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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음식
무더위 날리는 내공의 맛
시원한 전주 면 요리
아사삭 얼음 육수에 쫄깃 면발, 우천칡냉면 점심시간이면 좁은 골목으로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난다. 아하, 저 골목 안에 틀림없이 맛집이 있겠구나, 감 잡았다면 빙고! 숨은 맛집들이 으레 그렇듯 신발 벗고 들어가는 집이니, 방문 전 발바닥 상태를 먼저 확인해주면 당황할 일이 없을 것이다. 식당 곳곳에 친절하신 여사장님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 걸려있다. 어쩐지 감성 충만해진 기분으로 메뉴판을 바라보니 비빔냉면과 물냉면이 고민 말고 둘 다 맛보라고 유혹한다. 기분 좋게 넘어가 준다. 곧 빛깔 좋은 여름 미식이 눈앞에 차려진다. 비빔냉면에서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확 올라와 입맛을 먼저 돋운다. 매콤 새콤한 양념과 쫄깃한 면이 쉴 새 없이 호로록호로록 넘어간다. 물냉면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시원한 맛이 일품, 여기에 튀김만두를 하나씩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시원하게 냉면 한 그릇 먹고 나와 서늘해진 저녁 바람 만끽하며 잘 닦인‘전라감영길’을 슬슬 걸어준다. 아, 지금 동문거리‘전주시민놀이터’에서 사장님의 다른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고 하니 거기까지 산책이 이어진다면 살짝 들러 반가운 인사 한번 건네도 좋겠다.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로 46-4문의 l 063-284-8583운영 시간 l 매일 11:00~21:00, 명절 휴무 단-짠 시원한 사발 메밀국수, 금암소바 여름 면 요리로 메밀국수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줄 서서 먹는 유명 맛집인 ‘금암소바’의 사발 메밀국수는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육수와 얼룩얼룩한 메밀면이 따로따로 제공된다. 물론 받자마자 육수를 면 그릇에 확 붓는 것이 한국 사람답게 먹는 방법! 넉넉한 전주 인심을 가득 담아 한 그릇만 먹어도 든든하다. 약간 심심한 듯하면서도 먹을수록 간이 딱 좋은 메밀국수 국물은 감칠맛이 예술이다. 여기에 겨자를 살짝 뿌려주면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일단 메밀면을 한 젓가락 가득 빨아올린 후 단무지 한 입 아작아작 씹고,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 얼른 또 한 젓가락 들어 입 안 가득 오물오물~ 이렇게 단-짠-단-짠을 만끽하다 보면 그 많던 면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한 사발이 뚝딱 비워진다. 반찬이랄 것은 단무지와 김치뿐이지만 이 김치가 또 예사롭지 않다. 고춧가루를 최소한으로 써서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 살아있는 잘 익은 김치다. ‘추가 반찬은 셀프’라고 큼지막하게 붙어있으니 눈치 없이 사장님 여기요~ 하고 부르지 말고 마음대로 가져다 먹자.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400-75문의 l 063-278-0945 운영 시간 l 매일 11:00~20:00, 첫째‧셋째 화요일 휴무 새콤달콤 깔끔한 냉국수, 이연국수 노란 옷을 입은 단독 건물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이연국수’는 전주사람이라면 안 가본 이가 없다는 국수 맛집이다. 꼭 장난감 집처럼 재미있게 생긴 이 건물을, 못 알아보고 지나쳐 근처를 헤매고 다닐 일은 절대 없으리라. 냉국수는 주문하자마자 순식간에 나온다. 오이냉국 같기도 한 맑은 국물을 한 숟갈 떠 입어 넣는 순간 새콤달콤한 맛이 혀를 탁! 치는 듯 입맛이 살아나고, 살얼음 머금은 멸치육수가 너무너무 시원해 더위가 싹 가신다. 거기에다 얇은 소면이 국물을 잘 머금어 간도 좋다. 고명은 오이채와 절인 무채 두 가지로 단출하다. 반찬 역시 김치와 고추, 쌈장 등으로 국수 맛집 반찬의 정석이다. 그런데 이 고추, 엄청 맵다. 매운맛에 약한 사람은 딸꾹질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매일매일 담아 맛있을 만큼 적당히 익혀 내놓는다는 김치는 새콤하게 잘 익어 국수와 궁합이 좋고, 가성비 맛집답게 면은 ‘무제한 리필’되니 배불리 맘껏 먹어도 좋다. 주소 l 전주시 덕진구 견훤왕궁로 286-3문의 l 063-242-0036운영 시간 l 매일 11:00~일몰까지, 연중무휴 크림 같은 콩물 콩국수, 태평집콩국수 먹는 방법도 지역마다 다른데, 전주에서는 예전부터 콩국수에 설탕을 넣어 먹었다. 태평집에서는 주인장이 설탕을 뺄 것인지 미리 물어본다. 전주만의 콩국수를 즐겨보고 싶다면 넣어달라고 하고, 입맛에 딱 맞게 먹고 싶다면 빼달라고 얘기해서 일단 진득한 콩물을 맛본 후 기호에 따라 테이블에 마련된 설탕이나 소금을 알아서 넣어 먹으면 된다. 콩이 가지고 있는 단맛과 고소함 덕분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그냥 먹어도 맛있다. 특히 언제 가도 만석인 ‘태평집’의 콩물은 정말 진국이다. 뻑뻑하게 느껴질 만큼 진득한 콩물이 먹을수록 구수하고 담백하다. 콩물만 별도로 주문할 수도, 포장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면과 콩물이 만나야 진정한 콩국수만의 콩물이 완성된다는 콩국수 마니아들의 주장이 영 틀린 말은 아니니, 크림 같은 콩물에 흠뻑 적셔진 부드러운 메밀면과 마침내 완벽해진 콩물을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긁어먹는 기쁨을, 웬만하면 놓치지 말기를. 주소 l 전주시 덕진구 조경단로 3-6문의 l 063-255-2252운영 시간 l 하절기 매일 11:00~20:00, 동절기 매일 11:00~17:00(월요일 휴무) 생활의 달인이 만드는 냉우동, 고자루 이것이 바로‘생활의 달인’이라는 유명 TV 프로그램에서 우동 달인으로 명패를 받은 ‘면의 고수’가 만든 냉우동이다. 먼저 눈으로 먹어보자. 오동통한 면 뭉텅이에 튀긴 고명이 존재감 있게 올라앉고, 간 무와 생강, 파 등이 살포시 튀김을 꾸며주는 가운데, 짙은 간장색의 육수가 그 주위를 자작하게 감싸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입맛을 돋우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뽀얀 면이 돋보이는데, ‘고자루’의 우동은 밀가루와 소금물만을 사용해 매일 반죽하고 숙성시키는 건강한 면이다. 이 잘 만든 면을 차갑게 먹으니 식감이 거의 탱탱볼 수준이다. 짭조름한 쯔유에 적신 면과 고소한 튀김, 바삭한 텐카츠(튀김옷 부스러기)까지 각기 다른 맛과 식감이 입안에서 한데 어우러지니 잃어버린 입맛 찾아주는 여름 미식으로 나무랄 데 없다. 주문 즉시 조리에 들어가는 데다 냉우동은 면 삶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하니 너무 배가 고파 성미가 급해지는 때를 피해 가서 면의 명인이 내는 정성 가득한 명품 우동을 느긋하게 음미하기를 추천한다.운영 시간 l 매일 11:00~21:00(휴식 시간 15:30~17:00, 월요일 휴무)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2길 46-12문의 l 010-7525-3688
2021.06.23
#냉면
#소바
#국수
#콩국수
기획 특집
생명의 초록, 초록의 위로
식물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반려식물
인테리어 효과가 탁월한 여인초목마른 여행자가 길게 뻗은 잎줄기 사이에 고인 물을 마셨다고 해서 여인초(旅人蕉)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잎이 둥글넓적하고 길쭉해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멋들어진 외모 탓에 인테리어 식물로 사랑받고 있다. 극락조와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꽃은 피지 않는다. 잘 키우면 열매까지 얻는 올리브나무물푸레나무과 식물로 지중해 지역이 원산지이다. 사시사철 푸른 잎을 유지하는 올리브나무는 해를 좋아하기 때문에 빛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잘 자란다. 올리브나무는 잘 키우면 열매를 수확하는 기쁨까지 누릴 수 있고, 이 열매는 올리브 기름과 피클을 만드는 데 쓰인다.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해피트리본명은 헤테로파낙스 프라그란스, 별명은 ‘해피트리(행복 나무)’다. 실내 유해물질과 독소를 제거해 주는 능력이 탁월해 집과 사무실에서 많이 기른다. 직사광선보다는 간접 광에서 기르는 것이 더 좋고, 통풍이 잘되는 거실 창 측이나 발코니에서 키우면 좋다.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레몬트리공기 정화 기능이 있는 레몬트리는 꽃향기가 좋아 기분이 상쾌해지는 나무다. 5~6월에 꽃이 피는데 지고 나면 그 자리에 초록색 열매를 맺는다. 작고 푸른 열매가 익으면 노란색으로 변하며 향기가 강해진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고 흙은 촉촉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물이 부족하면 잎이 오므라들어서 물 주는 때를 알기 쉽다. 공기 정화에 좋은 문샤인달빛처럼 빛나는 잎을 가졌다 해서 이름 지어진 문샤인은 산세비에리아의 한 종류다. 전자파를 차단하는 식물로 밤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산소를 방출하고 음이온 방출과 공기 정화에 탁월하다. 생명력이 강해 다양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데 지속해서 관리하면 오랫동안 키울 수 있다.
2021.05.24
#반려식물
#공기 정화
#선물
일상에 푸른 에너지를 주는 향기로운 정원
우아한 카페 정원, 조은정갤러리모악산 자락 아랫마을, 돌담을 사이에 두고 고즈넉한 찻집이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갤러리 카페인 ‘조은정갤러리’는 근사한 정원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초봄엔 연둣빛, 초여름엔 초록빛 바탕에 흰색과 보라색이 수 놓인 은은한 색감의 정원이 이 집의 자랑이다. 색색의 꽃 무리로 빽빽하진 않지만, 푸른 바람 드나드는 여백이 운치를 더한다. 갤러리의 주인인 조은정 씨는 전문적으로 가드닝을 배우는 대신, 미국의 동화작가 ‘타샤 튜더’의 책을 보며 좋아하는 꽃들을 손수 심었다. 그를 닮아 정원의 자태 또한 우아하다.이곳에서 자라는 식물 종류는 200~300여 종. 특히, 작약과 모란, 수국 등 꽃송이가 큰 꽃들이 띄엄띄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어우러져 있다. 갤러리 뒷문에서 발을 떼어 슬렁슬렁 정원을 지나면, 조은정 씨와 그의 남편인 김윤식 씨가 머무는 가정집이 나타난다. 부부는 아침이면 잠옷 바람에 카디건을 걸치고 정원으로 아침 산책을 나선다. 밤새 꽃들이 안녕했는지 안부를 묻고 풀을 뽑으며 일과를 시작한다.‘남편을 조르고 조른 끝에’ 도심을 떠나와 이곳에 정착한 때는 2년 전. 600여 평 널찍한 터에, 어릴 적부터 꿈꿔 온 풍경을 원 없이 펼쳤다. 조은정 씨는 갤러리를 지키다가도 틈만 나면 정원으로 내려가 소매를 걷는다. 차를 마시러 온 손님이 그를 찾으러 정원을 헤매고 다니기도 한다고. 조은정 씨의 손이 거칠어질수록 정원은 찬란히 물오른다. 빨간 파라솔 아래 벤치에 앉아 책 한 권 펼치노라면, 한 폭의 수채화 못지않은 풍경이 완성된다.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중인3길 70 치유의 정원, 유영수·조연주 부부의 ‘유포리아’하얀 울타리 너머로 어여쁜 꽃들이 고개를 내민 이곳은 유영수·조연주 부부의 아늑한 보금자리다. 2015년, 맨땅에 집을 짓고 하나둘 꽃을 심기 시작해 6년여가 흐른 지금 다채로운 빛깔로 너른 마당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곳을 ‘행복’이라는 뜻의 ‘유포리아’라 이름 붙였다. 겨우내 잠들었던 꽃이 봄을 잊지 않고 같은 자리에 고개 내밀기를 여섯 차례. 사시사철 피고 지는 지고지순한 자연의 순리가 부부의 삶에 스며들었다.유영수 씨 부부가 정원을 가꾸고자 결심했을 때는 딸아이를 떠나보낸 2014년. 맨손으로 흙을 만지며 아픔을 깊숙이 묻었다. 손가락 걸고 약속하지 않아도 꽃은 해마다 어김없이 피어났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꽃들이 오히려 그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그렇게 꽃이 지닌 치유의 힘을 자연스레 깨우쳤다. 사람마다 타고난 개성이 다르듯이 꽃의 성격도 생김새만큼이나 제각각이다. 고된 시간을 이겨내고 더디 피는 꽃이 있는가 하면, 짧은 한때 반짝이다 곧 지는 꽃까지, 소박한 꽃과 화려한 꽃이 한데 어울려 사는 풍경이 우리네 인간사를 닮았다. 제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소홀히 지나치지 않고 찬찬히 들여다보는 동안 내면의 시야 또한 넓어졌다.유영수·조연주 부부는 공들여 가꾼 꽃밭과 텃밭을 이웃과 나누고자 담을 없앴다. 그러자 이웃과 스스럼없이 눈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강아지도 꼬리를 흔들며 그를 반긴다. 꽃구경 온 사람들이 연일 모여들어 웃음꽃이 끊이질 않는다. 자연을 매개로 사람과 교류하는 일상이 이 부부의 낙이다.주소 l 전주시 완산구 능안자구길 아낌없이 주는 숲, 전주여명교회일평생 나무와 벗하며 살아온 도성숙 목사를 따라 성도들도 정원 가꾸기에 열심이다. 어린나무를 옮겨 심어 키 높은 나무로 자라기까지, 손에 손을 보태 식물을 돌봐온 시간이 무려 22년이다. 아담한 건물을 둘러싼 나무가 5천 그루에 달한다니, 규모가 작은 식물원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도심 속 숲으로 온 동네에 이름날 만하다. 온종일 푸른 숨 내뿜는 정원은 행인들에게 더없는 선물이다.모두가 가난한 시대에는 먹는 것, 입는 것이 귀했다면, 요즘 시대에는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과 풍요로움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온종일 푸른 숨 내뿜는 정원은 행인들에게 더없는 선물이다. 무얼 내주는 것을 어려워하는 시대라지만, 자연은 방어기제가 없다. 자연에서 나고 자란 생명은 아낌없이 ‘나눔’의 가치를 실천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몸을 숙인 꽃 잔디는 겸손함이 미덕이며, 꿋꿋한 자태의 소나무는 그 자체로 기품 있고, 겹겹이 꽃잎을 포갠 꽃 백일홍은 무더운 여름을 충만하게 채워준다.고령의 목사님부터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간 아이들까지 너나없이 보살핀 정원이기에 그 의미도 남다르다. 아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잡초를 뽑고 가지를 솎으며 삶의 과정을 배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노동의 수고로움에 감사하는 자세를 익히는 것이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새로운 식물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 꽃과 나무, 돌과 잔디 등 다양한 자연물이 조화를 이루며, 참새와 까치부터 직박구리, 딱따구리, 청둥오리까지 보기 드문 손님들도 종종 다녀가니 지루할 새 없다. 언제 누가 찾아와도 넉넉한 품으로 맞아주는 고마운 정원이다.주소 l 전주시 완산구 배학1길 8
#나무
#정원
#공모전
#꽃
더 늦기 전에, 지구
제로 웨이스트 상점 ‘소우주’
친환경 가치 소비로 지구를 지켜라
소우주, 가게 이름이자 삶의 지향점기획과 영업을 맡은 언니 장한결 씨와 매장 운영과 상품 제작을 담당하는 동생 장한별 씨가 함께하고 있는 ‘소우주’. 개인의 행복과 평화를 위한 ‘제로 웨이스트’ 생활 방식을 제안하는 가게 이름이면서, 이들의 삶의 지향점이자 정체성을 나타내는 이름이기도 하다.“사업자등록을 낼 때 이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우선 사람들에게 제로 웨이스트 가게라는 특별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또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작은 우주라고 생각하는데, 그 작은 우주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을 통해 좀 더 행복하고 평화롭길 바라는 저희의 마음이 담겨 있어요.”‘소우주’는 원대하고 심오한 의미를 품고 지난해 10월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무턱대고 매장을 내기보다는 세 번 정도 팝업 스토어(짧은 기간 동안 운영하는 상점)를 연 후 가게 위치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기로 했다. 첫 번째 팝업 스토어는 원도심 고물자 골목 ‘공유공간 둥근숲’에 차렸다. 한 달 넘게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전주한옥마을 문화공간 Plan C(플랜C)에 두 번째 공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세 번째 팝업 스토어는 성매매 집결지를 문화로 바꿔 가는 서노송 예술촌의 ‘노송늬우스박물관’에 문을 열었다.“지금까지 세 번의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한옥마을에서 호기심에 저희 가게에 들른 관광객들을 만났을 때예요. 둥근숲이나 노송늬우스박물관은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찾아오고 있지만, Plan C(플랜C)는 한옥마을 관광객들이 호기심에 들렀다가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알고 갔거든요. 꼭 물건을 사지 않아도 저희가 하는 일에 대해 궁금해하고 배워 가는 그 시간이 정말 소중했어요.”현재 ‘소우주’에는 구연산, 과탄산소다, 베이킹소다, 세탁세제 등을 덜어 담는 리필스테이션과 비누, 고체 치약, 대나무 칫솔, 대나무 빨대 등 환경을 아끼는 제품들이 있다. 손수 뜨개질로 만든 삼베 수세미와 직접 제작한 장바구니, 광목 가방, 삼베 주머니 등 ‘메이드 인 소우주’ 제품도 있다. 두 사람은 올해 안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이다. 준비하는 도중에 기회가 생긴다면 팝업 스토어를 더 운영할 생각도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가슴 뜨거운 사람들두 사람은 어떻게 제로 웨이스트 삶을 실천하게 되었을까. 동생 한별 씨는 코로나19가 시작될 때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당시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인식은 있었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우연히 류준열 배우를 알게 됐는데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린피스의 ‘용기내 캠페인’과 제로 웨이스트, 플라스틱 프리, 채식 등을 접하게 됐어요. 그렇게 관련 제품들을 구매해 사용하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했어요.”한별 씨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던 그때, 전주에서 창업을 준비 중이던 한결 씨는 ‘소우주’를 기획하고 있었다. 그렇게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던 두 사람은 ‘소우주’를 탄생시켰다. ‘소우주’는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직접 제작·판매하는 일 외에도 관련 강연이나 환경보호 이벤트, 환경을 생각하는 플리마켓 등 다른 캠페인과의 협업에도 열심이다. 또 신문을 포장지로 재활용하고 플라스틱과 캔을 리필용품을 담아 가는 용기로 재사용하는 등 평소 환경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제 삶이 가볍고 편안해진 느낌이에요. 보통 머리를 감고 샤워할 때 다양한 용품들을 두고 쓰는데, 비누 하나면 다 해결되거든요. 간결해진 욕실을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져요. 환경을 위한 행동이지만, 스스로 행복해지고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답니다.”두 사람은 제로 웨이스트 실천이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고 말한다. 설거지할 때 플라스틱 수세미 대신 환경을 해치지 않고 생분해되는 삼베 수세미로 바꿔 쓰는 것, 그 작은 행동이 시작이라고. 한 사람의 우주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낀다는 ‘소우주’의 앞날을 뜨겁게 응원한다. 소우주주소 | 전주시 완산구 권삼득로 43(노송늬우스박물관)문의 | 010-7913-6196
#제로 웨이스트
#재사용
#소우주
#용기내 캠페인
#플라스틱 프리
뜻밖의 전주
지시제에서 맏내호수까지
물과 숲, 문화를 벗한 길
일상의 비타민, 지시제 생태공원평화동에는 전주 최초의 도심 습지로 형성된 지시제 생태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처음 2002년에 신혼살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지시제는 호수 전체에 연꽃이 가득한 공원이었다. 그러다 작년에 재공사를 하더니 올해 웨딩드레스 같은 이팝나무가 옷자락을 드리울 때 완벽하게 재탄생했다.아이들이 어릴 때 지시제 생태공원에 나오면 한 바퀴를 다 도는 동안 유치원 선생님, 소아과 간호사, 옆집 아주머니, 아이들 친구 엄마 등등 정겨운 이웃들을 만나기 일쑤였다. 호수가 커서 막연히 한바퀴 두 바퀴 돌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의 지시제는 공간의 다양함이 생겨 산책하는 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지만, 시민들이 산책하기 편하도록 500m 구간을 탄성 포장하여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도 무리 없이 운동을 즐길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수면 공간이 줄어든 대신 잔디밭과 여유 공간을 확보하여 아이들이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 설치된 정자에 잠시 걸터앉아 불어오는 바람에 이마를 맡기거나 동행한 가족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예전 수변무대는 철거되지 않고 그대로 자리하고 있지만, 그 아래로 흐르는 도랑에는 지하수 관정을 통해 매일 깨끗하고 맑은 물이 공급되고 있다. 평화동 사람들에게 지시제 생태공원은 마음먹어야 가게 되는 장소가 아니다. 동네 슈퍼에 가거나 병원에 가거나 아이들 문구용품을 사러 갈 때 의식의 흐름 없이 그저 발걸음을 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곳. 앞으로도 평화동 사람들의 삶의 비타민으로서 더욱더 사랑받으리라 믿는다. 은빛 눈부심 가득한 맏내호수지시제 생태공원을 뒤로하고 학산으로 향한다. 이곳에는 보석상자 안에 꼭꼭 숨겨둔 비밀 같은 장소가 여럿 있다. 그중 하나인 맏내호수는 학산 밑자락에 있는 아담한 호수다.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을 때가 생각난다. 상쾌한 공기와 햇빛, 수면에 뿌려져 있던 은빛 눈부심이 첫인상으로 강하게 남아 있다. 울창한 산림과 수변 공간이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맏내호수는 ‘천만 그루 정원 도시 사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더 친절한 공간이 되었다. 장애물 없는 누구에게나 편안한 인권 숲 조성을 위해 보행 데크와 의자가 설치되면서 어르신과 장애인, 임산부도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다.두 귀에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유행가요를 들으며 수변 데크를 걷는다. 맏내호수 왼편으로 반듯하게 닦인 길을 걷다 무심코 바라본 맏내호수의 풍경에 발걸음을 멈춘다. 짙은 물색의 저수지에 파란 하늘, 초록빛 머금은 나무들. 도심에서 이런 곳을 만날 수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머리 위를 감싸는 나무 터널을 지날 즈음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전율 같은 힐링의 손길이 나를 감싼다.노래 멜로디와 학산의 입김 같은 상쾌한 바람이 전신을 훑고 지나간 것. 다시 맏내호수를 바라본다. 늦은 오후, 잔잔한 수면 위로 부서지는 태양의 조명이 물속으로 침잠한다. 이제 40대 중반이 되어 더는 아름다운 것에 기대하지 않고 무뎌져 있었는데, 집 가까이에 있는 맏내호수에 이르러 이런 광경과 마주하니 참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에 스며들다, 학산숲속시집도서관학산의 또 다른 보물, 학산숲속시집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맏내호수 바로 곁에 있는 도서관으로 전주시의 ‘책이 삶이 되는 도시’로의 확장을 위해 조성된 특화도서관 중 하나다. 이름처럼 숲속에 자리해서인지 그 어느 장소보다도 특별하게 느껴진다. 학산 큰 나무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찰 무렵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이 눈앞에 나타난다. 외형부터 남다른 이곳은 책꽂이에 세로로 꽂혀 있는 시집을 연상시킨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큰 시집 한 권이 서 있는 것처럼. 그 시집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은 나만의 서재 같은 아늑한 공간이 드러난다. 오로지 나무와 통유리로만 되어 있어 숲과 맏내호수 풍경이 이질감 없이 다가온다. 이곳에서 책을 읽으면 사람이 자연이 되고 시가 노래가 된다.도서관 내부는 책 표지 색에 따라 빨간색, 노란색, 보라색 등으로 시집을 구분해 진열했다. 색색의 크레파스가 서가에 꽂힌 것 같다. 키 낮은 다락방도 있어 오롯이 시집 읽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사랑, 휴식 등 카테고리별로 아름다운 글귀를 뽑을 수 있는 문학 자판기이다. 짧거나 긴 글에서 인생 글을 만나는 행운이 생길지도 모른다. 동공을 청량하게 해 주는 짙은 녹음과 맏내호수의 황홀한 눈부심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학산숲속시집도서관. 이곳이 평화동 주민뿐만 아니라 전주 시민 모두에게 시를 즐기며 쉬어 갈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다. 숲에서 놀고 배우는 학산유아숲체험원학산숲속시집도서관에서 나와 도서관 머리맡에 자리한 야호 숲속 놀이터인 학산유아숲체험원으로 간다. 생각해 보면 학산은 세대를 불문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그대로 내어주는 것 같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 하나 섭섭하지 않도록 살뜰히 챙겨 주는 마음 넓은 산이다.숲속으로 나 있는 야자 매트 길을 따라가 보면 닿게 되는 학산유아숲체험원은 유아들이 눈으로 보고 몸으로 숲을 체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구조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미끄럼틀, 나무 둥지, 터널 놀이, 흔들다리 건너기, 균형 놀이 등 아이들의 신체 발달에 맞춘 놀이 환경들이 숲 깊숙한 곳에 오밀 조밀 만들어져 있다. 우리 아이들이 유아기 때 여기 왔었다면 정말 좋아했을 거라는 아쉬운 마음이 살짝 들면서도, 날이 갈수록 평화동에 좋은 문화시설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 평화동 주민으로서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알록달록한 놀이기구를 매만지고 있을 때 어떤 부부가 아이 셋과 함께 이곳에 들어섰다. 미끄럼틀과 그네를 타며 까르르 웃는 아이들. 숲에 생기가 가득 도는 것 같았다. 20여 년을 평화동 주민으로 살면서 사는 게 바빠 주변에 좋은 곳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에 무뎠다. 찬찬히 공기를 곱씹으며 길을 거닐어 보니 우리들의 삶이 더 살 만해지고 전주가 더 전주다워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내 일상이, 전주 시민의 일상이 더 풍요로워지고 평화동이 더 사랑받길 소망해 본다. 글 안경희 | 평화동 주민광주광역시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학 진학을 위해 전주에 처음 왔다. 결혼 후 평화동에 둥지를 틀고 아들, 딸을 키우면서 20년째 거주하는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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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 전주 비건 맛집
속까지 편한 디저트로 소문난 집 비건 카페 원래 빵집을 운영하던 주인장이 건강 때문에 채식을 권유받게 되면서 비건 전문 카페를 시작하게 됐다. 당과 기름을 최소화해 담백한 맛을 유지하고 검은깨와 콩, 팥, 쑥 등 철저하게 국내산 재료를 고집하면서 고소함과 농축된 깊은 맛을 살려 쿠키와 마들렌, 스콘 등을 굽는다. 그중에서도 쌀 파운드에 라즈베리와 블루베리, 현미 크럼블을 더한 베리베리 크럼블 케이크와 국산 쑥이 들어가 향이 진한 쑥라떼는 주인장의 추천메뉴! 유기농 파스타 면과 소스, 천연발효 사과식초 등 원료부터 건강한 식품들도 함께 구매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운영 시간 l 12시∼21시(월, 화 휴무)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선너머로 36 문의 l 063-229-8254 이것이 진짜 비건 케이크! 비건 빵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복고풍 감성이 물씬 풍기는 실내장식이 인상적인 라 므아르. 문을 연 지 2년 남짓이지만 이미 단골들이 넘쳐나는 비건 빵집이다. ‘이런 게 비건 케이크구나’ 느낄 수 있도록 재료 공수부터 맛 내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주인장의 철학이다. 깔끔하면서도 묵직하고 풍미는 덜하지만 질리지 않는 맛을 내는 게 비결. 봄에는 쑥과 검정깨가 들어간 메뉴가 제격! 인절미쑥팥크림케이크, 몽실한임자씨, 블랙바닐라, 베리얼그레이 등 그날그날 메뉴가 달라지니 인스타그램을 통해 꼭 확인하자. 운영 시간 l 12시~디저트 소진 시까지(월, 화 휴무) 주소 l 전주시 덕진구 권삼득로 223-1번지 인스타그램 l cafe_la_moire 쌀 식빵과 디톡스 주스의 찰떡궁합 비건 브런치 ‘강스키친’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인데, 더 비거닝이란 간판으로 새롭게 오픈했다. 전 주인의 손맛을 그대로 이어받아 이름만 바뀐 것뿐, 달라진 건 없다. 국산 콩으로 만든 햄과 신선한 채소, 수제 소스로 맛을 낸 8가지 샌드위치와 버거가 이곳의 메인 메뉴. 현미와 흑미, 홍국 등 각종 쌀로 만든 빵과 제과류도 서른 가지나 되는데, 특히 쫄깃함과 부드러움의 끝판왕, 쌀식빵은 마성의 맛을 자랑한다. 직접 갈아 만든 디톡스 주스까지 한 끼 밥상으로도 손색이 없다. 오전에 와야 원하는 메뉴를 살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으니 서두르시길!운영 시간 l 11시 30분∼ 18시(일, 월 휴무)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솟대1길 63 문의 l 063-226-8627 비건 짜장면에서 탕수육까지 중화요리 비건 중화요리는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아는 별미! 특히 죽순, 표고, 양송이, 연근 등이 들어가는 채식 짜장면은 전국 각지 손님들이 먼저 알아주는 일미 중의 일미로 꼽힌다. 양장피, 팔보채, 탕수육 등 소스부터 마지막 고명까지 완전한 채식으로 선보이는 각종 코스 요리도 즐길 수 있다. 운영시간 l 10시 30분∼21시(추석, 설 휴무)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3길 12-3 문의 l 063-284-4218 손님 대접에 안성맞춤 채식 밥상 약선한식 전문점 감로헌이 빠지면 섭섭하다. 이곳에 가면 산에서, 들에서 파릇파릇 올라오는 각종 재료의 무한변신을 만날 수 있다. 제철 재료들로 꾸려진 형형색색 밑반찬에 약선표고탕수, 약선유산슬, 콩단백불고기 등이 추가되는 코스메뉴로 한 상 거나하게 대접받는 기분이다. 저염·저온 발효 소금으로 맛 내기가 비결. 건강하고 정갈한 한 상으로 손님 대접을 하고 싶다면 감로헌이 제격이다. 운영 시간 l 12시∼21시(일요일 휴무) 주소 l 전주시 덕진구 권삼득로 247 문의 l 063-275-8811 채식 100가지를 맛보세요 채식 뷔페 전주의 대표 채식 뷔페 전문점이자 유네스코 음식창의업소이다. 메뉴만 100여 가지, 비건과 락토오버, 페스코와 세미 등 채식 단계별로 구역을 구분해 걸맞은 음식들을 선보인다. 특히 떠먹는 채소 파스타 쿠스쿠스와 부드러움이 일품인 카스테라는 주인장이 첫손에 꼽는 추천메뉴. 식사를 마치고 우뚝 솟은 나무들이 어우러진 앞마당을 거닐다 보면 마음 건강까지 챙기게 되는 힐링명소이다. 운영 시간 l 평일 11시∼15시, 17시 30분∼21시, 주말 11시∼21시(추석, 설 휴무)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우림로 1036-13 문의 l 063-221-4432
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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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싣고 숲으로 돌아온 금암분수정원
30년 만의 재탄생, 금암분수정원.중학교 시절, 버스를 타고 통학하면서 늘 금암분수대를 지나쳤다. 그래서일까. 분수대가 있을 때나 없었을 때나 내 기억 속에 이곳은 항상 금암분수대로 남아 있다. 그만큼 금암분수는 도시의 랜드마크였고, 시민들에겐 추억의 장소다. 1991년 기린대로를 확장하면서 분수를 철거한 지 30년, 금암광장 교차로에 다시 분수가 들어서고 정원이 만들어졌다. 옛 금암분수를 더 생태적으로, 더 넓은 쉼터로, 더 아름다운 정원으로 복원한 것이다.지난겨울에 공사를 마친 금암분수정원은 가장 먼저 지름 15m의 거대한 수반형 분수가 눈에 띈다. 그 둘레를 제주도의 특수목과 꽃과 풀이 빙 둘렀는데, 이제 막 파릇파릇하게 새 생명이 움트고 있다. 꽃과 나무 주변으로는 원목 재질로 만든 둥근 플랜터(planter, 화초를 심기 위하여 멋스럽게 잘 만든 화분)가 자리했다. 벤치 기능을 겸하고 있는 플랜터에 앉아 금암분수의 시원한 물줄기를 감상해 본다. 거대한 수반형 분수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 같다. 금암분수정원이 재탄생하면서 주변의 보행광장도 새롭게 단장했다. 모양이 좋은 교목(다간형)과 화관목, 초화류, 크고 작은 돌로 촘촘히 만든 길이 어우러져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정원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보행광장 가운데에는 커다란 산벚나무가 우뚝 서 있다. 벚꽃 철이 지나 그 화려함은 보지 못했지만, 내년 봄엔 올해보다 무성한 꽃을 보여 주리라. 산벚나무 옆에 있는 지름 5m의 소형 분수대는 오가는 이에게 잠시나마 쉼의 여유를 건넨다. 자연 그대로의 수형이 아름다운 나무들금암분수정원을 둘러싼 수십 종의 나무들을 가만히 바라보니 마치 숲에 온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른 도심 속 공원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여유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러다가 나무의 모습이 남다른 것을 발견했다. 금암분수정원의 나무들은 기존의 도심 공원이나 가로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줄기로 곧게 뻗은 나무들이 아닌 것이다. 산에 가야 볼 수 있는 굽이굽이 여러 줄기가 굽은 나무들이 정원을 채우고 있다. 여러 갈래로 자라는 다간형 수형의 나무,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모습의 나무들이 금암분수정원을 편안한 숲으로 만들고 있다.심는 방식도 다르다. 공원, 아파트 등에는 키가 크게 자라는 나무 3~5주씩을 모아 심고, 작게 자라는 나무인 철쭉, 회양목 등도 대부분 여러 나무를 모아 심는다. 하지만 이곳에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독립적으로 심어 각기 종이 다른 나무와 나무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다. 어느 무리의 일원이 아니라 나무 한 그루 자체가 주인공이 되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곳에서 생전 처음 본 크기의 나무도 있다. 금암분수대 중앙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참빗살나무는 그동안 내가 접했던 것 중 가장 키가 크다. 보통 3~4m가 대부분이었는데 금암분수정원의 참빗살나무는 8m는 되는 것 같다. 처음 보는 솔비나무도 눈길을 끈다. 솔비나무는 전북의 산에도 자라는 다릅나무 사촌 격인 나무로, 제주도 한라산에서 자라는 나무인데 이곳에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윤노리나무, 꽃아그배나무, 참꽃나무, 한라백당 등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멋진 수형을 가진 63주의 나무가 제주도에서 이주해 심어져 있다. 이 외에도 산벚나무, 산딸나무, 서어나무, 팥배나무, 마가목, 화살나무, 이스라지, 노랑말채나무 등 셀 수 없이 많은 꽃과 나무들이 금암분수정원의 주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정원사람마다 미의 기준이 다르듯, 금암분수정원에 대한 평은 천차만별이다. 꽃이 피는 튤립, 알리움과 같은 초본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키 크고 곧은 나무들이 일년 내내 초록초록 했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공공정원에서는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초본 중심의 정원 양식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이곳뿐만 아니라 기존에 조성된 많은 공원과 가로수 등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암분수정원은 초본 대신 유지 관리가 덜하면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억새 종류를 많이 도입해 더 자연스러운 멋이 있다. 정원 디자이너의 성향이 반영되었겠지만, 예전에는 나무 아래 튤립, 삼색제비꽃, 팬지, 수선화, 지면패랭이 등을 넓은 면적에 심곤 했었다. 보는 이에 따라 예쁘다는 사람도 있지만, 인위적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반면, 금암분수정원은 자연스러운 경관 연출을 위해 다양한 교목과 꽃이 피는 초본을 적절히 배치해 심었다. 기존 정원들은 지금이 가장 아름답도록 조성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금암분수정원은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름답고 편안하게 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정원이다. 정원 도시의 꿈은 이루어진다‘천만 그루 정원 도시 전주’의 이상적인 모습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도시를 상징할 만한 규모가 있는 식물원과 수목원 그리고 정원이 있는 모습, 도로마다 ‘가로 정원’이 가꾸어져 있고 꽃이 예쁘게 핀 소공원이 도심 곳곳에 있는 모습, 도시 주요 건물에는 벽면 녹화가 되어 있고 옥상에도 정원을 가꾸는 모습, 또 좁은 골목도 특색 있게 정원으로 꾸며져 있고, 상가나 주택도 공간에 어울리는 정원을 갖추고 있는 모습, 이런 게 진짜 정원 도시가 아닐까 한다. 그런 거라면 전주는 정원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주시가 소유하고 있는 크고 작은 공간들을 금암분수정원처럼 특성을 살려 정원으로 조성하고 시민들은 아파트, 상가, 골목 등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들어 간다면 전주는 정원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전주에 큰 정원이 없다고 정원 도시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공간이 작더라도 생활공간들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들어 간다면 전주 정원 도시의 꿈은 이루어진다.봄이 무르익어 가고, 여름 향기가 조금씩 묻어나는 이때 금암분수정원에 가 보자. 분수대 물줄기의 시원함, 나무와 꽃이 주는 청량감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도시의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도심 속 작은 정원이 주는 특별한 쉼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글 최현규 | 천만그루정원도시추진위원회 운영위원장시민행동21 사무처장과 전주생태하천협의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주정원도시추진위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반딧불이 복원, 호랑나비 복원, 정원 도시에 관심이 많다.
#천만그루
#도시정원
#금암분수정원
일상 회복을 준비하는 전주의 봄
봄꽃 구경보다 ‘잠시 멈춤’
형형색색 동화 속 꽃나라, 전주동물원 튤립 자체만으로도 매우 예쁘지만, 동심 가득한 전주동물원에서 만나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마치 동화 속 나라에 초대된 기분이랄까. 전주동물원에 들어서면 왼쪽 호숫가에 빨강, 노랑, 하양색의 강렬한 튤립이 인사를 한다. 이곳뿐만 아니라 독수리 사와 사막여우 사 옆에도 튤립 군단이 자리하고 있다. 튤립 소풍 가기에 더없이 좋은 봄날, 올봄은 모두의 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떠나 보자. 봄의 절정이 한자리에, 완산공원 꽃동산 전주의 봄을 만끽하려면 꼭 들러야 하는 완산공원 꽃동산. 겹벚꽃, 철쭉꽃, 애기사과꽃 등이 무리를 이루며 동산 전체를 화려하게 꾸민다. 연분홍빛, 진분홍빛, 선홍빛, 자줏빛 등 이 세상 붉은 계열 꽃이 한데 모인 듯 눈부시다. 여기에 초록잎 나무와 파란 하늘이 어우러지니 그야말로 한 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도 5월 9일까지 출입을 통제하니,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하자. 하얀 밥꽃이 흩날리다, 팔복동 철길 팔복동 철길 위에 하얀 밥꽃을 뿌려 놓는 이팝나무 터널에 입이 벌어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 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철길과 이팝나무가 그리는 풍경은 흔하지 않기에 더욱더 그렇다. 봄의 낭만이 피어 있는 팔복동 철길 이팝나무를 비대면으로 즐겨 보자. 분홍빛 봄의 서정, 오송제 건지산 오송제 순환산책로 옆 낮은 언덕에 복숭아꽃이 활짝 폈다. 수줍은 듯 분홍빛 얼굴을 하며 봄을 선물하고 있는 복숭아꽃. 몸은 집에, 마음은 이곳에 두면 어떨까. 노오란 봄이 활짝 피다, 도도동 유채꽃밭 도도동 항공대대 옆 드넓은 땅을 노랗게 물들인 유채꽃이 봄바람에 살랑인다. 작년 가을 처음으로 심은 상큼 발랄 유채꽃이 한가득 피었다. 눈길, 발길 머물게 하는 그야말로 장관이지만, 가고 싶은 마음 꾹꾹 눌러 눈으로 호강하고 만족하면 어떨까.
2021.04.23
#코로나19
#거리두기
#봄꽃
#전주동물원
#꽃동산
#유채꽃밭
전주니까 가능하다
책이 삶이 되는 도시, 특화도서관 문 열다
손 닿는 곳마다 책이 빼곡한 전주시립도서관 ‘꽃심’도 좋지만, 서가 사이로 잔바람 드나드는 작은도서관도 나름의 멋이 있다. 전주는 ‘책 중심 도시’에서 더 나아가 ‘책이 삶이 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주제별 ‘특화도서관’을 조성하고 있다. 작지만 알찬 특화도서관들이 4월 15일부터 속속 문을 연다.가장 먼저 ‘책 중심 도시 전주 비전 선포 및 삼천도서관 재개관식’이 4월 15일 오전 10시 삼천도서관에서 진행된다. 이날 본행사에서는 시민의 삶을 바꾸는 책 중심 도시 비전 선포와 제막식이 진행된다. 이 행사에서는‘책 중심 도시, 전주’에 바라는 시민들의 인터뷰 영상과 비전 선포를 축하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개관식에 맞춰 삼천도서관 1층에 자리한 장애인 일자리 카페 ‘아이갓에브리씽(I got everything)’도 문을 연다. 부대행사로 지하 1층 정글짐 소극장에서 동화 북 콘서트와 ‘그 작가의 책, 그 작가가 사랑한 책’이 전시된다.이어서 숲속에서 편안하게 쉬고 재충전할 수 있는 평화동 ‘학산 숲속 시집도서관’ 개관식이 11시 20분부터 열린다. 사전행사로 오전 10시부터 ‘자연이 말하는 것을 받아쓰다’를 주제로 김용택 시인의 북 콘서트가 열린다. 본행사는 김용택 시인 명예 관장 위촉식과 시낭송회 등으로 진행된다. 세 번째 개관식은 책을 쓰고 만드는 도서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완산도서관의 ‘자작자작 책 공작소’에서 오후 1시 30분부터 열린다. 책 공장소에 입주한 작가들 소개와 모래예술(샌드아트) 공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가 펼쳐지고, ‘작가의 방’ 등 시설을 돌아본다. 축하 행사로 열네 명의 입주 작가들과 함께하는 북 콘서트가 진행된다. 완산도서관에는 ‘자작자작 책 공작소’에 이어 독립출판물 제작 및 전시공간, 어린이 책 놀이터, 북 카페도 앞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네 번째로 문을 여는 도서관은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이다. 오후 3시부터 열리는 개관식에서는 전주 대표 인디밴드인 ‘고니밴드’의 축하 공연과 영국의 팝아트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비거북 전시와 북아트쇼가 진행된다. 릴레이 개관식 마지막 도서관은 세계 희귀 그림책을 만날 수 있는 팔복예술공장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이다. 세계 희귀 그림책을 수집하여 전시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도서관 개관식이 오후 4시 30분부터 개관식이 간소하게 진행되며, 오후 5시부터 개관 기념 강연으로 광고인 박웅현 TBWA KOREA 크리에이티브 대표의 강연 ‘우리는 우리를 아는가' 가 열린다. 봄볕마저 따사로울 4월, 마음속에도 볕이 잘 드는 창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새로 문을 여는 전주의 특화도서관으로 잊지 못할 특별한 책 여행을 떠나 보자.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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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시집도서관
#그림책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