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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따라 걷다
만경강 물억새에서 향교 은행잎까지
길 따라 색 따라 자박자박 단풍 여행
흰 솜털 같은 물억새 따라, 강변로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의 도시 풍경, 그 맵시와 질감을 책임지는 건 단연 억새가 아닐까. 고동색이나 갈색을 띠는 갈대와 달리 은색 또는 흰색으로 빛나는 억새는 꼭 포근한 솜털처럼, 때로는 산등성이에 뽀얗게 내려앉은 눈꽃처럼 추운 계절을 아름답게 꾸며 주는 일등 공신이다. 그중에서도 하천 가장자리에 서식하는 물억새는 도시 곳곳을 관통하는 물길을 털목도리처럼 감싸며 따스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있다. 전주천이나 삼천에서도 물억새를 볼 수는 있지만, 두 눈에 다 담기 힘들 만큼 규모 있는 억새 군락을 감상하고 싶다면 자전거나 차를 달려 만경강까지 나가 주어야 한다. 특히 소양천과 전주천 지류가 만경강에 합류하는 지점 인근부터 만경강 철교 너머까지 길게 이어지는 빽빽한 물억새 군락지는 가히 장관이라 할만하다. 사방으로 탁 트인 만경강이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해방감을 선사하고, 강줄기를 따라 풍성하게 들어찬 억새를 바라보며 거니노라면 누구든 가슴 가득히 낭만이 차오를 수밖에 없다. 철교 위로 간간이 지나가는 기차 소리는 감동의 농도를 한층 짙게 만들어 준다. 만경강 철교 인근 억새 군락지 l 전주시 덕진구 화전동 969-6노란 은행잎 비가 쏟아지는 전주향교전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곳, 전주향교. 온갖 드라마 촬영지이자 인생 사진 명소로 사랑받는 만큼 고즈넉한 한옥의 멋을 감상하러 일 년 내내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을 전주향교의 단풍은 이 계절이 주는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수령이 400년 넘은 아름드리 은행나무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노란 은행잎이 올해도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전주향교로 이끌고 있다. 만화루로 들어서서 대성전, 명륜당 등을 거쳐 입덕문으로 나오면 전주향교 안의 모든 은행나무를 다 구경할 수 있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은행잎 카펫 위를 자박자박 걸어보고, 두 손 가득 은행잎을 주워 하늘 높이 뿌려 보고, 푹신푹신 수북하게 깔린 은행잎 무더기 위에 살포시 앉아 보자. 실컷 가을을 느끼며 사진을 남긴 후에는 한옥마을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여유로운 산책을 즐겨도 좋겠다. 전주향교 l 전주시 완산구 향교길 139붉은 단풍 숲 지나 동물원까지, 건지산길그저 계절을 따라 고요한 정취가 내려앉은 숲길을 거닐고 싶다면 건지산 둘레길을 추천한다. 이 산책로는 혼불문학공원에서 출발해 단풍나무숲과 오송제를 지나 전주동물원까지 이어지는데, 오르락내리락 산길부터 호수, 텃밭이 있는 주택가까지 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붉은 단풍나무 터널 길로 유명한 혼불문학공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끄러운 도시와 완벽히 분리된 듯한 평화가 찾아온다. 단풍잎 하나를 주워 들고 최명희 묘소를 지나 숲길로 올라간다. 숲이 울창해질수록 건지산의 품 안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변화무쌍한 산길 덕분일까, 꽃보다 더 붉은 단풍의 색깔 때문일까. 자박자박 리듬을 타며 숲속 산책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오송제에 닿는다. 마치 유럽의 풍경을 담은 엽서처럼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작지만 아름다운 호수다. 잔잔한 물결을 오래오래 바라보면서 마음결도 가만가만 도닥여 준다. 마지막 코스인 전주동물원에서는 정문 왼편에 자리한 기린지 쪽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 빽빽한 연잎 위로 작은 구름다리가 놓인 기린지의 풍경은 꼭 모네의 정원을 닮았다.혼불문학공원 l 전주시 덕진구 연화길 19전주동물원 l 전주시 덕진구 소리로 68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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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여행
동네 마실
도시와 농촌의 경계에서, 중인동
아파트에도 텃밭이 자리한 동네 현관문을 나서 신발 끈을 조이고 모악산을 향해 기지개를 켠다. 예전엔 중인리가 완주군이었으나 30년 전에 전주시로 편입되면서 명칭도 중인동으로 변경이 되었다. 대문을 나서 뒤안길을 따라 올라가면 옥성골든카운티 아파트 단지 후문에 이른다. 아파트는 중인동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한눈에 중인동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아파트가 건축되면서 상하수도나 오폐수관, 도시가스와 같은 기반시설이 다른 외곽 지역보다 먼저 설치되어 중인동에 사는 주민들의 삶이 일찍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면 한 평 정도 고랑으로 나뉜 대규모 텃밭이 조성되어 있다. 처음 노인복지주택으로 허가가 나 분양을 하면서 세대별로 텃밭도 분양하였는데, 주민들이 가꾸는 채소들은 누런 잎 하나 없이 새파랗고 싱싱하여 전문가 솜씨가 부럽지 않다. 조석으로 매달려 있는 주민들을 보면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세월이 흘러도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를 먹기가 쉽지 않은 우리 부부는 주민들의 텃밭이 부럽기만 하다. 마을 깊이 들어서서 만나는 풍경 아파트 옹벽을 둘러 산책길을 걷다 보면 벼농사를 위해 물을 댄 논과 과수마다 종이봉투가 매달린 과수원을 마주하게 된다. 농촌 생활은 해만 뜨면 할 일이 끊이지 않다 보니 여기저기 논밭에서 일하는 주민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가족까지는 아니어도 만나면 안부 정도는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니 우리도 원주민의 일원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원래 이 마을은 배 과수원으로 유명하였다. 중인동의 사계절은 과수원의 변화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봄이 시작되면 겨우내 휴식을 취하던 과수원들이 잠에서 깨어나 배나무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중인동 전체가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것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곤 한다. 지금은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개발을 하여 많이 줄었으나 여전히 과수원이 많이 남아 있다. 배꽃이 눈비처럼 떨어지고 나면 적과와 봉지 싸기로 5월 한 달은 온 동네가 시끌시끌하다. 과수원 사이로 좁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중인1길로 건너가는 굴다리가 나온다. 그곳은 외지인이 하나둘 들어와 정착하다 보니 마을 이름도 없고 주택도 각자 개성이 넘치고 예쁘다. 안쪽에 몇 채만 있어 큰길에서 보면 동네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도 어렵다. 한 발 한 발 걸으며 주택 한 채 한 채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산책의 소소한 재밋거리이다.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체육공원과 어두제 하봉교를 지나 조금 가다 보면 완산생활체육공원이 새겨진 돌 조형물을 만나게 된다. 완산생활체육공원은 중인동을 보금자리로 선택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였고, 몇 해 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기 전에 두 달 동안 특훈을 하였던 곳이기도 하여 우리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이다. 순례길 300㎞를 걷기로 계획하고 항공권을 예매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것이 걷기 훈련이었다. 퇴근하고 오면 식사만 하고 곧장 완산생활체육공원으로 달려와 매일 10㎞ 정도를 걸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만 해도 해가 지면 운동을 하기 위해 완산생활체육공원을 찾는 동호인들로 매일 불야성을 이루었다. 대낮같이 환한 완산생활체육공원에서 땀에 흠뻑 젖어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까지 건강해지는 것 같고 기분도 상쾌하여 우리 부부가 자주 찾는 곳이다. 완산생활체육공원 내에는 ‘어두제’라는 연못이 있다. 연못 한쪽 면에는 다양한 연꽃이 견본으로 심겨 있고, 연못에는 홍색과 백색의 연꽃이 피어난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연못은 지친 시민들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휴식처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연꽃이 피면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나 자주 찾아 거닐곤 한다. 아버지는 힘든 생활 속에서도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새벽 일찍 금산사를 찾아 가장 큰 연등을 사서 누구보다도 먼저 대웅전 마당의 중앙에 걸곤 하셨다.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랐던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져 그리움이 더해 간다. 맛집과 등산객으로 북적이는 시내버스 종점 이쯤 되면 배고픔을 느끼기 시작한다. 주말이라 아내의 수고로움도 덜어줄 겸 점심은 사 먹기로 한다. 오래된 맛집이 많은 중인동 시내버스 종점으로 향한다. 종점이라 하면 더는 갈 수 없다는 생각에 뭔가 아련하기도 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포근함도 간직하고 있어 좋다. 종점은 출발하는 곳이라 시간만 맞추면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고 항상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 돌아올 때도 정거장을 지나칠까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편안하게 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특별히 바쁜 경우가 아니고 짐이 없는 날이면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종점에 다다르니 벌써 등반을 마치고 내려온 등산객들로 북적거린다. 중인동이 모악산으로 가는 초입이다 보니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등산객의 왕래가 잦다. 그래서 종점 부근에는 유독 맛집이 많다. 젊은이보다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많이 이용하다 보니 청국장이나 순대, 김치찌개, 닭볶음탕과 같은 토속 음식이 주메뉴이다. 우리도 식당을 정해 자리를 잡고 앉는다. 지금 중인동은 농촌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도시로 탈바꿈해 가고 있다. 8년 전만 해도 저녁 식사를 하고 동네에 나오면 대부분 집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어 마을 전체가 절간처럼 고요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외지인들이 들어와 각종 편의시설이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물론 생활이 편리해져 좋은 점도 있으나 뭔가 아쉽다. 8년 전과 지금은 상전벽해를 실감케 할 정도의 엄청난 변화가 밀려오고 있다. 현재도 동서를 가르는 고속도로 공사와 진입로 4차선 공사가 한창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변화가 중인동에 찾아올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래도 아직은 대문 앞에 채소나 과일을 놓고 가시는 이웃의 훈훈한 정이 남아 있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지내는 마을의 모습이 남아 있어 다행이다. 이 멋진 중인동에 사는 우리 부부도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갈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글 송재영 에세이스트 2019년부터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수필집을 출간하였으며, 주로 시와 산문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전북문화관광재단에서 주관하는 생나눔교실 멘토로 참여하여 글쓰기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멘토링 활동을 하고 있다. 완산생활체육공원에 가면 완산생활체육공원은 축구장, 테니스장, 족구장, 농구장, 실내인공암벽장, 골프장, 풋살장 등 다양한 체육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어 많은 체육 동호인이 찾는 곳이다. 체육시설은 종류별로 이용 요금이 다르니 관리사무소(063-239-2566~9)로 문의할 것. 공원 내에는 ‘어두제’라는 연못을 빙 둘러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계절을 느끼며 자전거를 타거나 유모차를 끌거나 애완동물을 데리고 산책하기에도 좋다. 지압 산책길, 야외공연장 등 다양한 연령대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을 두루 갖췄고,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한다.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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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전주의 봄은 축제다
초록 도시로 소풍 가자, 전주정원산업박람회
6월 지구를 살리는 정원으로 초대세상이 온통 초록으로 물든 봄의 끄트머리에서 기분 좋은 선물이 날아든다. 도시 전체가 초록으로 물드는 ‘2022 꽃심, 전주정원산업박람회’가 6월 2일부터 6일까지 닷새간 전주월드컵경기장 광장과 서신동 일대에서 진행된다. 올해 정원박람회의 주제는 ‘지구를 살리는 정원, 정원이 혁신하는 지역’이다. 지구의 위기를 해소하는 대안으로 정원의 사회적 가치를 알리고, 정원산업을 지역 혁신의 도구로 삼자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보다 규모를 확대하고, 주 박람회장을 종합경기장에서 전주월드컵경기장 광장으로 옮겨 진행한다. 가장 먼저 주 박람회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의 넓은 광장은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며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나들이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주 박람회장에서는 원예, 화훼, 조경, 비료 등 지난해보다 많은 정원 관련 산업 80여 개의 업체를 만날 수 있고, 정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부스도 꾸려진다. 더불어 ‘분수정원’, ‘전주꽃밭·텃밭정원’, ‘요리사의 정원’, 미디어아트로 선보이는 ‘영상 정원’ 등 다양한 콘셉트의 정원이 꾸며진다. 정원사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나도 예쁜 정원사’, 재활용 화분을 활용한 ‘초록 한잔 심기’와 ‘정원 놀이’ 등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은 박람회에 활기를 더한다. 우리 삶 속에 담긴 정원 이야기를 들려주는 토크쇼, 정원 산업 전문가가 소개하는 정원 소품과 도구 등 알짜배기 프로그램들도 가득하다. 박람회가 열리는 동안 전주는 온통 정원으로 물들 예정. 서신동 일대는 시민작가, 초청 디자이너, 마을공동체가 직접 조성한 정원으로 수놓인다. 도시 공공 정원과 개인 정원을 정원해설사의 안내와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정원 여행’은 5월 중순부터 2022 꽃심, 전주정원산업박람회 홈페이지( www.jjgcf.kr)를 통해 사전예약을 받는다. 도시가 정원으로 바뀌는, 초록 도시 전주의 꿈은 올해도 계속된다.전주정원산업박람회일시 l 6. 2.목 ∼ 6. 6.월장소 l 전주월드컵경기장 광장, 서신동 일원홈페이지 l www.jjgcf.kr
2022.04.25
#전주정원산업박람회
#지구를 살리는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