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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절
전주 교통의 중심에 있던
용머리고개
옛날 전주천에는 용이 살았단다. 승천하기 위해 천 일간 수행했던 용은 하루를 미처 채우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진다. 몸은 완산칠봉 계곡에, 한이 남은 머리는 현재 용머리고개에 자리 잡았다. 전주와 부안, 김제를 잇는 고개인 용머리고개는 예로부터 많은 곡물이 유통되던 요충지였다. 자연스럽게 용머리고개에는 시장이 형성되었고 장인들이 자리를 잡았다. 대장간과 유기전 등 장인의 망치질 소리가 끊이지 않던 용머리고개. 시끌벅적하던 고개는 이제 그 활기를 잃고 조용한 마을이 되었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시민의 곁으로 돌아온 용머리고개에는 대장간과 유기전 대신 숲과 도서관이 생겨났다. 주민의 생계를 책임지던 용머리는 이제 힐링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시간과 함께 활기를 흘려보낸 용머리고개는 고즈넉한 모습으로 주민과 함께하고 있다.
2023.08.24
#용머리고개
#전주역사
#전주기록
전주의 꽃심
“<완산승경>은 풍광·풍습 등 전주의 모든 것을 기록한 책입니다”
이풍림 교수가 소개하는 선친의 책 <완산승경>
전주 최초 향토문화사학자로서 선친의 삶 제 기억 속 선친은 늘 글을 쓰고 계셨습니다. 향토문화사학자인 선친의 주된 일이 지역의 민속을 조사하고 풍물과 풍습, 고적 등을 모아서 정리하시는 거였거든요. 그날그날 조사한 것들을 밤새도록 기록하시던 선친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당시엔 그런 선친을 썩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전주 이곳저곳을 다니시느라 집도 자주 비우시고, 돌아오셔서는 정리하시느라 바쁘셨거든요. 생활비도 제대로 못 벌어 오셔서 어머니께서도 힘들어하셨어요. 그런데 선친은 당신이 하는 일에 참 애정이 깊으셨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선친을 따라 꽃밭정이, 오목대, 한벽루 등에도 가고, 가을이면 타작하고 정미하는 모습 등도 함께 보러 다녔는데요, 그때 옆에서 지켜본 선친의 모습은 어린아이 눈에도 빛나 보였습니다.선친은 전주북중학교를 나올 정도로 공부를 잘하셨대요.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선친의 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하셨답니다. 대대로 향반 집안인데, 신학문을 배우는 건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선친은 고등학교 진학 대신 한학자인 증조할아버지께 한학을 배우셨습니다. 한학을 배우다 보니 우리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지역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셨죠. 자연스레 선친은 전주의 풍물과 역사 등을 공부하고 기록하는 향토문화사학자가 되신 거예요. 선친은 1981년, 향년 70세 나이로 돌아가셨는데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쉬움이 참 많이 남습니다. 향토문화사를 보다 깊이 연구하는 민속학을 연구하셨으면 어땠을까 싶거든요. 만약 그랬다면 외에도 후대에 더 많은 것들을 남길 수 있지 않으셨을까요? 선친의 땀과 정신으로 완성된 선친이 남기신 은 전주와 완주 일대의 뛰어난 풍경을 기록한 책입니다. 책에는 널리 알려진 전주 8경을 비롯해 전주와 완주에서 뛰어나게 좋은 경치를 자랑하는 서른두 곳이 담겨 있습니다. 선친은 향토문화사학자로 활동하시면서 후백제부터 고려 시대,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1,000년에 걸쳐 내려오는 전주의 풍물과 풍습이 담긴 방대한 자료를 모으셨고, 그 자료를 다 꼼꼼하게 정리해서 을 펴내셨습니다. 책에는 전주 8경인 기린토월(麒麟吐月, 기린봉에 달이 떠오르는 모습), 남고모정(南固暮鐘, 해 질 녘 남고사의 범종 소리), 한벽청연(寒碧淸煙, 한벽당에 앉아서 조망하는 청아한 풍경), 다가사후(多佳射侯, 다가천변 활터에서 활 쏘는 모습), 덕진체련(德眞採蓮, 덕진연못의 연꽃 풍경), 비비낙안(飛飛落雁, 비비정에 올라 바라보는 경치), 위봉폭포(威鳳瀑布, 위봉폭포의 비경), 동포귀범(東浦歸帆, 만경강 돛단배들 풍경)과 함께 전주 8미인 한내 모래무지, 서낭골 파라시, 기린봉 열무, 자만동 녹두묵, 신풍리 애호박, 한내 게, 대흥 담배, 신풍리 산동 무를 비롯해 콩나물과 미나리 등도 나와 있습니다. 지금처럼 정보가 발달한 시대도 아니었으니, 아버지께서 모두 직접 발품을 팔아 확인하고 쓰셨지요.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펴내기 위해 모르긴 해도 3~4년은 걸리셨을 거예요. 마음 같아서는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나눠주고 싶은데 여건이 그렇지 않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을 쓰시기 전부터 선친은 향토문화사학자로서 많은 일들을 하셨습니다. 단오절과 풍남제를 주관하셨고, 전주의 풍물을 발굴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셨지요.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내무부장관 감사장을 비롯해 향토문화 공로상과 전주시민대상 등을 수상하셨습니다. 전주의 귀한 역사적 기록물로 빛나기를그렇게 의미 있는 책을 기증한 이유는 너무나도 명쾌합니다. 전주의 옛 모습을 담은 책이니 전주시에서 보관하고, 전승하는 게 당연하지요. 단순히 선친의 책이 아닌, 전주의 귀한 역사적 자료로서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전주 사람들이 자신이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가고 전주에 관심을 더 가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요. 이 전주의 뛰어난 풍경은 물론, 풍물과 풍습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었으면 합니다. 전주는 대한민국 그 어느 도시보다 문화적, 전통적으로 풍요로운 도시입니다. 향토색도 짙은 도시죠. 그게 바로 전주의 자부심입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전주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도시이니, 시민들이 전주에 사는 자부심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전주에서 태어나 평생을 전주에서 살아왔습니다. 전주는 제게 살아가는 터전 그 이상입니다. 제가 전주대학교에서 30년 넘게 교편을 잡으며 느낀 바가 있습니다. 지식은 개인이 영원히 향유하는게 아니라 반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은 전주시에 기증한 게 아니라 반환했다 할 수 있겠네요. 선친이 전주 곳곳을 찾아 완성하신 책을 전주시에 반환한 셈이지요. 이풍림(78)< 교수는 전주대학교 경영학부에서 3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쳤다. 집안 대대로 전주에서 살아온 전주 사람으로, 전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지난해 열린 전주기록물수집공모전에 선친인 향토사학자 고 이철수 선생의 을 전주시에 기증했다.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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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2019, 새로운 공간 새로운 가치
완전히 새로운 공간, 전주시민기록관과 사회혁신 맛집
전주기록보존소, 전주시민기록관전주시의 역사가 담긴 각종 기록물을 보관해 온 ‘전주정신의 숲’이 새롭게 태어났다. ‘전주시민기록관’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이 기증한 기록물을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보관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옛 보훈회관을 리모델링해 만든 전주시민기록관 1층에는 보이는 수장고와 시민과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실감형 콘텐츠 미디어실이 자리한다. 시민들이 기증 기탁한 기록물 총 4,528여 점이 오랜 시간 보존될 수 있도록 항온 항습, 방균, 소방, 방범 등 수장고의 기본 기능을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2층에는 수집 기록물을 안정적으로 보존하는 보존서고와 기록물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이관작업실이 갖춰졌다.리모델링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첩의 공간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를 토대로 그동안 보관해 온 자료를 통합하고, 기증한 이들에 대한 존중을 표하고, 개방적인 모습으로 시민들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새로운 모습의 전주시민기록관은 전주와 관련된 자료들의 인문학적 집대성을 통해 전주 역사와 문화의 지평을 넓히고, 시민의 사람을 기록함으로써 시민 정체성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를 바꾸는 유쾌한 공간, 사회혁신 맛집 10전주는 사회혁신도 맛있게 한다. 그래서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한 지역 문제를 해결해 가는 사회혁신 소통 공간을 ‘전주 사회혁신 맛집’으로 선정했다.전주시의 문제를 시민과 함께 토론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꾸며진 전주시장실이 사회혁신 맛집 1호로 뽑혔다. 사회혁신센터에서 운영하는 ‘커먼즈필드’와 성평등 플랫폼인 ‘성평등 전주’도 선정됐다. 이 공간에서는 일상에서 겪는 변화를 꿈꾸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실험해 보는 100여 개 팀의 리빙랩(생활실험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인형극을 펼치는 공간 꼭두, 공예 작가 아홉 명이 재능을 품앗이하는 착한공작소도 사회혁신 맛집으로 선정됐다. 이 밖에도 동네 서점인 책방 토닥토닥과 청년몰 1호 가게인 카페나비, 오래된 동네 목욕탕을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기린토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마실, 서서학동 주민들이 모여 나눔과 봉사를 펼치는 공간인 소나무공동체 등도 사회혁신을 이끄는 전주 대표 맛집으로 선정됐다.
20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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