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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길이 있다
가리내로-연화길-소리로
겨울이 다하고 봄이 오려는데
개구락지 우는 봄날을 맞다경칩을 지나 개구리가 깨어난다. 자다 깬 개구리가 울고 벌레가 땅 위로 올라오면 비로소 겨울은 끝이 난다. 기록에는 이맘때 양기를 채운다며 그해 처음 난 개구리알을 구해 먹기도 했단다. 겨우내 쫄쫄 굶던 개구리가 이대로는 죽을 수 없어 낳은 알인데, 인간은 그걸 별미로 먹었다. 날만 풀리면 만물이 서로 살아 보려 아주 난리이다. 날이 풀리고 기온은 쭉쭉 오른다. 매일 20도 언저리를 웃돌자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 급히 나들이를 준비한다. 새싹을 지나 꽃심의 문장을 따라서하늘공원에서 출발하는 산책길. 지인과 함께 봄의 소리 가득한 거리로 나선다. 성큼 다가온 봄날을 만끽하기 위해 꽃향기도 맡아 보고 봄바람 속에서 비행하는 새들을 사진으로 남긴다. 봄은 짧지만, 그만큼 변화무쌍하다. 언 땅을 뚫고 나온 새싹을 반기자마자 꽃망울이 맺히고, 향기를 내뿜는다. 걸음을 옮기자 길가에서 만난 옛사람의 문장이 발길을 잡는다. 문인의 자취 가득한 문학관과 최명희 선생의 묘소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떠나간 문인들이 누렸을 옛 봄을 떠올린다. 그들이 제각기 자기 시대를 말로 글로 살아내려 얼마나 애썼을까 생각하면 이 봄이 더욱 찰나 같다.당분간은 봄날처럼 편안하길세상을 사랑한 소설가 곁에 앉아 가만히 쉰다. 종일 흙냄새 맡으며 한바탕 정찰하고 나니 몸이 몹시 노곤하다. 이마저도 봄의 표지이다. 실은 ‘봄, 봄’ 하는 것이 스스로도 우습다. 봄이 뭐라고 성급한 나들이를 나왔는지, 백로는 날고 소풍 나온 꼬마들은 재잘거리는지...봄이 온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봄만큼 저절로 살아지는 계절은 없다. 이제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새들은 또 어딘가로 날아갈 것이며, 봄비에 땅은 질어지고 농부는 바빠져서 모두가 제 기운으로 물 흐르듯 나아갈 것이다. 어쩌면 봄날은 세계가, 그 오묘한 이치가 삶의 기쁨을 잊지 말라고 특별히 남겨 둔 몇 날인지도 모른다. 우리네 역사에 좋은 날이 그리 많진 않다. 그러니 계절이 오가는 이 ‘당분간’은 모두 안녕하시길 바란다.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는전주천생태학습장공원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전주천생태학습장이다. 이곳 하늘은 왠지 더 하얗고 큰 느낌이다. 주위 건물이 멀고 강폭이 넓어 그런 것 같다. 빼곡한 물억새, 강 위에 백로가 그것대로 장관이다. 성큼성큼 가다 보면 곧이어 ‘분홍 억새 동산’이 나온다. ‘핑크뮬리’를 ‘분홍 억새’라고 부른단다. 하늘이 높으니 이만해도 충분한데 가을엔 핑크색 땅이 된다니 몽롱하니 멋지리라. 새싹을 만나다하늘공원하가초등학교 옆 하늘공원. 마침 공원 펜스 넘어 줄지어 선 정수리들이 빠꼼 보인다. 초등학교를 등지고 공원 안쪽으로 쭉 걸으면 하늘공원이라는 말마따나 가파른 언덕이 나온다. 재밌게도 완곡한 통행로를 두고 누구 솜씨인가 험난한 샛길을 만들어 놓았다. 언덕 위 동그랗고 평평한 꼭대기엔 잘생긴 나무 한 그루가 그림처럼 서 있다. 전주천 강바람에 푸른 나무가 스스스 흔들리면 꽤 호젓하겠다.전북 문인들의 자취전라북도 문학관조선 후기 부부 시인이었던 하립과 삼의당 김씨부터 가람 이병기까지 전라북도 문인들 40명의 자취를 기록한 곳, 2012년 개관한 전라북도 문학관이다. 발을 딛는 순간 시작되는 전시는 고전문학을 지나 일제강점기(제1전시실), 해방 이후 1980년(제2전시실)대로 이어진다. 그 외에도 기획전시실, 문예지와 신문이 있는 자료 검색실, 기부 도서로 이루어진 도서관이 있다. 전시실에서는 문인들의 저서, 유품 등을 볼 수 있다. 전통 국악을 계승하는전통문화체험전수관웅장한 오케스트라의 합주 소리가 울려 퍼지는 전통문화체험전수관. 누군가의 뱃심 든든한 소리에 절로 발길이 닿는다. 이곳은 소리꾼들이 전통을 계승하며 공부하고 연습하는 공간이다. ‘전라북도어린이국악관현악단’과 ‘어린이교향악단’, ‘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이 함께 활동하는 공간인데, 어린이 악단의 경우 오디션 경쟁률이 상당히 치열하다고 한다. 추후 일반인에게도 개방하여 악기전시실 등을 방문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꽃심의 문장을 찾다혼불문학공원건지산 둘레길에 자리한 혼불문학공원. 최명희 선생의 모교인 전북대학교를 출발해 걷노라면, 세상의 풍경 사이로 나만 홀로 다른 층위의 공간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만의 호젓함을 즐기며, 세상을 관조하는 재미가 있다. 선생의 묘 주변에 이르면 경치는 더욱 낯설어진다. 고요한 산속에 무덤 하나 돌 여러 개, 그리고 나뿐이다. 듬성듬성 박힌 돌에는 뜻밖에도 문장이 쓰여 있다. 후배 문인들이 선생의 명문 열 개를 골라 아주 소박한 비(碑)로, 무심하게 세워 두었다.젊음과 다양성의 교차로레드콘 음악창작소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는 레드콘 음악창작소도 있다. 지나다니며 도대체 저 빨간 컨테이너는 뭘까 했다면 주목. 레드콘은 놀랍게도 도내 대중음악 밴드를 발굴, 인큐베이팅하는 곳이다. 전라북도에 국악만 있다는 편견은 버려라. 인디, 락, 힙합 등 지금까지 온갖 힙스터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현재 새로운 기수를 모집 중으로 음악에 뜻이 있는 전라북도민이라면 꼭 신청해 보길 바란다. 더불어 녹음 장비 오퍼레이팅이 가능한 기성 작업자들에게 대관도 하고 있다.
2023.03.23
#봄
#봄날
#연화길
전주 음식
맛은 기본, 추억은 덤! 전통 겨울 간식
80년 한결같은 맛, 백일홍 찐빵만두전주시청과 한국전통문화전당 사이 오래된 건물 1층에 자리한 백일홍 찐빵만두. 1대 사장님의 비법을 전수한 지금의 대표님이 조카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백일홍 찐빵은 하루 전날 재료를 미리 준비하는데, 직접 구매한 국내산 팥을 끓여 앙금을 만들고, 반죽도 하루 숙성한 뒤 사용한다. 보통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한데 이곳 찐빵은 숙성을 거치기 때문에 속이 편안하다. 일반적인 찐빵보다 크기가 작은 것도 이 집만의 특징. 80년 동안 한결같은 맛을 이어 오고 있는 이곳 찐빵은 그 진가를 아는 손님들이 대를 이어 찾아온다.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나 아침 9시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후 6시까지 문을 열지만, 손님이 몰리는 날이면 일찍 품절되기도 하니 너무 늦지 않게 달려가시길. 백일홍찐빵만두 l 전주시 완산구 현무2길 6770년 전통의 수제 군만두, 일품향개업 이후 무려 70년 동안이나 한자리에서 같은 음식을 만드는 곳이 있다. 전주영화제작소 옆 일품향이 바로 그곳. 1950년에 문을 연 일품향은 원래 군만두와 물만두, 찐만두를 파는 만두 전문점이었다. 그러다 40년 전부터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가게 역사만큼 공간도 나이를 먹었지만, 향수가 느껴질 뿐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평일엔 60개, 주말엔 100개를 만드는데, 소진할 수량만 손수 빚어 당일 생산, 당일 판매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곳 만두의 특징은 기름에 튀겨내지 않고 은은하게 구워내는 진짜 군만두라는 점이다. 반죽부터 소까지 재래식으로 만들고 한 번 찐 다음 굽는다. 그래서 바삭하기보다는 부드럽고 쫀득하다. 한 입 베어 물면 촉촉한 육즙이 톡 터져 나와 맛을 배가시킨다.일품향 l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3길 12-8 바삭한 튀김 외길 30년, 경기장 맛나 튀김오전 10시 30분, 아침과 점심 사이 튀김으로 가볍게 위장 운동을 하려는 이들이 가게 앞에 진을 치기 시작한다. 덕진초등학교 옆 경기장 맛나 튀김의 풍경이다. 튀기는 족족 서 있는 손님들의 입으로 들어가거나 주문 예약을 한 손님에게 건넬 봉투 속으로 빠르게 사라진다. 튀김기 두 대를 이용해 연신 튀겨 내지만 소진되는 속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 튀김은 오징어, 김말이, 달걀, 고추, 식빵 등 총 다섯 가지. 오징어는 덕장에서, 달걀은 농장에서 구매하는 등 국산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집게 하나 손에 들고 대기했다가 주인장이 건네주는 튀김을 바로 먹는 것이다. 추운 날씨에 하얀 입김 뿜으며 먹는 튀김이란 세상을 다 가진 맛이랄까? 매콤달콤한 떡꼬치와 추억 돋는 핫도그, 그리고 어묵까지 곁들인다면 추위는 저만치 사라지리라. 경기장 맛나 튀김 l 전주시 덕진구 들사평로 4720년 넘게 이어 온 달콤 쫀득한 그 맛, 달인명품호떡흰 반죽에 설탕과 계피, 견과류 등을 넣고 둥글게 모양을 잡은 후 기름에 굽는 호떡.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겨울 간식의 대표 주자다. 호떡이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은 금물. 아중리 달인명품호떡은 20년간 호떡을 구워 온 사장님의 비법이 집약된 그야말로 명품 호떡이다. 이곳 호떡은 반죽부터 다르다. 직접 개발한 조리법으로 반죽한 후 3시간 정도 숙성 과정을 거쳐 호떡을 만든다. 덕분에 다음 날에도 부드러움과 감칠맛을 잃지 않는다. 튀기듯 굽는 방식이 아닌 기름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는데, 약·중·강 3단계로 온도를 맞춰 놓은 넓은 팬에서 순차적으로 구워 낸다. 은근히 열이 가해져 속까지 골고루 익어 ‘겉바속촉’ 호떡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든 호떡은 20년 단골뿐만 아니라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아중리 외에도 삼천동, 중앙시장, 송천동, 호성동에도 지점이 있으니 가까운 호떡집에서 겨울 별미를 즐겨 보자. 달인명품호떡 l 전주시 덕진구 석소로 5-13
2023.01.17
#백일홍
#일품향
#맛나튀김
#달인명품호떡
#전주맛집
취향 따라 걷다
만경강 물억새에서 향교 은행잎까지
길 따라 색 따라 자박자박 단풍 여행
흰 솜털 같은 물억새 따라, 강변로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의 도시 풍경, 그 맵시와 질감을 책임지는 건 단연 억새가 아닐까. 고동색이나 갈색을 띠는 갈대와 달리 은색 또는 흰색으로 빛나는 억새는 꼭 포근한 솜털처럼, 때로는 산등성이에 뽀얗게 내려앉은 눈꽃처럼 추운 계절을 아름답게 꾸며 주는 일등 공신이다. 그중에서도 하천 가장자리에 서식하는 물억새는 도시 곳곳을 관통하는 물길을 털목도리처럼 감싸며 따스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있다. 전주천이나 삼천에서도 물억새를 볼 수는 있지만, 두 눈에 다 담기 힘들 만큼 규모 있는 억새 군락을 감상하고 싶다면 자전거나 차를 달려 만경강까지 나가 주어야 한다. 특히 소양천과 전주천 지류가 만경강에 합류하는 지점 인근부터 만경강 철교 너머까지 길게 이어지는 빽빽한 물억새 군락지는 가히 장관이라 할만하다. 사방으로 탁 트인 만경강이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해방감을 선사하고, 강줄기를 따라 풍성하게 들어찬 억새를 바라보며 거니노라면 누구든 가슴 가득히 낭만이 차오를 수밖에 없다. 철교 위로 간간이 지나가는 기차 소리는 감동의 농도를 한층 짙게 만들어 준다. 만경강 철교 인근 억새 군락지 l 전주시 덕진구 화전동 969-6노란 은행잎 비가 쏟아지는 전주향교전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곳, 전주향교. 온갖 드라마 촬영지이자 인생 사진 명소로 사랑받는 만큼 고즈넉한 한옥의 멋을 감상하러 일 년 내내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을 전주향교의 단풍은 이 계절이 주는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수령이 400년 넘은 아름드리 은행나무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노란 은행잎이 올해도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전주향교로 이끌고 있다. 만화루로 들어서서 대성전, 명륜당 등을 거쳐 입덕문으로 나오면 전주향교 안의 모든 은행나무를 다 구경할 수 있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은행잎 카펫 위를 자박자박 걸어보고, 두 손 가득 은행잎을 주워 하늘 높이 뿌려 보고, 푹신푹신 수북하게 깔린 은행잎 무더기 위에 살포시 앉아 보자. 실컷 가을을 느끼며 사진을 남긴 후에는 한옥마을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여유로운 산책을 즐겨도 좋겠다. 전주향교 l 전주시 완산구 향교길 139붉은 단풍 숲 지나 동물원까지, 건지산길그저 계절을 따라 고요한 정취가 내려앉은 숲길을 거닐고 싶다면 건지산 둘레길을 추천한다. 이 산책로는 혼불문학공원에서 출발해 단풍나무숲과 오송제를 지나 전주동물원까지 이어지는데, 오르락내리락 산길부터 호수, 텃밭이 있는 주택가까지 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붉은 단풍나무 터널 길로 유명한 혼불문학공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끄러운 도시와 완벽히 분리된 듯한 평화가 찾아온다. 단풍잎 하나를 주워 들고 최명희 묘소를 지나 숲길로 올라간다. 숲이 울창해질수록 건지산의 품 안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변화무쌍한 산길 덕분일까, 꽃보다 더 붉은 단풍의 색깔 때문일까. 자박자박 리듬을 타며 숲속 산책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오송제에 닿는다. 마치 유럽의 풍경을 담은 엽서처럼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작지만 아름다운 호수다. 잔잔한 물결을 오래오래 바라보면서 마음결도 가만가만 도닥여 준다. 마지막 코스인 전주동물원에서는 정문 왼편에 자리한 기린지 쪽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 빽빽한 연잎 위로 작은 구름다리가 놓인 기린지의 풍경은 꼭 모네의 정원을 닮았다.혼불문학공원 l 전주시 덕진구 연화길 19전주동물원 l 전주시 덕진구 소리로 68
2022.11.22
#전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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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향교
#건지산길
#만경강
#전주동물원
초겨울 풍경에 풍미를 더하는 골목 안 카페
도자기 공방이 있는 감성 카페, 오브젝트유무른 흙으로 단단한 도기를 빚듯, 섬세한 손길로 커피를 만드는 곳, 웨리단길에 있는 도자기 카페 오브젝트유다. 메뉴판을 앞에 두고 고민이 된다면 마시멜로우와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시그니처커피를 추천한다. 불에 살짝 달군 마시멜로우가 입 안에서 사르르 녹고, 뒤이어 진한 커피가 어우러진다. 손수 만든 접시에 담겨 나오는 휘낭시에와도 안성맞춤이다. 군데군데 놓인 도자기 화병이 카페의 여백을 심심치 않게 채운다. 한쪽에 마련된 공방에서는 도자기 원데이 클래스가 진행된다. 수강생들이 만든 개성 만점 도자기 작품을 눈에 담아 가고, 창가에서 바라보이는 전라감영의 풍경도 덤으로 얻어 가자.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로 52, 2층깊은 풍미의 융드립 커피, 십구커피주인장이 커피와 사랑에 빠진 나이가 열아홉 살이라고 하여 십구커피란 이름이 붙은 이곳은, 숯불에 볶은 원두와 융드립 커피가 유명한 카페다. 숯불 로스팅은 맛의 풍미를 끌어올려 주며, 융 필터가 쓴맛과 잡맛을 흡수해 부드럽지만 깊고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느낌의 가게 안을 둘러보면 각종 커피 도구가 눈에 띈다. 오랜 세월 연마해 온 만큼 단련된 손의 내공을 자랑스레 선보이니 더없이 믿음직스럽다. 카페인에 약한 손님들을 위한 디카페인 커피도 종류별로 준비되어 있다. 이처럼 커피를 향한 진지한 마음가짐과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품격 높은 커피 전문점이다.주소 l 전주시 덕진구 만성북2길 28속임수 없는 진짜배기 커피, 노트릭전주 영화의거리에서 뻗어 나온 좁은 옛 골목으로 들어서면, 기와지붕 머리 맞댄 가정집 사이에 자리한 한옥카페 한 채가 발길을 붙든다. 70년 넘은 가옥인 만큼 연륜 또한 짙은 이곳은, 오랜 세월 햇볕과 바람이 머물다 간 까닭에 자연의 기운이 가득하다.노트릭은 이름 그대로 속임수가 없는, 제대로 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커피전문점이다. 자체적으로 로스팅한 원두로 다양한 종류의 브루잉 커피를 선보이는 것이 이곳의 자랑이다. 공들여 볶고 내린 진짜배기 커피의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향긋한 밀크티도 별미이며 파운드케이크, 비스코티 등 디저트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테이블마다 나무의 결과 옹이가 고스란히 남이 있어 고즈넉한 느낌을 한 몫 보탠다. 은은하게 밝힌 등불 아래 아늑한 분위기가 커피 맛만큼이나 일품이다. 나무 냄새와 커피 향이 조화로이 섞이고, 구석구석 숨은 공간에 호기심이 동한다. 더욱이 쟁반과 컵, 소품 하나하나까지 신경 쓴 느낌이 역력하다. 유리창 너머 햇볕이 스멀스멀 넘어오는 시간, 나른한 기분에 몸을 맡겨 보자. 봄이나 가을 볕 좋은 날, 카페에 들른다면 테라스 자리에 앉을 것을 추천한다. 한쪽에 조성된 작은 정원으로 시선을 돌려, 번잡한 도심을 지나며 지친 눈을 잠시 쉬어도 좋다.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3길 73-50자만마을 산책길의 활력 충전소, 꼬지따뽕오르락내리락 자만벽화마을을 산책하다가 잠시 다리를 쉬고 싶을 즈음, 꼬지따뽕에서 목을 축이고 가면 더할 나위 없겠다. 알록달록한 외관을 빼닮은 예쁜 색감의 자몽에이드 한 잔으로 활력을 충전하기에 충분하다. 본관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커다란 창에 가장 먼저 시선이 간다. 길 건너 한옥마을과 국립무형유산원, 그 뒤를 든든히 에워싼 남고산까지 바라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마치 액자에 담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피규어와 재미난 소품으로 꾸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테라스를 통해 계단을 내려가면 이색적인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안락한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가을볕에 일광욕하며 늘어지게 쉬어 가도 좋겠다.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자만동1길 1-8스콘과 크림커피 단짠의 조화, 미휘월‘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음을 몸소 보여 주는 카페가 있다. 타 지역까지 입소문이 난 베이커리 카페 미휘월이다. 언뜻 심심할 것 같은 소금빵과 스콘의 화려한 변신이 궁금하다면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갈 것. 담백한 듯 짭조름한 맛으로 팔색조 매력을 뽐내고, 율무 베이스로 맛을 낸 풍미 가득 시그니처 크림커피로 ‘단짠’의 궁합을 자랑한다. 제철 과일을 비롯한 다양한 재료로 철마다 다양한 베이커리를 선보이니 언제 가더라도 색다른 맛을 기대해도 좋다. 정성스러운 손맛이 이곳의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한 입 베어 문 손님들의 눈이 ‘아름답게 빛나는 달’이라는 가게 이름처럼 반짝반짝 빛난다.주소 l 전주시 완산구 배학4길 4-4
#전주카페
#골목카페
#감성카페
가을 전주의 뷰 맛집으로, 카메라 들고 출사 여행
만경대에서 만나는 시내 아침 뷰전주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 남고산성 만경대로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을 재촉한다. 국립무형유산원 뒤 동서학동 마을 초입에 이르자 어여쁜 산책길이 먼저 등장한다. ‘도란도란 시나브로길’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구름다리 아래로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온갖 가을꽃이 활짝 핀 동화 같은 곳이다. 꽃이 지더라도 알록달록한 벽화 덕분에 산책길은 내내 화사한 빛깔을 잃지 않는다. 남고산성 만경대로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르다. 대신, 숨이 차오를 때마다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보면 멋진 원도심 풍경이 응원을 건네준다. 후백제의 견훤이 바라보며 마음을 다스렸다던 완산칠봉이 도시 곳곳에 솟아 있고, 풍남문을 기준으로 옛 전주성의 중심부를 떠올려 볼 수도 있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 드디어 만경대에 올라서면 전주의 방호벽이었던 남고산성의 역사가 피부에 와닿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드넓게 펼쳐진 천년 전주, 켜켜이 쌓인 역사가 단단한 지층이 되어 발아래를 받치고 있으니 그 위로 또다시 새로운 시대가 뻗어 나가리라. 상쾌한 아침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가슴이 웅장해지는 풍경 한 조각을 카메라에, 그리고 가슴에 담는다.남고산성주소 l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641전주수목원에서 만나는 가을 정원 뷰빨강, 주황, 분홍 등 온갖 색으로 물든 아름다운 가을 정원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면 전주수목원으로 가야 한다. 단풍과 가을꽃, 억새, 수생식물 등이 어우러져 색깔은 물론이고 질감도 다양하니 어느 곳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예술이다. 특히, 드넓은 잔디광장 바로 옆에 자리한 장미원은 새파란 하늘 아래 여러 가을꽃이 어우러져 여름보다 한층 깊어진 풍경을 뽐내고 있다. 장미원 외에도 수생식물원, 풍경쉼터, 서양정원 등 소문난 포토존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드넓은 수목원 곳곳이 커다란 카메라를 든 사진 애호가부터 인생 사진을 남기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타지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러 온 사람들까지 각양각색 가을 손님으로 북적인다. 혼자여도 좋고, 여럿이어도 좋은 전주수목원에서 오후가 다 가도록 이곳저곳 꼼꼼히 누비며 셔터를 눌러 보자. 전주수목원주소 l 전주시 덕진구 번영로 462-45이용시간 l 9:00~18:00, 매주 월요일, 명절 당일 휴무기지제에서 만나는 노을빛 호수 뷰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늘과 호수가 온통 붉게 물드는 절경을 보고 싶다면 일몰 때를 잘 맞춰 기지제를 찾아 가자. 만성동 쪽 동편 산책로 초입에 있는 데크 쉼터는 산책로 중 지대가 가장 높은 곳이니,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을 원한다면 이곳이 명당이겠다. 붉은 석양에 풍덩 뛰어들어 유영하는 듯한 기분을 만끽하려면 갈지자로 꺾인 경사로를 다 내려가 가장 먼저 만나는 벤치에 앉자. 빌딩 너머로 넘어가는 해가 마지막까지 보이고, 호수 바로 앞자리라 더 꽉 찬 붉은 호수를 담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변 데크 중간쯤에 있는 액자 모양의 포토존은 색다른 사진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그림자가 길어지는 순간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는 데다 호숫가라 바람이 많이 불어 가을이라도 꽤 추울 수 있으니 두툼한 외투는 필수! 따뜻한 음료를 담은 보온병을 챙겨 와도 좋겠다.기지제 수변공원주소 l 전주시 덕진구 장동 1094오목대 둘레길에서 만나는 밤의 한옥 뷰오목대 둘레길에는 각기 다른 매력의 한옥마을 야경을 담을 수 있는 명당 두 곳이 있다. 오목대를 중심으로 전주천 쪽 한옥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좌측의 흙길, 그리고 라한호텔과 전동성당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우측의 오목대 전망대가 그곳이다.가을 풀벌레 소리가 울려 퍼지는 좌측 길에서 바라보는 한옥마을은 새카만 한옥 지붕 사이로 간간이 불 밝힌 조명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이 고요한 풍경이 퍽 평화롭다. 밤하늘을 닮은 야경 사진을 건진 후, 이번엔 오목대 옆쪽 길을 따라 내려간다. 조명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대리석이 달빛처럼 은은한 정취를 풍기고, 곧 드리운 나뭇가지 사이로 한옥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오목대 전망대가 나타난다. 여름엔 산모기가 많아 야경 감상을 포기했고 겨울이 오면 야외에 오래 머물기 힘들 테니,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이 멋진 풍경을 원 없이 담아 가면 어떨까.오목대주소 l 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55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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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고산성
나의 친구, 나의 가족 ‘댕댕이와 동반 여행’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바람쐬개’한국관광공사와 전라북도에서 반려동물 동반 여행 콘텐츠로 함께 선정한 전국 최초 반려견 동반 여행길이 있다. 각 지자체의 추천과 전문가 현장 자문을 통해 선정된 ‘눈치보지마시개길’이 바로 그것. 명칭에서부터 강아지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이곳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 속에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길로 엄선됐다.전주의 ‘눈치보지마시개길’로는 졸졸 흐르는 전주천 따라, 우거진 숲길 따라 계절의 냄새를 한껏 맡으며 거닐 수 있는 전주 ‘바람쐬는길’이 선정됐다. 전주한옥마을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하는 ‘바람쐬는길’은 이름 그대로 사시사철 바람이 불어와 산책길로 그만인 곳. 전주자연생태박물관에서 출발해 슬로길 쉼터에서 반환해 돌아오는 왕복 4km 코스를 댕댕이와 함께 걸어 보자. 전주천 옆길로 내려가 물 냄새를 더 가까이 느껴보거나 세계평화의전당 앞 드넓은 잔디밭에서 소풍을 즐겨도 좋다.눈치보지마시개길코스 l 전주자연생태박물관~세계평화의전당~슬로길 쉼터(반환점)~전주자연생태박물관드넓은 반려동물 놀이터로, ‘같이가개’올해 6월 말에 개장한 전주지역 최초의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 ‘같이가개’는 벌써 그 인기가 대단하다. 7,000㎡의 드넓은 잔디밭에서 반려견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데다, 대형견과 중·소형견 구역이 펜스로 분리돼 강아지들의 안전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주차장은 기본이고, 입구 오른편에는 보호자 대기실과 화장실도 깨끗하게 마련되어 있다. 놀이터 안으로 들어가면 강아지의 키를 고려해 다양한 높이로 설계된 식수 시설부터 루어코싱이라 불리는 공놀이 기구, 훈련용 장애물 등 반려견을 위한 시설과 함께 보호자를 위한 파라솔과 벤치도 자리하고 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시설의 이용료가 무료라는 점이다. 3개월간 시범운영 기간을 마치고 난 이후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미비한 점을 보완하고, 놀이기구도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하니 올가을 전주의 댕댕이들은 더욱 행복해지리라.반려동물놀이터 같이가개주소 l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4가 1165이용시간 l 화~일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댕댕이 인생 사진, 여기서 ‘찍어주개’사랑스러운 나의 반려견에게 마치 스튜디오에서 정성 들여 촬영한 것 같은 인생 사진을 남겨주고 싶을 땐 어디로 가야 할까? 전주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초록빛 야외마당을 품은 예쁜 애견 동반 카페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여느 공원이나 놀이터의 담백한 풍경과는 달리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포토존부터 강아지 키에 맞춘 미니 화단 등 어딜 둘러봐도 예쁨이 가득하니 굳이 스튜디오를 찾아갈 필요가 없는 것. 동네 산책도 물론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오직 강아지를 위해 만들어진 예쁜 공간에서 화사한 추억을 선물해 주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마당 이곳저곳을 누비며 흡족한 사진들을 꽤 건졌다면, 견주를 위한 실내 공간도 놓치지 말자. 통유리창 너머로 신나게 뛰어노는 강아지를 살펴보며 커피 한 잔의 휴식을 취하거나, 간식부터 장난감까지 다양하게 갖춰진 강아지 용품을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가족을 기다리는 강아지들, ‘보듬어주개’즐거운 산책길 중간중간마다 가족을 잃어버린 강아지들이 눈에 아른거렸다면 이곳을 찾아가 보자. 2020년 3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문을 연 전주시 유기동물재활센터는 그리 멀지 않은 완주군 이서면의 야트막한 산자락에 안겨 있다. 일반적으로 유기동물은 15일의 공고 기간에도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가 이뤄지는데, 동물복지 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시에서는 유기동물 안락사를 최소화하고 반려견 입양을 활성화하고자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유기견들은 약 2개월간 전문 훈련사에게 기본·순치훈련(길들이기), 사회적응훈련 등을 받은 뒤 가족을 찾게 된다. 입양 후에도 가정 방문과 상담 등 재유기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이곳을 거쳐 입양된 300여 마리의 강아지는 지금까지 단 한 마리도 파양되지 않았다고 한다. 홀로 남겨진 댕댕이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선물해 주고 싶다면, 늘봄유기견재활센터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늘봄유기견재활센터주소 l 완주군 이서면 이성리
2022.09.22
#반려동물
#반려견동반여행길
#눈치보지마시개길
#반려동물놀이터
동이 트는 시간, 생생한 삶을 만나는 새벽여행
남부시장, 기억을 두드리다여행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눈빛이 반짝거리던 이모가 남부시장에 도착하니 조금은 실망한 눈치다. 하지만 “참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라고 했던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여행의 진정한 고수는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는 사람일 테다. 게다가 ‘여행 장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함께 여행하는 사람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새벽시장의 활기 속으로 성큼 들어선다.벌써 200년의 역사를 품은 전주 남부시장. 전국의 이름난 전통시장 중에서도 가히 최고의 역사를 자랑한다. 한때는 남부시장을 거치지 않고서는 결혼을 못 한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남부시장은 전주 사람들의 일상에 빠지지 않는 공간이자 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한옥마을과도 접근성이 좋고 청년몰 등 볼거리도 많아 젊은 여행객들이 손꼽는 전주 관광 코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1982년 사랑하는 남편을 따라 낯선 스위스로 떠난 이모가 기억하는 남부시장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기억 또한 하나, 둘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지지만 어떤 기억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사진처럼 또렷하게 뇌리에 남는다. 이모가 떠올린 남부시장에 대한 기억은 천변 앞에서 펼쳐진 신기한 서커스라고 한다. 그 시절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무언가를 들고 걸어가다가 왁자지껄한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그 장면을 홀린 듯 바라보았으리라. 하긴 조선 시대부터 남부시장이 자리한 천변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공간이었다. 한양에서도 전주에 내려오면 꼭 들렀다 갔다던 서포(옛 서점)가 있었고, 싸전 다리 밑에서는 전기수(책 읽어주던 사람)가 사람들의 마음을 애태웠다. 세월이 흘러서는 내로라하는 소리꾼들이 기량을 뽐내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남부시장은 단순히 물물을 교환하던 장소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 강렬한 기억을 선물받는 곳이기도 하다.선물이라고 하면 내게도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다. 스위스에 살던 이모가 몇 년 만에 한 번씩 귀국할 때마다 두 손 가득 선물을 가져왔던 기억이다. 어린 마음에 언제쯤 이모가 한국에 올까 기다렸던 건, 지금 생각해 보니 이모가 아니라 선물을 기다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 받은 선물을 품에 안고 그대로 동네에 나가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바빴으니까. 몇 년을 기다려서야 겨우 몇 주 만날 수 있었던 이모는 그렇게 선물을 나눠주고 때가 되면 사라졌다. 마치 푸른 불빛으로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다가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사라지는 도깨비불처럼. 반짝반짝 도깨비 유혹에 빠져 보자새벽, 남부시장 입구에서 천변 주차장 계단을 내려가면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파라솔들이 눈에 띈다. 바로 동트기 전에만 연다는 남부시장 도깨비 장터다. 파라솔 밑으로 상인들의 분주한 삶이 펼쳐지는데 깻잎, 시금치, 대파 등을 펼쳐 놓고 흥정에 열을 올린다. 엊그제 직접 경북 의성에 가서 육쪽마늘을 가지고 왔다며 맛이 기가 막히다고 자랑을 하는데 그 입담에 솔깃해져 자꾸 이모에게 마늘이 필요 없느냐고 묻는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물건보다 입담이 좋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풍경이 이모에게는 신기하고 낯선가 보다. 스위스에서는 물건값을 깎는 경우가 없다 보니, 상인들에게 비싸다고 조금만 깎아 달라고 조르는 내 팔을 이모가 툭 친다. 이른 새벽부터 물건을 가지고 온 상인들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뜻일 게다. 오늘 새벽시장엔 가지런하게 놓인 채소들이 유독 신선하고 예뻐 보인다. 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대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해서 그런지 나도 그 유혹에 넘어가 호박을 다섯 개나 사 버리고 만다. 이모와 함께 호박전을 부치고 남은 호박은 채를 썰어 점심 때 국수에 넣어 먹을 생각을 하는데, 슬슬 배가 고파진다. 아침 식사로 남부시장의 유명한 콩나물국밥을 먹어 보기로 한다. 서민 음식의 대표답게 남부시장 콩나물국밥의 유래는 우리네 삶과 연결된다. 오래전 상인들이 물건을 팔러 시장에 나올 때면 주먹밥을 싸 왔는데 겨울에는 꽁꽁 언 주먹밥이 먹기 힘들어, 값이 저렴한 콩나물을 넣고 끓인 국물에 차가운 주먹밥을 말아서 먹었다고 한다. 그때의 국물도 지금처럼 시원하고 칼칼했을까?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가 입맛을 살려 주고 피로를 깨운다. 역시 여행의 백미는 맛있는 음식이다. 개운하게 한 그릇을 비우고 나서 다시 힘을 내어 힘차게 천변을 걸어 본다. 천변, 길 위에 추억을 남기고1995년 내가 처음 스위스에 가서 놀랐던 건 호수 위의 백조였다. 근처 벤치에서 바게트 같은 빵 부스러기를 사람들이 나눠 주면 백조가 자연스럽게 다가와 받아먹었다. 동화책에서만 보던 백조를 눈앞에서 본 것이다. 더욱 놀란 건 백조가 있는 호수에서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수영을 하다가 나와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스위스 사람들에게 호수는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다. 어느 때부터인지 전주의 천변도 시민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이른 아침 산책부터 저녁 식사 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길이 천변인 것이다. 나는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가끔 천변을 산책하다가 수달을 만나서 신기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한번은 천변을 걸어가다가 아는 사람을 네 명이나 만난 적도 있다. 다들 바람이 좋아서, 밥 먹고 소화시키려고, 그냥 걷고 싶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천변을 산책하고 있다.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나와서 쉴 수 있는 시민들의 공간이자 매일매일 추억이 쌓이는 그곳이 바로 전주 천변이다. 길을 걷다가 눈을 들어보니 저 멀리 전주 시민들의 여름밤을 시원하게 달래 주던 청연루가 보인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열대야에 지친 날이면 시원한 수박을 가지고 달빛 아래 지인들과 청연루의 낭만적인 밤을 보내던 때가 생각난다. 얼마 있으면 곧 떠나게 될 이모가 이곳에 다시 돌아오는 날, 그 낭만을 함께 즐겨 봐야지. 특별한 여행은 멀리 가지 않아도 일상을 두드리면 우리에게 언제나 문을 활짝 열어 준다. 남부시장 도깨비시장에 가면 아침 일찍 반짝 열렸다 사라진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도깨비시장. 전주의 아침을 깨우는 도깨비시장은 남부시장 맞은편 천변(전주시 완산구 동완산동 70 주변)에서 열린다. 동트기 전부터 상인들은 장사판을 분주히 펼쳐 놓는다. 각종 채소와 제철 과일 등 직접 키운 싸고 싱싱한 농산물부터 생선, 닭고기 등 도매상에서 떼어 온 신선식품, 소소한 잡화까지 판매하는 품목도 다양하다. 운영은 대략 새벽 5시부터 8시 사이로 보면 된다. 전주천을 낮게 가르는 돌다리를 건너 도깨비시장에 입장하는 것도 하나의 묘미다. 천변 주차장을 이용하면 주차료는 한 시간이 무료이다. 글 | 김소라(뮤지컬 극작가)뮤지컬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아트컴퍼니 두루’ 예술감독이다. 주요 작품으로 창작 뮤지컬 , , 등이 있다. 이 외에 무대공연 연출, 행사 기획, 인문학 강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2022.08.23
#남부시장
#도깨비시장
#미라클모닝
생생전주
기획특집 - 활짝, 전주의 가을맞이
만성지구 현장민원실에서 빠르고 편하게 민원 처리 하세요
생활권에 딱 맞는 행정 서비스로 주민 불편 해소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 전주지방법원, 전주지방검찰청 등이 들어선 전주시 만성지구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전주시 북부권종합개발계획에 맞춰 전북혁신도시와의 상승효과를 노리고 조성되었다. 따라서 주민 대부분이 혁신동과 같은 생활권으로 살아가고 있다. 기지제 횡단 산책로가 건설된 이후로는 도보 접근성까지 좋아지고, 통학이나 통근도 쉬워지면서 이전에도 가깝던 두 지역은 따로 떨어뜨리기 어려울 정도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그러나 얄궂게도 행정구역만은 주민 생활과 동떨어져 있었다. 행정구역상 만성지구는 여의동에 속하기 때문에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멀리 여의동주민센터로 찾아가는 불편을 겪어야 했던 것. 예로 만성동 제일풍경채아파트에서 혁신동주민센터까지는 2.1km의 거리로 차로는 5분, 도보로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다. 하지만 여의동주민센터로 가는 경우 거리가 4.8km로 늘어나며, 큰길을 따라 차를 타고 10분 이상 가야 도착한다. 만성지구의 행정구역은 지난 2017년 효자동 인구 과밀화와 혁신도시 행정구역 이원화에 따라 효자4동을 효자4·5동으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혁신동이 신설되면서 만성지구는 혁신동과 분리되어 여의동 관할로 남겨진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분리에 힘들어한 주민들은 그간 만성동 행정동 신설 또는 혁신동 편입을 전주시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전주시는 이러한 불편을 타파하고 만성지구 주민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빠르게 절차를 진행해 왔고, 전주지방법원 옆 대한법률구조공단 건물 1층에 ‘만성지구 현장민원실’을 마련했다. 8월 5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간 이곳에서는 전입신고, 주민등록·인감 등 제 증명 발급이나 사회복지에 관한 사무 등을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인감 신규·변경 신고의 경우 여의동주민센터에서만 처리해야 한다. 현장민원실의 설치로 오는 10월 입주 예정인 만성지구 에코르 2차 830세대 2,355명의 입주민은 전입신고 등의 민원 업무를 집 가까운 곳에서 편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주민자치 프로그램 이용, 통장 업무, 경로당 이용, 학군 등 생활과 행정이 달라서 발생하는 다른 불편도 개선될 예정이다. 전주시는 주민의 실제 생활에 맞도록 만성지구를 혁신동으로 바꿔 근본적인 행정구역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내년 4월 혁신동주민센터 신청사 개관에 맞춰 만성지구를 혁신동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시의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는 계획. 이번에 설치한 현장민원실은 행정구역 조정 이전까지 계속 운영된다. 비효율적인 행정을 개선하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 나갈 전주시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주소 | 전주시 덕진구 만성중앙로 54-30, 107호문의 | 만성지구 현장민원실(063-279-7420~7422)
#신속행정
#행정서비스
#만성지구
#주민불편해소
#빠름빠름
기획 특집
여름특집 l 여름, 전주의 빛깔
전주의 빛깔, 올여름 본색을 뽐내다
여름은 세상의 풍경이 채도를 높이는 계절입니다. 높다랗게 뜬 태양빛 아래, 전주는 본연의 색깔을 뽐내며 총천연색 여름을 선사합니다. 전주의 여름을 다채롭게 채색하는 네 가지 빛깔 중 첫째는 ‘태조파랑’입니다. 어느 계절보다도 선명한 파란빛을 띠는 물빛을 따라, 발걸음 가벼이 호숫가 산책부터 굽이굽이 강변 드라이브까지 물맞이를 떠나 보아요.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 지도도 잊지 마세요. 둘째는 ‘한지백색’입니다. 손을 만난 하얀 종이의 무궁무진한 변신! 한지 만들기와 부채 공예를 비롯한 각양각색 전통 체험으로 부지런히 손품을 판 뒤, 뽀얀 국수 한 그릇으로 배를 두둑이 채운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먼 길 떠나지 않고도 세상을 체험하는 방법으로 독서만 한 것이 또 있나요? 분야별 책 전문가들이 고른 ‘휴가철에 읽기 좋은 도서’를 소개합니다. 셋째는 ‘전주초록’입니다. 초록은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더위를 피해 온전한 쉼이 필요한 날, 여름에도 슬렁슬렁 걷기 좋은 전주 곳곳의 숲길로 안내합니다.넷째는 ‘향교노랑’입니다. 하늘에는 휘영청 밝은 달이 뜨고, 땅에는 은은한 조명이 수놓인 밤거리에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밤이 깊도록 여름 축제와 운동경기를 즐기는 시민들의 눈빛이 별빛 못지않게 반짝이네요. 낮보다 환한 전주의 밤으로 초대합니다.네 가지 빛깔을 뽐내는 색다른 여름의 향연이 시작되는 전주에서 더 건강하고 안전한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일상생활에 지쳤던 몸과 마음을 충전하세요.
2022.07.25
#전주여름
#빛깔
#호수
#숲
#밤
여름특집 l 여름, 전주의 빛깔-태조파랑×물
한여름의 오아시스, 푸른 호수에 가자
푸른 물바람 불어오는 기지제혁신도시와 만성지구 사이에 있는 드넓은 호수, 기지제를 사이에 두고 마을이 나뉜다. 기지제는 두 마을이 통하는 길이자 주민들을 호흡케 하는 숨통인 셈이다. 예부터 베틀처럼 생긴 연못 같다고 하여 ‘틀못방죽’이라 불리던 기지제는 수심만큼이나 역사가 깊다. 낚시 애호가들 사이에서 ‘배쓰’ 잡는 낚시 명소이자 사진 애호가들이 앞다퉈 셔터를 누르는 일몰 명소에서, 자연환경을 고이 간직한 쉼터로 변천사를 지나왔다. 빽빽한 아파트 숲을 빠져나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따라 호숫가로 내려가 본다. 수중 산책로에 올라 시원스레 트인 호수를 가로질러 걷는 것도 좋지만, 짙푸른 나무 그늘에 앉아 ‘물멍’의 한때를 보내 보길 권한다. 점점이 떠다니는 연잎과 눈을 맞추고, 사람 키만큼 비죽이 솟은 수풀의 손짓에 화답하며, 물새들 첨벙대는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시간, 이야말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때마침 불어온 푸른 물바람에 심호흡을 실어 보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비가 온 다음 날이면 물기 머금은 풀냄새가 그윽하다. 가물었던 마음을 단비처럼 촉촉하게 적신다. 밤에는 또 어떤가. 모두 잠든 뒤에도 쉬이 눈을 감지 않고 총총 불을 밝히며,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시민들의 곁을 말없이 지켜 준다.자연과 낭만이 공존하는 아중호수1961년 ‘인교저수지’라는 이름으로 축조된 아중호수는 오랜 세월 전주의 농가를 살찌운 젖줄이었다. 도시화가 진행되며 수상 산책로와 수상광장을 설치하고 조명시설을 갖추어 자연스레 수변공원으로 거듭난 뒤, 밤이고 낮이고 시민과 여행객들의 발이 끊이질 않는 물맞이 명소로 이름을 알렸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산책길로도 그만이며, 저물녘이면 수상광장에 꾸민 버스킹 무대에서 감미로운 노랫소리로 여름밤에 낭만을 더한다. 겹겹이 몸을 포갠 산 그림자가 수면에 살며시 몸을 누이는 한낮. 산자락을 훑고 내려온 바람과 우거진 녹음, 그리고 그 안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고개를 숙이고 눈높이를 낮추어 습지 생태계를 관찰해 보면 어떨까? 흔들리며 자라나는 생태계 한구석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마음껏 쉬다 가도 좋다.도심 속 소풍지, 백석호수와 세병호백석호수 또한 오랫동안 농업용수로 쓰이던 고마운 물을 품고 있다. 언뜻 단조로워 보이는 호수이지만, 실은 시시각각 새로이 태어나는 중이다. 주름진 물결 하나, 햇빛에 반짝이는 윤슬 하나, 어제와 같지 않고 내일과도 다르다. 멀리서 날아온 새의 발자국에 표정을 바꾸고, 살포시 내려앉은 노을에 낯빛을 바꾸는 순간을 놓치지 말자.에코시티라는 이름에 걸맞은 풍경의 세병공원은 제35보병사단 안에 있던 고목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원이다. 그 한가운데에 놓인 세병호는 사시사철 나들이객이 즐겨 찾는 소풍지이다. 분수가 뿜는 물줄기에 들뜨고, 물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 모습에 더위를 잊는다. 푸른 잔디로 덮인 언덕에서 여유를 부리는 나들이객들 틈에 슬쩍 섞여, 찬란하도록 단란한 풍경의 일부가 되어본다.
#백석호수
#세병호
#아중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