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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밖 전북
전주에서 김제까지
모험과 탐험의 놀이터에서 걷고 뛰고 오르며 놀다
햇살·바람·나무와 친구 되는 띵까띵까 베짱이숲 아이들에게 숲은 그냥 숲이 아니다. 흙도 만지고, 나뭇잎과 나뭇가지로 친구 얼굴도 만들고, 통나무를 오르며 성취감도 맛보고, 개미를 쫓아 한참을 기어가기도 하는, 모험과 탐험의 공간이다. 숲에서는 그 어떤 규칙도 필요 없다. 그렇기에 아파트 놀이터의 놀이기구와는 사뭇 다른 놀이기구들 앞에서 아이들은 절대 기죽지 않는다. 내 마음대로, 내 상상대로 놀면 그만이다. 이러한 숲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무럭무럭 자라난다. 전주에는 이렇게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숲 놀이터 '야호 아이 숲'이 여덟 군데나 있다. 각각의 숲 놀이터는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임금님숲, 딱정벌레숲, 떼구르르 솔방울숲, 꼬불꼬불 도토리숲, 띵까띵까 베짱이숲, 신기방기 도깨비숲, 알콩달콩 고슴도치숲, 들락날락 두더지숲. 오늘 아이들과 함께 여행할 목적지는 건지산에 있는 띵까띵까 베짱이숲. 유치원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베짱이처럼 신나게 놀기를 바라며 찾은 곳이다. 덕진 체련공원 옆 화장실을 지나 50m 정도의 숲길을 걸으면 띵까띵까 베짱이숲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늘어지게 놀 요량으로 찾은 숲 놀이터는 하늘로 쭉쭉 뻗은 키 큰 나무들이 반긴다. 그 나무들 사이로 나무로 만든 갖가지 놀이기구들이 있다. 사다리를 타고 오두막에 오르니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놀이기구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만들어진 게 없었다. 얼핏 보면 무심하게 툭 걸쳐 놓은 것 같은 통나무에는 아이들 보폭에 맞게 홈이 파여 있다. 실로폰, 징검다리, 그네, 구름다리 등 모든 놀이기구들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었다. 철저하게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 놀이터에서 어른들이 할 일은 그저 지켜보는 일뿐이다. 그러니 “안 돼!” “하지 마!”라는 말은 잠시 넣어 두기로 한다. 옷과 신발에 흙이 좀 묻어도, 손이 흙투성이가 되어도 잔소리는 금물이다. 징검다리를 건너다 갈 곳을 잃어 주춤하고, 나무 미끄럼틀을 타다 엉덩방아를 찧어도 아이들은 그저 신이 난다. 그렇게 아이들은 햇살과 바람 아래서 자연과 친구가 되어 한참을 놀았다.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노송광장 상상놀이터 신나는 숲속 탐험을 마치고 발길이 향한 곳은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 상상놀이터다. '띵까띵까 베짱이숲'이 아이들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곳이라면, 노송광장 상상놀이터는 아이들이 에너지를 마음껏 분출하기 충분했다. 도심 한가운데 드넓게 펼쳐진 푸르른 잔디밭을 달리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는 모양이다. 광장에 도착하자 앞뒤 잴 것 없이 뛰어나가는 아이들 앞에서 “천천히 달려라”라는 말은 무색하기 짝이 없다. 그저 달리며 더욱 반짝반짝 빛이 나는 눈빛을 바라보는 수밖에. 전주시민들의 쉼터였던 광장이 활기 넘치는 아이들을 위한 생태놀이터로 변신했다. 통나무 터널과 징검다리는 방금 다녀온 숲 놀이터에서의 가시지 않은 여운을 달래 준다. 그중에서도 커다란 통나무를 그대로 옮겨 놓은 통나무 터널은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 정겹다. 아이들은 누워 있는 나무가 신기한지 만져 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기도 하면서 그 곁을 떠날 줄을 모른다. 통나무 터널을 몇 번을 더 통과하고서야 아쉬움 가득한 발길을 옮긴다.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짚라인(zipline)을 타며 잠시나마 하늘을 나는 새가 되기도 한다. 찰나지만, 아이의 작은 눈, 코, 입에 바람이 와 닿는 느낌이 참 좋았나 보다. 얼굴을 간질이는 바람을 다시 맞겠다며 다시 출발선에 선다. 다시 한번 바람을 가른 아이들 얼굴이 한껏 상기된 것은 8월의 뜨거운 햇볕 때문만은 아니리라. 흐르는 땀도 식히고 잠시 숨도 고를 겸 해먹으로 향했다. 해먹 안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던 아이들은 금세 웃음꽃을 터트린다. 뭐가 그리 좋을까 궁금한 마음에 그 이유를 물으려는데 아이들의 시선이 한 방향에 꽂힌다. 분수다. 말릴 새도 없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시원한 물줄기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간다. 옷이 젖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는 듯이 물속을 달리는 모습에서 자유로움을 보았다. 생태 놀이터는 그렇게 아이들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가르치는 곳이 아닌, 어떻게 놀아도 되는 놀이터가 바로 생태 놀이터였다. 동화 속 나무집, 김제 미즈노 씨네 트리하우스 푸른 잔디밭을 나와 도심을 가로질러 한참을 달리니 한적한 시골길이 나온다. 창밖으로 따라오는 구름과 함께 구불구불 시골길을 얼마나 달렸을까? 동화 속에서 본 듯한 집 이 눈에 들어온다. 김제시 만경읍 대동리의 명물, 미즈노 씨네 트리하우스다. 일본인 미즈노 씨가 아내와 다섯 자녀들을 위해 나무 위에 지은 집이다. 200여 년 마을을 지켜 온 당산나무는 미즈노 씨의 손길로 마을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대동리 피터 팬'이라 불리는 미즈노 씨는 2009년 아내의 고향인 김제에 터를 잡았다. 이사한 지 2년이 지난 어느 날, 집 앞의 커다란 느티나무가 달리 보였다. 아내와 자녀들, 그리고 자신을 위한 집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게 2013년 여름에 시작된 트리하우스 짓기는 반년 만에 마무리됐다. 동화 속 톰 아저씨네 오두막을 현실에서 본다면 이런 모습일까? 사다리를 타고 트리하우스에 오르다 보니 머릿속에 동화 속 장면들이 펼쳐진다. 먼저 집에 오른 아이들은 어느새 창밖 풍경에 푹 빠져 있다. 그 곁에 서니 여름 소리가 들린다. 매미 우는 소리, 푸른 잎사귀들이 부딪치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가 어우러져 여름날을 노래한다. 왁자지껄 떠들던 아이들도 잠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모습이 사뭇 진지해 웃음이 샌다. 이 독특한 나무집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자, 미즈노 씨는 3년 전부터 집 전체를 체험 공간으로 쓰고 있다. 60년이 넘은 한옥을 개조해 만든 안집의 거실은 카페로, 남은 방 하나는 사랑방으로 쓴다. 안집은 트리하우스와는 닮은 듯 다른 느낌이었다. 똑같이 나무로 만들었지만, 트리하우스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트리하우스와 안집을 찬찬히 둘러보다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 이 바람은 전주의 숲과 광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자연에 감사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길 바라는 마음. 숲 놀이터와 생태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그저 그 마음뿐이었다. 글 최수진│자유기고가 최수진 씨는 잡지 기자를 거쳐 사보 기획자로 다양한 매체를 만들고 글을 써 왔다. 현재는 두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쓰는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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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거 리 두 기 여 름 나 기 - 떠나봐요
초록 숲과 호수 산책, 사람을 떠나 자연을 만나요
2020년 전주의 여름은 여전히 뜨겁다. 폭염에 마스크로 인한 답답함까지 더해져 더 힘겨운 올여름. 하지만 바람에 흔들거리는 강아지풀과 이름 모를 꽃과 듬직한 나무가 부채 바람처럼 시원한 전주 산책길이 있다. 혼자 걷다 보면 사그락사그락 피어나는 청량감과 정감 어린 풍경들이 추억과 상상력을 돋우는 길. 혼자 걷고 싶은 전주의 산책길로 들어선다. 혼자 걷기 좋은 숲속 산책길숲에는 천연의 바람과 인간이 쌓은 이야기가 공존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함과 피로감 그리고 우리 몸에 쌓인 먼지를 툴툴 털기에 최적인 곳, 숲. 자연의 청량함 가득한 남고산과 완산공원, 황방산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자. 녹음과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남고산 산책길 조금만 눈을 돌리면 전주에는 산책하기 좋은 길이 참 많다. 그중에서도 남고산성 아래 ‘시나브로 길’은 추천할 만한 곳이다. 모르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숲에 물들고 야생초에 물드는 길. 그저 발길 가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걸으면 어느새 풋풋하고 사각거리는 시원함과 함께 걷고 있는 나를 마주치게 된다. 시나브로 길에서 만나는 것은 녹음뿐만은 아니다. 귀 기울이면 천년 넘은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로 낯익은 관우 장군을 모신 ‘관성묘’도 만나고 삼국통일 이후 지어져 임진왜란 때 왜군을 방어한 산성을 만날 수도 있다. 남고산 산책길은 푸름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역사가 있다. 상상하는 재미와 일상을 벗어나 해찰하는 재미가 있는 길이다. 일상과 더위에 지쳤을 때, 또 코로나19로 인하여 답답할 때 훌쩍 걸으면 더 좋다. 완산칠봉의 속살을 만지는 완산공원 산책길 푸른 녹음과 매미 소리로 청량한 완산공원 마실길이 있다. 마실길을 걷다 보면 낮게 엎드린 채 수수한 정혜사를 만날 수 있다. 정혜사에 발을 들이면 여름 바람마저 고즈넉하게 수수하다. 여름의 소란스러움과 더위마저 고스란히 차분해지는 풍경이다. 정혜사 오솔길을 따라 10여 분을 오르면 낮게 웅크린 금송아지 바위를 만난다. 아리따운 외모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옥녀에게 마음을 뺏긴 금송아지다. 마실길 속 완산칠봉을 걸으면 길과 산이 숨겨 놓은 이야기가 귀를 간질인다. 그뿐만은 아니다. 장군봉 팔각정을 만나 전주 도심을 한눈에 바라볼 수도 있고 돌탑과 가람 시비도 만날 수 있다. 산이 숨겨 놓은 소소한 이야기가 때로는 역사로 때로는 잔잔한 옛이야기로 소곤대는 길이다. 도토리가 쪼갠 화강암 바위를 만나는 황방산 산책길 황방폐월(黃尨吠月), 전주에서 바라봤을 때 서쪽이 허해서 조선 영조 때 이서구라는 관찰사가 황방산 가운데 글자인 ‘땅 두둑 방(傍)’ 자를 ‘삽살개 방(尨)’ 자로 고쳤다는 안내판을 시작으로 황방산 산책길에 오른다. 황방산은 초록 그늘이 만든 서늘함과 흙길이 잘 어우러져 반가움이 가득하다. 오르는 내내 완만한 경사 덕에 지루할 틈도 없다. 중턱에 오르면 수많은 석불과 석탑이 가득한 일원사를 만나 이색 절경에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고, 지금은 자취를 찾을 수 없는 서고산성의 푯말도 만난다. 황방산 산책길의 숨은 매력은 거대한 화강암 바위를 쪼갠 도토리나무다. 어른 손마디보다 작은 도토리가 바위틈에서 자라 둘로 쪼갠 바위는 다양한 상상력과 함께 걷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황방산 산책길에는 일원사 외에도 전주의 사방을 방비하는 사고(四古) 사찰의 하나인 서고사와 천고사가 있고 산성정과 황방정, 납암정 세 개의 정자가 있어 느릿한 산책에 안성맞춤이다. 물빛 바람을 매만지는 산책길 무더위를 삼키는 호수가 있고 그 곁에 나란히 선 산책길이 전주에 펼쳐져 있다. 잔잔한 물결을 따라 걸으면 물결 위로 발자국이 찍힐 것 같고, 그 발자국 따라 환하게 거니는 일상이 있다. 오송제와 기지제 산책길로 풍덩 빠져 거닐 수 있는 길을 만나러 간다. 혁신도시 생태를 가꾸는 기지제 산책길 기지제 산책길은 인위적이다. 혁신도시가 들어섬과 동시에 꾸며진 기지제는 인위적이나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다. 생태습지와 어우러진 산책길은 사시사철 변화하는 다양한 풍경을 지니고 있어 감탄을 자아내는 동시에 편안함을 선사한다. 비록 사람이 인위적으로 꾸민 공간이지만,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고민하고 인간의 욕망을 제어한 따뜻함이 이곳에 깃들어 있다. 그러기에 기지제는 혁신도시의 숨터이자 쉼터로서 시민들에게 푸르고 넉넉한 자연의 가치를 선사한다. 다양한 수상식물과 바람과 인간의 쉼, 기지제는 안락하고 편안하면서 자연의 생태를 고스란히 전하는 마법을 지닌 길이다. 호수 위를 건너온 바람이 볼을 간질이고, 뛰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귀를 간질이고, 나뭇잎들이 만드는 화음이 귀와 눈을 호강시킨다. 짙은 푸름과 투명한 물빛이 어우러진 기지제에서 마스크의 답답함을 일시에 날려 버리는 호강을 누려 보시길. 건지산 속 오송제 산책길 건지산 산책길을 따라가면 오송제를 만나고, 오송제 산책길을 따라가면 건지산을 만난다. 편백나무 숲을 지닌 건지산과 그 곁에서 어우러진 오송제는 자칫 우리 곁에서 떠날 뻔했다. 재개발의 암울한 그림자가 오송제에 드리워졌던 것. 하지만 시민들의 반대로 재개발은 무산되고 더 나아가 생태공원으로 거듭났다. 오송제 산책길을 걸으면 이젠 보기 귀한 버드나무와 다양한 수상 식물들이 먼저 반긴다. 마치 머리를 감고 있는 듯한 버드나무들과 어우러진 연잎과 연꽃 그리고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물빛을 머금고 녹음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숲에 발을 들이고 호수 위에 새겨진 산책길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코로나19의 답답함과 여름의 폭염과 지루한 일상을 자연의 힘을 빌려 툴툴 털어 버릴 수 있는 길, 혼자 걷기 좋은 산책길로 사그락 걸어 들어가 보자.
202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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