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코로나19로 달라진 삶의 풍경
무관객으로 치러지거나 미뤄지거나, 코로나19가 전주의 축제도 바꾼다
2020.06온라인에서 만나요 - 전주국제영화제 무관객 개최
2000년 이래, 전주의 봄은 전주국제영화제로 절정을 이루었다. 자유로운 표현과 사회 통념으로부터의 독립, 영화를 통한 세계와의 소통을 지향하며 올곧게 걸어온 전주국제영화제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제’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해마다 전주의 봄을 들뜨게 했던 전주국제영화제,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그 역사를 이어 간다. ‘영화, 표현의 해방구’라는 표제를 내걸고 45개국 200여 편의 영화와 함께하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애초 예정보다 한 달가량 연기된 5월 28일에 막을 연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행사 규모를 축소해 비공개·무관객 영화제를 개최하기로 해 아쉬움을 남긴다. 다만, 본 행사가 끝난 뒤 장기 상영회를 통해 전주 시민들과 영화 팬들을 만날 것을 약속했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렇게 치러진다. 우선, 개막일인 5월 28일부터 6월 6일까지 열흘 동안을 ‘원(原) 개최기간’으로 정하고, 6월 9일부터 9월 20일까지 약 15주간의 기간을 장기 상영기간으로 재구성하였다. 코로나19 환경에 대처하는 전주국제영화제만의 새로운 시도인 것이다. 원 개최기간에는 경쟁 부문 중심의 영화제를 오프라인에서 개최한다. 각 부문 심사위원과 초청작의 감독·배우·스텝 등 최소 인원이 참여해 1회씩 관람한 뒤, 심사를 거쳐 시상한다. 코로나19의 영향권 아래 있을 수밖에 없는 원 개최기간에는 영화제 본연의 역할인 심사 및 시상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제작자와 감독이 동의한 작품만 온라인 플랫폼 웨이브(wave.com)에서 96편의 영화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후 6월 9일부터 9월 20일까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과 영화의거리 내 상영관 등에서 올해 초청작 174편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장기 상영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장기 상영회는 매년 가을 열리는 ‘폴링인전주’ 기간인 9월 20일까지 진행되니, 영화제를 손꼽아 기다려 온 시민들이라면 놓치지 말자.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 퀘이 형제를 조명하는 특별전시도 팔복예술공장에서 6월 21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생활 속 거리 두기’이행에 따라 전시 관람을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며, 손 소독과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관람 등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할 계획이다. 올해도 여느 때와 같이 동시대 영화예술의 대안적 흐름을 제시하고, 독립·실험 영화의 최전선을 달리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낯설고 다양한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쳐낼 준비를 마쳤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다사다난했던 올봄을 어떤 장면으로 매듭지을지 기대해 보아도 좋겠다.
아쉽지만 8·9월에 만나요 - 전주한지문화축제, 문화재 야행
예부터 전주는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던 만큼, 전주의 이름을 당당히 내세운 축제도 여럿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계절 내내 갖가지 축제들로 전주는 들썩였다. 전주한지문화축제는 천년의 세월을 간직해온 전주한지의 전통을 계승하고, 전주문화재야행은 낭만적인 밤으로 전주시민을 잠 못 들게 한다. 그러나 올해 전주를 대표하는 축제들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시민을 찾아온다.
전주한지문화축제는 질기고 고운 천년 종이 전주한지의 우수성을 세계 속에 알리는 축제로 자리매김해 왔다. 제24회를 맞이하는 올해 축제는 공예·패션·산업대전으로 각각 3회에 걸쳐 분산 개최를 결정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한지공예 예술인들이 솜씨를 겨루는 전국한지공예대전은 5월 29일부터 6월 7일까지 한국전통문화전당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색색의 한지 옷으로 다채로운 한스타일을 선보이던 전주한지패션대전 역시 5월을 눈부시게 장식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여름으로 연기되었으며,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전주한지산업대전은 전국 40개 업체의 참여로 인쇄·미술·공예·응용 분야 주제관을 설치해 한지의 쓰임을 시민들과 방문객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달빛이 스러지는 한옥 지붕 아래, 소중한 동행과 함께 걷는 밤의 축제 전주문화재야행은 상반기 5월 행사를 8월로 옮겼다. 그래서 올해는 8월 8일과 9일, 9월 12일과 13일 두 번에 걸쳐 행사가 펼쳐진다.
전주문화재야행은 문화재청이 최우수 야행으로 선정한 데 이어,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꼭 가봐야 할 야간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색다른 체험콘텐츠로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유도했으며, 지역예술가와 청년들의 역량이 십분 발휘되는 축제였다. 더욱 풍성한 투어 코스와 공연, 프로그램을 한가득 안고 돌아올 전주문화재야행. 깊은 여름밤과 고즈넉한 가을밤의 한옥마을로 나서 보자.
아쉽게 취소된 행사도 있다. 대한민국 대표 춤꾼들의 역동적인 춤사위로 열정을 발산하던 힙합 축제 전주비보이그랑프리가 그것. 해마다 힙합을 꿈꾸는 청춘들이 모여 뜨거운 향연을 펼쳐 왔지만, 올해 5월 행사는 아쉽게도 코로나19의 여파로 취소되며 내년을 기약하게 되었다.
5월 말부터 다시 만나요 - 한옥마을 문화행사, 전주 브랜드 공연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각종 문화행사도 기지개를 켠다. 5월 말부터 재개되는 오로지 전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5월 29일부터 10월까지 경기전에서 진행되는 문화행사프로그램을 만나본다. 경기전 수문장 교대 의식인 ‘경기전을 지켜라’는 6월 6일부터 오후 2시부터 오후 3시까지, 경기전에서 펼쳐지는 국악 퓨전 공연 ‘수복청 공연’은 6월 6일부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3시 30분에서 4시 30분까지, 경기전 특별 야간 탐방 프로그램 ‘왕과의 산책’은 6월 6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8시에서 10시까지, 이야기 술사들이 조선의 역사문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기전 사람들’은 5월 30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에서 오후 3시까지 열린다.
전주한벽문화관 혼례마당에서 펼쳐지는 전주 브랜드 공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평일 상설공연으로는 판소리 <춘향전> 중 ‘변사또 생일잔치’ 대목을 현대적 음악 기법과 결합해 다채롭게 재해석한 마당 창극 <변사또 생일잔치>가, 주말 상설공연으로는 삼천동·중인동 지역에서 구전되는 설화인 ‘용을 쫓는 사냥꾼’들의 황당한 모험기를 담아낸 마당놀이 <용을 쫓는 사냥꾼>이 진행된다. <변사또 생일잔치>는 5월 29일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반, <용을 쫓는 사냥꾼>은 5월 30일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 7시 30분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