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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동문거리가 예술로 물들다, 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
예술, 공간에 새 숨을 불어넣는다'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가 진행되는 동문예술거리 헌책방 '한가네 서점'. 전주시 미래유산이기도 한 서점 앞 '한가네 서점×고형숙'이라 쓰인 작은 입간판이 존재감을 뽐낸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수북이 쌓인 책들 사이사이 자리한 고형숙 작가의 등 작품이 눈에 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창작소극장'에서는 김범준 작가의 유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범준 작가는 눈에 보이는 '산'과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의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유화 물감을 투명하게 덧칠하는 회화 기법을 사용했다. 문화예술공간 '동문창창'도 마찬가지다. 이봉금 작가의 한국화 이 전시되는 '동문창창'은 회색빛 도시로 날아든 파랑새처럼 매혹적이다. 알록달록한 외관이 눈에 띄는 '스타커피'는 또 어떤가. 디지털 페인팅 기법을 주로 하는 최은우 작가의 형형색색 작품들이 마치 가게에 원래 있던 그림처럼 자연스럽다. '성 미양복점'이라는 간판을 떼지 않은 술집 '소설'은 이주리 작가의 작품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영업 중인 가게에 걸린 작품들이 가게나 공간과의 '상생'을 보여 준다면, 빈 점포의 작품들은 비어 있는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태양정육점' 서완호 작가의 작품은 옛 가게들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그림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웅상회' 이창훈 작가와 '㈜금양' 유대수 작가의 조형물과 판화는 묵직한 울림을 안겨 준다. 그 울림이 빈 가게를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정동유리샷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한다. 벽면을 가득 채운 여러 직업군의 사람들이 가게 안에 온기를 더한다. '헤레나플라워' 2층에서는 '개'의 얼굴에 다양한 형상을 한 사람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중간중간 꽃, 풀이 배경인 그림들이 이곳이 꽃집 위 가게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처럼 총 열 곳, 열 명의 작가들은 각각의 공간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의 의미를 명확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일상과 예술의 공존을 보여 준다'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상인과 예술인, 그리고 동문예술거리 주민들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가장 전주다운 시도이다. 예술인들은 작품 보관을 위한 수장고가 필요했고, 동문예술거리 상인들 역시 코로나19 장기화에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영업 중인 가게와 공간, 빈 점포를 예술인들을 위한 수장고 겸 갤러리, 예술 작품 판매점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전주시가 예술인들에게 작품 대여료도 지원하니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상인들 역시 가게 홍보와 예술 작품을 활용한 인테리어 효과까지 볼 수 있었다. 소정의 임차료까지 지원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코로나19라는 시대적 배경 또한 이번 프로젝트를 시행해야만 하는 이유가 됐다. 사기가 침체된 소상공인들에게 작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획의 시발점이 된 셈이다. 장소는 동문예술거리 일대와 동부시장 일대의 원도심 가게로 집중했다.작가 선정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지역에서 꾸준히 작업하는 원로와 중견 작가들로 구성된 선배 그룹과 새롭게 삶의 터전을 잡아가는 청년 예술인들이 그들이다. 그룹은 나뉘었지만, 동문예술거리에 대한 이들의 마음은 하나였다. 깊은 애정과 애틋함이 그것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찾아 취지를 설명했다. 그렇게 선정된 열 명의 작가들 작품을 열 곳의 점포에 전시하게 됐다. 구도심과 동문예술거리 가게들의 옛 모습을 그려 온 서완호 작가는 이 프로젝트가 마냥 신기하고 반갑다.“대학 졸업 후 동문예술거리에 첫 작업실을 얻었거든요. 지역 예술가 중 이곳을 거치지 않은 이들은 없을 겁니다. 언젠가 이곳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참여하게 됐습니다.”각 가게에는 운영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 가게와 어우러지는 작품들을 배치했다. 가게들이 지닌 역사성과 예술가들의 예술적 가치와 철학, 그리고 색깔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부디 '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 프로젝트가 동문예술거리에 활기를 불어넣는 걸 넘어, 일상과 예술은 공존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전주 어디서라도 예술을 마주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 일시 | ~9. 30.(목) 11:00~17:00 장소 | 동문예술거리 및 동부시장 일원 문의 | 문화적 도시재생 인디(063-287-1141)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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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새벽 4시
새벽 4시, 숲의 향기 속으로
새벽 숲은 여름날 특별한 하루를 시작하기에 더없이 근사한 공간이다. 아직 세상이 적막한 시간, 문득 잠이 달아났다면 새벽 숲에 오르자. 건지산 울울한 편백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차가운 새벽을 걷는다. 막 잠에서 깨어난 새소리에 박자를 맞춰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가슴 가득 숲 내음이 차오르고, 숲처럼 싱그러운 하루가 시작된다.전주의 새벽 5시아침을 깨우는 시장, 도깨비시장알뜰하고 부지런한 전주 어머니들의 단골 시장인 남부시장 도깨비시장. 여름이면 더욱 이른 시간부터 상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손수레 소리가 새벽을 깨우고 공터가 장사하려는 이들로 조금씩 채워지면서 도깨비시장에 활기가 감돈다. 새벽 5시, 나란히 열을 맞춘 찰옥수수와 대파가 손님 맞을 준비를 마쳤고, 갓 튀겨 낸 고소한 어묵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제는 손님이 등장할 차례. 시간이 지나면서 시나브로 손님이 늘어나 오가는 길목이 정체된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하나 먹어 봐도 돼요. 잡숴 봐. 진짜 달아. 내가 새벽에 따온 거야.”, 목청을 높이는 상인들이다. 그 목소리에 발길이 잡히면 어느새 양손이 무거워진다. 싸고 싱싱한 재료로 건강한 아침 한상을 차리고 싶다면, 꼭 남부시장 도깨비시장에 들러 보자.색다른 아침명상으로 시작하는 하루일요일엔 좀 더 색다르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동문거리에 있는 예술공간 '동문창창'에서 새벽 5시 가 열리기 때문. 대금과 콘트라베이스의 편안한 선율이 50분 동안 반복되면서 공간을 가득 채운다. 새벽이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온전히 나에게 빠질 수 있어 좋다. 8월 22일과 9월 12일에도 사전 예약을 하면 참여할 수 있으니, 나에게 집중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말자.주소 l 전주시 완산구 동문길 92 문의 l 동문창창(010-9026-4344)
2021.07.22
#새벽숲
#도깨비시장
#남부시장
잘 고쳤다 이 집
예술로 전주를 창창하게, 공간 동문창창
한옥 ‘광복당’과 양옥 ‘창창’이 하나로동문길 삼양다방과 왱이집 사이, 조붓한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누구나 눈이 환해지면서 감탄을 뱉어낸다. 은은한 기품을 품은,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공간 동문창창’을 만날 수 있기 때문. 이곳은 오래된 한옥과 아담한 양옥이 너른 마당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어 더 멋스럽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동문창창’의 혜안에 한 번 더 감탄하게 되는 이유다.‘동문창창’은 동문길에 위치한 ‘창창’이라는 뜻이다. 창창은 두 가지의 의미를 지니는데 하나는 ‘부를 창(唱)’에, ‘번성할 창(昌)’으로 소리가 번성한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푸를 창(蒼)’에 ‘푸를 창’으로 앞길이 환하다는 뜻이다. 얼마 전까지 이곳에는 무성한 수풀과 잡초, 먼지만 가득했다. ‘동문창창’의 송봉금 대표가 손수 칠을 하고 기름을 먹이고 닦고 정성을 쏟으니 한옥은 멋스러운 옛 모습을 드러내며 반짝반짝 빛을 냈다. 낡고 허름한 곳에 사랑을 쏟으며 애지중지하니 귀하고 아름다운 한옥으로 변모한 셈. 한옥과 어울리도록 정성을 들인 양옥 역시 은은하다. 나란히 선 한옥과 양옥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문창창’의 한옥과 양옥은 이름도 각각 있다. 한옥은 1945년 광복둥이로 태어났으므로 예전부터 불리던 ‘광복당’을 이름으로 붙였고, 양옥 이름은 ‘창창’으로 송봉금 대표가 직접 지어 붙였다. 나라를 찾은 광명과 환희를 고스란히 짊어진 광복당과 양옥 창창. 이곳은 소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통예술을 부르고 널리 알리는 작은 공연장이자 학업의 공간으로, 또한, 동문거리의 창창한 날들을 만들어가는 플랫폼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따뜻한 공간이 될 것이다. 소리를 잇고 사람을 잇는 공간으로 ‘동문창창’의 한옥 ‘광복당’에 발을 디디면 환하게 트인 공간과 먼저 만난다. 너르면서도 좁지 아니하고 한옥의 정감이 물씬 묻어나온다. 천장 서까래의 방향이 구불구불하면서도 곱고, 고우면서도 강직하다. 한옥과 소리는 닮았다. 한옥의 기품에 물씬 빠져들 무렵, 한편에 자리 잡은 다락방이 앙증맞으면서 색동저고리처럼 화려하다. ‘광복당’의 매력은 너른 공간과 그 공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다락방에 있다. 곳곳에 오래전 집을 지은 도편수의 손길과 닦고 매만진 송봉금 대표의 손길이 아른거리는 듯하다.‘동문창창’을 꾸리는 송봉금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인 곳은 공간과 공간을 잇는 마당이란다. 판소리에서 말하는 ‘판’을 꾸릴 곳인 마당은 소리와 소리를 잇고 사람과 사람을 이을 공간이기에 정성을 다했단다. 그러기에 송봉금 대표의 많은 고민이 함께 녹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청명한 하늘 아래 너른 마당, 명창의 소리와 그 소리에 귀가 트인 사람들이 왁자지껄 추임새를 넣는 ‘동문창창’.“허름하고 초라한 공간도 주인이 사랑을 쏟으면 귀하고 아름답게 되는 것처럼 ‘동문창창’도 전주 사람들이 아름다운 공간으로 빚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송봉금 대표의 바람이 소리의 한 자락처럼 ‘광복당’을 지나 마당을 ‘창창’하게 흐르고 있었다. 동문창창주소|전주시 완산구 동문길 92-1
2021.01.22
#소리꾼
#동문창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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