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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3·1운동 100주년 행사의 주인은 시민”
3·1운동 100주년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100주년 행사의 밑그림, 3·1운동 100주년 다울마당전주시가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 전주시는 3·1운동의 정신을 오늘에 다시 깨우고 미래 100년을 위한 토대를 만들기 위해 3·1운동 기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해 9월, 민관협력 거버넌스인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 다울마당’을 꾸렸다. ‘3·1운동 다울마당’은 학계, 유관기관 단체, 언론, 청년층을 망라한 16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었다. 3·1운동 다울마당은 3·1운동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2019년 100주년 기념사업의 추진방향과 세부사업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1919년 당시 전주에서 펼쳐진 3·1운동은 일부 문헌에 전개 과정 등이 부분적으로 기록되어 있을 뿐, 관련 인물과 유적 등에 관한 연구가 부족해 체계적인 조사와 정립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다울마당은 전주 지역 3·1운동에 대한 조사를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고귀한 3·1운동 정신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관련 자료를 발굴하는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해 왔다. 또한, 전주시와 함께 남부시장 3·1운동 발상지비 주변을 정비하였다. 또 다울마당 위원들의 아이디어로 100주년 기념 버스 정류장이 신흥고등학교 정류장에 조성되었다. 무엇보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 다울마당’은 올해 100주년 행사가 시민의 역사의식을 성장시키는 토대가 되도록 힘쓰고 있다.시민 주도의 행사로 꾸려 가는 실무 간사단전주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꾸려 가는 ‘실무 간사단’을 꾸렸다. 전북인권선교협의회와 광복회, YMCA까지 3·1정신을 배우고 뜻을 이어 온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기에 천도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불교 5개 종단과 시민단체, 통일 관련 단체에서도 손을 보탰다. 이렇게 열여섯 명의 실무진들이 모여 실무 간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손을 잡았다.‘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 다울마당’이 역사적 배경, 학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큰 틀을 만들었다면, 실무 간사단은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행사를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전개해 왔다. 313명의 시민으로 이루어진 ‘전주313위원회’를 구성하고 행사 프로그램을 정하는 것부터 영상물과 공연, 퍼포먼스, 홍보물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까지 전주 3·1운동 기념사업의 전반 업무를 추진했다. 단 하루의 행사가 아닌, 새로운 100년의 출발을 의미하는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수차례 회의를 거듭하며 아이디어를 조율해 왔다. 시간이 다소 촉박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허투루 듣지 않고 충분히 검토한 후 반영하려 노력했다. 실무 간사단은 두 가지 중요한 원칙을 세웠다. 하나는 3·1정신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나누는 것을 넘어 그 의미를 미래 세대에 전달하여 평화통일을 이룩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독립의 함성에서 평화와 통일로’라는 행사 구호에 잘 드러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시민 중심의 행사를 만드는 것. 시민의 참여와 협력이 있어야만 진정한 3·1정신의 의미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관심 속에서 묵묵히 계승해 온 3·1정신을 보다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올해 행사는 시민을 주인으로 내세웠다. 실무 간사단 회장인 이광익 목사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해 줄 것을 당부했다.“전주는 동학혁명을 비롯한 새로운 사상의 발상지입니다. 평등과 자유를 추구해 온 민주화의 성지로, 대한민국을 주도해 나갈 가능성이 큰 도시이지요.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가 전주다운 정신을 드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지난 20여 년 동안 3·1운동 행사를 꾸준히 진행해 왔지만 시민들의 호응은 크지 않았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시민들이 3·1절 행사에 관심을 갖고, 평화통일로 가는 길을 다함께 터갈 수 있길 바랍니다.”자유의 달이며 평화의 달, 3월. 도시의 한복판에서 한데 모여 외치던 목소리를 이 땅은 잊지 않고 있을 테다. 단순히 100년 전 그날을 기리려는 것이 아니다. 행사의 방향은 미래다. 다가올 100년의 길을 훤히 트기 위해 거리 위로 나설 준비를 이제 막 마쳤다. 독립을 꿈꾸던 목소리를 다시금 일깨우며,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여정에 함께 나서 보자.
2020.10.29
#민관협력
#다울마당
#독립
#통일
3·1운동 100주년, 전주 그날의 기억
시민의 기록물로 떠나는 시간여행
독립운동가의 빛나는 활약상 ‘독립혈사’을사조약 이후부터 8·15까지,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한 독립유공자들의 활약상을 담은 독립혈사(獨立血史). 1949년 4월 발간된 이 책은 안중근 의사,유관순 열사, 이봉창 의사, 안창호 선생 등 독립운동가의 활동이 기록돼 있다. 기증자 김은성 씨는 이 책을 아버지의 서재에서 발견하여 소장하게 되었다. 김은성 | 38·전주시 가련산로 3·1정신을 밝히노라 ‘민족선언서’민족의식을 고취하고 3·1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1952년 3·1운동 33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한 선언서. 대중적 보급을 위해 국한문혼용체(한글토)로 제작 간행되었으며, 이기연 어르신이 그의 부친 고 이정갑 선생에게 1980년 대 초반 물려받아 소장해 온 것이다. 이기연 | 74·전주시 진버들1길 일상에서 기억하는 방법 ‘잡지와 숙제장’잡지나 기념 노트 등은 일상에서 3·1운동을 기억하게 하는 민간 기록물들이다. 오늘날은 이런 민간 기록물들이 보존 가치가 높은 기록물로 인정받고 있다. 형근영 씨가 기증한 1970년 3월 호 잡지는 제51회 3·1절 기념식 사진을 표지로 사용하고 있다. 백성신 씨가 기증한 1980년대 숙제장은 유관순 열사 그림과 문구가 인상적이다.형근영 | 53·군산시 나운2길, 백성신 | 42·전주시 천잠로김구와 윤봉길의 투쟁사 ‘도왜실기’1932년 12월 중국 상하이에서 한인애국단의 투쟁상을 중국인에게 알리기 위해 김구 선생이 약술하고 1946년 엄항섭이 한글로 번역하여 간행한 책이다. 이 책에는 김구의 독립운동 활약상, 윤봉길 상해 폭탄 사건의 진상이 실려 있다. 고서 수집에 관심이 많은 기증자 이만호 씨가 소장하고 있던 책으로 전주시 기록물로 보존되기를 희망하여 기증하게 되었다.이만호 | 62·전주시 서신로우표는 역사다 ‘60주년 기념우표’우표는 많은 의미를 담아 발행되고 있는 기록물 중 하나다. 우표를 취미로, 또는 연구 목적 및 투자 수단으로 모으는 ‘우표수집가’가 많은 이유도 그 때문. 우표 수집가인 기증자 문정자·신순영 씨도 1969년 3·1절 50주년 기념우표 발행 설명 리플릿과 1979년 발행된 60주년 20원 권 기념우표를 수집, 보관하다 전주시에 기증하였다. 문정자 | 73·전주시 인봉2길, 신순영 | 50·군산시 동지곡길전북 독립운동 산역사 ‘3·1운동과 광복절 자료’3·1운동에서 평화통일운동에 이르기까지 전북의 항일운동과 통일운동의 역사를 한눈에 만날 수 있다. 전주YMCA가 발행한 신문·광복절 기념 조찬기도회 안내장·리플릿, 전북인권선교협의회가 발행한 전북의 3·1운동 자료집 등이다. 또, 전북지방 3·1운동 일기 및 민족대표 진술 내용이 실린 전북향토문화연구회의 회보인 전북문화 신문도 만날 수 있다. 조정현 | 52·전주시 견훤왕궁로, 이치백 | 93·전주시 안덕원로민족대표 33인의 결의 ‘독립선언서’민족적 항일운동의 도화선이 된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서 발표. 이 독립선언서를 1981년 3·1정신선양회가 일반인이 알기 쉽게 풀이해 책으로 발간했다. 이 책에는 기미독립선언서의 내용과 전라도 출신 독립운동가 백용성, 박준승 선생 등 민족대표 33인에 대한 소개 글이 담겨 있다. 이종근 | 54·전주시 따박골로 태극기 휘날리며 ‘3·1운동 태극기’1980년대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태극기. 기증자 김세신 어르신은 1980년대 3·1운동 기념행사에 사용된 ‘태극기’를 38년 동안 고이 보관해 왔다. 고문서 수집가이기도 한 김세신 어르신은 전주시에 기증한 태극기는 손잡이는 대나무로, 태극기는 종이로 각각 만들어졌으며 총 15점으로 그날의 정취가 지금까지도 살아 있다. 김세신 | 71·전주시 용머리로
#기록물
#독립운동
#광복절
#민족선언서
#우표
잘 고쳤다 이 집
오래된 건물에서 발견한 미래, 전주현대미술관 JeMA
옛 공장 건물에 불어든 봄바람 남부시장을 거쳐 오래된 상가 건물들을 지난 다음에 당도한 곳. 이곳이 현대미술관이라니! 흰색의 3층 건물 가운데엔 물건을 옮기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커다란 장비가 1층부터 3층까지 연결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건물은 원래 공장이었다고 한다. 1960년에 지어진 건물은 맨 처음에는 인쇄공장으로 쓰였으며, 1970년대 초에는 초원제약 제조공장이 되었다. 당시 이곳은 직원 40~50명이 일을 하던 일터였다. 건물의 3층은 당시 직원 숙소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다고 한다. 이후에 건물은 창고가 되었고, 방치된 채 다만 시간을 견디고 있었을 것이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낡아 가던 건물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 것은 2017년 가을 초입. 서울에서 활동하던 한 화가로 인해 시작되었다. 이기전 관장은 고향에 내려올 결심을 하고 작업실을 찾던 중 이 건물을 소개받았다. 사람들이 서둘러 지나쳐 가는 건물이었지만, 화가의 눈에는 다른 것이 보였던 모양. 그때부터 장장 1년 반 동안 묵은 페인트를 벗겨 내는 일부터 시작해 미술관으로 단장했다. 건물의 골격은 고스란히 유지하되, “Delight(즐거운), Imagine(상상하는), Creative(창조하는), Share(공유하는)”를 꿈꾸는 미술관이다. 1층부터 3층까지, 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새로운 전시 공간은 정형화된 미술관의 모습과는 달라서 작품을 보는 재미, 예술과 노는 재미를 더한다. 예술의 도시 전주, 누구나의 미술관전주 한옥마을 인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기전 관장은 전주가 간직한 문화적 자산과 전주의 옛 모습에 대한 애착이 크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경기전에 돌담이 없었어요. 그래서 무시로 드나들었죠. 전주에 있는 학교 미술부들은 다들 경기전에 모였어요. 하반영 선생님을 비롯한 화가들이 계시는 열린 미술 교실이었어요.”라고 이기전 관장은 이야기한다. 저물녘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한옥마을의 풍경을 기억하는 그는 미술관 주변의 남부시장, 조만간 완공될 전라감영, 풍남문 등 전주가 간직한 보물 같은 역사·문화적 공간들이 ‘전주현대미술관 JeMA’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옛것의 토대 위에서 미디어 아트 등 다채로운 현대미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남부시장의 상인도,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도 언제든 들를 수 있는 곳, ‘살아 있는 미술관’이 되길 원한다. ‘전주현대미술관 JeMA(Jeonju Contem-porary Museum of Art)’의 ‘제마(JeMA)’는 공교롭게도 ‘어머니’를 뜻하는 함경북도 방언이기도 하단다. 자식들을 길러낸 어머니가 대처로 떠난 자식들을 기다리는 모습과 원도심이 겹쳐 보인다. 이 미술관은 문을 연 지 얼마 되지는 않았으나, 바지런한 어머니의 성정이 그러하듯 쉼 없이 길을 만들고 있다. 2월 말까지 열린 개관전에 이어 3월부터는 팝아트 작품들을 소개하는 ‘J-POPART 2019’ 전시를 열고, 호텔 룸을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한 아트페어에서 착안한 ‘ARTROOMS 2019’를 진행할 예정. 또, 미술 작품들에 둘러싸인 전시장에서의 도예체험,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그림자극과 인형극, LED 크리스털 플라워 만들기 등 예술을 손끝으로 만지고 가슴에 품을 기회가 이곳에서 주어진다. 전주현대미술관 JeMA 주소 |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98-1 문의 | 063-284-0777
2020.10.28
#남부시장
#미술관
#옛공장
전주 그곳
새것처럼 빌려 쓰세요.
우리 동네 장난감 천국
저소득층 무료 장난감 대여아이희망꿈터 장난감 도서관전주시드림스타트 완산센터 1층에 자리한 아이희망꿈터 장난감 도서관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캐릭터 장난감부터 실생활에 유용한 교구까지 총 5백여 점의 장난감이 비치되어 있으며, 최장 15일까지 소형은 2점, 대형은 1점 대여가 가능하다. 아이희망꿈터 장난감 도서관은 지난해 개관해 거의 모든 장난감이 새 제품인 것이 큰 장점. 직접 만지고 두드려 소리를 낼 수 있는 신체 발달, 음률 영역 위주의 장난감도 앞으로 계속 늘려갈 예정이다. 현재 2019년 신규 회원 모집 중이니 장난감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면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아이희망꿈터 장난감 도서관주소, 문의 | 전주시 완산구 장승배기6길 13-3, 063-281-5213 종류는 많고 가격은 저렴한 전주 대표 장난감 도서관 3전주 시민들에게 다양한 육아 교육을 진행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장난감도 대여해 주는 도서관이 있다. 전주시 육아종합지원센터 내 ‘행복 나눔 장난감 대여실’은 만 5세 미만 영·유아 자녀를 둔 전주 시민에게 장난감을 대여해 주고 있다. 연회비 2만 원으로 별도의 대여료 없이 보드게임, 블록 등 영역별 2천여 점의 장난감과 1천7백여 권의 방대한 도서를 이용할 수 있다. 회원 가입 후 한 가구당 2점씩 2주 동안 대여할 수 있다. 전주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희망 장난감 도서관’에서는 5세 미만의 자녀를 둔 전주 시민 누구나 공동 육아 나눔터 회원 가입 후 장난감을 대여할 수 있다. 단, 1만 원의 연회비와 함께 장난감 대여료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대여료는 장난감의 크기, 기간에 따라 무료에서 최대 3천 원까지 다르게 받고 있으며, 대여 기간은 최장 3주까지 가능하다. 장난감 300여 점이 비치되어 있으며 공동 육아 공간도 활용할 수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운영하는 ‘신세계 희망 장난감 도서관’에서는 만 7세 미만의 미취학 자녀를 둔 가족에게 장난감을 대여해 주고 있다. 연회비는 3만 원이며 별도 대여료는 장난감 크기와 대여기간에 따라 1점 당 천 원부터 최대 5천 원이다. 미니카와 주방놀이, 방방 등 자유놀이 시설은 물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유아 음악 교육, 유아 쿠킹 교실 등 다양한 강좌도 마련되어 있다. 행복나눔 장난감 대여실주소, 문의 | 전주시 완산구 선너머3길 61 2동 3층, 063-905-6509 희망 장난감 도서관주소, 문의 | 전주시 완산구 서신로 61 1층, 063-231-0185 신세계 희망 장난감 도서관주소, 문의 | 전주시 완산구 흑석로 70, 070-7098-6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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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더불어
서른에서 마흔으로 그녀가 돌아왔다
연극배우 이혜지
모노드라마 으로 1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섰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처음 연습실에 들어가서 거울 앞에 섰을 때 그때 기분이 굉장히 묘했어요. 십 년 동안 정신없이 육아와 살림에 치여 살다가 ‘아, 내가 배우였지….’ 내가 누구였는지 꼭 확인받는 느낌이랄까. 사실 연습하랴, 살림하랴 몸은 굉장히 힘들었는데 이상하게 활력이 생기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나 봐요. 첫 번째 작품 과 이번 의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일단 주인공 직업이 라디오 DJ이고 생방송 상황이라는 건 같지만 인물이 달라요. 은 서른 즈음 젊은이들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 그리고 주인공의 가슴 아픈 과거사를 다뤘다면, 이번 은 이 시대 보통의 마흔 살 여자들이 겪는 경력 단절, 육아 고민을 주제로 다뤘어요. 힘든 현실에 잠시라도 돌아가고픈,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지금의 나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공연이죠. 그러니까 제 얘기이자 가장 진실한 이야기인 셈이죠. 십 년 만에 오른 무대가 모노드라마라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요.악몽을 많이 꿨어요. 특히 무대 위에서 대사를 잊어버리는 꿈을 많이 꿨어요. 1인극이라 대사 분량이 너무 많다 보니까 그랬을까요? 대사든 뭐든 실수할 때 옆에서 수습해 줄 사람이 없는 게 가장 불안했고요. 특히 나 자신을 믿을 수 없을 때 극도의 불안감에 빠졌던 것 같아요. 모노드라마는 관객이 한 사람에게 집중하기 때문에 혼자 빛날 수는 있지만 그만큼의 부담감은 엄청나거든요. 그럼에도 모노드라마를 하는 이유는 막이 내려가는 순간, 인생에서 정말 큰일을 해냈다는 성취감 때문이죠. 이번 작품에서 배우뿐만 아니라 직접 연출까지 한 이유가 있다면요? 이번에는 연습 일정부터 1인극의 구성까지 조금 더 자유롭게 해 보고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음향 선곡이며 소품, 음악 편집, 의상부터 무대 디자인까지. 혼자 모든 걸 결정해야 하니까 머리가 많이 아팠어요. 그래도 그동안의 경험을 최대한 되살려서 고민에 고민을 했더니 다행히 좋은 평이 많았던 것 같아요. 공연을 보셨던 분들이 연기도 좋았다고 하지만 연출 칭찬도 많이 해 주셔서 감사했죠.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요? 처음 연극을 시작했을 땐 내 연기로 사람들의 가슴속에 무언가 꽉 채워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요. 물론 그건 지금도 변함없지만 제일 첫 번째는 오랫동안 관객들과 함께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나는 무대 위에 있고 관객들은 객석에 있어도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배우요. 관객들이 지금 내 연기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함께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은데 앞으로 잘할 수 있겠죠? 연극배우 이혜지1979년생으로 전주에서 태어나 창작극회 입단 후 연극을 시작했다. 2000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전북연극제와 고마나루향토연극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했다. 2008년 모노드라마 을 올린 후 2018년 전북문화관광재단 신진예술가로 선정되어 두 번째 모노드라마 을 선보였다. 모노드라마 결혼한 모든 여성들이 격하게 공감할 연극 . 라디오 진행자로 일도 사랑도 완벽을 꿈꿨던 주인공이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경력 단절녀가 되고, 우여곡절 끝에 라디오 프로그램에 복직하게 되는 이야기다. 마흔이라는 나이, 준비 없이 엄마가 된 보통의 존재들이 겪는 성장담이다. 여성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좁은 무대에서 여배우가 설 자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무대에 오른 배우 ‘이혜지’의 열연이 돋보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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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꽃심
“전주 기록물은 전주에 있어야 더 큰 가치를 지니게 되지요”
김세신 어르신이 발로 뛰며 수집한 전주 기록물
한자 공부에서 시작된 기록물 수집 스무 살 무렵, 방황하던 마음을 다잡기 위해 2년간 천자문을 쓰고 익혔어요. 아마도 못다 한 공부의 한을 그렇게 풀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익힌 한자는 후에 기록물 수집을 업으로 삼는 결정적 계기가 됐지요. 한창 돈벌이를 찾던 와중에 눈에 띈 게 고미술품, 고문서를 판매하는 일이었어요. 제가 동서학동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당시 서학동, 교동, 완산동 일대에 고문서, 고미술품 가게들이 참 많았거든요. 자연스럽게 다양한 고문서, 고미술품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오래된 문서의 가치를 잘 모르니 무게를 재서 그 값을 매기던 시대였어요. 한자 공부를 한 덕에 낡은 문서가 지닌 가치가 보이더군요. 10여 년 전 했던 한자 공부가 큰 자산이 된 셈이죠. 그렇게 오래된 문서의 가치를 알아보는 강점을 토대로 고미술품도 함께 수집, 판매하는 가게를 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항아리, 가구들도 함께 모았는데 모으고, 보관하는 게 쉽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고문서와 고미술품 위주로 수집해 왔습니다. 1968년 궁도대회 채점표, 전주시에 기증수집 일을 시작하고 7~8년 동안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어요.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정보를 알아볼 수도 없던 시대니 무작정 발로 뛰면서 기록물들을 찾아냈습니다. 그렇게 발로 뛴 덕에 일은 점점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이쪽 업계에서 제법 인정도 받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괜찮은 수집물이 있다고 먼저 연락을 주는 이들도 생겼지요. 얼마 전 전주시에 기증한 1968년 전주 청양정에서 열린 궁도대회 채점표인 획기지도 그렇게 얻게 된 것입니다. 17년 전쯤 광주에 사는 지인이 궁도대회 경기 결과를 기록한 획기지가 있는데 전주에서 열린 대회 같다면서 연락이 왔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니 획기지에는 매회마다 적중된 화살 수와 참가자 전원의 성적이 빠짐없이 기재돼 있었고, 당시로선 찾아보기 힘든 여성 선수에 대한 기록까지 있더군요. 하지만 당시엔 오랜 시간이 지난 기록물이 아니었기에 큰 가치가 있진 않았어요. 그래도 전주에서 열린 대회 기록물이니 그 가치를 떠나 보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 지난해 전주 기록물 수집 공모전 소식을 듣고 천양정 궁도대회 획기지를 기증했어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기록물이기에 전주시에 기증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히 기증할 기록물인데 상까지 받게 되니 그저 뿌듯할 따름입니다. 평생의 꿈, 내 고장 기록물 연구소오래된 기록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경과했는지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지역입니다. 역사적 사건의 기록물이 아닌 이상 본고장에 있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지요. 전주의 기록물은 전주에서 더 큰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죠. 이번에 진옥 주장 술통을 비롯해 1968년 전북대 전주성심외국어학원 학생 모집 요강 전단지, 전주 최씨 족보 등도 모두 전주의 기록물이기에 전주에 있어야만 더욱 빛나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기록물을 모으는 일을 하다 보니, 전주에 관련된 기록물을 참 많이도 모았습니다. 전주 시내 학교 졸업 앨범, 족보, 다양한 책자들이 바로 그것이지요. 그렇게 모은 기록물들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았으면 하는 게 작은 바람이에요. 그 바람을 현실화하는 계획도 세웠답니다. 바로 내 고장 기록물 연구소를 여는 겁니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10년 후쯤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껏 해온 것처럼 오늘도 내일도 의미 있는 내 고장 기록물 수집에 정진할 계획입니다. 김세신(71) 어르신은 전주시 완산동 용머리고개에서 ‘국보고미술원’을 40여 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고문서, 고미술품 등 근대 유물을 수집,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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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궁도
#기증
멋진 하루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풀 한 포기에서도, 봄을 느끼다
숲이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안다자연에 관심이 많아지고 여가를 활용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삼림욕이나 숲 산책, 숲 해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숲과 자연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런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산은 어디인가요?”, “전주에서 제일 좋은 숲은 어딘가요?”, 그럴 때면 늘 내 대답은 같다. “제일 가까운 산이요.” 쉽고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좋은 숲이다. 그래서 자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먼저 집 앞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주로 도시이다 보니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투성이다. 길가나 담 틈에 자라는 식물을 발견하기도 어렵고 발견한다고 한들 그 이름도 알지 못하니 궁금증과 답답함이 더할 따름이다. 나무나 풀 이름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숲해설가도 아니고 따로 두꺼운 도감을 사지도 않았다면 가볼 만한 곳으로 식물원, 수목원, 휴양림을 추천한다. 식물원은 너무 인공적이고 휴양림은 너무 멀다. 그래서 수목원이 그나마 가장 가기 쉬운 숲이다. 아이들과 함께 떠난 수목원 나들이 공기가 제법 차가웠던 어느 날,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전주수목원을 찾아가 보았다. 생기 넘치는 봄을 느끼고자 들렀는데 아직 봄이 덜 왔다. 덜 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오기 시작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숲이 어떻게 한 해를 시작하는지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했다. 이제 막 여덟 살이 된 하서준 군과 장도율 군이다. 아이들은 관찰이나 산책 등 정적인 활동보다는 달리고 소리 지르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산책하며 중간중간 놀아 보았다. 아이들이 커다란 나뭇잎 한 장을 주웠다. 버즘나무가 작년 한 해 열심히 광합성을 하고 가을에 떨어뜨린 잎이다. 만져 보니 겨울을 나면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여 바삭하게 말랐다. 구멍을 내 가면처럼 써 보기도 하고 손으로 부셔 보기도 한다. 나뭇가지에 나뭇잎을 꿰어 들고 다니다 휙 버린다. 내달리다가는 술래잡기를 하자고도 하고 퀴즈를 내기도 한다. 그런 게 어린이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자연은 마치 어린이처럼 술래잡기하듯 어디로 숨어 버리고 알쏭달쏭 퀴즈처럼 내게 정답을 찾아보라고 문제를 던져 주기도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놀라움을 쉽게 찾아내면 좋겠지만 수목원에서 깊이 있는 원시 자연의 맛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거기에 맞게 대응하는 자연의 모습을 살짝 엿볼 뿐이다. 남도의 정취가 느껴지는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집 앞 공원의 조경도 계획적이다. 계절별로 항상 볼 수 있는 자연이 있어야 한다. 하물며 수목원의 설계와 조경은 더 하면 더하지 못하지 않다. 수목원마다 각자의 특징을 갖고 있고, 그 안에서 조화롭게 배치가 되어 있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는 담양의 죽녹원을 연상시키는 대나무숲, 겨울에도 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녹색을 간직하는 늘푸른넓은잎나무(상록활엽수)들이 많이 심어져 있고, 바늘잎나무, 잎지는넓은잎나무(낙엽활엽수)들도 적절히 배치가 되어 있다.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양치식물과 선인장, 관엽 식물들이 잘 가꿔진 유리온실, 현대적인 정원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꾸며진 정원박람회 작품, 중간중간 조각상들도 있고 그네도 매져 있다. 연인이나 가족끼리 오면 딱 좋은 곳이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의 특징을 한 가지만 말하라고 한다면 한눈에 봐도 남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부 수종들이 눈에 많이 띈다. 늘푸른넓은잎나무(상록활엽수)들과 배롱나무, 대나무가 그것인데 특히 신석정 시인이 “내가 죽거든 무덤 앞에 태산목을 심어 달라”고 말할 정도로 사랑했다는 나무, 태산목이 여러 그루 심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태산목을 좋아하는데 목련과 중에 유일한 늘푸른나무(상록수)이며 꽃이 크고 화려하며 향이 좋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잎이 반들반들하니 한번 만져 보고 싶은 질감을 갖고 있다. 아직은 한 아름이 안 되는 나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힘들고 지친 이들이 기댈 수 있는 거목이 될 것이다. 애기동백도 붉게 정열적인 모습을 수줍게 드러내며 피어 있고, 배롱나무도 매끈한 나무껍질을 자랑한다. 다른 수목원에서 보기 어려운 모습들이다. 꽃을 피우며 새봄을 준비하는 자연아직은 앙상해 보이는 나무들도 가지 끝마다 겨울눈이 통통해져서 조만간 새잎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들은 햇빛을 가로막지 않으니, 햇빛이 그대로 땅에 내려와 풀들이 햇빛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이미 많은 나무들 아래엔 셀 수 없이 많은 봄풀들이 자라고 있다. 주로 가을에 싹을 내고 그대로 겨울을 난 후 이른 봄 누구보다 빨리 꽃을 피우는 로제트 식물들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달맞이꽃, 냉이, 민들레, 뽀리뱅이, 질경이가 바로 그런 로제트 식물들이다. 이른 봄, 거대한 나무 틈 속에서 조용히 꽃 피울 준비를 하는 로제트 식물들은 새봄을 준비하는 우리의 마음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와 이야기는 관심이 없는 이에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결국 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너무 멀리 있는 희귀한 식물을 보기보다 발아래 가까이 있는 풀 한 포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연 공부라고 생각한다. 글 황경택 | 생태만화가황경택 씨는 만화가이자 생태놀이 안내자다. 숲에서 그림을 그리며 배운, 지혜로운 동식물의 생존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만화를 그리고 재미있는 생태놀이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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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음식
당신에게 초코파이
달콤한 줄 서기제대하고 나면 돌아보지도 않을 것만 같았던 초코파이를 줄을 서서까지 찾아서 먹게 되었을 줄 상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전주의 수제 초코파이 전문점 앞에서는 이런 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계산대 앞에서는 한 명의 고객이 주문한 초코파이를 받아서 나서는 데에 채 1분도 걸리지 않지만, 다음 순서를 기다리며 늘어선 사람들의 줄은 가게 밖을 나와 건물 모퉁이를 돌고 다음 사거리까지 이어진다. 삶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줄 서기에 지친 사람들. 그러나 그들이 넉넉하지 않은 여행 기간 중 긴 시간을 할애하면서 이 줄에 동참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그들의 표정을 보라. 기대감과 설렘이 봄 햇살처럼 반짝거린다. 한 입 베어 물면 치아 사이로 파고드는 초콜릿의 오도독한 질감, 이내 혀 위로 진득하게 녹아내리고 ‘음~’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것이다. 다시 한 입 덮치면 향긋한 딸기 향이 부드럽게 코끝으로 스며들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줄 서기가 아닐 수 없다. 맛있어져라, 초코파이!달콤함이 넘치지 않고 푸근하면서도 단단한 그 맛은 어디서 오는 걸까? 대기업의 초코파이와 다른 점은 가장 먼저 빵을 들 수 있다. 밀가루와 코코아 가루, 견과류를 적당히 섞어 둥글납작하게 오븐에서 구워낸 번. 손가락으로 누르면 살짝 밀당을 하며 들어가는 쿠키와 카스텔라 중간 정도 질감의 빵이다. 대기업 초코파이는 사실 빵이 아니라 딱딱한 비스킷 형태다. 마시멜로의 수분이 비스킷으로 옮겨가면서 딱딱한 비스킷이 촉촉해지는 것이다. 당일 생산, 당일 판매가 대부분인 수제 초코파이는 처음부터 번 고유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낸다. 빵 사이 얹어지는 것은 마시멜로가 아닌 크림. 달걀흰자와 버터, 시럽을 섞어 만든 하얀 크림이다. 달거나 흐물흐물 녹아내리지 않는 크림에는 공개할 수 없는 비밀이 숨어 있다. 동그란 고리 모양의 크림 사이에는 딸기잼을 넣어 준다. 초콜릿과 딸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궁합을 자랑한다. 딸기잼은 제과점에서 배합 비율을 지정해 주문 생산한다. 다시 초코 번으로 뚜껑을 덮어준 뒤 살짝 손으로 잡고 네 귀퉁이에 액상 초콜릿을 찍어 낸다. 이때 손에 힘을 조절하는 게 관건. 오직 초코파이만을 위해 만들어진 초콜릿에는 나중에 파이를 먹을 때 입안에서 초콜릿이 녹는 온도와 질감까지 고려한 기술이 들어가 있다. 초콜릿을 파이 전체에 코팅하지 않고 네 귀퉁이에만 바르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초코파이를 밖에서 안으로 먹어 들어가며 초코 번과 다양한 재료가 이루는 맛의 조화를 차례로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한 개의 초코파이에서 여러 가지 향과 맛을 느낄 수 있게, 그래서 전주 초코파이를 먹는 것은 하나의 경험이 되고 이야기가 된다. 초코파이 제작 과정 전주의 대표 간식이 되다초코파이는 사실 이름도 모양도 전혀 새로운 빵은 아니다. 국내 유명 대기업들이 같은 이름의 제품을 시판하고 있고 상표명 또한 보편성을 획득한 터라 누구라도 상품화할 수 있다. 그러나 전주의 수제 초코파이는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상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전주의 근현대사와 함께해 온 지역 기반의 제과점이 만든 대표 상품이라는 것이다. 전주의 수제 초코파이를 처음 만든 ‘PNB 풍년제과’는 1951년 문을 열었다. 2000년 이후 우후죽순 등장한 프랜차이즈 제과점들 사이에서도 살아남은 지역 빵집의 가치, 그곳에는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초코파이에 주목하게 했다. 한옥마을의 성장과 함께 전주를 찾는 관광객이 많이 늘어난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전주 사람들은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긴 맛이지만 관광객이 늘고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전주 수제 초코파이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 등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흉내는 낼 수 있지만 따라잡을 수는 없는 원조의 맛이다. 최근 다른 지역에서도 빵집과 제과업체들이 앞다퉈 수제 초코파이를 생산하고 있지만, 전주의 것과는 다르다. 60여 년간 맛과 모양을 발전시키며 성장해 온 전주 수제 초코파이에는 따라 할 수 없는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 전주의 초코파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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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수 전주시장 편지
꿈을 이루는 힘 그것은 용기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갖자.”쿠바의 혁명가 체게바라의 말입니다. 현실을 직시하되 꿈을 포기하지 말자는 이 말을 저는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떠올리곤 합니다. 가능한 일을 해내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은 두렵습니다. 며칠 전, 서노송 예술촌에 2호 카페가 들어섰습니다. 예술과 문화로 선미촌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누구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불가능한 꿈을 꾸었고 리얼리스트의 자세로 해냈습니다. 그걸 가능케 한 것은 ‘용기’였습니다. 2019년 새해, 전주는 큰 꿈에 도전했습니다. 전주 특례시 지정! 불가능한 꿈처럼 보였습니다. 이미 정부는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에 특례를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사실상 광역시급 도시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광역시가 없어서 전북과 전주가 얼마나 차별받았는지 말입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자치법을 개정하면서 이미 대도시인 4개 도시(수원, 용인, 고양, 창원)에 특례를 준다는 것은 모순적입니다. 인구도 일자리도 투자도 이미 수도권에 집중되어 특례를 누리고 있는데 또다시 인구 기준으로 특례를 준다면 격차만 더 벌어질 뿐입니다. 광역시 역사가 벌써 50년입니다. 1963년 부산시 승격 이후 대구와 인천, 광주와 대전이 승격되었고, 광역시로 명칭 변경 후 1997년에 울산이 승격되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후보일 때 ‘전주 광역시 승격’을 약속했지만 당선 이후 울산만 승격해 주고 전주는 파기했습니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흐르다 보니 수도권과 비수도권, 광역시가 있는 도와 없는 도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산, 건널 수 없는 강이 만들어졌습니다. 광역시가 없는 지역의 연간 총예산은 광역시가 있는 지역의 1/2∼1/3 수준입니다. 이 격차를 어느 세월에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국가가 시작한 일이니 국가가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가 못나서 낙후된 게 아니고 국가가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1962년 262만 명이던 전북 인구가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시작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부산은 석유화학, 울산은 자동차·조선·정유, 포항은 제철·기계금속, 대구는 금속·화학산업이 배정될 때 전북은 섬유·제지·귀금속산업이 왔습니다. 자동차 팔 때 메리야스 팔고, 반도체 팔 때 종이 팔고, 배 팔 때 목걸이 팔았습니다. 인구는 떠나기 시작했고 산업은 왜소해졌습니다. 이 격차를 메울 방법은 국가의 결단밖에 없습니다. 효율보다는 균형발전이라는 철학으로 혁신도시를 만든 것처럼 새로운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광역시 없는 지역의 50만 이상 중추 도시에 특례를 주는 것입니다. 세종시는 인구가 29만 명에 불과하지만 서울처럼 특별시입니다.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공공 기관들이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전주에는 공공 기능을 수행하는 관공서 등 주요 기관이 264개나 집중돼 있습니다. 전국 기초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또 주민등록상 인구는 66만 명이지만 생활인구가 100만~130만 명에 육박하고, 1천만 관광객이 방문하는 등 실제 행정수요가 광역시에 준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이러한 내용을 정부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주장하였고, 마침내 지난 3월 14일 열린 당정청(더불어민주당, 행안부, 청와대) 회의에서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인구와 지역적 특성, 균형발전 등을 감안해 충분히 논의하기로 했다”고 지정 기준 완화를 받아냈습니다. 4월에 열릴 국회심사에 시민 여러분의 힘을 모아 주십시오! 전주가 특례시가 되면 기초단체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광역단체급 권한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른 시군의 발전을 견인하고 전북 발전의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누적돼 온 재정 불균형을 바로잡고 새로운 전주·전북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어쩌면 1%의 가능성도 없었던 일을 용기와 도전 정신으로 채워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을 놓치면 나중은 없습니다. 25년 전, 우리는 대통령의 공약 파기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좌절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내지 못한다면 25년 후에 또 그런 후회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운명을 개척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우리를 대신해서 싸워 주지 않습니다. 작은 가능성이라도 도전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함께 손잡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 봅시다. 전주 특례시 지정, 시민의 힘으로! 전주시장 김승수 올림
#특례시
#100만
#불균형
특례시로 여는 새로운 전주시대
“특례시는 후손들 위한 크고 단단한 집”
생활인구 100만, 준광역시급 도시 전주정부는 30년 만에 지방자치법을 전면 개정하고, 주민 중심 지방자치를 구현하기 위해 특례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특례시는 기초 지자체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급 행정・재정 자치권을 갖는 광역 지자체와 기초 지자체의 중간 형태의 새로운 도시다. 하지만 정부는 특례시 지정 기준에 주민등록상 인구 ‘100만 명 이상’이라고 하는 수치만 제시하였고, 행정수요・생활인구 등 지방의 다양성 및 특수성을 담지 못했다. 정부안대로면 특례시는 수도권의 수원・용인・고양시와 경남 창원시 4개만 지정 대상에 포함된다.전주는 주민등록상 인구가 비록 100만 명 이상은 아니지만 생활인구는 130만 명에 육박한다. 정보통신업체인 SKT가 지난해 전주의 생활인구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 평균 93만 6249명, 월 최대 125만 774명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주는 생활인구 및 행정수요가 인구 100만 이상으로 그간 대도시와 버금가는 준광역시급 역할을 수행해 왔다. 정부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결과는 전주 특례시 지정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낙후된 전북 발전의 돌파구, 전주 특례시 지정전주시가 특례시가 되겠다는 것은 그간 국가예산 등 정부지원에서 한 개 몫을 받아 온 전북이 두 개의 몫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미. 그동안 전북은 수도권은 물론 광역시가 있는 광주․전남, 대전․충남 등이 정부의 행정・재정적 지원에서 두 개 이상의 몫을 챙길 때 한 개 몫만 받아 왔다. 또한 생활권이 완전히 다른 ‘광주․전남’과 같이 호남권으로 묶여 오랜 기간 정부의 예산 배분과 기관 설치 등에서 많은 차별을 받아 왔다. 1986년 광주가 광역시가 되기 전 광주와 전주의 예산 차액은 230억 원에 그쳤지만 2017년에는 차액이 3조 9천억 원에 이른다. 전북이 광역시가 없다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아 오는 동안 부유한 지역은 더 많은 몫을 챙기며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지역은 낙후의 악순환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지역 정치권, 특례시 위해 손을 맞잡다전주시가 특례시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시한 지방자치법 개정안 대신 특례시 지정 요건에 ‘도청 소재지로써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를 포함시킨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무엇보다 광역시가 없어 소외됐던 전북의 발전을 이끌고 국가균형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 전주시를 특례시로 지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힘을 얻고 있다. 국회의원과 전국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입법·행정 전문가들도 전주 특례시 지정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월 13일 전주시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주최로 열린 ‘포용국가를 위한 지역균형발전과 특례시 세미나’,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특례시 지정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기존의 단순 인구 기준에서 종합적인 행정수요와 도시의 위상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특례시 지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안을 비판했다. 지역 정치권과 시장․군수들도 전주시와 손을 맞잡았다. 전북도내 14개 시장·군수와 전라북도 도의회 의원, 14개 시․군의회 의장, 전주시의회 의원들은 청와대와 정부, 국회 등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전북과 전주, 시군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들어 가자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도 3월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주 특례시 지정을 정부에 촉구했다.시민들도 전주 특례시 지정에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 2월 22일과 26일에 열린 전주 완산구, 덕진구 ‘2019 지혜의 원탁’에는 시민 2천5백여 명이 참여, 특례시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앞으로 전주시는 정치권 및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릴레이 성명서 발표, 범시민 서명 운동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주 특례시 지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전주 특례시 지정을 통해 전북 발전과 국가균형발전의 희망을 엿볼 수 있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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