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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따라 걷다
가을 전주의 뷰 맛집으로, 카메라 들고 출사 여행
만경대에서 만나는 시내 아침 뷰전주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 남고산성 만경대로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을 재촉한다. 국립무형유산원 뒤 동서학동 마을 초입에 이르자 어여쁜 산책길이 먼저 등장한다. ‘도란도란 시나브로길’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구름다리 아래로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온갖 가을꽃이 활짝 핀 동화 같은 곳이다. 꽃이 지더라도 알록달록한 벽화 덕분에 산책길은 내내 화사한 빛깔을 잃지 않는다. 남고산성 만경대로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르다. 대신, 숨이 차오를 때마다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보면 멋진 원도심 풍경이 응원을 건네준다. 후백제의 견훤이 바라보며 마음을 다스렸다던 완산칠봉이 도시 곳곳에 솟아 있고, 풍남문을 기준으로 옛 전주성의 중심부를 떠올려 볼 수도 있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 드디어 만경대에 올라서면 전주의 방호벽이었던 남고산성의 역사가 피부에 와닿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드넓게 펼쳐진 천년 전주, 켜켜이 쌓인 역사가 단단한 지층이 되어 발아래를 받치고 있으니 그 위로 또다시 새로운 시대가 뻗어 나가리라. 상쾌한 아침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가슴이 웅장해지는 풍경 한 조각을 카메라에, 그리고 가슴에 담는다.남고산성주소 l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641전주수목원에서 만나는 가을 정원 뷰빨강, 주황, 분홍 등 온갖 색으로 물든 아름다운 가을 정원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면 전주수목원으로 가야 한다. 단풍과 가을꽃, 억새, 수생식물 등이 어우러져 색깔은 물론이고 질감도 다양하니 어느 곳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예술이다. 특히, 드넓은 잔디광장 바로 옆에 자리한 장미원은 새파란 하늘 아래 여러 가을꽃이 어우러져 여름보다 한층 깊어진 풍경을 뽐내고 있다. 장미원 외에도 수생식물원, 풍경쉼터, 서양정원 등 소문난 포토존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드넓은 수목원 곳곳이 커다란 카메라를 든 사진 애호가부터 인생 사진을 남기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타지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러 온 사람들까지 각양각색 가을 손님으로 북적인다. 혼자여도 좋고, 여럿이어도 좋은 전주수목원에서 오후가 다 가도록 이곳저곳 꼼꼼히 누비며 셔터를 눌러 보자. 전주수목원주소 l 전주시 덕진구 번영로 462-45이용시간 l 9:00~18:00, 매주 월요일, 명절 당일 휴무기지제에서 만나는 노을빛 호수 뷰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늘과 호수가 온통 붉게 물드는 절경을 보고 싶다면 일몰 때를 잘 맞춰 기지제를 찾아 가자. 만성동 쪽 동편 산책로 초입에 있는 데크 쉼터는 산책로 중 지대가 가장 높은 곳이니,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을 원한다면 이곳이 명당이겠다. 붉은 석양에 풍덩 뛰어들어 유영하는 듯한 기분을 만끽하려면 갈지자로 꺾인 경사로를 다 내려가 가장 먼저 만나는 벤치에 앉자. 빌딩 너머로 넘어가는 해가 마지막까지 보이고, 호수 바로 앞자리라 더 꽉 찬 붉은 호수를 담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변 데크 중간쯤에 있는 액자 모양의 포토존은 색다른 사진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그림자가 길어지는 순간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는 데다 호숫가라 바람이 많이 불어 가을이라도 꽤 추울 수 있으니 두툼한 외투는 필수! 따뜻한 음료를 담은 보온병을 챙겨 와도 좋겠다.기지제 수변공원주소 l 전주시 덕진구 장동 1094오목대 둘레길에서 만나는 밤의 한옥 뷰오목대 둘레길에는 각기 다른 매력의 한옥마을 야경을 담을 수 있는 명당 두 곳이 있다. 오목대를 중심으로 전주천 쪽 한옥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좌측의 흙길, 그리고 라한호텔과 전동성당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우측의 오목대 전망대가 그곳이다.가을 풀벌레 소리가 울려 퍼지는 좌측 길에서 바라보는 한옥마을은 새카만 한옥 지붕 사이로 간간이 불 밝힌 조명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이 고요한 풍경이 퍽 평화롭다. 밤하늘을 닮은 야경 사진을 건진 후, 이번엔 오목대 옆쪽 길을 따라 내려간다. 조명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대리석이 달빛처럼 은은한 정취를 풍기고, 곧 드리운 나뭇가지 사이로 한옥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오목대 전망대가 나타난다. 여름엔 산모기가 많아 야경 감상을 포기했고 겨울이 오면 야외에 오래 머물기 힘들 테니,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이 멋진 풍경을 원 없이 담아 가면 어떨까.오목대주소 l 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55
2022.10.24
#출사여행
#만경대
#전주수목원
#기지제
#오목대
#남고산성
전주 음식
곽유경 전통음식 복원가
전주에서 조선의 맛을 찾는다
전통음식 복원가의 손길로 부활한 전주의 맛곽유경 소장의 손길에서 다시 살아나는 음식은 서유구의 에서 그 연원을 찾는다. 서유구는 “애민정신은 음식에서부터 출발하고, 그 뿌리가 전주 음식과 맥이 닿아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전주 음식이 맛있는 이유는 수질이 좋고 물맛이 뛰어나서 식재가 좋다는 것이다. 전주 배와 감과 복숭아는 달고 향기롭다. 감으로 만든 건시단자는 현대식 디저트로 그만이다. 곶감의 꼭지에 구멍을 내 씨를 빼고 황율가루, 꿀, 다진 호두, 계핏가루, 생강가루 등을 섞어 만든 소를 구멍에 채워준다. 모양이 잡히면 꿀을 바르고 잣고물을 묻혀 먹으면 달고 쫀득한 맛이 좋다. 전주 열무는 크기가 작고 연해서 최고로 쳤다. 기린봉 계곡 사이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맞고 자라서 유난히 아삭하기 때문이다. 식감과 향이 뛰어난 미나리 역시 예부터 ‘푸른 계곡에서 온 향기 나는 국’이라는 뜻의 ‘벽간갱(碧澗羹)’이라 하여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 온 식재이다.전통의 손맛이 대중의 입맛으로 곽 소장은 대중들에게 전통음식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전주 10미를 접목하여 쿠킹클래스를 열고 있다. 화덕으로 구운 도우에 미나리를 올리고 토마토소스 대신에 홍시를, 루꼴라 대신 열무를 올리면 맛 좋은 ‘전주 피자’가 탄생한다. 이야기가 담긴 전립투(戰笠套)는 미나리, 콩나물, 무 등 전주 10미가 많이 들어간다. 캠핑 가서 삼삼오오 모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전립투 요리 클래스를 진행했으며, 방송 출연과 강연 등으로 전통음식을 친숙하게 알린다. 전통 식재와 조리법을 현대화한 책도 출간했다. , 등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 책이다. 곽 소장은 좋은 식재가 전주의 향토문화유산으로 남아 있었는데, 개발되면서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누군가는 그 가치를 알고 지켜야 하며 전주가 세계가 인정한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명성을 날리는 이유의 근간은 바로 좋은 식재에 있다는 것을 알고 현대의 입맛에 맞게 복원하고 기획 연구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곽유경 소장이 추천하는 캠핑 요리, 전립투 전립투는 군인들이 쓴 모자를 본떠 만든 도구가 음식의 이름이 되었다. 소고기 채끝을 썰어서 기름간장을 바르고 미나리와 도라지와 대파를 손질하여 장국에 미리 절여 놓는다. 전립투의 오목한 부분에 장국을 붓고 끓기 시작하면 준비해 둔 채소를 무, 도라지, 대파, 콩나물, 미나리 순으로 넣어준다. 전립투의 챙 부분이 가열되면 기름간장을 묻힌 고기를 한 점씩 올려서 구워 데친 채소와 곁들여 먹으면 일품이다.
#곽유경소장
#전주10미
#한국인의밥상
#전립투
맛있기로 소문난 전주월드컵경기장 축구 맛집
응원은 밥심! 푸짐한 쌈야채정식, 청담옥김치찌개에 제육볶음, 소불고기, 우렁강된장, 일곱 가지 쌈 채소까지. 이 모든 걸 한번에 맛볼 수 있다니. 이보다 든든한 한 끼가 또 있을까. 상추 위에 갖은 채소를 올린 후 매콤한 제육볶음 한 쌈, 삼삼한 소불고기로 또 한 쌈. 이렇게 한 쌈 한 쌈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배가 빵빵해지면서 응원 에너지가 차고도 넘친다. 어디 그뿐인가. 적당히 비계 섞인 돼지고기에 콩나물, 두부 가득한 김치찌개도 밥을 부른다. 보글보글 끓으면 함께 나온 라면 사리까지 넣고 야무지게 먹어 보자. 쌈과 김치찌개를 먹다 보면 그릇이 어느새 바닥을 드러낸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하지 말지어다. 쌈야채정식을 주문하면 밥은 무한 제공된다는 사실. 눈치 볼 필요 없이 셀프바에서 원하는 만큼 밥과 반찬을 가져다 먹도록 하자.주소 l 전주시 덕진구 혁신로 479 문의 l 063-211-3933분위기와 맛 모두 잡고 싶다면 키친바이차녀축구장 데이트 전 분위기와 맛 모두 잡고 싶다면 이곳에 가 보라. 객리단길 파스타 맛집으로 유명했던 ‘차녀’가 ‘키친바이차녀’라는 이름으로 만성동에 다시 문을 열었다. 메뉴는 파스타와 볶음밥, 샐러드로 단출한 듯하지만, 그 종류는 절대 단출하지 않다. 토마토, 크림, 로제, 오일 등 소스를 달리하고, 등심·버섯·새우·소시지 등 갖가지 재료를 넣은 파스타와 볶음밥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한다. 입맛 돋우는 발사믹 소스와 함께 나오는 따듯하고 쫄깃한 식전 빵을 먹으며 신중하게 선택해 보자. 무얼 먹을지 고민일 때는 대표 메뉴가 정답. 부드럽고 고소한 등심버섯크림파스타와 매콤한 갈릭관자새우 볶음밥이 그것이다. 고기와 버섯의 풍미 가득한 파스타와 알싸한 매운맛의 볶음밥 조합이 훌륭하다. 11시부터 2시 30분까지 점심시간에만 운영하니 참고하도록.주소 l 전주시 덕진구 만성로 118, 1동 1층 104 문의 l 063-213-2130간편한 한 끼엔 중국 음식이 최고, 황제손짜장적당한 메뉴가 떠오르지 않을 때, 혹은 간편하게 한 끼 때우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다름 아닌 중국 음식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가족이 찾기에도 이만한 데가 없다. 황제손짜장은 다양한 짜장면과 짬뽕으로 짜장면 마니아와 짬뽕 마니아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기본에 충실한 추억의 옛날 짜장면도 맛있지만, 팔보채 속에 감쪽같이 숨은 팔보쟁반짜장도 별미다. 오징어, 주꾸미, 새우 등 각종 해산물에 청경채, 양파, 양배추, 버섯 등이 푸짐하게 올라간 팔보쟁반짜장은 팔보채와 짜장면을 한꺼번에 맛보는 색다른 경험을 안겨 준다. 맛있는 것 더하기 맛있는 것의 맛은 말해 무엇 하랴. 메뉴판 옆 ‘강추’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 차돌박이짬뽕은 가히 강력하게 추천할 만하다. 차돌박이와 함께 오징어, 새우, 게가 듬뿍 들어가 있어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일품. 쫄깃한 면발은 덤이다. 국민 외식 메뉴로 만족스러운 한 끼를 즐길 수 있으리라.주소 l 전주시 덕진구 원장동길 43 문의 l 063-211-1582건강까지 챙기는 뜨끈한 국물, 강촌다슬기선선해진 바람에 뜨끈한 국물이 절로 생각나지 않는가? 국물은 국물이되, 흔하지 않은 색다르고 건강한 맛을 원한다면 강촌다슬기가 정답. 여의동 맛집으로 유명한 강촌다슬기의 다슬기탕은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아도 해장하는 기분이 드는 신기한 식당이다. 임실군 섬진강과 곡성군 보성강에서 잡은 다슬기를 넣어 보양식으로도 그만이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벽에 붙은 다슬기 효능 글을 읽다 보면 먹기도 전에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메뉴는 다슬기탕과 다슬기손수제비 단 두 개. 진한 국물을 먹고 싶다면 다슬기탕을, 칼칼하면서도 조금 걸쭉한 국물이 당긴다면 손수제비를 선택하도록. 푸릇푸릇한 부추가 가득한 다슬기탕은 한 수저 뜨면 부추와 다슬기가 한가득 담긴다. 잔뜩 기대하며 입 안에 넣으니 씨알이 굵어 쫄깃한 식감이 만족스럽다. 조금씩 들어 있는 쫀득한 수제비도 별미. 청양고추가 들어가 칼칼한 손수제비는 김치를 올려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된다. 콩나물, 깍두기 등 함께 나오는 반찬도 깔끔하다. 식사 시간을 피하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맛볼 수 있다.주소 l 전주시 덕진구 편운로 6-5 문의 l 063-214-3337감성 넘치는 숨은 동네 맛집, 반월전집열심히 응원한 뒤 시원한 술 한잔은 애주가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 이기면 흥에 겨워서, 지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한잔하다 보면 어느새 승패에 상관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숨은 동네 맛집 반월전집에서 기분 좋은 마무리를 지어 보자. 반월동 아파트촌 사이 조그마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고소한 기름 냄새가 발길을 붙든다. 여느 전집과는 사뭇 다른 외관에 그냥 지나칠 염려는 넣어 두시라. 냄새에 이끌려 발길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반월전집 앞에 당도하리라. 단정하면서도 깔끔한 외관만큼 내부 역시 화사하면서도 정갈하다. 오픈 주방으로 위생에 대한 믿음은 물론, 음식을 향한 호기심도 올라간다. 테이블 위 노란 조명은 감성을 자극하며 술맛을 더해 준다. 육전을 비롯해 꼬치전, 동태전, 깻잎전 등 총 아홉 가지 전으로 구성된 푸짐한 모듬전에 짜글이까지 함께하면 완벽한 술상 겸 밥상 완성! 맛있는 한 상 차림으로 배도 채우고 마음도 채워 보는 건 어떨까.주소 l 전주시 덕진구 반월6길 11 문의 l 0507-1386-9079가정집 집밥처럼 든든한 한 끼, 월드컵설렁탕식당은 식당인데, 마치 엄마가 해 주는 집밥처럼 푸근한 맛을 내는 곳이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깊은 맛에 빠져드는 곳. 월드컵설렁탕이 바로 그런 곳이다. 실제 가정집을 개조해 더 정겹다. 상호에 내세운 설렁탕도 맛있지만, 엄마 손맛 가득한 집밥을 원한다면 김치찌개 아니, 묵은지돼지찌개가 제격이다. 별다른 재료 없이 숭덩숭덩 썬 큼직한 돼지고기에 푹 익은 묵은지로만 맛을 냈는데, 숟가락이 바빠진다. 개운하면서도 진한 국물에 밥 한 그릇 뚝딱하면 어느새 마음에도 온기가 돈다. 배추김치, 깍두기, 갓김치도 훌륭하지만, 따끈한 밥에 꼴뚜기젓을 올려 한입 먹으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담백한 게 당긴다면 설렁탕이나 갈비탕, 도가니탕을 먹어 보자. 뽀얀 국물의 설렁탕을 한 술 떠 김치를 올려 먹으면 모두 아는 그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통째로 들어간 묵은지 위에 두툼한 고등어가 올라간 점심 특선 묵은지고등어도 입맛을 돋운다.주소 l 전주시 덕진구 정암길 12 문의 l 063-211-8336
20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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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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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설렁탕
나의 친구, 나의 가족 ‘댕댕이와 동반 여행’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바람쐬개’한국관광공사와 전라북도에서 반려동물 동반 여행 콘텐츠로 함께 선정한 전국 최초 반려견 동반 여행길이 있다. 각 지자체의 추천과 전문가 현장 자문을 통해 선정된 ‘눈치보지마시개길’이 바로 그것. 명칭에서부터 강아지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이곳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 속에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길로 엄선됐다.전주의 ‘눈치보지마시개길’로는 졸졸 흐르는 전주천 따라, 우거진 숲길 따라 계절의 냄새를 한껏 맡으며 거닐 수 있는 전주 ‘바람쐬는길’이 선정됐다. 전주한옥마을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하는 ‘바람쐬는길’은 이름 그대로 사시사철 바람이 불어와 산책길로 그만인 곳. 전주자연생태박물관에서 출발해 슬로길 쉼터에서 반환해 돌아오는 왕복 4km 코스를 댕댕이와 함께 걸어 보자. 전주천 옆길로 내려가 물 냄새를 더 가까이 느껴보거나 세계평화의전당 앞 드넓은 잔디밭에서 소풍을 즐겨도 좋다.눈치보지마시개길코스 l 전주자연생태박물관~세계평화의전당~슬로길 쉼터(반환점)~전주자연생태박물관드넓은 반려동물 놀이터로, ‘같이가개’올해 6월 말에 개장한 전주지역 최초의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 ‘같이가개’는 벌써 그 인기가 대단하다. 7,000㎡의 드넓은 잔디밭에서 반려견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데다, 대형견과 중·소형견 구역이 펜스로 분리돼 강아지들의 안전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주차장은 기본이고, 입구 오른편에는 보호자 대기실과 화장실도 깨끗하게 마련되어 있다. 놀이터 안으로 들어가면 강아지의 키를 고려해 다양한 높이로 설계된 식수 시설부터 루어코싱이라 불리는 공놀이 기구, 훈련용 장애물 등 반려견을 위한 시설과 함께 보호자를 위한 파라솔과 벤치도 자리하고 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시설의 이용료가 무료라는 점이다. 3개월간 시범운영 기간을 마치고 난 이후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미비한 점을 보완하고, 놀이기구도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하니 올가을 전주의 댕댕이들은 더욱 행복해지리라.반려동물놀이터 같이가개주소 l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4가 1165이용시간 l 화~일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댕댕이 인생 사진, 여기서 ‘찍어주개’사랑스러운 나의 반려견에게 마치 스튜디오에서 정성 들여 촬영한 것 같은 인생 사진을 남겨주고 싶을 땐 어디로 가야 할까? 전주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초록빛 야외마당을 품은 예쁜 애견 동반 카페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여느 공원이나 놀이터의 담백한 풍경과는 달리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포토존부터 강아지 키에 맞춘 미니 화단 등 어딜 둘러봐도 예쁨이 가득하니 굳이 스튜디오를 찾아갈 필요가 없는 것. 동네 산책도 물론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오직 강아지를 위해 만들어진 예쁜 공간에서 화사한 추억을 선물해 주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마당 이곳저곳을 누비며 흡족한 사진들을 꽤 건졌다면, 견주를 위한 실내 공간도 놓치지 말자. 통유리창 너머로 신나게 뛰어노는 강아지를 살펴보며 커피 한 잔의 휴식을 취하거나, 간식부터 장난감까지 다양하게 갖춰진 강아지 용품을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가족을 기다리는 강아지들, ‘보듬어주개’즐거운 산책길 중간중간마다 가족을 잃어버린 강아지들이 눈에 아른거렸다면 이곳을 찾아가 보자. 2020년 3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문을 연 전주시 유기동물재활센터는 그리 멀지 않은 완주군 이서면의 야트막한 산자락에 안겨 있다. 일반적으로 유기동물은 15일의 공고 기간에도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가 이뤄지는데, 동물복지 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시에서는 유기동물 안락사를 최소화하고 반려견 입양을 활성화하고자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유기견들은 약 2개월간 전문 훈련사에게 기본·순치훈련(길들이기), 사회적응훈련 등을 받은 뒤 가족을 찾게 된다. 입양 후에도 가정 방문과 상담 등 재유기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이곳을 거쳐 입양된 300여 마리의 강아지는 지금까지 단 한 마리도 파양되지 않았다고 한다. 홀로 남겨진 댕댕이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선물해 주고 싶다면, 늘봄유기견재활센터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늘봄유기견재활센터주소 l 완주군 이서면 이성리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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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더불어
전주가 응원하는 뼛속까지 코미디언 곽범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근황 좀 들려주세요. 공백 기간이 좀 길었는데요, 콤비인 이창호 씨와 함께 앨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기다리신 분들에게 음악으로나, 웃음으로나 만족스러운 콘텐츠를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그 외에도 유튜브 운영을 비롯한 공연 준비, TV, 라디오 등등 정말 하루하루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금요일 아침 방송 때문에 매주 전주에도 내려오고 있고요. 전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특별한 추억들이 있나요? 제가 전주에서 태어나서 삼천초등학교, 해성중·고등학교를 나왔거든요. 대학 진학으로 전주를 떠나기 전까지 전주에서 추억이 많아요. 해성고등학교 때는 ‘시나브로’라는 스쿨밴드에서 베이스를 쳤는데, 전북 대표로 록페스티벌에 나가서 상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아중리에서 장사를 하셔서 그 동네에 추억의 장소가 많아요. 특히 아중저수지에 자주 갔는데, 지금은 아중호수로 이름도 바뀌고 산책로도 아주 잘 꾸며 놨더라고요. 전주가 점점 살기 좋아지는 것 같아서 저도 괜히 뿌듯합니다. 특별히 코미디언이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원래 공부 빼고 다 관심이 많았어요. 음악이 좋아서 밴드를 했고 미술로 입시도 치렀지만, 무엇보다 노는 걸 제일 좋아했죠. 특히, 사람들이 제 말이나 행동에 배꼽을 잡고 깔깔 웃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그래서 모든 상황에서 늘 웃기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밴드 공연 중에도, 해성고 축제 MC를 할 때도, 심지어 해병대에서도요. 미술도 음악도 좋지만 제가 제일 즐기는 건 역시 사람들을 웃기는 일이더라고요. 결국은 군대에 가서 코미디언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전공을 포기하고 바로 이 길로 뛰어들게 되었죠. 코미디언에서 어떻게 유튜버로 전향하게 되었나요? KBS 공채 코미디언이 되었을 땐 마침내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로 8년 동안 에 제 모든 것을 걸고 살았으니, 2020년 6월에 프로그램 폐지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지요. 솔직히 그때는 전주에 다시 내려갈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계속 콤비로 코미디를 하던 이창호 씨와 딱 1년만 유튜브 해 보고 안 되면 귀향하자는 마음으로 을 개설했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개콘 폐지 1년 뒤부터 신기하게 잘되더라고요. 보이그룹 가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나면서 잡지 화보 촬영에다 음악방송 과 까지 출연하게 됐고요. 예상했던 것보다 대중의 반응이 훨씬 뜨거워서 저도 놀랐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이 글을 보실 때쯤은 친구들의 신곡이 두 곡이나 나와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곧 서울에서 기획 공연도 있을 거고요. 특히 전주시민 여러분께는 매주 금요일 아침 으로 인사드리고 있으니 많은 시청 부탁드리고, 구독도 부탁드립니다. 고향인 전주에서 이렇게 저를 찾아 주시고, 응원해 주신다고 생각하니 더욱 힘이 솟는 것 같습니다. 전주의 현 시장님과 동문이라 요즘 부쩍 전주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앞으로 더 잘사는 전주가 되리라 기대하고, 저도 늘 응원하겠습니다. 코미디언 곽범 1986년 11월 1일, 전주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극단 활동과 다양한 행사 사회자를 거쳐 2012년, 4년간의 응시 끝에 KBS 공채 27기 코미디언이 되었다. 에 출연하다가 프로그램 폐지 후 코미디언 이창호와 함께 유튜브 채널 을 개설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라는 보이그룹으로 코미디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는 코미디언 곽범과 이창호가 유튜브 방송을 통해 가상으로 설정한 세계적인 2인조 아이돌 그룹으로, 멤버는 탄과 제이호다. 영상 보정 필터 앱을 활용해 16등신 꽃미남 보이그룹으로 변신,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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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주 약선요리 전문가
전주 맛은 전주사람이 지킨다
열 가지 전주 맛이 사라지고 있다전통 약선요리 전문가인 조현주 대표는 음식이란 무릇 철이 있어야 하며, 철든 음식을 먹어야 사람도 철이 든다고 말한다. 그는 새벽이면 농장에서 이슬 맞은 싱그러운 채소를 채취하여 감로헌을 찾는 손님들에게 대접한다. 음식은 혀에서 느끼는 맛뿐만 아니라 몸의 보약이고 섭생의 기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 전국 어딜 가나 ‘전주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건 음식점이 있을 만큼 맛의 고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전주는 예부터 내려오는 10味가 있다. 민물 게, 황포묵, 모래무지, 무, 미나리, 담배, 애호박, 열무, 콩나물, 그리고 여름에 익는 감인 파라시다. 열 가지 전주의 맛은, 우리 고장의 땅과 기운과 바람과 햇빛이 어우러진 맛이자 멋이다. 그래서 전주 10味는 전주 10美와 다르지 않다. 전주 10味가 들어가는 대표 음식으로는 오모가리탕과 콩나물국밥, 황포묵이 반드시 들어가는 비빔밥 등이 있다.그런데 식재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모래무지가 사라지고 파라시도 지금은 볼 수 없다. 조 대표는 이런 현실 속에서 현재 남아 있는 무, 열무, 콩나물, 황포묵, 미나리, 애호박 등 여섯 가지 재료로 음식을 개발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전주의 맛’을 지키고자 한결같이 외길을 걷고 있다.전주 10味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전주는 2012년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되어 세계인의 맛을 이끌어 가는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조 대표가 전주 10味를 지키고 알리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남다르다. 그는 최불암 선생이 진행하는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주 10味를 홍보하는 것을 비롯해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전주 10味를 활용한 약선음식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전통 식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뛰고 있다. 또한, 직접 농사를 지으며 건강한 땅과 먹거리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 융·복합 6차산업 인증을 받았고, 약소금, 약간장 등 현대인들의 건강을 위한 제품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나리 묵, 무쌈말이 등 현대인의 취향과 입맛에 맞는 다양한 요리도 선보이고 있다.음식에는 문화와 역사와 기후, 정서가 골고루 스며 있다. 그것이 전주 10味를 지켜 가야만 하는 이유다. 그는 전주다운 음식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심하면서 전주 10味를 소재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음식 인문학’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주의 맛은 전주사람들이 지켜야 한다. 그는 무, 열무, 콩나물, 황포묵, 미나리, 애호박의 여섯 가지 재료를 가지고 앞으로 땅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전주의 식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천직처럼 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힌다.감로헌주소 l 전주시 덕진구 권삼득로 247문의 l 063-275-8811 조현주 대표가 추천하는 가을 식재료 조현주 대표의 음식 철학은 철 따라 사람들의 몸도 자연이 주는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 가을은 찬 바람이 부는 시기라 백색 뿌리채소가 제철이다. 도라지, 더덕, 고구마, 생강, 인삼 등이 있지만, 가을 식재료의 왕은 단연 무다. 깍두기, 장아찌, 무나물은 물론이고 생선 조림에도 빠질 수 없는, 산삼보다 낫다고 하는 식재료다. 무채를 썰어 목이버섯과 당귀 잎을 넣고 미나리로 묶어 무쌈 요리를 만들어 먹으면 좋다. 무는 식재료 중에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채소다. 무는 소화 효능이 뛰어난 성분이 들어 있어서 무밥을 먹으면 절대 체하는 법이 없다.
#약선요리
#감로헌
#조현주대표
동이 트는 시간, 생생한 삶을 만나는 새벽여행
남부시장, 기억을 두드리다여행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눈빛이 반짝거리던 이모가 남부시장에 도착하니 조금은 실망한 눈치다. 하지만 “참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라고 했던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여행의 진정한 고수는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는 사람일 테다. 게다가 ‘여행 장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함께 여행하는 사람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새벽시장의 활기 속으로 성큼 들어선다.벌써 200년의 역사를 품은 전주 남부시장. 전국의 이름난 전통시장 중에서도 가히 최고의 역사를 자랑한다. 한때는 남부시장을 거치지 않고서는 결혼을 못 한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남부시장은 전주 사람들의 일상에 빠지지 않는 공간이자 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한옥마을과도 접근성이 좋고 청년몰 등 볼거리도 많아 젊은 여행객들이 손꼽는 전주 관광 코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1982년 사랑하는 남편을 따라 낯선 스위스로 떠난 이모가 기억하는 남부시장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기억 또한 하나, 둘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지지만 어떤 기억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사진처럼 또렷하게 뇌리에 남는다. 이모가 떠올린 남부시장에 대한 기억은 천변 앞에서 펼쳐진 신기한 서커스라고 한다. 그 시절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무언가를 들고 걸어가다가 왁자지껄한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그 장면을 홀린 듯 바라보았으리라. 하긴 조선 시대부터 남부시장이 자리한 천변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공간이었다. 한양에서도 전주에 내려오면 꼭 들렀다 갔다던 서포(옛 서점)가 있었고, 싸전 다리 밑에서는 전기수(책 읽어주던 사람)가 사람들의 마음을 애태웠다. 세월이 흘러서는 내로라하는 소리꾼들이 기량을 뽐내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남부시장은 단순히 물물을 교환하던 장소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 강렬한 기억을 선물받는 곳이기도 하다.선물이라고 하면 내게도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다. 스위스에 살던 이모가 몇 년 만에 한 번씩 귀국할 때마다 두 손 가득 선물을 가져왔던 기억이다. 어린 마음에 언제쯤 이모가 한국에 올까 기다렸던 건, 지금 생각해 보니 이모가 아니라 선물을 기다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 받은 선물을 품에 안고 그대로 동네에 나가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바빴으니까. 몇 년을 기다려서야 겨우 몇 주 만날 수 있었던 이모는 그렇게 선물을 나눠주고 때가 되면 사라졌다. 마치 푸른 불빛으로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다가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사라지는 도깨비불처럼. 반짝반짝 도깨비 유혹에 빠져 보자새벽, 남부시장 입구에서 천변 주차장 계단을 내려가면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파라솔들이 눈에 띈다. 바로 동트기 전에만 연다는 남부시장 도깨비 장터다. 파라솔 밑으로 상인들의 분주한 삶이 펼쳐지는데 깻잎, 시금치, 대파 등을 펼쳐 놓고 흥정에 열을 올린다. 엊그제 직접 경북 의성에 가서 육쪽마늘을 가지고 왔다며 맛이 기가 막히다고 자랑을 하는데 그 입담에 솔깃해져 자꾸 이모에게 마늘이 필요 없느냐고 묻는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물건보다 입담이 좋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풍경이 이모에게는 신기하고 낯선가 보다. 스위스에서는 물건값을 깎는 경우가 없다 보니, 상인들에게 비싸다고 조금만 깎아 달라고 조르는 내 팔을 이모가 툭 친다. 이른 새벽부터 물건을 가지고 온 상인들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뜻일 게다. 오늘 새벽시장엔 가지런하게 놓인 채소들이 유독 신선하고 예뻐 보인다. 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대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해서 그런지 나도 그 유혹에 넘어가 호박을 다섯 개나 사 버리고 만다. 이모와 함께 호박전을 부치고 남은 호박은 채를 썰어 점심 때 국수에 넣어 먹을 생각을 하는데, 슬슬 배가 고파진다. 아침 식사로 남부시장의 유명한 콩나물국밥을 먹어 보기로 한다. 서민 음식의 대표답게 남부시장 콩나물국밥의 유래는 우리네 삶과 연결된다. 오래전 상인들이 물건을 팔러 시장에 나올 때면 주먹밥을 싸 왔는데 겨울에는 꽁꽁 언 주먹밥이 먹기 힘들어, 값이 저렴한 콩나물을 넣고 끓인 국물에 차가운 주먹밥을 말아서 먹었다고 한다. 그때의 국물도 지금처럼 시원하고 칼칼했을까?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가 입맛을 살려 주고 피로를 깨운다. 역시 여행의 백미는 맛있는 음식이다. 개운하게 한 그릇을 비우고 나서 다시 힘을 내어 힘차게 천변을 걸어 본다. 천변, 길 위에 추억을 남기고1995년 내가 처음 스위스에 가서 놀랐던 건 호수 위의 백조였다. 근처 벤치에서 바게트 같은 빵 부스러기를 사람들이 나눠 주면 백조가 자연스럽게 다가와 받아먹었다. 동화책에서만 보던 백조를 눈앞에서 본 것이다. 더욱 놀란 건 백조가 있는 호수에서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수영을 하다가 나와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스위스 사람들에게 호수는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다. 어느 때부터인지 전주의 천변도 시민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이른 아침 산책부터 저녁 식사 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길이 천변인 것이다. 나는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가끔 천변을 산책하다가 수달을 만나서 신기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한번은 천변을 걸어가다가 아는 사람을 네 명이나 만난 적도 있다. 다들 바람이 좋아서, 밥 먹고 소화시키려고, 그냥 걷고 싶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천변을 산책하고 있다.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나와서 쉴 수 있는 시민들의 공간이자 매일매일 추억이 쌓이는 그곳이 바로 전주 천변이다. 길을 걷다가 눈을 들어보니 저 멀리 전주 시민들의 여름밤을 시원하게 달래 주던 청연루가 보인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열대야에 지친 날이면 시원한 수박을 가지고 달빛 아래 지인들과 청연루의 낭만적인 밤을 보내던 때가 생각난다. 얼마 있으면 곧 떠나게 될 이모가 이곳에 다시 돌아오는 날, 그 낭만을 함께 즐겨 봐야지. 특별한 여행은 멀리 가지 않아도 일상을 두드리면 우리에게 언제나 문을 활짝 열어 준다. 남부시장 도깨비시장에 가면 아침 일찍 반짝 열렸다 사라진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도깨비시장. 전주의 아침을 깨우는 도깨비시장은 남부시장 맞은편 천변(전주시 완산구 동완산동 70 주변)에서 열린다. 동트기 전부터 상인들은 장사판을 분주히 펼쳐 놓는다. 각종 채소와 제철 과일 등 직접 키운 싸고 싱싱한 농산물부터 생선, 닭고기 등 도매상에서 떼어 온 신선식품, 소소한 잡화까지 판매하는 품목도 다양하다. 운영은 대략 새벽 5시부터 8시 사이로 보면 된다. 전주천을 낮게 가르는 돌다리를 건너 도깨비시장에 입장하는 것도 하나의 묘미다. 천변 주차장을 이용하면 주차료는 한 시간이 무료이다. 글 | 김소라(뮤지컬 극작가)뮤지컬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아트컴퍼니 두루’ 예술감독이다. 주요 작품으로 창작 뮤지컬 , , 등이 있다. 이 외에 무대공연 연출, 행사 기획, 인문학 강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2022.08.23
#남부시장
#도깨비시장
#미라클모닝
#전주여행
슬기로운 반려 생활
길고양이 키우는 김수정 씨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길고양와의 인연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던 가을 어느 날,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가는 길목에서 낯선 존재와 눈이 마주쳤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사이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그 존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앙상한 작은 몸집에 갈비뼈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고양이. 아마도 먹이를 찾으려고 버려진 쓰레기봉투 속을 뒤지고 있었던 것 같았다. 평소에도 이곳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지며 먹이를 찾는 길고양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지만, 그 아이들은 발걸음 소리만 나도 도망가기 바빴는데 이 고양이는 달랐다. 마치 오래전부터 서로를 알고 지냈던 사이인 것처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 길고양이답지 않게 코앞까지 다가간 그녀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았다. “고양이를 보는 순간 너무 가엾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얼른 차 안에 있는 사료를 가져다줘야겠다고 생각하고 달려갔었죠.” 김수정 씨의 차 안에는 언제라도 배고픈 길거리 동물들에게 줄 먹이가 실려 있었다. 먹이를 가져다주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가면서 마음속으로는 ‘제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줘!’를 외쳤다. 그리고 사료 봉투를 품 안에 꼭 안은 채로 다시 그 자리로 달려갔을 때 고양이는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기쁘던지, 반가운 마음 가득 버려진 빈 종이 상자에 사료를 가득 채워 주자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사료먹는 모습을 천천히 지켜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에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다른 길고양이들과는 사뭇 다르게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그동안 봐 왔던 동물들과는 달랐다. 그녀는 3년 전부터 동물 구호 활동을 이어 오고 있었다. 거리에서 홀로 위험하게 돌아다니는 동물을 구해 보호소로 데려다주거나, 도로에서 죽음을 맞은 가여운 동물을 잘 묻어 주고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잘 태어나기를 기도하며 많은 동물과 인연을 맺었다. 그런데 처음 만난 길고양이가 이렇게 마음을 열고 따라 주다니, 어쩌면 우리는 가족이 될 운명이 아닐까 싶어 바로 말했다. “우리 집에서 함께 살자!” 세상에 행복을 선물하는 고양이 해피 작디작은 고양이를 손으로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이 녀석은 아무런 거부의 몸짓 없이 몸을 온전히 맡기고 있었다. ‘발톱을 세우는 방법을 모르는 걸까?’ 싶을 정도로 정말 순하고 착했다. 그녀는 고양이를 직접 데리고 들어가는 것보다 고양이가 선택하는 길을 택했다. 고양이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될 때 현관문을 스스로 들어오길 바란 것이다. 현관문 옆 작은 창고가 있는데 그 문 아래 틈이 있어서 그곳을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곳에 푹신한 이불을 깔아 주고, 사료와 물을 한쪽에 놓아 주었다. 그녀는 마음 편히 고양이의 선택을 기다렸다. 다음 날 아침에도, 퇴근 후에도 고양이는 그곳에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고양이를 지켜보다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고 현관문을 닫았는데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고양이가 현관문을 발톱으로 긁어 대는 소리였다. 기쁜 마음으로 현관문을 여는 순간 고양이는 이곳이 자신의 집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너의 이름은 세상에 행복을 선물하는 해피야!” 해피는 처음 왔을 때처럼 한 번도 발톱을 세우지 않았다. 같이 사는 강아지 밍크와도 특별한 싸움 없이 사이좋게 잘 지낸다. 다만 해피가 어렸을 적 굶주림이 심했던 탓인지 밥시간이 되면 밍키 사료를 먼저 먹고서야 본인의 사료를 먹는다. 대단한 식탐을 소유했다. 어느 날은 밖에서 이틀 동안 돌아오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배변 후 그대로 배설된 풀을 보게 되었다. 아마도 어릴 적 먹을 것이 없을 때 풀을 뜯어 먹는 게 습관이 된 모양. 너무 가엾고 안쓰러워 하염없이 운 적도 있었다. 동물도 이름을 따라간다는 말처럼 해피는 수정 씨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존재다. 애교가 얼마나 많은지 수정 씨 팔에 안겨 있을 때는 자신의 한 발을 수정 씨 한쪽 볼에 살며시 갖다 댄다. 마치 볼을 어루만지듯 애교를 부리는 것이다. 지금은 엄마가 된 해피가 출산을 며칠 앞두었을 때에는 두 발로 수정 씨의 다리를 살살 주무르기도 했다. 마치 자식이 부모의 다리를 주무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해피와 밍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이 순간에도 우주 끝까지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 나보다 더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영원히 내 곁에 머물러 줘!” “모든 동물에게는 선택의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교감을 통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가족이 되는 과정이 필요한 거죠.” 반려동물과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반려식물을 키우는 특별한 사연을 편집팀(063-281-5026)으로 추천해 주세요. 초상화를 그려 드립니다.
#반려고양이
#길냥이
#해피
기획 특집
여름특집 l 여름, 전주의 빛깔-태조파랑×물
한여름의 오아시스, 푸른 호수에 가자
푸른 물바람 불어오는 기지제혁신도시와 만성지구 사이에 있는 드넓은 호수, 기지제를 사이에 두고 마을이 나뉜다. 기지제는 두 마을이 통하는 길이자 주민들을 호흡케 하는 숨통인 셈이다. 예부터 베틀처럼 생긴 연못 같다고 하여 ‘틀못방죽’이라 불리던 기지제는 수심만큼이나 역사가 깊다. 낚시 애호가들 사이에서 ‘배쓰’ 잡는 낚시 명소이자 사진 애호가들이 앞다퉈 셔터를 누르는 일몰 명소에서, 자연환경을 고이 간직한 쉼터로 변천사를 지나왔다. 빽빽한 아파트 숲을 빠져나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따라 호숫가로 내려가 본다. 수중 산책로에 올라 시원스레 트인 호수를 가로질러 걷는 것도 좋지만, 짙푸른 나무 그늘에 앉아 ‘물멍’의 한때를 보내 보길 권한다. 점점이 떠다니는 연잎과 눈을 맞추고, 사람 키만큼 비죽이 솟은 수풀의 손짓에 화답하며, 물새들 첨벙대는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시간, 이야말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때마침 불어온 푸른 물바람에 심호흡을 실어 보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비가 온 다음 날이면 물기 머금은 풀냄새가 그윽하다. 가물었던 마음을 단비처럼 촉촉하게 적신다. 밤에는 또 어떤가. 모두 잠든 뒤에도 쉬이 눈을 감지 않고 총총 불을 밝히며,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시민들의 곁을 말없이 지켜 준다.자연과 낭만이 공존하는 아중호수1961년 ‘인교저수지’라는 이름으로 축조된 아중호수는 오랜 세월 전주의 농가를 살찌운 젖줄이었다. 도시화가 진행되며 수상 산책로와 수상광장을 설치하고 조명시설을 갖추어 자연스레 수변공원으로 거듭난 뒤, 밤이고 낮이고 시민과 여행객들의 발이 끊이질 않는 물맞이 명소로 이름을 알렸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산책길로도 그만이며, 저물녘이면 수상광장에 꾸민 버스킹 무대에서 감미로운 노랫소리로 여름밤에 낭만을 더한다. 겹겹이 몸을 포갠 산 그림자가 수면에 살며시 몸을 누이는 한낮. 산자락을 훑고 내려온 바람과 우거진 녹음, 그리고 그 안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고개를 숙이고 눈높이를 낮추어 습지 생태계를 관찰해 보면 어떨까? 흔들리며 자라나는 생태계 한구석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마음껏 쉬다 가도 좋다.도심 속 소풍지, 백석호수와 세병호백석호수 또한 오랫동안 농업용수로 쓰이던 고마운 물을 품고 있다. 언뜻 단조로워 보이는 호수이지만, 실은 시시각각 새로이 태어나는 중이다. 주름진 물결 하나, 햇빛에 반짝이는 윤슬 하나, 어제와 같지 않고 내일과도 다르다. 멀리서 날아온 새의 발자국에 표정을 바꾸고, 살포시 내려앉은 노을에 낯빛을 바꾸는 순간을 놓치지 말자.에코시티라는 이름에 걸맞은 풍경의 세병공원은 제35보병사단 안에 있던 고목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원이다. 그 한가운데에 놓인 세병호는 사시사철 나들이객이 즐겨 찾는 소풍지이다. 분수가 뿜는 물줄기에 들뜨고, 물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 모습에 더위를 잊는다. 푸른 잔디로 덮인 언덕에서 여유를 부리는 나들이객들 틈에 슬쩍 섞여, 찬란하도록 단란한 풍경의 일부가 되어본다.
2022.07.25
#백석호수
#세병호
#아중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