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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3·1운동 100주년, 전주 그날의 기억
전주 3·1운동의 숨결이 머문 곳
학생들의 독립운동을 주도한 신흥고신흥고는 기전여학교와 함께 전주 지역 학생 독립운동의 산실이다. 1929년 항일학생운동 등 신흥고 학생들은 항일독립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였다. 1937년 신사참배 종용에 거부하면서 일제에 의해 학교가 폐쇄되기도 했다. 현재 신흥고등학교 기념관 내에는 전주 3·1운동의 치열했던 기록들이 남아 있다. 전주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러한 역사를 기리기 위해 신흥고 앞 버스정류장을 3·1운동 테마정류장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정류장에는 지역 작가들이 만든 3·1운동 상징 조형물과 함께 역사 기록 현판이 전시된다.주소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399 전화 | 063-232-7070 전주 3·1운동의 횃불 밝힌 서문교회서문교회는 1893년에 세워진 호남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이자 전주 3·13만세운동을 총지휘한 김인전 목사가 담임으로 있던 교회이다. 또한 1921년 부임한 배은희 목사 역시, 항일민족단체였던 신간회의 전주지부장을 맡아 교육과 농촌부흥운동에 힘썼다. 현재 서문교회 내에는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종탑이 남아 있다. 직경 1m의 커다란 종이 달려 있는 이 종탑은 1908년에 세워져 1944년 일제 말기에 강제 공출되었으나, 해방 후 다시 제작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주소 | 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220 전화 | 063-287-3270 독립운동가 김인전 서문교회 목사1876.10.7. ~ 1923.5.12.일제 강점기의 목사이자 독립운동가이다.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1914년 평양장로회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按手)를 받았다. 1914년 전주서문교회 제2대 목사로 부임해 비밀리에 독립운동단체를 조직하고 전주 3·1운동의 지도자로 활약했다. 중국 상하이로 망명 후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의장을 지냈다. 1921년 안창호 등과 함께 한·중 연대 조직인 ‘중한호조사(中韓互助社)’를 조직하였고, 1922년에는 김구·여운형 등과 함께 한국노병회(韓國勞兵會)를 발기하여 군대 양성과 독립운동 비용 조달에 주력했다. 1923년 48세의 나이로 순국하였으며, 1980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받았다. 김구 선생이 머물렀던 학인당1949년 해방 정국, 백범 김구 선생과 해공 신익희 선생이 전주를 방문해 학인당에 거처를 정하고, 이곳에서 임시정부 인사들과 회동했다. 그들이 머물렀던 방은 현재 ‘백범지실’, ‘해공지실’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온전히 보존되고 있다. 임시정부 인사들을 비롯한 귀빈들이 주로 머물렀던 인재 고택 학인당은 일제하에서도 민족 문화 보존에 앞장을 선 상징적인 건물이다. 주소 | 전주시 완산구 향교길 45 전화 | 063-284-9929 꼿꼿한 시인의 기개가 서린 비사벌초사신석정 선생은 친일 시를 한 편도 남기지 않았으며, 일제 말기에 창씨개명을 끝까지 거부한 시인이다. 노송동에 위치한 비사벌 초사는 시인이 1954년 전주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할 때부터 별세한 1974년까지 시인이 직접 가꾸고 살았다. 오직 시를 향한 열정만으로 집을 채웠고 비사벌 초사에서 예순여덟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신석정 시인이 떠난 후 이 집을 인수한 부부는 현재까지 이곳에 머물면서 ‘비사벌초사’라는 전통찻집을 운영하고 있다.주소 | 전주시 완산구 관선4길 42-9 전화 | 063-231-3118
2020.10.29
#3·1운동
#신흥고
#서문교회
#학인당
#비사벌초사
멋진 하루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풀 한 포기에서도, 봄을 느끼다
숲이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안다자연에 관심이 많아지고 여가를 활용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삼림욕이나 숲 산책, 숲 해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숲과 자연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런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산은 어디인가요?”, “전주에서 제일 좋은 숲은 어딘가요?”, 그럴 때면 늘 내 대답은 같다. “제일 가까운 산이요.” 쉽고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좋은 숲이다. 그래서 자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먼저 집 앞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주로 도시이다 보니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투성이다. 길가나 담 틈에 자라는 식물을 발견하기도 어렵고 발견한다고 한들 그 이름도 알지 못하니 궁금증과 답답함이 더할 따름이다. 나무나 풀 이름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숲해설가도 아니고 따로 두꺼운 도감을 사지도 않았다면 가볼 만한 곳으로 식물원, 수목원, 휴양림을 추천한다. 식물원은 너무 인공적이고 휴양림은 너무 멀다. 그래서 수목원이 그나마 가장 가기 쉬운 숲이다. 아이들과 함께 떠난 수목원 나들이 공기가 제법 차가웠던 어느 날,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전주수목원을 찾아가 보았다. 생기 넘치는 봄을 느끼고자 들렀는데 아직 봄이 덜 왔다. 덜 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오기 시작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숲이 어떻게 한 해를 시작하는지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했다. 이제 막 여덟 살이 된 하서준 군과 장도율 군이다. 아이들은 관찰이나 산책 등 정적인 활동보다는 달리고 소리 지르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산책하며 중간중간 놀아 보았다. 아이들이 커다란 나뭇잎 한 장을 주웠다. 버즘나무가 작년 한 해 열심히 광합성을 하고 가을에 떨어뜨린 잎이다. 만져 보니 겨울을 나면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여 바삭하게 말랐다. 구멍을 내 가면처럼 써 보기도 하고 손으로 부셔 보기도 한다. 나뭇가지에 나뭇잎을 꿰어 들고 다니다 휙 버린다. 내달리다가는 술래잡기를 하자고도 하고 퀴즈를 내기도 한다. 그런 게 어린이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자연은 마치 어린이처럼 술래잡기하듯 어디로 숨어 버리고 알쏭달쏭 퀴즈처럼 내게 정답을 찾아보라고 문제를 던져 주기도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놀라움을 쉽게 찾아내면 좋겠지만 수목원에서 깊이 있는 원시 자연의 맛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거기에 맞게 대응하는 자연의 모습을 살짝 엿볼 뿐이다. 남도의 정취가 느껴지는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집 앞 공원의 조경도 계획적이다. 계절별로 항상 볼 수 있는 자연이 있어야 한다. 하물며 수목원의 설계와 조경은 더 하면 더하지 못하지 않다. 수목원마다 각자의 특징을 갖고 있고, 그 안에서 조화롭게 배치가 되어 있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는 담양의 죽녹원을 연상시키는 대나무숲, 겨울에도 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녹색을 간직하는 늘푸른넓은잎나무(상록활엽수)들이 많이 심어져 있고, 바늘잎나무, 잎지는넓은잎나무(낙엽활엽수)들도 적절히 배치가 되어 있다.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양치식물과 선인장, 관엽 식물들이 잘 가꿔진 유리온실, 현대적인 정원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꾸며진 정원박람회 작품, 중간중간 조각상들도 있고 그네도 매져 있다. 연인이나 가족끼리 오면 딱 좋은 곳이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의 특징을 한 가지만 말하라고 한다면 한눈에 봐도 남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부 수종들이 눈에 많이 띈다. 늘푸른넓은잎나무(상록활엽수)들과 배롱나무, 대나무가 그것인데 특히 신석정 시인이 “내가 죽거든 무덤 앞에 태산목을 심어 달라”고 말할 정도로 사랑했다는 나무, 태산목이 여러 그루 심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태산목을 좋아하는데 목련과 중에 유일한 늘푸른나무(상록수)이며 꽃이 크고 화려하며 향이 좋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잎이 반들반들하니 한번 만져 보고 싶은 질감을 갖고 있다. 아직은 한 아름이 안 되는 나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힘들고 지친 이들이 기댈 수 있는 거목이 될 것이다. 애기동백도 붉게 정열적인 모습을 수줍게 드러내며 피어 있고, 배롱나무도 매끈한 나무껍질을 자랑한다. 다른 수목원에서 보기 어려운 모습들이다. 꽃을 피우며 새봄을 준비하는 자연아직은 앙상해 보이는 나무들도 가지 끝마다 겨울눈이 통통해져서 조만간 새잎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들은 햇빛을 가로막지 않으니, 햇빛이 그대로 땅에 내려와 풀들이 햇빛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이미 많은 나무들 아래엔 셀 수 없이 많은 봄풀들이 자라고 있다. 주로 가을에 싹을 내고 그대로 겨울을 난 후 이른 봄 누구보다 빨리 꽃을 피우는 로제트 식물들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달맞이꽃, 냉이, 민들레, 뽀리뱅이, 질경이가 바로 그런 로제트 식물들이다. 이른 봄, 거대한 나무 틈 속에서 조용히 꽃 피울 준비를 하는 로제트 식물들은 새봄을 준비하는 우리의 마음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와 이야기는 관심이 없는 이에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결국 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너무 멀리 있는 희귀한 식물을 보기보다 발아래 가까이 있는 풀 한 포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연 공부라고 생각한다. 글 황경택 | 생태만화가황경택 씨는 만화가이자 생태놀이 안내자다. 숲에서 그림을 그리며 배운, 지혜로운 동식물의 생존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만화를 그리고 재미있는 생태놀이도 만들고 있다.
2020.10.28
#숲
#나무
#전주수목원
#유리온실
#정원
김승수 전주시장 편지
꿈을 이루는 힘 그것은 용기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갖자.”쿠바의 혁명가 체게바라의 말입니다. 현실을 직시하되 꿈을 포기하지 말자는 이 말을 저는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떠올리곤 합니다. 가능한 일을 해내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은 두렵습니다. 며칠 전, 서노송 예술촌에 2호 카페가 들어섰습니다. 예술과 문화로 선미촌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누구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불가능한 꿈을 꾸었고 리얼리스트의 자세로 해냈습니다. 그걸 가능케 한 것은 ‘용기’였습니다. 2019년 새해, 전주는 큰 꿈에 도전했습니다. 전주 특례시 지정! 불가능한 꿈처럼 보였습니다. 이미 정부는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에 특례를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사실상 광역시급 도시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광역시가 없어서 전북과 전주가 얼마나 차별받았는지 말입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자치법을 개정하면서 이미 대도시인 4개 도시(수원, 용인, 고양, 창원)에 특례를 준다는 것은 모순적입니다. 인구도 일자리도 투자도 이미 수도권에 집중되어 특례를 누리고 있는데 또다시 인구 기준으로 특례를 준다면 격차만 더 벌어질 뿐입니다. 광역시 역사가 벌써 50년입니다. 1963년 부산시 승격 이후 대구와 인천, 광주와 대전이 승격되었고, 광역시로 명칭 변경 후 1997년에 울산이 승격되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후보일 때 ‘전주 광역시 승격’을 약속했지만 당선 이후 울산만 승격해 주고 전주는 파기했습니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흐르다 보니 수도권과 비수도권, 광역시가 있는 도와 없는 도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산, 건널 수 없는 강이 만들어졌습니다. 광역시가 없는 지역의 연간 총예산은 광역시가 있는 지역의 1/2∼1/3 수준입니다. 이 격차를 어느 세월에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국가가 시작한 일이니 국가가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가 못나서 낙후된 게 아니고 국가가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1962년 262만 명이던 전북 인구가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시작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부산은 석유화학, 울산은 자동차·조선·정유, 포항은 제철·기계금속, 대구는 금속·화학산업이 배정될 때 전북은 섬유·제지·귀금속산업이 왔습니다. 자동차 팔 때 메리야스 팔고, 반도체 팔 때 종이 팔고, 배 팔 때 목걸이 팔았습니다. 인구는 떠나기 시작했고 산업은 왜소해졌습니다. 이 격차를 메울 방법은 국가의 결단밖에 없습니다. 효율보다는 균형발전이라는 철학으로 혁신도시를 만든 것처럼 새로운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광역시 없는 지역의 50만 이상 중추 도시에 특례를 주는 것입니다. 세종시는 인구가 29만 명에 불과하지만 서울처럼 특별시입니다.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공공 기관들이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전주에는 공공 기능을 수행하는 관공서 등 주요 기관이 264개나 집중돼 있습니다. 전국 기초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또 주민등록상 인구는 66만 명이지만 생활인구가 100만~130만 명에 육박하고, 1천만 관광객이 방문하는 등 실제 행정수요가 광역시에 준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이러한 내용을 정부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주장하였고, 마침내 지난 3월 14일 열린 당정청(더불어민주당, 행안부, 청와대) 회의에서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인구와 지역적 특성, 균형발전 등을 감안해 충분히 논의하기로 했다”고 지정 기준 완화를 받아냈습니다. 4월에 열릴 국회심사에 시민 여러분의 힘을 모아 주십시오! 전주가 특례시가 되면 기초단체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광역단체급 권한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른 시군의 발전을 견인하고 전북 발전의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누적돼 온 재정 불균형을 바로잡고 새로운 전주·전북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어쩌면 1%의 가능성도 없었던 일을 용기와 도전 정신으로 채워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을 놓치면 나중은 없습니다. 25년 전, 우리는 대통령의 공약 파기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좌절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내지 못한다면 25년 후에 또 그런 후회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운명을 개척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우리를 대신해서 싸워 주지 않습니다. 작은 가능성이라도 도전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함께 손잡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 봅시다. 전주 특례시 지정, 시민의 힘으로! 전주시장 김승수 올림
#특례시
#100만
#불균형
아중호수 산책길
가로지르지 않는 풍경의 가치
아중호수 아침을 걷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무작정 호수로 갔다. 아중호수는 처음이라는 그녀는 눈을 감았다 크게 뜨며 말했다.“와! 작은 바다 같아.”작은 바다 같은 호수 건너, 아담한 숲이 보였다. 몇 개월 전만 해도 길이 없어 바라보기만 했던 곳. 다행히 이제 갈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중간에 산책로가 끊겨 들어갔던 길에서 다시 되돌아 나와야 했던 아중호수는 이제 새 길을 얻으면서 전체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2월 0.8㎞ 구간의 산책로가 추가로 개통되면서 2009년부터 10여 년 동안 연결해 오던 2.4㎞ 구간의 생태공원 순환산책로가 완성됐다. 우리는 새로 난 길을 따라 호수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했다. 숲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이 근사할 것 같았다.길게 뻗은 나무 데크 위로 나란히 걸었다. 바닥엔 사각형 모양으로 작은 유리창이 나 있었다. 유리 사이로 흐르는 물결이 보였다. 시야는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으로 점점 옮겨 갔다. 저녁에 산책할 땐 잘 모르고 지나친 것들이 아침엔 더 구체적이고 투명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호수도 훨씬 더 푸르고 넓어 보였다. 어디에서 오는 차이일까? 그것은 사람이거나 빛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오래된 문장 같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풍경을 바라보았다.“밤엔 둘이 와서 좋고, 아침은 혼자여도 밝다.”중심을 향해 걷다 보면 정류장처럼, 만남의 광장처럼 등장하는 휴식 공간. 아무 말 없이 물결과 풍경을 바라보기 좋은 장소. 우리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봄노래를 들으며 잠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가로지르지 않는 풍경의 미덕모처럼 미세먼지가 걷힌 주말 아침이어선지 꽤 많은 사람들이 호수를 찾았다.아중호수는 전주에서 가장 큰 눈동자다. 꽃과 풀, 나무와 물을 담은 넓고 푸른 눈동자다.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수평선, 거스르지 않고도 전체를 보여줄 줄 아는 하늘이다. 시간에 따라 표정이 바뀌는 계절, 마음 터놓고 얘기하며 걸어갈 수 있는 품이다. 처음과 끝을 연결해 숲을 보여준 유일한 이야기다.땅 위의 공원이 아니라 호수 위 길을 걷다 보니 사람들의 표정이 더 잘 보였다. 세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면 좋을 길을 앞뒤로 마주 걷고 있으니까. 때문에 호숫가 산책은 서로를 적극적인 타인으로 받아들이는 일 같기도 하다.이웃 같은 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작은 라디오를 목걸이처럼 걸고 콧노래 부르며 가는 사람, 반려견과 보폭을 맞추며 인사를 건네는 사람, 아래위로 운동복을 갖춰 입고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사람, 벤치를 옮겨 다니며 말없이 물결을 관찰하는 사람, 아이들보다 더 천진한 얼굴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노는 사람….사람들은 저마다 집중하는 면이 다르지만 아중호수의 새로운 풍경을 구석구석 누비고 싶어 하는 모습은 다르지 않았다. 길이 호수를 가로지르지 않고 하나의 띠처럼 둘레를 두르는 풍경, 달라진 아중호수는 사람과 자연의 풍경을 헤치지 않는 미덕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가 숲으로 가는 가장 둥근 길로 걷고 있는 것처럼.중간 지점에는 좀 더 큰 수상쉼터가 보였다. 쉼터엔 미술작가의 재미있는 조각 작품도 설치돼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조그만 야외무대로 활용해도 좋을 듯했다. 중간중간 쉬어 가면서 변화된 풍경을 느꼈다. 지루하지 않은 산책이었다. 산책하며 마주 보는 자연의 표정가는 길마다 매화가 피었다. 매화가 오면 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꽃이 부풀어 올라 팝콘처럼 팡팡 터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받아볼 때쯤이면 완연한 봄이 와 있지 않을까. 아중호수 초입부터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숲으로 가는 길, 참억새나 조릿대처럼 질긴 풀과 나무를 클로즈업해 찍어 보기도 했다. 한번 뿌리를 내리면 끝도 없이 번성하는 오랜 식물들.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이 내밀한 뿌리들이야말로 호수를 지키는 비밀이라고나 할까. 아중호수의 매력은 빨리 찾아오는 꽃들과 오래 사는 질긴 풀과 나무의 조화에서 오는 것이라 믿고 싶어졌다.부지런히 걸어온 지 30분, 벌써 반 바퀴 지점에 다다랐다. 조금 높은 돌계단이 보였다. 숲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단숨에 올랐다. 돌계단 꼭대기에 오르면 모든 땅이 완만해 보였다.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이곳엔 편백나무가 무리를 이루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나무 사이로 보이는 호수는 생각보다 더 아름다웠다. 꽃과 나무와 풀, 물과 숲과 사람이 공존하는 아중호수. 순환산책로가 열리면서 더 많은 사람을 품게 된 풍경이 좋았다. 한 시간으로 여유롭게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거리. 이제 아중호수는 거의 모든 풍광을 누릴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이제 단순한 호수가 아니라 시민들의 쾌적한 삶을 복원하는 공간으로 태어났다. 아중호수는 모름지기 저녁에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야경에 더 이끌리니까. 하지만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물결을 보자 생각이 달라졌다.숲에서 내려와 다시 호수를 바라보며 걷는 길. 저수지보다 호수라는 말의 어감이 좋고, 아무 근심 없이 앞만 보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과 이곳에서 긴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을 아끼면서 나는 걸었다. 계산 없이 펼쳐진 광활한 호수의 풍경, 물결이 풀리듯 마음이 넉넉해졌다. 글 임주아 | 시인임주아 씨는 시인이자 북큐레이터다. 201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예술가 친구들과 함께 전주 서노송 예술촌에서 서점 ‘물결서사’를 공동으로 운영하며 시를 쓰고 있다.
2020.10.27
#아중호수
#벚꽃
#저수지
#물결서사대표
특별기획
사람 중심 세상으로 전주, 동학농민혁명 정신 잇는다
125년, 동학농민혁명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며,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받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족운동인 동학농민혁명은 갑오개혁과 3·1운동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4·19혁명과 5·18민주항쟁, 그리고 2016년 촛불혁명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125년이 되는 올해 전주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복원하며, 가치를 재조명하는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을 한눈에, ‘녹두관’ 문 연다새 세상을 꿈꾸는 민중의 역사가 시작된 1894년 동학농민혁명. 1년간에 걸친 동학농민혁명은 한국 역사상 처음 일어난 민족운동이자 반봉건·반외세 혁명운동이다. 특히, 전주는 동학농민혁명 전개 과정의 최대 성과 지역으로, 동학농민군은 1894년 5월 31일 유혈 사태 없이 전주성을 점령하고 집강소를 설치해 자치행정 업무를 시행했다. 이는 우리나라 민주적 지방자치제의 효시가 되었으며, 특히 사람 중심의 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정신으로 이어졌다.전주시는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완산공원과 완산도서관을 포함한 동완산동 일원에 ‘전주동학농민혁명 역사문화벨트’를 조성하고 있다. 그 사업의 첫 번째로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 추모 공간인 ‘녹두관’이 6월 1일 완공되어 문을 연다.전시실과 추모실, 옥상 전망대, 하늘통로로 구성된 ‘녹두관’은 동학농민혁명의 의미와 역사를 면면히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을 안장하고 추모하는 공간이다. ‘녹두관’은 125년 전 선조들이 간절히 바라던 꿈을 가까이서 느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전시실은 전주의 동학혁명 자료 및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또, 동학농민혁명 관련 전시와 영상물을 통해 19세기 말 탄압의 시대상부터 봉기 전개 과정 등 동학농민혁명의 주요 연대기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녹두관’에 이어 2021년까지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알리는 홍보 교육관인 ‘파랑새관’, ‘민(民)의 광장’ 등을 조성한다. 동학농민군 지도자, 완산칠봉에 안장된다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본군에게 목이 잘린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이 승리의 땅 전주에 잠든다. 이 유골은 지난 1996년 일본 북해도대학에서 봉환되었지만, 그동안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었다. 전주시와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동학농민혁명유족회의 긴 노력 끝에 유골은 동학농민혁명 추모 공간인 ‘녹두관’에 안치될 계획이다. 전주시는 현재 유일하게 실존하는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해 영구 안치를 통해 넋을 기리고, 늦게나마 추모를 통해 후손의 도리를 다하고자 오는 5월 31일과 6월 1일, 안장 의식을 연다.‘백년의 귀향, 고이 잠드소서! 세기(世紀)를 밝힌 넋이여 꽃넋이여’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기념식 및 국제학술대회와 발인 및 노제, 안장식과 진혼 행사로 전개된다. 행사의 첫날은 전주완산도서관 강당에서 ‘일본 제국주의 침탈과 민족민주운동’을 주제로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유골 봉환에 기여한 이노우에 가츠오 명예교수는 이날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 ‘일제국주의 침탈의 현재적 의미’라는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선다. 이어 동학농민군 전주입성 125주년 기념식과 문화공연이 열린다.이튿날인 6월 1일에는 전주역사박물관에서 발인 의식을 올린 뒤, 박물관에서 출발해 안장지인 ‘녹두관’에 이르는 길을 따라가며 노제를 지낸다. 영정을 운구하는 차량의 뒤를 거리공연 행렬이 따른다. 농민군이 풍남문에 들이치는 대목을 구성한 판소리와 꽃상여가 행진의 대열을 이룬다. ‘녹두관’에 도착하면 안장식과 진혼 행사를 진행한다.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 일본에서 봉환되어 전주역사박물관을 거쳐 ‘녹두관’에 안장되기까지의 과정을 전주 시나위로 형상화하고, 혼을 달래기 위한 굿과 김용택 시인의 추모시 낭송, 전통춤, 합창, 유골 안장, 분향과 헌화 등이 이어진다.
2020.10.12
#동학농민혁명
#녹두관
#역사문화벨트
에코시티 세병호
엄마 품처럼 포근한 초록 세상
시어머니와 함께 세병호를 걷다시어머니는 나에게 특별한 존재다. 경상도 여자가 전라도로 시집을 왔으니, 아는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던 결혼 초기부터 그랬다. 아직도 주름진 손으로 담가 주시는 김치를 받아먹는 막내며느리, ‘얼마나 더 이런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숙연해질 때도 있지만, 마흔 후반이 된 지금도 어머니에게 나는 아이 같은 막내며느리다. 햇살이 싱그러운 5월, 오랜만에 시어머니와 옆 동네 산책에 나섰다.주말 아침 조금 부지런을 떨어 도착한 세병호. 지난 여름 에코시티 한여름 밤의 콘서트에 가수 안치환을 만나기 위해 발품을 팔았던 곳이건만, 차를 가지고 오니 주차할 곳을 몰라 시간이 꽤 걸렸다. 간신히 주차를 하고 차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아이고, 경치가 참 좋구나!” 하는 어머니의 감탄사가 연신 들린다. 혼자 하는 말씀이지만 어머니가 좋다 하니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여든이 넘게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내내 보던 것이 초록 들판이었을 텐데 뭐가 저리도 좋으실까?’ 싶어 여쭈어보니 시골 노인의 눈에는 아파트 숲속에서 만나는 푸름과 세병호가 안겨 주는 편안함이 마음에 드셨나 보다. 얼마 전만 해도 연둣빛 새싹을 피워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자연이 어느새 인생 최고의 아름다움을 뽐내듯 초록을 발산하고 있으니 세병호의 아침은 눈이 부시다 못해 시리다. 산책로이자 아이들의 자연 놀이터를 만나다에코시티가 들어서면서 우리에게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름이 바로 세병호이다. 사진작가들에게는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평가받는 이곳은 쉼도 없이 바삐 돌아가는 도시인들의 삶 속에 잠시나마 근심 걱정 내려놓고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에코시티 주민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산책로이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자연 놀이터로 사랑받고 있다.세병호는 에코시티가 들어오면서 인공적으로 만든 호수가 아니다. 향토사단 전주35보병사단이 있을 때 군부대 안에 있었던 호수였다. 그런 탓에 호수와 호수 주변은 보존이 잘 되었고, 수명이 꽤 오래된 나무들과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보통 걸음의 탐방객이라면 보고 즐기며 걷는 시간이 한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으나 여든이 넘으신 어머니와 함께하는 산책은 넉넉히 2시간은 잡아야 할 것 같다. 숲길을 거닐고 잔디밭 벤치에서 잠깐의 휴식, 그리고 모양새 없이 준비한 막내며느리의 간식 꾸러미로 허기를 달랜 다음 오붓한 둘만의 데이트는 막을 내릴 것이다. 천만다행! 다리 힘이 없으신 어머니가 당신 보기에도 세병호 둘레길은 밭에 가는 거리보단 짧다 싶으신지 자신감을 보이신다. 호수에서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다세병호의 아침은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이다. 자연이 선사하는 빛과 향기 아래 생태공원을 조깅하는 젊은이, 다정히 산책길에 나선 노부부, 그리고 호수 주변 이름 모를 꽃들과 함께하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모든 것들이 한없이 행복하고 평화롭다. 적당히 자란 수레국화가 꽃을 피우고 고개를 들어 인사를 한다. 덩달아 붓꽃인지 꽃창포인지 구분이 안 되는 보랏빛 꽃을 피우고선 우리를 보고 군데군데 서서 손을 마구 흔든다. 호수 한쪽 귀퉁이엔 지난봄에 주민들에게 쏟아지는 사랑을 받았을 철쭉들도 보이고, 머지않아 꽃망울을 터뜨릴 장미들도 줄을 지어 키를 키우고 있다.평상이나 벤치, 잔디밭 곳곳에는 가족 단위로 산책 나온 주민들이 자리를 깔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으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활기찬 아이들의 모습에 덩달아 도시의 생명력이 넘치는 듯하다.아직은 잔디밭의 키 작은 나무들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자연친화적인 호수공원이 가까이 있음에 뿌듯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산책로가 경사지지 않아 남녀노소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어머니와 숲속 산책길을 빠져나오며, 나에게 약속한다. 어머니가 더 연로해지시면 휠체어를 타고라도 다시 한번 세병호를 찾아오자고. 글 김갑련 | 전주시청 블로그 기자김갑련 씨는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과 시민들에게 전주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전주시청 블로그 기자’이다. 김갑련 씨는 전주의 자연과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전주 알림이이자 사회복지사이다.
#호수공원
#세병호
#에코시티
#백석저수지
잘 고쳤다 이 집
문화로 희망을 불어넣다
노송늬우스 박물관
주민과 예술가가 함께 만든 마을사 박물관노송동 선미촌은 지난 60여 년간 가장 어두운 공간이었다. 어둠이 깔리면 환해지고 낮이 되면 어두워지는 이 지역에, 노송늬우스 박물관이 들어섰다. 욕망이 얼룩진 성매매 집결지라는 치부를 고스란히 보듬어 안은 채 노송동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재탄생한 마을사 박물관이다.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꾸며진 박물관은 과거의 어두웠던 공간에서 노송동의 과거·현재·미래 이야기를 예술로 새롭게 조명한 곳이 되었다. 잊지 말아야 할 공간의 기억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예술작품으로 만들었다. 노송늬우스 박물관은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었다. 1층은 주민들의 전용 전시 공간인 ‘물왕갤러리’와 커뮤니티 공간, 사무 공간으로 구성되었으며, 2층은 과거 성매매 영업을 했던 13개의 방을 갤러리로 바꿨다. 조형 예술가인 이재형·김범준·강현덕·정하영·정인수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진 ‘예술가의 방’, 서정시의 대가로 평가받는 ‘신석정 시인 방’, 노송동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록 보전한 ‘노송다큐21’, 현재 노송동의 모습을 신문 형식으로 만든 ‘노송늬우스’,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동네 그리기’, ‘마을 희망 메시지’를 담아낸 방, 주민들의 얼굴과 주민들의 인터뷰를 전시하고 있는 방 등으로 구성되었다.노송늬우스 박물관의 콘텐츠 구성을 위해 주민·예술가·학생 등 다양한 노송동 사람들이 참여했고, 연구원 두 명이 마을 일대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해 왔다. 소통을 통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면서, 지역 안에 감춰진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픔이 예술을 만나 희망으로 날갯짓 노송늬우스 박물관은 감추고 싶었던 역사를 최대한 보존한 상태에서 예술과 함께 다채로운 인간사와 생활사를 접목했다. 예술가들과 함께 집마다 존재하는 주민들의 이야기, 주민들이 손수 만든 작품으로 공간을 채운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과거의 슬픔과 아픔이 예술과 문화로, 주민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변모하고 있다.노송늬우스 박물관 장근범 작가는 “도시 이면에 숨겨진 과거의 욕망 속에서 주민들의 삶과 예술이 공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공간이길 바라요. 이러한 문화적 시도가 지역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주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며 수줍게 웃는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감정이 메말라가는 요즘, 예술과 인권을 주제로 한 노송늬우스 박물관의 걸음은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 어두웠던 과거의 허물을 벗어 버리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날갯짓을 펴는 한 마리 나비와 같이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변모될 선미촌의 미래가 화창하다. 노송늬우스 박물관주소 │ 전주시 완산구 권삼득로 43운영시간 │ 11:00~18:00(월요일 휴무)문의 │ 063-287-1141
2020.09.23
#선미촌
#서노송예술촌
#문화적도시재생
숲에서 여름과 놀다!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한 톨의 흙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리라.” 하고 노래했습니다. 작디작은 흙 알갱이와 들꽃 한 포기에도 세상과 우주의 신비가 담겨 있다는 크고 깊은 뜻이겠지요. 또 ‘한 톨의 흙과 한 송이의 들꽃만 있어도 세상은 천국이 될 수 있다’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생명이 터를 잡은 곳에 다른 생명이 살을 붙이고 살아갑니다. 그러니 흙과 꽃과 수풀로 우거진 숲에는 얼마나 많은 생명이 깃들어 저마다의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을까요. 봄이면 꽃 잔치가 열리는 완산칠봉, 편백으로 울울한 건지산 등 전주는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입니다. 그래서 전주에서는 건물로 빽빽한 도심에서 10분 정도만 차를 타고 달리면 산과 숲을 만날 수 있지요. 마음속까지 초록으로 물들이는 방법을 여름 특집호에서 소개합니다. 후백제 역사를 마주하고, 전주의 구도심을 걸어 보는 ‘천년전주 마실길’, 전주의 명산 모악산과 농촌 마을을 만나는 ‘모악산 마실길’을 미리 걸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책과 영화를 음미할 수 있는 ‘건지산숲속도서관’과 숲속 음악회를 여는 ‘오송제 사람들’도 푸른 바람을 불러들일 겁니다. 숲에서 진행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숲을 다룬 다양한 책들로 이번 이 풍성해졌습니다. 싱싱한 열매로 가득한 전주의 여름 숲을 당신께 드립니다.
2020.09.11
#완산칠봉
#건지산
#마실길
#모악산
금암동 추억의 골목길
뿌리를 기억하는 땅
하나뿐인 양은솥이 '빵꾸' 나고중학교 1학년 방학이 끝나가던 1972년 여름, 어머니가 동네에서 얻어 온 2만 원을 들고 임실에서 전주로 전학을 왔다. 셋째 형은 전북대, 넷째 형은 전주농고에 다니고 있었다. 팔달로 옆으로 기차가 지나가고, 백제대로는 상상도 못 하던 시절. 상전벽해지만, 금암동에서 시작한 전주의 기억은 또렷하다.지금의 금암1동 주민센터 옆 골목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꼭대기에 작은 교회가 있었다. 교회를 지나 밭고랑 사이 황톳길을 5분쯤 더 걸으면 20여 가구가 사는 마을이 나온다. 지금은 흔적도 없는 방죽 옆 허름한 집이 전주살이를 시작한 곳이다.자취방 주인은 단칸방 다섯 개를 전세로 얻어 우리에게 사글세를 냈다. 우리는 두 번째 방을 얻어 살았다. 방문 앞에 작은 마루가 있고, 그 아래 연탄 화덕이 있었다. 연탄불을 갈거나 밥을 해 먹으려면 개폐식 마루를 열어야 했는데, 여기가 부엌인 셈이었다. 밥해 먹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빤히 쳐다보니 늘 창피했다.어느 일요일 오후, 형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동안 바람구멍을 막고 있던 걸레를 빼내 화력을 높이고 양은솥에 밥을 안쳤다. 그러고는 잠깐 누워 있다는 게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상한 낌새에 재빨리 나가 뚜껑을 열었다. 쌀은 흔적도 없고 솥 바닥은 용광로처럼 벌겋게 달구어져 있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솥에 물을 부었다. 양은솥 바닥이 '뻥' 뚫리면서 연탄불로 물이 흘러내렸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것처럼 분진이 솟구쳤다.하나뿐인 양은솥이 '빵꾸' 났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부모님께 말하지 못했다. 뻔한 살림에 자식들 가르치며 힘들게 농사짓는 부모님 대신 남원 큰형님 집에서 자그마한 양은솥 하나를 얻어 왔다. 솥을 가져오던 날, 우린 오랜만에 잘 퍼진 찰진 밥을 배불리 먹었다. 몇 년 전 임실 진뫼마을 고향 집 마당에 양은솥 하나를 걸어 놓았다. 주말이면 형제들이 모여 그 솥에 국을 끓여 먹는다. 국물이 넘쳐흐를 때면 '빵꾸' 나 버린 양은솥 때문에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애태우던 어린 학생이 떠오른다.인정 많은 전주 사람들자취는 주인집 아줌마를 잘 만나야 고생을 덜한다. 다행히 내가 만난 주인들은 인정 많은 사람이었다. 두 아주머니 모두 공동창고에 우리 연탄이 없거나 우리가 나무토막을 주워 불을 피우고 있으면 화력 좋은 자기 집 연탄 밑장을 들고 왔다."학생, 다음에 연탄 떼면 주고 우선 우리 거 갖다 써.""학생들, 나는 밥을 다했응게 우리 집 연탄불에 밥해 묵고 얼른 학교 가!"어디 연탄뿐일까? 그 당시 시골에서 도시로 나가 자취했던 학생치고 반찬이 풍족했던 이는 많지 않았다. 여러 끼니를 왜간장에만 비벼 먹던 우리 형제는 주인집 김치 한 포기를 몰래 훔쳐 먹었다. 아주머니에게 미안했지만, 반찬 생각이 간절했던 탓에 별수 없었다. 아주머니는 항아리 속 김치가 줄어든 것을 알았겠지만, 우리에게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우리 또래 아들이 있었으니 알고도 모른 척했을 것이다. 아직도 혀끝에 남아 있는 알싸한 전주 김치. 그분을 다시 뵐 수 있다면 항아리에 담긴 그 김치를 우리가 훔쳐 먹었다고 고백할 것이다. 다시 훔쳐 먹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고 말씀드릴 것이다.따뜻한 마음의 비단을 깔아 주던내 등하굣길은 전북대학교 신정문과 삼성문화회관 일대에 끝없이 펼쳐졌던 뽕나무밭이었다. 누에가 마지막 네 잠을 자고 깨어나 허기진 배를 움켜쥐며 머리 들고 하늘거리는 모습이 떠올라 뽕잎을 만지작거리며 걸었던 길. 오늘도 가족과 옛 자취방에 들렀다가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앞 '녹색예술거리 나눔숲'을 걷는다. 뽕나무 숲을 기억하는 '땅심'에 '나눔숲'이 있어 생태・문화・예술이 살아 있는 곳. 하늘을 가리던 뽕잎의 푸르름이 그대로 내려앉은 땅. 이곳은 누에가 화려하고 따뜻한 비단을 깔아 주던 비단길이요, 비단숲이다. 그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을 나눠 주던 전주 사람들의 그윽한 정이 담긴 길이다. 글 김도수 │ 시인·수필가시집 , 동시집 , 산문집 , 가 있다. 전북작가회의 회원이며, 최명희문학관 상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20.09.09
#전주산책
#골목길
#전북대
#녹색예술거리나눔숲
#전북대뽕나무밭
우리가 사랑하는 축제의 계절
사람이 그려 낸 온갖 이야기 축제
2019 전주독서대전 전주독서대전이 돌아왔다. ‘책 읽는 도시 글 쓰는 전주’에서 열리는 ‘2019 전주독서대전’은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전주한벽문화관과 완판본문화관, 향교 일원에서 펼쳐진다.올해도 우리나라 대표 출판사들과 유명작가들이 전주독서대전을 찾을 계획이다. 또한 출판사, 지역서점, 도서관, 도서·독서 관련 단체 100여 곳이 모여 시민들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소설가 은희경, 정유정, 이슬아 등 독서인들의 팬심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강연도 가득하다. 또, 전북 연극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박동화 작고작가전, 전주 기획전 등 관람객들을 위한 전시와 체험 행사도 풍성하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10월, 전주독서대전과 함께 낭만적인 책 읽기의 즐거움에 빠져 보자. 문의│063-287-6417장소│전주한벽문화관, 완판본문화관 등 한옥마을 일원 강연신청│독서대전 홈페이지(jjbook.kr)에서 접수 전북이 낳은 소설가 은희경잔잔하고 서정적인 문체로 일상의 사물들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 속에서 예리하게 삶의 진실을 포착해 내는 대한민국 대표 소설가 은희경. 5년 만에 장편소설 를 출간 예정인 은희경 작가가 2019년 전주독서대전의 포문을 연다. 전북 고창이 낳은 소설가인 은희경 작가는 ‘일생에서 마주치는 단 하나의 눈송이’라는 주제로, 독자들과 삶의 진실을 예리한 시선으로 보여 주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일시│10. 4.(금) 14:00장소│전주한벽문화관 외계인 시선으로 글쓰기, 천문학자 이명현과학책방 ‘갈다’(갈릴레오+다윈)의 대표이자 인문학 감수성이 충만한 천문학자 이명현. , , 등에서 확인했던 쉽고 재미있는 천문학, 우주생물학에 대한 안내를 받으며 ‘삶이자 문화로서의 과학’을 만나볼 수 있다.일시│10. 5.(토) 10:00장소│전주한벽문화관 요즘 가장 뜨거운 ‘연재 노동자’ 이슬아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벌인 기획 는 아픈 삶을 마음껏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SNS로 월 회비 1만 원의 독자를 모집하고 매일매일 독자들에게 띄운 글을 모아 출간, 독립출판계에 큰 화제를 몰고 온 작가의 솔직 당당한 매력에 빠져 보자.일시│10. 5.(토) 15:00장소│전주한벽문화관 노래하는 시인, 가수 김창완산울림이라는 전설적인 밴드를 이끄는 음악인이자 배우, 진행자, 음반기획자, 그리고 동시 작가인 김창완. 다재다능한 그가 여러 활동을 거쳐 동시 작가로 데뷔하기까지, 마음속 깊이 간직해 온 이야기와 산울림의 노래만큼이나 맑고 투명한 김창완표 동시를 만날 수 있다.일시│10. 5.(토) 13:00장소│송천도서관 강의실 전주 올해의 책, 작가 이진순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누구나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세월호 잠수사부터 대한민국 최고의 소설가까지 122명을 인터뷰했고, 그중 12개의 인터뷰를 모아 을 펴낸 이진순 작가. 독자들의 마음에 선하고 아름다운 열망을 불러일으킨 빛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일시│10. 6.(일) 15:30장소│전주한벽문화관 아름다운 사람, 시인 박남준‘은둔의 시인’, ‘자연의 시인’, ‘지리산 시인’이라 불리는 박남준 시인. 텃밭을 일구고 시를 쓰면서 그야말로 자연의 멋과 풍류 속에서 살고 있는 박남준 시인이 전주전통문화연수원에서 열리는 ‘풍류의 밤’에서 왕기석 명창, 김연 명창 등 전주의 판소리 명창들과 함께 한다. 아름다운 시월, 아름다운 시인 박남준과 함께 전주의 풍류를 느껴 보자.일시│10. 5.(토) 15:00장소│전주전통문화연수원 최고의 이야기꾼, 소설가 정유정탄탄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문장, 개성적인 인물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작가 정유정. 그녀가 전주독서대전 사전 프로그램인 ‘미리 만나는 그 작가’를 통해 독자들과 만난다. , 등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전작들과 신간 의 창작 과정, 작품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할 예정이다.일시│9. 6.(금) 19:00장소│전주한벽문화관
2020.09.08
#독서
#작가
#시인
#전주한벽문화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