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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우리가 사랑하는 축제의 계절
세월이 피워 낸 무형유산의 꽃
전주가 만들고 세계가 주목하는전주세계무형유산대상 & 세계슬로포럼전주만의 빛깔로 숙성된 문화와 생활양식은 전주를 이루는 정체성이 되었고, 전주는 가장 한국적인 색채를 고이 간직한 무형유산의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세계인들이 전주의 문화와 역사를 만나기 위해 9월 27일 전주에 모인다. 테러와 전쟁, 난개발로부터 무형유산을 지켜 낸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전주가 만든 시상식 ‘제1회 전주세계무형유산대상’이 전주에서 열리기 때문이다.올해 처음 열리는 세계무형유산대상에는 전 세계 36개국 48건의 신청서가 도착, 치열한 참가 경쟁이 벌어졌다. 수상 팀들은 무형유산 보호 활동 사례를 전주 시민들에게 알릴 계획이고, 국내외 시민 단체와 무형문화재・문화재단 관계자 등과 함께 ‘무형유산의 보호와 활용’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전주가 시작한 행사는 또 있다. 제3회 전주세계슬로포럼과 슬로어워드가 그것. ‘2019 국제슬로시티 어워드’에서 최고 대상인 ‘오렌지 달팽이상’을 수상한 전주시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벌써부터 참가 열기가 뜨겁다.올해 전주세계슬로포럼의 주제는 ‘행복과 도시숲(가제)’으로, 도시와 자연의 어우러짐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을 논의한다. 또 국내외에서 ‘슬로시티’ 운동이 지향하는 바를 실천하는 개인·단체를 슬로어워드로 선정하고 그 의미를 되새긴다. 아울러 포럼 기간 내내 홍보·체험 부스를 운영하며 국악 공연도 펼친다니 구경거리에도 부족함이 없다. 무형문화 도시 전주에서 만나는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한자리에서 무형문화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전시와 공연, 그리고 관객을 위한 체험까지 한꺼번에 준비한 ‘무형문화 종합선물세트’, 바로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이다.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에서는 각 기능 분야 장인들의 합동 공개 행사가 3일간 진행된다. 중정에서는 판소리·농악·남사당놀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인류무형유산 특별기획 공연 ‘조선의 기록, 미래의 기억’이 펼쳐진다. 무형문화재 명인들의 공연도 만날 수 있고, 영화 에서 멋진 곡예를 선보인 권원태 명인의 줄타기 등도 배울 수 있다. 야외공연장과 얼쑤마루 로비 등은 무형문화재를 직접 체험해 보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전통음식 등 다양한 체험도 한가득이다.어울마루에서는 세계무형문화유산포럼과 작은 전시회가 열린다. 무형문화유산이라는 주제로 지역과 국가를 넘어 한자리에서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된다. 또, 누리마루에서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보유자 작품전이 열린다. 특히 짧은 행사 기간으로 아쉬워할 관객을 위해 200여 점 이상의 작품들을 특별히 10월 20일까지 공개한다고 하니, 넉넉한 마음으로 행사장에 들러 보자. 영화의 도시에서 더 특별한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2019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가 기대되는 이유는 ‘영화의 도시’이자 ‘무형유산의 도시’ 전주에서만 열릴 수 있는 특별한 영상 축제이기 때문이다.영상 축제에서는 전통문화와 의상, 생활상은 물론 춤과 음식에 이르기까지, 무형유산 다시 보기를 주제로 하는 영화 20편이 관객들을 찾아온다.개막작 는 이미 토론토와 뉴욕 등지에서 인정받아 영화 마니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또한 개막작은 김태용 감독의 영상에 국립국악원의 실시간 연주가 더해져, 눈과 귀가 함께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또 행사 기간 동안 ‘유튜브 영상 공모전’ 수상작과 ‘단편 애니메이션’, 고전 영화를 상영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다. 대미를 장식하는 폐막작으로는 안종화 감독의 가 뽑혔다. 1934년 탄생한 이 작품은 가장 오래된 한국 영화이기도 하다. 이번 무대에서는 변사, 뮤지컬 배우, 악단이 등장해 당시의 상영 방식과 분위기를 재현한다니,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영상 축제에서 소중한 추억을 쌓아 보면 어떨까.
2020.09.08
#뮤형유산
#슬로
#문화재
#영화
잘 고쳤다 이 집
동네 목욕탕이 복합문화공간이 되다
기린토월
여탕은 카페, 남탕은 갤러리남노송동의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3층 건물. 외벽에는 ‘호수옥사우나’라는 글씨가 보이고, 건물의 입구에는 ‘남노탕’이라는 옛 이름도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다. 그리고 입구 오른편에 자그마하게 ‘기린토월’이라는 새 이름표가 붙어 있다. 문을 통과하면 곧바로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나오고, 계단의 오른편에는 카페가 있다. 1층은 매표소와 여탕이 있던 자리. 여탕을 개조한 카페 내부가 신기하고 독특하다. 당시 목욕탕의 모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물이 남실거리던 온탕과 열기로 채워졌던 사우나 등이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다. 남탕이었던 2층은 갤러리로 사용하고 있다. 갤러리에서는 8월 31일까지 ‘오른손잡이가 그린 왼손 그림’전이 열린다. 이 전시를 통해 김정배 교수의 시적 단상과 왼손 그림 작품이 사람들과 만난다. 교습소로 쓰이는 3층을 지나 옥상으로 가면 이 낡은 건물이 품고 있는 매력이 도드라진다. 손을 뻗으면 산자락이 만져질 듯 기린봉이 가깝다. 전주 10경 가운데 하나인 기린토월(麒麟吐月, 기린봉 위로 떠오르는 아름다운 달)을 볼 수 있는 곳. ‘기린토월’의 김지훈 대표도 이 건물에서 바라본 풍광에 반했다. “겨울에 왔을 때 옥상에서 기린토월을 봤어요. 그래서 저 달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이야기한다. 기린봉과 달이 잘 보이는 옥상은 공연을 할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꾸밀 예정.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이 되고 싶어공간 기린토월은 지난 6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그사이에 사귄 이웃이 제법 많다. “카페에 있는 작은 화분은 앞집 할머니가 선물로 가져오셨어요. 뒷집 할아버지는 개소식 날에 돈을 건네기도 하셨죠. 파전을 가져다주는 분도 계시고, 장사 안돼서 빨리 망할까 봐 걱정해 주시는 분도 많아요.” 카페는 대개 젊은 층이 많이 찾지만, 김지훈 대표는 이 공간이 기린봉 아랫동네 주민의 사랑방 역할을 하길 바란다. 그래서 예전 목욕탕이나 사우나를 운영할 때에 팔던 냉커피를 판다. 당시 벽에 붙어 있던 메뉴판도 고스란히 남겼으며, 커피 값도 예전 그대로 1,000원이다. 단, 65세 이상의 동네 주민만 마실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메뉴. 앞으로 냉커피와 함께 팔던 바가지커피도 추가할 예정이다. 기린토월주소│전주시 완산구 마당재2길 75문의│0507-0465-8074
#남노송동
#목욕탕
#카페
#갤러리
멋진 하루
인후동 도당산
아침 숲에서 누리는 하루의 사치
여름 끝자락에서 만난 아담한 산, 도당산좋은 건 함께하라고 배웠다. 그래서 생각난 사람이 열세 살 연하 친구, 김도은이다. 무더위에 지쳐 있을 그녀와 나에게 숲의 시원함을 선물하고 싶었다. 전주에 자리한 수많은 산들 중에서 인후동에 자리한 도당산을 선택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승암산과 기린봉에서 이어져 온 산줄기가 만들어 낸 도당산. 흔히 안골뒷산이라고 불리는 산으로, 길고 긴 여름에는 무성한 나뭇잎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산이다. 도심 가운데 잔잔하게 펼쳐진 줄기 또한 완만해 힘들이지 않고 걷기에 무리가 없다. 그래서 주민들에게는 언제든지 가볍게 동네 마실 나가듯, 소풍 가듯 가볍게 사부작사부작 걸을 수 있는 동네 산책길이다.신록으로 빠져들 듯 우리는 도당산으로 걸음을 옮겼다. 숲에 들어서자 줄기차게 쫓아오던 햇살은 자취를 감추고, 짙푸른 나무그늘 아래 제 몸을 식힌 선선한 바람은 재빠르게 땀을 거둬 간다. 한결 개운해진 마음으로 우리는 숲 사이사이 흐르는 바람처럼 가볍게 길을 이어 간다. 푸른 잎과 향기로운 풀이 봄꽃보다 낫다는 옛말을 실감할 수 있을 만큼, 숲속 가득 찬 신록은 싱그러움을 뽐낸다. 발뒤꿈치까지 뒤쫓아 온 더위도 돌려세울 정도다. 이야기를 품은 노루명당신록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순한 능선길을 오르다 보면 ‘노루명당’이라는 비석에 다가선다. 한번 들으면 좀처럼 잊히지 않을 것 같은 이름 ‘노루명당’. 이곳에는 통천 김씨와 얽힌 옛 일화가 전해진다. 통천 김씨가 포수에 쫓기던 노루를 구해 줬는데, 노루가 보은의 의미로 명당자리를 알려 주었다는 것이다. 훗날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통천 김씨는 노루가 일러 준 명당에 묘를 쓰는데, 그날 이후 자손들이 번창하는 건 물론 가문에서 많은 공신들이 나왔다고 전한다. 그때부터 불린 이름이 바로 ‘노루명당’이다. ‘믿거나 말거나’일까? 의문이 드는 순간 통천 김씨의 묘소에 발길이 닿는다. 노루까지는 몰라도 이곳이 명당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임을 확신하게 되는 순간이다. 명당 터에서는 자고로 기도가 필수. 우리는 소중한 모든 이들의 삶에 선물처럼 행운이 찾아들기를, 간절하게 기도했다. 꽃길 사이에서 만난 작은 절, 약수암도당산에는 이맘때 즐길 수 있는 꽃들이 많다. 푸르른 길목 사이로 알록달록 수를 놓으니, 제아무리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절로 허리가 굽혀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맥문동이 절정. 보랏빛 꽃물결을 보고 있으니, 마치 화려한 잔칫날에 초대받은 기분이 들 정도다. 꽃의 향연은 산책길의 끝자락, 약수암으로 이어진다.약수암은 1985년 이순남 비구니가 창건한 곳으로, 약수터 위에 미륵불을 봉안하고, 법당을 세운 절이다. 여기서부터 그늘은 사라지고, 여름 따가운 볕을 온몸으로 받아 내야 한다.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우리는 쉬이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푸른 수국과 붉은빛 배롱나무 꽃이 걸음을 붙든 탓이다. 이미 아름다운 한철을 다 보낸 후였지만 꽃들은 아름다운 제 빛을 잃지 않았다. 절정에 달한 황홀한 풍경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함께 있어 즐거운 사람, 도은과 함께 그토록 푸르고, 그토록 시원한 숲을 누렸으니 더 부릴 욕심은 없다.여유를 되찾은 숲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마음에 들어온다. 잘 닦인 아스팔트 길보다 걷는 재미가 있는 울퉁불퉁한 숲길, 멋들어진 의자보다 맘 놓고 앉을 수 있는 너른 바위, 손에서 떼지 못하는 스마트폰보다 작은 풀 한 포기가 더 좋다는 것을. 그러니 떠나 보자. 놓치고 온 것들을 다시 찾아줄 아침 숲, 도당산으로 말이다. 글 표효진 | 방송작가2002년부터 JTV전주방송에서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와 의 메인 작가로 일하며, 매주 토요일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도당산
#노루명당
#약수암
작은도서관의 이유 있는 변신
간납대작은도서관
아담한 동네도서관이 달라졌다전주한옥마을 공용주차장 건너편, 천주교 교구청이 바라보이는 곳에 넓은 창을 가진 2층짜리 도서관이 눈에 띈다. 지난겨울까지 이곳은 1층짜리 아담한 동네도서관이던 곳이었다. 2013년, 전주시는 오랜 시간 공터였던 곳에 작은도서관을 지었다. 걸어서 1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도서관을 전주 곳곳에 만들어 '책 읽는 도시 전주'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문을 연 작은도서관의 이름은 동네 지명인 '간납대'를 붙였다. '간납대'는 전주에서 존경받았던 한산이씨(韓山李氏) 가문의 인재, 이기발의 벼슬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기발(李起渤, 1602~1662)은 인조 때 사간원 헌납이라는 벼슬에 올랐는데, 병자호란 이후 벼슬을 그만두고 이곳에 내려와 살았다. 사간(司諫)의 '간(諫)' 자와 헌납(獻納)의 '납(納)' 자에서 온 이름이 '간납대(諫納臺)'인 것이다.벌써 7년째 운영되고 있는 간납대작은도서관은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의 작은 쉼터이자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지만,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좁디좁은 공간이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기회가 생겼다. 정부가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작은도서관 조성사업을 공모하면서부터다. 전주시와 간납대작은도서관이 이 공모사업에 선정되었고, 정부의 지원으로 1층의 협소한 공간은 2층짜리 여느 북카페 부럽지 않은 근사한 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약 4,257권의 책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넓은 창과 시원한 마루가 있는 도서관 간납대도서관의 가장 큰 변화는 1층 건물을 2층으로 증축, 외관에서부터 확실하게 달라졌다. 1층은 아이들을 위한 아동 도서 중심으로 마련되어 있어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더없이 좋다. 이곳을 지나 작은 나무 계단을 오르면 감탄사가 나올 만한 2층 공간과 마주한다. 북카페 같은 실내장식에 비스듬한 나무 천장까지, 공간을 더욱더 멋스럽게 만들어 준다. 한쪽 벽면 가득 온통 어른들을 위한 책이 꽂혀 있는 나무 서재, 여기에 공간을 더욱더 은은하게 해 주는 노란빛의 조명등은 책 읽기에 딱 좋은 조도를 선물한다. 도서관이면서도 카페 같은 2층 공간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책 한 권 읽으며 더 오래 머무르고 싶게 만든 보물 같은 책 공간이다.새롭게 변신한 간납대작은도서관이 때로는 아이들의 책 놀이터로, 때로 육아에 지친 엄마들의 수다카페로, 더위를 피해 마실 나온 주민들의 동네 사랑방으로 작지만 더 크게 자리 잡길 소망해 본다. 간납대작은도서관 주소│전주시 완산구 간납로 8-6 문의│070-4503-5919 운영시간│월~금 10시~18시(주말·공휴일 휴무)
2020.09.02
#간납대작은도서관
#작은도서관
#전주도서관
전주의 꽃심
"기록물은 시간이 준 선물입니다"
이용엽·문정자 부부에게 듣는 전주의 기록물 이야기
아버지의 일기에서 발견한 전주의 역사 이용엽 아버지 일기를 읽기 전까지 제게 아버지는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아버지였습니다. 그저 묵묵히 가장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 말이지요. 그런데 공립 전주농업학교 재학 시절의 학습일기 속 아버지는 무척 유쾌하고 재미난 분이셨어요. 학습일기니만큼 주로 학교생활에 대한 기록이긴 한데,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100여 년 전 전주의 모습까지 담겨 있는 가치 있는 기록물이었지요. 일기는 1916년 5월 6일부터 3개월간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첫 일기는 비가 와서 원족, 요즘 말로 소풍을 가지 못해 교실에서 오락 시간을 보낸 내용이에요. 축음기를 켜고 노래를 들으며 유쾌하게 놀았다는 글에서 춤추며 노는 아버지를 상상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더군요. 팔달정(현 팔달로 추정)의 전주좌대성단신파연극장에서 연극을 보고 감동한 이야기는 그 시절 청년들의 여가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또 어느 날은 전주에서 열린 자전거 경기대회를 구경하셨습니다. 경기를 보며 자전거가 달리는 모습이 마치 새가 날아가는 모습 같다는 감상도 적어 놓으셨어요. 자전거 경기대회가 열린 전주군 이동면 검암리 (오늘날의 전주시 금암동)의 간이 자전거경기장은 훗날 덕진운동장 개발의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일기 속에서 전주의 역사를 발견하는 순간이었습니다.사진 속 추억, 소중한 자료가 되다 문정자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이 있다죠? 제게 기증은 남편이 저에게 미친 선한 영향력입니다. 나누는 것의 기쁨을 배웠다고나 할까요? 아버님의 일기를 기증하는 남편을 보면서 기록물 기증이 단순히 내 것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기록물의 가치와 힘을 전하고 나누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래서 나도 무언가 기증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초·중·고등학교 시절 입학식과 졸업식 사진이 떠올랐어요. 요즘은 워낙 사진이 흔한 시대지만,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사진은 참 귀했거든요. 그래서 특별한 날이면 사진을 찍었고, 그렇게 찍은 사진을 참 소중히 보관했던 기억이 납니다. 바로 그 사진을 기증한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잊지 못할 추억이 담긴 사진이지만, 기증하면 그 옛날 전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간이 흐를수록 빛나는 기록물의 가치이용엽 아버지 일기를 기증한 후 더 많은 사람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형과 동생과 함께 일기를 책으로 펴냈습니다. 형이 한자로 된 원본을 번역한 것을 받아 제가 정리를 하고, 여동생이 교정을 봐서 책을 출판한 것이지요. 집 안에 보관하고 있던 아버지의 오래된 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에 감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공립 농업학교 재학 시절 아버지가 판서해서 만든 일제강점기 교과서 일부도 기증했는데요, 그렇게 모아 놓은 기록물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의미 있는 것들을 기증하다 보니 아내도 모아 놓은 기록물을 꺼내기 시작하더군요. 어쩌면 기록물은 우리 부부가 함께한 시간이 준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아내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오래된 것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것 같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사실 기록물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거든요. 경험해 보지 못한 역사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니까요. 그러니 젊은 사람들도 기록물에 대해 소중히 여겼으면 해요.
#전주의기억
#아버지의일기
#전주옛모습
거 리 두 기 여 름 나 기 - 공연 봐요
접촉보다 집콕, 온라인 문화생활
코로나19로 공연과 전시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도서관·미술관·공연장이 문을 닫고 있다. 하지만, 문화 공간들이 문을 닫았더라도 공연과 전시, 강연은 멈추지 않았다. 랜선 강연, 유튜브 강의, 온라인 전시가 있었기 때문. 지친 당신에게 위로와 활력을 더해줄 온라인 공연과 전시, 강연을 소개한다. 공연 모두에게 힘이 되는 콘서트,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집에서도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전주시와 함께 를 준비했다. 는 코로나19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을 위로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인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는 온라인 콘서트이다. 공연 영상은 실시간 유튜브를 통해 선보이며, 혹시 놓쳤더라도 소리아트 TV(sori arts 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업로드되어 재감상할 수 있다. 유튜브 │ sori arts TV 검색 매주 수요일마다 만나는 국악, 전북도립국악원 전북도립국악원도 온라인 공연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 4월 유튜브 국악 채널 ‘전북도립국악원 국악 똑똑 TV’를 개설해 공연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진행했던 정기기획공연 중 좋은 작품을 골라 매주 수요일 한 작품씩 무료로 공개하고 있는 것. 첫 공개 작품은 지난해 선보인 3·1운동 100주년 기념 작품인 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을 유튜브를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국악 공연을 만나 보자. 유튜브 │ 전북도립국악원 국악 똑똑 TV 검색 신명 나게 놀아 보자, 우리 가락 우리 마당 매년 여름 시민들을 야외 공연장으로 끌어냈던 . (사)전통문화마을은 오래 기다려 온 시민들을 위해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진행한다. 매주 토요일 전주소리문화관에서 ‘우리 가락! 삶을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관객이 없는 무관중 공연을 진행하며, 이를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것. 개막공연으로는 전통 연희극 ‘히히낭락’이 무대에 올랐다. 유튜브 │ 전북-우리 가락 우리 마당 검색 힘내라 콘서트, 세계적인 스타들의 온라인 공연 코로나19에 지친 팬들을 위한 월드 스타들의 온라인 공연도 눈길을 끈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 시티즌(global citizen)과 함께 주최한 온라인 콘서트 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기금을 모으고 바이러스와 싸우는 세계 의료인을 격려한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세계적인 스타 뮤지션들 공연과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들의 응원 메시지를 담았다. 유튜브 │ global citizen 검색 전시 VR과 영상으로 즐기는 전시 체험, 국립전주박물관 신비로운 역사를 VR(가상현실)과 동영상으로 만나 보자. VR로 선보이는 전시는 영상의 재생 버튼을 누르면 동선을 따라 관람할 수 있으며, 유물에 표시된 버튼을 누르면 유물 사진과 함께 상세 설명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 전시는 5분이 넘지 않는 짧은 영상에 담아 누구나 쉽고 편하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홈페이지 │ https://jeonju.museum.go.kr 내 손안에 열리는 작은 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코로나19 확산으로 5월 초 문을 연 전북도립미술관. 코로나19 발생 초 예정되었던 전시를 온라인에서 먼저 공개했다. 4·19 60주년 기념 전시인 전(展)과 고 지용출 작가의 유작전 로, 이 전시들은 학예연구사의 설명과 함께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다. 또, 미술관 전시해설사 활동에 관심이 있었던 시민들을 위해 온라인 강좌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전북도립미술관 홈페이지 내 ‘사이트&톡’ 페이지와 도립미술관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유튜브 │ 전북도립미술관 검색 강좌 무형유산 체험교육, 국립무형유산원 e-무형유산 배움터 무형유산 체험교육을 이제 동영상 강의로도 만날 수 있다. 국립무형유산원은 8월 10일부터 10월 30일까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e-무형유산 배움터’를 운영한다. 강령탈춤과 진주검무를 배우는 ‘e-무형유산 배움터-흥겨운 꾸러미’, 금박장과 평택농악을 배우는 ‘e-무형유산 배움터-신나는 꾸러미’로 국가무형문화재 전통 기술과 전통 공연예술 교육 영상을 시리즈로 체험할 수 있다. 교육 참여자를 대상으로 ‘무형유산 선물 꾸러미’도 제공되니 놓치지 말자. 홈페이지 │http://www.nihc.go.kr 온라인 인문지식충전소, 플라톤아카데미TV 플라톤아카데미는 인문학 오프라인 강좌는 물론 온라인으로도 다양한 강연을 공유하는 곳이다. 플라톤아카데미TV 유튜브 채널에서는 최근 코로나 이후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강연을 마련했다.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을 말하다’를 주제로 1회(슬로보예 지젝, 이택광 교수), 2회(김누리 교수), 3회(제인 구달 박사 & 최재천 교수) 편을 제작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들의 인문 강연을 통해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유튜브 │ 플라톤아카데미TV 검색
2020.07.27
#집콕
#온라인문화생활
#공연전시
#랜선강연
#온라인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