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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사람, 전주 10미(味)
정정희 요리연구가
전주 10미(味)로 차려 내는 무궁무진 전주의 맛
전통은 보유가 아닌 동행이다정정희 요리연구가는 전통 음식에 대해 남다른 철학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전통 음식은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함께 변화하는 동행자라고 말이다.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영양사로 활동했던 그가 운명처럼 전주 전통 음식에 뛰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통 음식이 박제된 유물이 아닌 살아 숨 쉬는 문화로서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후 그는 전주 한정식의 대가인 박영자 명인에게서 20여 년 넘게 전주 음식을 배우며 전주의 맛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데 집중해 왔다. 지난 2017년에는 사단법인 전주한정식보존회를 출범시켜 전주 전통 음식의 맥을 잇기 위한 노력에도 앞장섰다.그의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지역의 전통 재료인 전주 10미에 현대적 조리법을 더해 색다른 전주밥상을 선보여 온 것이다. 전주 음식의 뿌리인 전주 10미는 그의 손길을 거쳐 우리의 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음식문화로 재탄생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전주 10미로 만드는 전주밥상’을 주제로 꾸준히 쿠킹클래스를 운영하며 새로운 전주의 맛을 소개하는가 하면, 과 같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양한 형태의 전주 음식을 알리기도 했다. 정체된 전주의 맛과 멋을 다시 한번 꽃피우기 위해 거침없이 대중 속으로 뛰어들었다.다양한 시도로 꽃피운 전주 밥상그에게 전주 10미는 단순한 전통 재료가 아니다. 이는 무궁무진한 변화의 가능성을 지닌 음식이자 문화이다. 그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계절의 변화에 맞춰 전주 10미를 우리의 밥상 위에 올린다. 최소한의 양념으로 본연의 맛은 살리되,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혀 새로운 맛과 형태를 선보인다. 여기에 한국의 전통 색상인 오방색을 덧입히니 눈과 귀가 동시에 즐겁다.전통 재료인 전주 10미의 무한한 변화 속에서 대중들은 색다른 즐거움과 감동을 느낀다. 이 때문에 그의 진북동 작업실은 해마다 새로운 전주 음식을 배우기 위한 내·외국인의 발길로 북적이고 있다. “전주의 전통 음식이 살아 숨쉬기 위해서는 시대가 변화하는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그의 요리 철학은 전주 10미를 활용한 ‘전주한정식 1인 상차림’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이어졌다. 코로나 이후 움츠러든 전주한정식의 위기 극복을 위해 간소하면서도 위생적인 1인 한정식 상차림을 개발한 것이다.정정희 요리연구가는 전주 전통 음식을 다시 한번 화려하게 꽃피우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전주 음식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이 전주 10미와 전주 음식의 건강한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정정희 씨가 추천하는 전주 10미(味) 1인 한정식 전주 10미를 활용한 1인 한정식에 정해진 틀은 없어요. 전주 10미(味)를 활용해 무궁무진한 음식을 선보일 수 있죠. 다만 ‘전주 10미 1인 한정식’은 전통적 재료에 현대적 조리법을 더해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음식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민물새우뭇국, 팥죽, 구절쌈, 애호박콩나물전, 육회, 잡채, 콩나물잡채, 홍어찜, 황포묵선, 모래무지열무지짐, 떡갈비, 고들빼기김치, 전주경단, 과일 등 다양한 제철 음식으로 1인 한정식을 구성할 수 있죠. 기존의 과한 상차림을 줄임으로써 효율적이고 위생적인 식사가 가능하답니다.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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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음식
맛은 기본, 추억은 덤! 전통 겨울 간식
80년 한결같은 맛, 백일홍 찐빵만두전주시청과 한국전통문화전당 사이 오래된 건물 1층에 자리한 백일홍 찐빵만두. 1대 사장님의 비법을 전수한 지금의 대표님이 조카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백일홍 찐빵은 하루 전날 재료를 미리 준비하는데, 직접 구매한 국내산 팥을 끓여 앙금을 만들고, 반죽도 하루 숙성한 뒤 사용한다. 보통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한데 이곳 찐빵은 숙성을 거치기 때문에 속이 편안하다. 일반적인 찐빵보다 크기가 작은 것도 이 집만의 특징. 80년 동안 한결같은 맛을 이어 오고 있는 이곳 찐빵은 그 진가를 아는 손님들이 대를 이어 찾아온다.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나 아침 9시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후 6시까지 문을 열지만, 손님이 몰리는 날이면 일찍 품절되기도 하니 너무 늦지 않게 달려가시길. 백일홍찐빵만두 l 전주시 완산구 현무2길 6770년 전통의 수제 군만두, 일품향개업 이후 무려 70년 동안이나 한자리에서 같은 음식을 만드는 곳이 있다. 전주영화제작소 옆 일품향이 바로 그곳. 1950년에 문을 연 일품향은 원래 군만두와 물만두, 찐만두를 파는 만두 전문점이었다. 그러다 40년 전부터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가게 역사만큼 공간도 나이를 먹었지만, 향수가 느껴질 뿐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평일엔 60개, 주말엔 100개를 만드는데, 소진할 수량만 손수 빚어 당일 생산, 당일 판매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곳 만두의 특징은 기름에 튀겨내지 않고 은은하게 구워내는 진짜 군만두라는 점이다. 반죽부터 소까지 재래식으로 만들고 한 번 찐 다음 굽는다. 그래서 바삭하기보다는 부드럽고 쫀득하다. 한 입 베어 물면 촉촉한 육즙이 톡 터져 나와 맛을 배가시킨다.일품향 l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3길 12-8 바삭한 튀김 외길 30년, 경기장 맛나 튀김오전 10시 30분, 아침과 점심 사이 튀김으로 가볍게 위장 운동을 하려는 이들이 가게 앞에 진을 치기 시작한다. 덕진초등학교 옆 경기장 맛나 튀김의 풍경이다. 튀기는 족족 서 있는 손님들의 입으로 들어가거나 주문 예약을 한 손님에게 건넬 봉투 속으로 빠르게 사라진다. 튀김기 두 대를 이용해 연신 튀겨 내지만 소진되는 속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 튀김은 오징어, 김말이, 달걀, 고추, 식빵 등 총 다섯 가지. 오징어는 덕장에서, 달걀은 농장에서 구매하는 등 국산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집게 하나 손에 들고 대기했다가 주인장이 건네주는 튀김을 바로 먹는 것이다. 추운 날씨에 하얀 입김 뿜으며 먹는 튀김이란 세상을 다 가진 맛이랄까? 매콤달콤한 떡꼬치와 추억 돋는 핫도그, 그리고 어묵까지 곁들인다면 추위는 저만치 사라지리라. 경기장 맛나 튀김 l 전주시 덕진구 들사평로 4720년 넘게 이어 온 달콤 쫀득한 그 맛, 달인명품호떡흰 반죽에 설탕과 계피, 견과류 등을 넣고 둥글게 모양을 잡은 후 기름에 굽는 호떡.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겨울 간식의 대표 주자다. 호떡이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은 금물. 아중리 달인명품호떡은 20년간 호떡을 구워 온 사장님의 비법이 집약된 그야말로 명품 호떡이다. 이곳 호떡은 반죽부터 다르다. 직접 개발한 조리법으로 반죽한 후 3시간 정도 숙성 과정을 거쳐 호떡을 만든다. 덕분에 다음 날에도 부드러움과 감칠맛을 잃지 않는다. 튀기듯 굽는 방식이 아닌 기름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는데, 약·중·강 3단계로 온도를 맞춰 놓은 넓은 팬에서 순차적으로 구워 낸다. 은근히 열이 가해져 속까지 골고루 익어 ‘겉바속촉’ 호떡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든 호떡은 20년 단골뿐만 아니라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아중리 외에도 삼천동, 중앙시장, 송천동, 호성동에도 지점이 있으니 가까운 호떡집에서 겨울 별미를 즐겨 보자. 달인명품호떡 l 전주시 덕진구 석소로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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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명품호떡
#전주맛집
취향 따라 걷다
눈 속에 피어난 꽃 보듯
추운 겨울엔 전시 관람 여행
품격 있는 전시 관람, 국립전주박물관과 전주역사박물관첫 번째로 둘러볼 전시 공간은 1990년 개관 이후 30여 년 만에 리모델링에 들어가 작년 초,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한 국립전주박물관이다. 드넓은 야외 마당을 지나 본관 로비로 들어서니 베이지색으로 통일한 바닥과 계단, 천정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 무료로 관람이 가능한 본관의 상설전시장은 1, 2층에 걸쳐 총 4개, 각각 선비 서예, 역사, 미술공예, 전주와 조선왕실이라는 주제로 꾸려졌다. 2층 중앙 벽 한쪽을 꽉 채운 와이드 스크린에서는 신기술융합콘텐츠(실감 영상)가 상영되고 있다. 로비 왼편의 작지만 알찬 아트숍에 들러 보니 형형색색의 ‘뮷즈(MU:DS, 국립박물관 상품 브랜드)’가 방문객의 지갑을 유혹한다. 카페에서 풍겨오는 향긋한 커피 향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할 땐 벽에 걸린 지역작가의 미술 작품을 자연스레 바라보게 된다.본관 외에도 들를 곳이 많다. 작년 11월 말 리모델링을 완료한 어린이박물관은 다양한 놀이를 통해 유물을 알아갈 수 있는 유‧무형 콘텐츠들을 가득 채웠다. 같은 건물 1층의 기획전시실에서는 4개의 공간을 차례차례 넘어가며 나한의 세상으로 빠져드는 특별한 경험도 해볼 수 있다. 또한,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이웃한 전주역사박물관에 가면 삼국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전주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상설전시장이 꾸며져 있으니, 여기까지 온 김에 함께 둘러보면 좋겠다.국립전주박물관‧전주역사박물관 l 전주시 완산구 쑥고개로 249, 259전통문화 종합 선물 세트, 한국전통문화전당 전시라고 해서 유물이나 미술 작품만 있는 게 아니다. 갖가지 전통문화 콘텐츠로 이채롭게 꾸며진 한국전통문화전당에 가면 오감을 깨우는 색다른 전시와 체험을 만날 수 있다.알록달록 오방색 옷을 입은 왼편 건물 1층에는 전통 놀이 체험 공간 ‘놀이‧집’이 있다.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보드게임으로 재탄생시킨 화가투, 고누놀이 등을 비롯해 마당놀이까지 알차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3층에 올라가니 전통요리 체험실인 ‘시루방’을 시작으로 열두 달 시절 음식과 전주 10미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실, 폐백 음식부터 한정식까지 다양한 전주 음식으로 채워진 음식모형 전시실, 그리고 음식 관련 도서 800여 권을 보유한 도서 휴게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연둣빛 건물, 한지산업지원센터에는 수십여 가지의 한지공예를 취향대로 골라 체험할 수 있는 ‘한지공예체험실’도 있다. 최소 30분부터 길게는 90분까지 난이도 별로 구성되어 있고, 가격대도 3천 원부터 1만 8천 원까지로 선택의 폭이 넓다. 가장 오늘에 가까운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온종일 신나는 문화 놀이를 즐겨 보자.한국전통문화전당 l 전주시 완산구 현무1길 20전주를 풍성하게, 다양한 매력의 민간 전시 공간들개성과 매력을 두루 갖춘 전주의 민간 전시 공간들은 마치 들꽃처럼 다양한 색과 향기, 질감으로 도시 곳곳에 풍요로움을 더해주고 있다.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편안하게 만나기에는 사립미술관만 한 곳이 없다. 전주시 신시가지에 자리한 ‘누벨백미술관’에서는 1~2주 간격으로 전시를 교체하며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향긋한 커피 향 속에서 전시를 즐기는 갤러리 카페도 좋은 선택지다. 효자동에 있는 ‘디오차드’와 대안화랑 ‘공간 시은’은 다양한 현대 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예술과 힐링의 공간이다. 민간 복합문화공간으로는 ‘우진문화공간’을 빼놓을 수 없다. 여름의 담쟁이는 시들었지만, 입구의 거대한 트리가 겨울날에 낭만을 더하고, 전시장과 공연장 사이의 작은 정원을 오가노라면 마치 동화 속 작은 마을에 놀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해마다 연초에는 12간지를 주제로 한 전시도 연다. 아이와 함께 전시도 보고, 미술 체험도 하고 싶다면 경원동에 있는 갤러리 ‘오감로니 미술관’이 제격이다. 이곳에서는 전시와 체험을 연계해 아이들에게 미술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일깨워 준다.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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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전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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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백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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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자 김치 전문가
개미진 전주 김치의 뿌리를 찾다
전주의 김치 맛, 과학적으로 증명하다 김치 명인, 김치 전도사, 김치 홍보대사 등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가 많지만, 스스로 ‘김치 전문가’라고 불리고 싶다는 안명자 씨. 그는 이십여 년 전 이웃과 지인들에게 김치를 담가 나눠주다가, 사람들이 감탄하는 모습에서 전주만의 김치 맛, 그 특별함과 우수성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김치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주 김치의 특징은 무엇보다 간이 절묘하게 맞는 김치라는 것. 전주 김치에서는 전남의 묵직한 맛, 서울의 깔끔한 맛과는 완전히 다른, 간간한 감칠맛이 난다. 비법은 김치의 염도에 있다. 1.6~1.7‰ 정도의 염도로 만드는 서울 지역 김치와 달리 안명자 김치 전문가는 김치의 염도를 2.0~2.1‰로 맞춘다. 밥과 함께 먹었을 때 가장 맛이 있는 간을 찾은 것이다. 잡다한 재료를 넣지 않고 최소한의 재료만을 사용해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던 단순하면서도 개미진 김치 맛을 재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즈음엔 특히 젓갈이나 배, 사과 등을 갈아 넣고 그 맛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안명자 김치 전문가는 마늘, 생강, 파 등 기본 재료와 미나리, 갓, 청각의 향만으로도 최고의 김치 맛을 낼 수 있다고 자부한다. 전주만의 개미진 김치, 함께 담근다 안명자 김치 전문가는 그동안 김치 강의, 김치 축제 개최, 해외 교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주의 김치 맛을 알리고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한옥마을에 ‘신뱅이’라는 음식점을 낸 것도 그가 개발한 김치 맛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바로 얼마 전,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전주김장문화축제에서는 일반 참가자들에게 미나리가 들어간 전주식 김장 김치를 선보이는 요리사로도 활약했다. 이에 더해, 맛있는 전주 김치를 누구나 집에서 담가 먹을 수 있는 ‘전주 김치 레시피(조리법)’를 널리 알리고 정착시키기 위해 ‘담가 가는 김치, 김치 나들이’를 고안했다. 친정에 나들이 가는 것처럼 김치 통만 가지고 와서 전주식 김치 레시피대로 맛있는 김치를 담가 가는 신뱅이의 상시 프로그램이다. 예약은 필수이며, 양은 10kg부터 시작한다. 전주만의 김치 맛을 세계 곳곳의 대중들에게 홍보하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목표다. 전주의 김치 맛이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방법을 생각하며, ‘전주 김치’의 뿌리가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안명자 김치 전문가의 연구는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신뱅이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경기전길 153-9 문의 l 063-282-3030 안명자 김치 전문가의 전주 김장 김치 레시피 전주 김장 김치의 부재료로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전주 10미(味) 중 하나인 전주 미나리다. 미나리는 아삭한 식감과 향을 더해 주는 최고의 재료다. 이와 함께 갓, 청각을 넣으면 전주 김치 맛의 개성이 완성된다. 재료의 비율에 따라 염도, 당도, 산도 등의 수치를 계산해야 한다. 과학적인 계량에 의한 최적의 김장 김치 레시피는 배추김치 1kg에 미나리 70g을 넣고 완성된 김치의 염도를 2.0~2.1‰에 맞추는 것!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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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활짝, 전주의 가을맞이
열정이 모여 가을 축제의 문을 연다
소리 예술제를 즐겨 보자, 전주세계소리축제스무 해가 넘는 세월 동안 해마다 가을이면 전주를 세계의 소리로 물들이는 전주세계소리축제. 명실상부한 소리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일등 공신,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스물한 살을 맞은 올해 역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무대로 9월 16일부터 열흘간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올해 소리축제는 ‘더늠(20th+1)’을 주제로 예술가, 예술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다. ‘더늠’은 소리꾼이 새로 짜 넣은 소리 대목을 뜻하는 판소리 용어로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예술제로서의 본질을 고민하겠다는 축제의 의미를 담았다. 축제는 일곱 개 섹션, 총 76회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개막공연 가 축제의 서막을 연다. 판소리 100년의 역사를 고음반에서 디지털까지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통시적으로 고찰한다. 근현대 판소리의 변화를 한눈에 감상하는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스타 소리꾼 방수미, 박애리, 정상희가 함께 꾸미는 ‘심청 패러독스’와 왕기석 명창의 ‘미산제 수궁가’, 유태평양의 ‘박초월제 흥보가’를 중심으로 한 메인 프로그램 도 관객들을 기다린다. 실내공연 중심의 단조로움을 줄이기 위해 지역 명소와 결합한 색다른 공연도 열린다. 치명자산성지 세계평화의전당, 덕진공원 연화정도서관 연화루, 부안 채석강 등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공연을 즐겨 보라. 가족뮤지컬 ‘알피(ALPI)’, 어린이 국악극 , 전북어린이대음악제, 메타버스를 활용한 ‘어린이 그림 공모’ 등 가족 관객을 위한 공연과 체험도 놓치지 말 것. 과감한 시도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감성 충만한 가을을 누려 보자.일시 | 9. 16.(금)~9. 25.(일) 장소 |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세계평화의전당, 덕진공원 등문의 |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063-232-8398)별빛 아래 치유의 밤을 누리자, 전주문화재야행문화재를 가장 잘 활용한 전국 대표 축제로 손꼽히는 전주문화재야행.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 전주문화재야행이 9월 23일과 24일 양일간 전주 한옥마을의 가을밤을 빛과 소리로 물들일 예정이다. ‘치유의 경기전을 거닐다’를 표제로 열리는 이번 전주문화재야행은 명상, 국악, 차회, 움직임, 휴식 등 다섯 개 프로그램이 힐링과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문화재야행의 최고 흥행 프로그램인 ‘경기전 좀비실록’은 안전을 위해 사전예약제로 진행되니 참고할 것. ‘사관에게 듣는 실록의 진실’이 전하는 조선왕조실록의 숨겨진 이야기도 흥미롭다. 전주의 구전 설화와 역사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전주 사람 전주 이야기’는 전주 시민의 자긍심을 심어 주리라. 민속놀이와 오락을 접목한 ‘경기전 진검승부터’와 ‘조선 보드게임 겨룸터’, ‘문화재 신분 상승 게임’ 등도 재미를 더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안겨 줄 온라인 이벤트 프로그램도 놓치면 서운하다. 전주의 ‘찐’ 맛집을 공유하는 ‘당신의 전주 맛집을 삽니다’, 전주에서 찍은 추억이 담긴 사진을 공유하는 ‘당신의 추억을 삽니다’가 그것. 전주 명소 20곳을 자유롭게 여행하고 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는 ‘전주 야행 VR(가상현실) 투어 이벤트’와 전주문화재야행 최신 정보가 담긴 퀴즈 게임을 풀고 인증하는 ‘문화재 카카오톡 대국민 O,X퀴즈 이벤트’에 참여해 상품도 챙기자. 깊어 가는 가을, 전주문화재야행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 보자.일시 | 9. 23.(금)~9. 24.(토) 장소 | 경기전, 전주 한옥마을 일대문의 | 전주문화재야행 추진단(063-232-9937)국악의 최고 등용문을 만나 보자,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우리 소리를 아끼는 사람들의 노력 덕에 명실상부 국내 최고 명인·명창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올해는 8월 21일부터 9월 5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과 전주대사습청* 일원에서 열린다.제48회째를 맞이한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판소리 명창을 비롯해 무용 명인, 농악, 기악, 무용, 민요 등 총 15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올해부터 고법 일반부를 신설해 고법의 대중화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고법은 판소리에서 북을 치는 방법을 말한다. 판소리에서 북 장단을 짚어 주는 고수는 소리꾼 못지않게 중요한데, 소리꾼의 흥을 돋워 소리를 빛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예부터 ‘1 고수 2 명창’ 즉, 좋은 고수를 만나야 명창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국악 꿈나무들의 무대인 제40회 학생전국대회도 열린다. 학생전국대회는 판소리를 비롯해 농악, 기악, 무용, 민요, 가야금병창 등 10개 부분으로 진행된다. 본격적인 대회에 앞서 축하 공연으로 흥을 돋울 예정이다. 먼저 지난 8월 23일과 24일에는 외국인 전공자와 젊은 장원자, 국악계 명인들의 무대가 펼쳐졌다. 이어서 9월 3일에는 창작 공연이 열리고, 9월 4일에는 원로급 명인들이 무대에 오른다. 과연 올해는 누가 대한민국 국악 최고의 등용문에 오르게 될까? 제48회 전국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그 결과를 확인해 보자. 일시 | 8. 21.(일)~9. 5.(월) 장소 | 전주대사습청, 국립무형문화유산원 등 문의 | 전주대사습청(063-288-0771)
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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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특집 l 여름, 전주의 빛깔-전주초록×숲
쉼이 필요한 시간, 바다보다 숲이다
피톤치드 그윽한 숲으로, 건지산 편백숲&오송제도심 속에 숨은 푸른 숲, 전주 생태계의 보고로도 알려진 건지산에는 숲캉스를 즐기기 제격인 곳이 있다.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높이 뻗은 가지들은 뜨거운 태양을 가리기에 적당하고, 겹겹의 가지들 사이로 스치듯 보이는 푸른 하늘은 무더위를 잊게 할 만큼 청량한 편백숲.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듯 편백은 피톤치드를 내뿜는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는 피톤치드의 효능을 증명이라도 하듯 숨 막히는 더위를 피해 삼림욕을 즐기러 오는 발길이 제법 많다. 사방팔방 길이 나 있어 어디로든 걸어도 좋은 곳. 숲속 공기를 마시고, 여름에 핀다는 자줏빛 엉겅퀴도 만나고 나면 시선이 닿는 그곳엔 숲만큼 푸르른 호수, 오송제가 펼쳐져 여름 휴가지로 이곳을 택한 것에 결코 후회는 없을 것이다. 특히 여름의 오송제는 분홍빛 연꽃이 수줍게 고개를 들기 시작해 1년 중 이맘때만 볼 수 있는 장관을 이룬다. 기분 좋은 편백 향에 향긋한 연꽃 향이 스며들어 오감이 즐거운 곳, 일상의 고민은 잠시 잊은 채 숲속에 자리한 벤치에 앉아 숲이 주는 여유를 만끽해 보자. 폭염도 비껴간다는 편백숲과 오송제의 절경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귀여운 다람쥐와 청설모가 친구가 되어 줄는지도 모르니 말이다.주소|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1가 640-8숲에서 얻는 생기와 활력, 완산공원 삼나무숲 녹음이 짙어 가는 여름에 더 빛나는 완산공원 삼나무숲. 꽃동산으로도 유명한 완산공원의 삼나무숲을 만나기 위해서는 공원 입구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완산공원 안내판을 지나면 곧바로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 길은 꽃동산, 오른쪽 길로 향하면 삼나무숲이 나타난다. 여기까지 무사히 왔다면 다음은 걱정할 것 없다.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혀야 겨우 끝이 보이는 울창한 삼나무숲은 그 자체로 벌써 더위를 잊게 해 준다. 편백나무 못지않게 피톤치드를 내뿜는 삼나무. 그래서 더욱 숲캉스가 어울리는 이곳에서 호젓한 걸음으로 몸과 마음에 생기를 더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하지 않을까.주소|전주시 완산구 곤지산1길 인근흙길 산책로를 걷는 즐거움, 황방산 숲길산이라고 겁먹지 말라. 등산의 부담은 덜고 숲캉스의 즐거움은 배가 되는 곳이 있다. 해발 217m로 그리 높지 않은 황방산. 여름철 더위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등산로를 걸어 보자. 넓은 폭과 깔끔한 등산로는 온 가족이 함께 걷기에도 안성맞춤. 사부작사부작 흙길을 걷다 보면 황방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뜻밖의 선물도 있다. 전주의 서방을 지키는 천년 고찰, 서고사의 자태에 한 번, 파란 하늘 아래 전주시가 한눈에 보이는 멋진 풍경에 또 한 번 반하는 감동. 싱그러운 풍경의 멋과 옛이야기가 흐르는 황방산 숲길에서, 올여름 특별한 추억을 기대한다.주소|전주시 완산구 서곡5길 인근한적한 길에서 얻는 위안, 모악산 마실길 산악인이 아니어도,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풍경에 반한다는 모악산 마실길. 김제와 완주까지 이어지는 코스도 있지만, 뜨거운 여름엔 무리하기보다 가볍게 걷기 좋은 짧은 거리의 전주 코스만 걸어 보는 것은 어떨까. 추동마을과 원당마을 등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한적한 풍경을 벗 삼아 걷다 보면 마을이 주는 평화와는 또 다른, 웅장한 노송 군락지와 갈마제가 한 폭의 풍경화를 선물할 것이다. 자연이 있고, 사람이 있는 한가로운 길목에서, 찬란한 여름을 누려 보자.주소|전주시 완산구 중인동 인근
2022.07.25
#편백숲
#모악산
#건지산
#완산공원
전주 여행
취향을 걷다
열 가지 빛깔, 열 가지 향기 ‘전주수목원 산책’
가족들의 숲속 놀이터, 전주수목원그래, 너로 정했다. 우리 셋(나와 남편과 딸아이)은 공조팝나무 군락지가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낮은 전망대로 향했다. 아이나 어른이나 올라갈 만한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올라가고 싶어지는데, 그 전망대도 그러했다. 기껏해야 열 개 남짓한 계단 위의 전망대였지만 올라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 밑에 있을 때보다 흰 조밥을 뭉쳐 놓은 듯 탐스러운 공조팝나무 꽃송이가 더 자세히 보였다.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트리하우스였는데 이곳 역시 계단이 있었다. 트리하우스라는 이름답게 꽤 높은 계단을 올라야 했지만 딸 아이는 망설이지 않았다. 단숨에 계단에 올라 작은 트리하우스를 점령하더니 세상에서 제일 반가우면서도 두려운 유혹의 속삭임을 들려주었다. 그 속삭임은 바로 “엄마, 이리 와.”였다. 반가운 이유는 딸아이의 부름이기 때문이고, 두려운 이유는 ‘엄마, 이리 와’가 보통 앞으로 이어질 요구 사항의 시작이기 때문이다.트리하우스에 오르자마자 딸아이가 요새 꽂혀 있는 놀이 ‘감자에 싹이 나서’를 열 판정도 했다. 계속 지는 바람에 손등에 불이 날 뻔했지만 그래도 나무 위의 집에서 해보는 ‘감자에 싹이 나서’는 제법 운치 있었다…는 개뿔,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트리하우스에서 시작한 ‘감자에 싹이 나서’는 수목원 일대를 도는 동안 시도 때도 없이 진행되었고 앞으로 여행기를 써야 할 내 처지는 아랑곳없이 마치 연극의 막과 장처럼 생각의 흐름을 끊어 주었다.여름을 문을 여는 수목원의 풍경다음으로 향한 곳은 유리온실이었다. 유리온실 안은 고온다습해서 야외에서 볼 수 없는 식물들이 군집해 있었다. 선인장과 야자수가 가득했고, 또 요새 가정에서도 반려 식물로 많이 키우는 틸란드시아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라껍데기, 보석과 함께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틸란드시아라는 이름이 낯설지 모르지만 괜히 심란해질 필요는 없다. 핀란드 할아버지 수염같이 길게 늘어진 식물을 떠올리면 된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바로 그 식물이다.유리온실을 나오자 가까이에 장미원이 있었다. 아직 장미가 활짝 피지 않은 장미원이었지만 장미나무 옆으로 땅에서 용솟음친 듯 자리를 잡은 한옥 지붕이 보여 나름 걷는 재미가 있었다. 딸아이도 이곳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유유자적 돌아다니며 몇 번이고 ‘감자에 싹이 나서’를 했다. 장미원을 지나 카페 아르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자 드디어 오늘 전주수목원의 하이라이트이자 대망의 포토존, 풍경쉼터가 보였다. 가족과 수목원을 걷는 내내 친절하게 안내를 도와주신 담당자님의 말씀대로 ‘멀리서 보면 정자지만 가까이서 보면 포토존’인 곳, 기대보다 훨씬 괜찮은 곳이었다. 풍경쉼터에 앉으면 눈앞에 수생식물원이 펼쳐진다. 이름이 거창하지만, 연꽃이 그득한 호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심히 앉아 그 연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온갖 시름이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듯해 몇 시간이고 머무르고 싶은 기분이 드는데, 그렇다고 정말 몇 시간이고 앉아 있으면 안 된다. 이곳은 최적의 포토존이라 대기 중인 다른 관광객들이 당신을 노려보고 있을 테니까. 조금이라도 오래 앉아 있고 싶으신 분들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평일 오전에 방문하는 게 좋을 것 같다.운 좋게도 내가 앉아 있는 동안에는 아무도 노려보는 사람이 없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참 연꽃을 바라보던 아이가 문득 내게 물었다. “엄마, 연꽃은 어느 나라 국화야?”생각지 못했던 질문이라 당황했다. 아이가 다섯 살까지만 해도 뭘 물어보면 대충 거짓말로라도 대답을 해줄 수 있었는데, 아이가 커갈수록 그것도 안 통한다. 이런 건 정말 사실을 말해줘야 하니까. 나는 나름 합리적으로 정답을 추론해 보았다.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고 불교는 인도에서 왔으니까 인도의 국화가 아닐까….”자신이 없어 말끝을 흐렸는데 역시 정답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합리적인 추론도 아니었는데 인도 인구의 80%는 힌두교를 믿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혹시 궁금해진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연꽃은 베트남의 국화이다.) 엄마가 잘 모른다는 것을 금세 알아챈 아이는 심드렁해져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감자에 싹이 나서’를 시도했다. 또다시 손등을 연꽃처럼 붉히고 나서야 남편과 나는 아이의 놀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풍경쉼터 맞은편엔 허브원이 있었다. 허브원은 호수를 사이에 두고, 허브 식물들이 빙 둘러싼 공간이었다. 각양각색의 허브 식물이 있었는데 그중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알리움’이었다. 쭉 뻗은 초록색 꽃대에 크고 동그란 보라색 꽃이 달려 있어 이색적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익숙한 작물인 마늘꽃의 일종이었다.주고 싶은 기억, 나누고 싶은 추억전주수목원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죽림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멀리서 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남편과 나는 “해랑(아이 이름)아, 저기 염소다. 염소. 염소 보여?” 하고 열렬히 목소리를 높였지만 아이는 “응. 보여.”하고 말았다. ‘어쩌라고? 염소 처음 봐?’라는 뒷말을 생략한 듯한 단조로운 음성이었다. ‘칫, 아이인 주제에 어른을 무안하게 만들고 말이야. 내가 너보다 서른살 선배야.’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으나 꾹 참고 아이의 작은 손을 그러쥐었다. 터덜터덜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와 또 평지를 조금 더 걷자 대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죽림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죽림원을 마음껏 누비며 전주수목원 여행의 마지막 순간을 만끽했다.이렇게 오늘의 여행은 끝이 났다. 나와 가족들은 공조팝나무 전망대, 트리하우스, 유리온실, 장미원, 풍경쉼터, 허브원, 죽림원 순으로 총 일곱 군데를 다녔다. 전주 수목원엔 이 밖에도 지면에 다 싣지 못한 다른 공간들이 있다. 이 글을 읽은 분들은 다른 곳도 찾아가 보는 즐거움을 누리시면 좋겠다.영화 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내음과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내게는 전주수목원이 딸에게 그런 기억을 심어줄 수 있는 장소였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 가면 전주나들목(IC) 인근(덕진구 번영로 462-45)에 있는 전주수목원은 1970년 호남고속도로 건설에 따른 유휴지 발생으로 조성됐다. 190과 3,737종의 꽃과 나무를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중심으로 습지원, 장미원 등이 조성되어 있다. 계절마다 다채로운 행사도 열리는데, 봄에는 ‘봄바람 페스티벌’, 가을에는 ‘정원박람회’가 열린다. 여름철(3월 15일~9월 15일)은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겨울철(9월 16일~3월 14일)에는 저녁 6시까지 운영한다. 월요일, 설날·추석 당일은 휴무고, 이용료는 무료다. 글 장해림 | 작가최근 스릴러 소설 를 출간했다. 장르문학으로 데뷔하기 이전에 여러 글을 써 왔다. 지역인문학센터 집필진으로 참여해 여행기를 썼으며, 방송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2022.05.25
#전주수목원
#공조팝나무
#장미원
#풍경쉼터
‘잠시 멈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을 막아라
전국 1월 2일까지 고강도 거리 두기 시행 12월에 다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이 악화되면 12월 중에는 약 1만 명, 2022년 1월 중에는 최대 2만 명까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으며, 위중증 환자도 1,900명까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12월 16일, 정부는 위중증·사망 환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접종자의 감염 확산을 차단하고, 개인 간 접촉을 최소화하여 사회 전반적인 위험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거리 두기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 1월 2일까지 적용되는 거리 두기 강화 조치는 연말·연시 송년회, 신년회 등 모임이 많은 시기인 점과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 개인 간 접촉을 감소시키기 위해 진행된다. 먼저, 사적모임 인원은 최대 4명으로 축소되었다. 식당·카페의 경우, 접종완료자로만 4인까지 이용이 가능하며 미접종자는 혼자서 이용하거나 포장·배달만허용된다. 다중이용시설은 마스크 착용 및 취식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시설별 운영 시간을 제한한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유흥시설, 식당·카페 등은 밤 9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다. 영화관, 공연장, PC방 등은 밤 10시까지로 제한하되, 청소년 입시학원 등은 예외를 두기로 했다. 사적모임 규모 제한 이외에, 대규모 행사·집회의 인원 기준을 강화하여 사회적 접촉을 최소화한다. 50명 미만인 경우 접종자·미접종자 구분 없이 가능하며, 50명 이상인 경우에는 접종완료자 등으로만 구성하여 299명까지 가능하도록 인원 기준이 축소된다. 강화된 방역조치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가 참여하는 종교활동은 수용 인원의 30% 이내, 최대 299명까지만 가능하다. 접종완료자만으로 구성하는 경우 수용 인원의 70%까지 참석할 수 있다. 정부와 전주시는 시민들의 백신 3차 예방접종 동참을 적극 독려할 계획이다. 현재 위중증 환자의 84.5%가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하고 있고,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아동·청소년층에서 감염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기 때문. 정부와 전주시는 3차 접종과 미접종자에 대한 접종을 신속히 시행하고, 중환자실 등 의료 대응 여력을 최대한 높여 다시 일상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전주시, ‘잠시 멈춤, 백신 접종’ 호소 코로나19 차단과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해 노력해 온 전주시. 하지만 12월 초부터 일 평균 42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였고, 12월 13일에는 하루에만 역대 최대인 7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방역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특히, 어린이집을 비롯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직장과 가족, 지인 등을 통한 일상감염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에 전주시는 2022년 1월 2일까지 특별방역점검기간으로 정했다. 기존보다 확대된 방역점검반을 가동하고 방역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도서관과 문화의집, 체육시설 등 공공시설 운영을 12월 15일부터 중지하였고, 시가 주관하는 대면 행사도 전면 취소했다. 전주시장은 12월 15일 긴급 담화문을 통해 시민들에게 ‘잠시 멈춤, 백신 접종’을 호소했다. 전주시장은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3차 예방접종을 추가접종이 아닌 기본접종으로 인식해 접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면서 “모두가 안전한 일상을 위해 연말 이동, 사적모임,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자제하고, 접종증명·안심확인제 등 방역패스도 꼭 실천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전주시는 방역망 구축과 함께 코로나19 환자 관리 대책도 수립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신속하게 수용하기 위해 위중증 환자 전담병원을 전북대병원과 예수병원, 원광대병원 등 3개소에서 대자인병원까지 4개소로 확대하고 138개의 병상을 추가로 확보했다. 또한, 재택치료전담반을 확대하고 응급 이송체계를 강화해 재택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불편함 없이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시민들이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근무 인력을 추가 배치했다. 3차 백신 접종 신청하세요 18세 이상 전 국민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 간격이 3개월로 단축되었다. 정부와 전주시는 2021년 12월 한 달을 전 국민 및 60세 이상의 3차 접종(부스터) 집중 기간으로 설정하였다. 2차 접종일로부터 3개월이 지난 18세 성인은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 예약 시스템(http://ncvr.kdca.go.kr/)에서 예약일 기준으로 이틀 뒤부터 선택할 수 있다. 60세 이상은 사전 예약 없이 의료기관에 방문하면 당일 추가 접종을 할 수 있다. 한편,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은 본인 또는 보호자의 동의를 받고 2022년 1월 22일까지 희망하는 날짜에 접종할 수 있다. 홈페이지 | http://ncvr.kdca.go.kr/ 문의 | 1339 콜센터
2021.12.22
#잠시멈춤
#백신접종
#코로나19재확산
뜻밖의 전주
전주역-첫마중길 권역
부드러운 미소 같은 첫마중길
도심 속 자연을 닮은 거리, 첫마중길 익산이 고향인 나에게 전주는 양반들이 곰방대를 물고 앉아 호통이나 칠 것 같은,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주는 도시였다.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전주를 오가게 되었고, 전주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큰 도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큰 만큼 사람도 많았고, 활력도 넘쳤다. 통학을 했던 새내기 시절, 가끔 나는 열차를 타고 전주에 오곤 했다. 삼십 년 전 그때는 완행열차가 전주, 익산, 군산을 오고 갔다.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바라봤던 전주역 앞 풍경은 여느 도시의 역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왕복 8차선 차도를 가운데 두고 양옆 보도에는 여관과 술집이 네온사인을 번쩍이며 촘촘히 들어서 있었고, 자동차와 사람들이 그 길을 정신없이 지나치고 있었다. 그래서 현재의 전주역 앞, 첫마중길 풍경은 전주를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에게는 오히려 낯설 수가 있다. 일단 첫마중길은 직선이 아니다. 전주시는 4년 전 왕복 8차선 도로를 왕복 6차선으로 줄이고 가운데 도로부지를 보행로와 광장으로 조성했는데, 그때 도로의 선형을 유선형 곡선으로 바꿨다. 제한속도도 일반도로보다 낮은 시속 40Km로 낮췄다. 실험에 가까운 혁신이었다. 초창기 교통 체증을 우려한 일부 시민의 반발도 있었지만, “좀 느리지만 더 인간적인 곡선의 편리함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던, 도로를 설계한 유현준 교수의 말처럼 지금은 시민들도 부드러운 곡선에 상당히 익숙해졌다. 또한, 첫마중길에는 나무가 많다. 시민들이 기증한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400여 그루가 광장과 보도의 곡선에 맞춰 줄지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 첫마중길 광장에는 봄이면 이팝나무 하얀 꽃이 가득하고, 요즘 같은 가을이면 느티나무 붉은 낙엽이 지천이다. 도심 한가운데에 자연을 빌려서 앉혀 놓은 것 같다. 우리나라의 전통 조경 기법에는 차경(借景)이라는 개념이 있다. 주변의 경치를 빌린다는 뜻인데 인공의 건축물이라고 하더라도 최대한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어 짓고자 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 곡선은 자연의 선이고 맨땅은 자연의 면이다. 이런 의미에서 첫마중길은 차경의 기법을 도입해 조성한 거리이다. 도서관에서 미술관까지, 볼거리 가득한 거리 낙엽이 수북이 쌓인 광장 초입을 걷다 보면 낙엽보다 더 붉은 컨테이너가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주말에만 수백 명이 찾는다는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이다. 아트북갤러리와 여행자라운지, 두 개 동으로 이루어진 이 도서관은 외모 못지않게 독특한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여행 전문지와 여행 도서, 한정판 도서 등 3가지 주제로 구성된 책들은 수량은 적어도 보는 재미는 충분히 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특히 여행자라운지 입구에 있는 거대한 책은 꼭 봐야 한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인데 독일의 아트북 전문 출판사 타센에서 한정 출판한 도서로 무게만 38kg에 달한다. 현존하는 현대미술의 거장 중 하나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회화 작품 600여 점이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해리포터 아트북이 더 흥미로웠다. 도서관 안을 다 구경했더라도 그냥 가지 말고 옥상까지 올라가 보는 게 좋다. 첫마중길의 부드러운 곡선과 느티나무가 만들어 낸 단풍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도서관이 아날로그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라면 ‘전북VR(가상현실)AR(증강현실)제작거점센터’는 디지털 감수성을 산업화하는 제작 공간이다. 여행자도서관을 나와 신호등을 건너면 새롭게 막 단장을 끝낸 9층짜리 건물이 보이는데 그 건물에 전북VRAR제작거점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전주역세권 뉴딜사업 도시재생 사업비로 공간을 조성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시설이다. 이 시설은 전라북도가 특히 강점을 가지고 있는 농생명ICT와 영화 영상 분야에 5세대 이동 통신(5G) 기반의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하여,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나 여행자는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 있겠지만, 혹시라도 관심이 있다면 사전에 예약하여 증강(실감)현실을 직접 경험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듯싶다. 전북VRAR제작거점센터를 나와 도로를 곧바로 가로질러 건너면 ‘첫마중길 갤러리 Hello St.’가 보인다. 이곳 역시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한 문화공간인데, 폐업한 카페를 전주시가 매입해서 아담한 크기의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전주역세권현장지원센터에서 주관하여 첫마중길 갤러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언제든 오후에 문을 여는 첫마중길 갤러리에 방문을 하면 질 높은 전시 작품을 즐길 수 있다. 내가 간 날엔 지역 작가들이 찍은 전주 도시 공간의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너무 일상적으로 보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놓치는 공간이 많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갤러리에서 나와 큰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가 작은 길 안쪽으로 들어서면 얼마 전 신축된 ‘덕진보건소’가 나온다. 그동안 덕진구에는 보건소가 없어서 주민의 불편이 컸는데, 부지선정부터 어려움에 부딪혀 준공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무사히 완공되어 지난 6월부터는 코로나19 덕진예방접종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보건소 근처에는 밥집이나 술집 같은 근린생활시설이 많은데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은 곳이 부쩍 많아 보였다. 덕진보건소가 방역의 거점이 되어 코로나19를 이겨 내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사람이 다시 찾는 활력 있는 거리로 언론인이자 도시재생 이론가인 제인 제이콥스는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가로(街路, 넓은 시가지의 도로)가 필요하고, 그 가로에 사는 사람들의 활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능별로 구역을 나눠 조성된 도시는 편리할지는 모르지만, 사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낡고 누추한 건물이라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곳이 살아있는 곳이다. 전주역 앞 첫마중길은 오랜 부침을 겪으며 쇠퇴한 공간이다. 하지만 전주의 역사가 퇴적되어 있고, 많은 시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전주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상징적인 공간으로서 중요한 공간이다. 그래서 전주시와 주민들은 전주역 앞을 재생시키려 노력해 왔다. 아직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때는 아니지만, 최소한 의미 있는 시작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머지않아 더 크게 신축할 전주역을 비롯, 전북VRAR제작거점센터나 보건소 같은 공공시설과 갤러리 같은 문화시설이, 병원과 약국, 동네 술집과 마트 같은 생활편의시설이 복합된 곳이 첫마중길이다. 이제 더 많은 사람만 불러들이면 된다. “새로운 발상은 오래된 건물에서 나온다.”, 제인 제이콥스의 말을 떠올리며 조금 더 걸었다. 가을 날빛이 생각보다 따가운데도 실실 미소가 새 나오는 오후였다. 글 이경진 | 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국장 한때 시를 썼던 문학인이지만, 문화기획자나 중간지원조직 활동가로 더 알려져 있다. 현재는 전주도시혁신센터에서 도시재생 일을 하고 있다.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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