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고쳤다 이 집
고물자골목의 옛 병원이 공유공간 '둥근 숲'이 되다
이름만큼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고물자골목낯설고도 재미난 이름 고물자골목. 하지만 이 골목은 오랜 역사를 가졌다. 옛 전주부성 지도에도 등장하고, 조선시대에는 은방골목으로 불렸다. 한국전쟁 직후에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구호물자와 각종 미제 물품이 유통되면서 구호물자골목, 양키골목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1973년까지 이 골목의 끄트머리에는 배차장이 있어 배차장골목이라는 이름이 생겼으며, 오꼬시골목, 한복골목 등 여러 이름을 거쳐 현재는 구호물자를 빠르게 발음할 때의 고물자골목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고물자골목에는 공방을 열고, 생활을 꾸리는 청년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그리고 올해 11월, 골목 사람들과 청년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유공간 '둥근 숲'이 문을 열었다. 새로 문을 연 '둥근 숲'에 들어서면 곧바로 전시가 펼쳐진다. 일곱 쌍의 손 사진이 걸려 있는 벽에 눈길이 머문다. '여문 손에 새겨진 삶'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마디가 굵고 힘줄이 불거진 손, 꽃이 피듯 활짝 벌어진 손, 수줍은 듯 살짝 포개어진 손. 사람의 손은 다 다른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카이브 전시 '고물자골목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은 골목 주민들의 삶과 솜씨, 골목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다. 이 전시는 공유공간이 생기고 열리는 첫 전시이자, 손님맞이 인사인 셈이다.주민과 청년이 함께 만들어 가는 도심 속 쉼터, 둥근 숲'둥근 숲'은 과거 여관과 요양원으로 쓰였던 건물이었으나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다가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전주시와 전주 원도심 도지재생현장지원센터, 고물자골목 청년 모임 '둥근 숲'의 합작품이다. 그간 전통문화 중심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청년들과 장인들이 함께하는 골목 문화프로젝트가 추진돼 왔고, 그들이 앞으로 더 자주 만나고 알찬 시간을 꾸려갈 수 있는 둥근 둥지가 생긴 것. 아카이브 전시가 진행 중인 1층 안쪽에는 널찍한 주방과 테이블이 놓인 공유주방 '고물자 식탁'이 있고, 2층에는 전시, 교육, 워크숍 등을 할 수 있는 공유작업소 '고물자 작업소'가 마련됐다."앞으로 이곳은 주민들의 쉼터이자 주민들이 가진 오랜 손기술을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장소가 됐으면 합니다. 또 청년 공방과 생산자들이 서로 만나 기회를 탐색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려고 합니다."라고 소영식 전주시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사업총괄 코디네이터는 밝혔다.생각할수록 이곳의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결국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일이고, 공간에 머무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는 일이니까. 오래된 골목이 만든 시간의 궤적을 골목 사람들과 청년들이 씨줄과 날줄로 새롭게 엮어 낸다면 도심 속 숲이 될 만한 '둥근 숲'이 일구어지지 않을까. 공유공간 '둥근 숲' 주소│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98-4 문의│063-232-5119 운영시간│9:00~18:00(토, 일 휴무)
2020.09.09
#도시재생
#공유공간
#둥근숲
#고물자골목
은행에 문화를 더하다, JB문화공간
은행에서 놀고, 배우고, 휴식하다창립 50주년을 맞이한 전북은행과 (사)문화경제포럼이 손을 잡고, 오래된 은행을 새로운 문화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지난 11월 12일 개관한 ‘JB문화공간’이 그 주인공. 전주한옥마을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공연을 즐기고 예술을 체험하며, 루프탑에서 휴식과 버스킹까지 여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은행을 ‘문화 쉼터’로 재탄생시켰다.‘JB문화공간’에 들르면 깔끔하고 현대적으로 단장한 외관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1층 은행 옆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50석 규모의 널찍한 카페가 방문객을 반긴다. 시민들은 공연을 관람하며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고, 관광객 역시 풍남문과 전동성당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 덕에 멋스러운 풍경을 만끽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3층까지 올라가면 예술 교육이 진행되는 60석 규모의 다목적홀, 음악과 영화를 취향대로 감상하기 좋은 음악 감상실이 나온다. 이 공간들은 동호회나 직장인 밴드의 연습 공간으로 대관이 가능하다. 또 요가, 수공예, 춤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주말엔 음향과 무대 시설이 완비된 옥상에서 초대 가수들이 펼치는 공연을 관람하거나, 직접 버스킹을 펼칠 수도 있다. 공간은 자유롭게, 시민이 만들어 가는 문화 공간“JB문화공간은 이미 운영 중인 은행에 문화 체험이 가능한 여러 공간을 새롭게 추가해서 만든 공간이에요. 중요한 점은 저희가 모든 것을 주도해서 운영하기보다는 시민들이 직접 공연도 하고 교육도 진행하면서 공간에 정체성을 부여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죠.”운영 위탁을 맡은 (사)문화경제포럼 성재환 대표의 말처럼, 이곳은 여느 문화 공간과는 다른 독특한 운영 방식을 택했다. 일반적인 문화 공간들과는 달리 운영 주체가 주도권을 쥐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공간을 독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문화경제포럼이 운영하는 세미나와 인문학 강의 등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시민 대관’을 적극 활용해 ‘시민이 만들어 가는 공간’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기 때문.JB문화공간은 시민들이 직접 공연·행사를 운영할 때, 홍보 활동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시민 프로그램을 온·오프라인으로 홍보하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기획하고 실행한다. 시민을 ‘문화기획자’로 발돋움시켜 ‘공간은 자유롭게, 도움은 확실하게’라는 운영 철학을 실현하겠다는 것.“문화 교육도 다채롭게 준비했습니다. 심도 깊은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을 ‘문화 전문가’로 양성하는 것이 이 공간의 최종 목표죠.”하지만 이런 복잡한 생각을 담고 이곳에 들를 필요는 없다. 그저 가볍게 발걸음하고 휴식을 취해도 좋다. 일단 들러 보시라. 깊게도, 가볍게도 문화를 즐기기에 제격인 ‘문화 쉼터’니 말이다. JB문화공간주소│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5 2층문의│010-3905-1957운영시간│10:30 ~ 19:00(화~금),11:00~21:00(토) 일, 월 휴무
2020.09.10
#쉼터
#포럼
#세미나
#인문학
#문화
오래된 주택을 동네 문화 거점으로
인봉집
구도심에서 하룻밤 낭만을 채우는 집노송동 풍경이 으레 그렇다지만 ‘인봉집’이 자리한 중노송동은 30년 전 추억이 물씬 떠오르는 아기자기한 옛 모습 그대로다. 인봉집 역시 별다를 것 없는 오래된 주택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아트클러스터 별의별’의 고은설 대표가 이곳을 ‘도시 민박’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면서 새로운 동네 문화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노송동 주택들은 한옥과 양옥이 오묘하게 섞인 건축양식이 특징이에요. 또 집주인이 원하는 대로 주문하고 설계해서 구조가 각양각색 개성이 넘치죠. 아파트와는 확연히 다른 생활방식과 감성이 공간 전체에 묻어난다고 할까요.”입구부터 펼쳐진 돌담길을 따라 오르면 차 한잔 마시기 딱 좋은 고즈넉한 정원이 시선을 붙잡는다. 정원에서 바라본 ‘동네 경치’도 눈에 걸리는 것 없이 시원시원하다. 벽돌로 만든 집 외벽과 큼직한 옥상은 1980년에 지어진 오래된 집다운 모양새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색다른 실내 풍경이 또 보는 맛을 더한다.큰 테이블이 있는 거실과 현대식으로 고친 화장실, 큼직한 다용도실, 4개나 되는 방까지. 인원이 많아도 넉넉히 숙박이 가능하다. 2층 침대와 간이 침대, 널찍한 창과 테라스를 보면 퍽 세련된 느낌이 들지만, 나무 계단과 원목 벽면은 옛 모습 그대로라 독특한 조화를 뽐낸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이랄까. “오래된 주택이 뿜는 정취는 보존하면서도 깔끔하게 하룻밤을 보내도록 꾸몄어요. 낭만은 낭만대로, 편리함은 편리함대로 다 즐길 수 있어요.” 동네 사람이, 동네답게 고친 동네 문화 거점인봉집은 고은설 대표와 동네와 주택이 좋아 서울에서 전주로 내려온 서미영 씨가 합심해 만든 공간이다. 이곳이 여느 유명 게스트하우스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민박 명소이자 동네 문화 거점으로 성장한 힘은 바로 두 사람의 도시재생에 대한 신념과 철학 속에서 나왔다.노송동의 동네 문화 거점은 인봉집말고도 더 있다. 전시·강연 공간인 ‘사철나무집’, 동네 예술 교육 배움터 ‘철봉집’이 그 주인공. 고은설 대표는 세 집을 기반으로 전주시 사회혁신센터와 협력해 청년들이 살 집을 직접 고치고 거주하도록 돕는 ‘청년, 전주 일 년 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시민 개개인이 직접 종노송동 도시재생에 참여할 수 있는 펀딩을 열기도 했다. 또 ‘로컬DIY스쿨’을 통해 주민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우리 동네 리빙랩’을 진행해 인봉마을의 동네 기억과 문화유산을 수집하는 등 도시재생을 실천하고 있다. 12월 개관을 목표로 공사 중인 ‘희희당’과 ‘인봉라운지’도 기대되는 공간이다. 희희당은 청년들에게 주거 공간을 마련해 주는 청년쉐어하우스이며, 인봉라운지는 다른 공간들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거점 커뮤니티 공간이자 주민 카페다. 고은설 대표는 이 모든 공간을 연결한 프로그램을 통해 동네의 자립이 가능한 도시재생 사례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동네에 청년을 살게 하고, 동네 사람을 고용하고, 동네 문화가 자생하는 동네 생태계가 완성되는 거죠.” 앞으로도 노송동에 ‘별의별 집’들이 가득 세워지기를 바란다. 인봉집주소│전주시 완산구 인봉 1길 21-10문의│010-8979-9977
#별의별
#도시민박
#로컬DIY
#리빙랩
동네 목욕탕이 복합문화공간이 되다
기린토월
여탕은 카페, 남탕은 갤러리남노송동의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3층 건물. 외벽에는 ‘호수옥사우나’라는 글씨가 보이고, 건물의 입구에는 ‘남노탕’이라는 옛 이름도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다. 그리고 입구 오른편에 자그마하게 ‘기린토월’이라는 새 이름표가 붙어 있다. 문을 통과하면 곧바로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나오고, 계단의 오른편에는 카페가 있다. 1층은 매표소와 여탕이 있던 자리. 여탕을 개조한 카페 내부가 신기하고 독특하다. 당시 목욕탕의 모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물이 남실거리던 온탕과 열기로 채워졌던 사우나 등이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다. 남탕이었던 2층은 갤러리로 사용하고 있다. 갤러리에서는 8월 31일까지 ‘오른손잡이가 그린 왼손 그림’전이 열린다. 이 전시를 통해 김정배 교수의 시적 단상과 왼손 그림 작품이 사람들과 만난다. 교습소로 쓰이는 3층을 지나 옥상으로 가면 이 낡은 건물이 품고 있는 매력이 도드라진다. 손을 뻗으면 산자락이 만져질 듯 기린봉이 가깝다. 전주 10경 가운데 하나인 기린토월(麒麟吐月, 기린봉 위로 떠오르는 아름다운 달)을 볼 수 있는 곳. ‘기린토월’의 김지훈 대표도 이 건물에서 바라본 풍광에 반했다. “겨울에 왔을 때 옥상에서 기린토월을 봤어요. 그래서 저 달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이야기한다. 기린봉과 달이 잘 보이는 옥상은 공연을 할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꾸밀 예정.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이 되고 싶어공간 기린토월은 지난 6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그사이에 사귄 이웃이 제법 많다. “카페에 있는 작은 화분은 앞집 할머니가 선물로 가져오셨어요. 뒷집 할아버지는 개소식 날에 돈을 건네기도 하셨죠. 파전을 가져다주는 분도 계시고, 장사 안돼서 빨리 망할까 봐 걱정해 주시는 분도 많아요.” 카페는 대개 젊은 층이 많이 찾지만, 김지훈 대표는 이 공간이 기린봉 아랫동네 주민의 사랑방 역할을 하길 바란다. 그래서 예전 목욕탕이나 사우나를 운영할 때에 팔던 냉커피를 판다. 당시 벽에 붙어 있던 메뉴판도 고스란히 남겼으며, 커피 값도 예전 그대로 1,000원이다. 단, 65세 이상의 동네 주민만 마실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메뉴. 앞으로 냉커피와 함께 팔던 바가지커피도 추가할 예정이다. 기린토월주소│전주시 완산구 마당재2길 75문의│0507-0465-8074
2020.09.08
#남노송동
#목욕탕
#카페
#갤러리
‘도시재생’으로 되살아난 오래된 건물, 공간을 소개합니다.
출판사 옛 편집실이 갤러리로, F갤러리
갤러리가 하나도 없는 곳이니까 바로 여기죠!F갤러리의 ‘F’는 ‘Free’, 카메라 조리개와 포커스 등의 첫머리 글자 ‘F’를 의미한다. 그리고 바이올린의 머리 부분도 ‘F’를 닮았다는 것이 갤러리를 운영하는 권은경 대표의 설명이다. 사진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예술 장르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갤러리가 되고 싶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란다. 그 이름에 걸맞게 F갤러리는 사진뿐만 아니라 서예, 회화, 조각 등 다채로운 장르의 전시를 기획하고 선보인다.갤러리의 건물은 지역의 출판문화를 이끌어 온 신아출판사가 확장하기 전 사용했던 공간. 갤러리가 들어선 1층 공간은 편집실로 쓰였던 곳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래된 주택가에 갤러리를 열게 되었을까? “다른 곳도 찾아보긴 했어요. 접근성이 좋은 곳은 아니니까요. ‘이 동네는 갤러리가 하나도 없네?’, ‘문화생활을 즐길 만한 곳이 없네?’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까 오히려 끌렸고요. 요즘에는 거꾸로 사명감이 생겼어요. 인근에 중학교가 있는데, 학생들이나 동네 주민들이 이곳에서 문화생활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하고 그녀는 갤러리가 들어선 곳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동네에 이런 게 생겼네! 동네가 좋아지겠네!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인 권은경 대표는 작가들의 해외 진출에도 관심이 많다. 사진작가들이 국내에서 성장하는 것 못지않게 해외에 작가와 작품을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마침내 지난해 6월 ‘제1회 국제 포토 앤 아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국제사진전을 열었다. 피렌체에서의 전시가 끝난 후, 다시 F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이런 일들은 든든한 동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녀와 함께 이곳을 운영하는 곽풍영 사진작가이다. 두 사람은 이탈리아에서의 첫 번째 국제사진전에 이어 두 번째 전시도 기획하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해외 전시를 진행할 예정. 지난 2018년 4월에 개관해 이제 겨우 1년을 넘긴 참이지만,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가슴 벅찼던 순간도 많았다. 그중 하나는 동네 주민으로부터 “아이고야, 이 동네에 이런 게 생겼네. 이렇게 자꾸 예술가들이 모이면 동네가 좋아지겠네!”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그녀의 바람과 똑같았던 까닭이다. 그 마음을 읽은 듯 덕담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것. F갤러리가 꿈꾸는 내일이 예사롭지 않다. “이곳이 작가들의 발판이 됐으면 좋겠어요.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딛고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했으면 하고요. 여기가 주민들에게는 문턱이 낮은 곳, 만만한 곳이었으면 해요. 어릴 때부터 문화생활을 당연하게 누릴 수 있게요. 작가한테는 항상 새로운 숙제들이 주어지는데, 그 질문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계속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라죠.” F갤러리주소 │ 전주시 완산구 공북 1길 16문의 │ 010-8645-5633운영시간 │ 오전 11시~ 오후 6시(점심시간 12시 30분~2시 관람 제한, 월요일 휴관)
2020.09.22
#F갤러리
#권은경
과거로의 시간여행, 근대사 체험 박물관
전주난장
눈으로만 보지 말고 손으로도 추억을 만져 보세요!학교의 교문처럼 만들어진 입구를 지나면 학용품, 눈깔사탕, 솜사탕이라고 쓰인 글씨 아래 ‘경남상회’ 간판이 보인다. 과자와 음료수와 장난감 등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학생들을 유혹했을 작고 앙증맞은 물건들이 즐비하다. 매표소를 지나 학교 안으로 들어가면 흰색 실내화를 넣어둔 신발장이 보인다. 한 칸의 교실은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절의 초등학교 교실이 재현되어 있고, 다른 한 칸은 일명 ‘상고 누나’, ‘상고 오빠’들이 타자기를 배우는 상업고등학교 교실로 꾸며져 있다. 땅에 묻어 둔 김칫독과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세면대도 정겹다. 학교를 벗어나면 무궁무진한 세계가 펼쳐진다. 장난감점, 문구점, 책방, 철물점, 자전거포 등이 좁은 골목길에 늘어서 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소품은 조문규 대표가 25년 동안 수집한 것. 고가구와 골동품이 많은 이태원, 황학동은 물론이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사 모았다. 복고풍이 아닌 진짜 복고를 만날 수 있는 곳이거니와 여느 박물관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모든 물건을 손으로 만져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외할머니 장터, 우체국 등 70개가 넘는 크고 작은 공간에서 물건을 손으로 만져 볼 수 있고, 의자에도 앉아 볼 수 있다. 만화방, 고고장, 전통놀이터, 노래방 등의 체험도 가능하다. 또 하나 반가운 점은 먹을거리를 제외한 모든 체험거리가 무료라는 것! 한 사람의 오랜 꿈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추억 공간으로이곳은 지난 2016년 10월에 단장을 시작해 ‘전주난장 야시장’으로 먼저 사람들을 맞았다. 그 뒤 재정비해 올해 3월에 근대사박물관으로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지금의 모습이 갖춰지기까지 3년이 훌쩍 넘는 준비 기간이 필요했던 셈.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인 데는 이유가 있다. “삼십 대 후반부터 민속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나이가 들면 근·현대의 생활사를 보여 주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죠. 그때부터 이것저것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어요.” 역 앞에 있었던 전당포와 연탄 아궁이가 있는 자취방, 1960~1970년대 선거 포스터와 달력 등 세세한 소품까지 신경 써서 재현한 공간에는 그의 땀과 열정이 스며 있다.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말 못 할 마음고생도 많았다. “공사 진행이나 물건 구매에 드는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지만, 공간이 조금씩 완성될 때마다 설레었어요. 돌담 하나를 쌓아도 그래요. 의도한 대로 만들어지면 그 좋은 기분이 며칠을 가는 거예요. 볼 때마다 예쁘고요. 정말 행복했어요.” 조문규 대표가 한 땀 한 땀 손바느질을 하듯 완성한 ‘전주난장’을 ‘군산극장’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해가 저물면 300여 개의 달과 별, 청사초롱 등으로 꾸며진 조명이 시간여행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어 준다. 앞으로 전통차와 국밥을 비롯한 전통 먹을거리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전주난장주소 | 전주시 완산구 은행로 13문의 | 063-244-0001이용시간 | 일~목 오전 7:30~오후 8:30, 금~토 오전 8:30~오후 9:30
2020.10.12
#전주난장
#추억
#박물관
#문방구
#복고
오래된 집이 멕시코 요리 전문음식점으로
아이마미따
멕시코 중세도시에 살던 부부, 전주의 골목길에 반하다전주 ‘객사길’에는 작은 ‘멕시코’가 있다. 멕시코에서 6년 동안 음식으로 한국을 알려 온 이민구, 이사벨 씨 부부가 이번에는 전주에 멕시코 문화와 요리를 소개하는 음식점 ‘아이마미따’를 열었다. 직선으로 뻗은 골목 안쪽으로는 색색의 벽과 나무 문이 늘어서 있고, 머리 위에서 멕시코 전통 공예인 ‘빠뺄 삐까도(papel picado)’의 화려한 문양이 바람에 흔들리면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멕시코에서의 식당 운영은 안정적이었지만, 이민구 씨 가족은 지난 2018년 말 한국으로 돌아왔다. 올해 여섯 살이 된 아들 환희와 멕시코 사람인 아내에게 한국에 대해 알려 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 때문. 그래서 부모님이 살고 계신 전주에 자리를 잡았다. 부부가 현재의 장소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골목길’에 있다. “과나후아토(Guanajuato)라는 곳에 살았는데, 아기자기한 골목길로 이루어진 곳이었거든요. 여기에 와서 보니까 그 골목길이 떠올라서 반갑더라고요.” 이민구 씨 부부는 마당이 있고, 탁 트인 하늘이 보이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멕시코 음식은 물론, 멕시코의 문화를 알리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던 두 사람에게 두 채의 낡은 집은 새로운 꿈을 담는 그릇이 되었다. 실내에 전시된 멕시코 작가의 인물사진과 민속품들도 매력적이지만, 마당에 설치한 여우, 원숭이, 토끼 등 다양한 색깔의 조형 작품을 창문을 통해서 보는 즐거움도 크다. 이민구 씨는 “원래 오랫동안 주택으로 쓰였기 때문에 내부만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을 수 있도록 바꾸고, 외관이나 뼈대는 그대로예요. 대들보나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던 흔적도 남아 있죠.”라고 말한다. 한국인 남편과 멕시코인 아내가 만드는 음식과 이야기스물세 살에 여행자로 멕시코에 갔다가 한식당까지 열게 되었다는 이민구 씨. 영화 같은 그의 이야기는 아내인 이사벨 씨를 만나 더 영화 같아졌다. 지인의 생일 파티에서 아내인 이사벨 씨를 만나게 되었고, 식당을 운영하는 동업자로, 인생을 여행하는 동반자로 함께하고 있다. 대대로 축산업을 해온 까바소스 가문의 딸인 그녀는 현지에서 공수한 재료와 가문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통 조리법을 활용해 멕시코 음식을 선보인다. 미역국과 장조림, 김치를 특히 좋아하는 아사벨 씨는 막걸리와 모주 같은 전통 술도 무척이나 사랑한다. 이들 부부는 새로 뿌리내린 전주에서 매일 즐거운 상상을 한다. “얼마 전엔 환갑을 맞은 분께서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하시기도 했고요. 88세 어르신이 오셔서 음식을 맛보시고 즐거워하셨어요. 멕시코 음식과 분위기를 즐기시는 모습을 보는 게 저희의 기쁨이죠. 커피 한 잔을 마셔도 편안한 대화 속에서 오래 머물다 가고 싶은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이마미따주소 |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1길 46-7문의 | 063-282-1585이용시간 | 화~목 11시 30분~24시, 금~일 11시 30분~새벽 2시
2020.10.16
#멕시코
#객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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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생의 특별한 옷장
면접 정장 무료로 대여해요, 청춘꿈꿀옷장취업 준비생이라면 누구나 걱정하는 면접 자리,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 온 것들을 보여주는 첫인사 자리다. 깔끔하고 단정한 이미지를 보여 주기 위해 정장을 입어야 하는데, 주머니 사정 탓에 고민하는 청년들이 많다. 그래서 전주시가 면접 정장 무료대여 사업인 ‘청춘꿈꿀옷장’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이름처럼 청년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돕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전주시는 이 사업을 수행할 업체 ‘센티도’와 ‘슈트갤러리’를 선정했다. 이 두 업체에서는 재킷과 셔츠 등 면접에 필요한 모든 옷과 신발을 대여해 준다. 취업 준비생들의 반응은 뜨겁다. 취업처의 특성과 이용자의 체형에 어울리는 맞춤 정장을 지원해 주기 때문. ‘청춘꿈꿀옷장’은 전주에 사는 만 18세 이상 34세 이하 취업 준비생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대여를 원하는 취업 준비생은 전주시홈페이지(www.jeonju.go.kr)에서 신청서를 다운받아 메일(ekry@korea.kr) 또는 팩스(063-281-2614)로 제출하면 된다. 업체 방문 시 신분증과 주민등록초본을 지참해야 한다. 1명이 1년에 4회까지 이용이 가능하며 대여 기간은 3일이다. 취업 목적이 아니거나 면접 확인이 불가한 경우 대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정장 반납 시 면접확인증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졸업식․결혼식도 걱정마세요, 두드림옷장면접뿐 아니라 졸업 사진 촬영, 결혼식 등 다양한 이유로 정장이 필요할 땐 평화종합사회복지관의 ‘두드림옷장’을 두드리면 된다. 전주시 사회혁신 리빙랩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두드림옷장’은 전주시 최초 무료 정장 대여 사업이다. 면접 시에만 대여가 되었던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정장이 필요한 청년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인기만점. 특히 이곳에는 ‘꿈을 이루길 바라는’ 사회 선배들이 기증한 옷들도 만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신어서 화제가 되었던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구두 브랜드인 AGIO의 품질 좋은 제품들이 수두룩하다. 또한, 신청자의 체형에 맞춰 수선해 주기 때문에 이용 만족도가 높다. 지난 1월 사업을 시작한 후 현재까지 약 250여 명의 청년들이 예약할 만큼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정장 대여를 원하는 경우, 전주시 평화사회복지관 홈페이지(www.welpeace.or.kr)에 접속해 원하는 날짜에 예약 신청을 하면 된다. 예약 날짜에 맞춰 신분증을 지참하고 ‘두드림옷장’에 방문한 후, 체형을 측정하고 본인에게 맞는 정장을 수령한다. 대여 기간은 4일이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졸업과 취업의 골짜기에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정장대여사업이 희망의 ‘날개’가 되어 주길 바라 본다. 청춘꿈꿀옷장센티도주소 | 전주시 완산구 충경로 37문의 | 063-288-2617슈트갤러리주소 | 전주시 완산구 충경로 36문의 | 063-283-7382 두드림옷장주소 | 전주시 완산구 덕적골2길 33문의 | 063-285-4408
#취업준비
#면접
#정장
#무료대여
옛 여관이 여행자의 명소로
대명여관
낡은 간판도, 방에서 나온 물건도 모두 그대로 두세요 전주시 중앙동에 있는 ‘대명여관 전주 갤러리 게스트하우스’는 산벚꽃 같다. 비슷비슷한 높이의 건물 사이에서 흰색 테두리와 붉은 벽돌이 어우러진 3층 건물은 눈에 얼른 들어오지만, 막상 가까이 가려면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건물 앞에 서면 활짝 핀 산벚나무 아래 섰을 때처럼 활짝 열린 문이 발밑을 환하게 밝힌다. 이 문은 60여 년의 시간을 통과하는 문이기도 하다. 1950년대에는 ‘대명여인숙’이었다가 1969년에 ‘대명여관’이 되었다. 그리고 김은희 씨 부부의 손길이 닿아 지난 2016년 봄, ‘대명여관 전주 갤러리 게스트하우스’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다. 호주에 사는 부부는 김은희 씨의 친정인 전주에서 종종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우연히 빈 건물인 채로 방치되던 ‘대명여관’을 발견했다. 부부는 보자마자 “정말 멋지지 않아?” 하고 동시에 외쳤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전주를 좋아해요. 그래서 나중에 전주에서 살 집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이 집을 만난 거죠. 현재는 호주와 전주를 오가야 하는 상황이니까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게 됐어요.”라고 김은주 씨는 이야기한다. 그녀와 남편이 이 공간을 꾸미는 동안 가장 많이 한 말은 “그대로 두세요!”였다. 색 바랜 옛 간판과 항아리들, 방마다 놓여 있던 작은 TV와 낮은 탁자, ‘용건만 간단히’라고 써 놓은 전화기, 여관 주인이 사용한 붉은 자개장과 재봉틀 등을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는 고생을 자처했다. 부부에게 이곳의 가치는 대명여관이 거쳐 온 ‘시간’이었던 까닭. 사람을 여행하는 곳, 옛것과 새것이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사람이 모이는 곳에 시간이 고이면 이야기들이 생겨난다. 지금의 ‘대명여관’도 마찬가지. 1950년대부터 사람이 모이는 장소였으니 말해 무엇 하랴. “50대 한 여성분이 오셨는데, 여기에 살면서 대학을 다녔노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주인 할머니가 마당에서 빨래하시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하시면서 반가워하셨어요. 예전에는 잠깐 하숙집으로 운영되기도 했던 모양이에요.” 김은희 씨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중매쟁이’ 역할을 하게 된 일도 있다. 익산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던 외국인들이 이곳에서 모임을 한 적이 있는데, 그날 만난 인연으로 결혼까지 하게 된 사람들이 있단다. 그래서 결혼 축하연도 이곳에서 열었다고 한다. 행여 이곳을 찾게 되거들랑 옛것과 새것이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 일이다. 앞으로 김은희 씨 부부는 카페와 갤러리를 겸하고 있는 1층 공간에서 꾸준히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또한, 이 공간과 어울리는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에게는 무료로 장소를 내어줄 계획도 갖고 있다. 여행자들 마음속 꽃나무가 향기를 머금겠다. 대명여관 전주 갤러리 게스트하우스 주소 |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4길 25-10문의 | 010-7528-2122
2020.10.27
#게스트하우스
#전시회
오래된 건물에서 발견한 미래, 전주현대미술관 JeMA
옛 공장 건물에 불어든 봄바람 남부시장을 거쳐 오래된 상가 건물들을 지난 다음에 당도한 곳. 이곳이 현대미술관이라니! 흰색의 3층 건물 가운데엔 물건을 옮기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커다란 장비가 1층부터 3층까지 연결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건물은 원래 공장이었다고 한다. 1960년에 지어진 건물은 맨 처음에는 인쇄공장으로 쓰였으며, 1970년대 초에는 초원제약 제조공장이 되었다. 당시 이곳은 직원 40~50명이 일을 하던 일터였다. 건물의 3층은 당시 직원 숙소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다고 한다. 이후에 건물은 창고가 되었고, 방치된 채 다만 시간을 견디고 있었을 것이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낡아 가던 건물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 것은 2017년 가을 초입. 서울에서 활동하던 한 화가로 인해 시작되었다. 이기전 관장은 고향에 내려올 결심을 하고 작업실을 찾던 중 이 건물을 소개받았다. 사람들이 서둘러 지나쳐 가는 건물이었지만, 화가의 눈에는 다른 것이 보였던 모양. 그때부터 장장 1년 반 동안 묵은 페인트를 벗겨 내는 일부터 시작해 미술관으로 단장했다. 건물의 골격은 고스란히 유지하되, “Delight(즐거운), Imagine(상상하는), Creative(창조하는), Share(공유하는)”를 꿈꾸는 미술관이다. 1층부터 3층까지, 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새로운 전시 공간은 정형화된 미술관의 모습과는 달라서 작품을 보는 재미, 예술과 노는 재미를 더한다. 예술의 도시 전주, 누구나의 미술관전주 한옥마을 인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기전 관장은 전주가 간직한 문화적 자산과 전주의 옛 모습에 대한 애착이 크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경기전에 돌담이 없었어요. 그래서 무시로 드나들었죠. 전주에 있는 학교 미술부들은 다들 경기전에 모였어요. 하반영 선생님을 비롯한 화가들이 계시는 열린 미술 교실이었어요.”라고 이기전 관장은 이야기한다. 저물녘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한옥마을의 풍경을 기억하는 그는 미술관 주변의 남부시장, 조만간 완공될 전라감영, 풍남문 등 전주가 간직한 보물 같은 역사·문화적 공간들이 ‘전주현대미술관 JeMA’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옛것의 토대 위에서 미디어 아트 등 다채로운 현대미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남부시장의 상인도,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도 언제든 들를 수 있는 곳, ‘살아 있는 미술관’이 되길 원한다. ‘전주현대미술관 JeMA(Jeonju Contem-porary Museum of Art)’의 ‘제마(JeMA)’는 공교롭게도 ‘어머니’를 뜻하는 함경북도 방언이기도 하단다. 자식들을 길러낸 어머니가 대처로 떠난 자식들을 기다리는 모습과 원도심이 겹쳐 보인다. 이 미술관은 문을 연 지 얼마 되지는 않았으나, 바지런한 어머니의 성정이 그러하듯 쉼 없이 길을 만들고 있다. 2월 말까지 열린 개관전에 이어 3월부터는 팝아트 작품들을 소개하는 ‘J-POPART 2019’ 전시를 열고, 호텔 룸을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한 아트페어에서 착안한 ‘ARTROOMS 2019’를 진행할 예정. 또, 미술 작품들에 둘러싸인 전시장에서의 도예체험,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그림자극과 인형극, LED 크리스털 플라워 만들기 등 예술을 손끝으로 만지고 가슴에 품을 기회가 이곳에서 주어진다. 전주현대미술관 JeMA 주소 |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98-1 문의 | 063-284-0777
2020.10.28
#남부시장
#미술관
#옛공장
새것처럼 빌려 쓰세요.
우리 동네 장난감 천국
저소득층 무료 장난감 대여아이희망꿈터 장난감 도서관전주시드림스타트 완산센터 1층에 자리한 아이희망꿈터 장난감 도서관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캐릭터 장난감부터 실생활에 유용한 교구까지 총 5백여 점의 장난감이 비치되어 있으며, 최장 15일까지 소형은 2점, 대형은 1점 대여가 가능하다. 아이희망꿈터 장난감 도서관은 지난해 개관해 거의 모든 장난감이 새 제품인 것이 큰 장점. 직접 만지고 두드려 소리를 낼 수 있는 신체 발달, 음률 영역 위주의 장난감도 앞으로 계속 늘려갈 예정이다. 현재 2019년 신규 회원 모집 중이니 장난감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면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아이희망꿈터 장난감 도서관주소, 문의 | 전주시 완산구 장승배기6길 13-3, 063-281-5213 종류는 많고 가격은 저렴한 전주 대표 장난감 도서관 3전주 시민들에게 다양한 육아 교육을 진행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장난감도 대여해 주는 도서관이 있다. 전주시 육아종합지원센터 내 ‘행복 나눔 장난감 대여실’은 만 5세 미만 영·유아 자녀를 둔 전주 시민에게 장난감을 대여해 주고 있다. 연회비 2만 원으로 별도의 대여료 없이 보드게임, 블록 등 영역별 2천여 점의 장난감과 1천7백여 권의 방대한 도서를 이용할 수 있다. 회원 가입 후 한 가구당 2점씩 2주 동안 대여할 수 있다. 전주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희망 장난감 도서관’에서는 5세 미만의 자녀를 둔 전주 시민 누구나 공동 육아 나눔터 회원 가입 후 장난감을 대여할 수 있다. 단, 1만 원의 연회비와 함께 장난감 대여료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대여료는 장난감의 크기, 기간에 따라 무료에서 최대 3천 원까지 다르게 받고 있으며, 대여 기간은 최장 3주까지 가능하다. 장난감 300여 점이 비치되어 있으며 공동 육아 공간도 활용할 수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운영하는 ‘신세계 희망 장난감 도서관’에서는 만 7세 미만의 미취학 자녀를 둔 가족에게 장난감을 대여해 주고 있다. 연회비는 3만 원이며 별도 대여료는 장난감 크기와 대여기간에 따라 1점 당 천 원부터 최대 5천 원이다. 미니카와 주방놀이, 방방 등 자유놀이 시설은 물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유아 음악 교육, 유아 쿠킹 교실 등 다양한 강좌도 마련되어 있다. 행복나눔 장난감 대여실주소, 문의 | 전주시 완산구 선너머3길 61 2동 3층, 063-905-6509 희망 장난감 도서관주소, 문의 | 전주시 완산구 서신로 61 1층, 063-231-0185 신세계 희망 장난감 도서관주소, 문의 | 전주시 완산구 흑석로 70, 070-7098-6597
#장난감
#도서관
#저소득층
#대여실
이 가게 가게
장터에서 만난 일흔 살의 한복집
3대를 잇는 남부시장 깨배기 주단
인조 비단 세필로 문을 연 남도상회 한국전쟁 직후인 1948년, 깨배기 주단을 창업한 고 주복 순 여사는 손수 염색한 인조 비단 세필로 노상에서 장사 를 시작했다. 어려웠던 당시에 인조 비단은 최고의 인기 품목 중 하나였다. 덕분에 손끝에서 염색 물이 빠지는 날 이 없을 정도였지만 노점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주복순 여사와 가족들은 가게 북적이는 재미와 인심 좋은 전주 사람들 덕에 힘든 줄도 모르고 장사를 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남부시장에 자그마한 주단 집을 열었다. ‘깨배기 주단’의 첫 이름은 ‘남도상회’였다. 하지만 주근깨가 많았던 고 주복순 여사에게 친구가 ‘깨배기’라는 별명을 지어 주면서, 손님들한테도 점차 ‘깨배기 집’이라 고 입소문이 났다. 그러다가 아예 주단 집 이름을 ‘깨배기 주단’으로 바꾸었다. 당시 주복순 여사에게 ‘깨배기’라는 별명을 지어 줬던 분은 다름 아닌 이창호 국수(國手)의 할머니. ‘깨배기’는 주근깨가 많았던 주복순 할머니의 외모를 빗댄 별명이기도 했지만, ‘바가지에 깨가 들어붙듯이 번창하라’는 속 깊은 의미도 담겨 있었다고 한다. 한 땀 한 땀 살아온 3대의 삶 30~40년 전부터 한복을 손수 지어 입는 사람이 드물어지면서 ‘깨배기 주단’도 한복을 짓기 시작했다. 솜씨가 좋다 는 입소문이 나면서 ‘깨배기 주단’ 한복들은 날개 돋친 듯 이 팔렸다. 심지어 “깨배기 주단에서 혼수를 해가면 결혼해서 잘 산다더라”하는 속설까지 생겨났을 정도. ‘석 새 옷감에 아홉 새 바느질’, 아무리 옷감이 좋아도 바 느질이 곱게 돼야만 아름다운 한복을 만들 수 있다는 주 복순 여사는 혹여 바느질이 꼼꼼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당장에 불호령을 내리셨다고. 최고의 한복을 만든다는 주 복순 여사의 자존심과 자부심은, 이제 며느리인 조정숙 (66) 씨와 손자인 조정완(44) 씨에게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주복순 여사와 함께 ‘깨배기 주단’을 운영해 온 며느리 조정숙 씨는 올해로 39년째, 손자 조정완 씨는 벌써 7년째 가업을 잇고 있다. 새로운 변화와 시도를 내세우면 서 정직과 신뢰, 최상의 품질을 고수하는 ‘깨배기 주단’의 경영 철학은 변함없이 지켜지고 있다. 단골은 대를 거쳐 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주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도 집안에 중요한 대소사가 있을 때면 꼭 ‘깨배기 주단’을 찾는단다. 전주시 미래유산, 깨배기 주단 ‘깨배기 주단’은 남부시장 말고도 10여 년 전부터 중앙동 웨딩거리에서 2호점인 ‘비단길 깨배기’를 운영하고 있다. 굳이 먼 거리도 아닌 곳에 2호점을 내게 됐던 이유는 단 골들의 권유 때문. “세상이 변하면서 요새 사람들은 시장 물건이라고 하면 ‘무조건 싸구려’라고 인식하니까, 단골손님들이 자녀들한테 권하기가 조심스럽다는 거예요. 그래서 웨딩거리에 가게를 하나 더 내게 되었죠.” 요즘은 혼수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예전보다 줄어들었고, 아이를 많이 낳지도 않으니 예전보다 장사가 잘되지 않는 단다. 그것은 다른 포목점, 주단 집들도 비슷한 사정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깨배기 주단’이 전주시 미래유산 30호에 선정되면서 한 가지 작은 바람이 생겼단다. 전통을 잇는 사람들과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 가는 가게들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져서 움츠러든 골목 상권에도 훈풍이 불었으면 한다는 것. 70여 년 동안 가업에 대한 자부심과 전통의 명맥을 잇는 다는 사명감으로 전주 시민과 함께해 온 ‘깨배기 주단’. 다가오는 설 명절, 한 땀 한 땀 정성이 담긴 우리 옷을 만나고 싶다면 기꺼이 이곳으로 향하자. 깨배기 주단 주소 |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55(남부시장 내) 문의 | 063-282-2634
2020.11.04
#주단
#한복
#남도상회
#웨딩거리
마음을 채우는 할머니의 손맛
또바기 돼지
지역 식재료와 어르신 손맛이 만나다믿을 수 있는 건강한 지역 식재료와 감칠맛 나는 어르신들의 손맛이 더해진다면, 요즘 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맛볼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중화산동 먹자골목에 자리한 어르신 식당 ‘또바기 돼지’ 이야기다. 이곳에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건강한 식재료로 요리한,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밥상을 차리고 있다. 재료부터 맛까지 엄마가 해주는 ‘집밥’ 못지않다. ‘또바기 돼지’는 전주시니어클럽이 보건복지부의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에 선정돼 지난 11월 첫발을 뗀 식당이다. ‘또바기’는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늘 한결같은 맛과 정성으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어르신들의 의지를 담고 있다. “‘또바기 돼지’는 어르신들에게 지속 가능한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에요. 여기에 전주푸드를 비롯해 지역의 건강한 식재료를 활용함으로써 지역과 어르신이 함께 성장해나가자는 의미까지 더했습니다.” 전주시니어클럽 김효춘 관장(43)은 ‘또바기 돼지’가 단순히 노인 일자리 창출에서 머물지 않고, 지역 경제까지 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또바기 돼지’의 모든 식재료는 국내산이며, 특히 신선함이 생명인 채소류는 매일 아침 새벽시장에서 공수한다. 돼지고기는 지역에서 생산하는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사용하며, 청국장은 전주시니어클럽 전통식품생산판매사업단에서 만드는 우리 콩 청국장만 사용한다. 김치는 어르신들이 직접 절이고 손수 담근 김치를 내놓는다. 깔끔한 호박볶음, 직접 담근 시원한 물김치와 아삭아삭한 매실장아찌 등 어느 반찬 하나도 허투루 차린 게 없다. 이 모든 음식에는 어르신들의 각별한 정성과 노력이 깃들어 있다. 제2, 제3의 또바기를 꿈꾸다‘또바기 돼지’는 식당 운영 경력을 포함해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평균 연령 65세의 어르신들로 구성됐다. 오전 오후 5시간씩 나눠서 근무하니 피로감은 적고, 능률은 높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피곤할 법도 한데,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피곤도 잊게 된단다. 그중에서도 집밥 같다는 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한마디다. 집밥 같은 메뉴들은 어르신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골랐다. ‘또바기 돼지’의 주 메뉴는 상호에서 알 수 있듯 돼지고기다. 하지만 돼지고기 하나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준비한 메뉴가 바로 청국장찌개다. 제육볶음과 함께 제공되는 점심 특선 청국장정식은 ‘또바기 돼지’의 효자 메뉴다. 구수한 청국장과 매콤한 제육볶음이 든든한 한 끼를 완성해준다. 또 다른 점심 특선 대패정식과 고등어김치찜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는 어르신 식당이 주는 고정관념을 깨준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면 돼지’ 같은 깜찍한 문구도 식당 곳곳에서 식욕과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어르신 손맛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공략하겠다고 나선 ‘또바기 돼지’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간판 한편에 써진 ‘또바기 돼지 첫 번째 이야기’에서 그 꿈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더 많은 어르신들이 함께 일할 가게를 꾸려가는 것이다. 한결같은 맛과 정성으로 더 큰 꿈을 꾸는 ‘또바기 돼지’가 어르신들과 함께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 또바기 돼지주소 | 전주시 완산구 신촌4길 18-17 문의 | 063-223-9282
2020.11.10
#또바기돼지
#중화산동 먹자골목
#집밥
함께 걸으실래요? 충경로 차 없는 사람의 거리
전주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특별한 길이 열립니다. 충경로 차 없는 사람의 거리이지요.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던 생활의 급박함을 잠시 내려놓고, 편리함의 시동을 끄는 전주의 선택은 올해도 9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시민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교통 소음과 자동차가 빠져나간 도로는 여유와 자유로움이 가득한 ‘사람의 길’로 재탄생합니다. 이 도로를 가족과 손잡고 유유히 거닐고, 아이들은 도로를 캔버스 삼아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립니다. 활짝 열린 거리로 나온 예술은 시민과 하나가 되기도 하고요. 왁자지껄한 웃음으로 거리가 채워지면, 시민들의 얼굴에 비로소 미소가 피어나게 되지요. 한 달에 한 번씩, ‘차 없는 사람의 거리’가 선물하는 풍경입니다. 9월과 10월에 이어 올해 마지막 ‘차 없는 사람의 거리’는 12월 1일에 열립니다. 꽉 막힌 도심이 답답했던 당신이라면, 차 없는 도로로 인한 불편함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을지도 모르는 당신이라면 마지막 ‘차 없는 거리’를 산책해 보는 건 어떨까요? 속도를 멈춰야 만날 수 있는 자유로움과 낭만이 당신에게 마법 같은 하루를 선사할 테니까요. 충경로 차 없는 사람의 거리 일시 | 2018년 12월 1일(토) 오후 2시~6시장소 | 전주 객사 앞 충경로 600m 문의 | 전주시 도시재생과(063-281-5119)주요 행사 | ‘나는 뽁뽁이다’ 에너지 캠페인, 한복 전시 및 전통놀이, 청소년 동아리 행사 등
2020.11.27
#충경로
#사람의 길
#차 없는 사람의 거리
청춘을 소환하는 그때 그 술집
추억의 학사주점 전북대 앞 길손네
늙지 않는 가게 전북대 구정문 앞에 자리한 길손네는 35년 째 같은 모습으로 손님을 맞는 오래된 학사주점이다. 1983년 처음 문을 연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전북대학교 학생들과 온갖 풍상을 함께 겪으며 뚜벅뚜벅 한결같은 모습으로 지내 왔다. 가게 모습도 처음 문을 연 그때와 똑같다. 나무 테이블이며 실내 장식, 가게 안쪽에 쏙 박혀 있는 구석방까지 변한 게 하나도 없다. 가게 전체가 똑같은 속도로 나이를 먹었다. 아침이 다르고 저녁이 다른 요즘 세상에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위안이 된다. 20년 전 가게를 인수받은 마둔자(58) 대표는 길손네 ‘이모’로 통한다. 변함없는 손맛으로 손님들의 배를 두둑이 불려주고 있지만, 이모 손에는 세월이 주름살을 제법 쌓아 두고 떠나갔다. 마 대표가 장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길손네에서 제일 잘 팔리는 메뉴는 막걸리였다. 그때는 손님들이 가게 문을 닫아걸고 새벽 두 시가 넘도록 막걸리를 마시곤 했다. 시대가 점차 바뀌면서 지금은 술손님보다는 밥 손님이 더 많아졌다. 담백하면서도 걸쭉한 맛에 한 번 먹어본 사람은 꼭 다시 시킨다는 길손네 닭볶음탕이 효자 메뉴다. 처음엔 김치찌개와 두부 김치가 주메뉴였는데, 10여 년 전 닭볶음탕으로 바꾼 후로 밥 손님이 크게 늘었다. 그래도 비 오는 날이면 역시 막걸리에 파전 먹으러 들르는 주객들이 빠지질 않는다. 변하지 않았다는 반가움 지금도 학생 시절 자주 왔던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종종 찾아오곤 하는데 그때마다 변함없는 가게 풍경에 새삼스레 감탄하곤 한다. 변함없는 가게 모습에 변함없는 음식 맛까지, 그리고 역시 변함없는 사장님까지! 길손네는 무엇보다 재료가 신선하다. 주재료인 닭도 매일매일 주문해 쓰기 때문에 최고의 신선도를 자랑한다. 다른 건 몰라도 재료만큼은 제대로 쓰자는 게 마 대표의 생각이다. 옛날 시골집 같은 정겨운 분위기에 어머니 손맛으로 차려 주는 닭볶음탕이 일품이다. 자동으로 따라오는 김치전, 파전 맛은 예기치 않은 덤이다. 장사는 목이 최고라는데, 아무래도 자리 덕인지 가게를 인수받은 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잘 운영해 왔다. 그런데 조류독감 때에도 잘 견뎌 온 장사가 올해만큼은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올여름은 정말 너무 더웠어요. 날씨도 그렇고 경제도 그렇고. 모두가 힘든 시절인데 우리만 괜찮겠어요? 다들 그러려니 하고 버티고 있어요.” 마음씨 고운 이모 같은 마 대표 말이다. 어려움을 이겨 내는 추억의 힘 예전엔 방학 때만 되면 우석대, 전주대 학생들이 모두들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때는 전주 시내 대학생만이 아니라 방학 때 고향에 내려온 수도권 대학생들도 다 이곳 전북대 구정문 앞으로 약속 장소를 잡았다. 지금은 서부신시가지와 객사길에 손님을 많이 빼앗겼지만, 다시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상인회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길손네도 거기에 한 ‘손’ 힘을 보탤 생각이다. 마 대표는 손님들이 맛있게 잘 먹고 간다고 할 때가 제일 감사하단다. “오래오래 하셔야 합니다. 없어지면 안 돼 요.” 손님에게서 이런 당부를 들을 때면 일하는 보람을 느 낀다는 길손네 주인장. 작은 잇속에도 이리저리 쏠리는 세상인심이 야속해지는 요즘, 옛사람 인심이 남아 있는 작은 가게의 존재가 더욱 소중히 다가온다. 길손네 학사주점 주소 | 전주시 덕진구 권삼득로 321 문의 | 063-271-6453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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