길 19문의 l 063-288-4097
#남문소리사
#남문소릿길
#전파사
#소리사
더 늦기 전에, 지구
에너지 효율 좋은 제품, 더 건강한 지구를 만든다
전주시 에너지센터, 에너지 효율 제품 보급사업 전주시 에너지센터가 주택 및 건축물의 에너지 절감과 효율을 향상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 제품 보급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지원하는 에너지 효율 제품은 열 차단 필름, 실링팬, 고효율 LED 등, 차열 페인트까지 4종류다. 효용성이 확실하면서도 비교적 시공이 간편한 제품들이므로, 혹시라도 설치 방법이 복잡하거나 공사 기간이 길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열 차단 필름은 실내 창문에 부착할 때 투명함은 유지하면서 가시광선과 태양열을 차단해 최대 30%까지 냉방효율을 상승시킨다. 실링팬은 공기 순환을 도와 냉난방 양쪽에서 최대 20~30%의 에너지를 절감한다. LED 조명은 기존의 형광등보다 수명이 길고 전력 소비가 적어 1년에 57,000원 정도의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여름에는 최대 60℃까지 건물 표면이 달궈지는데 차열 페인트를 시공한 쿨루프(cool roof)는 태양열을 반사해 건물 표면 온도를 약 15℃까지 낮춰 건물 내부를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게다가 방수 기능까지 있으니 여름철 대비에 일석이조다. 에너지 효율 제품 보급사업의 지원을 받으려면 신청자는 먼저 탄소 중립 및 기후 위기에 관한 교육을 받는다. 교육은 총 3회 차로 3월 26일, 3월 29일, 4월 1일에 진행되는데 1회는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미참석 시 지원이 취소될 수 있다. 교육 이수 후 에너지 효율 제품 설치비용의 60%가 지원되는데, 일반 가구는 단일 품목으로 최대 1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리모델링 가구에는 150만 원 한도 내에서 4개 품목이 다중 지원된다. 시공은 4~6월에, 지원금은 시공 완료 후 6월 6일에서 16일 사이에 지급한다. 에너지센터는 총 150가구에 에너지 효율 제품을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품 시공을 완료한 가구에는 ‘에너지 효율 좋은 집’ 인증이 이뤄질 예정이다. 접수 기간은 3월 16일부터 23일까지이며 예산 내에서 선착순으로 선정된다. 1년 이상 거주하고 향후 2년 이내 이사 계획이 없는 전주 관내 가구라면 참여할 수 있다. 전주시 에너지센터 홈페이지(www.eturn.or.kr/) ‘지원사업’ 게시판의 해당 게시글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이메일(jjecenter@daum.net) 또는 팩스(063-900-2432)로 신청하면 된다. 탄소 중립 시대, 에너지 절감이라는 전 인류적 숙제에 동참하고픈 전주 시민이라면 신청을 서두르자. 문의┃전주시 에너지센터(063-905-4100~3)
#전주시에너지센터
#에너지효율제품보급사업
#실링팬
#탄소중립
기획 특집
도서관의 시작, 금암·다가여행자도서관
전주 최초 도서관의 변신, 금암도서관1980년 4월 15일 개관한 금암도서관은 전주시 최초의 시립도서관이다. 당시 중앙일보와 동양방송이 전주시 문화 발전을 위해 기증한 건물인 것. 그 후 40년 가까이 금암도서관은 수많은 학생들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치열한 20대를 보내는 곳이자 공부를 하며 내일에 대한 꿈을 키워온 곳이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도서관도 나이를 먹었고, 지난 1년여간 리모델링을 통해 완전히 달라진 새 옷을 입고 새봄에 문을 열 계획이다.금암도서관의 가장 큰 변화는 단절되어 있던 각 층을 열린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층별 천장을 뚫고 계단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했으며, 3층 천장은 유리 천장으로 개방감을 더했다.1층은 가족실과 어린이실로 구성돼 있다. 먼저 온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인 ‘두레마루’는 서가 앞 기다란 나무 의자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을 읽기 그만이다. ‘자람마루’라 이름 붙인 어린이실의 한쪽은 비행기 좌석을 연상시키는 의자와 뭉게구름 같은 책상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맞은편 공간은좀 더 낮은 책상과 의자로 어린아이와 엄마가 함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게끔 구성된 공간이다. 일반자료실인 2층 ‘지식마루’는 열람실과 강의실, 휴게공간 등이 자리한다. 기존의답답한 열람실 대신 탁 트인 책상과 의자가 마련돼 있다. 3층 ‘트인마당’은 금암도서관의 지리적 특성을 똑똑하게 활용했다. 루프톱에 오르면 전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머리를 식히러 올라왔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새봄, 완벽한 변신에 성공한 금암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풍경도 보는 호사를 누릴 그날을 기다려 보자.전주시립 금암도서관주소 l 전주시 덕진구 거북바우로 13 문의 l 063-281-6443여행에 관한 모든 것을 만나다, 다가여행자도서관전주에 온 여행자, 여행에 관심이 많은 전주 시민들 모두를 위한 특별한 도서관이 문을 활짝 열고 방문객을 맞는다. 지난 1월 20일에 문을 연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웨딩의거리 옛 다가치안센터가 여행특화도서관으로 재탄생한 것이다.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전면에 시원한 통유리를 활용해 구도심의 오래된 골목에서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다. ‘첫마중길여행자도서관’에 이은 두 번째 여행특화도서관인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여행 관련 도서를 읽으며 여행을 꿈꾸고, 여행 계획을 짜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총 2층 건물로 지하 1층부터 옥상까지 알차게 꾸며졌다. 각 공간은 ‘다가’를 넣어 통일감을 줬다. 먼저 지하 ‘다가독(讀)방’은 여행 안내서를 읽으며 여행을 설계하고 꿈꾸는 공간이다. 1층 ‘다가오면’은 여행자를 반갑게 맞이하는 공간이다. 2층 ‘머물다가’는 여행자들이 모여 여행을 이야기하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책을 읽고, 여행 이야기를 나눴다면 옥상에 올라 보자.옥상 ‘노올다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새로운 여행을 기대하기 그만이다. 다가여행자도서관에는 여행 도서 1,761권을 비롯해 아티스트북 52권, LP판 146점이 갖춰져 있다.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 서가는 필요에 따라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먼저 ‘한 발짝, 여행’에서는 국내·외 여행 도서와 외국 원서 여행 도서를 만날 수 있다. ‘색다른, 여행’ 코너는 보통의 일상도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주제를 지닌 도서로 여행의 흥미를 유발한다. ‘잠깐만 여행’에는 잠시 머무르며 쉽게 읽을 수 있는 국내외 여행 잡지와 여행 그림책이 자리한다. 단, 도서 열람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다가여행자도서관에서 책과 함께 코로나19로 마음껏 떠나지 못하는 여행에 대한 갈증을 풀어 보는 건 어떨까.다가여행자도서관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2길 28 문의 l 063-714-3526
2022.01.25
#금암도서관
#다가여행자도서관
#전주시립도서관
뜻밖의 전주
오랜 청춘의 터, 전북대를 거닐다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 전북대를 걷다새해를 맞이한 지 벌써 보름, 이제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전북대로 향한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정말로 멋진 한옥 정문이다. 쪽문이 있던 곳에 1990년대 중반 번듯한 신(新)정문이 들어섰고, 그것이 2020년에 한옥 정문으로 바뀌었다. 한옥 정문은 전북대 캠퍼스를 가장 잘 상징하는 건물이다. 차를 타고 바쁘게 지나간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오늘은 대학생이 된 기분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어서 통과한다.먼저 대학 생활의 낭만을 누리던 인문대로 향한다. 그런데 목련이 안 보인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허무한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니 인문대 소운동장이라고 부르던 곳에 한국적인 멋을 가미한 인문사회관이 들어서 있다. 가까이 가 보니 아주 웅장하고 멋진 건물이다. 하지만 소운동장이 사라진 것은 아쉽다. 과 연극을 준비하면서 발성 연습을 하느라고 소리를 질러대던 젊은 날의 내가 생각나서 더 그럴 것이다. 변한 것은 인문대 소운동장만이 아니었다. 여름방학을 반납하고 연극 연습을 하면서 라면을 끓여 먹던 후생관도, 역시 발성 연습 후 쉬다가 갑자기 번개가 쳐서 깜짝 놀랐던 대운동장 중앙 본부석도 예전의 모습은 아니었다.그간 전북대 곳곳에는 한옥 건물들이 많이 생겼다. 한옥 정문옆에 있는 강의실인 심천학당, 법학전문대학원, 백제 양식으로 지어져 옛 분수대 자리에 아름답게 서 있는 ‘문회루(文會樓)’, 신축된 박물관 앞 배롱나무 연못에 들어선 정자 ‘고향정’, 그리고 한창 공사 중인 한옥 국제컨벤션센터까지 전북대학교는 지역 거점대학답게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로 거듭나고 있다.학생들의 꿈을 키우는 둥지대학은 많은 학문이 서로 만나는 곳이다. 전북대학교 홈페이지를 보니 110개의 학과가 있다고 한다. 75년 역사를 가진 전북대는 110개의 뿌리가 깊이 내려 있는 큰 나무가 되었다. 새는 안정감이 있는 나무 위에 둥지를 튼다. 전북대라는 거목 위에서 2만 4천여 명(30년 전에는 1만 6천 ‘애국전대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의 빛나는 청춘들이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여린 날개를 가진 그네들에게 세상의 바람은 너무도 거세다. 그래서 전북대학교와 전주시가 학생들의 비상을 힘껏 돕고 있다.‘예비 대학생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는 필자는 진로 교육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졸업 후 대학에 가서 어떻게 발전하고 또 사회에 나가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 평소에도 많은 생각을 한다. 그들의 대학 생활도 매우 궁금하다. 이번 기회에 전북대에 재학 중인 제자 한 명을 만났다. 이젠 대학 후배가 되어 미래를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반갑고 또 대견했다. 교사라는 직업의식이 발동하여 진로 준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두 곳을 함께 탐방했다. 하나는 청년소통공간 ‘비빌’이다. 2017년에 운영을 시작했고 만 18~39세 청년들이 창업과 취업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고 있다. ‘비빌’은 청년들에게 회의와 모임, 정보 공유 및 네트워크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간을 제공한다. 현재는 커피마리안(전북대 사대부고 사거리), 스페이스코웍 전북도청점, 다부부컴퍼니(전북대 구정문), 리젠카페(덕진구청 사거리) 등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덕진동 ‘다부부컴퍼니’에 들렀다. 전북대 구정문 앞 골목에 자리한 다부부컴퍼니에는 녹음 등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또 다른 하나는 청년 창업가를 발굴해 육성하고 지원하는 창업 인큐베이팅 거점 공간인 ‘Orange Planet(오렌지플 래닛) 전주센터’다. 오렌지플래닛 전주센터는 전북대 정문앞 코앞빌딩에 있었다. 내부는 산뜻하게 꾸며져 있었고 스타트업이 사업 구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무공간과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오렌지플래닛 전주센터는 현재 전국에 4개가 있는데 창업 생태계에 지속가능한 선순환 성장 사다리를 구축하는 차세대 스타트업 성장 플랫폼이다. 그동안초기 스타트업에 필요한 투자 연계부터 사무 환경 및 인프라지원, 회사 구축을 위한 멘토링 등을 지원했다고 한다.세상에서 가장 큰 한옥마을을 만나다한옥 정문부터 문회루까지 이어지는 건지대로가 캠퍼스 안대학로라면, 한옥 정문부터 덕진공원까지 이어지는 길은 캠퍼스 밖 대학로이다. 2009년에 철제 울타리를 없애고 꽃과 나무를 심어서 캠퍼스로 연결되는 산책길(걷고 싶은 길)도 만들었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구(舊)정문 옆에 조그만 비석이 하나 있다. 전북대가 4·19혁명의 진원지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1960년 4월 4일과 4월 20일, 4월 22일에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다시 캠퍼스 안으로 들어간다. 제1학생회관 부근에 있는 이세종 열사 추모비를 보러 가는 것이다. 열사는 1980년 5월 18일 0시경 계엄령이 발포된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최초 희생자이다. 추모비 옆으로 사범대 과학관 건물 외벽에 전봉준 장군의 얼굴이 보인다. 30년 전에도 장군은 거기 계셨다. 동학의 사상은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 동학농민혁명에서 4·19로 또 5·18로 치열한 역사의 한복판에 전주가 있었다. 그렇다. 이곳은 오랜 청춘의 터였다.흔히 사람을 소(小)우주라고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주를 이루는 요소들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뤄 오늘의 우주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인체를 구성하는 요소들 역시 조화와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한옥에 빗대어도 그리 잘못된 일은 아닐 것이다. 전북대 한옥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마음속에 전통미와 개성미를 두루 갖춘 세련된 한옥을 한 채씩 지어가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재료가 서로 어우러져 한옥을 이루고 한옥마을을 이루듯이, 다양한 학문을 하는 ‘큰 사람들’이 한옥 캠퍼스에서 ‘큰 세상’을 만들고 있다.전국 각지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인재들이 세계를 선도할 준비를 하는 전북대는 전주를 커다란 한옥마을로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한옥마을을 보고 싶으면 전주로 오면 된다. 전주는 세상에서 가장 큰 한옥마을이다. 글 김응용 | 유일여자고등학교 교사 인성 교육, 미디어를 활용한 진로 교육, 평화운동(위한부 피해자 고 김학순 님을 기리는 평화비 공동 건립, 평화나무 헌수), 전주 ‘얼굴 없는 천사’의 정신을 잇는 ‘천사기금’ 마련 활동 등 ‘전주다운’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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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더불어
조선 가구에 현대적 감각을 입히다
전통 가구 디자이너 권원덕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공예가이자 전통 가구 디자이너입니다.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을 접목해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사람으로 소목장이라 불립니다. 소목장은 나무를 이용해 건축물을 만드는 대목장과 달리 건물의 문과 창문을 비롯해 공간에 놓는 가구 만드는 장인을 뜻합니다. 대목장을 꿈꾸기도 했지만, 건축 현장을 찾아다녀야 하는 문제로 한곳에 정착해 나무를 만지며 창의적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소목장의 길을 택했습니다.어떤 인연으로 무형문화재 고(故) 조석진 장인의 제자가 되어 가구를 만들게 되었나요? 대학에서 반도체를 전공한 공대생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나무 만지는 걸 좋아해서 나무 만지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무 만지는 일을 찾던 중에 익산에 있는 공방에서 일하게 되었고, 가구 제작 기술에 대한 목마름과 전통 가구를 배울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무형문화재 조석진 장인을 공방장님의 소개로 알게 되었습니다. 청소와 나무 나르는 일을 시작으로 문하생을 시작했습니다. 스승의 어깨 너머로 소목장의 삶을 익혔습니다. 결국, 스승은 지난한 과정을 묵묵히 이겨 낸 저를 수제자로 받아주셨습니다. 스승은 저에게 나무를 대하는 자세를 말보다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기술적인 면보다 소재에 대한 접근과 이해가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입니다. 제 공방 한쪽에 스승의 작품 전시장을 따로 둔 이유도 그분의 작품을 곁에 두며 가르침을 평생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조선 가구의 특징,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조선 가구는 하나의 가구를 만들더라도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사용하여 가구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특징입니다. 단단한 나무, 무늬가 좋은 나무, 가벼운 나무, 벌레에 강한 나무, 습기에 강한 나무 등 다양한 특성에 맞게 나무를 사용하여 하나의 가구를 완성합니다. 정확히 대칭을 이룬 균형미가 두 번째 특징입니다. 조선 가구는 문짝이 두 개입니다. 그래서 문양도 대칭으로 배치해 보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가구라도 지역에서 나는 나무로, 지역색을 반영해 작품을 제작합니다. 저는 기술적인 부분은 조선 가구 제작 방식을 그대로 따르되 작품 디자인은 기존 조선 가구를 재해석해 단순화합니다. 올해 특별히 의미 있는 활동이 있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올해 전라감영과 창덕궁 국빈 의자를 제작했는데요, 전라감영 선화당에 놓인 의자는 조선 시대에 쓰였던 선화당 의자가 갖는 의미를 찾아 나무의 형태와 공간의 특성을 고려하고, 저만의 해석을 더해 단순하면서도 전통미를 잃지 않도록 제작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전북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시민들이 상금을 모으고 직접 투표해 수상자를 정하는 천인갈채상을 받았습니다. 시민들이 주는 상이라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든든한 배경이 되어 준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 드리지 않기 위해 더 힘을 내서 작업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계획을 짧게 부탁드립니다. 작품 구상에 더욱 매진하려 합니다. 나무에 관한 공부와 다른 이의 작품을 분석하는 시간도 가지려고 합니다. 조선 가구가 품고 있는 이야기도 꾸준히 찾아내어 작품에 녹여내는 노력을 하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코로나가 물러가고 그 자리에 조선 가구의 소박함과 정제된 저의 디자인이 접목된 가구를 대중에게 많이 선보이려 합니다. 권원덕 작가 라북도 무형문화재 고(故) 조석진 장인의 제자로 조선 가구의 만듦새는 살리되 현대적인 디자인과 색감으로 가구를 재해석해 인정받고 있다.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에서 미술학석사를 졸업했고, 현재 ‘studio 686’의 전통 가구 디자이너이자 대표로 일하고 있다. 재단법인 예올이 뽑은 젊은 공예인 상을 비롯 전북관광기념품 공모전 은상, 전북공예품대전 입선, 전국기능경기대회 가구 직종 동메달 등을 수상했다.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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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음식
시간 부자의 느긋한 ‘아점’ 식탁
여유롭게 즐기는 뷔페, 아카시아 나뭇결이 살아 있는 따뜻한 공간에 각종 소스 냄새가 가득하니 유럽의 어느 가정집에 초대받은 듯, 입구에서부터 마음이 화사하게 들뜬다. 정중앙의 뷔페 존을 빼면 다들 어디에 앉았는지 잘 모를 만큼 구석구석 숨은 테이블에서 일행끼리 오붓한 점심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예약이 필수인 브런치 맛집 ‘아카시아’. 뷔페 이용 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총 3부로 나뉘어 1부는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 2부는 정오부터 오후 1시 30분, 마지막 3부는 2부가 끝난 직후부터 3시까지 운영된다. 아메리카노가 포함된 구성과 브런치 뷔페만 이용하는 구성 중 하나를 선택하고 선결제를 끝내면, 파티 시작이다. 뷔페 존은 규모가 크진 않아도 테이블 위에 가득 차려진 음식이 다 주인공급이다. 배고픈 여행자 심장을 콩콩 뛰게 만드는 풍성한 상차림. 특히 여기서 제일 유명한 건 샌드위치류다. 신선함과 다양함으로 눈과 입맛을 모두 사로잡는 영롱한 샌드위치들은 담음새까지 예뻐, 아무리 배가 고파도 사진부터 찍게 만든다. 뷔페 존이 작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음식은 점심 내내 계속 다시 채워지니까.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마전들로 37-1 문의l 010-9348-1784 영업시간 l 매일 10:30~12:00, 12:00~13:30, 13:30~15:00(일요일 휴무) 인생 샌드위치 맛집, 에이치 샌드위치 눈처럼 새하얀 격자창으로 둘러싸인 양옥집 안, 동그란 여덟 개의 테이블 어디에나 환한 빛이 조각조각 쏟아진다. 발치를 내려다보니 붉은 벽돌들이 길쭉길쭉 줄지어 있다. 단단하게 구운 시골 빵의 질감같이 거칠고도 따뜻한 느낌에 어쩐지 입맛이 돈다. 이곳 샌드위치 맛의 핵심은 직접 만드는 10여 가지의 햄에 있다. 햄만 따로 구매하려는 손님들을 위해 붉은 조명의 쇼케이스가 별도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대표 메뉴는 ‘잠봉뵈르’와 ‘루벤’. 바게트와 잠봉, 버터 세 가지의 단순한 구성에 그렇지 않은 반전의 맛을 가진 ‘잠봉뵈르’는 요즘 아주 사랑받는 샌드위치 중 하나다. ‘루벤’은 사워도우빵 안에 독일식 양배추 절임인 사워크라우트, 에멘탈 치즈, 러시안 드레싱과 파스트라미가 들어가 시큼한 맛과 향, 풍성한 식감을 자랑한다. 주말 오전 8시부터 아침을 먹으려는 손님들이 찾아올 정도로 일등 맛집이지만, 송천동까지 방문하기 어렵다면 한옥마을 인근에 자리한 2호점 ‘에이치 플래터’를 찾아가 보아도 좋다. 주소 l 전주시 덕진구 두간7길 16-6 문의 l 010-4485-6412 영업시간 l 매일 08:00~18:00, 마지막 주문 17:00 인스타그램 l 1호점 @h_sandwichshop 2호점@h__platter 육즙 폭발 함박스테이크, 지복점 ‘소비가 주는 만족도의 최대치, 욕망이 충족된 상태’라는 뜻의 이름 그대로 ‘지복점(至福點)’은 함박스테이크에 기대하는 모든 바를 빠짐없이 만족시킨다. 일단 100% 소고기로만 직접 갈아 만든 함박스테이크는 감동 그 자체다. 숯불 향이 속까지 은은하게 배도록 더 깊게 설계한 화로 위에서 오래오래, 고기가 퍽퍽해지지 않도록 60도 안쪽으로 온도를 맞춰 정성 들여 구워낸 후 ‘겉바속촉’을 위해 토치 직화구이로 마무리하니 이토록 온갖 노력을 쏟아부은 함박스테이크가 맛이 없을 수가 있나. 거기다 지방을 살짝 추가해 고소함과 부드러움까지 잡았다. 귀하디귀한 이 함박이 카레 위에 살포시 올라앉은 ‘카레 함박’은 자태부터 그림이 따로 없다. 그것도 그냥 카레가 아니라 직접 으깬 이탈리아 토마토 베이스에 버터의 풍미와 볶은 양파의 단맛을 더한 일본식 붉은 카레다. 뻑뻑한 소스 같은 질감과 진한 맛이 아주 일품. 전주 여행의 마지막 끼니에서 한 치의 모자람도 없는 만족감을 얻고 싶다면 바로 여기, ‘지복점’을 놓치지 말길.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4길 15-25 문의 l 0507-1399-5266 영업시간 l 화~토 12:00~21:00(브레이크타임 15:00~17:30) (월요일 휴무) 든든하고 예쁜 한정식, 기와 키 작은 한옥 지붕들 너머 우뚝, 7층 높이로 솟아 반짝이는 유리 외관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기와’는 조선 시대 한옥의 멋을 재현한 공간에서 비빔밥, 한정식, 떡갈비 등 정갈한 전주 음식을 우아하게 즐길 수 있는 전주한옥마을 대표 음식점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양념 떡갈비 정식’. 작은 화로가 딸린 놋쇠 그릇에 두툼한 한돈 떡갈비가 예쁘게 담겨 나오고, 새송이버섯에 찍힌 ‘기와’ 로고는 작지만 세심한 정성으로 식탁 위에 품격을 더한다. 반찬 구성은 오디 샐러드, 통가지양념찜, 우엉깐풍강정, 꼬시래기 무침, 간장코다리조림, 세발나물 잡채, 고추씨 백김치, 시래기 된장국, 노란 공깃밥과 다섯 종의 밑반찬, 거기에 대망의 마지막 특별 반찬이 있다. 바로 ‘한옥마을 뷰’다.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엔 꼭 식당이 자리하는 이유가 있는 법, 멋진 경치가 당신의 미각에 미치는 영향을 꼭 직접 느껴 보길 권한다.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어진길 15 문의 l 063-231-0702 영업시간 l 평일 11:30~20:00, 주말 11:00~22:00 일곱 가지 솥밥, 림밀솥밥 숲속에서 즐기는 꿀맛 같은 식사라는 뜻의 ‘림밀(林蜜)솥밥’. 전북도청 맞은편에 올봄 문을 연 건강 맛집으로, 일본에서 요리 공부를 한 사장님이 가이세키(일본의 연회용 코스 요리)에서 주로 마지막 코스로 나오는 솥밥을 한식풍으로 발전시킨 일곱 가지 솥밥을 맛볼 수 있다. 아이들은 ‘옥수수베이컨솥밥’, 젊은 층은 ‘스테이크’나 ‘부타가쿠니솥밥’, 어르신들은 ‘트리플머쉬룸’ 또는 ‘도미솥밥’을 선호하는데 날씨가 추워지니‘문어솥밥’의 인기가 치솟고 있단다. 꼬들꼬들한 톳과 부드럽게 조린 문어가 어우러진 ‘문어솥밥’은 바다의 향이 가득하고, 세 가지 버섯이 푸짐하게 들어간 ‘트리플머쉬룸솥밥’은 숲을 그대로 품은 맛이다. ‘부타가쿠니솥밥’의 돼지고기와 조린 무는 입에서 사르르, 눈처럼 녹는다. 여기에 풍미 깊은 수제 표고 장이 각기 다른 매력의 솥밥을 다 포용하며 맛의 완성을 이뤄 낸다. ‘전복솥밥’은 신선한 전복내장으로 만든 게우장을 넣어서 먹는다.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홍산3길 11, 1층 101호 문의 l 063-715-5292 인스타그램 l @limmil_potrice 영업시간 l 매일 11:30~21:00(브레이크타임 15:00~17:30)(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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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역-첫마중길 권역
부드러운 미소 같은 첫마중길
도심 속 자연을 닮은 거리, 첫마중길 익산이 고향인 나에게 전주는 양반들이 곰방대를 물고 앉아 호통이나 칠 것 같은,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주는 도시였다.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전주를 오가게 되었고, 전주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큰 도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큰 만큼 사람도 많았고, 활력도 넘쳤다. 통학을 했던 새내기 시절, 가끔 나는 열차를 타고 전주에 오곤 했다. 삼십 년 전 그때는 완행열차가 전주, 익산, 군산을 오고 갔다.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바라봤던 전주역 앞 풍경은 여느 도시의 역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왕복 8차선 차도를 가운데 두고 양옆 보도에는 여관과 술집이 네온사인을 번쩍이며 촘촘히 들어서 있었고, 자동차와 사람들이 그 길을 정신없이 지나치고 있었다. 그래서 현재의 전주역 앞, 첫마중길 풍경은 전주를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에게는 오히려 낯설 수가 있다. 일단 첫마중길은 직선이 아니다. 전주시는 4년 전 왕복 8차선 도로를 왕복 6차선으로 줄이고 가운데 도로부지를 보행로와 광장으로 조성했는데, 그때 도로의 선형을 유선형 곡선으로 바꿨다. 제한속도도 일반도로보다 낮은 시속 40Km로 낮췄다. 실험에 가까운 혁신이었다. 초창기 교통 체증을 우려한 일부 시민의 반발도 있었지만, “좀 느리지만 더 인간적인 곡선의 편리함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던, 도로를 설계한 유현준 교수의 말처럼 지금은 시민들도 부드러운 곡선에 상당히 익숙해졌다. 또한, 첫마중길에는 나무가 많다. 시민들이 기증한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400여 그루가 광장과 보도의 곡선에 맞춰 줄지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 첫마중길 광장에는 봄이면 이팝나무 하얀 꽃이 가득하고, 요즘 같은 가을이면 느티나무 붉은 낙엽이 지천이다. 도심 한가운데에 자연을 빌려서 앉혀 놓은 것 같다. 우리나라의 전통 조경 기법에는 차경(借景)이라는 개념이 있다. 주변의 경치를 빌린다는 뜻인데 인공의 건축물이라고 하더라도 최대한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어 짓고자 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 곡선은 자연의 선이고 맨땅은 자연의 면이다. 이런 의미에서 첫마중길은 차경의 기법을 도입해 조성한 거리이다. 도서관에서 미술관까지, 볼거리 가득한 거리 낙엽이 수북이 쌓인 광장 초입을 걷다 보면 낙엽보다 더 붉은 컨테이너가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주말에만 수백 명이 찾는다는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이다. 아트북갤러리와 여행자라운지, 두 개 동으로 이루어진 이 도서관은 외모 못지않게 독특한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여행 전문지와 여행 도서, 한정판 도서 등 3가지 주제로 구성된 책들은 수량은 적어도 보는 재미는 충분히 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특히 여행자라운지 입구에 있는 거대한 책은 꼭 봐야 한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인데 독일의 아트북 전문 출판사 타센에서 한정 출판한 도서로 무게만 38kg에 달한다. 현존하는 현대미술의 거장 중 하나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회화 작품 600여 점이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해리포터 아트북이 더 흥미로웠다. 도서관 안을 다 구경했더라도 그냥 가지 말고 옥상까지 올라가 보는 게 좋다. 첫마중길의 부드러운 곡선과 느티나무가 만들어 낸 단풍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도서관이 아날로그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라면 ‘전북VR(가상현실)AR(증강현실)제작거점센터’는 디지털 감수성을 산업화하는 제작 공간이다. 여행자도서관을 나와 신호등을 건너면 새롭게 막 단장을 끝낸 9층짜리 건물이 보이는데 그 건물에 전북VRAR제작거점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전주역세권 뉴딜사업 도시재생 사업비로 공간을 조성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시설이다. 이 시설은 전라북도가 특히 강점을 가지고 있는 농생명ICT와 영화 영상 분야에 5세대 이동 통신(5G) 기반의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하여,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나 여행자는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 있겠지만, 혹시라도 관심이 있다면 사전에 예약하여 증강(실감)현실을 직접 경험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듯싶다. 전북VRAR제작거점센터를 나와 도로를 곧바로 가로질러 건너면 ‘첫마중길 갤러리 Hello St.’가 보인다. 이곳 역시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한 문화공간인데, 폐업한 카페를 전주시가 매입해서 아담한 크기의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전주역세권현장지원센터에서 주관하여 첫마중길 갤러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언제든 오후에 문을 여는 첫마중길 갤러리에 방문을 하면 질 높은 전시 작품을 즐길 수 있다. 내가 간 날엔 지역 작가들이 찍은 전주 도시 공간의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너무 일상적으로 보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놓치는 공간이 많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갤러리에서 나와 큰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가 작은 길 안쪽으로 들어서면 얼마 전 신축된 ‘덕진보건소’가 나온다. 그동안 덕진구에는 보건소가 없어서 주민의 불편이 컸는데, 부지선정부터 어려움에 부딪혀 준공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무사히 완공되어 지난 6월부터는 코로나19 덕진예방접종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보건소 근처에는 밥집이나 술집 같은 근린생활시설이 많은데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은 곳이 부쩍 많아 보였다. 덕진보건소가 방역의 거점이 되어 코로나19를 이겨 내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사람이 다시 찾는 활력 있는 거리로 언론인이자 도시재생 이론가인 제인 제이콥스는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가로(街路, 넓은 시가지의 도로)가 필요하고, 그 가로에 사는 사람들의 활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능별로 구역을 나눠 조성된 도시는 편리할지는 모르지만, 사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낡고 누추한 건물이라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곳이 살아있는 곳이다. 전주역 앞 첫마중길은 오랜 부침을 겪으며 쇠퇴한 공간이다. 하지만 전주의 역사가 퇴적되어 있고, 많은 시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전주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상징적인 공간으로서 중요한 공간이다. 그래서 전주시와 주민들은 전주역 앞을 재생시키려 노력해 왔다. 아직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때는 아니지만, 최소한 의미 있는 시작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머지않아 더 크게 신축할 전주역을 비롯, 전북VRAR제작거점센터나 보건소 같은 공공시설과 갤러리 같은 문화시설이, 병원과 약국, 동네 술집과 마트 같은 생활편의시설이 복합된 곳이 첫마중길이다. 이제 더 많은 사람만 불러들이면 된다. “새로운 발상은 오래된 건물에서 나온다.”, 제인 제이콥스의 말을 떠올리며 조금 더 걸었다. 가을 날빛이 생각보다 따가운데도 실실 미소가 새 나오는 오후였다. 글 이경진 | 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국장 한때 시를 썼던 문학인이지만, 문화기획자나 중간지원조직 활동가로 더 알려져 있다. 현재는 전주도시혁신센터에서 도시재생 일을 하고 있다.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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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벌고 함께 잘 살자
열 돌 맞은 남부시장 청년몰
남부시장, 새마을 시장 그리고 레알 뉴타운10년 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전주 남부시장에 새 숨결을 불어넣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시장 내 비어 있는 점포를 활용해 청년 장사꾼을 키우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 뜻에 공감한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씨앗이 심어질 공간은 남부시장 내의 또 다른 시장인 '새마을 시장'이 있던 곳으로 1999년 불이 난 후 방치되었던 2층의 광장이었다. 발길조차 뜸해 휑한 황무지 같던 그곳을 하얀 도화지로 여긴 청년들은 미래를 그려 나갔고 2011년 10월 마침내 첫 상점이 문을 열게 되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 청년몰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이 과정에서 그들은 켜켜이 쌓인 오랜 삶을 무작정 버리거나 부수지 않았다. 그 터전엔 밑천 하나 없이 천막에 의지해 고단한 삶을 살아냈던 그 새마을시장 상인들의 정신이 배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별처럼 반짝이는 조명 아래 장난꾸러기 같은 벽화들, 저마다 색깔을 입은 알록달록한 공간 속에서 낡은 건물과 지붕, 손때 묻은 기둥이 여전히 청년몰의 한 풍경인 이유이다. 또한, 늙고 낡은 시장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그들과 공존하며, 옛 정신을 재료로 새로운 정신을 빚어 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이곳의 타이틀을 '레알 뉴타운'이라고 정한 까닭이기도 하다.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하늘에서 바라보면 큰 네모 모양의 남부시장 청년몰은 사실 한달음에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올망졸망 모여 있는 그 공간이 그래서 어떤 이에겐 작게만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다양하고 커다란 삶들이 펼쳐져 있는 동화책에 들어온 기분이다.돌보는 길고양이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는 '책방 토닥토닥'은 동네 힐링 서점을 내세운 만큼 여성, 노동자, 성 소수자, 동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책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차가운 새벽'은 메뉴판 없이 손님의 취향에 따라 칵테일을 건네는 곳으로 가끔 사장님이 노래도 들려준다. 그 맞은편엔 수제 쿠키 전문점인 '혜미당'이 있다. 작은 쿠키 하나에도 마스크를 씌운 그 재치가 반갑고 맛있다. 그 옆으론 자수를 활용해 아기와 반려동물 을 위해 맞춤옷이나 소품을 제작하고 있는 '피치모모'와 자신만의 일러스트 디자인으로 소품을 만드는 '스튜디오 플레르', 로컬굿즈 편집숍인 'etc'가 각자의 개성과 색깔을 입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etc'를 낀 모퉁이를 돌아 작은 골목을 바라본다. 경력 단절이 되었다가 작가로서의 꿈을 찾아 청년몰에 둥지를 튼 도자기 공방 '세라누리'와 인도의 이색적인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소품 상점 '수리야'가, 오른쪽엔 자신을 사랑하고 늘 주위에 감사하는 삶을 살았던 빨간 머리 앤을 꼭 닮은 핸드메이드 샵 '앤의 하루'와 소담하고 귀여운 소품, 굿즈샵인 '도도닷'이 서로 마주 서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 같다.살금살금 그 골목의 속삭임을 들으며 걷노라면 어느새 그 끝, 세 갈래의 길을 만나게 된다. 오른쪽 길은 남부시장과 하늘정원으로 향하는 길이고, 왼쪽의 안쪽은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바깥쪽 길은 초승달처럼 둥글게 휘어 우리를 유혹한다. 동물실험을 반대하며 마음을 다해 만든 향을 선보이는 향수 상점 '비랩 스튜디오', 찰나의 행복을 캐리커처로 그려 주는 '이목구비', 전통 매듭을 활용해 액세서리와 작은 소품을 만들고 있는 '연희공방', 전주의 골목골목 정겨운 풍경을 담고 있는 '감성민 작화실'이 작업 공간이자 동시에 작품을 판매하고 또 체험하는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파란색이 강물의 물결을 닮은 가죽공방 '소소한 행복'도 구경할 수 있다.청년몰의 한 빗변대로. 지금까지 즐겼으니 이젠 먹거리 골목이다. 미국식 프렌치토스트와 서양식 브런치를 맛볼 수 있는 우아한 '리리 88' 그리고 웹툰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백방구'의 문구점엔 군것질거리가 가득하다.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젤라토를 판매하고 있는 아담한 카페 '오늘, 또 젤라또'와 샌드위치와 착즙 주스를 메인으로 아직 자신의 색을 칠해 가고있는 '드로잉파티', 그 맞은편에서 이미 오랫동안 청년몰에 터전을 잡으며 일본식 가정식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빛내고 있는 '백수의 찬'과 다양한 디저트 메뉴를 즐길 수 있는 '브릭스 케이크'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 청년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이 구호는 어느새 이곳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비록 공간은 작지만 이제 막 자신만의 가게를 갖게 된 상인들부터 초보 상인에서 벗어나 몇 년 차에 접어든 상인들까지, 스스로 삶이 행복하고 그 행복을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잘 살겠다는 이 아름다운 목표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자꾸만 곱씹게 되는 그 순수한 문장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뜨거운 꿈과 따스한 삶에 대한 치열한 열정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만 같다.사람이 가치를 만들어 가는 무형의 마을전주 남부시장에서 출발한 청년몰은 오늘날 마치 프랜차이즈처럼 전국 각지에 생겨났다. 이는 이제 청년몰이 전주에 와야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 아니라 그 지역 동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보태져 이곳도 큰 위기를 겪고 있다. 한때 서른 개가 훌쩍 넘었던 가게가 어느덧 스무 개 정도로 줄어든 것도 그 때문이다.그런데도 청년몰을 만들고 가꾸고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 이곳에 있다. 단순히 전국 1호 청년몰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여전히 기꺼이 시간을 내어 그곳을 찾아가야 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청년몰은 상업적 쇼핑몰이나 관광지 같은 장소가 아닌 사람이 가치를 만들어 가는 무형의 마을이다. 초창기 열두 상점의 청년 상인들은 두레와 품앗이를 하듯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가게를 꾸미고 서로의 가게를 봐 주기도 하며, 그들만의 문화로 작은 마을을 만들었다. 하지만 점차 이곳이 유명해지고 신규 상인도 들어오자 마을이 도시가 되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가치가 필요하듯, 신구의 청년 상인들은 반상회를 통해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이곳에 새 가치를 불어넣었다. 그렇게 달려온 시간이 어느덧 10년, 그사이 구성원들이 바뀌며 청년몰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청년몰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고민하며 소통의 통로를 넓혀 가고 있다. 한편, 전주시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와 함께 '10년의 기억, 10년의 기대'라는 포럼을 통해 원도심 안에서 연결점을 찾기도 하고, 2021 전국지속가능발전대회에서는 포용적인 공간으로서의 청년몰을 고민하는 등 지역 활동가들의 관심도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지역의 어르신들과 국수 음악회를 열고, 지역의 음악인들과 콘서트를 하고, 지역의 젊은이들과 푸드 페스타나 할로윈 파티 등을 만들고 즐겼을 때 청년몰은 가장 빛났다. 그래서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이 오래도록 지역사회의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민들의 사랑이 필요하다.청년몰은 오는 11월 26일에서 27일까지 '10주년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늦은 가을, 마실 삼아 우리 동네 젊은 마을로 놀러 가 보는 건 어떨까. 꿈의 낭만이, 삶의 열정이, 공존의 가치가 살아 있는 그곳 남부시장 청년몰로. 글 윤여태 | 소설가, 극작가2009년 '잃어버린 조각 하나'로 소설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했다. 기억되지 못하거나 잊힌 것들에게 다시금 숨결을 불어넣는 작가가 되기를 소망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예술가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문화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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