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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고쳤다 이 집

예술로 전주를 창창하게, 공간 동문창창

2021.02
서까래 따라 찬찬히 눈길을 움직이다 보면 처마에 걸린 하얀 구름이 보이고 마루 결을 손끝으로 따라가면 너른 마당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쩌다 너른 마당에 옹골진 소리 품은 소리꾼이라도 들인다면 마당은 품 넓은 무대가 되고 이야기판이 되고 기쁨과 슬픔이 오가는 사랑방이 된다. 귀를 환하게 틔우던 소리를 다시 우리의 일상에 올리기 위해 오래된한옥의 마당을 활짝 열어젖힌 곳이 있다. 동문길에 새로 문을 연 공간 ‘동문창창’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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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광복당’과 양옥 ‘창창’이 하나로
동문길 삼양다방과 왱이집 사이, 조붓한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누구나 눈이 환해지면서 감탄을 뱉어낸다. 은은한 기품을 품은,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공간 동문창창’을 만날 수 있기 때문. 이곳은 오래된 한옥과 아담한 양옥이 너른 마당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어 더 멋스럽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동문창창’의 혜안에 한 번 더 감탄하게 되는 이유다.
‘동문창창’은 동문길에 위치한 ‘창창’이라는 뜻이다. 창창은 두 가지의 의미를 지니는데 하나는 ‘부를 창(唱)’에, ‘번성할 창(昌)’으로 소리가 번성한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푸를 창(蒼)’에 ‘푸를 창’으로 앞길이 환하다는 뜻이다. 얼마 전까지 이곳에는 무성한 수풀과 잡초, 먼지만 가득했다. ‘동문창창’의 송봉금 대표가 손수 칠을 하고 기름을 먹이고 닦고 정성을 쏟으니 한옥은 멋스러운 옛 모습을 드러내며 반짝반짝 빛을 냈다. 낡고 허름한 곳에 사랑을 쏟으며 애지중지하니 귀하고 아름다운 한옥으로 변모한 셈. 한옥과 어울리도록 정성을 들인 양옥 역시 은은하다. 나란히 선 한옥과 양옥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문창창’의 한옥과 양옥은 이름도 각각 있다. 한옥은 1945년 광복둥이로 태어났으므로 예전부터 불리던 ‘광복당’을 이름으로 붙였고, 양옥 이름은 ‘창창’으로 송봉금 대표가 직접 지어 붙였다. 나라를 찾은 광명과 환희를 고스란히 짊어진 광복당과 양옥 창창. 이곳은 소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통예술을 부르고 널리 알리는 작은 공연장이자 학업의 공간으로, 또한, 동문거리의 창창한 날들을 만들어가는 플랫폼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따뜻한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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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잇고 사람을 잇는 공간으로
‘동문창창’의 한옥 ‘광복당’에 발을 디디면 환하게 트인 공간과 먼저 만난다. 너르면서도 좁지 아니하고 한옥의 정감이 물씬 묻어나온다. 천장 서까래의 방향이 구불구불하면서도 곱고, 고우면서도 강직하다. 한옥과 소리는 닮았다. 한옥의 기품에 물씬 빠져들 무렵, 한편에 자리 잡은 다락방이 앙증맞으면서 색동저고리처럼 화려하다. ‘광복당’의 매력은 너른 공간과 그 공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다락방에 있다. 곳곳에 오래전 집을 지은 도편수의 손길과 닦고 매만진 송봉금 대표의 손길이 아른거리는 듯하다.
‘동문창창’을 꾸리는 송봉금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인 곳은 공간과 공간을 잇는 마당이란다. 판소리에서 말하는 ‘판’을 꾸릴 곳인 마당은 소리와 소리를 잇고 사람과 사람을 이을 공간이기에 정성을 다했단다. 그러기에 송봉금 대표의 많은 고민이 함께 녹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청명한 하늘 아래 너른 마당, 명창의 소리와 그 소리에 귀가 트인 사람들이 왁자지껄 추임새를 넣는 ‘동문창창’.
“허름하고 초라한 공간도 주인이 사랑을 쏟으면 귀하고 아름답게 되는 것처럼 ‘동문창창’도 전주 사람들이 아름다운 공간으로 빚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송봉금 대표의 바람이 소리의 한 자락처럼 ‘광복당’을 지나 마당을 ‘창창’하게 흐르고 있었다.


동문창창
주소|전주시 완산구 동문길 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