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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목록(117건)
잘 고쳤다 이 집
문화로 희망을 불어넣다
노송늬우스 박물관
주민과 예술가가 함께 만든 마을사 박물관노송동 선미촌은 지난 60여 년간 가장 어두운 공간이었다. 어둠이 깔리면 환해지고 낮이 되면 어두워지는 이 지역에, 노송늬우스 박물관이 들어섰다. 욕망이 얼룩진 성매매 집결지라는 치부를 고스란히 보듬어 안은 채 노송동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재탄생한 마을사 박물관이다.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꾸며진 박물관은 과거의 어두웠던 공간에서 노송동의 과거·현재·미래 이야기를 예술로 새롭게 조명한 곳이 되었다. 잊지 말아야 할 공간의 기억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예술작품으로 만들었다. 노송늬우스 박물관은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었다. 1층은 주민들의 전용 전시 공간인 ‘물왕갤러리’와 커뮤니티 공간, 사무 공간으로 구성되었으며, 2층은 과거 성매매 영업을 했던 13개의 방을 갤러리로 바꿨다. 조형 예술가인 이재형·김범준·강현덕·정하영·정인수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진 ‘예술가의 방’, 서정시의 대가로 평가받는 ‘신석정 시인 방’, 노송동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록 보전한 ‘노송다큐21’, 현재 노송동의 모습을 신문 형식으로 만든 ‘노송늬우스’,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동네 그리기’, ‘마을 희망 메시지’를 담아낸 방, 주민들의 얼굴과 주민들의 인터뷰를 전시하고 있는 방 등으로 구성되었다.노송늬우스 박물관의 콘텐츠 구성을 위해 주민·예술가·학생 등 다양한 노송동 사람들이 참여했고, 연구원 두 명이 마을 일대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해 왔다. 소통을 통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면서, 지역 안에 감춰진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픔이 예술을 만나 희망으로 날갯짓 노송늬우스 박물관은 감추고 싶었던 역사를 최대한 보존한 상태에서 예술과 함께 다채로운 인간사와 생활사를 접목했다. 예술가들과 함께 집마다 존재하는 주민들의 이야기, 주민들이 손수 만든 작품으로 공간을 채운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과거의 슬픔과 아픔이 예술과 문화로, 주민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변모하고 있다.노송늬우스 박물관 장근범 작가는 “도시 이면에 숨겨진 과거의 욕망 속에서 주민들의 삶과 예술이 공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공간이길 바라요. 이러한 문화적 시도가 지역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주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며 수줍게 웃는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감정이 메말라가는 요즘, 예술과 인권을 주제로 한 노송늬우스 박물관의 걸음은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 어두웠던 과거의 허물을 벗어 버리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날갯짓을 펴는 한 마리 나비와 같이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변모될 선미촌의 미래가 화창하다. 노송늬우스 박물관주소 │ 전주시 완산구 권삼득로 43운영시간 │ 11:00~18:00(월요일 휴무)문의 │ 063-287-1141
2020.09.23
#선미촌
#서노송예술촌
#문화적도시재생
전주의 꽃심
“사라져 버린 곳들도 사진 속에는 그대로 살아 있어요”
이영무 어르신이 추억하는 1970년대 전주의 풍경들
20대 시절, 걸으면서 만난 1970년대의 전주 제 나이 스물다섯 살에 성경 공부를 하기 위해 전주신학원에 입학했어요. 제가 1946년생이니 1970년도였지요. 그 당시 전주신학원이 신흥고등학교 정문 맞은편 언덕에 있었습니다. 왼쪽에 신일아파트가, 오른쪽에 예수병원이 있었고, 지금의 엠마오사랑병원 자리에 예수병원이 있었지요. 제가 남원 출신이에요. 그래서 전주신학원에 다닐 당시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전주를 참 많이 걸어 다녔지요. 그때 본 전주 풍경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가장 즐겨 찾던 곳이 다가공원이에요. 신학원 바로 건너편에 있어서 틈날 때마다 산책하러 갔었지요. 다가공원은 지금도 가끔 가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일요일이면 신흥학교를 지나서 천변을 따라 대성리에 있는 교회까지 걸어갔어요. 전주천변은 참 많이도 바뀌었지요. 그 시절에 비해 산책로로 정리가 많이 된 느낌입니다. 사라진 풍경들도 생각이 나는데요. 싸전다리 건너편 오른쪽 산의 초록바위 순교 터도 길을 넓히면서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요. 지금은 조형물만이 그곳이 순교 성지였다는 사실을 말해주지요. 한옥마을 모습도 참 많이 바뀌었어요. 제 기억에 오목대에 샘터가 있었거든요. ‘쌍샘길’로 불리던 그 길이 세월이 흐르고, 골목길을 넓히면서 샘터가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쌍샘이 복원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라져서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는데 복원된다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완산동 집에서 기린로나 모래내까지 걸어 다니는데 신학원 다니던 시절이 가끔 생각납니다. 달라진 전주의 모습도 떠오르고요. 사진으로 다시 만나는 전라북도박물관 옛 모습 1971년, 신학원 2학년 때, 전라북도박물관에 갔어요. 사실 정확히 언제, 왜 갔는지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당시 신학원 친구들과 함께 갔던 기억만 납니다. 두 친구와 함께 갔는데 한 친구는 김제 출신이고, 다른 한 친구는 진안 출신이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셋 다 전주 사람이 아니어서 시내 구경 한번 가 보자 하고 갔던 모양입니다. 매화꽃이 활짝 핀 것으로 보아 아마도 2~3월경이었나 봅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친구들이 시내 구경을 나가니 얼마나 신이 났겠어요? 기념사진도 찍겠다고 카메라까지 챙겨 갔지요. 박물관 안을 구경하고 나와서 정원 여기저기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당시 태조비가 박물관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사진 보고 알았어요. 제가 태조비 옆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아, 그때 그 태조비가 경기전 앞으로 옮겨 왔구나’ 하고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사진을 보니 50년 전 박물관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났어요. 지금 성심여고 네거리에 있는 구둣방이 바로 박물관 정문 자리였어요. 그런데 박물관이 경기전 자리에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드물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도 믿지를 않더라고요. 내가 직접 가서 보고 찍은 거라며 사진을 보여주면 그제야 믿더군요. 백 번 말하는 것보다 사진 한 번 보여 주는 게 더 빨랐던 셈이죠. 전주신학원 사진도 찍어 뒀는데요. 제가 나오고 난 뒤, 4~5년 후에 전주신학원이 없어졌다고 해요. 사라진 건물이 사진 속에 남아 있는 거지요. 그러니 얼마나 신기해요? 자리를 옮긴 곳도, 사라져 버린 곳도 모두 사진 속에는 그대로 살아 있으니 말이에요. 사진은 역사적 자료이자 자랑스러운 기록물제가 사진을 기증한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비록 사라져 버렸지만, 사진 속에 남아 있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이 옛 모습을 떠올리고 믿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으로 1971년 찍은 전라북도박물관 사진을 기증했습니다. 그러니 직접 보거나 겪어 보지 않았지만, 사진으로나마 그 시절에 대해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옛것에 관심이 참 많아요. 옛것에는 우리 조상들의 얼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옛 물건들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이렇게 살아오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제 사진을 보고 ‘전라북도박물관이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었구나’하고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진을 보고 난 뒤, 경기전에 가면 ‘이곳에 전라북도박물관이 있었구나.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옛날 박물관이 있던 자리구나’ 하고 한 번 더 생각했으면 해요. 전주는 그 어느 곳보다 우리 문화가 많이 남아 있고, 계승하고 있는 곳이잖아요. 그러니 젊은 사람들이 옛날 전주의 모습과 우리 문화유산에 관심과 애착을 보였으면 해요. 아끼고 보호하면 더더욱 좋겠지요. 그리고 될 수 있다면 사진으로 남겨 두세요. 사진은 증명인 동시에, 자랑할 수 있는 자료거든요. ‘나 이것 봤다, 여기 가 봤다’ 하는 자랑 말이지요. 그러니 관심을 쏟고, 보고, 기록하길 바랍니다. 이영무(74) 어르신은 남원 출신으로 전주에서 40여 년간 목회 생활을 했다. 지난해 전주에서 출간한 종교 간행물 을 전주시에 기증한 데 이어 올해 1971년에 찍은 전라북도박물관 사진을 기증했다.
#전라북도박물관
#경기전
#기록물
기획 특집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전주시지속가능지표’7
시민의 삶,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요?
도시는 사람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 모양에 따라 시민들의 삶도 변화한다. 도시가 좋은 모양이어야 좋은 삶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가 올바른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지난 10년간 ‘전주시지속가능지표’를 만든 이유는 이 때문이다. 비행기나 배가 가야 할 진로를 계기판이나 나침반이 보여 주듯이, 전주가 나아가야 할 지속가능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평가 수단이 바로 지속가능지표이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꿈이 크는 전주, 함께 웃는 온고을’이라는 목표를 바탕으로, 더욱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한 지도를 시민들과 함께 그려 온 것이다.올해는 시민의 삶을 반영한 사회와 복지, 교육, 생태환경, 생활환경, 경제, 문화 등 총 6개 분야 50개 지표를 마련했다. 지표 마련을 위해 시민단체・전문가・공공기관, 전주시의회 등 55개 기관과 74명의 평가위원, 50명의 조사위원 들이 참여하였으며, 1년간 총 43회의 워크숍과 분과회의에서 열띤 토론을 거쳤다. 이렇게 어렵게 도출된 올해의 지표는 6월 28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 팔복예술공장에서 열리는 ‘십 년째 만남’ 행사에서 공개된다. 이날 행사에서는 2019 전주시지속가능지표 10년의 성과 발표회와 토크콘서트, 전주시지속가능지표대상 시상식이 열린다이 준비한 ‘전주시지속가능지표 인포그래픽’을 통해 전주가 걸어온 길을 짚어 보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살펴보자.전주시지속가능지표 발표회일시│6. 28. 오후 6시 30분, 팔복예술공장문의│063-281-2974교육원도심 초등학생 수,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원도심이 새로운 활기로 꿈틀대고 있다. 전주의 미래를 꽃피울 꿈나무, 초등학생 수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몇 해 전까지도 감소를 기록하던 전주 원도심 지역 초등학생 수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한 것으로, 2018년 전년 대비 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전년 대비 학생 수 4.7% 증가경제지난해 경기전에 몇 명이나 다녀갔나요?경기전 입장객 수는 2018년 904,813명으로 집계되어 2016년과 2017년에 비해 다소 관람객의 발길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2년 449,774명에 비해서는 두 배 넘게 늘어나, 전주가 몇 년 사이 대한민국 대표 관광도시로 꾸준히 성장해 왔음을 알 수 있다.2018년 경기전 방문객 904,813명 생태삼천에는 몇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나요?삼천에 서식하는 새의 수가 2016년에 비해 100여 개체 늘었다. 2012년 44종 2,263마리였으나 2016년에는 28종 1,568마리로 크게 감소, 그러나 전주시의 다양한 생태도시 사업이 병행되면서 2018년 다시 상승해 49종 1,671마리가 관찰된 것이다. 맑고 푸른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삼천에서 더욱 많은 수의 생물이 뛰놀길 소망한다.삼천에 서식하는 새의 종류 49종복지월 1회 이상 자원봉사에 참여한 시민은 몇 명인가요?많은 시민들이 ‘더불어 사는 전주’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월 1회 이상 자원봉사에 참여한 건수가 2016년 129,705건에 비해 2018년에는 163,024건으로 2년 사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봉사의 가치에 공감하고 행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2018 자원봉사자 참여자 163,024 문화한옥마을 문화 프로그램, 시민들은 얼마나 참여하나요?2016년 37,398명, 2017년 35,098명이던 한옥마을 대표 프로그램 체험객 수는 2018년 37,940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전주는 다양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한옥마을 문화기관 등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천만 관광지의 명성을 이어가는 중이다.2018년 한옥마을 대표 프로그램 체험객 37,940명생태미세먼지 수치는 얼마나 좋아지고 있나요?국제 기준 50㎍/㎥ 이상 미세먼지 발생 일수는 2016년 99일, 2017년 90일, 2018년 75일로 조금씩 줄어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적은 수치이지만 변화의 가능성에 주목해 보면 어떨까?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미세먼지 걱정 없는 전주, 걷기 좋은 맑은 전주를 기대해 본다.2018년 미세먼지 발생 일수 75일생활1인당 연간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 얼마나 되나요?시민 1인당 연간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2016년 150kg, 2017년 154kg, 2018년 152kg으로 집계되어 거의 변화를 보이지 않으며, 전주 1인당 연간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 최고 도시라는 불명예를 이어가고 있다.가정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으로 쓰레기 없는 쾌적한 전주를 함께 만들어 가자. 1인당 연간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 152kg
#지속가능
#교육
#문화
#경제
#복지
“낡은 사진 한 장에서 그 시절 전주를 만납니다”
진상훈 어르신의 추억 가득한 성심여자중학교 사진들
학생들과 행복했던 시절을 기록하다오직 교사의 사명감으로 보낸 37년이었습니다. 그 세월 동안 가르치는 일에 대한 열정,학교에 대한 애정이 차곡차곡 쌓여 갔습니다. 1980년대 해성중학교에서 근무한 6년을 제외하곤 1973년 성심여자중학교에 부임한 이래, 학교를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제 인생의 반 이상을 보낸 곳이니 그 애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요. 그래서 학생들과 함께했던 순간, 학교의 모습 등을 사진으로 남기고,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이거든요. 단순히 머릿속으로 ‘그때 참 즐거웠지’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사진을 보면 당시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지거든요. 사진 한 장이 지닌 힘이 그렇게 큽니다. 당시엔 체육대회를 종합경기장에서 열었는데 학교에서 종합경기장까지 행진을 하며 걸어갔어요. 시민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담은 피켓을 들고 말이에요. ‘엄마, 아빠 왜 싸워?’라는문구가 담긴 피켓을 든 거리 행진 사진을 보면 아직도 웃음이 납니다.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이 떠올라서 말이죠.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겠지요. 사진을 통해 전주의 옛 모습을 만나다사진의 힘을 느낀 후 본격적으로 여러 사진들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앨범은 굳이 꺼내지 않으면 잘 보지 않을 것 같아 액자로 제작해서 집 안 곳곳에 두었습니다. 그렇게 둔 액자들이 서른 개가 넘어요. 지금의 저를 있게 하신 은사님들 사진은 물론, 고등학교 친구들 사진, 제자들 사진을 보며 당시를 추억하곤 합니다. 그 사진들에는 그저 인물만 있는 게 아니에요. 한벽루, 오목대, 이목대, 풍남문, 종합경기장, 덕진공원, 전주역 등 전주의 옛 모습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제가 전주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당시 졸업사진을 풍남문 앞에서 찍었어요. 1964년 즈음 찍은 졸업사진을 보며 옛 친구들은 물론 그 당시 풍남문 모습까지 볼 수 있는 거예요. 1973년경 한벽루로 떠난 성심여자중학교 소풍 사진에는 숨겨진 재미가 있어요. 징검다리에 서서 손잡고 있는 아이들 뒤로 빨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당시 한벽루 아래 전주천에는 빨래터가 있었거든요. 1980년대 소년체전이 열린 종합경기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매스게임을 하는 학생들과 관중들 모습을 보면 당시 열기가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이렇게 사진 한 장에는 소중한 사람들은 물론 옛 전주의 모습, 그리고 추억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전주의 풍광은 많이 변했지만, 학생들과 함께한 기억은 항상 변함없이 제 마음에는 그대로입니다. 예술로 말하면, 성악이나 같을까요? 사람의 몸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는 것처럼 저에게 성심여중과 전주는 항상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주는 울림이지요. 사진으로 추억을 공유하고 싶다퇴직한 지 올해로 딱 10년이 됐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제자들과 만나 학교에 있었을 때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당시 학생들이 저를 ‘베토벤 선생님’이라 불렀어요. 음악도 워낙 좋아하고 헤어스타일이 마치 베토벤 같았거든요. 학생들과 만나면 그때 그 시절 베토벤 선생님으로 돌아가는데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줬고, 여전히 소중한 시간을 선물하는 학교와 학생들에게 언젠가는 보답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바로 ‘성심사진전’입니다. 그동안 모은 학교 관련 사진들을 전시하는 거죠. 그날을 위해 앞으로도 학교와 관련된 사진들을 차곡차곡 모을 계획입니다. 추억을 함께 나누는 일만큼 행복한 일이또 있을까요? 전주시에 사진을 기증한 이유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던 그 시절을 추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이루고 싶은 꿈 ‘성심사진전’에서 많은 분들과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진상훈(72) 어르신은 37년간 전주성심여자중학교에서 체육교사로 근무했다. 학생들과 학교에 대한 애정으로 모은 사진들로 사진전을 열고 싶은 꿈이 있다.
2020.09.22
#성심여자중학교
#전주종합경기장
#체육
#성심사진전
#사진
숲을 읽어요
<전주다움> 추천 휴가지에서 읽는 숲 책
읽을수록 새로운 숲을 담은 고전 헨리 데이비드 소로│펭귄클래식│2014세계인이 공감한 인류의 고전 . 월든 호숫가 숲에 통나무집을 짓고 2년간 자급자족한 기록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검소한 삶만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온다는 저자의 사상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아냈다. 한국고전번역원│한국고전번역원│2016계절의 변화, 꽃과 나무 등 소박한 풍경을 따스하게 바라본 옛 시들을 모았다.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들이 선인들의 한시를 선별하고 친절한 해설을 곁들였다. 맑고 간결한 문장을 읊조리며 가만히 자연을 느껴 보자. 지역 작가들이 바라본 숲 이야기 책마을 해리 생태학교 친구들│나무늘보│2017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고창으로 책마을 해리의 생태 작가들이 모였다. 자연 속에서 오감으로 발견한 생물들을 기록했다. 이 땅의 어디에서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생명들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황경택│샘터│2018숲속 동식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디즈니 만화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니다. 매일 스케치북을 들고 숲속의 생명을 그리며 친구가 된 화가이자 숲 연구가. 저자가 들은 숲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펼쳐 보자. 안도현 글, 백대승 그림│한솔수북│2019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도시로 모험을 떠나는 반딧불이의 여정을 담았다. 나방의 위협과 자동차를 피해 밤을 대낮처럼 밝히는 네온사인을 찾아간 반딧불이. 과연 반딧불이는 가장 아름다운 빛을 찾아낼 수 있을까? 숲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안내서 페터 볼레벤│위즈덤 하우스│2018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의 저자 페터 볼레벤이 숲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 준다. 오랜 시간 독일의 숲을 관리하며 얻은 저자의 노하우와 자신만의 위트로 풀어낸 문장들은 우리에게 숲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한다.가깝게 세밀하게 들여다본 숲 책 최현숙, 이재윤│이서원│2019우리 아이들은 숲에서 무엇을 하고 놀 수 있을까? 계절마다 변하는 숲 놀이터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도 무궁무진하다. 아이들이 숲에서 맘껏 뛰어놀고 스스로 놀잇감을 찾는 방법을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소개한다. 박여진│예문아카이브│2018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숲과 오지를 여행했던 저자가 남편과 함께 전국의 숲을 누비며 아름다운 산책길을 소개한다. 늙은 나무 사이의 오솔길, 잣나무 껍질이 눈처럼 내리는 숲길, 고즈넉한 성곽길 등을 사진과 글로 담았다. 가깝게 세밀하게 들여다본 숲 책 김진일│보리출판사│2018나비, 버섯, 나무 등을 주제로 그린 10권의 세밀화 도감이다. 눈으로 직접 보고 그린 덕분에 전집을 완성하는 데 꼬박 25년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추천한, 자연을 사람의 손으로 가장 완벽하게 담은 책이다. 윤충원│지오북│2016우리가 알고 있는 나무의 이름은 몇 개나 될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부터 깊은 숲속에서 홀로 자라는 나무까지, 각기 다른 모습과 방식으로 살아가는 나무들을 사랑스럽게 그려 냈다. 리처드 포티│소소의 책│2018산미나리로 스프를 만들면 무슨 맛이 날까? 야생 체리로 만든 잼은? 요리사가 아닌 세계적인 삼엽충 전문가가 ‘그림다이크’라는 숲을 사들인 후. 총 12개월 동안 숲의 모든 것을 세밀하게 기록했다.
2020.09.11
#여름
#숲
#책
2019 새로운 공간 새로운 가치
전주는 언제나 변화한다. 머무르거나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낸다. 2019년, 전주는 1년 열두 달을 ‘새로움’으로 빼곡하게 채웠다. 도시재생 현장부터 어르신 통합 돌봄 현장까지, 아무리 길어 올려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무한히 새로운 이야기와 사업들로 채워졌다. 전주의 위상을 새롭게 세울 전라감영의 중심건물 대부분이 복원 완료되었고, 옛 보훈회관을 리모델링해 만든 전주시민기록관도 새로 문을 열 예정이다. 또한 전주시민축구단처럼 눈부신 활약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사람들도 있었다. 2019년, 전주에 새롭게 선보인 공간, 새로운 가치를 더해 온 사람들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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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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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2019, 새로운 공간 새로운 가치
완전히 새로운 공간, 전주시민기록관과 사회혁신 맛집
전주기록보존소, 전주시민기록관전주시의 역사가 담긴 각종 기록물을 보관해 온 ‘전주정신의 숲’이 새롭게 태어났다. ‘전주시민기록관’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이 기증한 기록물을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보관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옛 보훈회관을 리모델링해 만든 전주시민기록관 1층에는 보이는 수장고와 시민과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실감형 콘텐츠 미디어실이 자리한다. 시민들이 기증 기탁한 기록물 총 4,528여 점이 오랜 시간 보존될 수 있도록 항온 항습, 방균, 소방, 방범 등 수장고의 기본 기능을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2층에는 수집 기록물을 안정적으로 보존하는 보존서고와 기록물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이관작업실이 갖춰졌다.리모델링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첩의 공간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를 토대로 그동안 보관해 온 자료를 통합하고, 기증한 이들에 대한 존중을 표하고, 개방적인 모습으로 시민들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새로운 모습의 전주시민기록관은 전주와 관련된 자료들의 인문학적 집대성을 통해 전주 역사와 문화의 지평을 넓히고, 시민의 사람을 기록함으로써 시민 정체성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를 바꾸는 유쾌한 공간, 사회혁신 맛집 10전주는 사회혁신도 맛있게 한다. 그래서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한 지역 문제를 해결해 가는 사회혁신 소통 공간을 ‘전주 사회혁신 맛집’으로 선정했다.전주시의 문제를 시민과 함께 토론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꾸며진 전주시장실이 사회혁신 맛집 1호로 뽑혔다. 사회혁신센터에서 운영하는 ‘커먼즈필드’와 성평등 플랫폼인 ‘성평등 전주’도 선정됐다. 이 공간에서는 일상에서 겪는 변화를 꿈꾸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실험해 보는 100여 개 팀의 리빙랩(생활실험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인형극을 펼치는 공간 꼭두, 공예 작가 아홉 명이 재능을 품앗이하는 착한공작소도 사회혁신 맛집으로 선정됐다. 이 밖에도 동네 서점인 책방 토닥토닥과 청년몰 1호 가게인 카페나비, 오래된 동네 목욕탕을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기린토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마실, 서서학동 주민들이 모여 나눔과 봉사를 펼치는 공간인 소나무공동체 등도 사회혁신을 이끄는 전주 대표 맛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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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다움>을 통해 본 2019년 전주시 핫이슈
1. 3・1운동 승강장으로 변신했어요전주가 3·1운동 100주년을 남다른 방식으로 기념했습니다. 3·1운동 당시 신흥학교 학생들이 독립만세운동을 펼쳤던 전주신흥학교 앞 버스승강장을 기념 공간으로 조성한 것인데요, 전주 예술가가 제작한 3·1운동 상징 조형물과 기록 사진, 태극기 모형으로 꾸며 ‘예술 승강장’이자 ‘역사 승강장’으로 변신시켰답니다. 또 시내버스는 이곳의 이력을 안내 방송으로 내보내며 3·1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시민들에게 알렸습니다.2. 특례시, 한 마음으로 뭉쳤어요광역시가 하나도 없는 우리 지역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전주시가 ‘특례시’ 지정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당·정·청 회의와 특례시 지정 법안을 다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참석해 특례시 지정의 당위성을 인정받는 등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또 지난 5월 펼쳐진 특례시 지정 범시민 서명운동에는 무려 74만 6천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해 뜨거운 참여 열기를 드러냈다고 하니, 꼭 시민의 염원인 특례시 지정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3. 정원도시, 첫발을 뗐어요전주시가 ‘정원도시’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백제대로 등 주요 도로에는 ‘도시 바람길 숲’을, 동네 곳곳에는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우리 마을 어울림 정원’을 만들어 전주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매연과 삭막한 도심 풍경 대신 도시 어디든 풀과 나뭇잎 가득한 초록도시 전주로 변신할 날도 멀지 않았겠죠?4. 꿈꿀옷장, 연일 매진 행렬취업 준비도 힘든데, 면접 정장 마련은 더 부담스러운 것이 청년들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전주가 면접 정장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꿈꿀옷장’ 사업을 올해 처음으로 진행했는데요, 이 사업은 지난 7월 총 대여 횟수인 320회를 모두 채워 ‘매진’될 만큼 청년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다행히 하반기에도 추가 예산을 확보해 ‘꿈꿀옷장’의 문을 계속 열어 취업난에 놓인 전주 청년들에게 작은 희망을 건넬 수 있었답니다.5. 청년 창업 혁신기지, 오렌지팜‘청년 사장님’들을 팍팍 지원해줄 수 있는 보금자리인 ‘오렌지팜’이 오는 11월 말 문을 열 예정인데요, 세계적인 게임 제작 기업 ‘스마일게이트’와 전주가 힘을 모아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거점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예비 창업자·5년 미만 초기 창업 단계인 청년 창업가 중에서 게임·IT 콘텐츠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금 투자와 판로 개척을 도와준다고 하네요. 창업에 관심 있는 전주 청년들에게 희소식입니다.6. 영화제, 역대급 흥행 기록했어요올해로 스무 살 성년이 된 전주국제영화제가 ‘최다 성과’로 위풍당당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는 온라인 사전 예매 오픈 하루 만에 전년 대비 50회 차 증가한 202회 차 상영이 매진됐고, 영화제 기간 총 697회 상영 중 390회가 매진되며 역대 최고 기록을 남겼습니다. 총 관객 수도 85,900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특별 전시를 펼친 팔복예술공장에도 10,000여 명이 다녀가 ‘역대급’ 수식어에 모자람 없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위상을 확인했답니다.7. 팔복예술놀이터, 새로 문 열었어요아이들이 예술을 오감으로 체험하여 상상력과 감성을 키우고 협동심을 기르는 특별한 공간이 생겼습니다. 팔복예술공장 2단지에 들어선 ‘팔복야호예술놀이터’가 11월 5일 정식 개관했는데요, 널찍한 활동실과 야외창작·전시실, 텃밭과 무대, 아이들을 위한 식당이 들어서 ‘예술 놀이터’로 부족함이 없다고 하네요. 특히 공간 제약 없이 자유자재로 예술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가변적인 공간으로 꾸민 것이 특징입니다. 즐거운 예술놀이가 펼쳐진 팔복예술놀이터, 앞으로 많이 사랑해 주세요.8. 동학농민군, 녹두관에 유골 안장지난 5월 23일, 무명의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이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에 안치되면서 일본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던 선조의 넋이 125년 만에 안식을 되찾았습니다. 올해 전주시는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완산도서관 인근에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 추모 공간인 ‘녹두관’을 건립했답니다. 더불어 늦게나마 추모를 통해 후손의 도리를 다하고자 동학농민군 최초이자 마지막 장례식을 치렀답니다.9. 전주시복지재단‘전주사람’활약전주시복지재단 ‘전주사람’이 전주 곳곳에 나눔과 모금 활동을 펼치며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습니다. 지난 7월 4일 ‘전주사람’은 노송동 천사마을에서 첫 공식 모금 활동인 ‘희망1004’발대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단발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사랑나눔간병비지원사업, 전주형SOS긴급지원사업 등 다양한 나눔·모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네요. 시민이라면 누구나 소외받지 않고 복지 혜택을 누리도록 만들겠다는 ‘전주사람’의 포부, 이루어질 날이 가까워 보입니다.10. 전주가 만든 세계무형유산대상‘무형문화의 도시’전주에서‘제1회 전주세계무형유산대상’이 처음 열렸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테러와 전쟁, 그리고 난개발로부터 무형유산을 지켜 낸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행사인데요, 첫 대회인데도 전 세계 36개국 48건의 신청서가 도착해 치열한 참가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그 결과 인도 컨택트베이스, 캐나다 뉴펀들랜드와 라브라도 유산재단 등이 첫 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답니다. 2020년에도 많은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릴게요!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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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소소한 기록이 전주의 역사가 됩니다”
탁경식 어르신이 추억하는 전주의 옛 모습
온 동네가 부채를 만들던 석소마을1968년 우아동 농지를 사면서 뙤집을 함께 샀습니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낯선 뙤집은 잔디와 흙을 쌓아 지붕을 얹은 집이에요. 쉽게 말하면 초가집이라고 할 수 있죠. 당시에 샀던 그 집은 석소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었고,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인 김동식 명인의 외조부가 사시던 집이었습니다. 듣기로는 조선시대부터 부채를 만든 집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그 집이 훗날 석소마을이 부채마을로 불린 시작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죠. 인후동, 진버들, 산등성이 너머 마을까지 부채를 만들던 시대였습니다. 당시 석소마을에 살던 김동식 명인의 이모, 이모부, 외삼촌 등 외가가 모두 부채를 만들었어요. 그때가 석소마을이 부채를 한창 만들던 때였거든요. 여름엔 마루에 앉아서, 겨울엔 아랫목에 자리를 잡고 부채를 만들곤 했지요. 아중지구가 개발되기 전까지 석소마을에선 온 동네가 함께 부채를 만들었습니다.흔히 부채를 한 사람이 만든다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아요. 대나무 깎는 사람, 대나무에 풀을 발라 한지를 붙이는 사람, 손잡이에 달린 고리만 만드는 사람, 여러 사람 손을 거쳐야 비로소 부채 하나가 완성됐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부채를 저도 하나 구입했지요. 당시 쌀 한 말 가격을 줬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그 부채가 김동식 명인의 외삼촌, 이모, 이모부 손을 거쳐 김동식 명인의 손에서 완성된 부채예요. 행복했던 시절을 사진으로 기록하다석소마을에 살던 20년 동안 사진을 참 많이 찍었습니다. 먹고살기 힘든 와중에도 참 열심히 찍고 다녔어요.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 가족들의 삶을 사진으로 남기면 그게 바로 우리 가족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역사가 별건가요? 사진 한 장만 봐도 역사가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특별한 순간만 찍은 것도 아니에요. 마루에 걸터앉아 웃고 있는 어머니와 아이들 모습, 아이들이 강아지와 즐겁게 놀던 모습, 이사하던 날 트럭에 짐을 싣는 모습 등 일상적인 순간들을 찍었습니다. 가족들 모습 외에도 간직하고 싶은 순간은 모두 사진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전주시에 기증한 옛 아중초등학교 사진과 1982년 전국소년체육대회 사진도 그렇게 찍은 겁니다. 딸아이가 중앙여고를 나왔는데 1학년 때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여했어요. 그때 따라가서 찍은 사진인데 그때 그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사진을 보면, 아름다웠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게다가 그 당시 종합운동장의 모습이 담겨 있으니 전주의 역사를 담은 사진이기도 합니다. 개인의 역사가 전주의 역사가 되다역사라는 게 어찌 보면 아주 대단한 게 아니에요. 우리 삶 자체가 역사로 남는 거니까요. 제가 전주시에 기증한 기록물들도 그저 제 삶의 일부분일 뿐입니다.만약 저 혼자 간직했다면 그저 추억에 지나지 않았을 테지요.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예전 전주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빌딩이 생기고,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가 과거에는 논밭이었고 초가집이 있었다는 사실을 많이들 모르잖아요. 우아동 농지와 토지 매매계약서를 비롯해 뙤집 사진, 옛 아중초등학교 사진, 1982년 전국소년체육대회 사진 등이 결코 대단해서 기증한 게 아니에요.하지만 과거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시 땅 한 평을 160원 주고 샀어요. 자필로 쓴 매매계약서에 그 사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매매계약서 한 장에서도 그 당시 땅값을 확인할 수 있으니 그게 바로 역사가 아닙니까? 소소한 삶도 소중한 역사가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문서 한 장, 사진 한 장이 개인을 넘어 전주의 역사로 남을 테니까요. 내 삶을 기록했을 뿐인데 전주의 역사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 근사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부디 기억하지 말고, 기록하길 바랍니다. 탁경식(75) 어르신은 ‘부채마을’로 불린 석소마을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동안 모아 온 기록물들을 전주시에 기증해 제3회, 제4회, 제5회 전주기록물수집공모에서 연달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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