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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전주다움 찾기가 지속 가능 여행의 출발”
김용택 시인, 지속 가능 여행학교 교장 인터뷰
지속 가능 여행학교 교장을 맡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전주시가 ‘전주다운 여행도시’를 준비한다기에 참여하게 됐어요. 이번 지속가능 여행학교는 그 새로운 출발을 돕는 학교라 할 수 있겠네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지속 가능한 여행도시는 무엇일까요?과거의 여행이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여행이었다면, 요즘엔 소소할 곳일지라도 지역 특색을 즐길 수 있는 로컬여행이 대세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지역색을 담은 새로운 것들로 채워진 도시가 지속 가능한 여행도시입니다. 그렇기에 전주는 음식, 판소리, 덕진공원 등 늘 봐 온 것들이 아닌 가장 전주적인 것들을 발굴해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을 시민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주는 게 지속 가능 여행학교지요. 판을 깔아 준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말씀일까요?시민들이 스스로 관광자원을 찾아내는 힘을 길러 주는 거지요. 가령, 시민이 알지 못하는 곳,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소개해 주는 거예요. 그러면 시민들은 이 지속 가능 여행학교를 통해서 몰랐던 전주를 알게 되고, 알던 전주는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거죠. 지속 가능한 여행도시는 결국 그 지역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거든요. 그렇다면, 여행학교의 궁극적인 역할은 무엇인가요?전주 시민들로 구성된 교육생들이 익히 알고, 봐온 것들 말고 전주의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고, 콘텐츠화 하도록 돕는 게 지속 가능한 여행학교의 역할입니다. 시민들이 전주의 숨겨진 보물 같은 새로운 여행지를 찾고, 프로그램이나 관광상품을 만들어 전주가 지속가능한 관광도시로 나아가는 데 기여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2020.11.23
#섬진강시인
#관광거점도시
전주 음식
투박하고 얼큰한 전주천 오모가리탕 3형제
1년 간 천일염에 재운 시래기, 한벽집한벽집은 바로 1년 간 천일염에 재워둔 시래기로 깊은 국물을 우려낸다는 것이다. 특별한 육수를 사용하지 않고 시래기만으로 맛을 내기 때문에 메기, 동자개, 쏘가리 등 민물고기 본연의 맛을 잘 살린 것이 음식의 비결이다.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4 / 063-284-2736대를 잇는 맛집, 남양집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대를 이어가며 맛을 지켜오고 있는 남양집은 쌀뜨물로 우려낸 육수가 특징.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감칠맛이 충분하다. 매일 최고급 재료만을 선별해 밑반찬을 만들기 때문에 언제 먹어도 신선한 풍미가 입안을 채운다.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10 / 063-284-1912갈치속젓이 별미, 화순집화순집 메기매운탕은 비린 맛을 잡아주는 시래기를 듬뿍 넣고 화순집만의 얼큰한 국물 조리법으로 요리해 개운하고 해장에도 좋다. 매운탕도 좋지만 검은콩밥과 갈치속젓이 별미로 제공된다. 깊은 향을 주는 갈치속젓은 매운탕과의 궁합이 뛰어나다.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1-1 / 063-284-6630
#오모가리탕
#한벽루
#전주천
김승수 시장 새해 편지
함께 일구어낸 작은 성공이 쌓여 전주의 역사가 된다
“기해년을 기회년으로 만들자!”,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2019년이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해라서 나온 말이겠지요. 황금돼지는 운수대통을 불러온다고 하니 ‘기해가 기회’가 될 법도 합니다 그러나 시정을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노력하지 않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운이 좋아 잠시 반짝할 수는 있지만 제 실력이 아닌 것은 반드시 바닥을 드러내고 맙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기회가 와도 소용이 없습니다. 지난 임기, 민선 6기는 기회가 올 것에 대비해서 전주의 실력을 쌓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대한민국 전주’를 만들었고 이제 민선 7기부터는 ‘글로벌 문화도시’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 목표가 되었습니다. 이미 전주의 국제적 위상은 한껏 높아졌습니다. 2018년 6월, 단일 도시로는 최초로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주최하는 테이스트 코리아(Taste Korea) ‘전주 스페셜’의 주인공이 되었고, 전주 음식과 전주 한지가 유럽 문화의 중심지인 프랑스 파리에서 집중 조명 받았습니다. 지난 9월에는 외교부장관과 전 세계 30개국 외교사절단이 전주를 방문해 한옥마을 도시재생 사례와 우수 문화 자원을 체험했습니다. 영국의 3대 신문사로 꼽히는 ‘더 가디언’지는 전주를 “대한민국 음식의 수도”라고 극찬했고, 러시아 언론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식 도시로 전주를 소개했습니다. 전주를 찾는 외국인 방문객 숫자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전주가 세계문화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안으로도 전주는 주목받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전주 역세권과 용머리 여의주마을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됐고, 덕진연못이 국가 중점관리저수지로 지정됐습니다. 행안부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공모 선정, 전북 지역 최초 국제안전도시 인증, 지방자치단체 생산성대상 3년 연속 우수기관 선정,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지방자치단체 부문 대상, 지역사회보장계획 시행 기초자치단체 부문 대상 등 전주의 도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새해에도 시민들의 열망을 받들어 더 큰 꿈을 펼쳐나가겠습니다. 시민들이 목말라하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청년이 머물고 싶은 청년희망도시, 아이들을 숲과 도서관과 미술관에서 놀게 하는 야호 프로젝트를 힘 있게 추진하겠습니다. 숲과 꽃과 맑은 공기와 편한 도로를 만들어 ‘시민들이 도시로부터 존중받는 느낌’이 들도록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새해 전주의 도전은 특례시 지정을 이뤄내는 것입니다. 그간 광역시가 없는 전라북도는 생활권이 다른 ‘광주·전남’과 같이 ‘호남권’으로 묶여 정부의 예산배분과 기관설치 등에서 많은 차별을 당해왔습니다. 광역시가 있는 도와 예산 차이가 수십 조에 이릅니다. 전주 특례시 지정은 그동안의 좌절과 박탈감을 상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주민등록상 인구 100만 이상’을 특례시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불균형을 더욱 부추기는 안입니다. 저는 지난 12월 4일,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대도시 특례 지정기준 제언 포럼’에 참여해 ‘광역시 없는 도의 50만 이상 중추도시’를 특례시에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주장하였습니다. 전주시가 사실상 광역시급 위상을 인정받는 특례시가 되겠다는 것은 그간 국가 예산 등 정부 지원에서 한 개 몫을 받아온 전북이 두 개 몫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한 개와 두 개의 차이는 수치 이상의 큰 의미가 있습니다. 반드시 특례시를 지정받아 새로운 전주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위대한 작품을 그려낸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훌륭한 업적은 함께 일구어낸 작은 것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인생에 ‘한 방’ 같은 요행은 없습니다. 우리가 함께 이뤄낸 작은 성공이 쌓이고 쌓여 전주의 운명을 바꿀 것입니다. 세계 어디를 가든, 대한민국 어느 도시를 가든, ‘저 전주 사람입니다’, ‘저 전주에서 왔습니다’라는 말이 자랑이 될 수 있도록 새해에도 시민의 마음으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전주시장 김승수 올림
2020.11.10
#기해년
#세계문화도시
#특례시
#도새재생
#뉴딜사업
이 가게 가게
마음을 채우는 할머니의 손맛
또바기 돼지
지역 식재료와 어르신 손맛이 만나다믿을 수 있는 건강한 지역 식재료와 감칠맛 나는 어르신들의 손맛이 더해진다면, 요즘 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맛볼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중화산동 먹자골목에 자리한 어르신 식당 ‘또바기 돼지’ 이야기다. 이곳에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건강한 식재료로 요리한,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밥상을 차리고 있다. 재료부터 맛까지 엄마가 해주는 ‘집밥’ 못지않다. ‘또바기 돼지’는 전주시니어클럽이 보건복지부의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에 선정돼 지난 11월 첫발을 뗀 식당이다. ‘또바기’는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늘 한결같은 맛과 정성으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어르신들의 의지를 담고 있다. “‘또바기 돼지’는 어르신들에게 지속 가능한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에요. 여기에 전주푸드를 비롯해 지역의 건강한 식재료를 활용함으로써 지역과 어르신이 함께 성장해나가자는 의미까지 더했습니다.” 전주시니어클럽 김효춘 관장(43)은 ‘또바기 돼지’가 단순히 노인 일자리 창출에서 머물지 않고, 지역 경제까지 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또바기 돼지’의 모든 식재료는 국내산이며, 특히 신선함이 생명인 채소류는 매일 아침 새벽시장에서 공수한다. 돼지고기는 지역에서 생산하는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사용하며, 청국장은 전주시니어클럽 전통식품생산판매사업단에서 만드는 우리 콩 청국장만 사용한다. 김치는 어르신들이 직접 절이고 손수 담근 김치를 내놓는다. 깔끔한 호박볶음, 직접 담근 시원한 물김치와 아삭아삭한 매실장아찌 등 어느 반찬 하나도 허투루 차린 게 없다. 이 모든 음식에는 어르신들의 각별한 정성과 노력이 깃들어 있다. 제2, 제3의 또바기를 꿈꾸다‘또바기 돼지’는 식당 운영 경력을 포함해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평균 연령 65세의 어르신들로 구성됐다. 오전 오후 5시간씩 나눠서 근무하니 피로감은 적고, 능률은 높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피곤할 법도 한데,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피곤도 잊게 된단다. 그중에서도 집밥 같다는 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한마디다. 집밥 같은 메뉴들은 어르신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골랐다. ‘또바기 돼지’의 주 메뉴는 상호에서 알 수 있듯 돼지고기다. 하지만 돼지고기 하나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준비한 메뉴가 바로 청국장찌개다. 제육볶음과 함께 제공되는 점심 특선 청국장정식은 ‘또바기 돼지’의 효자 메뉴다. 구수한 청국장과 매콤한 제육볶음이 든든한 한 끼를 완성해준다. 또 다른 점심 특선 대패정식과 고등어김치찜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는 어르신 식당이 주는 고정관념을 깨준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면 돼지’ 같은 깜찍한 문구도 식당 곳곳에서 식욕과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어르신 손맛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공략하겠다고 나선 ‘또바기 돼지’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간판 한편에 써진 ‘또바기 돼지 첫 번째 이야기’에서 그 꿈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더 많은 어르신들이 함께 일할 가게를 꾸려가는 것이다. 한결같은 맛과 정성으로 더 큰 꿈을 꾸는 ‘또바기 돼지’가 어르신들과 함께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 또바기 돼지주소 | 전주시 완산구 신촌4길 18-17 문의 | 063-223-9282
#또바기돼지
#중화산동 먹자골목
#집밥
멋진 하루
신중앙시장 골목 여행
마음 시린 겨울엔 시장에 가자
맛있는 골목, 뜨거운 사람들전주 신중앙시장은 노송천 사이로 난 버드나무 길을 따라 생겨났다고 해서 처음엔 ‘버드나무시장’으로 불렸다. 이어 중앙시장으로 불리다가 2000년 이후 시설 현대화사업 후 ‘신중앙시장’이란 이름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전주 시민에게는 그냥 ‘중앙시장’으로 통한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입구가 나 있어 접근성이 좋다. 먼저 동문으로 향하면 시장의 명물인 떡 골목을 만날 수 있다. 푹신한 백설기와 콩고물을 입힌 쑥떡, 갓 쪄낸 수수팥떡까지 다양하다. 여느 시장에서도 흔하게 파는 떡이 얼마나 특별한 맛이기에 명성이 자자할까. 떡 맛도 맛이지만, 정작 유명해진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떡과 곁들여 파는 김밥과 떡볶이, 그리고 잡채다. 특히나 잡채는 당근과 시금치 외에 딱히 들어간 재료도 없는데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동행해준 벗은 맛보다는 상인들이 내어준 마음을 기억했다. 연배가 나보다 위인 그는 대학 시절 시위 도중 전경들에 밀려 이곳까지 오곤 했다. 더러는 숨겨주기도 하고, 배부르게 먹으라며 잡채며 떡을 접시 가득 담아주던 상인들의 인심을 추억했다. 그것으로 응원을 대신 했을 것이라는 말이 참 근사하게 들렸다.북문 골목으로 들어서면 ‘호떡집에 불났다’는 말이 실감나는 호떡집을 만날 수 있다. 코끝에 걸린 안경을 추켜올릴 새도 없이 호떡을 구워내는 할머니와 할머니의 손발이 되어 필요한 일을 척척 해내는 좀 더 젊은 할머니가 손님을 맞는다. 두 할머니가 친자매라니 이심전심이야 더 말해 무엇 하랴. 밀가루가 아닌 찹쌀로 반죽한 호떡은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진가를 발휘한다. 쫀득한 부꾸미 맛의 떡과 달콤한 설탕 시럽이 만들어낸 색다른 맛이다.또 다른 골목에서는 제철 맞은 굴과 꼬막이 망 가득 담겨 있고, 싱싱한 채소와 과일들도 넘쳐난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가짓수를 뽐내는 반찬 가게며, 겨울용품을 파는 가게들까지 일일이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시장은 지루하지 않다. 내놓은 물건들도 다르거니와 같은 물건을 팔아도 저마다 다르게 진열한다. 계절마다 옷도 갈아입는 다. 겨울엔 국화빵이며 어묵 국물, 옥수수 찐빵 등 훈김을 연신 뿜어내는 길거리 음식들이 즐비하고, 털 장화와 털모자가 등장한다. 그렇게 겨울 단장을 하고 시장은 손님을 기다린다. 재래시장은 아직 죽지 않았다. 여전히 건재하다. 대형마트에 1+1이 있다면 시장은 에누리와 덤이 있다. 그리고 물건들의 이력을 거침없이 읊어주는 전문가들이 있다. ‘이 가래떡으로 말할 것 같으면 멥쌀 중에 으뜸이라는 동진 쌀로 빚어 찰진 맛이 최고’이며, ‘해풍 맞고 노지에서 자라 단맛이 제대로 들었다는 섬초’라며 자부하는 상인들, 그들이 바로 시장의 경쟁력이다.추억의 포장마차 거리‘퇴근 후 포장마차에서의 술 한잔', 청장년들의 추억을 소환할 ‘추억의 포장마차 거리’가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장년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포장마차 먹거리부터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뽕잎김밥, 스테이크 등 간편 먹거리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포장마차 거리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된다.순교의 역사와 민주화운동의 추억중앙시장 떡 골목 입구에 자리한 중앙성당은 1950년대에 지어진 고딕양식의 건물이다. 수직의 선을 따라 뾰족한 첨탑까지 시선을 옮기다보면 푸른 하늘에 머물게 된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곳은 하늘일 것이고, 신에게 조금이라도 가깝게 닿으려는 간절한 마음을 건축물이 담고 있는 것이다. 전동성당과 함께 중앙성당은 민주화운동의 거점지로서 공권력의 침탈로부터 시위자들을 지켜준 방어막 역할을 해왔다. ‘신성불가침’의 장소인 성당 안으로는 무자비한 군홧발도 발을 들이지는 못했다. 중앙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천주교 성지인 ‘숲정이 성지’가 있다. 전동성당, 초록바위, 서천교와 함께 전주의 대표적인 순교지이다. 숲이 우거져 ‘숲정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에서 신유박해로부터 병인박해까지 18인의 교인이 참수를 당했다. 숲정이 성지는 1935년 순교자의 숭고한 넋과 신앙심을 기리기 위한 치명비가 세워지면서 사적지로 조성되었다. 1960년에는 해성학교가 개교했으나 1989년 학교가 이전하고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섰다. 아파트 앞으로 새로 작은 공간의 사적지로 조성된 것이 지금의 숲정이 성지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둥그렇게 조성된 ‘십자가의 길’을 만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수난의 시간을 기억하며, 총 14개의 기도문이 새겨져 있는 길을 따라 영적인 순례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천주교인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순교의 피를 흘린 18인의 숭고한 희생을 생각하며 아주 느리게 걸어보았다. 둘러보는 데 10분도 되지 않을 작은 공간이었지만 한참을 머물렀다. 순교로서 신앙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용기를 가늠해보기엔 그래도 부족한 시간이었다.숲정이 성지를 나와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을 마주하고 있는 작은 찻집에 들렀다. 동행해준 벗과 언 손을 녹일 따뜻한 차를 마시며 골목길 산책을 마무리했다. 오늘 전통시장의 매력에 반했다지만, 바쁜 일상을 살면 서 매번 시장으로 발걸음이 향하지는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하얀 입김 피어오르는 겨울이면 시끌벅적하고 인정 넘치는 시장 골목이 문득문득 떠오를 것이고, 어느 순간 중앙시장 떡 골목 안으로 한 발을 내딛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 같다. 중앙성당전동성당과 함께 전주를 대표하는 성당인 중앙성당은 1956년에 설립되었다. 높은 천장과 아치, 긴 창문으로 꾸며진 중앙성당은 전형적인 고딕양식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1970~1980년대 전주를 대표하는 민주화운동의 거점지로서 공권력의 침탈로부터 시위자들을 지켜준 방어막 역할을 해왔다. 글 최명주 | 자유기고가최명주 씨는 아이들 국어와 논술을 지도하는 선생님이자 이것저것 잡다한 글을 쓰는 자유기고가이다. 다루기 가장 힘들다는 중학교 2학년 아들과 매일 투닥거리지만 그래도 재밌게 살아가는 주부이다.
#중앙시장
#호떡
#떡골목
#중앙성당
#숲정이
장하고 귀한 손의 도시, 전주
전주 한지, 전주 부채, 전주 음식까지 전주라는 도시를 널리 알리고 세상에 드높인 문화들은 전주 사람들의 장하고 귀한 손들이 이룩한 산물이다. 그 손은 물 마를 새 없이 분주한 손이고 굳은살 빼곡한 투박한 손일 테지만, 연연히 도시의 삶을 잇고 전주만의 문화를 축적해 온 손이니 어찌 귀하지 않을까? 전주는 그 손의 가치를 착실히 지켜 가는 도시다. 오랜 준비 끝에 다시 문을 연 전주공예품전시관, 수공예 작가들이 모여 저마다의 작품 세계를 펼쳐 가는 한국전통문화전당, 그리고 시민 누구나 수작업의 즐거움을 체험해 보는 창작 공간까지, 일상에서 수공예 문화를 즐기고 수공예 문화를 도시의 힘으로 키워 가는 도시 전주. 전주는 손의 도시다.
2020.11.09
#한지
#부채
#음식
#공예품
#수공예
구석구석 한옥마을 체험 여행
전주라서 더 특별한 한지 공예 예부터 이름났던 한지의 주 생산지인 전주는 한지 관련 상품과 문화유산이 풍부하다. 한지 뜨기, 한지 인형 만들기, 한지로 부채 만들기 체험 등이 진행된다. ① 전주전통한지원 l 한지 뜨기, 한지 공예 ₩ 7,000원~ ☎ 010-8959-7757 ② 연아뜰리에 l 한지 부채, 고무신 민화체험 ₩ 10,000원~ ☎ 010-3670-9430 ③ 박금숙 닥종이인형 l 3D프린팅, 한지인형 ₩ 10,000원~ ☎ 063-232-3050 ④ 꽃숙이 l 한지 거울, 팔찌 ₩ 10,000원~ ☎ 063-282-7074 ⑤ 전주부채문화관 l 나만의 부채 만들기 ₩ 7,000원~ ☎ 063-231-1174~5 ⑥ 행복한공예방 l 한지 공예 ₩ 8,000원~ ☎ 063-288-8807 ⑦ 부채박물관 l 부채 만들기 ₩ 10,000원~ ☎ 063-231-8527 전주의 손맛을 배우는 음식 체험 명인과 함께하는 김치체험, 막걸리・청주・모주 등 다양한 술을 빚으며 음주 예절을 배우는 전통주 체험. 그 밖에도 전주 음식의 맛과 정성을 배울 수 있는 체험이 가득하다. ⑧ 전주전통술박물관 l 술 빚기, 모주 거르기 ₩ 5,000원~ ☎ 070-4941-5678 ⑨ 전주김치문화관 l 김치 만들기 ₩ 8,000원~ ☎ 063-287-6300 ⑩ 전주초코파이체험장 l 초코파이 만들기 ₩ 15,000원~ ☎ 063-287-1575 ⑪ 김명옥김치전통음식체험장 l 김치 담그기 ₩ 10,000원 ☎ 063-244-9232 ⑫ 라이스소리 l 떡 공예 ₩ 10,000원~ ☎ 010-4945-5592 ⑬ 청을전통문화원 l 비빔밥, 다도체험 ₩ 7,000원~ ☎ 063-232-6679 직접 배우고 체험하는 실속 만점 생활 공예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공예품을 직접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체험도 다채롭다. 특히 석고방향제나 캔들 만들기 등 은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하기에도 그만이다. ⑭ 라임토리 l 클레이, 석고방향제 ₩ 5,000원~ ☎ 010-9204-0826 ⑮ G.HANDS l 미니어처, 꽃신 만들기 ₩ 8,000원 ☎ 010-9791-8566 ⑯ 솜씨당 l 은공예, 매듭 팔찌, 주석잔 체험 ₩ 30,000원~ ☎ 070-5022-4413 ⑰ 수제, 각 l 수제 돌 도장 만들기 ₩ 20,000원~ ☎ 010-9881-1310 ⑱ 여우향기 l 향수 만들기 ₩ 15,000원~ ☎ 063-224-9655 ⑲ 보리수자수 숙박 l 찻잔 받침, 매트, 손수건 ₩ 10,000원~ ☎ 010-5797-3117 ⑳ 한옥애향기 l 캔들 만들기 ₩ 15,000원~ ☎ 010-9465-1484 ㉑ 꼴 l 가죽공예, 이니셜 팔찌, 열쇠고리 ₩ 10,000원~ ☎ 010-6424-1028 ㉒ 온누리공예방 l 매듭 공예 ₩ 5,000원~ ☎ 010-3999-7720 ㉓ 보물단지 l 한복향주머니, 팔찌 만들기 ₩ 5,000원~ ☎ 010-9744-1912 나만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도자기·압화 공예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흙이나 꽃을 만지며 잠깐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체험들도 있다. 나만의 아이디어와 감성이 담긴 도자기나 압화 작품을 추억과 함께 소장해 보자. ㉔ 들꽃마을 l 힐링 원예 체험 ₩ 10,000원~ ☎ 010-2478-3058 ㉕ 도꼼 l 도자기 체험, 핸드페인팅 ₩ 12,000원~ ☎ 063-221-1222 ㉖ 소나무공방 l 도자기 체험 ₩ 15,000원~ ☎ 010-3009-4202 ㉗ 향교길도자기 l 체험관 생활 도자기 체험 ₩ 11,000원~ ☎ 010-9656-3696 ㉘ 온고을공예방 l 압화 공예 ₩ 10,000원~ ☎ 010-9977-1617
#모주
#공예
#압화
#도자기
설 선물, 뭐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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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알싸한 전통주 전주이강주 ‘이강주 5호’좋은 날, 좋은 술 한 잔. 조선시대 3대 명주 중 하나인 전주이강주는 청와대 명절 선물로 사용될 정도로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다. 좋은 재료를 넣고 오랜 시간 정성으로 담근 술이니 귀한 지인에게 선물하기 좋다.문의 | 063-212-5765가격 | 이강주 5호 500ml 25,000원 우리 아이 꿀잠 친구 나비스 ‘향기 이불’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왠지 좋은 꿈을 꿀 것만 같은 건강한 이불을 선물해 주는 건 어떨까? 폭신폭신한 감촉에 향기까지 더해진다면 한마디로 꿀잠 예약. ‘나비스’ 향기 이불 아로마슬립은 마이크로캡슐 솜을 넣어 항균, 방취, 방충 기능을 더했다.문의 | 063-275-9533가격 | 아기이불세트 130*150 80,000원대 구수하게 즐기는 건강 한 알함씨네 마늘청국장환알싸한 마늘과 구수한 청국장이 만나 건강한 환이 탄생했다. ‘함씨네’ 마늘청국장환은 건강에 좋은 청국장과 마늘을 환으로 만들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메주콩 대신 쥐눈이콩을 넣은 쥐눈이콩마늘청국환과 구수한 찌개 청국장도 선물로 추천한다.문의 | 063-211-7955가격 | 마늘청국장환 300g 50,500원, 쥐눈이콩청국장환 300g 65,000원, 토종찌개청국장 200g 5,000원 재료 맛 살린 건강한 김치맛 디자인 ‘김치 세트’김치도 사 먹는 시대다. 캠핑 갈 때, 여행 갈 때 간편하게 챙겨 갈 수 있는 김치는 빼놓을 수 없는 준비물이다. 맛디자인 김치는 100%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고 화학조미료, 방부제, 색소 없는 건강한 김치다.문의 | 063-232-7017가격 | 김치 4종 세트(백김치 800g 청김치 800g 맛김치 800g 깍두기 800g) 44,000원 건강하게 마시는 우리 차디자인농부 ‘차 세트’새해엔 커피보다 우리 차를 마시는 건 어떨까? 고소하고 은은한 향에 몸은 물론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 문의 | 063-542-5328 가격 | 팥차&콩차 세트 20,000원 황금돼지띠 아이 축하 선물성실섬유‘출산 준비물 세트’새해 황금돼지띠 아이를 출산하는 이에게 ‘성실섬유’ 출산준비물 세트를 선물해 보자. 친환경 소재인 한지섬유로 만든 배냇저고리, 싸개, 턱받이와 모자까지 완벽한 출산준비물로 구성돼 있다. 문의 | 063-272-0763 가격 | 한지 출산 준비물 세트 100,000원 전북에서 생산한 귀하디귀한 나물자연애 ‘나물’명절 차례 상에 꼭 올려야 하는 음식이 있다면 바로 나물. 우리 지역에서 직접 재배하거나 야산에서 채취한 나물을 선물해 보자.문의 | 063-284-1230 가격 | 삶은 고사리 1kg 26,400원, 채도라지 1kg 26,400원 흑마늘과 오리의 맛있는 만남두메산골 ‘오리고기’맛있게 먹으면서 건강까지 생각한다면 오리고기가 선물로 제격이다. 오리고기는 다른 육류보다 칼로리는 낮고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문의 | 063-211-6684 가격 | 두메산골종합선물세트 1호 23,500원, 2호 29,400원, 3호 42,500원, 4호 52,400원 편안하고 따듯한 아이 속옷프랜스링 ‘실내복’겨울철 아이들의 필수품은 바로 속옷이다. ‘프랜스링’ 실내복은 100% 무형광 원단으로, 믿고 선물할 수 있다. 보온성과 신축성이 좋아 아이들이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고, 두껍지 않아 외출할 때 겉옷 안에 껴입기도 좋다. 문의 | 063-276-1016가격 | 닥스 9부 30수 후라이스 25,000원 건강한 치아 관리 필수품엠아이비 ‘칫솔’건강한 치아를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른 양치질이다. 바른 양치질에 좋은 칫솔을 쓰는 건 기본. 엠아이비는 국내는 물론 유럽의 안전검사를 통과한 고급 칫솔이다. 금과 숯 성분을 포함한 항균 칫솔로 치아가 튼튼한 한 해를 선물하자. 문의 | 063-214-0217가격 | 어린이 칫솔 1,300원, 어른용 칫솔 1,300원~1,500원
202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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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치마을에서 금상동까지
잿빛 빌딩숲에서 만난 생경한 세계
청정한 공기와 푸릇한 기운, 행치마을뜻하지 않게 나선 행치마을 나들이는 어김없이 뿌연 먼지 재앙이 동행했다. 이래서야 과연 ‘멋진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기대는 잿빛 도심처럼 낮게 가라앉았다.지금은 레일바이크를 타고, 휴식과 커피를 즐기는 문화레저공간으로 탈바꿈한 아중역에서 뜻하지 않은 여정이 시작된다. 아중역을 무시로 지나치면서도 이제야 보게 된 ‘행치마을’ 표지석. 아중역 왼편으로 깊숙이 들어가 우회전을 하자마자 생경하고도 갑작스러운 풍경을 마주한다. 마치 오래전 보았던 일본의 애니메이션 처럼 급작스러운 세계다.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잘 정돈된 멋진 커피숍을 지나, 곧바로 마을이 시작된다. 겨울이 한창이라 화려하진 않아도 제법 울창한 뒷산을 끼고 마을길이 놓여 있다. 이곳이 아중역 바로 뒤편에 자리한 행치마을, 행정구역상 우아3동이다.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살고 있으면서도 마치 아중역에서 전주가 끝나는 줄 알고 살았던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다. ‘행치’라는 이름은 마을 뒤 고개에 향나무가 있어 ‘향나무 고개’라는 의미에서 행치(行峙)’라 불렸다고 한다. 행치마을은 조상 대대로 온돌 주거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인 구들장을 채취하고 가공하던 마을이었다. 지금은 구들장으로 썼던 판석을 우물이나 담장, 축대 등에 사용하고 있는데, 여염집 아담한 담장에서 그 흔적을 여럿 만날 수 있다. 오래전 마을의 역사와 흔적을 오늘 가꾸고 남겨야 할 ‘유산’이라고 한다면, 행치마을은 이 구들장을 마을 문화의 표상으로 앞세워도 좋지 않을까. 고덕산 자락을 따라 행치봉에 오르자니 제법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행치마을의 또 다른 자랑인 편백나무숲이 산등선 초입에 빽빽이 조성되어 있다. 이 호환 마마의 습격에도 마을에 들어서자 청정한 공기가 폐부에 와 닿더니, 그래, 너희들 덕분이었구나. 등산로는 잘 닦인 길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정겹고 고맙다. 해발 270m 행치봉 정상에서 마주한 금상동과 전주 도심이 아스라하다. 금상동은 콩나물이나 방울토마토, 블루베리 같은 작물을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하는 농업인들이 꽤 많다고 한다. 전주에서 농사를 지으면 얼마나 짓겠나 하겠지만, 금상동과 같은 전주 외곽 지역 주민들이 전주 시민들의 먹을거리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을 만큼 꽤 많은 농가가 존재한다. 이제부터라도 ‘소비도시 전주’라는 섣부른 오해는 접어 두어야 할 것 같다. 행치마을에서 만난 어느 여성 농군의 비닐하우스에 잠깐 들르니, 마을에 들이닥친 불청객들을 마다하지 않고 푸르고 파란 것들의 반가운 인사가 아우성친다. 이 엄동설한에 봄동, 파, 쑥갓, 치커리 등등이 다품종 소량 생산되어 전주 사람들의 식탁에, 아이들의 급식에 오르고 있다. 한 소쿠리 가득 캐내 곧바로 샐러드나 겉절이를 해 먹고 싶은 생각에 하마터면 주인 허락도 없이 손을 댈 뻔했다. 재단법인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가 이 마을 주민들에게 ‘기획 생산’을 의뢰하고, 서로 여러 협의를 거쳐 전주 사람들의 먹을거리를 내놓고 있단다. 전주푸드는 이곳을 생태교육장 삼아 수확철이면 심심찮게 아이들을 모아 행치마을을 찾는다고 한다. 음식과 생태, 자연과 도시, 역사와 사람 이야기가 있는 가까운 도심 속 행치마을은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여 주고 교육하는 장으로 손색이 없겠다. 주말이면 막상 아이 손잡고 갈 곳이 없어 우물대다 하루를 보내는 일이 허다했다. 그래서 오늘 만난 행치마을은 보석 같은 발견이다. 전주 도심과는 1°C 차이가 난다는데, 이 청정한 공기와 푸릇한 기운이 그것을 웅변한다. 거짓말처럼 생경한 새로운 세계, 행치마을에 서 있자니, 저 건너 빌딩숲의 잿빛 풍경이 안쓰럽게 일렁인다. 전주푸드 농가전주시에는 3만여 명의 농업인들이 있다. 행치마을과 금상동은 전주의 대표적인 친환경 농업 지역으로 전주푸드 농가들이 많다. 또한, 방울토마토, 블루베리 농장 등 시설 재배 농가들이 많으며, 전주콩나물영농조합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농가들은 기획 생산을 통해 전주학교급식센터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패자의 역사, 그래서 더 서글픈 회안대군 묘행치마을을 돌아 소양 방면 국도에 접어들자 금상동으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행치마을 뒤편, 낮은 분지처럼 조성된 논밭을 끼고 금상동이 있다. 이곳에는 친환경 농법으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터를 잡고 있다. 이곳에 전주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회안대군 묘가 있다. 회안대군은 태조 이성계의 넷째 아들로 조선조 개국공신이었다. 그러나 훗날 이른바 ‘2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다섯째 아들 이방원, 그러니까 훗날의 태종과 세력 다툼에서 패하고 유배를 전전하다 결국 이곳에 묻혔다. 목숨을 건 정쟁을 치렀으나, 피를 나눈 형제의 마지막 도리였을까. 회안대군 묘에는 제법 웅장한 사당과 비각, 비석들이 세워져 있다. 태종이 지관을 보내 음택(묘지) 명당으로 이곳 금상동을 택해 그와 그의 부인을 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고, 그 시대의 정세와 민심을 정확히 알 길이 없으니, 역사적 의미와 고증은 접어 두자. 다만 조선조 전주 이씨의 발원지로 역사, 문화적 의미와 사료를 연구하고 정리하는 데 회안대군 묘 역시 중요한 모티브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정치와 권력에서 밀려난 자의 마지막 자리는 쓸쓸하다. 왕족인 만큼, 무덤의 위용이 예상보다 대단해서 더 그러했으리라.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미래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행치마을과 금상동은 지금의 사람들이 이곳에 어떤 가치와 의미를 두느냐에 따라 그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자면 오래 두고 지켜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시선과 필요가 이 마을의 미래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걱정했던 ‘멋진 하루’의 여정은 하루 동안의 단출한 나들이로만 끝나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 나와 우리가 안고 있는 고민과 부족함을 들여다보는 기회였고, 그것은 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으로 이어졌다. 발길 닿는 곳곳마다 이야기가 속살거리는 곳, 내가 사는 전주는 빌딩숲 사이에서 수많은 새로운 발견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임을 깨닫는다. 잿빛 재앙이 몰아닥치는 날 휴식 같은 이곳을 다시 찾겠노라 생각하며… 회안대군 묘회안대군은 고려 말기의 문신이자 조선 태조의 넷째 아들이다. 왕자의 난에서 패배한 회안대군은 스스로 본관인 전주에 내려와 20년간 거주했으며, 태종의 권고로 상경하던 중 사망해 금상동에 안장되었다. 회안대군 묘는 현재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23호로 지정되었다. 글 김회경 | 전주세계소리축제 홍보팀장김회경 씨는 월간 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문화판의 일꾼으로 청년기의 8할을 보냈다. 지금은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며 장년기의 8할 +α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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