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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문화유산

조선왕조의 수호석, 자만동금표

2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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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화사한 벽화가 포토존이 되고, 한옥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카페에서 ‘버스커(거리공연자)’들의 노래와 관객의 웃음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마을이 있다. 한옥마을에서 오목대를 지나 육교를 건너면 만나는 곳, 자만동 벽화마을이다. 

해마다 수많은 방문객이 찾아오는 전주 대표 명소지만, 이곳에 조선 왕실의 발상과 계보를 살펴볼 수 있는 고풍스러운 유산이 남아 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로 ‘자만동금표(滋滿洞禁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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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표(禁標)란, 조선시대 출입 금지 지역을 알리기 위해 세운 일종의 푯말이다. 주로 조선 왕실과 관련 깊은 지역에 일반 백성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농사나 채석, 벌목 등의 경제활동을 금지하기 위해 세워졌다. 전주에는 자만동금표와 건지산 조경단에서 발견된 창덕궁금표 두 개가 존재한다. 현재 창덕궁금표는 국립전주박물관에 전시되어 보존 중인 데 반해 자만동금표는 자만동 벽화마을에 별다른 이정표도 없이 외로이 서 있다. 얼핏 마을 표지석처럼 보여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쑥빛 화강암을 다듬어 만든 높이 62cm, 폭 31cm의 작은 크기에 겉면에는 자만동금표(滋滿洞禁標), 다섯 글자만 쓰인 소박한 모양새다.  

예부터 전주는 조선왕조의 발상지로 숭상받았고, 자만동은 태조 이성계의 4대조인 이안사(목조로 추존)가 태어나 자라난 고장으로써 신성시됐다. 자만동금표는 기록이 많지 않아 정확한 건립 연대를 추정하기 어려우나, 조선 말기 고종이 왕실의 권위와 국격을 드높이고자 이목대와 자경단을 정비할 때 함께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자만동금표는 한때 왕실을 수호하는 위풍당당한 수호석으로 숭상받았고, 지금은 자만동 벽화마을의 뿌리를 상징하는 명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왕조의 흥망성쇠를 지켜보았던 자만동금표는 이제 수많은 여행객을 바라보며 옛 역사를 추억하고 있다. 시민의 정성과 오랜 시간이 달동네를 벽화마을로 만든 것처럼, 언젠가 자만동금표에 서린 남다른 역사성이 더 크게 주목받을 날이 오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