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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전주
바람쐬는길 120
평화의 바람이 분다 '세계평화의전당'
새로 문을 여는 세계평화의전당전주시 완산구 바람쐬는길 120. 주소만 읊조려도 바람결이 느껴지는 이 집은 치명자 성지에 새로 문을 여는 '세계평화의전당'이다. '치명자'는 '목숨을 바치는 자'라는 뜻으로, 이곳에는 1801년 신유년 천주교 박해 때 순교한 유항검 아우구스티노와 그 가족의 묘역이 있다. 이들의 유해는 완주군 이서면에 묻혀 있다가 1914년 이곳으로 이전한 것인데, 최근 이서면에서 한국 교회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 권상연의 유해가 처형된 지 230년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엄숙한 마음이 들 법한 장소이지만, 긴 세월 동안 이곳은 종교인뿐만 아니라 전주를 찾는 누구에게나 안식과 휴식을 주는 장소로 사랑받았다. 한옥마을 가까운 거리에 있어 언제든 찾아가기 쉽고, '바람쐬는길'이라는 사색하기 좋은 길이 있기 때문이다. 일행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외롭지 않을 만큼 눈과 마음으로 만나는 모두가 이 길에서는 길동무가 된다.'세계평화의전당'은 2019년 성지 내 옛 장막 성당이 있던 자리에 착공되어 오는 10월 준공식을 하고 문을 연다. 약 1만㎡ 넓은 부지에 복합문화관과 피정연수관이 들어서는 '세계평화의전당'은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이 되어 주겠다는 의미리라. 넓어진 품과 이름의 의미만큼 이 집에서 만나게 될 평화의 바람에 마음이 설렌다.숨결마저 평화로워지는 길'세계평화의전당'으로 가는 여정은 한옥마을에서 춘향로를 따라 승암교를 건너며 시작된다. 바쁘고 복잡했던 도시에서 이 다리를 건너는 순간 자연의 숨결을 따라 여유로워진다.사뿐한 걸음으로 가로수 길을 걷다 보면 성지 주변을 안내하는 소박한 나무 표지판과 만나게 된다. 표지판이 난무하는 도시의 길과 다르게 성지에서는 길을 잃을 일이 없다.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는 마음의 길조차 하나로 모이기 때문이다.한 개의 이정표가 순교자 묘역과 산상 기념 성당으로 오르는 순례 길을 안내한다. 한 시간쯤 오르내리는 순례 길에서 친구와 가족들을 향한 마음속 기도가 흘러나온다. 잠시라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가 되는 곳, 거칠었던 내면이 둥글둥글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곳. 그 길에서 온화한 사랑의 바람을 느낀다.바람쐬는길, 기품 있게 줄지어 서 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넓은 잔디 광장을 놀이터 삼아 노는 잠자리들의 날갯짓이 가볍다. 기도 숲이다. 기도 숲에는 옹기가마 경당과 십자가 동산이 자리한다. 천주교가 박해를 받던 시절 옹기를 굽는 가마는 성전과 기도 생활의 장소였다고 한다. 작은 골방처럼 초라한 곳에서 박해 속 신앙을 지켰던이들의 기도는 얼마나 절절하고 뜨거웠을까. 그들의 기도를 발굴하듯 따라가다 보면 종국엔 지금의 평화로운 땅과 정경 그리고 그 땅을 오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과거로부터 이어 온 수많은 이들의 기도는 현재의 시간 위에 공명을 더한 듯하다. 수난의 역사를 보듬은 터는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와 안식을 주는 땅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더 넓은 세상과 즐거운 소통을 준비하고 있다. 숨결마저 평화로워지는 길에서 드디어 '세계평화의전당'을 마주한다.낯선 듯, 이국적인 모습의 복합문화관설레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세계평화의전당', 유항검 아우구스티노와 요한 루갈다 동정 부부가 따뜻하게 맞이해 준다. 한옥마을의 한국적인 모습과 다르게 '세계평화의전당'은 다소 이국적인 모습을 갖췄다. 고대 건축양식과 붉은 벽돌, 아치형 입구 상단에 설치된 7개의 종과 지붕 탑의 외관은 일상을 떠나 새로운 세계에 닿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세계평화의전당' 입구로 들어서는 길 마치 유럽의 어느 성지에 찾아온 듯한 생경한 느낌에 그 안의 세계가 더욱 궁금하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눈앞으로 펼쳐지는 순백의 공간은 일순간 마음의 교란을 평정하고 만다.방문자를 맞이하는 첫 공간인 복합문화공간 내 보두네홀. 보두네홀의 이색적인 풍경은 정면의 벽을 가득 채운 순백의작품에 있다. 성전임에도 성전의 상징이 두드러지지 않은 편안한 조화로움에 한동안 작품 감상에 빠져들었다. 작품 제목은 이다. 한지 조형 예술가 박동삼 작가가 만든 세계 최대의 한지 조형 작품으로 가로 18m, 세로 5.2m 크기의 성 미술품이다. 무엇일까. 멀리서 보면 어떤 형상인지가늠할 수 없는 순백의 음영은 다름 아닌 천주교 박해로 순교한 124명의 복자 모습이다. 124명의 순교자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거나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아련히 형상화했다. 그들의 실루엣 하나하나를 짚어가다 보면 저절로 200년 전 그 현장, 그 대열에 머무는 듯 숙연한 바람이 느껴진다. 무언의 힘과 용기를 채우고 다른 내실 탐방에 나섰다. 3층으로 이루어진 전당의 모든 장소는 방문자들에게 반갑게 열려 있다. 1층 보누네홀과 3층 유항검홀이 있는 복합문화관은 모임이나 회의, 전시회, 공연을 할 수 있는 문화 시설 공간이다. 지금은 순교자 현양 뮤지컬 와 한국 103위 순교 성인화전이 열리고 있다.복합문화관을 나와 피정연수관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와 기도실, 경당이 마련되어 있다. 밤을 묵어야 하는 순례객이나 방문객들에게 편안하고 조용한 쉼터가 되어줄 공간이다. 식당과 작은 카페도 눈에 띈다. 차 한 잔 들고 나서면 머무는 자리가 전망 좋은 카페가 된다.누구에게나 열린 종교 문화시설전당 내 모든 공간은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친구, 걷는 걸 좋아하는 가족, 문화 예술에 목말라 있는 지인들, 방문객의 위치임을 잊고 마치 내 집처럼 그들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으로 설렌다.세계평화의전당은 밖에서 보면 석류처럼 견고한 건물 안에 꽉 들어찬 내실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뜻밖의 환희의 공간이 있다. 엄중한 보안을 뚫고 만나는 귀한 명화처럼 안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공간, 섬이정원이다. 밖으로 보이는 외관의 크기만큼 비워낸 중정에서 느끼는 하늘과 구름과 바람이 더없이 평온하고 충만하다. 마음속 미움도, 욕심도, 두려움도 어느 결에 고운 하늘색으로 물들어 가는 것을 느낀다. 구름도 잠시 그림이 되어 머무는 이곳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어떤 모습일까. 섬이정원에서는 결혼식, 음악회, 공연 같은 다채로운 행사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보지 않아도 이곳의 사계절은 많은 사람들의 행복한 웃음과 평화로움으로 채워질 듯하다.바람이다. 따듯한 본성을 되살리고, 생명의 힘을 회복시키는 바람이다. 누구나 찾아오면 몸과 마음의 쉼터가 되어 주는 집, 바람쐬는길 120에서 발송되는 초대장이 세상 곳곳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소망해 본다. 글 이순미 | 동화작가 2012년 눈높이 아동문학 대상과 KB창작 동화 공모전 우수상을, 2015년 푸른 문학상을 받았다. 동화 , , 과 청소년 단편 소설 를 냈다. 아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
2021.09.24
#전주여행
#바람쐬는길
#세계평화의전당
기획 특집
동문거리가 예술로 물들다, 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
예술, 공간에 새 숨을 불어넣는다'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가 진행되는 동문예술거리 헌책방 '한가네 서점'. 전주시 미래유산이기도 한 서점 앞 '한가네 서점×고형숙'이라 쓰인 작은 입간판이 존재감을 뽐낸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수북이 쌓인 책들 사이사이 자리한 고형숙 작가의 등 작품이 눈에 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창작소극장'에서는 김범준 작가의 유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범준 작가는 눈에 보이는 '산'과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의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유화 물감을 투명하게 덧칠하는 회화 기법을 사용했다. 문화예술공간 '동문창창'도 마찬가지다. 이봉금 작가의 한국화 이 전시되는 '동문창창'은 회색빛 도시로 날아든 파랑새처럼 매혹적이다. 알록달록한 외관이 눈에 띄는 '스타커피'는 또 어떤가. 디지털 페인팅 기법을 주로 하는 최은우 작가의 형형색색 작품들이 마치 가게에 원래 있던 그림처럼 자연스럽다. '성 미양복점'이라는 간판을 떼지 않은 술집 '소설'은 이주리 작가의 작품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영업 중인 가게에 걸린 작품들이 가게나 공간과의 '상생'을 보여 준다면, 빈 점포의 작품들은 비어 있는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태양정육점' 서완호 작가의 작품은 옛 가게들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그림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웅상회' 이창훈 작가와 '㈜금양' 유대수 작가의 조형물과 판화는 묵직한 울림을 안겨 준다. 그 울림이 빈 가게를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정동유리샷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한다. 벽면을 가득 채운 여러 직업군의 사람들이 가게 안에 온기를 더한다. '헤레나플라워' 2층에서는 '개'의 얼굴에 다양한 형상을 한 사람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중간중간 꽃, 풀이 배경인 그림들이 이곳이 꽃집 위 가게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처럼 총 열 곳, 열 명의 작가들은 각각의 공간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의 의미를 명확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일상과 예술의 공존을 보여 준다'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상인과 예술인, 그리고 동문예술거리 주민들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가장 전주다운 시도이다. 예술인들은 작품 보관을 위한 수장고가 필요했고, 동문예술거리 상인들 역시 코로나19 장기화에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영업 중인 가게와 공간, 빈 점포를 예술인들을 위한 수장고 겸 갤러리, 예술 작품 판매점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전주시가 예술인들에게 작품 대여료도 지원하니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상인들 역시 가게 홍보와 예술 작품을 활용한 인테리어 효과까지 볼 수 있었다. 소정의 임차료까지 지원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코로나19라는 시대적 배경 또한 이번 프로젝트를 시행해야만 하는 이유가 됐다. 사기가 침체된 소상공인들에게 작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획의 시발점이 된 셈이다. 장소는 동문예술거리 일대와 동부시장 일대의 원도심 가게로 집중했다.작가 선정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지역에서 꾸준히 작업하는 원로와 중견 작가들로 구성된 선배 그룹과 새롭게 삶의 터전을 잡아가는 청년 예술인들이 그들이다. 그룹은 나뉘었지만, 동문예술거리에 대한 이들의 마음은 하나였다. 깊은 애정과 애틋함이 그것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찾아 취지를 설명했다. 그렇게 선정된 열 명의 작가들 작품을 열 곳의 점포에 전시하게 됐다. 구도심과 동문예술거리 가게들의 옛 모습을 그려 온 서완호 작가는 이 프로젝트가 마냥 신기하고 반갑다.“대학 졸업 후 동문예술거리에 첫 작업실을 얻었거든요. 지역 예술가 중 이곳을 거치지 않은 이들은 없을 겁니다. 언젠가 이곳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참여하게 됐습니다.”각 가게에는 운영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 가게와 어우러지는 작품들을 배치했다. 가게들이 지닌 역사성과 예술가들의 예술적 가치와 철학, 그리고 색깔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부디 '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 프로젝트가 동문예술거리에 활기를 불어넣는 걸 넘어, 일상과 예술은 공존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전주 어디서라도 예술을 마주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가게 예술 수장고 일시 | ~9. 30.(목) 11:00~17:00 장소 | 동문예술거리 및 동부시장 일원 문의 | 문화적 도시재생 인디(063-287-1141)
2021.08.24
#동문예술거리
#상생가게
#예술인
#수장고
제3회 거버넌스 지방정치 대상 수상
아픔을 넘어 세상 밖으로, 서노송 예술촌 프로젝트
선미촌으로 우리가 들어가자 옛 전주역, 지금의 전주시청 뒤편에 60여 년간 도심 속 그늘과 아픔으로 자리했던 선미촌. 전주시는 2004년 성매매방지 특별법이 제정된 후 수차례 정비를 하려 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이후 10년이 지난 2014년 여성단체, 시민단체, 지역주민, 행정, 학계가 모여 선미촌 민관정비협의회를 꾸리고, 선미촌 정비 방향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인권 유린의 공간에서 인권 존중의 공간으로 선미촌의 기능을 전환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방법은 쉽지 않았다. 다른 곳처럼 공권력의 힘으로 강제 철거를 하거나 대규모 민간자본으로 재개발 사업을 하는 쉽고 빠른 길도 있었다. 그러나 전주는 어렵고 느린 길을 택했다. 선미촌 안으로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시청의 본질은 시청이라는 건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는 믿음으로 비어 있던 성매매업소를 사들여 전시를 하고, 여성단체와 함께 낮에 선미촌 걷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6년부터 국토부 공모사업으로 도로와 골목길 정비 등을 통해 환경 개선도 시작했다. 2017년에는 선미촌 안에 현장 시청 사무실을 열었고, 성매매 피해자를 돕는 ‘상담과 생계비·직업훈련비·주거비·자립지원금 지원’ 등을 명시한 자활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물론 반발도 컸다. 전국 단위 성매매 조직이 몰려와 집단 시위를 했고, 협박과 민원이 끝없이 이어졌다. ‘자발적 성매매에 왜 공적 자금을 쓰느냐’는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끊임없는 소통과 설득으로 결국 2017년 3명, 2018년 9명, 2019년 6명, 2020년 20명이 선미촌을 벗어나 사회로 돌아왔다. 현재 38명의 여성이 생계비와 주거비, 직업훈련비 등 자립지원금을 받고 있다. 2014년 49곳(88명 종사)이던 업소가 2021년에는 4곳(5명 종사)으로 줄었다. 어둡고 음침했던 성매매 거리에서 문화예술 골목으로 탈바꿈한 이곳은 이제 서노송 예술촌으로 불린다. 주민과 예술가들이 만들어 가는 서노송 예술촌전주시는 처음 여성들과 주민들이 쉴 수 있는 녹지 공간, 인권·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2016년과 2017년 선미촌 내 건물 5개소를 매입했다. 매입 1호점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시티가든, 기억 공간을 조성하고 여성 예술가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선미촌 최초의 전시회였다. 두 번째 매입한 공간은 문화예술인들이 전시와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문화예술복합공간 ‘뜻밖의 미술관’이 되었고, 세 번째 매입한 공간은 환경부 국가 예산을 확보해 새활용 문화와 산업을 키우기 위한 복합문화시설 전주새활용센터 ‘다시봄’으로 재탄생했다. 또 한 곳은 ‘물결서사’라는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책방이 되었다. 시인, 화가, 성악가, 사진작가 등 지역 청년예술가 7인이 운영하는 물결서사는 북토크, 전시, 공연, 워크숍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2018년 시가 매입한 다섯 번째 공간인 ‘선미촌 5호점’에서 선미촌 아카이브 전시회가 열렸고, 이후 이 공간은 대한민국 1호 소통 협력공간인 ‘성평등 전주’가 되었다. 성매매 집결지라는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을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380m 도로를 곡선화하고 꽃과 나무도 심었다. 업소밖에 없었던 공간에 카페와 식당이 하나둘 들어서며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잦아졌다.이런 선미촌 변화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주민과 지역 예술가들의 힘이 컸다. 주민들은 2018년 5월 선미촌 문화기획단을 발족하고, 주민들과 함께 동네잔치와 마을 장터를 열었다.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식물을 구매하고, 음식을 맛보고, 청년 작가들의 공예품을 사고 팔면서 마을에 활기와 온기가 채워졌다. 2020년 1월 마을사 박물관인 ‘노송늬우스 박물관’이 문을 열었고, 주민과 예술가가 서노송 예술촌 변화의 중심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올해 1월에는 마을관리협동조합 ‘인디’가 설립되었다. 이처럼 선미촌 문화 재생은 주민과 예술가들이 직접 단체를 만들어 주도한다는 점에서 다른 도시재생과 차원을 달리한다. 다시 보고 새로 쓰다서노송 예술촌의 변신은 계속되고 있다. 6호점으로 매입한 서로돌봄플랫폼은 2022년까지 노인 교실, 작은도서관 등 주민 생활 거점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며, 향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7호점은 예술협업창작지원센터로 조성해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할 것이다. 시민과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팝업스토어(반짝 가게)도 6월에 문을 열었다. 서노송 예술촌 여행길(여성이 행복한 길) 조성을 위한 팝업스토어는 올해 12월까지 진행되는 리빙랩 지원사업으로 빈 업소를 임대하여 전시와 판매, 체험 등이 이뤄진다. 동남아 전통음식점, 팝업갤러리, 아트굿즈 판매점 등을 만날 수 있고, 요리 강습과 한지공예체험 등이 가능하다. 문화와 예술, 인권이 꽃피는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서서히 문을 열고 있는 서노송 예술촌. 선미촌은 민간 자본 개발 방식이 아닌 시민들에 의해 점진적으로 기능을 전환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고, 2015년 선미촌 민관협의회가 지속발전 공모전 대통령상을 받았고 2019년에는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 도시로 인증 받는 성과도 이뤘다. 2018년 이후 현장시청을 찾아온 기관만 해도 약 125여 개에 이른다. 가장 아픈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는 서노송 예술촌은 이제 ‘다시 보고 새로 쓰다’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고, ‘인권과 평화’를 담은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2021.06.23
#서노송예술촌
#도시재생
#인권과문화예술의공간으로
고마워요, 우리 곁의 전주 사람
잘 생겼다, 공유공간_온두레 완산·덕진 아울터
주민 눈높이에 맞춰 새 단장 온두레 완산 아울터지난 2019년 문을 열고 공동체 활동을 지원해 온 온두레 완산 아울터. 한옥마을 인근에 자리한 온두레 완산 아울터에서는 그동안 공동체 회의를 비롯해 체험·교육, 요리 교실, 작품 전시 등이 진행됐다. 2019년 총 1,722명이 온두레 완산 아울터를 찾아 공동체 활동에 참여했다. 특히 공동체 기획특별전, 공동체 작품 전시, 공유주방을 활용한 청년 혼밥 요리 교실 등은 공동체와 시민들이 소통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이처럼 공동체가 모여서 주민과 소통해 온 온두레 완산 아울터가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보강 공사를 진행했다. 전시공간과 공유주방이 새로워졌으며, 안전을 위한 CCTV가 설치되고, 옥상 방수 공사 등 시설 보강 작업도 이뤄졌다. 전시공간의 경우, 벽면에 고리를 설치해 작품을 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존에는 회의실 탁자를 활용해 전시회를 열다 보니 많은 작품을 소화하기 어려웠다. 벽에 고리가 설치되면서 보다 많은 작품들을 눈높이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창고였던 공간을 2019년부터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1층 출입구 옆 전시실도 더욱더 말끔하게 정리하고 벽면에 고리를 부착했다. 공유주방은 더욱 편리하게 탈바꿈했다. 철제 테이블만 있던 조리대 아래에 싱크대를 넣어 편리함을 더했다. 넣는 사람과 전자레인지를 넣을 수 있는 거치대, 콘센트를 설치해 요리 체험의 만족도를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건물 내외부 곳곳에는 CCTV를 설치했다. 1층 출입구와 2층 출입구를 비롯해 공간마다 CCTV를 설치해 공유공간을 찾은 이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보강 작업으로 더욱 편리해진 온두레 완산 아울터가 공동체와 시민이, 공동체와 공동체가 더욱 원활하게 소통하고, 굳건하게 화합하는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오래된 파출소의 완벽한 변신 온두레 덕진 아울터온두레 완산 아울터에 이어 지난해 12월, 온두레 덕진 아울터가 새롭게 태어났다. 옛 덕진지구대를 새롭게 단장해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곳은 독특한 외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존 건물 앞에 철제 타공판을 설치해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더했다. 옛 덕진지구대는 외벽에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쌓여 있는 상태로, 타일을 떼서 새로 붙일 수도 없는 상황인 데다 청소에도 한계가 있었다. 고심 끝에 옛 모습을 살리면서도 멋스러움을 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고, 마침내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공간은 총 2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체험도 진행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전체적으로 흰색을 기본으로 원목 가구를 배치해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1층에는 다목적실과 탕비실이 자리하고 있다. 다목적실은 다양한 전시와 교육, 체험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빔프로젝트를 설치해 영상도 볼 수 있도록 했다. 탕비실에는 바(bar) 형태의 탁자를 배치해 마치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는 기분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2층은 소회의실과 회의실, 대기 공간, 베란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컴퓨터와 작은 탁자로 구성된 소회의실은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소수의 인원이 활용하기 적합하다. 소회의실 오른편의 대기실은 아이와 함께 온 부모가 체험하는 아이를 기다리거나, 회의실 이용 전에 대기하는 공간이다. 좌식 형태로 편안하게 앉아서 쉴 수 있도록 했다. 대기실 옆 회의실은 긴 탁자를 놓아 보다 많은 인원이 이용할 수 있다. 2층의 숨은 공간 베란다에서는 타공판 사이로 덕진광장 네거리의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려 보길 바란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온두레 덕진 아울터에서라면 공동체 의식도 더욱 돈독해질 것 같다. 온두레 아울터, 이렇게 이용하세요!온두레 공동체의 공유공간이지만, 온두레 공동체에 선정되지 않은 공동체들도 이용할 수 있다. 단, 단순한 동호회나 친목 모임 형태는 이용할 수 없다. 되도록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주 2~3회 일정 시간대의 정기적인 이용은 제한된다. 코로나19에 따른 집합 제한 금지로 현재는 아울터를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코로나19가 완화되면 전주시 마을공동체과에서 예약을 받을 예정이다. 아울터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문의 |전주시 마을공동체과(063-281-2498)주소 |완산-전주시 완산구 은행로 14-1 덕진-전주시 덕진구 사평로 76
2021.01.25
#온두레
#공동체
#아울터
2021 전주시정 운영 방향
새해, 이런 전주를 만들어 주세요
아이들과 함께 즐길 만한 시설이 부족하고, 또 있어도 만족도가 낮아서 다른 지역으로 많이 가게 됩니다. 관광객 배려도 좋지만 정작 지역민들이 즐길 만한 시설들, 특히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장소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이원구|43․학원 운영 전주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거나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습니다. 관광객들이 가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주의 경쟁력 있는 자원에 다양한 놀거리와 전주만의 특징을 살린 공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신재은|19․고등학생 지난여름에 친구들과 건지산에 갔는데, 놀이터에서 미끄럼도 타고 재밌었어요.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전주에도 캠핑장이 있어서 주말에 가족들과 놀러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박상선|12초등학생 전통예술의 도시 전주이지만, 전통예술에 대해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전통예술에 대한 예산, 장소, 인력 지원이 많아져서, 전주의 향기 물씬 풍기는 다양한 공연들이 새해에는 더욱더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김광오|47․예술인 부족하다고 꾸지람도 많이 하지만, 지난 1년 코로나19로 인해 누구보다 고생 많았을, 그리고 언제나 시민들과 함께해 준 전주시가 정말 고마웠습니다. 새해에도 쉽지 않은 시간이 계속되겠지만, 이 어려움을 꿋꿋하게 모두 함께 잘 극복하면, ‘살기 좋은 세상’이 꼭 열릴 거예요.김주현|55․자영업 전주는 청년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지원제도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서울시의 ‘희망 두 배 통장’처럼 청년들을 위한 경제적 지원이 다양해지면, 인력 유출이 줄지 않을까요? 많은 청년들이 전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전주시가 적극적인 청년 경제 지원정책을 만들어 주세요.조소영|28․직장인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의 생활은 어려워지고 있는데, 전주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고 있어요. 집값을 행정에서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전주 집값 문제는 20~30대 청년들에게는 너무나 막막한 현실로 다가옵니다. 청년들이 주거 걱정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주택이나 임대주택을 정책적으로 늘렸으면 좋겠어요.이원우|29․직장인 혁신도시 등 신도심 등은 버스 노선이 적은데, 배차 간격마저 길어 이동하기 불편해요. 택시를 타게 되면 요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쉽지 않고요. 마을버스가 빨리 안정화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한 전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유광태|24․대학생 전주시가 예술교육을 추진하고 있지만, 소외되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교육에서는 누구나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또한, 강사들도 사회 변화에 맞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강사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이경미|32․예술 강사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건강이 인생의 최고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새해 전주 시민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고, 전주와 전라북도에 공공 의료 시스템이 자리 잡길 바랍니다. 국민 누구나, 어디에 살든지, 아플 때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도시가 되길!김경미|45․교사 저는 전주에서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취업 문제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전주 내에는 취업 자리가 제한되어 있다 보니 첫 직장 생활을 하게 되거나, 더 큰 도전을 하고 싶을 때는 불가피하게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들이나 재취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길 바랍니다.이다인|26․직장인? 전주를 음식의 고장이라고 합니다. 풍부한 자원과 손맛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요새는 전주만의 색깔이 담긴 음식을 쉽게 만날 수 없는 것 같아요. 전통을 간직한 음식들은 잘 지켜지고,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음식들도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관광도시 전주의 최고 경쟁력은 전주 음식 아닐까요?이건화|40․직장인 전주의 일부 도로는 좁고 울퉁불퉁한 곳도 있다 보니, 운전하기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상습적으로 막히는 구간은 늘 막히는데도,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로를 좀 더 넓게 만들고, 공영주차장을 좀 더 확보해서 시민들이 차로 인해 겪는 불편함이 조금이라도 해소되었으면 합니다.이빛나|36․회사원 정년퇴직하거나 나이 제한으로 일자리에서 쫓겨나 다른 일을 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주시의 중·장년층 일자리 사업이 있긴 하지만, 좀 더 확대해 일하기를 원하는 더 많은 분들이 경제적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이현재|37․직장인 취업하기 위해 자료를 검색하는 중에 ‘내일배움카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관심이 있는 종목에 대해 검색했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전주는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토목기계, 건축설계 같은 공과 계열은 프로그램을 지원해주는 곳이 전혀 없더라고요. 취업을 위해 학생들과 취업 준비생들이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게 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바랍니다.오강수|27․취업 준비생 어려운 한 해였지만, 사람들 덕분에 힘을 내는 한 해였습니다. 새해에도 전주는 언제나 사람이 먼저인 도시였으면 좋겠습니다. 교통도, 도시재생도, 문화도, 디지털 사업도 사람이 먼저인 도시가 진짜 살기 좋은 도시입니다.정윤정|25․사회적경제조직 활동가 문화도시 전주에서는 각종 공연이나 전시회에 초대권을 제한했으면 합니다. 초대권을 남발하는 것은 공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잘못된 행위입니다. 제값 주고 예매했던 사람들의 원성을 사면서도 반복되는 이런 행위가 새해에는 없어지길!정명희|62․주부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특별한 혜택을 받지만, 노인들은 혜택도 받지 못하면서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낍니다. 행정에서 노인들이 좀 더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면 좋겠어요.정양순|68․요양보호사 코로나19가 너무 무섭습니다. 사람들이 있는 곳을 마음대로 다닐 수도 없어 외롭기까지 합니다. 이 고비를 빨리 이겨 냈으면 좋겠어요. 노인들이 소일거리라도 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 주세요.주순옥|78․어르신 코로나19로 인해 9월부터 시내버스 운행이 감축되었는데, 매일 버스를 타는 승객 입장에서는 너무 불편하고 힘들어요. 특히, 등하굣길에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거리 두기가 전혀 지켜지질 않아 코로나19 감염 우려까지 있습니다. 시내버스 회사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등교 시간 한 시간과 하교 시간 두 시간은 예전처럼 시내버스 운행 횟수를 늘려 주세요.김현지|18․고등학생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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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망
당신과 더불어
행복을 빚고 꿈을 붙이다
닥종이인형 작가 박금숙
닥종이인형을 배우려고 하루 10시간씩 버스를 타고 다니셨다고요? 대구에 사는 최옥자 선생님께 닥종이인형을 배웠는데 익산에서 대구까지 버스 세 번, 택시 한 번을 갈아타고 공방을 다녔습니다. 끝나고 올 때는 막차로 또 5시간을 타고 왔었죠. 그때 딸이 유치원에 다녔는데 아침에 머리를 못 묶어 주니까 아이가 자기 전에 머리를 묶어 주고 다음 날 대구에 갔습니다. 친정어머니가 뭔 큰돈을 벌겠다고 어린애 두고 돌아다니냐며 꾸중을 많이 하셨어요. 인형 하나 완성하는 데 4개월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어떤 과정들이 있는 건가요? 닥종이인형은 닥나무 껍질에서 나온 닥종이를 재료로 만든 인형입니다. 겉에서 안으로 깎아 가면서 만드는 조각과 다르게, 닥종이인형은 닥종이로 뼈대를 만들어서 붙이고 말리기를 무한 반복합니다. 그래서 작품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과정이 힘들고 지루하다 생각하겠지만 완성된 작품들을 보면 공들인 시간만큼 보람도 큽니다. 최근에는 3D프린팅을 이용해서 닥종이인형을 만드신다면서요?지난 27년간 닥종이인형을 만들면서 시간과 비용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 왔는데요, 그걸 해결하기 위해 3D프린터를 도입했습니다. 디자인만 입력하면 프린터를 통해서 옥수수 전분 소재로 된 인형의 뼈대가 나오는 거죠. 이 뼈대에 닥종이를 덧씌워서 작업하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80%가량 절감할 수 있어요. 4개월 걸리던 작업을 30분 만에 할 수 있는 겁니다. 닥종이인형을 알리기 위해서라면 국내외 어디라도 달려가신다는데, 최근 그리스에도 다녀오셨죠? 6월 5일 그리스 레팀노에서 열린 ‘페이퍼 문(Paper Moon)’ 전시회와 ‘2018 그리스크레타한지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왔습니다. 크레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세계적인 종이 작가들과 함께했는데요, 한지패션쇼와 닥종이인형 체험, 한지 버스킹을 통해 그리스에 전주한지와 닥종이인형의 매력을 알리는 뜻깊은 자리가 됐습니다. 한지에 대한 세계인들의 반응이 뜨거웠고, 닥종이인형의 새로운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어서 뿌듯한 행사였습니다. 매년 어린이재단에 기부도 하시고 아이들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닥종이인형도 태교를 위해서 배웠는데 언제부턴가 제 삶에 아이들이 빠지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만나서 3년 전부터 전시회와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게 됐는데요 새로운 구상까지 하게 됐습니다. 바로 ‘한지인형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인데요, TV나 게임에 의존하는 아이들이 한지인형 애니메이션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고, ‘한지학교’를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우리 한지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바비인형이 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듯 제가 만든 닥종이인형도 아이들이 많은 것들을 꿈꿀 수 있게 해 주고, 전 세계 아이들이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 인형이 되도록 열심히 만들 겁니다. ㈜박금숙닥종이인형연구소전주에서 태어난 박금숙(51) 작가는 결혼 후 태교를 위해 한지공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종이접기를 시작으로 올해로 27년째 인형 작가로 외길을 걸으며 닥종이인형의 세계화를 위해 발로 뛰고 있다. 그녀가 운영하고 있는 ‘박금숙닥종이인형연구소’는 작은 한지인형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365일 언제라도 공방에 방문하면 닥종이인형 체험, 한지공예 체험, 3D프린팅 한지인형 체험에 함께할 수 있다. 주소 | 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12-7문의 | 063-232-3050
2020.12.09
#한지
#닥종이인형
#3D프린팅
벽화 속에 감춰진 역사의 길
자만마을 옥류 마을
너무 유명해서, 덜 유명한 마을‘자만동(滋滿洞)’이라는 이름은 ‘녹엽성음(綠葉成陰) 자만지운운(子滿枝云云)’이라는 옛 노래에서 나왔다고 전하지만 ‘자만’은 ‘滋滿’ 또는 ‘子滿’으로 ‘자식이 많이 불어나다’의 뜻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마을의 이름은 이토록 풍요로웠으나, 우리에게는 6·25 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모여 살게 된 마을로 많이 알려져 있다. 농사지을 땅도 없는 척박한 달동네에서 사람들은 고단하고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마을은 이성계의 4대조인 목조대왕 이안사(李安社)가 나고 자란 곳으로 조선왕실의 성지이며, 이는 마을 한편에 단촐하게 서 있는 ‘자만동금표(滋滿洞禁標)’만 보아도 알 수가 있다. 자만동금표는 이 지역을 수호하기 위해 나무를 베거나 몰래 묘지 쓰는 것을 금하는 표지석으로 1900년대에 고종이 만든 것이다. 자만마을의 이러한 역사는 ‘피우지 못한 오얏꽃’을 배경으로 한 조선의 마지막 왕자 이우 공의 초상화가 벽화로 남아 있다. 벽화마을로 유명해진 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졌지만, 이런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관광객들에게 자만마을의 벽화 외에도 역사적인 가치를 알려 다시금 마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 시민들에 의해 입혀진 알록달록 그림 옷 자만마을은 입구부터 눈에 띄는 벽화들로 가득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한 애니메이션 그림부터 다양한 캐릭터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사람들은 벽에 기대서서 기념 촬영을 하고, 골목골목마다 다른 벽화들을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골목마다 약간은 투박한 그림도 보이고, 아쉬운 캐릭터도 보이지만 이 모든 벽화들은 전문가가 아닌 자원봉사로 시민들이 동참하여 그린 것이기에 그 의미가 있다. 또한 투박하게 만들어진 계단, 시멘트를 손수 다져 만든 골목의 언덕들, 어릴 적에 봤던 작은 옥상의 밭 등을 만나보면 자만마을은 그저 예뻐 보이려는 벽화마을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색을 채운 마을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권경섭 촌장은 자만마을의 벽화를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입혀졌다’고 표현한다. 이는 모두 2012년 마을 자체의 힘으로 시작한 마을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골목과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달라진 것들이다. 색색이 화려하게 자리 잡은 벽화들은 어두웠던 골목길을 환하게 만들고, 주민들의 마음까지도 환하게 바꿔 놓았다. 그럼에도 반듯한 길에 익숙해진 우리에겐 조금 불편한 길일 수 있고, 여전히 그곳에서 삶을 꾸려가는 주민들에게도 낯선 관광객들의 방문이 때론 불편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자만마을은 6년이라는 열정의 시간이 천천히 빚어낸 마을인 만큼 그 안에 내재된 힘이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된다. 자만마을에는 지역 대학생들이 만든 단체 ‘나을자만’이 있다. ‘나아질 자만마을’을 뜻하는 이 단체는 지역 문화를 제대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꾸려졌으며, 청년들은 이곳에서 전시회,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고 있다. 잊히고 사라져 버릴 뻔한 작은 달동네가 마을 주민들과 청년들의 힘으로 ‘모두가 찾아오는 마을’로 변화한 것에는 벽화와 더불어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끌어간 사람 냄새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은 아닐까. 우리가 찾았던 그 날에도 마을의 낡은 벽화를 다시 칠하며 구슬땀을 흘리는 아름다운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소나무를 닮은 선비의 마음을 품은 곳, 옥류마을 자만마을을 내려오다 보면 바로 이어지는 곳이 옥류마을인데, 이 곳에도 현재 벽화가 입혀지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옥류마을에는 아직도 1970~1980년대의 나무 전봇대가 남아 있다는 것. 자만마을보다는 덜 번화하여 아직은 조용한 골목길이 인상적이다. 옥류마을의 꼭대기에 자리한 조선시대의 서당 ‘옥류정사(玉流精舍)’ 지금의 ‘구강재’에 오르면 남천교와 청연루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현재는 목공예와 한지공예를 하는 주인에 의해 한옥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옥류마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학자가 있다. 고종 11년인 1874년 옥류동에서 태어난 금재 최병심 선생이다. 그는 한벽당을 처음 세운 월당 최담의 자손으로 간재 전우에게 수학하였고, 1901년 옥류동으로 돌아와 서당을 열어 ‘옥류정사(玉流精舍)’라 이름 짓고 후학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1910년 경술국치 소식을 들은 금재는 오목대에 올라 대성통곡한 후 7일 동안 단식하였다고 한다. 그는 평생 옥류동을 벗어나지 않았고, 이후 그를 따르는 선비들이 옥류동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현재 금재 최병심의 묘와 옥동사(玉洞祠)가 아쉽게도 방치되어 있는 상태여서 추후 돌봄이 필요해 보였다. 천천히, 더디 가도 행복하게 한 걸음씩 가난한 달동네인 줄만 알았던 자만마을과 옥류마을이 조선시대 왕실의 기운이 흐르고 선비들의 곧은 기상이 자리한 학문의 고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벽화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역사적 가치를 발굴해 내는 작업이 꼭 필요함을 깨달았다. 떠나는 마을에서 찾아오는 마을을 만들어낸 힘이 이제 벽화와 더불어 ‘역사를 풀어낸 스토리텔링’까지 함께한다면 자만마을과 옥류마을은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본다. 현재, 마을 입구의 표지판에는 마을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나 국숫집, 까페 등을 ‘발자국’ 수치로 말해주고 있어서 정겨운 마음으로 골목길 산책을 시작할 수 있게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발자국들이 모여 마을을 변화시키는 것처럼 자만마을과 옥류마을을 찾는 발자국들이 더 많아져 희망을 남기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이지선 | ‘잘 익은 언어들’ 책방 대표 전주시 송천동에서 ‘잘 익은 언어들’ 책방을 운영하는 이지선 씨와 자만마을공동체 권경섭 촌장이 함께 자만마을과 옥류마을 길을 걸었다.
2020.12.08
#한옥마을
#자만벽화마을
#자만마을
#옥류마을
#달동네
전주 그곳
빛나는 기억, 다시 뛰는 심장
전주종합경기장의 기록
1963년 제44회 전국체전을 치르기 위해 준공한 전주종합경기장. 종합경기장은 전북 도민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건설한, 도민의 열망과 꿈을 담은 경기장입니다. 지난해, 전주시는 종합경기장을 미래유산 제1호로 정하고 전주종합경기장에 관련된 시민의 기록물을 수집했습니다. 장롱 속에 깊이 잠들어 있는 소중한 기록물들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증으로 세상에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총 320여 점의 기록물이 출품 되었고, 민간기록물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43명의 입상자가 선정되었습니다. 이렇게 모인 시민의 기록물들은 시청 로비에서 ‘경기장, 뜨겁게 울리다’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하기도 했죠.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기억으로 하나가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이렇게 모인 전주 기록물들은 이라는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전주종합경기장 백서는 그간의 노력을 갈무리한 작은 결과물이자 종합경기장 재생으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전주와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해 왔고 지금도 함께 하고 있는 종합경기장의 60여 년 생애를 시민들과 함께 나눕니다. 문의 | 전주정신의숲추진단(063-281-2268)
2020.12.07
#전국체전
#전주종합경기장
#기록물
다시 새롭게, 희망을 품다
예술로 바꾸는 풍경, 자만벽화마을과 노송광장
낡은 담벼락에 새살이 돋는다, 자만 벽화 트리엔날레오래된 달동네 자만벽화마을에 새봄 못지않게 따스한 겨울이 찾아왔다. ‘2020 자만 벽화 트리엔날레’를 통해 전국에서 자만벽화마을을 찾은 예술가들이 마을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 넣고 있다. 칠이 벗겨진 담벼락마다 새살이 돋아나는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박영현 작가의 ‘동심으로’는 형형색색 무지개와 비눗방울로 유년 시절의 추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자만벽화마을 사람들은 그의 그림 위에 온기를 덧칠해 주었다. “‘왜 이렇게 다들 친절하게 대해 주시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주민들께서 진심으로 대해 주셨어요. 주민들의 배려에서 받은 감동이 작품에 묻어져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꽃보다 할매’를 그린 나선미 작가는 달동네 사람들의 고된 삶의 무게와 애환을 작품에 담아냈다. 빨간 다라이(대야)를 머리에 이고 있는 친정엄마의 모습을 통해, 굴곡진 인생의 무게를 이겨낸 우리네 어머니들을 표현했다. “자만벽화마을 작업을 통해서 많은 것들에 대해서 뒤돌아보며, 마음속 빈구석을 채웠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예술가들이 진솔한 이야기를 골목골목에 퍼뜨리고 있다. 전국에서 온 작가 스무 명이 참여한 벽화 작품은 11월 27일부터는 전주시청 홈페이지(www.jeonju.go.kr)를 통해 온라인 전시회로 만나볼 수 있다. 뚝딱뚝딱! 아이들과 함께 짓는 전주시청 노송광장 트리하우스다사다난했던 2020년을 마무리하며, 몸도 마음도 지친 전주 시민들을 위해 전주시가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풍성한 볼거리가 되어 줄 노송광장 ‘트리하우스(나무 위 통나무집)’가 그것이다.지난 9월부터 매주 금요일 아침, 전주시청 노송광장에 풍남초등학교 학생 60여 명이 옹기종기 모였다. 친구들과 함께 나무 위의 집인 ‘트리하우스’를 짓기 위해서이다. 아이들이 직접 밑그림을 그린 뒤, 뚝딱뚝딱 나무집을 만들어 가고 있다. 수업에 앞서 톱과 망치 등 작업 도구의 사용 방법을 익히고 안전수칙을 지키며 조심조심 완성해 나가는 중이다. 만들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동심과 호기심을 키우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고 있다.완성된 ‘트리하우스’는 5m 높이의 단풍나무 위에 설치된다. ‘트리하우스’ 제작에는 김제 ‘미즈노 씨네 트리하우스’의 주인공인 ‘미즈노 마사유’ 씨가 총괄을 맡았으며, 노송동 교육공동체 ‘니가 오니 참 좋구나’도 참여했다. 시민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줄 ‘트리하우스’를 구경하러 전주시청 노송광장에 나들이 가자. 예술놀이가 일상이 되는 야호! 예술학교바다색 산과 분홍색 숲,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토록 무궁무진하다. ‘야호! 예술학교’에 참여한 아이들은 놀이하듯 예술을 배우며 감수성과 상상력, 협동심을 키워 가는 중이다. ‘야호! 예술학교’는 지역 예술가 스물세 명과 4~6학년 아이들이 협업을 통해 예술 작품을 만들어 가는 문화예술 체험프로그램이다. 인봉초등학교, 대정초등학교, 풍남초등학교, 용흥초등학교, 양현초등학교 등 구도심의 5개 학교가 함께하고 있다.인봉초등학교를 찾은 박은주 작가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필요한 물건으로 교환하는 ‘둥글게 가게’를 아이들과 함께 제작해 운영하는 중이다. 김누리 작가는 아이들과 함께 ‘꿈이 있는 마을’이라는 커다란 그림을 그려 가는 중이다. 결과물 자체보다는 작업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뿌듯함을 중시하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술가와 아이들이 함께 만든 작품은 실내와 교정에 설치된다. 일상에서 예술을 통한 아이들의 성장기, 그 눈부신 변화를 기대해 보아도 좋다.
2020.11.23
#야호
#예술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