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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견문록
전주 흑석골 한지마을에서 완주 소양 대승한지마을까지
그윽한 한지의 결을 따라
K-한지마을(흑석골)의 세계화를 위하여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밟으며 흑석골로 들어선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한지를 넘길 때의 소리처럼 정겹다. 산이 두루마리 화장지를 펼쳐 놓은 것처럼 아늑한 이곳은 바위가 반절, 흙이 반절이어서 ‘반석리’라고 했는데, 이 바위조차 모두 검은빛을 띠고 있어서 ‘흑석골’이라고 부른다. 전주교(전주다리)에서 완주 구이를 가다 보면 공수내 다리가 나오는데, 거기에서 동쪽으로 뻗은 계곡을 올라가면 흑석골이 나온다. 이곳의 계곡물은 1년 내내 마르지 않아서 전주 특산물인 한지 공장이 들어서기에 좋은 입지 조건이 되었고, 한지골(한지 골짜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곳은 한지의 재료인 닥나무가 많이 생산되어 종이 원료를 쉽게 얻을 수 있었고, 지공(紙工)과 공장이 운집했던 곳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한지를 만들었고, 아버지를 돕다가 또는 형을 돕다가 자신도 한지를 만드는 일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곳, 뒷집도 그리고 한 집 건너 이웃집도 한지를 만들었던 곳이다. 또한 한국 전쟁으로 인근 지역의 한지공들이 흑석골로 피난을 왔고, 이후에는 국가적 재건과 수출 호황으로 흑석골에 한지 생산 단지가 형성되었다. 60~70년대 흑석골 주민들은 한지를 떠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기도 했다. 오늘날 흑석골의 모습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지만 흑석골에 대한 기억과 삶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산을 따라 걷는 길에 만난 집들은 구겨지고 접힌 한지처럼 서로 이마를 마주 대고 나지막이 속삭이고 있다. 앞으로 이곳 근처 어딘가에 K-한지마을이 조성될 예정이다. 닥나무 경관림을 조성하고 한지문화예술촌을 만들고 한지인연수원과 한지역사기록관이 들어설 계획이다. 한지마을 조성사업이 전주 한지의 세계화를 위한 구심점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흑석골(한지골)에 있는 전주천년한지관 고덕산을 향해 가다 보면 왼쪽에 학산 안내도가 나오는데 그 맞은편에 전주 천년한지관이 있다. 한지의 전성기와 쇠락기, 그리고 새로운 비상을 앞둔 지금, 한지의 중심 도시인 전주 흑석골에 시간을 돌고 돌아서 전주천년한지관이 세워졌다. 원래 전주천년한지관은 한지의 우수성과 가치를 알리고, 제조 방법을 교육하며, 한지를 복원하기 위한 원료를 보급하고 한지를 제조할 목적으로 세워졌지만, 우리는 이곳을 통해 타임머신을 타고 한지의 번영과 굴곡의 시간들을 소환하고, 앞으로 한지의 미래를 조망할 수 있다. 전통 한지 제조체험관에서는 누구나 한지를 만들어 볼 수 있는데, 한지 제조 과정은 다음과 같다. 채취한 닥나무를 찌는 ‘닥무지’를 한 다음에 닥나무 껍질을 벗기는 ‘닥피’를 거친다. 그 닥피 속의 껍질을 잿물에 넣고 삶는 ‘중해’를 한 후, 세척과 표백 작업을 거친다. 그다음 닥돌 위에 닥피를 올려놓고 방망이로 두드리고 짓이기는 ‘고해’와 지료를 제조하는 ‘초지’, 대나무 발로 종이를 떠서 물을 빼는 ‘압착’, 물기를 말리는 ‘건조’, 끝으로 덜 마른 종이를 매끄럽게 하기 위한 ‘도침’ 과정을 거쳐 종이가 완성된다. 한지 제조 과정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섬세함, 끈기와 인내를 엿볼 수 있고, 자연 속에서 재료를 취하고 자연을 해치지 않았던 친환경적인 삶의 지혜는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는 자연보호와 그 결이 같음을 볼 수 있다. 완주 대승한지마을에서 만난 한지의 숨결 논과 밭은 누렇게 익은 벼로 가득하고 참새 떼들은 그 벼 사이를 마구 쏘다닌다. 어른들의 ‘훠어이 훠어이’ 하는 새 쫓는 소리가 들릴 듯한 이곳은 완주군 소양면에 자리한 대승한지마을이다. 고풍스러운 한옥으로 지어졌고 400여 년 전부터 맑은 물과 닥나무를 이용해 전통 한지를 만들어 온 곳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으로 들어간 곳은 승지관이다. 한지를 이용해 만든 생활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넥타이, 스카프, 액자, 부채, 지갑, 인형, 의복, 침대까지 한지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점이 참으로 놀랍고,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한지의 쓰임새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다음으로 들어간 곳은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한지제조장과 체험관이다. 한 그루의 닥나무가 한지가 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질기면서도 부드럽고 우아한 한지를 만드는 공간을 둘러보며 종이 한 장에 담긴 자연과 인간의 협업을 떠올리게 한다. 한옥 스테이는 자연의 고즈넉함 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문풍지 소리와 풀벌레 소리, 방문 창호지에 비친 달빛을 만날 수 있는 힐링 장소이다. 8개의 방과 총 80여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세미나실이 있다. 올가을 가족, 친구 또는 연인과 예스러운 정취를 맛보고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대승한지마을에 한번 놀러 와 머물기를 바란다. 투호, 그네뛰기, 굴렁쇠 굴리기 등의 전통 놀이와 함께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면 허기진 마음에 풍성함을 담아 가리라 생각한다. 알아 두면 재미 100배 이곳도 한번 들러 보세요! 총 24km (차로 약 30분 소요) 학산숲속시집도서관 학산과 장천제가 어우러진 숲속 힐링 공간으로 작은 오두막집 같은 시 특화 도서관이다. 장천제에는 나무 데크로 순환 산책로가 조성돼 걷기 편할 뿐 아니라 호수에는 비단잉어가 산다. I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2가 산 81 서학예술극장 전통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주로 전통 예술가들과 다양한 장르의 공연 예술가들이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감동의 무대를 선사한다. 주민들과 문화 예술을 가까이에서 공유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I 전주시 완산구 장승배기로 342, 4층 완주 모래재로 완주와 진안을 연결하는 모래재는 교통량이 적고 곡선의 도로가 아름다워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가을이 되면 완주군 소양면 신촌리에서 시작되는 오색빛깔 단풍터널에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까지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I 완주군 소양면 화심리 완주소양캠핑장 총 62면의 사이트, 잔디, 데크 등을 보유하고 있다. 주변에 송광사를 비롯해 위봉폭포, 대아호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다. I 완주군 소양면 해월신왕길 144-19
2024.10.23
#가을
#여행
#산속
#숲속
여름 특집 ; 전주 vs 전주
책 vs 영화 I 책
우리가 기다려 온 도서관
영어 놀이부터 출판 체험까지, 서신도서관·완산도서관 재개관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의 출발지는 단연 도서관이다. 새 단장을 마친 도서관으로 향하는 독서가들의 발걸음엔 설렘과 반가움이 가득하다. 서신도서관은 영어 특화 미래형 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가장 큰 특징은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영어에 한 걸음씩 다가설 수 있는 수준별 영어자료실 조성이다. 영어 독서 수준 진단을 비롯해 다양한 영어 관련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3층엔 꿈을 탐색하는 책놀이 공간인 어린이 자료실이, 4층엔 미래를 위한 지식의 보고인 종합자료실과 강의실이 들어섰다. 5층은 편안한 분위기의 열람실과 무인카페, 옥상정원까지, 누구나 누리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정보 통신 기술(ICT) 기반 시스템을 도입해 디지털 감성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미래형 도서관으로 거듭났다. 도서관을 안내하는 마스코트 로봇인 ‘부키(book+key)’와 친구가 되어 보면 어떨까? 완산도서관도 새로운 모습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자료실과 다목적실을 비롯해 전시와 공연 공간, 영상편집실을 두루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채로운 문화 활동이 펼쳐진다. 아늑한 창작 공간인 ‘자작자작 책 공작소’에선 시민 작가들의 집필 활동이 한창이다. 출판체험실에선 제본과 출판의 과정을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다. 서신도서관 완산구 서신천변14길 10 운영시간 8:00~22:00 (금요일·공휴일 휴무) ※각 자료실 별 운영 시간은 다릅니다. (열람실은 1월 1일, 추석, 설날 당일만 휴무) 완산도서관 완산구 곤지산4길 12 /p> 운영시간 9:00~22:00 (금요일·공휴일 휴무) 시와 자연의 교감, 학산숲속시집도서관 맑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숲속의 여백 같은 공간,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을 찾을 때는 시간을 넉넉히 비워 두는 게 좋다. 푸르게 물오른 바깥 풍경에 자꾸만 시선을 빼앗기니, 짧은 시집 한 권을 읽는 속도가 평소보다 더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표 시인들의 친필 사인 시집을 비롯해 세계 각국 원서 시집,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시화집까지 만날 수 있다. 학산숲속시집도서관 완산구 평화동2가 산81 운영시간 9:00~18:00(월요일·공휴일 휴무) Tip. 이색적인 북캉스, 전주 도서관 여행 특화도서관과 시립도서관, 복합문화시설을 방문해 전주 도서관 여행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체험을 즐기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이다. 구석구석 ‘하루코스’와 쉬엄쉬엄 ‘반일코스’로 나누어 책문화, 예술문화, 그림책, 정원 등 일곱 가지 테마의 코스를 운영하고 있으니 취향 따라 다양하게 즐겨 보자. 운영기간 ~11월 30일 / 매주 토요일 3회 / 회당 15명 예약방법 누리집(lib.jeonju.go.kr)에서 예약 가능 (책의 도시 전주 → 전주 도서관 여행 → 신청 → 체험료 입금) 체 험 비 성인 6,000원 / 어린이·청소년 5,000원(하루코스 기준) 문 의 063-230-1842
2024.07.23
#서신도서관
#완산도서관
#학산숲속시집도서관
전주에 길이 있다
전주의 길을 따라 찾아보는 명소 기지로-중동로
혁신의 길 위에서 삶을 껴안다
혁신을 혁신하는 곳 혁신이라는 단어에는 기존의 것을 뛰어넘는다는 뜻이 있다. 그러니 혁신도시는 기존의 것을 뛰어넘는 도시다. 전주와 완주군 사이에 조성된 전북혁신도시 또한 개발된 이래로 기존 도시가 갖고 있던 기능에 혁신을 더해 꾸준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곳에 농촌진흥청, 국민연금관리공단, 한국국토정보공사 등 여러 공기업이 밀집한 이유도 그러하다. 나날이 늘어나는 인구와 기업, 상점, 근린시설로 인한 전북혁신도시의 팽창은 외적 팽창만이 아닌 내실 있는 팽창으로 이어진다. 모름지기 겉만 봐서는 모르는 게 사람이듯 도시도 그러하다. 외형에만 치우친 성장이 아닌 사람과 자연이 함께 성장하는 곳이야 말로 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이다. 그런 면에서 혁신도시는 모두에게 공평한 성장을 도모한다. 이것이 전북혁신도시가 추구하는 혁신의 참모습이다. 혁신의 길은 인간과 자연의 놀이터 혁신도시에서는 서둘러 걸어야 할 것 같다. 이곳은 말 그대로 혁신도시이기에. 그런데 바삐 걷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찬찬히 살핀다. 언뜻 보면 회색 건물이 병풍처럼 도시를 에워싼 것 같지만 사실 혁신도시는 태초부터 자연을 품었다. 그러니 도시 곳곳에 발길을 멈추고 싶게 만든 공간이 한두 곳이 아니다. 물푸레나무의 우듬지, 바람이 핥고 지나간 자리에 새겨진 수면의 잔물결, 청둥오리 가족의 투덕거리는 사랑싸움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삼키는 그곳을 바라보고 있자면 한없이 경건해진다. 마음이 겨울의 초입에서 소멸하는 모든 것에 다정한 눈길을 주게 된다. 혁신도시의 길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도시의 숲속 엽순근린공원 언덕배기를 올라갔다 싶으면 어느새 내리막길이고 또다시 구불구불한 길이 나오는 그야말로 걷는 재미가 있는 엽순근린공원이다. 잘 조성된 녹지 위로 나붓이 내려앉은 아담한 호수는 이곳의 명소다. 호수를 머리맡에 두고 낮잠에 빠져도 좋다. 자연의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발을 까딱이다 보면 뭉쳐진 마음이 어느새 스르르 풀린다. 모두를 위한 아름다운 기지 전주혁신도시 복합문화센터 놀이터를 비롯해 도서관, 창작실, 다목적홀 등 크고 작은 공간을 두고 아파트와 상가 밀집 지역에 위치한 복합문화센터는 각 층마다 목적에 맞게 ‘00기지’라고 표기하고 있다. 기지제의 기지와 다양한 활동의 거점이라는 뜻의 기지, 두 가지 뜻을 모두 갖고 있는 이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기지를 한껏 발휘해 보자. 오늘 하루는 내가 영웅 VR플러스 전북전주점 VR플러스는 VR(virtual reality)로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진로 체험 ‘꿈길’에 까다로운 심사 조건을 통과하여 지정된 전북 최초 VR체험장이다. 공포게임부터 전투, 액션, 슈팅게임까지 다양한 게임을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스트레스 해소와 진로 체험을, 어른은 잠깐이지만 영웅이 될 수 있는 시간이다. 맛과 건강 모두 사로잡은 효모의 집 ‘효모의 집’은 앙버터부터 롱다리빵까지 주인이 직접 발효한 천연효모로 48시간 저온 숙성시켜 빵을 만든다. 맛도 맛이지만 먹는 이의 건강을 우선으로 여기는 주인장의 다정한 고집이 멀리서도 효모의 집을 찾는 이유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건강이 빵빵하게 차오른다. ‘효모의 집’ 외에도 혁신도시에는 소비자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빵집이 곳 곳에 있으니 방문해 봄직하다. 운동이 더없이 즐거워지는 곳 라온체육센터 즐겁다는 뜻의 라온체육센터는 아파트와 주택이 밀집된 곳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센터의 1층에는 개방형 로비 양쪽으로 수영장과 체육관이 있다. 체육관은 요일별로 배드민턴과 농구를 할 수 있고 수영장은 일반인과 유아를 위한 풀이 있다. 유아풀은 통유리창을 통해 안을 볼 수 있다. 언제든 가까운 곳에서 운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풍요롭다. 윤슬을 눈동자에 새기는 시간 기지제 기지제는 풍부한 수량과 너른 녹지공간이 일품이다. 기지제 주변에 카페가 많은 이유다. 창 넓은 카페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놓고 기지제의 일품에 눈을 맞추면 자신도 모르게 호수에 반짝이는 윤슬만큼이나 아름다운 눈을 갖게 된다. 자연과 동화되는 순간, 삶이 반짝반짝 빛난다.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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