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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더불어
동학, 현대미술로 꽃피다
아트이슈프로젝트 대표 한리안
전주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있나요?알고 지내던 작가의 전시 초청으로 2018년, 처음 전주라는 도시를 만났습니다. 도시의 분위기부터 전시 수준까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한편으로 ‘문화도시’라는 명성에 비해 미술관이 적고 관람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전주에서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전통 색이 강한 전주에서 컨템포러리 아트(현대미술) 갤러리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개관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에 갤러리를 열었던 것처럼, 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에 흥미를 느낍니다. 해외에서의 경험과 관계를 바탕으로 전주에서도 국제적인 작가들을 소개하고, 지역의 우수한 작가들을 세계 무대에 소개할 계획입니다.개관전으로 ‘백남준 전시회’를 진행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백남준 작가는 현대 예술사에 혁명적인 획을 그은 예술가인데요, 그의 작품을 통해 전주 관객들에게 예술의 의미가 어떻게 확장되는지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전주에서 백남준 작가의 작품 일부를 전시한 적은 있으나 단독 개인전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백남준 작가의 예술적 관심은 아름다움이 아닌 소통이었습니다. 그는 20세기 예술을 이끌며 삶과 과학 기술, 예술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졌고 새로운 예술을 찾아 끊임없는 변혁을 꿈꿨습니다. ‘비빔밥 정신’을 말한 백남준 작가의 철학과 정신을 기념하고, 그의 예술 세계를 관객들과 함께 조명하고자 했습니다.현재 전시 중인 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갤러리에 지역의 정체성을 담기 위해 공부하면서 동학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동학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전주에 내려와 3년간 이번 동학 프로젝트를 준비했어요. 동학은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며,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기 때문에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평등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동학혁명 당시 여느 지역 못지않게 뜨거웠던 지역이 전주입니다. 과거의 수많은 민주화 운동과 촛불집회의 뿌리가 바로 동학사상이며, 최근 케이팝(K-POP)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역시 그 뿌리에서 맺은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를 통해 전북의 우수한 문화의 근원인 동학이 현대 예술에서 어떻게 승화되고 창작되었는지를 보여 주고 싶습니다.가 그동안의 다른 동학 전시와 다른 점이 있을까요?동학혁명에서 전주가 차지하는 역사적 의미가 크다 보니, 동학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전시가 전주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전시가 사실적인 이미지를 표현한 작품들로 진행되었죠. 그런데 예술은 사실적인 것 너머의 미학을 담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에 담긴 의미를 미학적으로 풀어 내 사람들이 동학혁명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관심을 갖게 하고, 또 세계적으로 동학이라는 사건을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동학의 정신을 미학적으로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 이번 프로젝트인데요. 첫 번째로 을 열었고, 이어 엄혁용 개인전 를 진행했는데요, 앞으로도 지역 작가들과 함께 동학 정신과 철학을 예술로 풀어 낼 계획입니다.앞으로 아트이슈프로젝트가 어떤 갤러리로 자리매김하길 바라시는지요?올해와 내년에는 예술을 통해 동학 정신을 재조명하는 전시를 이어가며, 전주와 전북 지역의 우수한 문화를 알릴 예정입니다. 나아가 전주에 방문한 국내 관람객과 미술 작품 컬렉터와 해외 예술 애호가들의 필수 코스가 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전시를 선보이며 관람객과 소통할 것입니다. 또한, 여수 버스킹 총감독을 했던 이계화 작곡가를 초청해 음악 예술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데요. 청각예술과 시각예술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한리안 대표 전시기획자이자 예술평론가이며, 전 CIGE(중국국제아트페어) 총 디렉터, 아트이슈 매거진 발행자 겸 편집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다. 그가 운영하는 아트이슈프로젝트는 2005년에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처음 문을 열었다. 이어 2007년에 베이징, 2012년에 타이베이, 2021년에 아트이슈프로젝트 전주관을 개관했다.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국내 작가의 작품을 세계 예술 무대와 미술시장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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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정책특집 1 | 민선 8기 전주의 큰 꿈, 새롭게 시작하다
민선 8기 전주시에 바란다
청소년의 꿈을 지원해 주세요야호전환학교 학생 김서은저는 올해 문을 연 전주야호전환학교의 첫 입학생입니다. 야호전환학교는 학교 밖에서 만나는 전주형 청소년 대안학교인데요, 저는 이곳에서 1년간 시험과 학업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면서 미래를 설계할 생각입니다. 야호학교에는 야호전환학교 학생뿐 아니라 청소년 아지트를 만든 ‘맘껏어울림’, 영어 뮤지컬을 선보인 ‘개화연’ 등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꿈을 찾아가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이렇게 전주에는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학교 밖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민선 8기에도 더 많은 친구들이 맘껏 꿈꾸고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세요.청년의 열정에 힘을 더해 주세요청년창업인 정지현저는 서울 출신인데요, 어린 시절부터 농식품 쪽으로 관심이 많아 한국농수산대학교 버섯학과에 입학하면서 전주와 인연을 맺게 됐어요. 졸업 후엔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식품 사업을 준비했는데요, 전주가 농식품 도시답게 다른 도시보다 지원책이 많아서 결국 전주에서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초기 창업 때에는 자금 문제를 해결하고,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에 힘든 적도 많았는데,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답니다. 현재 버섯 균사체를 활용해 친환경 식품을 연구개발하는 바이오식품 회사를 차려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요, 저처럼 전주로 오는 청년이 더 많아지도록, 민선 8기에는 일자리와 창업에 대한 지원이 더 늘었으면 좋겠습니다.예술인들이 더 자유롭게 활동하는 도시예술인 김경모전주에서 회화 작업을 하는 작가인데요, 코로나19 어려움 속에서도 전주시가 예술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많은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아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성매매 집결지였던 선미촌을 예술 공간으로 바꾸거나 이동형 갤러리 사업을 통해 전시 기회를 늘린 것도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작가들은 이러한 공간을 통해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게 되니까요. 새롭게 출발하는 민선 8기 전주시도 지역의 예술인들을 존중하고, 가치를 인정해 주는 도시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행정의 다양한 예술정책과 사업을 통해 전주의 예술인들이 더 자유롭게 예술 활동을 이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전주시와 동반 성장하는 지역기업드론업체 대표 박선기세계 드론 산업을 이끌어가는 종주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전주는 캠틱종합기술원, 드론산업혁신지원센터 등 산업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답니다. 특히 드론산업혁신지원센터는 입주 공간을 제공하고 기업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기업이 들어오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답니다. 이런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우리 기업은 드론을 활용한 대기환경측정시스템을 개발하여 제품화 중이며 추후 지뢰탐지시스템 등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민선 8기에도 중소기업들이 전주시와 동반 성장할 수 있게 제품개발, 투자유치, 판로개척 등을 더욱 세심하게 지원해 주었으면 합니다. 사장님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세요소상공인 고현지저는 비건(채식주의) 인증 화장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2020년 전주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 후 전주시의 든든한 지원 덕에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고, 현재 베트남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그동안 온라인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면서 디지털 커머스가 가능한 스튜디오가 절실히 필요했는데 올해 팔복동에 ‘소담공간 전주’가 생겨서 너무 기뻤어요.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이 마련돼 있고, 장비도 잘 갖춰져 있어서 사업 확장에 큰 도움이 됐거든요. 앞으로도 전주시에 소상공인을 위한 실용적인 정책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요.꽃과 나무로 치유받는 도시초록정원사 이윤주전주에 조성된 정원을 관리하는 초록정원사입니다. 전주에 꽃과 나무가 많아지면서 먼지와 열섬 현상을 줄이는 등 친환경적인 역할도 대단하지만, 시민 스스로 꽃과 나무를 통해 치유받을 수 있어서 매우 매력적인 것 같아요. 식물에는 내 안의 고단함을 위로해 주는 힘이 있거든요. 그래서 삭막한 도시일수록 더 많은 식물이 필요해요. 지난 4년 동안 전주 곳곳에 정원과 숲을 늘려 전주의 경관이 더 아름다워지고, 싱그러워졌잖아요. 민선 8기에도 초록 도시 전주의 미래를 위해 숲과 나무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도서관, 전주의 자랑이 되길독서동아리 회원 성혜숙오랫동안 독서동호회 활동을 해 왔지만, 요즘이 가장 활동하기 좋은 것 같아요. 책을 살 때는 ‘책쿵 20’으로 할인받아 사고, 동호회를 위해 강연도 지원해 주니 모임이 더 튼튼하게 유지돼요. 또, 책의 도시 이름에 걸맞게 도서관이 많아진 것도 좋고요, 깔끔하고 멋지게 바뀐 도서관들이 마치 소풍 가는 듯한 느낌을 줘서 모임에 나올 때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전주를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도서관들을 함께 여행하며 소개하고 있는데,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답니다. 독서생태계가 잘 구축된 문화도시의 명성을 잃지 않도록 앞으로도 도서관에 큰 관심 가져 주세요!
2022.06.22
#민선 8기 전주시
#민선 8기
#전주시
#전주시에 바란다
도서관에 예술을 입히면? 서학예술마을도서관 개관
사진, 연극, 공연, 음악, 미술을 만나는 도서관6월 28일, 서학동 예술마을의 새로운 상징이 될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이 전주교대 부설초등학교 옆에 문을 연다. 카페 겸 전시관이었던 기존 공간을 살려 카페인 듯, 갤러리인 듯, 도서관과 전시관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색다른 도서관으로 변신한 것이다. 누구든, 언제든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게 높은 담장은 허물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의 예술적 감성을 자극하도록 건물 외관부터 여러 가지 색깔을 활용했다. 들어서자마자 첫눈에 들어오는 다양한 색과 질감이 서학동 예술마을에 더없이 어울리는 모양새다.‘서학예술마을도서관’은 전주시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으로 운영되며, 총 2,306권의 장서량과 주제별로 나뉜 4개의 예술 공간을 자랑하는 알찬 도서관이다. 각각 사진, 연극, 음악, 미술 분야로 이루어진 2개 동, 4개의 자료실과 열람 공간에는 예술 도서 및 아트북, 팝업북, 그림책 등 다양한 도서와 LP·CD 비도서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먼저 A동을 둘러보자. 1층에는 사진과 예술 관련 아트북, 그림책 도서 400여 권이 비치돼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음악 관련 도서, 아트북 등과 함께 LP 94장, CD 203장을 갖추고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나타난다. 여기서는 글자의 단정함과 도서관의 정숙함은 잠시 잊고, 팝·재즈·클래식 선율에 한껏 젖은 채로 낭만을 함께 만끽해 봐도 좋겠다.B동은 1층 갤러리와 2층 미술 존으로 구성돼 있다. 갤러리에서 지역 작가의 예술작품 전시를 관람한 뒤 2층으로 올라가 미술 관련 도서 540여 권을 마주하면 예술적 풍요로움으로 영혼까지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다.갤러리에서는 7월 17일까지 개관전시가 열린다. 서학동 예술마을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리, 김성균, 신세자, 양순실, 이명승, 이일순, 이적요, 이희춘, 진창윤, 최윤혜, 한숙, 황영주까지 작가 12명의 12가지 작품(회화 7점, 조각 1점, 조소 2점, 사진 2점)을 만날 수 있으니 놓치지 말자.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은 이 전시 공간을 활용해 지역 작가들의 작품 전시는 물론 홍보 행사 등을 통해 지역 예술의 우수성도 널리 알릴 계획이다.마지막으로 낮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야외 정원에는 조그마한 소공연장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예술 전문 도서관답게 다채로운 공연이 열리며,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가는 요즘,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셔 줄 단비가 필요하다면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을 찾아가 보자.서학예술마을도서관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12문의 l 전주시 문화정책과(063-281-2733)운영시간 l 9:00~18:00(월요일 휴관)
#서학예술마을도서관
#서학동 예술마을
#작은도서관
전주 여행
바람을 타고 풍경을 싣고, 버스 여행
‘백지 공포증’이라는 게 있다. 백지를 앞에 두면 글을 쓰는 것이 막막하고 두려워져 계속 고민하게 되는 증상인데, 재밌는 건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들 역시도 이 백지 공포증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끔 시간 앞에서도 비슷한 증상을 앓게 될 때가 있다. 반짝, 여유가 생겼는데 그 속에 무엇을 채워 넣어야 할까 궁리하느라 어떤 것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게 된다. 그럴 때는 무작정 집을 나서 첫발을 떼보는 것도 방법이다. 백지 앞에서 아득하고 막연할 때 우선 떠오르는 거로 첫 문장을 써보라고 많은 작가가 권하는 것처럼. 그저 한 발 떼는 게 답일 때가 있다. 모처럼의 여행, 전주 한옥마을을 슬렁슬렁 걸어서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완주 한옥마을까지 버스 여행을 떠나기 위해.3월의 바람을 타고, 버스를 타고 나에게 전주 한옥마을은 앞마당 같은 곳이다. 한옥마을 근처에서 10년 가까이 살고 있어서 수시로 산책하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눈 감고도 골목 구석구석 그릴 수 있다. 봄이면 산수유 노란빛이 화사한 전주향교 대성전 뜰과 매화향 그윽한 전주동헌 뒷담, 홍매화의 안부가 궁금한 경기전, 그립고 살뜰한 이들의 일터인 최명희문학관과 전주부채문화관….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이집 저집 기웃대며 걷는다. 반가운 이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어쩌면 진짜로 곧 만날지도 모르니까.완주 오성 한옥마을로 가려면 전동성당 인근의 전동버스정류장에서 820번 버스를 타면 된다. 여행을 즐기는 다양한 방식이 있고, 사람마다 선호하는 것도 제각각일 테지만 단출하고 홀가분하게 잠깐 떠났다가 돌아오고 싶을 때는 버스 여행도 꽤 괜찮다. 조금 느리고, 또 그래서 불편한 구석도 있지만, 버스 여행만의 다른 ‘높이’가 있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과 버스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 무심히 넘긴 일상의 모습들이 다르게 다가온다. 아파트 사이의 앙증맞은 파란색과 주황색의 지붕들. 건물과 건물 사이 숨겨진 좁고 가파른 계단. ‘선비집’, ‘동쪽가맥’, 눈에 띄는 간판들을 소리 내 읽으면서 버스와 같이 출렁인다. 여행은 익숙함 속에 매몰되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내는 연습인지도 모른다. 3월의 바람을 타고,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중앙시장, 모래내, 기린네거리, 징검돌 같은 버스정류장을 건너 징검징검 완주로 간다. 풍경을 가득 싣고 달리는 마을버스전주를 벗어나 ‘아래삼거리’, ‘웃삼거리’ 정류장을 지나면 완주 소양에 닿는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소양면 소재지까지는 20여 분 거리. 소양농협 앞 정류장에서 내린 다음, 이곳에서 완주 마을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지난 2월 19일 전주시 버스 노선이 개편되면서 전주에서 완주를 오가는 차편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전주 시내버스를 완주군 각 마을 구석구석까지 운행해서 오성 한옥마을까지 한 번에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읍면 소재지까지만 운행하기 때문에 환승이 필요해졌다. 전주 시내버스가 완주 구석구석 오가며 생기는 비효율성을 보완해 시민들의 편의를 높이려는 개편이니 풍경 속으로 한 발 더 들어가는 것으로 버스 여행의 번거로움을 잠시 잊는다. 행여 버스 시간이 터울이 진다고 해도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있을 건 다 있다. 3천 원이면 깔끔한 멸치육수로 맛을 낸 국수를 맛볼 수 있는 국숫집도 있고, 소머리국밥을 파는 집도 있고, 중화요릿집도, 편의점도, 마트도 있다. 군것질거리를 사서 지척에 있는 소양초등학교 운동장을 휘휘 어슬렁거려 보는 것도 좋겠다. 한심할 정도로 한가한 사람처럼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다. 그게 또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앞멀’과 ‘상망표’를 오가는 ‘소양82-1’번과 ‘소양82-2’번 버스가 오성 한옥마을로 가는 버스. 장난감처럼 작고 귀여운 마을버스에 올라 소양천을 오른쪽 허리춤에 끼고 달리다 보면 둥치 굵은 벚나무들이 터널을 이루는 짧고 강렬한 벚나무길을 지난다. 오성제저수지까지 이어지는 오도천과 나란히 달리는 버스 안에 있으면 어딘가 먼 곳으로, 더 깊은 곳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소양정류장에서 12개의 정류장을 거치면 ‘오성풍류학교’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려 내리막길을 몇 발짝 내려디디면 비로소 오성한옥마을이다.한옥과 아름다움 사이의 작은 길들, 오성한옥마을오성 한옥마을은 한옥 20여 채가 모여있는 마을. 평지 위에 자리한 전주 한옥마을과는 다르게 오성 한옥마을은 가파른 언덕길에 마을이 조성돼 있다. 검은 기와지붕 위에서 미끄러지는 햇살, 대숲을 빠져나와 담 밑을 어슬렁거리는 바람과 함께 사이좋게 걷는다. 오성 한옥마을이 가까운 전주를 넘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아원고택과 소양고택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소양고택은 호남 지역에 있던 전통 한옥들을 이축한 것이다. 100년이 넘은 ‘일(一)’자 형태의 안채는 전남 무안에서 옮겨 온 것. 숙소로 활용되는 안채와 낮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카페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소다. 카페 안에서 보든, 야외 테이블에 앉든, 감탄스러운 경치가 펼쳐진다. 소양고택에서 운영하는 북카페 ‘플리커’도 매혹적인 공간. 서가마다 단정하게 놓인 책들, 은은하게 베인 커피 향, 고풍스러운 고가구와 개나리꽃만큼이나 색이 또렷한 기념 상품들이 한데 모여 평화롭고 다붓하다.BTS가 영상과 화보를 찍으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르게 된 아원고택 자리는 원래 산비탈과 논밭이었다. 250년 된 경남 진주의 고택과 150년 된 전북 정읍의 고택을 옮긴 뒤, 지금의 아름다움을 갖게 되었다. 아원(我園)은 ‘우리들의 정원’이라는 뜻. 아원고택에 들기 위해서는 아원갤러리를 통과해야 한다. 현대적인 콘크리트 구조물로 이루어진 이곳에서는 1년에 두세 차례 전시회가 열린다. 건물 바깥으로 난 좁은 계단을 오르면 다른 세상이다. ‘만사 제쳐놓고 쉼을 얻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만휴당 대청에 앉으면 종남산이 가깝다. 오성 한옥마을은 종남산과 서방산, 위봉산과 원등산이 에워싸고 있어 그야말로 자연의 품에 안겨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만휴당을 비롯해 안채와 사랑채의 마루에 앉으면 보이는 것이 조금씩 달라서 풍경을 머금는 호사로움이 있다. 두고 온 애틋한 이를 떠올리듯 전주 한옥마을의 골목들을 그려본다. 걷기 좋은 평지 위에 실핏줄 같은 골목들이 이어지는 전주 한옥마을에는 경기전, 오목대와 같은 역사유적이 있고, 소원을 이뤄준다는 500년 수령의 당산나무가 산다. 17년간 대하소설을 집필한 집념의 소설가, 최명희 작가의 생가터에는 늦봄부터 늦가을까지 진분홍 꽃 내거는 배롱나무가 길목을 밝힌다. 전주와 완주, 서로 다른 어여쁨이 있는 한옥마을의 골목을 찬찬히 음미해 보는 것도 좋겠다. 두 곳 어디든 한옥마을을 걷다 보면 ‘사이’가 좋아진다. 지붕과 대청마루 사이, 창과 풍경 사이, 토석담과 마당 사이, 집과 자연 사이. 전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오래오래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이들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았다. 전주에서 시내버스 타고 완주 가는 길 전주에서 완주 오성한옥마을로 시내버스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이제 810번과 820번을 기억하자. 전주-완주 지간선제 시행에 따라 전주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소양면에서 완주군 마을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전주 시내버스는 평화동 종점에서 출발하는 810번 또는 이서 회차지에서 출발하는 820번 버스를 타면 된다. 소양작은도서관 정류장에서 하차해 82-1번 완주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오성풍류학교 정류장에서 내리면 산비탈에 자리한 오성한옥마을의 꼭대기부터 내려오며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글 김정경 l 시인201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가 있다. 자칭 ‘산책중독자’. 오래된 골목을 유람하며 채집한 이야기로 시도 쓰고, 산문도 쓰며 살고 있다. 현재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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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전주
전주역-첫마중길 권역
부드러운 미소 같은 첫마중길
도심 속 자연을 닮은 거리, 첫마중길 익산이 고향인 나에게 전주는 양반들이 곰방대를 물고 앉아 호통이나 칠 것 같은,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주는 도시였다.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전주를 오가게 되었고, 전주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큰 도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큰 만큼 사람도 많았고, 활력도 넘쳤다. 통학을 했던 새내기 시절, 가끔 나는 열차를 타고 전주에 오곤 했다. 삼십 년 전 그때는 완행열차가 전주, 익산, 군산을 오고 갔다.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바라봤던 전주역 앞 풍경은 여느 도시의 역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왕복 8차선 차도를 가운데 두고 양옆 보도에는 여관과 술집이 네온사인을 번쩍이며 촘촘히 들어서 있었고, 자동차와 사람들이 그 길을 정신없이 지나치고 있었다. 그래서 현재의 전주역 앞, 첫마중길 풍경은 전주를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에게는 오히려 낯설 수가 있다. 일단 첫마중길은 직선이 아니다. 전주시는 4년 전 왕복 8차선 도로를 왕복 6차선으로 줄이고 가운데 도로부지를 보행로와 광장으로 조성했는데, 그때 도로의 선형을 유선형 곡선으로 바꿨다. 제한속도도 일반도로보다 낮은 시속 40Km로 낮췄다. 실험에 가까운 혁신이었다. 초창기 교통 체증을 우려한 일부 시민의 반발도 있었지만, “좀 느리지만 더 인간적인 곡선의 편리함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던, 도로를 설계한 유현준 교수의 말처럼 지금은 시민들도 부드러운 곡선에 상당히 익숙해졌다. 또한, 첫마중길에는 나무가 많다. 시민들이 기증한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400여 그루가 광장과 보도의 곡선에 맞춰 줄지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 첫마중길 광장에는 봄이면 이팝나무 하얀 꽃이 가득하고, 요즘 같은 가을이면 느티나무 붉은 낙엽이 지천이다. 도심 한가운데에 자연을 빌려서 앉혀 놓은 것 같다. 우리나라의 전통 조경 기법에는 차경(借景)이라는 개념이 있다. 주변의 경치를 빌린다는 뜻인데 인공의 건축물이라고 하더라도 최대한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어 짓고자 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 곡선은 자연의 선이고 맨땅은 자연의 면이다. 이런 의미에서 첫마중길은 차경의 기법을 도입해 조성한 거리이다. 도서관에서 미술관까지, 볼거리 가득한 거리 낙엽이 수북이 쌓인 광장 초입을 걷다 보면 낙엽보다 더 붉은 컨테이너가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주말에만 수백 명이 찾는다는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이다. 아트북갤러리와 여행자라운지, 두 개 동으로 이루어진 이 도서관은 외모 못지않게 독특한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여행 전문지와 여행 도서, 한정판 도서 등 3가지 주제로 구성된 책들은 수량은 적어도 보는 재미는 충분히 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특히 여행자라운지 입구에 있는 거대한 책은 꼭 봐야 한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인데 독일의 아트북 전문 출판사 타센에서 한정 출판한 도서로 무게만 38kg에 달한다. 현존하는 현대미술의 거장 중 하나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회화 작품 600여 점이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해리포터 아트북이 더 흥미로웠다. 도서관 안을 다 구경했더라도 그냥 가지 말고 옥상까지 올라가 보는 게 좋다. 첫마중길의 부드러운 곡선과 느티나무가 만들어 낸 단풍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도서관이 아날로그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라면 ‘전북VR(가상현실)AR(증강현실)제작거점센터’는 디지털 감수성을 산업화하는 제작 공간이다. 여행자도서관을 나와 신호등을 건너면 새롭게 막 단장을 끝낸 9층짜리 건물이 보이는데 그 건물에 전북VRAR제작거점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전주역세권 뉴딜사업 도시재생 사업비로 공간을 조성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시설이다. 이 시설은 전라북도가 특히 강점을 가지고 있는 농생명ICT와 영화 영상 분야에 5세대 이동 통신(5G) 기반의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하여,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나 여행자는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 있겠지만, 혹시라도 관심이 있다면 사전에 예약하여 증강(실감)현실을 직접 경험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듯싶다. 전북VRAR제작거점센터를 나와 도로를 곧바로 가로질러 건너면 ‘첫마중길 갤러리 Hello St.’가 보인다. 이곳 역시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한 문화공간인데, 폐업한 카페를 전주시가 매입해서 아담한 크기의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전주역세권현장지원센터에서 주관하여 첫마중길 갤러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언제든 오후에 문을 여는 첫마중길 갤러리에 방문을 하면 질 높은 전시 작품을 즐길 수 있다. 내가 간 날엔 지역 작가들이 찍은 전주 도시 공간의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너무 일상적으로 보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놓치는 공간이 많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갤러리에서 나와 큰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가 작은 길 안쪽으로 들어서면 얼마 전 신축된 ‘덕진보건소’가 나온다. 그동안 덕진구에는 보건소가 없어서 주민의 불편이 컸는데, 부지선정부터 어려움에 부딪혀 준공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무사히 완공되어 지난 6월부터는 코로나19 덕진예방접종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보건소 근처에는 밥집이나 술집 같은 근린생활시설이 많은데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은 곳이 부쩍 많아 보였다. 덕진보건소가 방역의 거점이 되어 코로나19를 이겨 내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사람이 다시 찾는 활력 있는 거리로 언론인이자 도시재생 이론가인 제인 제이콥스는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가로(街路, 넓은 시가지의 도로)가 필요하고, 그 가로에 사는 사람들의 활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능별로 구역을 나눠 조성된 도시는 편리할지는 모르지만, 사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낡고 누추한 건물이라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곳이 살아있는 곳이다. 전주역 앞 첫마중길은 오랜 부침을 겪으며 쇠퇴한 공간이다. 하지만 전주의 역사가 퇴적되어 있고, 많은 시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전주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상징적인 공간으로서 중요한 공간이다. 그래서 전주시와 주민들은 전주역 앞을 재생시키려 노력해 왔다. 아직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때는 아니지만, 최소한 의미 있는 시작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머지않아 더 크게 신축할 전주역을 비롯, 전북VRAR제작거점센터나 보건소 같은 공공시설과 갤러리 같은 문화시설이, 병원과 약국, 동네 술집과 마트 같은 생활편의시설이 복합된 곳이 첫마중길이다. 이제 더 많은 사람만 불러들이면 된다. “새로운 발상은 오래된 건물에서 나온다.”, 제인 제이콥스의 말을 떠올리며 조금 더 걸었다. 가을 날빛이 생각보다 따가운데도 실실 미소가 새 나오는 오후였다. 글 이경진 | 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국장 한때 시를 썼던 문학인이지만, 문화기획자나 중간지원조직 활동가로 더 알려져 있다. 현재는 전주도시혁신센터에서 도시재생 일을 하고 있다.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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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또 다른 이름
숲과 정원으로 날마다 새로워지는 천만 그루 정원 도시
천만 그루 정원으로 숨 쉬는 도시민선 7기 첫 결재 사업인 ‘천만 그루 정원도시’. 천만 그루 정원도시란 열섬현상과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는 도시를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 생물의 다양성이 살아나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회복력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2026년까지 진행하는 사업이다. 전주는 2018년 11월 첫 시민 나무 헌수식을 시작으로, 금암분수정원, 노송동 도시 공공정원 등 전주만의 품격과 가치를 담은 개성 있는 정원들을 조성해 왔다.전주는 내년까지 첫마중길, 백제대로, 서노송 예술촌 등을 중심으로 숲과 정원을 조성한다. 우선 첫마중길은 더욱더 울창한 숲과 정원으로 꾸며진다. 키 큰 나무들만 이어진 가로수길에서 방문객의 눈높이에 맞는 생태 공간, 걷고 싶고 머물고 싶은 초록 길로 변모 중인데 습지 정원, 야생화 정원 등 주제별 정원이 들어서고 작은 나무들, 풀과 꽃, 작은 폭포와 쉼터를 마련해 다채롭고 생동감 있는 길로 탄생한다.산림청 공모 사업으로 총 200억 원의 사업비로 추진하는 ‘도시 바람길숲’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바람길숲 사업은 도시 안에 녹지 공간을 만들고, 도시 외곽의 산림과 연결하여 바람이 통하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전주시를 가르는 백제대로, 기린대로를 중심으로 차도는 줄이지 않고 기존의 인도를 재구획하여 가로수를 심고 띠녹지 공간을 만든다. 인권과 문화, 예술마을로 탈바꿈 중인 서노송 예술촌에도 정원숲이 조성된다. 물왕멀길(나비물길), 권삼득로, 골목길, 기린대로에 6곳의 정원이 만들어지고 노송동 도시 공공정원을 잇는 정원 둘레길이 마무리되면 걷고 싶은 거리, 찾고 싶은 거리로 구도심의 도시 기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내년부터 2025년까지는 산림청의 ‘생활밀착형 정원 패키지 지원사업’에도 선정되어 115억 원의 예산을 확보, 정원 명소 15곳을 조성하게 된다.일상의 정원, 시민의 정원전주가 꿈꾸고 만들어 가는 천만 그루 정원도시는 시민의 일상 속에 자리한 정원, 시민 스스로 가꾸고 즐기는 정원이다. 전주시는 시민과 함께 천만 그루 정원도시를 만들기 위해 2020년부터 ‘아름다운 정원 공모전’을 통해, 시민이 가꾼 아름다운 정원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아름다운 정원 공모전은 조성된 지 2년이 넘는 민간 정원을 대상으로 식물의 다양성과 정원의 창의성, 완성도 등에 대해 심사하고 시민 투표를 거쳐 선정한다. 두 번의 공모전에서 개인 정원과 공동체 정원, 갤러리와 카페 정원 등 여러 곳이 아름다운 정원으로 선정되었다. 또 전주는 천만 그루 나무 심기를 전파하고 시민이 가꾸는 정원 문화를 유도하기 위해 2019년부터 ‘초록정원사 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초록정원사 과정은 식물 관리와 정원 조성에 대한 이론, 실습 과정으로 이뤄져 시민 스스로 정원을 가꾸고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 도시열섬현상 등으로 식물과 정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 초록정원사 교육은 매번 모집 인원이 초과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정원, 일상에서 산업이 되다천만 그루 정원도시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핵심 의제인 그린뉴딜 정책에 부합하는 녹색산업이기도 하다. 탄소 중립 선도도시를 선언한 전주도 그에 발맞춰 정원을 일상에서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정원산업의 출발점으로 전주시는 지난 6월 첫 정원문화박람회를 개최했다. 전주정원문화박람회는 단지 정원 식물을 모아 놓은 전시회가 아니라 다양한 정원 소재를 통해 서로 연대하고 치유하는 박람회로, 정원산업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박람회로 나아갈 것이다.이와 더불어 전주시는 도도동 일대에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전국 최초로 정원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정원산업 클러스터는 정원과 관련한 생산, 유통, R&D, 교육, 관광 등 모든 시설과 기능이 집적화된 공간으로, 정원 식물 소재 생산 구역, 정원 박람회 구역, 정원 휴양 및 관광 구역 등 총 5개의 구역을 조성할 계획이다.정원산업은 2025년 약 2조 원의 시장 규모를 예상할 정도로 부가가치가 큰 분야로, 정원산업 클러스터는 시민들이 정원 문화를 누리는 공간이자, 정원 관련 지원기관과 단체들이 집적해 소재 생산에서부터 유통 등 정원산업을 이끄는 공간이 될 것이다. 천만 그루 정원도시 전주가 대한민국 정원 문화와 정원산업의 생태계 조성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환경까지 지켜내는 도시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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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거리가 예술로 물들다, 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
예술, 공간에 새 숨을 불어넣는다'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가 진행되는 동문예술거리 헌책방 '한가네 서점'. 전주시 미래유산이기도 한 서점 앞 '한가네 서점×고형숙'이라 쓰인 작은 입간판이 존재감을 뽐낸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수북이 쌓인 책들 사이사이 자리한 고형숙 작가의 등 작품이 눈에 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창작소극장'에서는 김범준 작가의 유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범준 작가는 눈에 보이는 '산'과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의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유화 물감을 투명하게 덧칠하는 회화 기법을 사용했다. 문화예술공간 '동문창창'도 마찬가지다. 이봉금 작가의 한국화 이 전시되는 '동문창창'은 회색빛 도시로 날아든 파랑새처럼 매혹적이다. 알록달록한 외관이 눈에 띄는 '스타커피'는 또 어떤가. 디지털 페인팅 기법을 주로 하는 최은우 작가의 형형색색 작품들이 마치 가게에 원래 있던 그림처럼 자연스럽다. '성 미양복점'이라는 간판을 떼지 않은 술집 '소설'은 이주리 작가의 작품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영업 중인 가게에 걸린 작품들이 가게나 공간과의 '상생'을 보여 준다면, 빈 점포의 작품들은 비어 있는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태양정육점' 서완호 작가의 작품은 옛 가게들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그림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웅상회' 이창훈 작가와 '㈜금양' 유대수 작가의 조형물과 판화는 묵직한 울림을 안겨 준다. 그 울림이 빈 가게를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정동유리샷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한다. 벽면을 가득 채운 여러 직업군의 사람들이 가게 안에 온기를 더한다. '헤레나플라워' 2층에서는 '개'의 얼굴에 다양한 형상을 한 사람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중간중간 꽃, 풀이 배경인 그림들이 이곳이 꽃집 위 가게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처럼 총 열 곳, 열 명의 작가들은 각각의 공간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의 의미를 명확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일상과 예술의 공존을 보여 준다'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상인과 예술인, 그리고 동문예술거리 주민들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가장 전주다운 시도이다. 예술인들은 작품 보관을 위한 수장고가 필요했고, 동문예술거리 상인들 역시 코로나19 장기화에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영업 중인 가게와 공간, 빈 점포를 예술인들을 위한 수장고 겸 갤러리, 예술 작품 판매점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전주시가 예술인들에게 작품 대여료도 지원하니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상인들 역시 가게 홍보와 예술 작품을 활용한 인테리어 효과까지 볼 수 있었다. 소정의 임차료까지 지원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코로나19라는 시대적 배경 또한 이번 프로젝트를 시행해야만 하는 이유가 됐다. 사기가 침체된 소상공인들에게 작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획의 시발점이 된 셈이다. 장소는 동문예술거리 일대와 동부시장 일대의 원도심 가게로 집중했다.작가 선정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지역에서 꾸준히 작업하는 원로와 중견 작가들로 구성된 선배 그룹과 새롭게 삶의 터전을 잡아가는 청년 예술인들이 그들이다. 그룹은 나뉘었지만, 동문예술거리에 대한 이들의 마음은 하나였다. 깊은 애정과 애틋함이 그것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찾아 취지를 설명했다. 그렇게 선정된 열 명의 작가들 작품을 열 곳의 점포에 전시하게 됐다. 구도심과 동문예술거리 가게들의 옛 모습을 그려 온 서완호 작가는 이 프로젝트가 마냥 신기하고 반갑다.“대학 졸업 후 동문예술거리에 첫 작업실을 얻었거든요. 지역 예술가 중 이곳을 거치지 않은 이들은 없을 겁니다. 언젠가 이곳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참여하게 됐습니다.”각 가게에는 운영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 가게와 어우러지는 작품들을 배치했다. 가게들이 지닌 역사성과 예술가들의 예술적 가치와 철학, 그리고 색깔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부디 '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 프로젝트가 동문예술거리에 활기를 불어넣는 걸 넘어, 일상과 예술은 공존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전주 어디서라도 예술을 마주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 일시 | ~9. 30.(목) 11:00~17:00 장소 | 동문예술거리 및 동부시장 일원 문의 | 문화적 도시재생 인디(063-287-1141)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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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거버넌스 지방정치 대상 수상
아픔을 넘어 세상 밖으로, 서노송 예술촌 프로젝트
선미촌으로 우리가 들어가자 옛 전주역, 지금의 전주시청 뒤편에 60여 년간 도심 속 그늘과 아픔으로 자리했던 선미촌. 전주시는 2004년 성매매방지 특별법이 제정된 후 수차례 정비를 하려 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이후 10년이 지난 2014년 여성단체, 시민단체, 지역주민, 행정, 학계가 모여 선미촌 민관정비협의회를 꾸리고, 선미촌 정비 방향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인권 유린의 공간에서 인권 존중의 공간으로 선미촌의 기능을 전환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방법은 쉽지 않았다. 다른 곳처럼 공권력의 힘으로 강제 철거를 하거나 대규모 민간자본으로 재개발 사업을 하는 쉽고 빠른 길도 있었다. 그러나 전주는 어렵고 느린 길을 택했다. 선미촌 안으로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시청의 본질은 시청이라는 건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는 믿음으로 비어 있던 성매매업소를 사들여 전시를 하고, 여성단체와 함께 낮에 선미촌 걷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6년부터 국토부 공모사업으로 도로와 골목길 정비 등을 통해 환경 개선도 시작했다. 2017년에는 선미촌 안에 현장 시청 사무실을 열었고, 성매매 피해자를 돕는 ‘상담과 생계비·직업훈련비·주거비·자립지원금 지원’ 등을 명시한 자활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물론 반발도 컸다. 전국 단위 성매매 조직이 몰려와 집단 시위를 했고, 협박과 민원이 끝없이 이어졌다. ‘자발적 성매매에 왜 공적 자금을 쓰느냐’는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끊임없는 소통과 설득으로 결국 2017년 3명, 2018년 9명, 2019년 6명, 2020년 20명이 선미촌을 벗어나 사회로 돌아왔다. 현재 38명의 여성이 생계비와 주거비, 직업훈련비 등 자립지원금을 받고 있다. 2014년 49곳(88명 종사)이던 업소가 2021년에는 4곳(5명 종사)으로 줄었다. 어둡고 음침했던 성매매 거리에서 문화예술 골목으로 탈바꿈한 이곳은 이제 서노송 예술촌으로 불린다. 주민과 예술가들이 만들어 가는 서노송 예술촌전주시는 처음 여성들과 주민들이 쉴 수 있는 녹지 공간, 인권·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2016년과 2017년 선미촌 내 건물 5개소를 매입했다. 매입 1호점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시티가든, 기억 공간을 조성하고 여성 예술가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선미촌 최초의 전시회였다. 두 번째 매입한 공간은 문화예술인들이 전시와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문화예술복합공간 ‘뜻밖의 미술관’이 되었고, 세 번째 매입한 공간은 환경부 국가 예산을 확보해 새활용 문화와 산업을 키우기 위한 복합문화시설 전주새활용센터 ‘다시봄’으로 재탄생했다. 또 한 곳은 ‘물결서사’라는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책방이 되었다. 시인, 화가, 성악가, 사진작가 등 지역 청년예술가 7인이 운영하는 물결서사는 북토크, 전시, 공연, 워크숍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2018년 시가 매입한 다섯 번째 공간인 ‘선미촌 5호점’에서 선미촌 아카이브 전시회가 열렸고, 이후 이 공간은 대한민국 1호 소통 협력공간인 ‘성평등 전주’가 되었다. 성매매 집결지라는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을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380m 도로를 곡선화하고 꽃과 나무도 심었다. 업소밖에 없었던 공간에 카페와 식당이 하나둘 들어서며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잦아졌다.이런 선미촌 변화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주민과 지역 예술가들의 힘이 컸다. 주민들은 2018년 5월 선미촌 문화기획단을 발족하고, 주민들과 함께 동네잔치와 마을 장터를 열었다.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식물을 구매하고, 음식을 맛보고, 청년 작가들의 공예품을 사고 팔면서 마을에 활기와 온기가 채워졌다. 2020년 1월 마을사 박물관인 ‘노송늬우스 박물관’이 문을 열었고, 주민과 예술가가 서노송 예술촌 변화의 중심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올해 1월에는 마을관리협동조합 ‘인디’가 설립되었다. 이처럼 선미촌 문화 재생은 주민과 예술가들이 직접 단체를 만들어 주도한다는 점에서 다른 도시재생과 차원을 달리한다. 다시 보고 새로 쓰다서노송 예술촌의 변신은 계속되고 있다. 6호점으로 매입한 서로돌봄플랫폼은 2022년까지 노인 교실, 작은도서관 등 주민 생활 거점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며, 향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7호점은 예술협업창작지원센터로 조성해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할 것이다. 시민과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팝업스토어(반짝 가게)도 6월에 문을 열었다. 서노송 예술촌 여행길(여성이 행복한 길) 조성을 위한 팝업스토어는 올해 12월까지 진행되는 리빙랩 지원사업으로 빈 업소를 임대하여 전시와 판매, 체험 등이 이뤄진다. 동남아 전통음식점, 팝업갤러리, 아트굿즈 판매점 등을 만날 수 있고, 요리 강습과 한지공예체험 등이 가능하다. 문화와 예술, 인권이 꽃피는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서서히 문을 열고 있는 서노송 예술촌. 선미촌은 민간 자본 개발 방식이 아닌 시민들에 의해 점진적으로 기능을 전환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고, 2015년 선미촌 민관협의회가 지속발전 공모전 대통령상을 받았고 2019년에는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 도시로 인증 받는 성과도 이뤘다. 2018년 이후 현장시청을 찾아온 기관만 해도 약 125여 개에 이른다. 가장 아픈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는 서노송 예술촌은 이제 ‘다시 보고 새로 쓰다’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고, ‘인권과 평화’를 담은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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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인권과문화예술의공간으로
생명의 초록, 초록의 위로
일상에 푸른 에너지를 주는 향기로운 정원
우아한 카페 정원, 조은정갤러리모악산 자락 아랫마을, 돌담을 사이에 두고 고즈넉한 찻집이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갤러리 카페인 ‘조은정갤러리’는 근사한 정원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초봄엔 연둣빛, 초여름엔 초록빛 바탕에 흰색과 보라색이 수 놓인 은은한 색감의 정원이 이 집의 자랑이다. 색색의 꽃 무리로 빽빽하진 않지만, 푸른 바람 드나드는 여백이 운치를 더한다. 갤러리의 주인인 조은정 씨는 전문적으로 가드닝을 배우는 대신, 미국의 동화작가 ‘타샤 튜더’의 책을 보며 좋아하는 꽃들을 손수 심었다. 그를 닮아 정원의 자태 또한 우아하다.이곳에서 자라는 식물 종류는 200~300여 종. 특히, 작약과 모란, 수국 등 꽃송이가 큰 꽃들이 띄엄띄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어우러져 있다. 갤러리 뒷문에서 발을 떼어 슬렁슬렁 정원을 지나면, 조은정 씨와 그의 남편인 김윤식 씨가 머무는 가정집이 나타난다. 부부는 아침이면 잠옷 바람에 카디건을 걸치고 정원으로 아침 산책을 나선다. 밤새 꽃들이 안녕했는지 안부를 묻고 풀을 뽑으며 일과를 시작한다.‘남편을 조르고 조른 끝에’ 도심을 떠나와 이곳에 정착한 때는 2년 전. 600여 평 널찍한 터에, 어릴 적부터 꿈꿔 온 풍경을 원 없이 펼쳤다. 조은정 씨는 갤러리를 지키다가도 틈만 나면 정원으로 내려가 소매를 걷는다. 차를 마시러 온 손님이 그를 찾으러 정원을 헤매고 다니기도 한다고. 조은정 씨의 손이 거칠어질수록 정원은 찬란히 물오른다. 빨간 파라솔 아래 벤치에 앉아 책 한 권 펼치노라면, 한 폭의 수채화 못지않은 풍경이 완성된다.주소 l 전주시 완산구 중인3길 70 치유의 정원, 유영수·조연주 부부의 ‘유포리아’하얀 울타리 너머로 어여쁜 꽃들이 고개를 내민 이곳은 유영수·조연주 부부의 아늑한 보금자리다. 2015년, 맨땅에 집을 짓고 하나둘 꽃을 심기 시작해 6년여가 흐른 지금 다채로운 빛깔로 너른 마당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곳을 ‘행복’이라는 뜻의 ‘유포리아’라 이름 붙였다. 겨우내 잠들었던 꽃이 봄을 잊지 않고 같은 자리에 고개 내밀기를 여섯 차례. 사시사철 피고 지는 지고지순한 자연의 순리가 부부의 삶에 스며들었다.유영수 씨 부부가 정원을 가꾸고자 결심했을 때는 딸아이를 떠나보낸 2014년. 맨손으로 흙을 만지며 아픔을 깊숙이 묻었다. 손가락 걸고 약속하지 않아도 꽃은 해마다 어김없이 피어났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꽃들이 오히려 그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그렇게 꽃이 지닌 치유의 힘을 자연스레 깨우쳤다. 사람마다 타고난 개성이 다르듯이 꽃의 성격도 생김새만큼이나 제각각이다. 고된 시간을 이겨내고 더디 피는 꽃이 있는가 하면, 짧은 한때 반짝이다 곧 지는 꽃까지, 소박한 꽃과 화려한 꽃이 한데 어울려 사는 풍경이 우리네 인간사를 닮았다. 제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소홀히 지나치지 않고 찬찬히 들여다보는 동안 내면의 시야 또한 넓어졌다.유영수·조연주 부부는 공들여 가꾼 꽃밭과 텃밭을 이웃과 나누고자 담을 없앴다. 그러자 이웃과 스스럼없이 눈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강아지도 꼬리를 흔들며 그를 반긴다. 꽃구경 온 사람들이 연일 모여들어 웃음꽃이 끊이질 않는다. 자연을 매개로 사람과 교류하는 일상이 이 부부의 낙이다.주소 l 전주시 완산구 능안자구길 아낌없이 주는 숲, 전주여명교회일평생 나무와 벗하며 살아온 도성숙 목사를 따라 성도들도 정원 가꾸기에 열심이다. 어린나무를 옮겨 심어 키 높은 나무로 자라기까지, 손에 손을 보태 식물을 돌봐온 시간이 무려 22년이다. 아담한 건물을 둘러싼 나무가 5천 그루에 달한다니, 규모가 작은 식물원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도심 속 숲으로 온 동네에 이름날 만하다. 온종일 푸른 숨 내뿜는 정원은 행인들에게 더없는 선물이다.모두가 가난한 시대에는 먹는 것, 입는 것이 귀했다면, 요즘 시대에는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과 풍요로움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온종일 푸른 숨 내뿜는 정원은 행인들에게 더없는 선물이다. 무얼 내주는 것을 어려워하는 시대라지만, 자연은 방어기제가 없다. 자연에서 나고 자란 생명은 아낌없이 ‘나눔’의 가치를 실천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몸을 숙인 꽃 잔디는 겸손함이 미덕이며, 꿋꿋한 자태의 소나무는 그 자체로 기품 있고, 겹겹이 꽃잎을 포갠 꽃 백일홍은 무더운 여름을 충만하게 채워준다.고령의 목사님부터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간 아이들까지 너나없이 보살핀 정원이기에 그 의미도 남다르다. 아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잡초를 뽑고 가지를 솎으며 삶의 과정을 배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노동의 수고로움에 감사하는 자세를 익히는 것이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새로운 식물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 꽃과 나무, 돌과 잔디 등 다양한 자연물이 조화를 이루며, 참새와 까치부터 직박구리, 딱따구리, 청둥오리까지 보기 드문 손님들도 종종 다녀가니 지루할 새 없다. 언제 누가 찾아와도 넉넉한 품으로 맞아주는 고마운 정원이다.주소 l 전주시 완산구 배학1길 8
202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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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니까 가능하다
다섯 가지 색깔의 전주 특화도서관
숲속에서 시를 거니는 시간, 학산 숲속 시집도서관평화동 학산에 오르는 길, 아담한 나무집 한 채가 등산객의 발길을 붙든다. 눈앞으로는 맏내제가 바라보이고, 뒤로는 울울하게 숲을 이룬 나무들이 어우러진 이곳은 바로 ‘학산 숲속 시집도서관’이다.4월 15일 문을 여는 ‘학산 숲속 시집도서관’은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시집으로 채워져 있다. 김용택 시인, 안도현 시인 등 우리나라 대표 시인들의 저자 친필 사인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외국어 원서 시집과 문학전문 출판사의 시인선 전집이 사이좋게 몸을 맞대고 있다. 또한, 사랑과 이별, 인생 등 주제별 코너도 마련해 그날그날 끌리는 대로 골라 읽는 재미도 있다. 더욱이 3단 복층 구조로 조성해 아늑한 분위기를 더했다. 시를 어렵고 낯설게만 여기던 시민들도, 이곳에서라면 편안한 자세로 앉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유리창 너머 푸른 숲을 배경 삼아 가만가만 호흡하듯 시 한 편을 읊조리노라면, 잊었던 여유가 자연스레 찾아오니 절로 마음이 편해진다.위치 |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2가 산 81번지(학산 유아숲체험원 인근) 전주 여행의 시작과 끝,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기차를 타고 전주에 온 여행객들, 여행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은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겠다. 이제 막 전주 땅을 밟은 이들의 설렘과 여행을 마치고 전주역으로 돌아온 이들의 아쉬움이 교차하는 첫마중길, 그 중심에 젊은 여행객들의 라운지(쉼터) 역할을 겸할 작은도서관이 들어섰다.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은 길쭉한 형태의 빨간 컨테이너 두 동으로 나뉘어 있다. 1동에는 예술 관련 도서 위주의 큐레이션을 선보인다. 사진집과 화집, 그림책 등의 아트북으로 갤러리 분위기의 서가를 조성해 여행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2동에는 , 등 전주 여행을 주제로 한 책들로 서가를 꾸몄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전주 구석구석에 한 걸음씩 가까워질 듯하다. 이 밖에도 김영하 작가의 , 무라카미 하루키의 을 비롯해 인기 도서의 리커버북과 함께 다양한 잡지도 비치했다. 4월 15일부터 전주를 찾은 여행객들은 쉬엄쉬엄 머물다 가고, 산책 나온 시민들도 짬을 내어 들렀다 가기 좋다.위치 |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 3가 첫마중길 내 특별한 그림책이 반기는 예술 공간, 이팝나무 그림책도서관팔복예술공장에 분위기도 개성도 남다른 색다른 도서관인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세계 희귀 그림책을 수집해 전시하는 도서관 오른편에 다양한 팝업북이 전시되어 있고, 창가에는 아이들이 편하게 앉거나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무 계단 형태의 열람석이 자리하고 있다. 왼편에는 사다리 모양의 서가와 벽면 서가에 그림책과 팝업북이 진열돼 있다. 이곳에 오면 남녀노소 누구나 동심의 세계로 떠날 수 있다. 오는 6월 말까지 진행하는 도서관 개관 기념 전을 꼭 챙겨 보시길!위치 | 전주시 덕진구 구렛들1길 46, 팔복예술공장 내 책을 읽고 쓰고 만드는 책 공작소, 완산도서관글을 읽는 곳에서 글을 쓰는 곳으로, 도서관이 진화하고 있다. 완산칠봉 아래 완산도서관이 ‘책을 읽고 쓰고 만드는’ 독립출판 전문 도서관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그 첫 순서로 도서관 3층에 문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작가를 새로이 발굴할 ‘자작자작 책 공작소’가 4월 15일 문을 연다. 총 4개소로 나누어진 ‘작가의 방’은 신춘문예 및 문학 매체에 등단한 전문 작가들의 자유 집필 공간이다. 1인실로 구성돼, 작가들이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었다. 전문 작가는 물론 작가 지망생들도 이용할 수 있는 ‘일상 작가 방’은, 북 큐레이션 서가와 은은한 조명을 활용해 자유로운 북카페 분위기로 꾸몄다. ‘시민작가 광장’은 전시와 교육, 체험이 이루어지는 다목적 공간이며, ‘시민작가 야외광장’은 휴식 공간이다. 전주에서 ‘글발’로 이름난 작가들의 아지트가 될 완산도서관, 이곳에 모인 작가들의 손끝에서 어떤 작품이 탄생할지 기대해 보아도 좋다.위치 | 전주시 완산구 곤지산4길 12 봉사자도서관은 여름에 만나요! 봉사자도서관전주시자원봉사센터 1층 로비가 작은도서관으로 새로이 거듭난다. 여름에 문을 열 계획인 봉사자도서관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자원봉사에 관련된 도서를 선별한 특화도서관이다. 일반 도서뿐만 아니라 나눔과 환경 등 전주시자원봉사센터가 지향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책이 가득하다. 또, 도서관 한쪽 벽면에는 실내 공간에 적합한 식물을 활용한 수직 정원도 조성된다.위치 | 전주시 덕진구 전주천동로 455(전주시자원봉사센터 내)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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