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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가을, 전주에 새바람이 분다
새롭게 문을 열어요, 전주공예품전시관과 치매안심센터
수공예의 모든 것, 전주공예품전시관 지난 2002년 문을 연 전주공예품전시관은 전주 수공예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문화 공간이다. 그러나 이곳은 운영 주체가 바뀌거나 공예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그동안 운영에 굴곡이 많았다. 그런 전주공예품전시관이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시민과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전주공예품전시관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수공예품 전시 와 판매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주 수공예 중심 거점’으로 확장된다는 것. 공예 창작과 교육, 체험을 진행해 시민들에게 수공예 문화를 확산하고, 지역 작가들의 대관 전시도 이루어진다. 또 전주만의 명품 수공예 브랜드 ‘온(ONN)’의 기획 전 시실이 마련되고, 우수한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종합 판매관 이 운영된다. 방문객 휴식 공간도 들어선다. 말 그대로 전주 수공예의 모든 것이 모인 공간으로 모습을 바꾸게 된 것. 이렇게 ‘환골탈태’를 거친 전주공예품전시관은 오는 11월 말 시민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전주공예품전시관 | 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15, 063-281-2225 치매 걱정 없는 삶을 위해, 전주시 치매안심센터 시민들이 치매 걱정 없는 삶을 누리고, 누구라도 치매 예방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대대적인 변신에 나선 곳이 있다. 바로 ‘전주시 치매안심센터’다. 전주시 치매안심센터는 지난 9월 중순 중화산동에서 전주시 보건소 3층으로 이전했다. 또, 검진실과 치매 환자 쉼터 등 공간을 깔끔하게 새롭게 단장하고 전문 인력을 크게 늘렸다. 치매안심센터는 전주시 보건소 내 공터에 치매상담실도 새로 만들 예정이다. 전주시 치매안심센터가 치매 치료는 물론 환자의 마음까지 보듬는 ‘전방위’ 치매 관리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짐을 덜어줄 새 거점이 된 셈이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노년의 삶은 훨씬 건강해지지 않을까. 치매가 걱정된다면 이제 주저 하지 말고 들러 보자. 전주시 치매안심센터가 언제나 도움의 손길을 건네줄 테니 말이다. 전주시 치매안심센터 |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로 33 전주시보건소 내 3층, 063-281-6248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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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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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전주에서 열리는 국제행사 한눈에 보기
전주에서 먹고 보고 세계와 놀자!
느린 삶을 꿈꾸는 세계인을 만나다 2018 전주세계슬로포럼 & 슬로어워드 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제2회 전주 세계슬로포럼&슬로어워드는 세계 곳곳에서 느린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다. 먼저 세계슬로포럼에서는 ‘슬로와 삶의 질’을 주제로 세계인들이 토론을 진행한다. 또, 독일 언론인 프란츠 알트가 ‘태양에너지 혁명과 녹색 경제’를 주제로 시민들에게 더 나은 삶의 지표를 제시한다. 또 세계 슬로어워드 수상자들의 시상과 경험담 발표도 준비되어 있다. 느린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배우고 싶은 시민이라면, 놓치지 말고 들르자. 일시 | 10월 24일(수)~10월 25일(목) 장소 | 국립무형유산원, 오목교 아래 슬로시티 전주 홍보관 문의 | 063-281-5059 행복한 미래를 위한 해법을 찾다 2018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전주 올해로 4회째를 맞는 ‘2018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전주’ 가 11월 8일과 9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리며,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가 기조강연을 한다. 악성 빚 독촉에 시달려온 60여 명의 부실채권을 태우는 ‘부실채권 소각행사’도 진행된다. 풍남문 광장에서 11월 9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2018 전주 사회적경제 박람회’다. 이번 행사에서는 사회적 기업 생산품을 구입할 수 있고, 사회적 경제의 가치를 현장에서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일시 | 11월 8일(목)~11월 9일(금) 장소 | 한국전통문화전당 문의 | 063-281-2257 비벼봐 신나게, 즐겨봐 맛나게! 제12회 전주비빔밥축제 전주비빔밥축제가 올해도 전주 시민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이번 축제에서는 전주 음식은 물론 세계 대표 음식까지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또 시민과 방문객 10,000명이 대규모로 펼치는 ‘35동 우리 동네 비빔밥’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까지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아시아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6개 나라 셰프의 요리 시연과 음식을 즐기는 ‘UCCN 마스터셰프 쿠킹 콘서트’도 진행된다. 올해 축제의 주제인 ‘맛보고 느끼고 즐기자’는 말이 실감나는 이유다. 일시 | 10월 25일(목)~10월 28일(일) 장소 | 전주한옥마을 및 국립무형유산원 일원 문의 | 063-231-8969 무형유산의 힘을 엿보다 2018 세계무형유산포럼 세계를 대표하는 세계무형유산 전문가들이 무형유산의 발전 방향을 논의 하기 위해 아시아문화심장터에서 머리를 맞댄다.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세계무형유산포럼이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진행되기 때문. 올해 포럼이 선택한 주제는 ‘무형문화유산과 평화’. 세계 곳곳에서 무형유산이 사회의 평화에 기여하고 있는 모습을 살펴보고, 나아가 상생을 끌어나갈 원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할 계획이다. 일시 | 10월 25일(목)~10월 27(토) 장소 | 국립무형유산원 문의 | 063-277-4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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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국제회의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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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그곳
에코시티 세병호 가을밤 낭만 음악회
“가족과 함께 세병호 산책를 나왔는데, 특별한 음악회를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세병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잔디밭에 앉아 연주를 듣는 에코시티 주민 장소현(29) 씨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납니다. 노을이 잠기는 호숫가에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탁 트인 잔디밭은 객석이 되었다지요. 지난 10월 4일 전주시립예술단이 마련한 ‘세병호의 가을밤’ 공연 때문입니다.연주자들의 현란한 손놀림 속에서 웅장한 선율이 퍼져 나옵니다. 카르멘 오페라 서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연주와 한국의 가곡 ‘못 잊어’ 등 아름다운 음악이 펼쳐집니다. 가을밤 호수공원을 물들인 선율에 풀벌레마저 청중이 되었다지요. 산책 나온 시민들도 늦은 밤까지 낭만이 깃든 가을밤 추억을 한 아름 안고 가네요.“시원한 바람과 아름다운 경치로 더욱 멋진 음악회가 된 것 같아요.” 이날 공연을 총지휘한 전주시립교향악단 최희준 상임지휘자의 표정에도 웃음이 번졌습니다. 세병호의 가을밤은 음악과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진 추억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전주시립예술단은 시민들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멋진 무대를 이어갈 예정이라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세병호
#음악회
#에코시티
#전주시립예술단
전주의 꽃심
“제 가슴속 아버지를‘전주의 소설가’로 되돌려 드리고 싶어요”
딸 이진 시인이 소개하는 이정환 소설가의 유품과 사진
글쓰기를 통해 다시 살아 낸 아버지의 삶 저에게 아버지 이정환 소설가는 살아 계실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정신적인 디딤돌이 되어 주시는 분이에요. 소설가로서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결코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으신 분이었어요. 제가 기억하는 한 아버지는 언제나 소설가였지요. 한국전쟁 당시 귀대 복귀가 늦어 탈영병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이유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알려져 있는데, 어느 신문 인터뷰에는 다른 내용도 있더라고요. 시집 발간을 위해 잠깐 외출을 했다 귀대 시간을 어기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아마 그 역시 사실일 것 같아요. 청년 시절의 아버지에게 문학은, 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었던 절대적인 대상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나뿐인 어머니만큼이나요. 또한 당뇨성 망막증으로 인해 실명하셨을 때조차 원고지에 직접 글을 쓰셨듯이, 소설가 이정환은 원고지와 펜,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눈을 감을 때까지 쓰거나 읽고 계셨죠. 사형수였다가 풀려났던 아버지는, 아마도 글을 쓰기 위해 삶을 다시 사신 것 같아요 아버지의 뒤를 따라 작가의 길로 선 딸 아버지의 작품 중에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는 , 그리고 등이 있습니다. 모든 작품들이 저에게 소중하고 귀하지만, 과 은 아버지 이정환 소설가가 무척 아끼시던 주옥같은 작품이지요. 은 아버지가 인기 작가가 되면서 아버지뿐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행복한 일상을 제공 해 준 작품이에요. 저는 스스로를 소설가 이정환의 삶을 작가적인 시점에서 가장 낱낱이 기억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가족 중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글을 쓰는 사람은 저 혼자거든요. 저 역시 글에 대한 열망과 갈증이 무척 심했지만, 소설가로서의 아버지의 삶이 고통스럽게 기억되었기에 작가가 되는 것이 두려웠어요. 그럼에도 끝내 작가가 된 이유는, 아버지를 묻던 날, ‘아빠, 거기 가서는 아프지 말고 편히 쉬어. 아빠가 못다 한 이야기, 내가 쓸 테니까.’ 라고 아버지와 단둘이 했던 약속 때문이지요. 아버지의 유품과 사진을 전주시에 기탁 기탁을 결심하기가 조심스러웠어요. 아버지의 육필 원고 와 사진, 작품집들이 세월에 나날이 삭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안타깝기는 했지만, 그것들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닌 우리 가족의 것이니까요. 하지만 제 가슴속에만 묻어 두었던 아버지를 ‘전주 시민의 아버지’로, 또 제 가슴속에서만 소설가였던 아버지를 ‘전주 시민의 소설가’로 되돌려 드리는 작업이란 생각에 기탁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기탁품에는 아버지의 청년 시절부터 마지막 모 습이 담긴 사진, 육필 원고 등이 있습니다. 실명 전에 원고지 위에 또박또박 쓴 작품들과 함께, 실명 후에 쓴, 그야말로 겹치고 얽힌 문장들로 채워진 ‘처참한’ 원고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실명 선고를 받은 후에도, 입으로 구술하지 않고 원고지에 글을 쓰셨는데요. 아무 리 우리들이 옆에서 아버지의 손을 잡아 주어도, 아버지의 글 쓰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행이 겹치고는 했습니다. 눈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갈겨 쓴 필체에다가 행까지 겹치니, 내용을 알아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지요. 그렇게 써낸 한 줄 한 줄에 의지하여 우리 가족이 밥을 먹고 살았기에, 저 와 가족에겐 더없이 귀중한 기탁품인 셈이지요. 기억 속 ‘덕원서점’과 ‘르네상스서점’ 아버지는 전주 남부시장의 ‘덕원서점’과 전동의 ‘르네상스서점’이라는 서점을 운영하셨어요. 갓난쟁이 시절이었기에 제 기억에 남아있진 않아요. 다만 사진으로 보아 왔지요. 아버지가 책방 주인장이었던 시절을 떠올리자면, 아주 어릴 때부터 집에 언제나 온갖 책들이 쌓여 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어요. 낡은 책도 상당히 많았고, 일본 책과 무서운 삽화가 들어 간 책들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책들 모두 소설가 이정환을 있게 한 작가적 자산이었겠지요. 아버지가 전주 시민들에게 ‘전주의 아들’, ‘전주의 소설가’로 기억되었으면 해요. 전주천변에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작가의 꿈을 키웠고, 전주에서의 소중한 추억들 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던 아버지에게, 전주 는 어느 지역보다도 각별한 정신적 고향이었을 테니까요. 이정환 소설가의 장녀인 이진(57) 시인은 기자와 편집자 생활을 거친 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전업 작가와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1995년 계간 가을호에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 시집 , ,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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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멋진 하루
덕진교에서 조경단까지
알고 걸으면 더 잘 보이는 조선 역사를 만나는 길
덕을 지어 얻은 다리, 덕진교 옛날에 못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원님이 저승에 갔다 ‘덕(德)진이의 창고’에서 얻은 노잣돈 덕에 이승에 무사히 돌아오게 됐다. 그 후 노잣돈을 갚기 위해 방방곡곡 ‘덕진이’를 찾아 헤매다 한 주막에서 일하며 내(川)를 건너는 이들의 젖은 옷이나 버선 빨래를 해 주던 덕진이를 찾았다. 그간의 사정을 말하며 빚을 갚게 해 달라는 원님의 부탁을 한사코 거절하던 덕진이는 정 그러면 사람들이 옷을 적시지 않고 내를 건널 수 있는 다리를 하나 놓아 달라고 했다. 그렇게 생긴 다리가 덕진교(德津橋)였다고 한다. 못된 원님이 선한 마음을 갖게 하고, 그 덕에 찾아온 복마저 남을 위해 베푼 덕진이의 착한 마음씨 덕에 생긴 다리라 하니 왠지 건너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내딛는 발걸음에 덕 한 걸음, 복 한 걸음 지으며 걸어야 할 것만 같다. 넉넉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걷기 좋은 이 길은 사실 몇 해 전만 해도 차와 사람이 함께 다니는 다소 좁고 위험한 길이었다. 전주시가 차량을 통제하고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으며 지금의 산책길이 완성됐다. ‘천년사랑둑길’이라는 이름처럼 걸으면 사랑이 퐁퐁 샘솟을지도 모를 일이니 혼자가 아닌 함께 걷는 것도 좋겠다. 혹시 아는가. 누군가와 함께 걷다 보면, 쓸쓸한 이 가을날이 햇살 눈부신 봄날처럼 따스하게 느껴질지.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바람이 콧잔등 간질이는 봄바람처럼 느껴질지 말이다. 덕진이의 설화를 들으며 산책하듯 걷는 덕진교를 지나면 작은 마을이 하나 나온다. 건지산 아래 자리한 덕암마을은 끝날 듯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이 인상적인 마을이다. 겨우 사람 한두 명이 어깨를 마주하고 걸을 정도로 좁은 골목길은 마을을 촘촘히 이어 주고 있다.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만나는, 황극단덕암마을을 빠져나와 조금 걷다 만나게 되는 황극단. 이곳은 부러 찾으려 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아 마치 보물찾기 하는 기분마저 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황극단은 일제강점기 나라를 찾기 위해 싸운 애국지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제단이다. 한가운데 고종 황제 비를 중심으로 김구 선생 비, 순국 5열사 비, 3·1운동 민족대표 33인 비, 이석용 의병장 비가 자리하고 있다. 그 모습이 어찌 보면 고종 황제를 호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기도 하다. 이 황극단은 임실 출신 이석용 의병장의 유언에 따라 그의 아들이 만들었다. 저승에 가서라도 일본을 꼭 망하게 하겠다는 굳은 다짐, 그리고 살아서 황제를 모시지 못했으니 황극단을 세워 선황제를 모시게 하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해방 후 8년간 행상을 하며 모은 돈과 논밭을 판 돈으로 건립한 것이다. 황극단이 건립된 사연을 알고 보니, 죽어서라도 나라를 되찾고 싶었던 이석용 의병장의 마음, 그리고 살아생전 나라를 위해 험난한 길도 기꺼이 걸어갔던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이 떠올라 숙연해졌다. 그냥 지나쳐 버리기엔 아쉬운 큰 의미가 있는 곳이 보물찾기 하듯 찾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렇게 다소 무거워진 발걸음으로 황극단 계단을 내려왔다. 자부심을 안고 걷는 길, 조경단 조경단까지 가는 길은 하늘과 함께 걷는 것이 좋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걷는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저 멀리 하늘을 보며 걷다 보면 조경단을 미리 만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조경단까지는 아직 한참을 걸어야 하지만 언덕에 자리한 까닭에 발길이 닿기 전에 눈길이 먼저 가닿는다. 그렇게 열심히 걸어서 조경단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 비로소 조경단 초입에 들어선다.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서니 길게 이어진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오르니 또다시 문이 나온다. 문 위에는 뾰족한 창살, 홍살이 촘촘히 세워져 있다. 악귀가 감히 들어갈 수 없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다. 제단을 가운데 두고 총 네 개의 문이 있는데 조선시대 그 신분에 따라 들어가는 문이 달랐다 한다. 조경단은 전주 이씨 시조 이한의 묘소로 경기전, 조경묘와 함께 전주가 조선왕조의 발원지임을 상징하는 곳이다. 고종은 1899년 건지산에 시조 묘역을 조성했으며, 이 시조 묘역을 조경단이라 명명하고 친필로 대한 조경단이라 써서 비를 세웠다. 이는 전주가 대한제국 황실의 시원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기에 아쉽게도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실제로 들어가 볼 기회가 적기에 아쉬움이 남지만 그렇기에 더욱 걷는 의미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하지 마시라. 현재 전주시에서는 이곳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니 말이다. 이러한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조경단이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자리매김하기를, 그리고 그럼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주가 대한제국 황실의 시원지라는 자부심을 갖는 날을 기대해 본다. 그러니 행여 조경단까지 들어가지 못한다 해도 섭섭한 마음은 잠시 잊고 그보다 커다란 자부심을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보는 건 어떨까. 글 최수진 | 자유기고가최수진 씨는 잡지 기자를 거쳐 사보 기획자로 다양한 매체를 만들고 글을 써 왔다. 현재는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며, 전방위적인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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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밖 전북
전주에서 진안까지
세상의 모든 예술은 ‘수작’으로 어우러진다
아름다운 수작, 전주공예품전시관과 목우헌등잔 밑이 어두울 때가 있다. 지척에 두고도 그 매력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이 속담은 유효하다. 전주공예품전시관이 위치한 태조로를 거닐며 뜻하지 않게 늦가을의 햇살을 선물로 받는다. 길게 늘어선 회화나무와 간간 알맞게 서 있는 단풍나무 그리고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방짜 유기 같은 그림자를 도량에 맞게 펼쳐낸다. 그 순간 나무의 그림자를 통해 제 존재를 드러내는 늦가을의 마지막 햇살이 마치 판소리의 한 대목처럼 반갑기만 하다. 전주공예품전시관 오목대 전통 정원 앞 작은 연못에 잠시 발길을 묶는다. 마침 연못에는 어디에서 날아들었는지 단풍잎 몇 장이 수면 위 가을 하늘을 덮고 있다. 그 옛날 전주 땅에 이름 붙이고 살았을 이름 모를 장인의 거친 손처럼 단풍잎이 유독 붉다. 작은 연못에서 단풍잎에 깃든 손 하나를 주워 든다. 붉은 단풍잎 하나를 주워 들고 옛사람이 새긴 무늬를 요모조모 상상하고 있을 즈음, 전주공예품전시관의 육중한 나무 대문이 빗장을 연다. 전주공예품전시관은 ‘손의 도시’ 전주의 수공예품 문화를 다각적으로 느끼게 하고 체험하고 판매하는 ‘수공예 종합 플랫폼’이다.여섯 채의 한옥 중 명품관과 판매관 사이 앞마당이 유독 눈에 환하다. 한옥에 산다면 이런 마당 하나쯤 소유하고 싶다는 욕심이 불현듯 솟구친다. 명품관 옆에 전시된 까치호랑이 목공예품도 그 욕심에 한몫 더한다. 한옥 처마를 비집고들어서는 공짜 햇살을 오래 밟고 서 있다가 판매관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판매관은 전국 수공예품 740여 종을 전시·판매하는 공간답게 눈요깃거리가 가득하다. 종류도 매우 다양하여 마치 수공예가들의 재미있는 수다를 한자리에서 듣는 기분이다. 어떤 수공예품은 굳이 그 쓰임을 모르더라도, 오묘한 기품을 선물하기도 한다.그런 뜻밖의 감정을 더 오래 간직하고 만끽하고 싶다면 곧장 명품관으로 향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명품관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가장 전주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만약 마음에 드는 작품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오리무중 갈피를 잃는다면, 그곳에 상주하는 해설사에게 설명을 청해보는 것도 좋은 수공예 감상법 중 하나이다. 나머지 명인명장관과 전시1관은 판매보다는 전시를 주목적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마침 명인명장관에 발길을 더 했을 때는 특별기획전 전시가 한창이다. 과거 조선의 사내들이 전장(戰場) 혹은 의례나 심신 단련을 위해 사용했을 활과 화살 앞에서 오목대 전통 정원 앞 작은 연못에서 만났던 동심원이 오랜 호흡을 붙든다.순간 명인명장관에서 쏘아 올린 화살이 전주공예품전시관과 지척에 있는 목우헌에 날아가 꽂힌다. 목우헌은 전주한옥마을 목공예 공방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장소다. 명인명장관에서 본 화살촉은 어쩌면 목우헌의 주인장인 김종연 명장의 손때 묻은 조각도가 되어 전통 목침과 다식, 약과 틀, 서각 등의 장식품을 그동안 새기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목우헌 공방에 놓인 한 쌍의 까치호랑이를 다시 보면서 전주공예품전시관과 목우헌은 어쩌면 처음부터 서로에게 아름다운 수작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고 아득한 수작, 진안 손내옹기와 도통리 청자 요지전주가 등잔 밑이 어두웠다면, 진안은 멀고 아득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진안 백운면 평장리에 있는 손내옹기를 찾아가는 길에서 스치는 마령 뜰은 잘 빚은 옹기를 닮았다. 태초에 그 뜰에서 흙을 떠다 옹기를 구웠을 옹기장이들의 손은 과연 어떤 모양이었을까. 끝내 불을 이기고 돌아온 옹기를 마주하며 미소 지었을 그 표정은 홀연 어떤 빗살무늬토기를 닮아 있었을까.손내옹기의 주인장인 이현배 진안고원형 옹기장을 만난다. 그의 손끝에서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라는 시간이 모두 한 옹기의 빛깔에 담긴다. 이현배 옹기장은 1993년부터 진안 백운면 평장리에 정착했다고 한다. 이후 독자적으로 손내옹기를 빚어오면서 다양한 전시 활동을 기획하고 추진하기에 이른다. 특히 2018 평창올림픽에서는 ‘평화의 밥상’이라는 주제로 남과 북의 화합을 기원하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단다. 요즘에는 아이들과 노인을 위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에도 마음 한 조각을 내주면서 진안 전통 옹기에 스며 있는 옛 무늬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복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현배 옹기장과 몇 마디 대화를 섞다 보면 어느샌가 둘의 대화는 잔잔한 섬진강의 물줄기를 타고 흐른다. 어느 지점에서는 의미의 물살이 빠르고, 어느 지점에서는 대화의 물살이 한없이 느리다. 또 어느 지점에서는 징검돌을 놓을 수 있을 만큼 옹기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잔잔하고 고요하기도 하다. 그 대화는 마치 옹기를 굽는 전통 가마처럼 아늑하고 웅숭깊다. 물레를 왼발로 수없이 당기며 수시로 흙과 물과 침묵을 섞어 손내옹기의 넓은 어깨를 다듬어 나갈 때도, 그는 반은 알아듣고 반은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로 시간을 건넌다. “이 장독에 두른 띠를 눈썹이라고 불러요.” 그 말과 동시에 이현배 옹기장은 장독의 눈썹에 일곱 개의 점무늬를 연이어 찍어 낸다. 무슨 의미가 담겨 있느냐고 묻는 물음에 그는 소리 없는 웃음만 빚어내며 특별한 의미는 없다면서 물레를 멈춘다.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말의 의미가 마치 1,000도가 넘는 불길을 견디고 나온 잘생긴 손내옹기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는 옹기를 굽는 가마 앞에서도 불을 넣을 때는 뜸을 들이듯 지긋이 지펴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 그래야 흙이 불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을 들릴 듯 말 듯 곁들인다. 마지막 인사 끝에는 진안역사박물관의 매사냥 특별전에 전시한 새 모양 토기에 관한 이야기를 곁두리로 전한다. 문득 생각한다. 흙이 한 마리의 새로 빚어져 비화하기까지는 얼마나 뜨거운 시간을 견뎌 내야 하는 걸까. 그 시간을 돌이키며 다시 텅 빈 가마 안을 들여다보니, 모든 옹기가 멀고 아득하게만 보인다.손내옹기를 빠져나와 성수면 중평마을에 있는 도통리 청자 요지를 찾는다. 마을 사람에게 물어물어 찾은 도통리 청자 요지에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함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문득 이현배 옹기장의 ‘특별한 의미가 없다’라는 말이 순간 떠올라 한참을 혼자 웃는다. 어쩌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가마터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켜켜이 쌓아 온 ‘산산조각의 힘’일지도 모른다. 도통리 청자 요지 작은 느티나무 아래 무더기로 쌓여 있는 그 옛날의 청자 조각들을 보면서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라고 말하던 한 시인의 문장이 전주와 진안의 여행길을 이으며 오랜 수작을 걸어 온다. 글 김정배 | 글마음조각가, 원광대 교수진안 달구름 마을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살고 있다. 오른손으로는 글을 쓰고, 왼손으로는 그림을 그리는 가장 무명한 예술가. 시평집 와 포토 포엠 를 펴냈으며, 현재 원광대학교 융합교양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20.11.23
#목우헌
#손내옹기
2019 전주의 약속
나무의 겨울을 부탁해, 트리허그
길거리 나무들의 겨울나기를 위한 월동 준비는 지난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꽃 피는 봄을 지나, 푸르른 여름, 울긋불긋 가을에 이르기까지 부지런히 옷을 지어온 고마운 손들이 있지요. 색색의 털실을 엮고 곱게 수를 놓아 알록달록 뜨개옷을 완성했답니다.추운 겨울을 앞둔 11월의 어느 날, 50여 명의 전주시 자원봉사자들이 뜨개옷을 들고 전주역 앞 첫마중길에 모였습니다. 길 위에 나란히 늘어선 가로수마다 따스한 옷을 입혀주기 위해서인데요. 정성스레 지은 옷으로 나무의 둘레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나무를 하나하나 어루만지는 동안 손의 온기도 전해졌겠지요. 그러니 빈 가지마다 눈송이 내려앉고 연일 찬 바람에 몸을 떨어도, 속까지 꽁꽁 얼지는 않을 것 같아요. 봄꽃 못지않게 화사한 나무 사이를 지나는 행인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하네요. 덩달아 전주의 온기도 올라갑니다.나무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트리허그’는 전주역 앞 첫마중길뿐 아니라 전주시청 앞 문화광장로, 전주한옥마을 공예품전시관 앞에서도 진행되었습니다. 전주 곳곳의 가로수에게 자원봉사자들이 반가운 겨울 선물을 전달해준 것이지요. 사람의 온도가 더해진 전주의 겨울, 그 따뜻한 풍경 속을 함께 걸어볼까요?
2020.11.10
#겨울
#월동준비
#뜨개옷
#트리허그
#가로수
잘 고쳤다 이 집
오래된 건물에서 발견한 미래, 전주현대미술관 JeMA
옛 공장 건물에 불어든 봄바람 남부시장을 거쳐 오래된 상가 건물들을 지난 다음에 당도한 곳. 이곳이 현대미술관이라니! 흰색의 3층 건물 가운데엔 물건을 옮기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커다란 장비가 1층부터 3층까지 연결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건물은 원래 공장이었다고 한다. 1960년에 지어진 건물은 맨 처음에는 인쇄공장으로 쓰였으며, 1970년대 초에는 초원제약 제조공장이 되었다. 당시 이곳은 직원 40~50명이 일을 하던 일터였다. 건물의 3층은 당시 직원 숙소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다고 한다. 이후에 건물은 창고가 되었고, 방치된 채 다만 시간을 견디고 있었을 것이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낡아 가던 건물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 것은 2017년 가을 초입. 서울에서 활동하던 한 화가로 인해 시작되었다. 이기전 관장은 고향에 내려올 결심을 하고 작업실을 찾던 중 이 건물을 소개받았다. 사람들이 서둘러 지나쳐 가는 건물이었지만, 화가의 눈에는 다른 것이 보였던 모양. 그때부터 장장 1년 반 동안 묵은 페인트를 벗겨 내는 일부터 시작해 미술관으로 단장했다. 건물의 골격은 고스란히 유지하되, “Delight(즐거운), Imagine(상상하는), Creative(창조하는), Share(공유하는)”를 꿈꾸는 미술관이다. 1층부터 3층까지, 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새로운 전시 공간은 정형화된 미술관의 모습과는 달라서 작품을 보는 재미, 예술과 노는 재미를 더한다. 예술의 도시 전주, 누구나의 미술관전주 한옥마을 인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기전 관장은 전주가 간직한 문화적 자산과 전주의 옛 모습에 대한 애착이 크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경기전에 돌담이 없었어요. 그래서 무시로 드나들었죠. 전주에 있는 학교 미술부들은 다들 경기전에 모였어요. 하반영 선생님을 비롯한 화가들이 계시는 열린 미술 교실이었어요.”라고 이기전 관장은 이야기한다. 저물녘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한옥마을의 풍경을 기억하는 그는 미술관 주변의 남부시장, 조만간 완공될 전라감영, 풍남문 등 전주가 간직한 보물 같은 역사·문화적 공간들이 ‘전주현대미술관 JeMA’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옛것의 토대 위에서 미디어 아트 등 다채로운 현대미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남부시장의 상인도,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도 언제든 들를 수 있는 곳, ‘살아 있는 미술관’이 되길 원한다. ‘전주현대미술관 JeMA(Jeonju Contem-porary Museum of Art)’의 ‘제마(JeMA)’는 공교롭게도 ‘어머니’를 뜻하는 함경북도 방언이기도 하단다. 자식들을 길러낸 어머니가 대처로 떠난 자식들을 기다리는 모습과 원도심이 겹쳐 보인다. 이 미술관은 문을 연 지 얼마 되지는 않았으나, 바지런한 어머니의 성정이 그러하듯 쉼 없이 길을 만들고 있다. 2월 말까지 열린 개관전에 이어 3월부터는 팝아트 작품들을 소개하는 ‘J-POPART 2019’ 전시를 열고, 호텔 룸을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한 아트페어에서 착안한 ‘ARTROOMS 2019’를 진행할 예정. 또, 미술 작품들에 둘러싸인 전시장에서의 도예체험,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그림자극과 인형극, LED 크리스털 플라워 만들기 등 예술을 손끝으로 만지고 가슴에 품을 기회가 이곳에서 주어진다. 전주현대미술관 JeMA 주소 |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98-1 문의 | 063-284-0777
2020.10.28
#남부시장
#미술관
#옛공장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풀 한 포기에서도, 봄을 느끼다
숲이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안다자연에 관심이 많아지고 여가를 활용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삼림욕이나 숲 산책, 숲 해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숲과 자연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런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산은 어디인가요?”, “전주에서 제일 좋은 숲은 어딘가요?”, 그럴 때면 늘 내 대답은 같다. “제일 가까운 산이요.” 쉽고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좋은 숲이다. 그래서 자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먼저 집 앞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주로 도시이다 보니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투성이다. 길가나 담 틈에 자라는 식물을 발견하기도 어렵고 발견한다고 한들 그 이름도 알지 못하니 궁금증과 답답함이 더할 따름이다. 나무나 풀 이름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숲해설가도 아니고 따로 두꺼운 도감을 사지도 않았다면 가볼 만한 곳으로 식물원, 수목원, 휴양림을 추천한다. 식물원은 너무 인공적이고 휴양림은 너무 멀다. 그래서 수목원이 그나마 가장 가기 쉬운 숲이다. 아이들과 함께 떠난 수목원 나들이 공기가 제법 차가웠던 어느 날,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전주수목원을 찾아가 보았다. 생기 넘치는 봄을 느끼고자 들렀는데 아직 봄이 덜 왔다. 덜 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오기 시작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숲이 어떻게 한 해를 시작하는지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했다. 이제 막 여덟 살이 된 하서준 군과 장도율 군이다. 아이들은 관찰이나 산책 등 정적인 활동보다는 달리고 소리 지르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산책하며 중간중간 놀아 보았다. 아이들이 커다란 나뭇잎 한 장을 주웠다. 버즘나무가 작년 한 해 열심히 광합성을 하고 가을에 떨어뜨린 잎이다. 만져 보니 겨울을 나면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여 바삭하게 말랐다. 구멍을 내 가면처럼 써 보기도 하고 손으로 부셔 보기도 한다. 나뭇가지에 나뭇잎을 꿰어 들고 다니다 휙 버린다. 내달리다가는 술래잡기를 하자고도 하고 퀴즈를 내기도 한다. 그런 게 어린이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자연은 마치 어린이처럼 술래잡기하듯 어디로 숨어 버리고 알쏭달쏭 퀴즈처럼 내게 정답을 찾아보라고 문제를 던져 주기도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놀라움을 쉽게 찾아내면 좋겠지만 수목원에서 깊이 있는 원시 자연의 맛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거기에 맞게 대응하는 자연의 모습을 살짝 엿볼 뿐이다. 남도의 정취가 느껴지는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집 앞 공원의 조경도 계획적이다. 계절별로 항상 볼 수 있는 자연이 있어야 한다. 하물며 수목원의 설계와 조경은 더 하면 더하지 못하지 않다. 수목원마다 각자의 특징을 갖고 있고, 그 안에서 조화롭게 배치가 되어 있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는 담양의 죽녹원을 연상시키는 대나무숲, 겨울에도 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녹색을 간직하는 늘푸른넓은잎나무(상록활엽수)들이 많이 심어져 있고, 바늘잎나무, 잎지는넓은잎나무(낙엽활엽수)들도 적절히 배치가 되어 있다.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양치식물과 선인장, 관엽 식물들이 잘 가꿔진 유리온실, 현대적인 정원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꾸며진 정원박람회 작품, 중간중간 조각상들도 있고 그네도 매져 있다. 연인이나 가족끼리 오면 딱 좋은 곳이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의 특징을 한 가지만 말하라고 한다면 한눈에 봐도 남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부 수종들이 눈에 많이 띈다. 늘푸른넓은잎나무(상록활엽수)들과 배롱나무, 대나무가 그것인데 특히 신석정 시인이 “내가 죽거든 무덤 앞에 태산목을 심어 달라”고 말할 정도로 사랑했다는 나무, 태산목이 여러 그루 심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태산목을 좋아하는데 목련과 중에 유일한 늘푸른나무(상록수)이며 꽃이 크고 화려하며 향이 좋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잎이 반들반들하니 한번 만져 보고 싶은 질감을 갖고 있다. 아직은 한 아름이 안 되는 나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힘들고 지친 이들이 기댈 수 있는 거목이 될 것이다. 애기동백도 붉게 정열적인 모습을 수줍게 드러내며 피어 있고, 배롱나무도 매끈한 나무껍질을 자랑한다. 다른 수목원에서 보기 어려운 모습들이다. 꽃을 피우며 새봄을 준비하는 자연아직은 앙상해 보이는 나무들도 가지 끝마다 겨울눈이 통통해져서 조만간 새잎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들은 햇빛을 가로막지 않으니, 햇빛이 그대로 땅에 내려와 풀들이 햇빛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이미 많은 나무들 아래엔 셀 수 없이 많은 봄풀들이 자라고 있다. 주로 가을에 싹을 내고 그대로 겨울을 난 후 이른 봄 누구보다 빨리 꽃을 피우는 로제트 식물들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달맞이꽃, 냉이, 민들레, 뽀리뱅이, 질경이가 바로 그런 로제트 식물들이다. 이른 봄, 거대한 나무 틈 속에서 조용히 꽃 피울 준비를 하는 로제트 식물들은 새봄을 준비하는 우리의 마음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와 이야기는 관심이 없는 이에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결국 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너무 멀리 있는 희귀한 식물을 보기보다 발아래 가까이 있는 풀 한 포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연 공부라고 생각한다. 글 황경택 | 생태만화가황경택 씨는 만화가이자 생태놀이 안내자다. 숲에서 그림을 그리며 배운, 지혜로운 동식물의 생존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만화를 그리고 재미있는 생태놀이도 만들고 있다.
#숲
#나무
#전주수목원
#유리온실
#정원
한옥숙소의 신박한 변신, 우리 놀이터 마루달
한옥마을 한복판에 들어선 전통 놀이터전주 한옥마을 동학혁명기념관 맞은편 옛 청명헌이 문을 활짝 열고 사람을 반긴다. 한옥마을 전통 숙소였던 높다란 대문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변모한 것. 숙소를 예약한 사람에게만 속살을 보이던 공간이 옛 이름마저 훌훌 털고 ‘우리 놀이터 마루달’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우리 놀이터 마루달은 순우리말인 ‘마루’와 ‘달’이 결합된 말로,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마루가 있는 공간’이라는 뜻과 한옥의 지붕 ‘마루 끝에 달이 걸려 있는 공간’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공간도 그 이름에 걸맞게 조성했다.전통 한옥 숙소의 다소곳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한옥의 속살이 모두 보이는 투명 창호 미닫이문들과 너른 마루가 시야를 가을 하늘 만큼이나 청명하게 만들고 있었다. 크고 너른 온돌방 벽을 헐어 마루에 공간을 내주고, 교육 공간과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온돌 2인실과 4인실로 불리던 방들은 ‘도란도란방’, ‘뒹굴뒹굴방’, ‘오 분 만에 잠이 오는 방’, ‘오밀조밀방’으로 이름을 바꾸고 전통 놀이 교육과 뒹굴며 쉴 수 있는 휴식을 담당하게 되었다. 한국전통문화전당 전통놀이문화추진단 놀이문화 전문가 열네 명과 예술 강사가 함께 전통 놀이 문화를 만들고, 이곳을 공동체 놀이 공간으로 만들어 간다고 한다. 전통 놀이로 세대를 아우르다우리 놀이터 마루달에서는 전통 놀이를 현대화하고, 미술이나 국악 등 다른 분야와 접목한 융합 놀이를 보고 배우고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마루달은 전통 놀이나 전래 놀이가 아닌 ‘우리 놀이’라 불리기를 희망한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 놀이의 종류도 다양하다. 땅바닥이나 널판에 여러 가지 모양의 판을 그려 돌이나 막대기 등을 말로 삼아 승부를 결정짓는 고누를 비롯해 비석치기, 실뜨기, 제기차기 등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놀이를 골라서 만들었다. 한국전통문화전당 전통놀이문화추진단은 마루달 개관에 앞서 우리네 전통 놀이를 소재로 한 창작 이야기책을 팝업북으로 제작하였고, 다양한 전통 보드게임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보급하였다. 친구, 부모 등 다양한 세대들이 ‘우리 놀이’를 함께 즐기며, 소통을 넘어 자연스레 공동체 의식을 함양토록 하기 위해서였다.이제 막 문을 연 ‘우리 놀이터 마루달’이 재미와 함께 왁자지껄한 놀이 문화를 만들고 특별한 날만 하는 놀이가 아닌 일상생활 속 놀이로, 경쟁력 있는 전주의 콘텐츠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놀이터 ‘마루달’주소│전주시 완산구 은행로 39운영시간│화~일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입장료│무료입장문의│우리놀이터 마루달(063-231-1501)
2020.10.23
#한옥마을
#전통놀이
#놀이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