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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어쩌다 학교, 어쩌다 놀이터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니 초록빛 싹이 움트고, 얼었던 개울물이 봄이 왔다며 재잘거린다. 자연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그 기운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 추위로 움츠렸던 몸이 봄볕에 들썩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몸과 마음을 채우는 특별한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전주의 3월은 무언가를 배우기에 제격이다. 덕진동에서 인후동으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야호학교’가 3월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13~18세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놀고, 쉬며 배울 수 있는 학교 밖 배움터인 ‘야호학교’는 예전보다 공간이 더 커지고 넓어져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하며 자립심을 키운다. ‘책이 있는 도서관’에서 ‘책도 있는 놀이터’로 변신한 삼천도서관. 리모델링을 통해 ‘책 놀이터’로 바뀐 삼천도서관에 대한 아이들과 부모들의 반응이 뜨겁다. 신발을 벗고 자유롭게 뛰놀며 책도 읽고, 미끄럼틀도 타는 시끌벅적한 도서관이다.어린이와 청소년이 덕진공원 숲에서 맘껏 놀고 주도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맘껏숲’과 ‘맘껏하우스’도 빼놓을 수 없다. 덕진공원 옛 수영장 부지에 터를 잡은 이곳은 모래 놀이터와 트리하우스, 매달리기 밧줄 등이 있어 아이들이 맘껏 뛰고 구르며 놀 수 있다. 실내 공간인 ‘맘껏하우스’에서는 책을 읽으며 잠시 휴식도 취할 수 있다. 마을 교육 환경 개선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고, 아이들이 학교와 마을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온고을교육공동체사회적협동조합’의 발걸음도 새봄을 맞아 한층 빨라졌다.화사한 꽃과 따스한 햇볕이 만물을 채우는 봄, 책과 자연으로 잘 차려 놓은 ‘배움’이라는 밥상을 만끽해 보자. 아이는 아이답게, 청소년은 청소년답게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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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쉬고, 배우는 책 놀이터 ‘삼천도서관’
‘맹꽁이네’에서 책 읽고 미끄럼틀도 타고리모델링 전 모습이라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신박한 변신에 성공한 삼천도서관은 층별 또렷한 특징을 보여 준다.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알록달록한 책이 꽂힌 전시 서가가 눈에 띈다. 1층부터 3층까지 자리한 북 큐레이션 공간이다. 1층은 색깔 책 북 큐레이션, 팝업북 북 큐레이션으로 빨강, 노랑, 초록의 색깔별 책들과 팝업북들을 전시했다. 출입구 옆에 시원하게 자리한 안내데스크는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줄 것만 같다. 안내데스크 옆으로는 아이들의 즐거운 책 놀이터인 ‘맹꽁이네’가 자리한다. ‘맹꽁이네’라는 재미난 이름은 삼천도서관 인근 거마공원 저수지에 서식 중인 맹꽁이에서 따 왔다.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꾸며진 1층 중앙에 플렌테리어(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가 더해진 신조어)를 활용해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더했다. 원형 서가와 곡선형 계단은 부드럽고도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이들은 계단에 걸터앉아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중간중간 자리한 오두막과 나무집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딱딱한 의자 대신 곳곳에 놓인 분홍색, 하늘색, 연두색 등의 코끼리 모양 의자와 둥글둥글한 소파도 자유롭게 책을 읽기에 좋다. 아늑한 ‘맹꽁이네’에서라면 책도 술술 읽히고, 창의력과 상상력도 샘솟을 것만같다.중앙의 미끄럼틀은 지하 1층 정글짐 소극장으로 가는 재미난 통로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면 마치 작은 공연장 같은 정글짐 소극장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스크린과 음향시설을 갖춰 인형극, 모래예술(샌드아트) 등의 공연과 영상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아쉽게도 미끄럼틀과 소극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 이용할 수 있다.창가에 앉아 공부하고, 음식 콘텐츠도 만나고‘맹꽁이네’에서 전시 서가를 지나면 유아 자료실 ‘반딧불이네’가 나온다. 유아들을 위한 공간답게 좌식으로 꾸며져 엄마도, 아이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책장 위 다양한 소품, 구름과 헬리콥터를 활용한 조명 등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반딧불이네’ 맞은편으로는 장애인 일자리 카페 ‘아이갓에브리씽(I got everything)’이 들어올 예정이다.2층과 3층은 청소년과 어른들을 위한 공간이다. 기존 자유열람실이었던 2층은 신간 도서와 전시 서가가 자리한 ‘책뜰’과 종합자료실인 ‘책그루터기’, 동아리방 ‘작당 모의’로 구성됐다. 2층 전시 서가에서는 세계 요리를 담은 15종의 책을 만나볼 수 있다. ‘책그루터기’ 역시 1층과 마찬가지로 원형 서가가 들어서 있다. 개방형 창의도서관답게 문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원형 서가 사이에 문이 없는 통로를 만들어 각 공간을 자연스럽게 구분했다. 통로를 지나니 도서관 속 카페 같은 새로운 공간이 나온다. 기다란 곡선형 책상과 창가 쪽의 바(bar) 형태 책상 앞에 앉아 자유롭게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딱딱하고 답답한 기존의 열람실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중간중간 비밀 공간처럼 자리한 커다란 ‘큐브 서가’가공간에 재미를 더한다.3층은 휴식 공간인 ‘쉼뜰’과 열람 공간 ‘책너머’가 자리한다. ‘책너머’에 들어서니 흔히 볼 수 없는 독립출판물과 정기간행물을 전시한 전시 서가가 반긴다. ‘책너머’ 에는 큐브형 스터디룸이 자리하고 있다. 스터디룸 사이에는 소파를 배치해 아늑하고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스터디룸을 나와 통로형 서가를 지나면 열람 공간인 ‘책너머’가 나온다. ‘책너머’는 스터디룸이 자리해선지 다소 진지한 분위기다. 하지만 창으로 둘러싸여 있는 공간과 자리마다 놓인 화사한 조명 덕에 도서관 특유의 답답한 공기는 느껴지지 않는다.삼천도서관은 음식특화도서관답게 음식 관련 콘텐츠들도 준비돼 있다. ‘맛있는 책, 달콤한 도서관’을 주제로 음식 특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상황이 하루빨리 안정돼서 보다 많은 이들이 삼천도서관을 찾아 책과 함께 놀고, 쉬고, 배우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전주시립 삼천도서관주소 | 전주시 완산구 용리로 107문의 | 063-281-6464
#책 놀이터
#맹꽁이네
#큐브 서가
#책너머
숲에서 놀며 배워요, 맘껏숲·맘껏하우스
자유롭게 뛰고 구르다, 맘껏숲전주 덕진공원 정문에서 연화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울창한 숲이 반긴다. 그 모습이 흡사 공원 속 비밀의 숲과 같다. 아이들을 위한 숲 놀이터, 야호 ‘맘껏숲’이다. 이곳은 덕진공원 옛 수영장 부지에 아동 친화 도시 전주시와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함께 조성한 특별한 놀이 공간이다.맘껏숲은 크게 청소년과 어린이가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구분된다. 맘껏숲 입구에 자리한 ‘청소년 친화 구역’은 청소년이 자연 속에서 놀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잔디마당과 황토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아지트에서 쉬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도 마음도 편안해질 것만 같다.아이들이 직접 디자인과 제작에 참여한 아지트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생각이 엿보이는 공간이다.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네모난 나무 상자 모양의 남학생 아지트와 계단과 지붕까지 갖춘 작은 집 모양의 여학생 아지트가 흥미롭다.숲 한쪽에 나무를 기둥 삼아 지어진 오두막에 오르니 맘껏숲과 덕진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황토마당 앞 슬라이딩 가벽은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 준다. 개방형 구조로 슬라이딩 벽을 밀면 덕진연못 풍경을 액자 속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다. 커다란 칠판에 그림을 그려도 좋고, 거울 벽 앞에서 춤추는 모습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이 가벽은 어린이나 청소년 누구라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청소년 친화 구역’ 끝에 조성된 잔디 구릉을 따라 걷다 보면 아이들만의 놀이터가 나온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고 구르며 노는 ‘아동 친화 공간’이다. 미끄럼틀, 모래 놀이터, 무지개 다리, 매달리기 밧줄 등 몸을 활용해 역동적인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잔디 구릉에서 시작된 물길이 놀이터로 이어지며 조성된 물덤벙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그저 발만 담가도 좋고, 물속을 첨벙거리며 뛰어다녀도 좋다. 이렇듯 맘껏숲 놀이터는 그 어떤 규칙도 제재도 없다.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맘껏숲 놀이터니까 말이다. 엄마에게도 휴식이 필요해, 맘껏하우스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이 잘 놀고 있는지, 행여 위험한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걱정되는 게 엄마 마음이다. ‘맘껏하우스’는 그러한 마음을 담아 만들어진 공간이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맘껏하우스’다. 물론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자리한 만큼 아이들이 놀거나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총 2층으로 이뤄진 맘껏하우스는 겉모습부터 여느 건물과는 다른 모습이다. 차가운 콘크리트 외벽이 아닌 나무로 한줄 한줄 이은 듯한 겉모습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나무 사이사이로 난 공간 덕에 햇살과 바람을 온전히 품는 것도 맘껏하우스만의 특징이다.1층은 휴게 공간과 수유실, 사무실로 구성돼 있다. 휴게 공간인 맘카페는 말 그대로 카페처럼 커다란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카페에 온 것처럼 쉬기도 하고, 통유리 창을 통해 맘껏숲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지켜볼 수도 있다. 벽면의 책꽂이에는 아이들이 잠시 쉬며 읽을 수 있는 책들도 마련돼 있다. 2층은 다락방처럼 아늑하고도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계단식 의자에 앉아 쉬거나 책을 읽거나 창밖을 감상하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 문을 열고 나가면 전망대 겸 놀이 공간이 펼쳐진다. 외부 공간이지만, 나무틀로 감싸고 있어 아늑한 느낌이 든다. 이곳은 맘껏숲과 저 멀리 덕진호수를 감상하는 즐거움, 나무 틈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아래에서 신나게 노는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다. 놀이 공간을 지나면 맘껏숲 놀이터로 이어지는 무지개다리가 연결된다. 아이들이 맘껏숲과 맘껏하우스를 편하게 오가며 놀 수 있게 한 배려가 엿보인다.햇살도 바람도 온기를 잔뜩 머금은 봄날, 맘껏숲에서 겨우내 웅크린 몸을 활짝 펴고 뛰놀다 보면 몸도 마음도 쑥쑥 자랄것만 같다. 아이도, 엄마도 행복한 맘껏하우스에서 한숨 고르는 것도 잊지 말 것. 이 좋은 봄날, 맘껏숲과 맘껏하우스로 봄 소풍을 떠나 보자. 맘껏숲·맘껏하우스(3월 개관 예정)주소 | 전주시 덕진구 창포길 70문의 | 맘껏하우스(063-275-2356)
#덕진공원
#연화교
#맘껏하우스
#자연 놀이터
뜻밖의 전주
혁신도시, 만성지구 '기지제'
물빛 반짝이는 도시인들의 오아시스
도시인들의 열린 창, 기지제기지제는 혁신도시와 법조타운이 들어선 만성지구 사이에 있는 호수다. 원래는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수지인데, 전주·완주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수변 둘레길과 기지제 수변 공원이 조성되었다. 기지제 주변으로는 수많은 공공기관과 일명 ‘법조타운’이라 불리는 전주지방 검찰청과 법원이 들어서 있다. 그런 탓에 여타 신도시와 다를 바 없는 살풍경이 펼쳐진다. 분위기가 이러하니 어디를 가든 꽉 막힌 회색 벽에 둘러싸인 도시는 숨통을 절로 막히게 한다. 탈출을 시도하기 위해 방화문을 열었더니 또다시 방화문이 가로막고 있는 것과 같은 막막함이다. 탈출구를 찾지 못해 방황할 즈음 어디선가 물 냄새가 풍겨 온다. 냄새의 근원을 좇아가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바람과 햇살이 버무려 놓은 냄새와 반짝이는 윤슬을 수놓은 호수를 발견한다. 호수를 마주한 도시인은 이제 더는 도시의 삭막함과 막막함을 노래하지 않는다. 기지제가 하나의 오아시스로 와 닿았기 때문이다. 봄이 오는 기지제를 따라 걷는 여유열린 공간인 기지제는 시작점과 끝점이 없다. 어디든 들어선 그곳이 시작점이요, 발길 멈춘 곳이 끝점이다. 그러니 나만의 코스를 만들어 명명해 보는 것도 기지제를 걷는 재미 중 하나일 것이다. 이번 산책 코스는 한국국토정보공사를 건너면서 시작되었다. 초입에 혁신도시 주요 공공기관 안내도가 눈에 띈다. 안내도를 쭉 훑어보다 기지제를 발견한다.기지제의 원 명칭은 ‘틀못’인데, 틀못은 베틀이라는 뜻이다. 사물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 연상시키는 건 경험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베틀을 닮았다는 건 옛사람들에게 베틀이 중요한 생활 도구였기 때문일 것이다. 억척스레 물레를 돌려 옷감을 자아내지 않으면 안 되었을 삶, 손이 부르트도록 물레를 돌려야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는 신세를 소리에 담아냈던 어머니들의 애환이 들리는 듯하다.정자로 된 작은 쉼터 사이를 통과하니 반듯하게 잘 닦인 계단이 나타났다. 층층 계단으로 햇살이 부서져 내렸다. 손등으로 차양을 만들어 먼 곳을 응시했다. 이곳에서는 기지제의 너름이 와닿지 않았다. 아득하게 느껴지는 건 거리감 때문이지 싶었다. 계단을 누르듯 밟아 내려가다 보니 등 뒤로 불어 가는 찬 바람과 이마에 닿은 햇살이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만들었다. 마치 첫 계단을 밟으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날씨가 만들어 낸 온도 차가 이유인 줄은 알지만 그런데도 어린 소녀가 되어 계단을 콩콩뛰어 내려가며 곧 열린 판타지를 꿈꾸었다.기지제는 봄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물억새와 물푸레나무, 누렇게 마른 줄과 부들이 봄바람에 제 몸을 맡겨 묵은 먼지를 털어 내느라 바빴다. 그들의 몸단장을 방해하는 무례를 범하지 않으려 계단을 뛰어 내려오던 방정을 내려두고 사뿐사뿐 걸었다. 그런데도 어찌 알고 하던 일을 멈추어 숨을 죽인다. 인제 보니 겨우내 얼어붙었던 입을 떼 수다를 떨며 저들끼리 웃는 걸 들켜버린 것이다. 괜한 호기심에 귀를 기울여 보지만 물오리 떼의 자맥질 소리에 수다는 묻히고 만다.되돌아올 때는 기어코 엿듣고 말리라 다짐하며 둔덕을 따라 코너를 돌았다. 조금 걷다 보니 풀밭에 이질적인 돌무더기가 있다. 겨울잠을 자거나 천적을 피할 곳이 필요한 곤충이 쉬어가는 쉼터인 돌무더기는 이제 막 건설한 고인돌을 닮았다. 죽은 자를 위한 고인돌이 아닌 살아 있는 자들의 돌무더기는 생명의 고인돌이었다. 기지제를 찾는 생명과 돌무더기 생명이 함께 호흡하는 소리에 나는 한껏 흥이 돋았다. 발걸음도 가볍게 걷다 보면 ‘틀못다리’가 나온다. 허망하게 짧은 ‘틀못다리’ 끝에 잘 지어진 누각 하나가 풍채를 자랑했다.‘만성루’라는 누각이다. ‘만성루’에 오르니 이름 그대로 만 가지 복이 와락 안기는 듯했다. 복이 나눠줄 만큼 많아졌으니 이제 누각 마루에 무심코 떨어뜨려 놓아도 좋을 듯싶다. 차고 넘치면 부족한 만 못하다 했으니, 어쩌면 ‘만성’은 나보다 타인을 향한 내밀한 마음을 두고 지은 이름이 아닐까 싶다. 이 누각을 지나는 모든 이가 이타적인 만성을 갖기를 바라며 길을 꺾어 내려갔다. 너와 나의 연대를 꿈꾸는 기지제드디어 기지제 호수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사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자랑하는 기지제의 풍경은 그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초봄의 기지제는 깐 달걀처럼 매끈한 몸매에 부들부들한 피부처럼 잔잔한 물결이 일품이다. 밤이 되면 도시의 불빛이 기지제의 수면을 만나서 화가 모네가 그렸다는 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낸다. 돈 한푼 내지 않고 전시장을 따로 찾지 않아도 되는 호사를 이곳에 오면 누릴 수 있는 것이다.최근 완성된 횡단 산책로는 그야말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물 위에서 춤을 춘다. 탱고든 플라밍고든 물결에 몸을 맡기면 저절로 춤을 추게 될지 모른다. 물 위 산책로는 육로와 다른 의미로 사람과 사람을 연대케 한다. 폭이 좁으니 앞뒤로 서서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면 된다. 어깨를 부딪치지 않게 사선으로 몸을 세우고 지나가는 이와 가벼운 묵례나 엷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외로움은 산화된다. 물결이 서로 어깨동무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듯 너와 나의 연대 의식은 더욱더 단단해질 것이다.벅차오름을 안고 횡단 산책로를 빠져나오는데 어디선가 구성진 노랫소리가 들렸다. 분명 봄바람이 내는 소리는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다 누각에 홀로 앉은 젊은 청년을 발견했다. 설마 저 친구가 노래를 불렀을까 하는데 벙싯거리는 입 모양이 딱 그였다. 모르는 척 난간에 기대서서 귀를 기울인다. 들어본 적 없는 노래였지만 지나간 시절과 다가올 시절의 판타지를 꿈꾸게 만드는 나름 명곡이었다. 노래를 들으며 현재의 나를 슬그머니 수면에 비춰 본다. 대단할 것 없는 내가 하늘, 물을 다 끌어안고 웃고 있다. 이 정도면 독보적이지 싶은 마음에 내려두었던 자신감을 슬그머니 품어 본다.청년의 노래를 뒤로하고 다시 왔던 길을 걸어갔다. 봄이 오는 소리는 조금씩 도시의 소음에 자리를 내주었다. 그 순간 놀랍게도 그토록 꿈꾸었던 판타지 통로가 열린다. 서슴없이 들어간 공간에서 우리가 마주할 세상은 어떠할까? 그게 무엇이든 그 순간을 즐기자. 현실로 돌아오더라도 도시로 오르는 발걸음이 좀 더 가벼워지리라 믿는다. 글 김근혜 | 동화작가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로 등단했으며, 지난해 장편동화 을 냈다. 현재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논술 지도를 하며 글을 쓰고 있다.
#기지제
#호수
#틀못
2021 전주시정 운영 방향
우리, 함께, 여기, 뜨거운 사회적 연대
전주형 지역 재생우리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전주시는 전주형 지역 재생 사업을 통해 쾌적한 시민의 삶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지엽적인 개념의 도시 재생을 넘어 천만 그루 정원도시 등 시정 핵심사업과 연계한 ‘전주형 지역 재생’을 추진해 간다. 지난 10월 수립한 ‘전주시 주거지 재생 기본구상 및 발전전략’을 바탕으로 주거격차 해소를 위한 저층 노후 주거지를 해소하고, 골목길과 빈집을 정비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갈 계획이다. 노인·장애인 등 수요 맞춤형 사회주택을 늘리고,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복지도 놓치지 않고 챙길 계획이다. 30년이 넘은 평화동 영구임대아파트는 혁신적인 접근으로 바꿔 갈 계획이다. 아동·청소년 친화 도시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려 가는전주시는 아동·청소년 5대 정책인 야호 숲 놀이터, 책 놀이터, 예술 놀이터, 야호학교 및 부모교육 등 5대 중점사업들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첫 삽을 뜬 혁신도시 복합혁신센터와 윤곽을 드러낸 에코시티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 평화동 청소년 수련 시설 건립을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덕진공원 옛 수영장 부지에 유니세프와 전주시가 공동으로 조성한 ‘맘껏놀이터’와 ‘맘껏하우스’가 새해부터 문을 열고,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전용 놀이터 공간으로 활용된다. 아동·청소년 보호 정책도 강화된다. 스무 명의 아동보호 및 학대방지 전담공무원을 단계적으로 배치하고, 국공립어린이집, 야호다함께돌봄센터, 공동육아 나눔터도 확충한다. 맞춤형 복지누구도 소외받지 않는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더욱더 따뜻하게 살피는 전주의 노력은 새해에도 계속된다. 완산구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통합돌봄 사업을 전주시 전역으로 확대하고, 대상도 어르신에서 장애인과 정신질환자로 확대한다. 장애인들의 삶을 보듬는 사업도 진행된다. 장애인 복지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장애인 특성에 맞는 맞춤형 일자리를 적극 발굴한다. 여성들을 위한 디지털 성범죄 선제 대응을 위한 특화상담소도 운영한다. 행복한 동물 친화 도시를 조성 중인 전주시는 반려인과 반려견을 위한 동물 동반 휴식공간 지원 등의 사업도 전개한다.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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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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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전주시 국가 예산 톺아보기
‘관광․미래산업․혁신’세 바퀴 성장으로
전주형 뉴딜로 전주 경제 살찌운다‘탄소 소재, 수소경제, 드론 융복합’ 등 전주의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 산업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래산업이 전주에서 힘찬 가동을 시작한다.전주시 출연기관인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이 국립기관인 ‘한국탄소산업진흥원’으로 지정됨에 따라, 310억 원의 운영예산을 확보했다. 이로써 전주는 대한민국 탄소융복합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급부상하고 있는 드론 관련 예산도 대거 확보했다. ‘드론 스포츠 복합센터’ 건립 예산과 ‘드론산업혁신지원센터’의 장비 구축에 33억 원을 확보했다. 대한민국 수소경제를 이끌어 갈 수소시범도시의 명성을 이어 가기 위한 예산으로 ‘수소놀이체험관’ 건립에 25억 원, ‘수소전기차’ 보급 45억 원도 확보했다. 전주판 뉴딜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ICT이노베이션스퀘어’ 조성, ‘스마트 ITS 지능형교통체계 구축사업’ 예산도 확보했다.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여 미래 경제를 살찌울 전주형 미래산업, 전주에서 뿌리내린 미래 먹거리가 풍성한 열매를 맺기를 바란다. 관광경제, 전주 전역으로 확장된다2021년, 전주는 한층 달라진 모습으로 여행객들의 발을 유혹한다. 구도심을 넘어 도시 곳곳에 한국적인 문화시설을 확충하여, 여행하기 좋은 도시, 세계적인 체류형 관광거점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다.먼저, 덕진권역에는 옛 법원·검찰청이 떠난 뒤 비어 있던 자리에 법 문화 체험 공간이자 교육 시설인 ‘전주로파크’ 건립 예산과 한문화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는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전시관’ 건립 예산을 확보했다.구도심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무형문화재 지원사업을 연계한 ‘무형문화 복합편의시설’ 건립과 ‘완산칠봉 한빛마루공원’ 조성에 각각 30억 원과 6억 원을 확보했다. ‘국가관광거점도시’ 사업에는 65억 원을 확보했다. 이로써 국가관광거점도시의 틀을 다지고, 전통문화도시로의 위상을 세운다.상림동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일대는 대한민국 영화영상산업을 이끌 허브이자 영화 팬들의 새로운 여행 목적지가 될 K-Film 권역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를 위해 ‘K-Film 제작기반 및 영상산업 허브구축 사업’이 430억 원 규모로 추진된다. 전주 관광의 외연을 구도심에서 덕진권역, 서부권 등 전주 전역으로 확대해 나갈 2021년의 전주를 기대해 보아도 좋다. 사람 중심 도시 혁신 빨라진다시대가 바뀌어도 도시의 정신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2021년에도 전주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 가능한 도시’라는 정체성을 이어 간다. 도시혁신을 꾀할 예산을 확보했다. ‘지역거점별 소통 협력공간(전주시사회혁신센터)’ 조성 예산과 ‘전주사랑상품권’ 발행을 위한 2021년 예산 36억 원을 마련했다. 그뿐만 아니라 어린이부터 임산부, 장애인,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예산도 꼼꼼히 챙겼다. 장애인종합복지센터 건립(113억 원)을 위한 2021년 예산 2억 원과 혁신도시 어린이 가족 친화공간 조성 예산 45억 원(총 90억 원), ‘육아종합지원센터’ 건립에 9억 6000만 원, ‘전주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신규로 설치하기 위해 3억 원 등을 확보했다. 이 밖에도 ‘걷기 좋은 거리’를 만들 ‘보행환경 특화지구 조성 시범사업’에 20억 원을 확보했으며,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전미동 월평지구에 대한 자연재해 위험지구 정비사업도 추진된다. 전주가 시민의 삶터 구석구석까지 손길을 뻗어, 세심하게 매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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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민선 7기 새로운 시작
신도시는 신도시답게, 구도심은 구도심답게
김승수 시장은 민선 7기 전주시 비전을 ‘문화번영 경제성장’으로 정하고 전주시 전역의 고른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구도심 아시아 문화심장터 백만 평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색장마을, 완산동, 한옥마을, 노송동, 중앙동, 풍남동 등 구도심 권역을 문화예술로 재생할 계획이다.동부권의 경우 선상역사로 신축되는 전주역을 중심으로 첫마중길 업그레이드를 통해 사람을 불러 모으고, 아중호수 둘레길과 수변무대 조성으로 문화 콘텐츠를 보강할 계획이다. 서부권의 경우 ‘혁신도시 시즌2’ 계획에 따라 공공기관을 추가로 유치하고, 키즈복합문화센터와 스포츠센터를 신축하여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정주 여건을 개선한다. 남부권의 경우 전주교도소 이전에 따라 기존교도소를 체험시설, 문화시설, 휴식·여가시설로 재생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하고 있다. 또한 내년에 완공될 평화동 국민체육센터를 중심으로 남부권 활성화를 이뤄낸다. 북부권은 월드컵경기장 일대를 스포츠복합타운으로 조성하여 실내체육관을 신축하고, 각종 국제대회를 유치할 계획이다. 팔복동 일대를 청년희망특구로 조성하여 창업과 복합문화지구로 탈바꿈시키고 탄소산단 조기완공을 통해 강소기업을 육성한다. 종합경기장에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팔복동 예술공장 일대는 국립미술관 유치 등 뮤지엄밸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렇듯 고른 발전을 통해 민선 7기 전주시는 어느 때보다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선 7기 전주권역별 핵심사업혁신도시 키즈복합문화센터 건립학교·학원 밀집 신도시 거점별 문화시설 조성, 스포츠센터 건립‘시즌2’ 추진으로 공공기관 추가 유치 농생명·금융산업 기반 조성전주어울림국민체육센터 2018 완공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다목적 체육관전주실내체육관 신축전주KCC 홈구장 및 각종 국제대회 장소로 활용탄소산업국가산업단지 조성자동차 부품 및 스포츠레저산업(낚시, 라이딩, 트레킹 등) 강소기업 집적화종합경기장~팔복예술공장~소리문화의전당 뮤지엄밸리 조성국립미술관 유치, 문화예술공간 재생, 도시숲·공원 조성전주역, 한옥형 역사로 신축전주시,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공사 공동으로 역사 신축아중호반도시 조성둘레길 조성, 생태하천 복원, 생태공원 조성, 상설 브랜드 공연 추진전라감영 재창조 복원전라남북도와 제주도를 관할했던 전라감영 복원, 3D콘텐츠 제작, 테마거리 조성동학농민혁명 역사문화벨트 조성완산도서관, 곤지산 일대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 및 추모관 건립구도심 아시아 문화심장터 백만 평 프로젝트 추진전주교도소 이전 및 문화예술 재생 이전 후 잔여 부지 문화체험시설 조성전주 국민체육센터 건립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 다목적 체육관, 헬스장, 탁구장 등
2020.12.09
#민선 7기
#문화번영
#경제성장
#문화심장터
여름은 책이다 – 이렇게 읽어요
나는 여기서 읽는다
김완준 모악출판사 대표_책과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옳다베테랑 편집자이자 소설가인 김완준 대표는 늘 가방 속에 책을 한두 권씩 넣고 다닌다. 머나먼 여행지에서, 여행지로 이동하는 기차나 버스, 비행기 안에서, 또 약속 장소에서 누군가를 기다릴 때면 어김없이 책을 꺼내 펼친다. 일상을 벗어나 낯선 환경에서 받는 새로운 자극이 그에게 활력이 된다. 딱딱한 사무실을 나서면 활짝 열린 머릿속으로 책 내용이 더욱 술술 들어온다. 낯선 장소에서 즐기는 그의 애독서는 단연 소설책이다. 휴가지의 카페나 해변에서 소설 속 이야기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저문다. 밤에는 이야기를 음미하며 보낸다. 그는 전주 시민들에게 책과 함께하는 바캉스, ‘북캉스’를 제안했다. “여름휴가를 단순히 소비하기보단, 독서를 통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 보면 어떨까요? 윤지용 기억출판사 대표_최고급 자연 전망, 테라스 북 카페 ‘한 사람의 삶이 모여 역사가 된다’는 모토로 문을 연 1인 출판사 ‘기억’의 윤지용 대표. 북적이는 도심에서 슬쩍 비껴난 곳, 평화로운 풍광에 둘러싸인 빨간 벽돌집의 2층 테라스에 그만의 독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집안일을 모두 마친 오후 시간, 야트막한 산과 너른 들이 한눈에 보이고, 새소리, 바람소리 정겹게 드나드는 테라스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연일 비가 내리는 장마철이면 글 한 줄 읽고, 빗줄기 한번 구경하며 시원한 피서를 즐긴다. 평소에 과학사나 문화사 등 역사책을 주로 읽는다는 그에게 독서의 이유를 묻자, ‘사람과 세계에 대한 앎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전원에서 보내는 사색의 시간, 뜨거운 여름을 나는 그만의 피서법이 아닐까.김정경 시인_숲을 사랑한 시인의 자연 책방 산책을 좋아하는 김정경 시인은 느릿느릿 걷다가 의자가 보이면 앉아 ‘야금야금’ 책을 읽곤 한다. “밖에서 책을 읽으면 ‘딴생각’이 잘 나서 좋아요. 책의 문장에서 시작된 이런저런 생각들이 먼 곳까지 뻗어 나가는 게 재밌거든요.” 그가 즐겨 찾는 장소는 완산공원의 삼나무 숲. 빽빽한 삼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구절이나 짤막한 단상들을 메모해 두기도 한다. 때로는 인상적인 대목을 중얼중얼 소리 내어 읽는다. 그러다 보면 복잡하게 꼬여 있던 생각들이 한 올, 한 올 풀린다. 그는 스스로를 ‘이야기 중독자’라 일컫는다.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알아갈 때, 이 세계의 일원이 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는단다. 독서는 타인을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그만의 방식인 셈이다.하연수 거름출판사 대표_책 펴는 그곳이 도서관 ? 전주와 전북 지역 관련 서적 발간을 구상 중이라는 하연수 대표는 일상에서 늘 책을 곁에 두고 생활한다. 집과 사무실은 물론이고 카페와 서점, 여행지 등 아무 데서나 책을 펼쳐 읽는다. 사무실의 책장만큼이나 침대 맡에도 책이 빼곡하다. 도서의 종류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인문사회, 역사, 문화 관련 서적부터 시집과 소설책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가까이한다. 그는 전주에 대해 ‘문화적 콘텐츠가 풍부한 도시’라고 말하며, 책을 통해 그 잠재력이 발휘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복잡한 사회에서 바쁜 마음을 쉬어갈 수단으로 책만 한 것이 없지요. 독서를 통해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보내며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해 보길 권합니다.” 그는 많은 시민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책 읽는 전주’를 꿈꾸고 있다.이휘현 KBS전주 프로듀서_침대 위에서 맛보는 부자(父子)의 책 맛시사 예능프로그램 ‘이슈잇수다’를 진행하는 이휘현 PD에게 독서란 '정신의 안식처'이다.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책을 읽는 것이 최고의 힐링이다. 대학 시절엔 일 년에 500~600권을 읽으며 ‘다독가’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직장인이 된 후엔 휴식 같은 독서를 지향하게 되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잠에 빠지기 전까지가 그의 독서 시간이다. 몸에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오랜 친구 같은 책과 함께하는 시간은 짧지만 달콤하다. 그의 집 거실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몇 년 전, 텔레비전을 작은방으로 옮기고 거실의 빈 공간을 책으로 채운 것. 그와 아내가 솔선수범해서 책을 읽으니, 초등학생인 아이들도 자연스레 독서 습관을 익히게 되었다. 책을 통해 온 집안 식구가 하루하루 성장하는 중이다.
2020.12.08
#독서
#피서지
#북카페
#북캉스
전주 그곳
덕진연못, 맑고 깨끗하게 시민 곁으로
연화천 생태하천으로 복원·연화교 철거 덕진공원은 전주 시민이면 누구라도 추억 하나쯤 가지고 있는 전주의 대표 공원이다. 연꽃과 창포가 무성하게 자라 나 해마다 여름이면 연꽃 구경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호수 중심을 가로지르는 현수교를 걸으면서 데이트를 하 는 연인들이 많아 연인들의 성지로도 사랑받고 있다. 오리 배와 보트를 타고 한적한 호수 풍경을 즐길 수도 있고, 밤 이면 화려한 음악 분수쇼 앞에서 멋진 프러포즈를 하는 청 춘들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고여 있던 연못은 수질이 점점 악화되었 고, 호수 위를 가로지르며 시민들에게 많은 추억을 선사했 던 연화교 역시 노후화로 안전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렇게 한옥마을과 신시가지 등에 밀려 오랫동안 관리가 소홀했 던 덕진연못이 최근 국가의 ‘중점 관리 저수지’로 선정되면 서 본격적인 변신을 앞두고 있다. 중점 관리 저수지는 국 가가 직접 관리하는 저수지로, 덕진연못이 전국 지자체 중 최초 사례다. 전주시는 수질의 근원적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밑바닥부터 오염물을 제거할 예정이다. 시민들을 위 한 친수 공간을 확대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덕진연못 을 만들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도 록 조성할 계획이다. 사라져 버린 연화천도 생태하천으로 복원한다. 또 연못을 가로지르는 낡고 위험한 기존의 연화교를 철거하고 새로운 교량을 가설한다. 전주시 관계자는 “물이 맑아지고 숲이 우거지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여든다.”면서 “덕진연못을 살려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를 만들고 덕진호반도시의 옛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2020.12.07
#덕진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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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바람 쐬는 길
흘러내리는 물길, 올라가는 오붓한 숲길
기억은 시간을 통해 과거를 그려내고 전주역에서 기차를 타고 여수 이모님 댁을 찾았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1970년대 중반의 여덟아홉 살 무렵이었다. 당시 전주역은 우아동에 위치한 현재의 역사가 아니라 전주시청사가 자리 잡고 있는 옛 전주역이다. 서울을 가거나 여수를 가거나 고속버스보다는 철도가 원거리 여행의 교통수단이었던 기억 속의 전주역이 아직도 생생하다.여수로 향하는 전라선은 드물지 않게 터널을 만난다. 터널은 캄캄한 밤과 겹쳐진다. 여수가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거리가 멀고, 그곳으로 향하는 곳에 어떤 도시가 있는지 모르는 소년의 아득함처럼, 캄캄한 터널은 아직도 먼 느낌으로만 남아 있다. 그 옛날 전주 동산동 방면으로는 덕진역이 있었고, 남원 방면으로는 남관역이 있었다. 슬치 넘어 관촌으로 향하는 기차들 중에는 신리역에서는 서지 않아 도 남관역에서는 꼭 서야만 하는 열차도 있었다고 한다. 강원도 태백만큼 험악하지 않지만 증기기관차로 슬치고개를 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란다. 운 좋으면 하루에 두 번, 어떨 땐 그 이상 잔뜩 숨을 몰아쉰 채 슬치를 넘어야 하는 기차의 전진기지가 남관역이었다. 전주의 남쪽 관문 남관역의 존재 이유였다.마흔 중반 이하의 젊은 세대에겐 전북대 앞에 철길이 있었고 전주시청이 전주역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생소할 것이다. 한벽루 아래 터널이 기찻길이었다는 사실은 어렴풋하게 들었을 법하지만 사십 년이 채 되지 않는 전주를 그려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일 듯하다. 지금의 전주역을 지나 신리로 새롭게 길이 난 게 1981년 5월이기 때문이다.철길은 그렇게 한벽루 밑을 흐르고 옛 전주역에서 출발하는 전라선은 한옥마을을 오른쪽에 끼고 오목대와 이목대 사이를 지났다. 역사를 모르는 사람은 오목대와 이목대가 별개로 떨어진 언덕 위의 정자로 오해하기 십상이지만 원래 오목대와 이목대는 승암산 아래 능선에 나란히 존재했다. 전라선이 뚫리면서 철로로 인해 승암산에서 떨어지게 되었고 후일에 기린대로가 뚫리면서 거리가 더 넓어졌다. 확연하게 분리된 공간은 본래 한 몸이었다. 하필이면 한벽루 아래로 철길이 났을까 싶지만 운명은 한벽루 아래에 터널을 내주어야 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전주천을 타고 남쪽으로 향하는 철길이 되었다. 터널을 바로 지나면서 좌측에 자리한 전주 자연생태관은 철로가 있던 시절엔 철길 옆 오막살이를 하던 사람들이 철길로 인해 고립된 삶을 살던 터전이었다. 이 길가에 전주에서 태어나지 않았던 태조 이성계가 자신의 고조인 목조의 고향을 찾아와 왕업의 다짐을 내보였던 오목대와 이목대가 있다. 1800년대 초 순교자가 처형당했던 마당이 지금의 전동성당이었다. 순교자가 처형된 자리에 전주성을 지탱하고 있던 돌들로 프랑스 신부에 의해 1900년대 초에 전동성당이 지어졌다. 그리고 처형된 순교자들이 치명자산에 하나둘 안장되면서 치명자산은 세계적인 성소가 되었다. 1970년대 이목대를 지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풍남동 일대의 한옥마을 보존이 이뤄졌다고도 한다. 그것이 오늘의 한옥마을로 이어졌으니 철길이었던 이 공간은 수백 년의 역사를 여러 갈래로 담고 있다. 중세 봉건왕조의 창업과 구한말 왕조의 답답한 마음, 그리고 천주교의 피의 역사와 근대문명에 우왕좌왕하던 전주 유림들의 철로에 대한 완고한 반감과 후회가 담겨 있으며 그것이 지금의 모습과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바람 쐬는 길을 따라 자전거 도로를 달리고 지금은 이곳을 ‘바람 쐬는 길’이라 부른다. 한벽루 아래 터널로부터 시작해 색장마을 3.4km가량의 구간이다. 철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 길에는 나무 터널이 시원하게 드리워져 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자전거로 느리게 달리기 딱 좋은 곳이다. “전주 사람 중에 이 길을 얼마나 찾아보았을까요?”라는 질문에 김 팀장이 대답한다. “아마도 자전거 타는 사람들 아니고서는 손에 꼽을 것 같습니다. 이름 그대로 바람 쐬기에 딱 좋은 공간이고 여러 가지 보고 느낄게 참 많은 길인데 말입니다. 색장마을 구간과 은석교 너머 신리로 향하는 자전거 도로가 완성되면 편백나무를 쭉 심어 나무 터널로 만들어도 참 좋겠어요. 이 구간만 올해 완성되어도 빼놓지 않을 명소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라고 덧붙인다. 완주군 상관면 신리와 전주시 색장동 구간 중 이어지지 않은 구간을 전주시와 완주군이 함께 자전거 도로로 만들고 있다. 이 도로가 완성되면 한벽루부터 왕복 13km가량의 전주천을 크게 한 바퀴 돌 수 있게 된다. 한옥마을 이목대 아래나 향교 아래 또는 전주자연생태관에서 공영자전거를 빌려 이 코스를 도는데 한 시간 남짓 달릴 수 있는 훌륭한 자전거 코스가 될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두어 시간 달려볼 만한 길이다. 좀 더 욕심내 신리를 지나 한일장신대를 지나 왜목재 너머 구이로 돌아오거나 화심 방향으로 돌아오면 출발점으로부터 30km 조금 넘는 훌륭한 라이딩 코스가 된다. 시간을 간직한 옛길, 옛 기억 사이에서 도시가 변하면서 옛길은 무용지물이 되고 방치되기도 한다. 광주에서 경상도로 이어지는 경전선 옛 철길은 ‘푸른길’이라는 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북한강변 기찻길은 한강 자전거 도로로 훌륭하게 재탄생하기도 하였다. 옛 공간에 대한 보존과 활용에 대한 개념이 약하던 때, 새로운 철길을 내면서 기린대로와 바람 쐬는 길로 이어지는 옛 전라선 철길을 배려해 줄 여유가 그 시절엔 없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덕진광장, 전주시청사 주변, 바람 쐬는 길에는 철로로서 기능했던 옛 기억을 담아둘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인다.언뜻언뜻 스치는 아름다운 풍광에 취하지만 말고, 무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되 묵묵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구조물과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고민이 이뤄졌으면 싶다. 글 김길중 | 한의사김길중 씨는 한의사이자 전주 생태교통시민행동 공동대표이다. 전주시 자전거 다울마당 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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