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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게 가게
우리 동네 쌀집 나이 무려 쉰 살
전주시 미래유산, 중화산동 성수미점
성수 사람이 연 쌀가게, 성수미점가게 이름이 ‘성수미점’이다. 이강덕 씨의 고향이 임실군 성수면인 까닭이다. 그때 당시 성수면에서 전주로 온다는 것은 서울에 가는 것보다도 더 힘들었던 시절이다. 성수면은 아주 골짜기 산골 동네였다. 그 동네에서 유일한 교통수단인 기차는 동네에서 3㎞ 넘게 걸어 나가야만 탈 수 있었다.하루는 동네에 교회 전도사가 찾아왔다. 이강덕 씨도 그 때 처음으로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되었다. 이강덕 씨는 가난한 집안의 7남매 중 장남이었다. 경제력이나 학력이나 어디에 내놓을 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그 전도사가 이강덕 씨의 성실한 모습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 전도사가 나중에 이강덕 씨의 동서가 됐다. 이강덕 씨가 장사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장사를 하려면 도회지에서 해야 한다면서 전주에 있는 자기 집 옆방을 빌려주었다. 전주로 이사를 온 이강덕 씨는 1965년 지금 자리에 쌀집을 열었다.짐빠 자전거는 씽씽 달린다1960~1970년대는 모두가 가난했고, 하루 밥 세끼가 절실했던 시절이었다. 이강덕 씨는 자전거 한 대로 장사를 시작했다. 그 당시 ‘짐빠’라고 불리던 쌀 배달 자전거 한 대를 몰고 삼례로, 고산으로, 임실로 사방으로 물건을 가지러 다녔다. 차가 없던 때라 짐빠는 이강덕 씨의 재산 1호였다. 짐빠에 곡물을 가득 싣고 집에 오면, 곡물을 쌀·보리·콩 등 종류별로 조금씩 나누어 놓는다. 그 시절에는 보리를 팔아도 한 되, 두 되 이렇게 팔았다. 외상 거래도 많아서, 한 70~80%는 전부 외상 거래였다. 한번은 어떤 할머니가 밤에 등불을 들고 손자의 손을 잡고 가게를 찾아 왔다. 내일 아침 손자 도시락을 싸줄 쌀을 한 되만 외상으로 달라는 것이다. 말이 외상이지 나중에 쌀값을 못 받을 게 불 보듯 뻔했지만 할머니를 따라온 아이 눈을 보니 차마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동네 식량 창고 역할을 하는 이강덕 씨 쌀집에는 왕왕 있었던 일이다. 그래도 내가 그 사람들보다야 조금이라도 낫지 싶어 그냥 넘길 때가 많았다.선너머길 유일한 동네 쌀집옛날엔 이곳이 ‘선너머 미나리’라고 불리던 미나리꽝이었다. 성수면에서 맨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에는, 방 한 칸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윗목에는 곡물 자루를 죽 늘어놓고, 아랫목에서 셈을 하고 그랬다. 몇 년을 그렇게 지낸 후, 옆방을 얻어서 제대로 모양을 갖춘 게 지금의 가게다. 가게를 조금씩 손을 보기는 했어도 옛날 모습 그대로다. 세월과 함께 살짝 뒤틀린 문짝, 손때 묻어 번질번질한 됫박과 투박하고 무거워 보이는 저울 등 모두 이곳 주인 이강덕 씨와 50년 넘는 세월을 함께 지나온 것들이다. 골목골목 쌀가게, 채소가게가 이제는 하나둘 사라져 가지만 ‘성수미점’은 수십 년 세월 동안 변치 않는 모습으로 꿋꿋하게 동네 길목을 지켜왔다. 얼마 전 이 가치를 전주시 문화자산으로 인정받아 전주 미래유산으로 선정되었다.“오래된 쌀집이라는 것 빼고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겠어요. 쌀을 팔러 오는 동네 주민들 덕에 큰 도움을 받으며 살았어요. 그분들 덕에 딸 셋, 아들 하나도 훌륭하게 키웠는데, 이렇게 전주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되는 영광까지 얻게 되었습니다.”언젠가 ‘성수미점’도 문을 닫을지 알 수 없다. 다만, 여든의 쌀집 사장님은 오늘도 동네 손님들을 위해 구석구석 가게를 쓸고, 형형색색의 잡곡을 정갈하게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성수미점주소 | 전주시 완산구 선너머3길 5-14 문의 | 063-284-9276
20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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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그곳
시민의 손으로 짓는 초록 도시 공간들
동네마다 초록이 고개를 내밉니다. 집 담벼락에, 매일 걷는 골목길에 나무와 꽃과 풀을 심는 정성스러운 손길 덕분입니다. 도심에서 초록 공간을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주의 풍경을 푸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시민이 직접 ‘초록 도시’를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전주시와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손잡고 ‘전주 초록 도시 공모전’을 진행해 이렇게 반가운 얼굴들을 찾았습니다.노송동 문화1길에는 꽃길이 생겼습니다. 동네 어귀마다 화분을 놓는 이희손 어르신의 정성이 아담한 양옥과 골목을 온통 화사한 빛깔로 물들입니다. 서학동 예술마을의 80년 된 한옥이 눈에 띕니다. 유정숙 어머니의 바지런한 손길이 마을에 생기를 되돌립니다. 3대가 대를 잇고 살던 서신동의 나이 지긋한 주택은 근사한 카페로 변신했습니다. 정원을 개방하고 주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빛나는 공간입니다. 이렇게 전주는 지금 초록과 한 몸이 되어 갑니다. 시민의 손으로 초록 도시 전주가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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