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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사람
장애견 입양한 양연주 씨
다홍아, 우리에게 와 줘서 고마워
공고번호 00726이 다홍이가 되기까지 양연주 씨가 다홍이를 처음 본 건 동영상을 통해서였다. 서너 마리 정도의 개들이 생활하는 뜬장 한구석에 조그만 개 한 마리가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자기를 봐달라고 팔짝팔짝 뛰는 다른 개들과 달리 녀석은 미동도 없었다. 마치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처연했던 그 모습이 양연주 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임시 보호를 자처한 것이다. 이미‘반달’이라는 반려견이 있었지만, 녀석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2020년 9월 18일 양연주 씨와 유기견의 인연은 시작됐다. ‘공고번호 00726’이라 불린 유기견에게는‘다홍’이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줬다. “순한 이름은 지어주고 싶지 않았어요. 붉은 다홍색처럼 화려하게, 기운 넘치게 살아가길 바랐거든요.” 사실 다홍이는 구조 당시부터 병을 껴안고 있던 상태였다. 다리와 갈비뼈는 부러져 있었고, 귓병과 피부병에 심장 사상충까지 감염돼 있었다. 다행히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200만 원의 치료비가 모금됐고, 다홍이의 치료도 시작됐다.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병원을 오가며, 지극정성으로 다홍이를 돌본 양연주 씨. 비록 오른쪽 앞다리에 장애가 남았지만, 뜬장에서 나올 때 1.6kg이던 다홍이는 어느새 3.2kg이 될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 됐다. 무려 두 배가 넘는 무게. 양연주 씨가 찌운 사랑의 무게인 셈이다. 해외 입양 대신 가족의 품으로 임시보호자와 보호견으로 만난 양연주 씨와 다홍이. 두 사람에게도 이별의 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함께 지낸 지 10개월이 됐을 무렵. 다홍이를 구조한 분으로부터 해외 입양 권유를 받게 된 것이다. 다홍이의 나이는 12살. 노령에 장애를 안고 있던 탓에 국내 입양 문의가 전혀 없던 상황이었다. 기댈 곳은 해외 입양밖에 없었지만 양연주 씨는 걱정이 앞섰다. “12살이니까 해외에 더 못 보내겠더라고요. 살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그 먼 곳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나 싶었어요. 낯가림도 심한데, 낯선 곳에 가서 어떻게 지내나 걱정도 되고요.” 해외 입양을 정중히 반려하고, 국내 입양을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입양 문의는 0건. 그 사이 양연주 씨는 다홍이에게 평생 가족이 돼주기로 마음먹었다. 다홍이가 장애견과 노령견이라는 사실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치료 과정에서 생긴 장애는 오히려 입양에 대한 결심을 굳히게 했다. 다른 유기견보다 도움이 필요한 다홍이를 품는 게 맞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가진 입양처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익숙한 사람과 공간 속에서 다홍이가 여생을 보내게 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홍이는 양연주 씨 가족 안에서 한층 밝아졌고, 편안해졌다. 구석에만 웅크리고 누워서 곁을 안 주던 다홍이가 문 앞으로 달려 나와 꼬리를 흔들고, 스스럼없이 양연주 씨 머리맡에 누워 잠이 든다. 또 다른 반려견‘반달’이와는 단짝이 됐다. 좁디좁은 뜬장에서는 감히 꿈꾸지 못했던 행복한 다홍이의 인생이 펼쳐지고 있는 중이다. 다홍이로 인해 더 활발해진 봉사 활동 요즘 양연주 씨의 행복은 다홍이에게서 나온다. 산책하러 나가면 마치‘언니 나 행복해요’라고 말하듯 환하게 웃는다는 다홍이.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양연주 씨의 행복감은 최대치로 오른다. 작은 강아지가 건네주는 사랑의 값이 제법 크다. 자고로 받은 사랑은 돌려주는 것. 양연주 씨는 다홍이를 만나기 전부터 해오던 유기견 봉사활동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단순한 후원에 그치지 않고, 보호소를 찾아가 청소를 하고, 유기견들의 입양처를 찾아주는 일도 도맡고 있다. “힘들었던 강아지들이 좋은 가족을 만나고, 유기견이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요. 봉사하는 보람도 크고요. 그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게 다홍이에요.”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유기견 입양을 권유하지 않는다. 다홍이처럼 장애가 있든 없든 유기견이 가진 조건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가족을 들인다는 마음으로 보호소를 찾은 사람에게만 다리를 놔준다. 까다롭지만 그것이 유기견도 사람도 함께 행복해지는 길이라 믿는다. 유기견들의 동반자 양연주 씨. 그녀의 바람은 하나다. 더 많은 다홍이들이 자신을 가두던 뜬장에서 벗어나 가족 곁에서 따뜻한 봄을 맞이하기를. “보통 장애견은 돌봐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함께해보면 알아요. 살아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된다는 걸 말이에요” 반려동물과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특별한 사연을 편집팀(063-281-5026)으로 추천해 주세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려 드립니다.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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