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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지구
제로 웨이스트 상점 ‘소우주’
친환경 가치 소비로 지구를 지켜라
소우주, 가게 이름이자 삶의 지향점기획과 영업을 맡은 언니 장한결 씨와 매장 운영과 상품 제작을 담당하는 동생 장한별 씨가 함께하고 있는 ‘소우주’. 개인의 행복과 평화를 위한 ‘제로 웨이스트’ 생활 방식을 제안하는 가게 이름이면서, 이들의 삶의 지향점이자 정체성을 나타내는 이름이기도 하다.“사업자등록을 낼 때 이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우선 사람들에게 제로 웨이스트 가게라는 특별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또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작은 우주라고 생각하는데, 그 작은 우주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을 통해 좀 더 행복하고 평화롭길 바라는 저희의 마음이 담겨 있어요.”‘소우주’는 원대하고 심오한 의미를 품고 지난해 10월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무턱대고 매장을 내기보다는 세 번 정도 팝업 스토어(짧은 기간 동안 운영하는 상점)를 연 후 가게 위치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기로 했다. 첫 번째 팝업 스토어는 원도심 고물자 골목 ‘공유공간 둥근숲’에 차렸다. 한 달 넘게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전주한옥마을 문화공간 Plan C(플랜C)에 두 번째 공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세 번째 팝업 스토어는 성매매 집결지를 문화로 바꿔 가는 서노송 예술촌의 ‘노송늬우스박물관’에 문을 열었다.“지금까지 세 번의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한옥마을에서 호기심에 저희 가게에 들른 관광객들을 만났을 때예요. 둥근숲이나 노송늬우스박물관은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찾아오고 있지만, Plan C(플랜C)는 한옥마을 관광객들이 호기심에 들렀다가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알고 갔거든요. 꼭 물건을 사지 않아도 저희가 하는 일에 대해 궁금해하고 배워 가는 그 시간이 정말 소중했어요.”현재 ‘소우주’에는 구연산, 과탄산소다, 베이킹소다, 세탁세제 등을 덜어 담는 리필스테이션과 비누, 고체 치약, 대나무 칫솔, 대나무 빨대 등 환경을 아끼는 제품들이 있다. 손수 뜨개질로 만든 삼베 수세미와 직접 제작한 장바구니, 광목 가방, 삼베 주머니 등 ‘메이드 인 소우주’ 제품도 있다. 두 사람은 올해 안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이다. 준비하는 도중에 기회가 생긴다면 팝업 스토어를 더 운영할 생각도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가슴 뜨거운 사람들두 사람은 어떻게 제로 웨이스트 삶을 실천하게 되었을까. 동생 한별 씨는 코로나19가 시작될 때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당시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인식은 있었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우연히 류준열 배우를 알게 됐는데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린피스의 ‘용기내 캠페인’과 제로 웨이스트, 플라스틱 프리, 채식 등을 접하게 됐어요. 그렇게 관련 제품들을 구매해 사용하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했어요.”한별 씨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던 그때, 전주에서 창업을 준비 중이던 한결 씨는 ‘소우주’를 기획하고 있었다. 그렇게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던 두 사람은 ‘소우주’를 탄생시켰다. ‘소우주’는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직접 제작·판매하는 일 외에도 관련 강연이나 환경보호 이벤트, 환경을 생각하는 플리마켓 등 다른 캠페인과의 협업에도 열심이다. 또 신문을 포장지로 재활용하고 플라스틱과 캔을 리필용품을 담아 가는 용기로 재사용하는 등 평소 환경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제 삶이 가볍고 편안해진 느낌이에요. 보통 머리를 감고 샤워할 때 다양한 용품들을 두고 쓰는데, 비누 하나면 다 해결되거든요. 간결해진 욕실을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져요. 환경을 위한 행동이지만, 스스로 행복해지고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답니다.”두 사람은 제로 웨이스트 실천이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고 말한다. 설거지할 때 플라스틱 수세미 대신 환경을 해치지 않고 생분해되는 삼베 수세미로 바꿔 쓰는 것, 그 작은 행동이 시작이라고. 한 사람의 우주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낀다는 ‘소우주’의 앞날을 뜨겁게 응원한다. 소우주주소 | 전주시 완산구 권삼득로 43(노송늬우스박물관)문의 | 010-7913-6196
2021.05.24
#제로 웨이스트
#재사용
#소우주
#용기내 캠페인
#플라스틱 프리
포장하지 않아요
용기를 선택한 쌀집 ‘늘미곡’
취향껏 조금씩, 신개념 곡물 가게전주시 중화산동 선너머로에 자리한 ‘늘미곡’은 지구를 생각하는 착한 가게다. 갖가지 곡물을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고, 지구를 지키는 다양한 친환경 용품을 살 수 있다. ‘늘미곡’은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서늘(33) 대표의 꿈의 공간이기도 하다.“어머니가 20년 넘게 잡곡을 유통해 오고 계시는데요, 한꺼번에 많은 양의 잡곡을 구매하면 신선도를 유지하는 게 문제였습니다. 뷔페처럼 먹고 싶은 잡곡을 그때그때 조금씩 사 가게 하고, 환경에 유해한 포장을 없애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서늘 대표는 해외 파머스마켓(정기적으로 여는 농산물 직거래 시장)을 보며 꿈을 구체화했다. 게다가 몇 년간 기업의 환경기사로 일하면서,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고, 제로 웨이스트 가게를 열게 됐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환경에 관심이 많거나,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할 요량으로 오는 사람들이다. 가족단위 손님들도 많고, 익산·담양 등지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가게 안에 들어서면 곡물들이 따로 포장되어 있지 않고, 벽면에 부착된 용기에 전시되어 있다. 서리태, 백태, 적두, 수수, 기장, 율무, 찹쌀, 현미 등 종류도 다양하다. 손님들은 신선한 잡곡을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사 간다. 곡물을 담아 갈 용기를 가져오면 5%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용기가 없다면 보증금 500원(반납 시 환불)에 생분해 용기를 대여할 수도 있고, 종이봉투를 이용해도 된다.1만 원 이상 구매하면 쿠폰 도장을 찍어 주는데 10개를 찍어 완성하면 3천 원 할인 혜택도 있다. 곡물 옆에는 야자 솔, 유기농 설거지 비누, 유기농 천연 세제 소프넛,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 대나무 빨대 등 지속 가능한 친환경 용품이 진열돼 있다. 서 대표가 직접 발품을 팔아 오래 쓸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발생이 적은, 환경을 생각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비용도 저렴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지구를 위해 욕심을 버린 착한 가게‘늘미곡’을 이용하는 손님들 대부분은 시중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신선하다고 말한다.“어머니 가게에서 갓 찧은 곡물을 저렴하게 가져오고 있어요. 영리를 추구하지만 욕심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이윤을 적게 남기고 있지요. 손님들에게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가치, 그런 공익 목적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서 대표는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오늘보다 더 나을 내일의 지구를 생각하는 모임 ‘나슬’을 만들어 친환경 용품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늘미곡’ 한편에서 일회용 랩을 대신할 천연 밀랍 다회용 랩을 만들고 있다. 자원 회수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는데,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플라스틱 병뚜껑 30개를 모아 오면 찰보리 500g으로 바꿔 준다. 환경도 생각하고 몸에 좋은 곡물도 생기는 일석이조의 프로젝트다.“손님에게 환경을 생각하는 방법을 안내해야 하니까 분리배출을 잘하고 친환경적으로 가게를 운영하려고 좀 더 노력하는 것이죠. 불편하지만 모두가 조금씩 실천하면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올해 상반기에 환경을 생각하는 협동조합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는 서늘 대표. ‘늘미곡’이 더 발전하면 공간을 넓히고, 세제와 화장품 등 대안 용품 리필과 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단다. “녹색 소비가 지구를 살린다.”는 문구가 유독 눈에 띄는 ‘늘미곡’에서 착한소비, 건강한 소비를 해 보면 어떨까. 늘미곡주소 | 전주시 완산구 선너머로 16, 상가 2동 1호문의 | 070-4240-0225
2021.02.23
#제로웨이스트숍
#친환경
#곡물가게
전주 그곳
대충 찍어도 인생샷! 전주 포토 스폿
전주천한벽교에서 한옥마을을 지나 남부시장까지 전주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주천은 자연과 함께 걷기에 좋은 길이다. 은빛 물결 일렁이는 억새 풍경도 훌륭하지만, 남천교 위 청연루에서 자연생태관까지 겨울 풍경을 한 컷에 담아도 좋다. 특히, 한벽교에서 남천교 중간에 있는 돌다리 위에 한복을 곱게 입고 서서 찍는다면, 막 찍어도 인생 화보다.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24 부근 전북대 한옥 정문과 문회루웅장한 자태를 드러낸 전북대 한옥 정문과 옛 중앙분수대 자리에 들어선 전통 한옥 누각인 문회루도 빠질 수 없는 사진 명소. 한옥의 아름다움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한옥 정문이나 45m의 법학전문대학원 앞에서 찍어도 좋지만, 짧은 겨울 해가 지고,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 문회루 주변 워터미러에 비친 환상적인 야경이 펼쳐진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서 따뜻한 불빛 조명을 배경 삼아 낭만적인 사진을 찍기에 딱 좋다.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567 세병호전주 북부권 신도심인 에코시티에는 자연과의 조화가 돋보이는 호수, 세병호가 있다. 봄에서 가을까지는 넓은 세병호와 주변 잔디밭을 배경 삼아 소풍을 즐기는 단란한 가족사진이 SNS에 자주 등장한다. 반면, 겨울에는 북유럽의 어느 한적한 숲속을 산책하는 모습이나 세병호 석양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많이 볼 수 있다.전주시 덕진구 세병로 174 경기전조선왕조의 숨결을 품은 경기전은 조선 건국 후 이를 기념해 건립된 곳, 그래서일까 이곳은 한복 입은 여행객이 즐겨찾는 사진 촬영 명소다. 여행객들은 태조 어진, 전주사고, 태실비 등 역사적인 장소 앞이나 경기전과 전동성당을 한 컷에 담을 수 있는 수복청 등에서 사진을 주로 찍는다. 하지만, 경기전의 최고 포토존은 사시사철 푸르른 대나무숲. 이곳에서 한복을 입고 찍는 사진이 특히 인기다.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44 전동성당한옥마을 1번지는 전동성당이다. 그러다 보니 사진 한 컷 담아내기가 뜨거운 취재 현장이다. 그나마 한적한 시간인 야간에 찍힌 야경 사진은 그윽하다. 이곳에서는 한복을 입고 찍는 사진도 인기지만, 빨간 벽돌 앞에서 일제강점기 1930년대풍의 원피스를 입고 찍는 것도 묘하게 어울린다. 성당은 겨울철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하지만, 기도하는 이들을 위해 성당미사예절을 지키는 것은 필수.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51 자만벽화마을?오목대에서 육교 건너 오래된 달동네인 자만벽화마을에 따스한 겨울이 찾아왔다. 지난 11월, 전국에서 전주를 찾은 예술가들이 벽화마을 곳곳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 넣는 ‘벽화 트리엔날레’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형형색색의 신상 새 옷을 입은 자만벽화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예쁜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 여행을 해 보자.전주시 완산구 교동 50-79
2020.12.24
#코로나
#비대면
#언택트
#인생샷
기획 특집
3·1운동 100주년, 전주 그날의 기억
시민의 기록물로 떠나는 시간여행
독립운동가의 빛나는 활약상 ‘독립혈사’을사조약 이후부터 8·15까지,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한 독립유공자들의 활약상을 담은 독립혈사(獨立血史). 1949년 4월 발간된 이 책은 안중근 의사,유관순 열사, 이봉창 의사, 안창호 선생 등 독립운동가의 활동이 기록돼 있다. 기증자 김은성 씨는 이 책을 아버지의 서재에서 발견하여 소장하게 되었다. 김은성 | 38·전주시 가련산로 3·1정신을 밝히노라 ‘민족선언서’민족의식을 고취하고 3·1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1952년 3·1운동 33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한 선언서. 대중적 보급을 위해 국한문혼용체(한글토)로 제작 간행되었으며, 이기연 어르신이 그의 부친 고 이정갑 선생에게 1980년 대 초반 물려받아 소장해 온 것이다. 이기연 | 74·전주시 진버들1길 일상에서 기억하는 방법 ‘잡지와 숙제장’잡지나 기념 노트 등은 일상에서 3·1운동을 기억하게 하는 민간 기록물들이다. 오늘날은 이런 민간 기록물들이 보존 가치가 높은 기록물로 인정받고 있다. 형근영 씨가 기증한 1970년 3월 호 잡지는 제51회 3·1절 기념식 사진을 표지로 사용하고 있다. 백성신 씨가 기증한 1980년대 숙제장은 유관순 열사 그림과 문구가 인상적이다.형근영 | 53·군산시 나운2길, 백성신 | 42·전주시 천잠로김구와 윤봉길의 투쟁사 ‘도왜실기’1932년 12월 중국 상하이에서 한인애국단의 투쟁상을 중국인에게 알리기 위해 김구 선생이 약술하고 1946년 엄항섭이 한글로 번역하여 간행한 책이다. 이 책에는 김구의 독립운동 활약상, 윤봉길 상해 폭탄 사건의 진상이 실려 있다. 고서 수집에 관심이 많은 기증자 이만호 씨가 소장하고 있던 책으로 전주시 기록물로 보존되기를 희망하여 기증하게 되었다.이만호 | 62·전주시 서신로우표는 역사다 ‘60주년 기념우표’우표는 많은 의미를 담아 발행되고 있는 기록물 중 하나다. 우표를 취미로, 또는 연구 목적 및 투자 수단으로 모으는 ‘우표수집가’가 많은 이유도 그 때문. 우표 수집가인 기증자 문정자·신순영 씨도 1969년 3·1절 50주년 기념우표 발행 설명 리플릿과 1979년 발행된 60주년 20원 권 기념우표를 수집, 보관하다 전주시에 기증하였다. 문정자 | 73·전주시 인봉2길, 신순영 | 50·군산시 동지곡길전북 독립운동 산역사 ‘3·1운동과 광복절 자료’3·1운동에서 평화통일운동에 이르기까지 전북의 항일운동과 통일운동의 역사를 한눈에 만날 수 있다. 전주YMCA가 발행한 신문·광복절 기념 조찬기도회 안내장·리플릿, 전북인권선교협의회가 발행한 전북의 3·1운동 자료집 등이다. 또, 전북지방 3·1운동 일기 및 민족대표 진술 내용이 실린 전북향토문화연구회의 회보인 전북문화 신문도 만날 수 있다. 조정현 | 52·전주시 견훤왕궁로, 이치백 | 93·전주시 안덕원로민족대표 33인의 결의 ‘독립선언서’민족적 항일운동의 도화선이 된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서 발표. 이 독립선언서를 1981년 3·1정신선양회가 일반인이 알기 쉽게 풀이해 책으로 발간했다. 이 책에는 기미독립선언서의 내용과 전라도 출신 독립운동가 백용성, 박준승 선생 등 민족대표 33인에 대한 소개 글이 담겨 있다. 이종근 | 54·전주시 따박골로 태극기 휘날리며 ‘3·1운동 태극기’1980년대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태극기. 기증자 김세신 어르신은 1980년대 3·1운동 기념행사에 사용된 ‘태극기’를 38년 동안 고이 보관해 왔다. 고문서 수집가이기도 한 김세신 어르신은 전주시에 기증한 태극기는 손잡이는 대나무로, 태극기는 종이로 각각 만들어졌으며 총 15점으로 그날의 정취가 지금까지도 살아 있다. 김세신 | 71·전주시 용머리로
2020.10.29
#기록물
#독립운동
#광복절
#민족선언서
#우표
멋진 하루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풀 한 포기에서도, 봄을 느끼다
숲이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안다자연에 관심이 많아지고 여가를 활용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삼림욕이나 숲 산책, 숲 해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숲과 자연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런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산은 어디인가요?”, “전주에서 제일 좋은 숲은 어딘가요?”, 그럴 때면 늘 내 대답은 같다. “제일 가까운 산이요.” 쉽고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좋은 숲이다. 그래서 자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먼저 집 앞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주로 도시이다 보니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투성이다. 길가나 담 틈에 자라는 식물을 발견하기도 어렵고 발견한다고 한들 그 이름도 알지 못하니 궁금증과 답답함이 더할 따름이다. 나무나 풀 이름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숲해설가도 아니고 따로 두꺼운 도감을 사지도 않았다면 가볼 만한 곳으로 식물원, 수목원, 휴양림을 추천한다. 식물원은 너무 인공적이고 휴양림은 너무 멀다. 그래서 수목원이 그나마 가장 가기 쉬운 숲이다. 아이들과 함께 떠난 수목원 나들이 공기가 제법 차가웠던 어느 날,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전주수목원을 찾아가 보았다. 생기 넘치는 봄을 느끼고자 들렀는데 아직 봄이 덜 왔다. 덜 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오기 시작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숲이 어떻게 한 해를 시작하는지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했다. 이제 막 여덟 살이 된 하서준 군과 장도율 군이다. 아이들은 관찰이나 산책 등 정적인 활동보다는 달리고 소리 지르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산책하며 중간중간 놀아 보았다. 아이들이 커다란 나뭇잎 한 장을 주웠다. 버즘나무가 작년 한 해 열심히 광합성을 하고 가을에 떨어뜨린 잎이다. 만져 보니 겨울을 나면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여 바삭하게 말랐다. 구멍을 내 가면처럼 써 보기도 하고 손으로 부셔 보기도 한다. 나뭇가지에 나뭇잎을 꿰어 들고 다니다 휙 버린다. 내달리다가는 술래잡기를 하자고도 하고 퀴즈를 내기도 한다. 그런 게 어린이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자연은 마치 어린이처럼 술래잡기하듯 어디로 숨어 버리고 알쏭달쏭 퀴즈처럼 내게 정답을 찾아보라고 문제를 던져 주기도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놀라움을 쉽게 찾아내면 좋겠지만 수목원에서 깊이 있는 원시 자연의 맛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거기에 맞게 대응하는 자연의 모습을 살짝 엿볼 뿐이다. 남도의 정취가 느껴지는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집 앞 공원의 조경도 계획적이다. 계절별로 항상 볼 수 있는 자연이 있어야 한다. 하물며 수목원의 설계와 조경은 더 하면 더하지 못하지 않다. 수목원마다 각자의 특징을 갖고 있고, 그 안에서 조화롭게 배치가 되어 있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는 담양의 죽녹원을 연상시키는 대나무숲, 겨울에도 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녹색을 간직하는 늘푸른넓은잎나무(상록활엽수)들이 많이 심어져 있고, 바늘잎나무, 잎지는넓은잎나무(낙엽활엽수)들도 적절히 배치가 되어 있다.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양치식물과 선인장, 관엽 식물들이 잘 가꿔진 유리온실, 현대적인 정원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꾸며진 정원박람회 작품, 중간중간 조각상들도 있고 그네도 매져 있다. 연인이나 가족끼리 오면 딱 좋은 곳이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의 특징을 한 가지만 말하라고 한다면 한눈에 봐도 남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부 수종들이 눈에 많이 띈다. 늘푸른넓은잎나무(상록활엽수)들과 배롱나무, 대나무가 그것인데 특히 신석정 시인이 “내가 죽거든 무덤 앞에 태산목을 심어 달라”고 말할 정도로 사랑했다는 나무, 태산목이 여러 그루 심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태산목을 좋아하는데 목련과 중에 유일한 늘푸른나무(상록수)이며 꽃이 크고 화려하며 향이 좋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잎이 반들반들하니 한번 만져 보고 싶은 질감을 갖고 있다. 아직은 한 아름이 안 되는 나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힘들고 지친 이들이 기댈 수 있는 거목이 될 것이다. 애기동백도 붉게 정열적인 모습을 수줍게 드러내며 피어 있고, 배롱나무도 매끈한 나무껍질을 자랑한다. 다른 수목원에서 보기 어려운 모습들이다. 꽃을 피우며 새봄을 준비하는 자연아직은 앙상해 보이는 나무들도 가지 끝마다 겨울눈이 통통해져서 조만간 새잎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들은 햇빛을 가로막지 않으니, 햇빛이 그대로 땅에 내려와 풀들이 햇빛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이미 많은 나무들 아래엔 셀 수 없이 많은 봄풀들이 자라고 있다. 주로 가을에 싹을 내고 그대로 겨울을 난 후 이른 봄 누구보다 빨리 꽃을 피우는 로제트 식물들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달맞이꽃, 냉이, 민들레, 뽀리뱅이, 질경이가 바로 그런 로제트 식물들이다. 이른 봄, 거대한 나무 틈 속에서 조용히 꽃 피울 준비를 하는 로제트 식물들은 새봄을 준비하는 우리의 마음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와 이야기는 관심이 없는 이에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결국 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너무 멀리 있는 희귀한 식물을 보기보다 발아래 가까이 있는 풀 한 포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연 공부라고 생각한다. 글 황경택 | 생태만화가황경택 씨는 만화가이자 생태놀이 안내자다. 숲에서 그림을 그리며 배운, 지혜로운 동식물의 생존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만화를 그리고 재미있는 생태놀이도 만들고 있다.
2020.10.28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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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온실
#정원
전주의 꽃심
“내 삶의 소소한 기록이 전주의 역사가 됩니다”
탁경식 어르신이 추억하는 전주의 옛 모습
온 동네가 부채를 만들던 석소마을1968년 우아동 농지를 사면서 뙤집을 함께 샀습니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낯선 뙤집은 잔디와 흙을 쌓아 지붕을 얹은 집이에요. 쉽게 말하면 초가집이라고 할 수 있죠. 당시에 샀던 그 집은 석소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었고,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인 김동식 명인의 외조부가 사시던 집이었습니다. 듣기로는 조선시대부터 부채를 만든 집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그 집이 훗날 석소마을이 부채마을로 불린 시작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죠. 인후동, 진버들, 산등성이 너머 마을까지 부채를 만들던 시대였습니다. 당시 석소마을에 살던 김동식 명인의 이모, 이모부, 외삼촌 등 외가가 모두 부채를 만들었어요. 그때가 석소마을이 부채를 한창 만들던 때였거든요. 여름엔 마루에 앉아서, 겨울엔 아랫목에 자리를 잡고 부채를 만들곤 했지요. 아중지구가 개발되기 전까지 석소마을에선 온 동네가 함께 부채를 만들었습니다.흔히 부채를 한 사람이 만든다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아요. 대나무 깎는 사람, 대나무에 풀을 발라 한지를 붙이는 사람, 손잡이에 달린 고리만 만드는 사람, 여러 사람 손을 거쳐야 비로소 부채 하나가 완성됐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부채를 저도 하나 구입했지요. 당시 쌀 한 말 가격을 줬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그 부채가 김동식 명인의 외삼촌, 이모, 이모부 손을 거쳐 김동식 명인의 손에서 완성된 부채예요. 행복했던 시절을 사진으로 기록하다석소마을에 살던 20년 동안 사진을 참 많이 찍었습니다. 먹고살기 힘든 와중에도 참 열심히 찍고 다녔어요.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 가족들의 삶을 사진으로 남기면 그게 바로 우리 가족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역사가 별건가요? 사진 한 장만 봐도 역사가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특별한 순간만 찍은 것도 아니에요. 마루에 걸터앉아 웃고 있는 어머니와 아이들 모습, 아이들이 강아지와 즐겁게 놀던 모습, 이사하던 날 트럭에 짐을 싣는 모습 등 일상적인 순간들을 찍었습니다. 가족들 모습 외에도 간직하고 싶은 순간은 모두 사진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전주시에 기증한 옛 아중초등학교 사진과 1982년 전국소년체육대회 사진도 그렇게 찍은 겁니다. 딸아이가 중앙여고를 나왔는데 1학년 때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여했어요. 그때 따라가서 찍은 사진인데 그때 그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사진을 보면, 아름다웠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게다가 그 당시 종합운동장의 모습이 담겨 있으니 전주의 역사를 담은 사진이기도 합니다. 개인의 역사가 전주의 역사가 되다역사라는 게 어찌 보면 아주 대단한 게 아니에요. 우리 삶 자체가 역사로 남는 거니까요. 제가 전주시에 기증한 기록물들도 그저 제 삶의 일부분일 뿐입니다.만약 저 혼자 간직했다면 그저 추억에 지나지 않았을 테지요.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예전 전주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빌딩이 생기고,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가 과거에는 논밭이었고 초가집이 있었다는 사실을 많이들 모르잖아요. 우아동 농지와 토지 매매계약서를 비롯해 뙤집 사진, 옛 아중초등학교 사진, 1982년 전국소년체육대회 사진 등이 결코 대단해서 기증한 게 아니에요.하지만 과거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시 땅 한 평을 160원 주고 샀어요. 자필로 쓴 매매계약서에 그 사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매매계약서 한 장에서도 그 당시 땅값을 확인할 수 있으니 그게 바로 역사가 아닙니까? 소소한 삶도 소중한 역사가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문서 한 장, 사진 한 장이 개인을 넘어 전주의 역사로 남을 테니까요. 내 삶을 기록했을 뿐인데 전주의 역사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 근사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부디 기억하지 말고, 기록하길 바랍니다. 탁경식(75) 어르신은 ‘부채마을’로 불린 석소마을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동안 모아 온 기록물들을 전주시에 기증해 제3회, 제4회, 제5회 전주기록물수집공모에서 연달아 수상하기도 했다.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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