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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전주
전주역-첫마중길 권역
부드러운 미소 같은 첫마중길
도심 속 자연을 닮은 거리, 첫마중길 익산이 고향인 나에게 전주는 양반들이 곰방대를 물고 앉아 호통이나 칠 것 같은,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주는 도시였다.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전주를 오가게 되었고, 전주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큰 도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큰 만큼 사람도 많았고, 활력도 넘쳤다. 통학을 했던 새내기 시절, 가끔 나는 열차를 타고 전주에 오곤 했다. 삼십 년 전 그때는 완행열차가 전주, 익산, 군산을 오고 갔다.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바라봤던 전주역 앞 풍경은 여느 도시의 역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왕복 8차선 차도를 가운데 두고 양옆 보도에는 여관과 술집이 네온사인을 번쩍이며 촘촘히 들어서 있었고, 자동차와 사람들이 그 길을 정신없이 지나치고 있었다. 그래서 현재의 전주역 앞, 첫마중길 풍경은 전주를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에게는 오히려 낯설 수가 있다. 일단 첫마중길은 직선이 아니다. 전주시는 4년 전 왕복 8차선 도로를 왕복 6차선으로 줄이고 가운데 도로부지를 보행로와 광장으로 조성했는데, 그때 도로의 선형을 유선형 곡선으로 바꿨다. 제한속도도 일반도로보다 낮은 시속 40Km로 낮췄다. 실험에 가까운 혁신이었다. 초창기 교통 체증을 우려한 일부 시민의 반발도 있었지만, “좀 느리지만 더 인간적인 곡선의 편리함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던, 도로를 설계한 유현준 교수의 말처럼 지금은 시민들도 부드러운 곡선에 상당히 익숙해졌다. 또한, 첫마중길에는 나무가 많다. 시민들이 기증한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400여 그루가 광장과 보도의 곡선에 맞춰 줄지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 첫마중길 광장에는 봄이면 이팝나무 하얀 꽃이 가득하고, 요즘 같은 가을이면 느티나무 붉은 낙엽이 지천이다. 도심 한가운데에 자연을 빌려서 앉혀 놓은 것 같다. 우리나라의 전통 조경 기법에는 차경(借景)이라는 개념이 있다. 주변의 경치를 빌린다는 뜻인데 인공의 건축물이라고 하더라도 최대한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어 짓고자 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 곡선은 자연의 선이고 맨땅은 자연의 면이다. 이런 의미에서 첫마중길은 차경의 기법을 도입해 조성한 거리이다. 도서관에서 미술관까지, 볼거리 가득한 거리 낙엽이 수북이 쌓인 광장 초입을 걷다 보면 낙엽보다 더 붉은 컨테이너가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주말에만 수백 명이 찾는다는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이다. 아트북갤러리와 여행자라운지, 두 개 동으로 이루어진 이 도서관은 외모 못지않게 독특한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여행 전문지와 여행 도서, 한정판 도서 등 3가지 주제로 구성된 책들은 수량은 적어도 보는 재미는 충분히 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특히 여행자라운지 입구에 있는 거대한 책은 꼭 봐야 한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인데 독일의 아트북 전문 출판사 타센에서 한정 출판한 도서로 무게만 38kg에 달한다. 현존하는 현대미술의 거장 중 하나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회화 작품 600여 점이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해리포터 아트북이 더 흥미로웠다. 도서관 안을 다 구경했더라도 그냥 가지 말고 옥상까지 올라가 보는 게 좋다. 첫마중길의 부드러운 곡선과 느티나무가 만들어 낸 단풍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도서관이 아날로그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라면 ‘전북VR(가상현실)AR(증강현실)제작거점센터’는 디지털 감수성을 산업화하는 제작 공간이다. 여행자도서관을 나와 신호등을 건너면 새롭게 막 단장을 끝낸 9층짜리 건물이 보이는데 그 건물에 전북VRAR제작거점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전주역세권 뉴딜사업 도시재생 사업비로 공간을 조성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시설이다. 이 시설은 전라북도가 특히 강점을 가지고 있는 농생명ICT와 영화 영상 분야에 5세대 이동 통신(5G) 기반의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하여,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나 여행자는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 있겠지만, 혹시라도 관심이 있다면 사전에 예약하여 증강(실감)현실을 직접 경험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듯싶다. 전북VRAR제작거점센터를 나와 도로를 곧바로 가로질러 건너면 ‘첫마중길 갤러리 Hello St.’가 보인다. 이곳 역시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한 문화공간인데, 폐업한 카페를 전주시가 매입해서 아담한 크기의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전주역세권현장지원센터에서 주관하여 첫마중길 갤러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언제든 오후에 문을 여는 첫마중길 갤러리에 방문을 하면 질 높은 전시 작품을 즐길 수 있다. 내가 간 날엔 지역 작가들이 찍은 전주 도시 공간의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너무 일상적으로 보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놓치는 공간이 많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갤러리에서 나와 큰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가 작은 길 안쪽으로 들어서면 얼마 전 신축된 ‘덕진보건소’가 나온다. 그동안 덕진구에는 보건소가 없어서 주민의 불편이 컸는데, 부지선정부터 어려움에 부딪혀 준공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무사히 완공되어 지난 6월부터는 코로나19 덕진예방접종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보건소 근처에는 밥집이나 술집 같은 근린생활시설이 많은데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은 곳이 부쩍 많아 보였다. 덕진보건소가 방역의 거점이 되어 코로나19를 이겨 내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사람이 다시 찾는 활력 있는 거리로 언론인이자 도시재생 이론가인 제인 제이콥스는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가로(街路, 넓은 시가지의 도로)가 필요하고, 그 가로에 사는 사람들의 활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능별로 구역을 나눠 조성된 도시는 편리할지는 모르지만, 사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낡고 누추한 건물이라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곳이 살아있는 곳이다. 전주역 앞 첫마중길은 오랜 부침을 겪으며 쇠퇴한 공간이다. 하지만 전주의 역사가 퇴적되어 있고, 많은 시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전주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상징적인 공간으로서 중요한 공간이다. 그래서 전주시와 주민들은 전주역 앞을 재생시키려 노력해 왔다. 아직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때는 아니지만, 최소한 의미 있는 시작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머지않아 더 크게 신축할 전주역을 비롯, 전북VRAR제작거점센터나 보건소 같은 공공시설과 갤러리 같은 문화시설이, 병원과 약국, 동네 술집과 마트 같은 생활편의시설이 복합된 곳이 첫마중길이다. 이제 더 많은 사람만 불러들이면 된다. “새로운 발상은 오래된 건물에서 나온다.”, 제인 제이콥스의 말을 떠올리며 조금 더 걸었다. 가을 날빛이 생각보다 따가운데도 실실 미소가 새 나오는 오후였다. 글 이경진 | 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국장 한때 시를 썼던 문학인이지만, 문화기획자나 중간지원조직 활동가로 더 알려져 있다. 현재는 전주도시혁신센터에서 도시재생 일을 하고 있다.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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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중길갤러리
#HelloSt.
적당히 벌고 함께 잘 살자
열 돌 맞은 남부시장 청년몰
남부시장, 새마을 시장 그리고 레알 뉴타운10년 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전주 남부시장에 새 숨결을 불어넣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시장 내 비어 있는 점포를 활용해 청년 장사꾼을 키우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 뜻에 공감한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씨앗이 심어질 공간은 남부시장 내의 또 다른 시장인 '새마을 시장'이 있던 곳으로 1999년 불이 난 후 방치되었던 2층의 광장이었다. 발길조차 뜸해 휑한 황무지 같던 그곳을 하얀 도화지로 여긴 청년들은 미래를 그려 나갔고 2011년 10월 마침내 첫 상점이 문을 열게 되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 청년몰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이 과정에서 그들은 켜켜이 쌓인 오랜 삶을 무작정 버리거나 부수지 않았다. 그 터전엔 밑천 하나 없이 천막에 의지해 고단한 삶을 살아냈던 그 새마을시장 상인들의 정신이 배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별처럼 반짝이는 조명 아래 장난꾸러기 같은 벽화들, 저마다 색깔을 입은 알록달록한 공간 속에서 낡은 건물과 지붕, 손때 묻은 기둥이 여전히 청년몰의 한 풍경인 이유이다. 또한, 늙고 낡은 시장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그들과 공존하며, 옛 정신을 재료로 새로운 정신을 빚어 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이곳의 타이틀을 '레알 뉴타운'이라고 정한 까닭이기도 하다.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하늘에서 바라보면 큰 네모 모양의 남부시장 청년몰은 사실 한달음에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올망졸망 모여 있는 그 공간이 그래서 어떤 이에겐 작게만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다양하고 커다란 삶들이 펼쳐져 있는 동화책에 들어온 기분이다.돌보는 길고양이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는 '책방 토닥토닥'은 동네 힐링 서점을 내세운 만큼 여성, 노동자, 성 소수자, 동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책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차가운 새벽'은 메뉴판 없이 손님의 취향에 따라 칵테일을 건네는 곳으로 가끔 사장님이 노래도 들려준다. 그 맞은편엔 수제 쿠키 전문점인 '혜미당'이 있다. 작은 쿠키 하나에도 마스크를 씌운 그 재치가 반갑고 맛있다. 그 옆으론 자수를 활용해 아기와 반려동물 을 위해 맞춤옷이나 소품을 제작하고 있는 '피치모모'와 자신만의 일러스트 디자인으로 소품을 만드는 '스튜디오 플레르', 로컬굿즈 편집숍인 'etc'가 각자의 개성과 색깔을 입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etc'를 낀 모퉁이를 돌아 작은 골목을 바라본다. 경력 단절이 되었다가 작가로서의 꿈을 찾아 청년몰에 둥지를 튼 도자기 공방 '세라누리'와 인도의 이색적인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소품 상점 '수리야'가, 오른쪽엔 자신을 사랑하고 늘 주위에 감사하는 삶을 살았던 빨간 머리 앤을 꼭 닮은 핸드메이드 샵 '앤의 하루'와 소담하고 귀여운 소품, 굿즈샵인 '도도닷'이 서로 마주 서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 같다.살금살금 그 골목의 속삭임을 들으며 걷노라면 어느새 그 끝, 세 갈래의 길을 만나게 된다. 오른쪽 길은 남부시장과 하늘정원으로 향하는 길이고, 왼쪽의 안쪽은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바깥쪽 길은 초승달처럼 둥글게 휘어 우리를 유혹한다. 동물실험을 반대하며 마음을 다해 만든 향을 선보이는 향수 상점 '비랩 스튜디오', 찰나의 행복을 캐리커처로 그려 주는 '이목구비', 전통 매듭을 활용해 액세서리와 작은 소품을 만들고 있는 '연희공방', 전주의 골목골목 정겨운 풍경을 담고 있는 '감성민 작화실'이 작업 공간이자 동시에 작품을 판매하고 또 체험하는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파란색이 강물의 물결을 닮은 가죽공방 '소소한 행복'도 구경할 수 있다.청년몰의 한 빗변대로. 지금까지 즐겼으니 이젠 먹거리 골목이다. 미국식 프렌치토스트와 서양식 브런치를 맛볼 수 있는 우아한 '리리 88' 그리고 웹툰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백방구'의 문구점엔 군것질거리가 가득하다.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젤라토를 판매하고 있는 아담한 카페 '오늘, 또 젤라또'와 샌드위치와 착즙 주스를 메인으로 아직 자신의 색을 칠해 가고있는 '드로잉파티', 그 맞은편에서 이미 오랫동안 청년몰에 터전을 잡으며 일본식 가정식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빛내고 있는 '백수의 찬'과 다양한 디저트 메뉴를 즐길 수 있는 '브릭스 케이크'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 청년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이 구호는 어느새 이곳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비록 공간은 작지만 이제 막 자신만의 가게를 갖게 된 상인들부터 초보 상인에서 벗어나 몇 년 차에 접어든 상인들까지, 스스로 삶이 행복하고 그 행복을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잘 살겠다는 이 아름다운 목표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자꾸만 곱씹게 되는 그 순수한 문장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뜨거운 꿈과 따스한 삶에 대한 치열한 열정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만 같다.사람이 가치를 만들어 가는 무형의 마을전주 남부시장에서 출발한 청년몰은 오늘날 마치 프랜차이즈처럼 전국 각지에 생겨났다. 이는 이제 청년몰이 전주에 와야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 아니라 그 지역 동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보태져 이곳도 큰 위기를 겪고 있다. 한때 서른 개가 훌쩍 넘었던 가게가 어느덧 스무 개 정도로 줄어든 것도 그 때문이다.그런데도 청년몰을 만들고 가꾸고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 이곳에 있다. 단순히 전국 1호 청년몰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여전히 기꺼이 시간을 내어 그곳을 찾아가야 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청년몰은 상업적 쇼핑몰이나 관광지 같은 장소가 아닌 사람이 가치를 만들어 가는 무형의 마을이다. 초창기 열두 상점의 청년 상인들은 두레와 품앗이를 하듯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가게를 꾸미고 서로의 가게를 봐 주기도 하며, 그들만의 문화로 작은 마을을 만들었다. 하지만 점차 이곳이 유명해지고 신규 상인도 들어오자 마을이 도시가 되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가치가 필요하듯, 신구의 청년 상인들은 반상회를 통해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이곳에 새 가치를 불어넣었다. 그렇게 달려온 시간이 어느덧 10년, 그사이 구성원들이 바뀌며 청년몰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청년몰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고민하며 소통의 통로를 넓혀 가고 있다. 한편, 전주시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와 함께 '10년의 기억, 10년의 기대'라는 포럼을 통해 원도심 안에서 연결점을 찾기도 하고, 2021 전국지속가능발전대회에서는 포용적인 공간으로서의 청년몰을 고민하는 등 지역 활동가들의 관심도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지역의 어르신들과 국수 음악회를 열고, 지역의 음악인들과 콘서트를 하고, 지역의 젊은이들과 푸드 페스타나 할로윈 파티 등을 만들고 즐겼을 때 청년몰은 가장 빛났다. 그래서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이 오래도록 지역사회의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민들의 사랑이 필요하다.청년몰은 오는 11월 26일에서 27일까지 '10주년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늦은 가을, 마실 삼아 우리 동네 젊은 마을로 놀러 가 보는 건 어떨까. 꿈의 낭만이, 삶의 열정이, 공존의 가치가 살아 있는 그곳 남부시장 청년몰로. 글 윤여태 | 소설가, 극작가2009년 '잃어버린 조각 하나'로 소설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했다. 기억되지 못하거나 잊힌 것들에게 다시금 숨결을 불어넣는 작가가 되기를 소망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예술가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문화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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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몰
#전주여행
기획 특집
고맙습니다, 우리 곁의 전주 사람
오래된 마을에 더해진 고마운 손길, 도토리골 희망일자리 사회복지사
새뜰마을사업으로 활기 찾은 마을전주시 구도심에 자리한 도토리골이 새뜰마을사업으로 새로워졌다. 새뜰마을사업은 장마 기간이면 빈번한 침수 피해가 발생하던 도토리마을의 환경을 개선하고,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된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생활은 더욱 편리해졌고, 삶의 질은 높아졌다. 2019년 12월 현장지원센터가 문을 열고, 지난해 이 현장지원센터에 주민돌봄센터가 들어오면서 그야말로 마을이 완전히 바뀌었다. 물리적 사업에 이어 주민 돌봄 사업이 추진되면서 동네가 활기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주민 돌봄 사업을 위해 파견된 사회복지사 두 명과 희망일자리 사회복지사 다섯 명은 든든한 아들딸처럼 동네 어르신들을 살뜰히 살폈다. 낯선 이들의 방문에 어색해하던 어르신들은 아침저녁으로 찾아와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에 점점 마음을 열었다. 매일 방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게 되었고, 이는 곧 맞춤형 복지로 이어졌다. 냉장고 정리부터 집 청소, 고장 난 가전제품을 고쳐 드리는 것은 물론, 관공서에 의견을 전달하는 중간 역할까지 도맡아 하며 생활하는 데 불편한 점들을 해소해 갔다. 지난여름, 집중호우로 마을에 산사태가 났을 때는 집집마다 다니면서 어르신들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트럭 일곱 대가 흙을 퍼 나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사회복지사들과 주민들이 힘을 모은 덕에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한여름에는 삼계탕, 과일 등을 전달하며 더위에 지친 주민들에게 힘을 북돋아 줬고, 추석에는 명절 음식과 함께 마음을 나누기도 했다. 현장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주민역량 강화, 공동체 지원 프로그램 등에서도 희망일자리 사회복지사들의 역할은 빛났다. 어르신들 옆에서 응원도 하고,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면서 어르신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희망일자리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마을도, 어르신도 활기를 되찾아 갔다. 진심이 만들어 낸 기적 같은 변화희망일자리 사업으로 근무하는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잊지 못할 순간들도 많았다. 굳게 닫은 마음의 문을 열고 웃으며 반겨 주던 어르신,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던 어르신을 보며 느낀 감정들은 오직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잊을 수 없는 기억은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것만 같았던 할머니가 스스로 일어나 거동을 시작한 일이다. 처음 찾아뵈었을 때만 해도 누워만 계셨던 분이 아침저녁으로 살뜰히 챙겼더니 이제는 혼자서 밥을 차려 드실 정도로 기력을 회복하신 상태다. 귀도 어두워서 의사소통도 힘들던 분이 매일 찾아가 노래를 틀어 드리고 말벗이 되어 드리니, 어느 순간 이름을 불러 주셨다. 진심이 만들어 낸 기적 같은 변화다. 희망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뒤 구체적인 꿈을 꾸기 시작한 이도 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김태현(26) 씨는 “현장 경험을 하고 싶어 신청한 희망일자리 사업을 통해 견해가 넓어지고, 어르신들에 관한 생각도 달라졌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장애인 복지 관련 일을 하고 싶다”며 희망일자리 사업으로 미래를 계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명순(43) 씨는 “어르신들이 정이 참 많다. 뭐 하나를 해 드려도 항상 웃으며 고마워하시는 모습에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 시간이었다”며 매 순간 뿌듯했다고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전명순 씨를 비롯한 다섯 명의 희망일자리 사회복지사는 하나같이 일하러 왔다가 오히려 많은 것을 얻어 갔다고 입을 모았다. 항상 웃으며 고맙다, 감사하다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삶의 태도를 배운 일 역시 큰 수확이다. 임은미 주민돌봄센터 부장은 “새뜰마을사업의 물리적 사업이 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한 사업이었다면, 주민 돌봄 사업은 정서적인 면을 돌본 사업이었다”며 이러한 정서적인 만족감을 높이는 데 희망일자리 사회복지사들의 역할이 무척 컸다고 강조했다. 희망일자리 사회복지사의 진심이 아니었다면, 누워만 계시던 93세 어르신이 거동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말이다. 희망일자리 사회복지사들이 있었기에, 주민 전체를 세심하게 살펴서 맞춤형 복지를 전개하는 주민 돌봄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희망일자리 사회복지사들이 전한 온기 덕에 도토리골은 잃었던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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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오래된 마을에 꽃이 피다
전주 도시재생
도시재생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부터 전주는 한옥마을을 지키고 가꾸어 왔다. 그 결과 전주한옥마을은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게 되었다. 하지만 한옥마을 도시재생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이후 구도심은 급격히 쇠퇴하였다. 민선 6~7기, 전주시는 천편일률적인 ‘개발’ 대신 ‘재생’을 통해 ‘사람 중심 전주의 고른 발전’을 만들겠다는 도시재생 계획을 발표, 현재 크고 작은 도시재생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완산구는 구도심 아시아문화심장터 100만 평 플랜을 중심으로, 덕진구는 덕진뮤지엄밸리 사업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펼쳐가고 있으며 새로운 변화의 싹이 하나둘 돋아나고 있다.전주의 보물인 구도심 아시아문화심장터 100만 평은 올해 사업들이 본궤도에 올라 전라감영 1단계 복원이 완료되고, 서노송 예술촌 문화재생 등이 가시적 성과를 낼 전망이다. 덕진구의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법원, 검찰청 부지를 중심으로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전시관과 법조삼현기념관 건립을 추진한다. 또, 60년 된 팔복공단은 예술공단과 청년공단으로 재구성하여 전주의 성장을 이끌 것이다. 전주 역세권은 전주역을 신축하고, 청년 창업자 공간을 조성하는 등 제2의 부흥기를 맞게 될 것이다. 전주형 도시재생은 전주만의 ‘자기다움’을 간직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적절히 결합한 맞춤형 도시재생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계획부터 실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고,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를 통한 주민 간 상시 소통으로 오래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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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도시재생 어떻게 진행되나요?
닻 올린 전주형 도시재생, 전주가 더 달라집니다
전주 전통문화 중심의 도시재생구도심 100만 평 아시아 문화심장터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인 ‘전주 전통문화 중심의 도시재생사업’. 오는 2020년까지 중앙동과 풍남동, 노송동 등 구도심 일원에 1,056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구도심의 심장에 풍패지관이 복원되며, 전라감영 1단계 복원, 철저한 발굴 조사를 바탕으로 한 전주부성 일부 복원, 역사도심 재생, 독립영화의 집 건립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진행된다. 용머리 여의주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2018년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된 용머리 여의주마을은 노후 주택을 정비하고 마을 내 주차장과 진입로 등 기초생활 인프라를 확충해 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또, 행정과 주민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마을 현장에서 주민공동체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할 용머리 여의주마을 현장지원센터가 문을 연다. 팔복예술공단과 팔복청년공단팔복공단은 예술공단과 청년공단으로 재구성하여 전주의 성장을 이끌 예정이다. 팔복예술공장, 야호예술놀이터, 예술기찻길, 금학천 생태환경 복원, 지붕 없는 미술관 등 팔복예술공단 5대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또, 오래된 팔복공단을 청년친화형 산업단지로, 공단의 기능을 새롭게 바꿀 예정이다. 이곳에 지식산업센터 등이 건립된다. 덕진뮤지엄밸리 조성전주종합경기장에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검찰청 부지 일대는 뮤지엄밸리로 조성한다. 전주지방법원·검찰청 부지에는 문화원형 콘텐츠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할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전시관’과 법조삼현기념관 및 법조인 명예의 전당을 건립할 계획이다. 서노송 예술촌 프로젝트성매매 집결지인 ‘선미촌’내 폐공가와 성매매업소를 문화적 도시재생을 통해 ‘인권’과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또, 전국 최초로 소통협력공간을 조성하며, 문화예술복합공간과 새활용 생산·유통·교육의 거점 공간인 전주시 새활용센터가 문을 열 예정이다. 서학동 예술마을 조성 사업2017년 도시재생 뉴딜 시범 지역으로 선정된 ‘서학동 예술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국비 100억 원 등 사업비 172억 원 규모의 사업이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노후 주거지 정비, 예술테마거리 및 창작레지던시플라자 조성, 첨단안전마을 조성 사업이 본격화된다. 전주시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서학동 예술마을에 현장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전담인력을 배치하였다. 전주 역세권 도시재생 뉴딜사업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사항이자 100대 국정과제로 중점 추진 중인 ‘도시재생뉴딜’사업. 그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빈 점포를 활용해 청년 창업자나 예술인들의 거점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마중길 현장지원센터가 지난 3월 중순 문을 열었다. 또, 전주시·국토부·철도관리공단·코레일이 힘을 모아 선상역사 형태로 전주역사를 신축할 계획이다. 승암 새뜰마을 사업승암 새뜰마을 조성 사업은 민관협력형 도시재생 사업으로 낙후된 마을 환경을 개선하고 거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예정이다. 또, 승암산 자락에는 세계평화의전당이 들어선다. 노송동 소규모 재생 사업원도심 노후 주거지의 물리적·문화적 박탈감 해소와 주민 조직의 안정적 활동을 돕기 위해 마을공동체 거점 조성, 집수리 공작소 및 공구도서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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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더불어
구도심을 바꾸는 힘은 ‘시민’이다
도시재생활동가 소영식
도시재생활동가로 활동 중이신데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도시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쇠퇴하면서 생기는 지역의 문제가 매우 다양하고, 양상도 각양각색이죠. 그러한 상황에서 도시재생활동가는 그 지역의 문제를 진단하고,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해결 방안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장의 문제를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칩니다. 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과정을 설계하고, 실행하느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재생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요?도시재생의 의미는 어쩌면 단순해요. 한 지역이 쇠퇴의 시기에 들어섰을 때 수수방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행정과 함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행정가 혹은 전문가에게만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 스스로 발전의 방향성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죠. 시민들과 함께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잃어버린 경제적·물리적 환경과 같은 삶의 불균형을 새로운 시민 활동으로 바로 잡아보자는 의미 아닐까요.전주전통중심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는 주로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계시나요?기존의 구도심 정비 계획이 공간 정비와 상권 활성화였다면 지금의 도심 재생은 다양한 시민 활동을 발굴하고 연대하면서 역동적인 시민 활동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지요. 전주 구도심 역시 전라감영이나 풍패지관 복원 등 굵직한 물리적 재생을 진행하면서도, 시민들이 공유하고 협력하는 활동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교육공동체, 수공예 프로젝트, 청년 플랫폼, 거리문화기획단, 원도심 아카이빙 연구, 전라감영 경관협의회 활동, 공유공간 네트워크, 청년 음악인 플랫폼 구축 사업 등을 진행해 왔어요. 이런 사업들을 통해 전주 구도심이 문화 공공성의 새로운 생산과 소비의 장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구도심만의 색깔을 갖기 위한 도시재생이란 무엇인가요?타 도시와 구별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도시재생의 목적은 아닌 것 같아요. 전주 구도심이 전주의 성장과 태동의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왔고, 현재의 전주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그리고 주민들에게 무엇을 요구받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구도심이 전주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자신의 일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 되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옛 추억을 찾아 쉴 수 있는 여유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영식 도시재생활동가의 목표나 바람이 있을까요?활동을 하면 할수록 우리는 서로를 성장시키고, 지원하고, 지지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되짚곤 합니다. 그러한 질문을 잊지 않고,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면서 동료들과 함께 활동하고 싶어요. 사업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를 새롭게 구성하고, 재건할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하고 성장시키고, 지켜내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전주라는 도시의 비전이고 미래가 아닐까요. 전주 전통문화 중심의 도시재생구도심 100만 평 문화심장터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인 ‘전주 전통문화 중심의 도시재생사업’. 오는 2020년까지 중앙동과 풍남동, 노송동 등 구도심 일원에서 진행된다. 구도심의 심장에 풍패지관이 복원되며, 전라감영 재창조 복원, 철저한 발굴 조사를 바탕으로 한 전주부성 일부 복원, 역사도심 재생, 수공예 프로젝트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진행된다.
2020.10.23
#둥근숲
잘 고쳤다 이 집
고물자골목의 옛 병원이 공유공간 '둥근 숲'이 되다
이름만큼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고물자골목낯설고도 재미난 이름 고물자골목. 하지만 이 골목은 오랜 역사를 가졌다. 옛 전주부성 지도에도 등장하고, 조선시대에는 은방골목으로 불렸다. 한국전쟁 직후에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구호물자와 각종 미제 물품이 유통되면서 구호물자골목, 양키골목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1973년까지 이 골목의 끄트머리에는 배차장이 있어 배차장골목이라는 이름이 생겼으며, 오꼬시골목, 한복골목 등 여러 이름을 거쳐 현재는 구호물자를 빠르게 발음할 때의 고물자골목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고물자골목에는 공방을 열고, 생활을 꾸리는 청년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그리고 올해 11월, 골목 사람들과 청년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유공간 '둥근 숲'이 문을 열었다. 새로 문을 연 '둥근 숲'에 들어서면 곧바로 전시가 펼쳐진다. 일곱 쌍의 손 사진이 걸려 있는 벽에 눈길이 머문다. '여문 손에 새겨진 삶'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마디가 굵고 힘줄이 불거진 손, 꽃이 피듯 활짝 벌어진 손, 수줍은 듯 살짝 포개어진 손. 사람의 손은 다 다른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카이브 전시 '고물자골목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은 골목 주민들의 삶과 솜씨, 골목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다. 이 전시는 공유공간이 생기고 열리는 첫 전시이자, 손님맞이 인사인 셈이다.주민과 청년이 함께 만들어 가는 도심 속 쉼터, 둥근 숲'둥근 숲'은 과거 여관과 요양원으로 쓰였던 건물이었으나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다가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전주시와 전주 원도심 도지재생현장지원센터, 고물자골목 청년 모임 '둥근 숲'의 합작품이다. 그간 전통문화 중심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청년들과 장인들이 함께하는 골목 문화프로젝트가 추진돼 왔고, 그들이 앞으로 더 자주 만나고 알찬 시간을 꾸려갈 수 있는 둥근 둥지가 생긴 것. 아카이브 전시가 진행 중인 1층 안쪽에는 널찍한 주방과 테이블이 놓인 공유주방 '고물자 식탁'이 있고, 2층에는 전시, 교육, 워크숍 등을 할 수 있는 공유작업소 '고물자 작업소'가 마련됐다."앞으로 이곳은 주민들의 쉼터이자 주민들이 가진 오랜 손기술을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장소가 됐으면 합니다. 또 청년 공방과 생산자들이 서로 만나 기회를 탐색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려고 합니다."라고 소영식 전주시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사업총괄 코디네이터는 밝혔다.생각할수록 이곳의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결국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일이고, 공간에 머무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는 일이니까. 오래된 골목이 만든 시간의 궤적을 골목 사람들과 청년들이 씨줄과 날줄로 새롭게 엮어 낸다면 도심 속 숲이 될 만한 '둥근 숲'이 일구어지지 않을까. 공유공간 '둥근 숲' 주소│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98-4 문의│063-232-5119 운영시간│9:00~18:00(토, 일 휴무)
2020.09.09
#공유공간
#고물자골목
민낯 그대로의 완산동을 기록하다
사진작가 소영섭
완산동 일대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1990년대 완산동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육교를 지나 대장간 거리의 모습, 수많은 점집과 완산칠봉, 그때의 완산동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느껴지는 장소였죠. 하지만 지금 완산동은 오래된 콘크리트 길, 회색의 슬레이트 지붕, 또 버려진 것들이 옛 모습을 잃은 채 을씨년스럽기까지 하죠. 재개발이 예정된 마을 안에서 만난 공·폐가의 모습을 통해 30년 전 옛 모습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소외와 재개발이 작품 세계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완산동은 무채색의 회색 느낌이 강합니다. 앙상하게 콘크리트 뼈대만 남아 있는 폐건축물들을 보면 그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가 은유적으로 녹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래된 오브제(사물)를 통해서 과거와 공감하게 되고, 추억을 소환하게 됩니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 사람들의 모습, 치열한 삶을 살았던 그때 시절의 물건들까지, 그 모든 것들이 제 사진 속에 그대로 각인되고 있습니다. 작가 소영섭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진은 소멸하는 역사와 개인의 삶을 기록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통해 공동의 기억과 개인의 삶을 바라볼 기회를 얻는다고 믿어요. 그래서 사진을 시작했고, 사진을 찍는 행위를 통해 역사와 개인의 삶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주의 숨은 이야기와 전설, 전주가 갖는 지역성을 제 특유의 질감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저의 작업을 통해 기억되는 전주, 이야기와 상상력이 담긴 전주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어르신들의 영정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재개발지역을 촬영하면서 주민들과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이 일대에 사는 주민들 대부분이 어르신들이신데요. 이분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 드릴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용머리 여의주마을 현장지원센터 직원들과 주민협의회 위원님들과 의기투합해 ‘용머리 여의주마을 청춘사진관’을 기획했고 ‘장수 사진’이라는 이름으로 어르신들을 촬영해 드리게 되었어요. 소영섭 작가가 생각하는 전주 그리고 전주문화는 무엇인가요? 전주는 역사와 전통의 이야기가 풍성한 도시입니다. 동학농민운동, 초록바위 이야기 등 스토리텔링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도시인 것이지요. 구도심의 마을 이야기와 콘텐츠가 합쳐진다면 ‘이야기가 있는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고, 도시재생 사업에서도 으뜸이 될 수 있는 저력을 가진 도시가 전주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사진작가 소영섭 씨가 걷는 길은 어떤 길일까요? 현대의 삶의 기록은 먼 훗날 미래 기록의 가치로서 중요한 자료입니다. 완산동을 시작으로 구도심 동네와 동네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하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완산동을 주제로 사진집을 준비해 볼 계획입니다. 전주시의 동네를 계속 카메라에 담고 싶습니다. 소영섭 작가 전주대학교 문화산업대학원에서 사진과 영상을 전공했다. 2018년부터 전주국제사진전을 비롯해 동문길예술거리 전시에 참여했으며, 현재 지역 서사를 기반으로 아카이빙과 사진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블로그 │ https://blog.naver.com/youngsupe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soyoungseop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oyoungseop/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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