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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여름특집 l 여름, 전주의 빛깔-한지백색×손
여름휴가, 이 책 어때요? 책 전문가 추천 도서
속내 뜨거운 아이들의 좌충우돌 학교생활, 가만두지 않을 거야!윤일호 작가의 는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분노조절장애’와 ADHD(주의력 결핍 과다 행동 장애)를 다룬 동화입니다. 이야기는 눈물 콧물 범벅인 4학년 부들이가 “씨, 잡히기만 해 봐. 죽여 버린다고오오!” 하는 무시무시한 말을 하며 6학년 형을 쫓아가는 떠들썩한 추격전으로 시작합니다. 동화에는 진안의 한 학교에서 아이들과 흙과 생명, 땀과 나눔의 삶을 지으며 ‘선생님’보다 ‘킹콩’으로 불리는 작가의 하루하루가 담겨 있습니다. 다정한 호칭에서 시작된 사제 간의 무한신뢰는 작렬하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속내를 가진 아이들을 시원하게 달래 줍니다. 소리 내 읽으면 세상 곳곳 부들이들이 먼저 다가와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겁니다.최기우|최명희문학관 관장 최기우 관장은 연극·창극·뮤지컬·창작판소리 등을 쓰는 극작가로, 희곡집 , , 어린이희곡 등을 냈다. 우리는 왜 여행을 꿈꾸는 걸까?, 여행의 이유는 김영하 작가가 오랜 시간, 수많은 여행지에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담아낸 책입니다. 여행 도중 우연한 사건들로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얻게 되는 경험은 우리 삶의 여정과도 매우 닮아 있지요. 또, 여행 속에서 우리는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되어 오롯이 현재에 사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인생을 배우고, 또 인생을 만끽할 수 있기에 우리가 늘 여행을 꿈꾸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전주에는 여행하듯 방문할 수 있는 도서관이 많잖아요. 게다가 전주시 공식 독서동아리가 300개가 넘으니,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언제든 독서 여행을 즐길 수 있답니다. 지금 여행을 꿈꾼다면, 가장 가까운 도서관으로 달려가 보세요!양혜정|전주리더스클럽 운영진 20년 동안 시민들과 함께 성장한 독서 모임인 전주리더스클럽의 운영진으로, 매주 토요일 새벽 6시 40분에 독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갑자기, 푸른 멕시코로 떠나 보자, Slow Cancun (슬로우 칸쿤)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난 우리에게 힐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니킴 작가가 친구와 둘이서 즉흥적으로 떠난 멕시코 여행을 담아낸 여행 일러스트 에세이집 을 추천합니다. 밝고 유쾌한 이야기와 청량한 일러스트로 가득 찬, 그야말로 여름휴가를 빼닮은 책이지요. 방바닥이든 카페든, 어디서나 이 책을 펼치면 멕시코의 푸른 자연을 가득 담은 일러스트에 빠져들면서 시원한 해방감과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뜨거운 여름날에는 두꺼운 베스트셀러 도서들보다 작가의 취향으로 꽉꽉 채운 얇은 책을 ‘정독’해 보면 어떨까요? 이명규|에이커북스토어 책방지기 전라감영 인근에서 작은 책방 ‘에이커북스토어’에서 독립출판 도서를 큐레이션하고, 판매하고 있다. 글자들 사이를 산책하는 기분으로, 골목의 날씨꼭 어딘가로 떠나지 않더라도 책과 함께라면 훨씬 낭만적인 여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시집이나 에세이집처럼 겅중겅중 건너뛰어도 되는 책을 곁에 두고 그날그날의 기분이 이끄는 페이지를 불쑥 펼쳐 글자 사이사이를 산책하듯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거예요. 김정경 시인의 첫 시집 는 ‘추운 나라의 언어들처럼’으로 시작해 ‘입춘’으로 끝날 때까지 편안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시어가 가득한 책이에요. 가방이나 차 안에 두었다가 짬짬이 읽기 좋은 길이에 난해하지 않은 내용이라 누구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답니다. 휴가 다니는 중간중간에 읽으면 더없이 좋겠지요.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읽고 감상을 나누어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될 거예요. 어떤 방식으로든 책을 가까이하려 노력한다면, 당신의 독서는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김근혜|동화작가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동화작가로, 동화 등을 썼고, 현재 최명희문학관 상주 작가로 있다. 영하 41℃의 재미로 무더위 타파, 스노볼비 오듯 땀 흘리는 무더운 여름이면 차가운 겨울바람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많죠. 숨 막히는 더위를 단숨에 식혀줄 영하 41℃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소설 속 세상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이 세계에서는 오직 ‘스노볼’ 에 사는 사람들만 사계절을 느낄 수 있어요. 이곳에 살기 위해선 조건이 있는데요, 자신의 일상을 24시간 촬영당하는 ‘액터(배우)’가 되거나 배우가 등장한 영상을 대중의 입맛에 맞게 편집하는 ‘디렉터’가 되어야만 합니다. 이 전개, 마치 현실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들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건 물론이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한 방이 있는 책이에요. 무엇보다, 깜짝 놀랄 만큼 재미있답니다. 영화 이상의 몰입감과 짜릿함을 선사하는 ‘신나는 독서’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추천해요.허민영|우림중학교 사서교사 학교 도서관 도서관장이자 사서교사로, 학생을 평생 독자로 기르기 위한 독서 교육 프로그램에 많은 고민과 도전을 하고 있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치유 공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바쁘고 지쳤던 일상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여름휴가에 잘 어울리는 책으로 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가상의 공간인 ‘휴남동 서점’을 무대로 하는 소설인데요. 주인공인 ‘영주’가 동네 골목에 차린 서점으로 각자 고민을 안고 있는 ‘민준’, ‘정우’, ‘민철’이 찾아오게 되면서 서로 위로받고 성장하는 이야기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답니다. 책 속의 인물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성장할 때 마음 한구석이 따스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음악을 듣거나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때 등,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의 순간들에 이 책을 더해 보길 바라요!방신영|전주시립도서관 꽃심 사서 전주시청 사서직 공무원으로 지역 서점, 북 큐레이션, 문화가 있는 날 등의 업무를 함께하고 있다.
2022.07.25
#여행의 이유
#어서오세요
#북캉스
#휴가철 필독서
전주 음식
혼자 가도, 여럿이 가도 괜찮은 골목길 술집
전라감영길 예'술'적인 골목 아지트, 디핀 'Since 1997'이라는 역사가 증명하듯, '디핀'은 지구촌 배낭여행자들의 바이블 여행 잡지 에 전주 유일의 '펍(pub)'으로 소개되었을 만큼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밤의 명소다. 모르면 찾지도 못할 만큼 작은 골목에 숨어 있는데도 24년의 세월 동안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여행객들이 이곳에 와 흔적을 남겼다. 천장까지 차지한 각기 다른 언어와 필체의 이름들, 절대 사용하지 않을 지폐들, 냅킨에 그린 그림과 폴라로이드 사진들, 그리고 여러 차례 덧씌워진 추억의 낙서들은 그 자체로 '디핀'을 구성하는 낭만 요소로 자리 잡았다. '디핀'에서 가장 특별한 건 그렇듯 '손님들'이다. 음악가, 소리꾼, 화가, 시인 등 장르를 불문한 예술인들은 종종 양해를 구하고 즉석 공연을 펼치거나 한구석에서 무심하게 그림을 그려 던지고 간다. 알고 보면 모르는 사이인 저쪽 무리 간 대화에 주제의 한계란 없다. 아!,'디핀'이 전주에 사는 외국인들의 아지트라는 것쯤은 이제 여행객들도 안단다. 서툰 영어에 아무 수줍음도 거리낌도 없어지는 까닭은 경계를 지우는 이 공간이 부리는 마법인 건지, '웨얼 아 유 프롬'으로 시작된 밤의 여정은 마음속 지구본에 임의의 좌표를 찍으며 모험처럼 이어지고, 자신도 몰랐던 사교성과 외향성을 발견한 이들로부터 세계는 말 그대로 하나, 전 지구인은 친구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 중의 누가 오직 한 잔의 위스키만을 위해 여기에 온 이였는지 굳이 기억할 필요 있을까.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4길 16-16 운영 시간 l 월~목 19:00~새벽 3:00, 금~토 19:00~새벽 4:00(일요일 휴무) 한옥마을 골목길 수제 맥주 정원, 노매딕 비어가든 전주 한옥마을에서 가장 여유로운 골목 중 하나는 향교에서 남부시장으로 넘어가는 일직선의 길이다. 붉게 저무는 하늘을 바라보며 타박타박 걷다 보면 싱그러운 테라스를 품은 '노매딕 비어가든'이 오른쪽에 나타난다. 수제 맥주로 유명한 '노매딕 양조장'의 2호점이다. 초록빛 식물들로 가득한 시원한 테라스와 구옥의 구조를 살린 내부 모두 매력적인데, 특히 바깥 테라스와 이어지는 좁고 긴 뒤편 공간은 'Eat, Pray, Love(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영화 속 발리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감성으로 여름 여행객의 취향을 저격한다. 미국인'존'사장님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수제 맥주 12가지 중 가장 유명한 건 '노매디카','글램핑'과 '한옥스테이'도 인기가 많다. 짙고 달콤한 흑맥주 맛을 즐기고 싶다면'쇼콜라틀'을 주문해보자. 8.5˚의 '어른' 맥주 맛이 강렬하게 여름 더위를 날려줄 것이다. 작년 11월에는 캔맥주 판매도 시작했다. 코로나 시국을 타파하기 위해 출시를 앞당겨 선보인 이 캔맥주들은 '테이크아웃' 전용 제품으로, 매장에서 마실 수는 없다. 맥주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오래오래 앉아 여름밤을 즐기기에 제격인 안주로는 루꼴라와 올리브, 초리조, 프로볼로네 치즈에 곡물 향이 살아 있는 호밀 크래커가 곁들여진 '살라미 플레이트'를 추천한다.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향교길 57 운영 시간 l 월~금 15:00~24:00, 토‧일 13:00~24:00 웨딩의거리에서 만나는 이태리 감성, 타볼로 '타볼로'는 이태리어로 '테이블'이다. 주인장은'홈파티'를 열듯 손님들을 자신의 식탁으로 초대해 좋은 음식과 술을 대접하겠다는 마음을 담아 웨딩의거리 일명 웨리단길 끝자락에 이곳을 차렸다. 전주의 오래된 골목이 주는 낭만을 간직한 이 길이 좋았다는 주인장은 사실 공연과 강의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현직 성악가, 제대로 'N잡러'다. 오래전부터 이런 공간을 꾸리는 게 꿈이었는데'박나래'처럼 홈바를 만들어 친구들을 초대하다가 돈을 받고 팔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고 나서야 가게를 냈다. 근처에는 일본, 중국, 멕시코 등 다양한 국적을 표방하는 술집들이 골목을 채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파란 간판과 테라스, 각양각색의 와인병으로 눈길을 끄는 '타볼로'의 경쟁력은 단연 이태리 감성이다. 혼자 오는 손님이 꽤 된다. 음악을 들으러 오는 사람도 많은데, 종이에 신청곡을 써서 건네면 틀어 준다. 무엇보다 안주가 상당히 훌륭하다. '타볼로'에서 가장 비중 있는 공간이 바로 오픈 주방 겸 바(bar)이다. 주인장은 손님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안주를 척척 만들어 낸다. 안 먹고는 못 배길 맛있는 냄새가 아담한 공간을 금세 가득 채운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지락 술찜'. 파스타 면까지 추가할 수 있는 이 메뉴는 차림새, 맛, 가성비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특별한 날 예약하면 메뉴판에 없는 와인과 코스 안주를 취향에 맞춰 준비해준다는 비밀스러운 '꿀팁'도 꼭 기억해 두자.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2길 28-19 운영 시간 l 19:00~01:00(일요일 휴무) 낭만적인 은신처, 객사길 벽돌 술집 '하버' '하버'의 청년 사장이 객사길(객리단길) 골목 끝에 이 술집을 연 건 2017년 봄. 빛바랜 벽돌이 풍기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길쭉길쭉한 유럽식 창이 어우러져 마치 영국의 정통 선술집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하버'는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이면 생일파티를 하듯 문전성시를 이룬다. 편안함과 멋스러움을 두루 갖춘 이곳의 특징을 두 가지로 압축하자면, '열림'과 '어두움'이다. 공간을 살펴보면 아주 좁고 긴 구조에 한쪽 면 전체는 바(bar)이고, 반대편 도로를 향하는 벽에는 시작부터 끝까지 긴 창이 뚫려 있으며, 벽의 거의 정중앙에 문이 있다. 그래서 창과 문을 모두 열었을 때의 개방감이 아주 특별하다. 접이식 통창을 열어 공간을 아예 터버리는 것과는 다른, 벽과 창의 반복적 배열이 선사하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여러 술집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조도로 모두를 잘생기고 예뻐 보이게 만드는 것도 '하버'만의 경쟁 전략이다. 얼마나 어둡냐면,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서 메뉴판을 봐야 할 정도다. 사장님 왈, '조금 불편해도 낭만을 추구'하는 것이 '하버'의 콘셉트란다. 하루의 피로 또는 지나친 설렘이 드러나는 얼굴과 표정을 숨기기에 이 좁고 어두운 공간은 더할 나위 없다. 혼자 오는 손님이나 2차 방문이 많아 칵테일이 인기, 안주는 나초, 하프 피자 등 가벼운 스낵류만 준비된다.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충경로 17 운영 시간 l 평일 19:00~새벽 2:00, 주말 19:00~ 새벽 3:00(연중무휴)
2021.08.24
#전주맛집
#아지트
#전라감영길
#한옥마을
#웨딩의거리
#객리단길
잘 고쳤다 이 집
오래된 집이 멕시코 요리 전문음식점으로
아이마미따
멕시코 중세도시에 살던 부부, 전주의 골목길에 반하다전주 ‘객사길’에는 작은 ‘멕시코’가 있다. 멕시코에서 6년 동안 음식으로 한국을 알려 온 이민구, 이사벨 씨 부부가 이번에는 전주에 멕시코 문화와 요리를 소개하는 음식점 ‘아이마미따’를 열었다. 직선으로 뻗은 골목 안쪽으로는 색색의 벽과 나무 문이 늘어서 있고, 머리 위에서 멕시코 전통 공예인 ‘빠뺄 삐까도(papel picado)’의 화려한 문양이 바람에 흔들리면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멕시코에서의 식당 운영은 안정적이었지만, 이민구 씨 가족은 지난 2018년 말 한국으로 돌아왔다. 올해 여섯 살이 된 아들 환희와 멕시코 사람인 아내에게 한국에 대해 알려 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 때문. 그래서 부모님이 살고 계신 전주에 자리를 잡았다. 부부가 현재의 장소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골목길’에 있다. “과나후아토(Guanajuato)라는 곳에 살았는데, 아기자기한 골목길로 이루어진 곳이었거든요. 여기에 와서 보니까 그 골목길이 떠올라서 반갑더라고요.” 이민구 씨 부부는 마당이 있고, 탁 트인 하늘이 보이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멕시코 음식은 물론, 멕시코의 문화를 알리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던 두 사람에게 두 채의 낡은 집은 새로운 꿈을 담는 그릇이 되었다. 실내에 전시된 멕시코 작가의 인물사진과 민속품들도 매력적이지만, 마당에 설치한 여우, 원숭이, 토끼 등 다양한 색깔의 조형 작품을 창문을 통해서 보는 즐거움도 크다. 이민구 씨는 “원래 오랫동안 주택으로 쓰였기 때문에 내부만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을 수 있도록 바꾸고, 외관이나 뼈대는 그대로예요. 대들보나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던 흔적도 남아 있죠.”라고 말한다. 한국인 남편과 멕시코인 아내가 만드는 음식과 이야기스물세 살에 여행자로 멕시코에 갔다가 한식당까지 열게 되었다는 이민구 씨. 영화 같은 그의 이야기는 아내인 이사벨 씨를 만나 더 영화 같아졌다. 지인의 생일 파티에서 아내인 이사벨 씨를 만나게 되었고, 식당을 운영하는 동업자로, 인생을 여행하는 동반자로 함께하고 있다. 대대로 축산업을 해온 까바소스 가문의 딸인 그녀는 현지에서 공수한 재료와 가문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통 조리법을 활용해 멕시코 음식을 선보인다. 미역국과 장조림, 김치를 특히 좋아하는 아사벨 씨는 막걸리와 모주 같은 전통 술도 무척이나 사랑한다. 이들 부부는 새로 뿌리내린 전주에서 매일 즐거운 상상을 한다. “얼마 전엔 환갑을 맞은 분께서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하시기도 했고요. 88세 어르신이 오셔서 음식을 맛보시고 즐거워하셨어요. 멕시코 음식과 분위기를 즐기시는 모습을 보는 게 저희의 기쁨이죠. 커피 한 잔을 마셔도 편안한 대화 속에서 오래 머물다 가고 싶은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이마미따주소 |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1길 46-7문의 | 063-282-1585이용시간 | 화~목 11시 30분~24시, 금~일 11시 30분~새벽 2시
2020.10.16
#멕시코
#객사길
#멕시코요리
전주 밖 전북
전주에서 군산까지
사라지는 것들 너머 사라짐에 귀 기울이다
근대와 현재라는 두 겹의 군산 시간여행 채만식의 소설 〈탁류〉는 군산의 근대상을 잘 보여 주는 소설이다. 주인공 가족이 처음 군산에 발을 내딛게 되는 째보선창은 군산에서도 가장 분주하고 생기 넘치는 지역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지금은 이지러진 건물들만이 탁한 서해를 마주하고 일렬로 늘어서 있다. 바다만 아니라면 강원도 어느 폐광 마을을 떠올렸을 것이다. 기계 부품과 공구를 파는 가게들 그리고 몇몇 식당만이 지난 시절을 간신히 이어주고 있다. 째보선창은 금강의 지류가 바다로 트이면서 Y 자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그 지역 상권을 쥐고 있던 객주가 째보(언청이)였다는 말도 있지만, 어쩌면 둘 다였을지도 모르겠다. 일제가 그 지역에 부두와 어시장을 조성하고 배들이 정박하기 좋게 뜬다리 부두를 설치했다. 부둣가에 일렬로 서서 세월을 견디고 있는 건물들 뒤로는 바다와 나란히 놓인 철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면 금세 군산내항이다. 그 일대는 장미동(藏米洞)인데, 장미꽃 같다 해서 장미동은 아니고, 일본으로 실어 갈 쌀들을 가득 쌓아 두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구 조선은행 건물이다. 1923년 건립 당시에는 군산에서 가장 높았던 건물이다. 높은 층고로 과시적인 위용을 드러내는 이 건물은 근대사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군산항을 통해서 일본으로 반출되는 쌀의 대금과 농지 수탈을 위한 대출이 주요 업무였다. 1981년부터는 개인 소유가 되어 예식장으로 사용되다가 나이트클럽이 들어서기도 했다. 지금은 복원 작업을 거쳐 근대건축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바로 곁에 자리 잡은 붉은 건물은 옛 군산세관이다. 대한제국 때인 1908년, 벨기에산 붉은 벽돌과 화강암으로 마감된 우아한 건물이다. 서울역사, 한국은행 본점과 함께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로 꼽힌다. 장미꽃 담장이 어울릴 만한 이 붉은 건물에서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관세행정 및 경제수탈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참 수탈이 극에 달했을 때는, 세관 창고와 근처 여기저기 20만 가마 이상의 쌀가마니가 쌓여 있었다 한다.장미동 너머 신흥동에는 일본인들이 살던 고급스러운 적산가옥들이 모여 있고, 근처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가 있다. 팔작지붕 홑처마 지붕이 급경사를 이루는 대웅전과 복도로 연결된 요사채는 모든 재료를 일본에서 공수해 에도시대 건축양식에 따라 지었는데, 대들보는 백두산 금강송을 사용했다. 절 뒤편에는 창건 때부터 조성된 대숲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산 맹종죽이라 더욱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그곳에서 다시 월명산과 신흥동 일대를 천천히 걷다 보면 군산이란 곳은 어쩌면 지난 시간을 꽉 움켜쥐고 있다가 천천히 풀어내는 곳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밀려오는 근대의 분위기 속에서 여정은 다시 전주로 이어진다. 근대문화, 전주 안에 있는 또 다른 전주전주에는 군산의 수탈상과는 또 다른 모습의 근대 건축물들이 남아 있다. 전주 웨딩의거리와 차이나타운 일대에는 일제 강점기 ‘박다옥’이라는 우동집과 중국인 포목상점 건물이 있고, 서문교회의 한옥 종각이 남아 있다. 다들 지척이라 여유 있게 산책할 수 있다. ‘박다옥’은 일본인 상업지역에 들어선 우동집으로, 전주에 처음 생긴 대형 일식집이었다. 중앙 현관 맨 윗부분은 페디먼트(pediment, 고전 건축에서 기둥으로 받쳐진 지붕이 있는 현관) 양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고대 그리스 건축물에 많이 사용되던 삼각형 장식이 이채롭다. 중국인 포목상점으로 사용되던 건물은 전주 전동성당 건축에 참여했던 중국인 벽돌공들이 지었다고 한다. 출입구 상부에 삼각형 박공을 두었는데, 상하이의 전통적인 비단 상점을 따라 지었다고 한다. 현재는 건물 한쪽에 옛날식 이발소가 들어서 있다. 서문교회에서 다가교를 건너 왼쪽 언덕길로 접어들면 구 예수병원 건물(현 엠마오사랑병원)이 있고, 그 위로 가면 선교묘역과 선교사들이 마을을 이루어 살던 곳을 만날 수 있다. 1892년 일곱 명의 젊은 선교 지망생이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로 임명되어 한국에 왔다. 호남 선교의 거점인 전주 중화산동 일대에는 그 흔적들이 많다. 담쟁이덩굴로 가득 덮인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인 구 예수병원은 1912년에 지었다가 화재로 소실되고 1936년에 새로 지어졌다. 세브란스의 전신인 광혜원에 이은 국내 두 번째의 근대적 병원이다. 원래 이름은 건축 비용을 댄 미국 교인 이름을 따서 매코완 기념병원으로 불렸으나 사람들은 야소 병원으로 더 많이 불렀다고 한다. 한자로는 예수를 야소(耶蔬)라고 적는데 사람들이 쉽게 부르던 그 이름이 공식 명칭이 되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조금 더 언덕을 오르면 선교묘역과 선교사촌이 나온다. 선교사들이 사용하던 물탱크 창고와 숙소로 쓰던 몇몇 건물들이 여전히 남아 있고 또 몇은 개축되어 있다. 먼 이국의 땅에서 깊은 신앙심으로 한국인에게 의료봉사를 하며 삶을 마감했던 이들의 생은 또 어떤 것이었을까. 이곳은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전주에서 이국적인 느낌이 그 어디보다 물씬 풍기는 동네다. 전주 안에 있는 또 다른 전주라 할 만하다. 이 길을 걷다 보면 과거와 오늘의 경계가 흩어지며, 시간은 담쟁이 잎들처럼 물들고 떨어지고 한다. 인생이 무상하다고 흔히들 되뇌지만, 무상이란 말은 글자 그대로 항상이지 않다는 말이니, 사라짐은 이미 우리 생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삶의 내용일지 모르겠다. 가을이 깊어지면 호젓하게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구 예수병원을 가득 덮고 있는 담쟁이덩굴이 붉게 물들면 다시 찾아가 보고 싶다. 지구의 자전 소리처럼 들리지 않는 ‘사라짐의 소리’가 있다면 이곳 어딘가에서 들려올 듯도 하다. 글 유성용│여행생활자 전주에서 태어나 세계를 떠돌다가, 최근 동고사 아래 작은 헌 집을 고쳐 살고 있다. EBS 세계 테마기행, KBS 영상 앨범 등에서 캄차카, 부탄, 칸첸중가, 멕시코, 중앙 안데스 등 세계의 오지들을 소개했다. 저서로는 , , 등이 있다.
2020.09.23
#근대문화유산
#시간여행
전주밥상
외국인이 운영하거나, 외국인이 사랑하는 전주 맛집
세상에 수많은 행복이 있다지만 ‘먹는 행복’만큼 몸과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게 있을까. 그 지역만의 특색 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해외여행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만, 요즘 같은 시절엔 엄두도 못 낼 일. 이런 식도락 여행자들에게 추천한다. 현지에서 직접 공수한 재료들로 외국인이 직접 만드는 전주의 글로벌 맛집들. 가까이 있어서 찾아가기 쉽고, 이색적이어서 자랑하기 좋고, 여행 떠나온 듯 기분 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여권은 필요 없다! 마음과 시간, 버스 비만 있다면 충분하다! 100년을 지켜온 멕시코 가문의 비법 아이마미따 한국인 남편보다 콩나물국밥과 모주를 더 사랑하는 멕시코인 ‘이사벨 카바소스’ 씨와 멕시코인 부인보다 또르띠아 쌈을 더 사랑하는 한국인 이민구 씨 부부가 운영하는 객사길(객리단길) 멕시코 정통음식점 ‘아이마미따’. 디즈니 에니메이션 ‘코코’의 배경지인 멕시코 과나후아토 출신의 이사벨 씨가 현지에서 공수해 오는 재료들로 10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카바소스’ 가문의 레시피를 선보인다. 퀘사디아, 타코스, 또르디아 등 멕시코 정통 가정식이 인기 메뉴로 부부가 직접 꾸민 멕시코풍 인테리어와 사진, 소품 장식들 덕분에 현지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1길 46-7 영업시간 l 11:30~22:00(매주 월요일 휴무) 문의 l 063-282-1585 50년 전통의 중화요리 전문점 진미반점 간판부터 입구까지 붉은 장식의 중국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전주 물짜장의 원조. 1969년 오픈 이래 50년 넘게 전주 웨딩의거리를 지켜온 진미반점은 이 골목의 터줏대감이자 전주 중화요리점의 지존이다. 화교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50년 넘는 역사만큼 충성도 높은 단골고객도 수두룩하다. 젊은 시절부터 다니던 단골들이 흰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중년이 되어 아들 손주 며느리와 함께 찾는 대를 잇는 찾아가는 식당이기도 하다. 걸쭉한 수프 느낌의 소스에 해산물과 채소가 골고루 어우러진 물짜장과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고소한 중국 냉면이 별미로 꼽힌다.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3길 12-3 영업시간 l 10:00 – 21:00(매주 월요일 휴무) 문의 l 063-284-4218 눈·코·입을 즐겁게 하는 인도 요리 마살라 코끝을 자극하는 진한 카레 향이 미각부터 후각까지 온몸을 자극하는 인도 요리 전문점 ‘마실라’. 그동안 한옥마을 맛집으로 사랑받던 ‘마살라’는 중화산동으로 가게를 옮기면서 중화산동 맛집으로 또 한 번 거듭나고 있다. 채소와 닭고기를 꼬치에 끼워 인도 특유의 향신료를 제대로 가미한 탄두리 정식은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시금치부터 새우까지 10여 가지의 다양한 커리는 입맛대로 골라 먹는 즐거움을 준다. 쫀득한 식감에 뜯어 먹는 맛이 매력적인 난과 인도 전통 음료 라씨는 어린이, 여성 고객들에게 특히 인기. 맨손으로 먹는 인도 요리는 부담스럽지만, 제대로 된 인도 요리를 한번 맛보고 싶다면 이곳에 들러보자.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영선로 10 영업시간 l 12:00~21:00(매주 월요일 휴무) 문의 l 063-286-1226 미국인 사장이 만든 수제 맥주 끝판왕 노매딕 브루잉 컴퍼니 여행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당신이라면, 전주에서는 수제 맥주로 가장 핫한 노매딕 브루잉 컴퍼니에 꼭 들르시라. 이곳은 객사길과 쌍벽을 이루며 숨은 맛집들로 채워지고 있는 전라감영길에 구수하고 톡 쏘는 홉의 향기로 유혹하는 수제 맥주 양조장이다. 미국인 사장과 한국인 아내가 함께 운영하는 이곳엔 이렇다 할 간판도 없지만, 직접 만든 맥주와 갓 구워낸 피자를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로 매일 밤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부드러운 크림 에일부터 인디아 브라운 에일, 임페리얼 레드 에일 등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맛보면, 수제맥주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네 가지 중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선택이 어렵다면 네 가지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샘플러를 통해 자신에게 꼭 맞는 맥주를 고를 수 있을 수 있다. 질 좋고 맛있는 수제맥주와 함께 얇은 도우와 풍성한 토핑의 수제 피자도 인기 아이템. 양조 시설 사이에 놓인 긴 테이블에 앉아 친구와 함께 피맥을 먹고 싶다면 강력 추천!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3길 12-10 영업시간 l 17:00~24:00(매주 월, 화 휴무) 문의 l 063-902-3924
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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