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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밖 전북
전주에서 남원까지
정원, 도시에 자연의 시간과 공간을 담다
계절의 물감을 흩뿌려 놓은 전주수목원 가장 먼저 계절을 느끼고 싶다면 1974년에 조성된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을 찾을 일이다. 요즘은 "봄날은 연둣빛 물감을 흩뿌리며 온다"라는 어느 시인의 감탄사를 비로소 실감할 수 있는 때다. 5월이 되면 정문 양쪽으로 줄지어 터널을 이루고 있는 이팝나무가 하얀 꽃구름으로 떠 있는 경이로운 자태를 선보일 예정이다. 수목원이 자랑하는 제1 절경이다. 수목원 중앙의 랜드마크 광장에도 5월이면 신비로운 색감과 모양을 가진 알리움이 만발한다. 광장 아래로 허브원을 지나면 습지식물이 자라고 있는 연못이 펼쳐진다. 수목원 전체가 포토존으로서 손색이 없지만 인생 샷을 찍을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단연 이곳 수생식물원의 풍경 쉼터다. 유리온실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6월이 되어 어디선가 진한 꽃향기가 진동한다면 최근 조성된 장미원으로 발길을 옮겨 보자. 수천 품종의 아름다운 장미는 동서양의 장미 원종을 교잡해 만든 결과물이다. 이러한 의미를 되새겨 새롭게 조성한 장미정원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이색적인 모습으로 조성되어 있다. 전주에서 정원을 조성하고 싶은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그리고 자주 찾아야 할 곳이 바로 전주수목원이다. 이곳 수목원에서 자라고 있는 3천600여 종의 식물은 내가 조성하고 싶은 정원에 심어도 잘 자라줄 수 있는 식물들이니 정원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곳보다 좋은 스승은 없다. 연꽃과 창포의 전통 정원을 품은 덕진공원 전주시민이라면 저마다 덕진공원과 관련된 추억 하나쯤을 안고 산다. 전주를 찾는 외지인들은 한옥마을을 먼저 떠올리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는 덕진공원이었다. 단오 즈음의 창포와 한여름 홍련과 백련이 드넓은 덕진호수를 가득 메운 모습은 공원을 찾아오는 모두를 감탄하게 만드는 장관을 연출한다. 4월에 찾은 덕진공원에 연못을 가로지르는 연화교와 연화정은 사라지고 없었다. 40년 비바람을 견디며 수명을 다한 것이다. 대신 그 자리에는 덕진공원을 가장 한국적인 전통정원으로 만들어 줄 새로운 연화교와 정자가 조성되고 있다. 연화교는 기존 현수교 형태에서 전통 석교 기법으로 가설된다. 길이 283m, 폭 3.06m로 그동안 비좁은 현수교 위에서 연꽃을 스치듯 바라보고 지나쳐야 했던 아쉬움이 조금은 덜어질 듯싶다. 연화정은 연못 중앙부의 섬을 넓힌 후 393㎡ 규모의 전통 한옥 형태로 신축된다. 한옥 주변에 전통 정원이 조성되고 와담을 두르고, 누마루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연꽃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도 허락된다고 하니 덕진공원이 옛 명성을 되찾는 일도 멀지 않았다. 연화교는 올해 7월, 연화정은 연말 완공 예정이다. 전통 정원 양식의 모체, 남원 광한루원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처럼 봄꽃을 활짝 피운 남원 광한루원은 달나라 항아가 사는 월궁을 본떠 광한루라 이름 지었다고 전해진다. 광한루원은 신선의 세계관과 천상의 우주관을 표현한 우리나라 제일의 누각 정원(누원)이자 전통 정원 양식의 모체로 평가받고 있다. 광한루 앞 호수는 남원 시내를 흐르는 요천의 맑은 물을 끌어와, 주변에 석축을 쌓은 후 동서로 긴 장방형의 형태로 만든 것이다. 이것은 하늘의 은하수를 지상에 옮겨 놓음을 상징한다. 조성 당시에는 연꽃을 가득 심고 견우와 직녀가 칠월 칠석에 단 한 번 만난다는 오작교를 놓았다. 이 돌다리에는 무지개 모양의 아치 네 개가 있어 양쪽 물이 서로 통하게 했고, 400년 넘은 짙은 초록의 버드나무는 멋스러움을 더해 준다. 광한루원의 누각과 정자 대부분이 정유재란 때 소실된 것을 복원한 것과 달리 오작교는 처음 만들어진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데, 현존하는 우리나라 연지교 중 가장 큰 규모이자 한국 누원의 아름다운 경관을 대표하는 다리로 손꼽힌다. 광한루의 낮이 새소리와 물소리가 잔잔하게 들리는 초록의 세상이라면, 밤은 호수 위로 비친 은은한 반영이 멋을 더해 황홀한 야경을 선사한다. 봄의 마지막 자락이 여름을 향해 나풀댄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더는 의미 없어지는 날, 숨을 옥죄는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도심 속 정원을 찾아 맘껏 맑은 공기를 들이켤 날이 빨리 와 주길 기대해 본다. 글 강유정│전북플라워가든연구소 대표 꽃과 정원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전북혁신도시에서 '타샤스쿨'을 운영하고, 2018년 순천만국가정원공모전에서 비빔밥을 모티브로 한 정원을 조성해 일반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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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거리 두기 가을 축제, 비대면으로 함께해요
온라인으로 만나는 전주의 가을 축제
랜선으로 잇는 세계의 소리, 전주세계소리축제 한국 전통음악부터 다양한 세계의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소리축제의 계절이 찾아왔다. 올해로 19번째를 맞는 '2020 전주세계소리축제'가 '_잇다(Link)'라는 주제로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열린다. 올해 소리축제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공연을 진행하지 않고, 미디어·온라인 중계로 축제를 이어 갈 예정. 축제가 진행되는 닷새 동안 하루에 한 개씩 총 다섯 개의 공연을 KBS, MBC, JTV, CBS 등 지상파 방송 4개사로 만나볼 수 있으며, 유튜브 '전주세계소리축제' 채널과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orifestival)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특히, 국내 예술인들과 러시아, 독일, 스페인, 이집트 등 13개국 예술가들의 협연으로 펼쳐지는 는 9월 16일 오후 7시 40분 KBS 1TV를 통해 생중계된다. 색다른 도전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전주세계소리축제를 통해서 아름다운 세계의 소리들이 널리 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다독다독, 책이 건네는 위로, 전주독서대전 선선한 가을바람에 실린 책 향기가 온 전주에 솔솔 풍긴다. '다독다독, 당신을 듣겠습니다'를 주제로 9월 18일에 열리는 '전주독서대전'은 책을 통한 소통으로 세상과의 거리를 좁히고, 온기 어린 위로와 진심 어린 공감으로 시민들의 정서적 공백을 채운다. 이번 전주독서대전은 코로나19로 인해 독서대전 홈페이지(jjbook.kr), 유튜브 채널, 네이버TV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행사가 운영된다.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이야기'라는 주제로 열리는 개막행사부터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강연, 책보다 생생한 전주 이야기가 꽉 차게 준비되어 있다. 대한민국 대표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를 비롯해 응급실 의사이자 에세이스트인 남궁인 작가, 이 시대 가장 '핫한'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박상영 작가를 안방에서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다. 온라인 양방향 대화 채널로 독자들과 더 깊은 소통을 나눌 수 있으니, 올해는 온라인에서 맘껏 즐겨 보자. 집콕하며 온라인으로 즐겨요, 전주문화재야행 코로나19는 달빛과 별빛이 내리는 낭만적인 가을밤의 축제도 바꿔 놓았다. 밤의 경기전에서 가장 전주다운 전주를 만날 수 있는 축제인 전주문화재야행, 올해는 아쉽지만 집콕하며 랜선으로 만나 보자. 9월 1일부터 문화재야행 기획단은 야행 홈페이지(www.jeonjunight.com)를 통해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문화재야행 VR(가상현실)은 집에서 QR코드로 동고산성에서부터 경기전까지, 열 곳의 문화재와 전시관을 감상할 수 있다. 방구석 음식대첩, 나만의 어진 그리기 등 제시된 주제에 맞춘 영상을 찍어 올리는 SNS 이벤트 '집콕 놀이터 영상 챌린지'에도 참여해 보자. 올해 야행 신설 프로그램인 전주문화재야행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하고, 퀴즈를 푸는 '전주야행 카카오톡 문화재 OX 퀴즈'. 경기전과 전동성당 등 전주의 건축물을 만드는 건설 게임 '마인크래프트공모전'에는 경품과 상금도 걸려 있으니 주목해 보자. 비대면 전시와 온라인 패션쇼, 전주한지문화축제 질기고 고운 전주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9월 18일부터 열리는 전주한지문화축제는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열린다. 축제 유튜브 채널과 홈페이지(http://jhanji.or.kr)에서는 한지 상품과 한지공예 영상 등 다양한 한지 이야기가 소개된다. 한국전통문화전당 광장은 특별한 한지 작품 포토존으로 꾸민다. 전주한지로 만든 백의의 천사를 상징하는 대형 천사 날개, 희망과 꿈을 상징하는 대형 고래 등을 설치해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과 지친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색색의 한지 옷으로 다채로운 한스타일을 선보이던 전주한지패션대전은 홈페이지(www.cfa.or.kr)와 SK브로드밴드 케이블방송과 유튜브 채널 2020 전주한지패션대전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다.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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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리 두 기 여 름 나 기 - 만들어요
꽃과 나무와 함께 향기로운 집콕 생활
반년이 넘게 집콕이 지속되는 요즘, 나만의 공간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꽃과 나무를 가꾸며 개인 정원을 꾸미는 사람들도 그들 중 하나다. 2020 아름다운 정원 공모전 수상자들을 만나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담아 정원을 만드는 이야기를 듣는다. 향기로운 아파트 정원 왕태삼‘꽃처럼 향기로운 사람들, 새들이 좋아하는 햇빛찬’, 중화산동 광진햇빛찬아파트 입구에 놓인 푯말 문구다. 언뜻 생각하기에 아파트와 정원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왕태삼 햇빛찬아파트 관리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정서적인 안정을 줄 수 있는 정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꽃과 나무가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사람들 사이의 갈등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햇빛찬아파트의 공동체 정원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이 공동체 정원의 탄생에는 김용신 입주자대표회의 전 회장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2007년, 주민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 정원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꽃과 나무를 심었다. 처음 45가지 정도의 초목과 교목으로 시작된 정원은 현재 160여 가지로 늘었다. 해마다 새 꽃을 더해 새로움을 더했다. 그 결과, 햇빛찬아파트는 365일 꽃이 피어 있는 향기로운 아파트로 거듭났다. 행복을 주는 뜰 정광량전주시 평화동 끝자락 원당마을의 한 전원주택. 전주생명과학고등학교 원예 교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정광량 씨의 집이다. 2013년 퇴직 후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정원이 있는 집을 지었다. 그는 세 가지 원칙을 토대로 정원을 가꾸고 있다. 첫째,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이다. 둘째, 실용적이어야 한다. 셋째,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나무도 있고 꽃도 있고 채소도 있어야 하며, 가꾸면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어야 하고, 보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정원에는 130종 이상의 나무와 200여 종의 꽃과 30가지의 채소가 자란다. 올해는 포토존을 만들기 위해 핑크뮬리도 심었다. 정광량 씨의 하루는 정원의 꽃과 나무, 식물들에게 물을 주는 일로 시작된다. 정성을 다해 가꾸느라 여행도 마음 편히 떠나지 못한다. 힘이 닿는 한 정원을 정성껏 가꾸겠다는 정광량 씨. 오늘도 그는 보면서 행복하고 수확하면서 행복한 공간에서 땀을 흘리며 즐거움을 느낀다. 꿈꾸는 마당 이종숙전주시 외곽 한적한 마을 골목 끝에 다다르니 활짝 열린 문 앞으로 뜻밖의 풍경이 펼쳐진다. 얕은 오르막 너머 형형색색의 꽃들이 마치 비밀의 정원처럼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라는 푯말처럼 그야말로 꿈같은 풍경이다. 이종숙 씨가 2007년부터 가꾸기 시작한 이곳은 작은 식물원이라 해도 될 정도로 많은 꽃과 나무들로 가득했다. 240여 평의 공간에 400종류 이상의 꽃과 나무가 자라고 있다.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종숙 씨는 매일 소풍 가듯 나와서 자신만의 비밀의 정원을 가꿨다. 원래 집을 지으려 했으나, 집터를 잡다 보니 꽃밭이 망가져서 집을 포기하고 대신 자그마한 쉼터를 만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정리되면, 혼자만의 공간이었던 이곳을 개방할 계획도 갖고 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차 한잔 마시며 꽃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정원을 가꾸는 비법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내린 결정이다. 꽃이 좋아 나만의 정원을 꿈꿨다는 이종숙 씨는 이제 혼자가 아니라, 함께 그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 정원 방문, 대관 문의 │ 010-2816-3569 채소가 자라는 마당 정정희정정희 원장은 20여 년간 도심 한가운데에서 요리학원을 운영해 왔다. 그러다 4년 전 구도심 골목에 자리한 지금의 집을 발견하고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정정희 씨가 정원을 가꿀 때 원칙은 하나였다. 요리하는 공간이다 보니 음식 재료로 활용할 수 있는 식물들을 심는 것. 그렇게 그녀의 정원은 먹을 수 있는 채소들로 채워졌다. 한련화, 백리향, 각종 허브 등은 모두 이런 생각으로 정원에 자리하게 됐다. 정원의 식물 중 먹을 수 없는 식물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어린순, 어린 꽃도 먹을 수 있는 것을 심어 놓았다.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을 떠나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심고 키웠다. 그 자체가 음식 재료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음식의 냄새를 잡고 향을 더하는 향신료 역할도 톡톡히 한다. 미처 먹지 못한 식물들이 피워내는 꽃은 정원을 가꾸면서 만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접시 위에 꽃잎을 얹어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유리잔에 줄기를 휘감아 청량감을 더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녀의 마당에 있는 식물들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2020.07.27
#개인정원
#집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