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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더불어
세계를 매료시킨 ‘조선의 힙합’
이날치 보컬 안이호
‘이날치’에 대한 뜨거운 관심, 어떻게 시작되었나요?원래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예요. 지난 2018년 광주에서 열린 음악극에 로 참여하고 반응이 좋아 이후 프로젝트 팀으로 공연을 해 보니 함께 밴드를 해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 지난해 4월경 밴드 이름을 지었습니다. 조선 8대 명창 중, 날쌔게 줄을 잘 탄다 해서 본명인 이경숙보다 ‘이날치’라는 예명으로 더 유명한 분이 계셨대요. 날것 그대로의 음악을 하는 우리와 잘 어울려서 차용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 전주 편은 조회 수 3천만에 도달하며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데요, 소감이 어떠세요?사실 처음엔 얼떨떨했어요. 이렇게 빠르게 사랑받을 줄 몰랐거든요. 해외에서 인기가 더 많다는데 저희끼리도 왜인지 이유를 알면 더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우스갯소리도 했어요. 서울 편에 이어 부산, 전주 편에 음원만 제공하고 촬영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해서 실제 현장이 궁금했는데, 처음 영상 가편집본을 받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나름대로 전주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훨씬 더 아름다운 곳들이 많더라고요. 특히 한옥마을은 김영자 선생님(명창)이 계셔서 자주 갔었는데, 저도 미처 가 보지 못한 곳들을 영상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소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대부분 소리꾼들은 어려서부터 시작한 경우가 많지만, 저는 뒤늦게 우연한 기회로 소리를 접했어요. 학창 시절 저희 부모님께서 도배 일을 하셨는데 어느 날, 명창 김영자 선생님 서울 집 도배를 맡게 되신 거예요. 그게 인연이 되어 선생님 공연을 보러 간 그날 이후 소리를 찾아 들었는데, 들을수록 참 좋았어요. 그렇게 소리에 점점 빠지게 됐고, 김영자 선생님께 사사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소리꾼의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전주와의 인연이 깊다는데, 어떠한 사연인가요.전주와의 인연은 20년쯤 되었네요. 1998년 국악예고 3학년 때 그동안의 노력을 확인하고 싶어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 전주를 찾았었죠. 그 대회에서 3등 상인 차하를 수상했어요. 그 후 2005년, 군대를 다녀와서 전주대사습놀이에 참가했고, 판소리 일반부 차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소리꾼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주대사습놀이는 제 삶의 변곡점이었네요. 제 삶 중간마다, 소리를 이어 가는 힘이 되어 주니까요. 이번 전주완창무대에 서게 된 소감과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 주세요.재작년부터 완창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올해 초 고수 조용수 선생님을 뵌 자리에서 전주완창무대에 대해 듣게 됐어요. 좋은 기회다 싶어 제가 좋아하며, 보통 장중한 대목이 많아 표현이 어렵다고 하시는 를 택했어요. 판소리의 본고장 전주에서 열리는 완창무대인만큼 많은 고민이 있었죠. 마지막으로 무대에 서는 직업을 가진 이에게 무대에 서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어요. 그 공간을 마련해 주시고, 공연을 보러 와 주시는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전주완창무대에 서게 되어 영광입니다. 밴드 ‘이날치’‘이날치’는 장영규(베이스), 이철희(드럼), 정중엽(베이스), 권송희(보컬), 이나래(보컬), 신유진(보컬), 안이호(보컬)로 구성된 얼터너티브 팝 밴드다. 각 멤버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유명한 실력파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2018년 결성돼 새로운 시도와 음악성으로 주목받아 왔으며, 지난 7월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함께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에 출연,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20.11.23
#이날치
#범내려온다
#조선의힙합
전주의 꽃심
“당시 명륜학원 입학은 장원급제나 마찬가지였거든요”
김정순 어르신이 소개하는 선친의 명륜학원 졸업 사진
오로지 책과 학문밖에 모르던 아버지 선친께서는 명예나 물욕보다는 오로지 공부밖에 모르던 분이셨죠. 제가 어렸을 적 아버지는 고서로 둘러싸여 있는 방 안에서 늘 책을 읽으셨어요. 종이도 귀한 때여서 벼루에 먹을 갈지도 않고, 밥상에 물을 묻혀 글씨를 쓰고 지우고 또 쓰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시조창에 능하셨고, 가야금도 잘 타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학문에 풍류에 두루 능한 조선 시대 선비의 모습 그 자체였던 것 같습니다. 듣기로는 선친께서 일곱 살 때부터 공부에 매진하셨다고 해요. 열 살 이후에는 고창 문수사와 선운사에서 공부하셨다고 합니다. 그 당시에도 한적한에서 책을 읽는 걸 즐기셨대요. 그러다 서른이 다 되어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성균관에 설치했던 유교 교육기관, 지금의 성균관대학교의 전신인 명륜학원에 입학하셨습니다. 당시 각 도에서 국비로 한 명씩만 뽑는 유생에 전라남·북도와 제주도 대표로 뽑히신 거예요. 그렇게 명륜학원에서 3년간 수학하신 후 고향에 내려오셔서 고창군에서 공무원으로 잠시 근무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관직보다는 그저 초야에 묻혀서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더 좋아하셨대요. 광복 후에 전주북중학교에 재직하셨고, 6·25 전쟁 후에는 고향인 고창으로 내려가셔서 고창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셨습니다. 이리여자고등학교에서 퇴직하신 후에는 원광대학교에서 한학을 강의하기도 하셨습니다. 일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수불석권(手不釋卷)’의 모습을 몸소 보여 주신 분입니다. 사진으로 보는 명륜학원 시절 기록들 당시 명륜학원은 각 도에서 유생들을 뽑았는데, 졸업 사진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한반도 지도 위에 졸업생들의 사진을 출신 지역에 맞게 배치했는데, 선친 사진은 전라도 부근에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도 밖으로 한자로 제6회 졸업 기념 2489년 3월 23일이라고 적혀 있어요. 2489년은 공자가 태어난 해를 기원으로 하는 공기예요. 그 공기를 서기로 바꿔 보면 1938년이 됩니다. 날짜 옆으로 있는 분들이 지금으로 치면 교수님이에요. 한복 차림은 우리나라, 양복 차림은 일본 교수들입니다. 아버지께 일본에서 명륜학원을 뺏어 가려 해서 학생들이 투쟁을 많이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화개사 대웅전 앞에서 찍은 화개사 소풍 기념사진에서도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교수들은 한복과 양복을 입고 있어요. 사진 한 장으로 당시 시대적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놀랍지 않나요? 구룡폭포 앞에서 찍은 금강산 탐승 기념사진에는 사연이 있어요. 당시 배를 타고 대동강을 건넜는데 아버지는 배를 타지 않으셨대요. 선친께서 3대 독자셨거든요.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머님께서 얼마나 걱정하실까 싶어서 차마 배를 탈 수 없으셨다 합니다. 선친께서는 책도 많이 남기셨는데요. 와 , 등은 전주시에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는 전라도의 예술가와 기인 등 3,500여 명의 방대한 자료가 수록된 책입니다. 선친께서 쓰신 책들은 모두 무슨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기록하고 남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집필하셨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시기, 힘을 북돋울 자료가 되기를제가 3남 3녀 중 막내예요. 선친께서 마흔여섯에 늦둥이로 저를 보셔서, 유난히 예뻐해 주셨어요. 무릎에 앉히고 가야금을 타시던 선친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살아생전 선친을 참 좋아했고, 존경했습니다. 돌아가시고 나서도 늘 생각을 하고 살아왔습니다. 1978년에 돌아가셨으니 4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한순간도 선친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힘들었던 일제 강점기 시절 고창에서 한양까지 유학을 떠났고, 돌아와서도 평생을 학문 연구에 몸 바치신 분을 많이들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고 속상했어요. 당시 명륜학원 입학은 조선 시대로 치면 장원급제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런 분이 더 날개를 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더라고요. 그리고 선친께서 처음 교편을 잡으신 곳이 전주북중학교여서인지 전주를 참 사랑하셨어요. 항상 전주를 생각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이 전주 시민들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 선친의 유품들을 전주시에 기증하게 됐습니다. 요즘 시기가 참 힘들잖아요. 저희 선친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열심히 살던 분들을 생각하며, 이 시기를 잘 극복해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선친의 졸업 사진 한 장이 큰 힘이 될 순 없겠지만, 그 시절 선조들을 생각하며 힘을 냈으면 합니다. 그러면 광복이 온 것처럼, 더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 김정순(69) 어르신은 오랜 세월 전주에서 활동해 온 국악인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이수자다. 전주시 기록물수집공모전에 선친인 한학자 고 김봉문 선생의 명륜학원 졸업 사진을 기증, 최우수 기록물로 선정됐다.
#기록물
#공모전
#명륜학원
전주 밖 전북
전주에서 진안까지
세상의 모든 예술은 ‘수작’으로 어우러진다
아름다운 수작, 전주공예품전시관과 목우헌등잔 밑이 어두울 때가 있다. 지척에 두고도 그 매력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이 속담은 유효하다. 전주공예품전시관이 위치한 태조로를 거닐며 뜻하지 않게 늦가을의 햇살을 선물로 받는다. 길게 늘어선 회화나무와 간간 알맞게 서 있는 단풍나무 그리고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방짜 유기 같은 그림자를 도량에 맞게 펼쳐낸다. 그 순간 나무의 그림자를 통해 제 존재를 드러내는 늦가을의 마지막 햇살이 마치 판소리의 한 대목처럼 반갑기만 하다. 전주공예품전시관 오목대 전통 정원 앞 작은 연못에 잠시 발길을 묶는다. 마침 연못에는 어디에서 날아들었는지 단풍잎 몇 장이 수면 위 가을 하늘을 덮고 있다. 그 옛날 전주 땅에 이름 붙이고 살았을 이름 모를 장인의 거친 손처럼 단풍잎이 유독 붉다. 작은 연못에서 단풍잎에 깃든 손 하나를 주워 든다. 붉은 단풍잎 하나를 주워 들고 옛사람이 새긴 무늬를 요모조모 상상하고 있을 즈음, 전주공예품전시관의 육중한 나무 대문이 빗장을 연다. 전주공예품전시관은 ‘손의 도시’ 전주의 수공예품 문화를 다각적으로 느끼게 하고 체험하고 판매하는 ‘수공예 종합 플랫폼’이다.여섯 채의 한옥 중 명품관과 판매관 사이 앞마당이 유독 눈에 환하다. 한옥에 산다면 이런 마당 하나쯤 소유하고 싶다는 욕심이 불현듯 솟구친다. 명품관 옆에 전시된 까치호랑이 목공예품도 그 욕심에 한몫 더한다. 한옥 처마를 비집고들어서는 공짜 햇살을 오래 밟고 서 있다가 판매관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판매관은 전국 수공예품 740여 종을 전시·판매하는 공간답게 눈요깃거리가 가득하다. 종류도 매우 다양하여 마치 수공예가들의 재미있는 수다를 한자리에서 듣는 기분이다. 어떤 수공예품은 굳이 그 쓰임을 모르더라도, 오묘한 기품을 선물하기도 한다.그런 뜻밖의 감정을 더 오래 간직하고 만끽하고 싶다면 곧장 명품관으로 향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명품관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가장 전주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만약 마음에 드는 작품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오리무중 갈피를 잃는다면, 그곳에 상주하는 해설사에게 설명을 청해보는 것도 좋은 수공예 감상법 중 하나이다. 나머지 명인명장관과 전시1관은 판매보다는 전시를 주목적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마침 명인명장관에 발길을 더 했을 때는 특별기획전 전시가 한창이다. 과거 조선의 사내들이 전장(戰場) 혹은 의례나 심신 단련을 위해 사용했을 활과 화살 앞에서 오목대 전통 정원 앞 작은 연못에서 만났던 동심원이 오랜 호흡을 붙든다.순간 명인명장관에서 쏘아 올린 화살이 전주공예품전시관과 지척에 있는 목우헌에 날아가 꽂힌다. 목우헌은 전주한옥마을 목공예 공방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장소다. 명인명장관에서 본 화살촉은 어쩌면 목우헌의 주인장인 김종연 명장의 손때 묻은 조각도가 되어 전통 목침과 다식, 약과 틀, 서각 등의 장식품을 그동안 새기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목우헌 공방에 놓인 한 쌍의 까치호랑이를 다시 보면서 전주공예품전시관과 목우헌은 어쩌면 처음부터 서로에게 아름다운 수작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고 아득한 수작, 진안 손내옹기와 도통리 청자 요지전주가 등잔 밑이 어두웠다면, 진안은 멀고 아득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진안 백운면 평장리에 있는 손내옹기를 찾아가는 길에서 스치는 마령 뜰은 잘 빚은 옹기를 닮았다. 태초에 그 뜰에서 흙을 떠다 옹기를 구웠을 옹기장이들의 손은 과연 어떤 모양이었을까. 끝내 불을 이기고 돌아온 옹기를 마주하며 미소 지었을 그 표정은 홀연 어떤 빗살무늬토기를 닮아 있었을까.손내옹기의 주인장인 이현배 진안고원형 옹기장을 만난다. 그의 손끝에서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라는 시간이 모두 한 옹기의 빛깔에 담긴다. 이현배 옹기장은 1993년부터 진안 백운면 평장리에 정착했다고 한다. 이후 독자적으로 손내옹기를 빚어오면서 다양한 전시 활동을 기획하고 추진하기에 이른다. 특히 2018 평창올림픽에서는 ‘평화의 밥상’이라는 주제로 남과 북의 화합을 기원하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단다. 요즘에는 아이들과 노인을 위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에도 마음 한 조각을 내주면서 진안 전통 옹기에 스며 있는 옛 무늬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복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현배 옹기장과 몇 마디 대화를 섞다 보면 어느샌가 둘의 대화는 잔잔한 섬진강의 물줄기를 타고 흐른다. 어느 지점에서는 의미의 물살이 빠르고, 어느 지점에서는 대화의 물살이 한없이 느리다. 또 어느 지점에서는 징검돌을 놓을 수 있을 만큼 옹기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잔잔하고 고요하기도 하다. 그 대화는 마치 옹기를 굽는 전통 가마처럼 아늑하고 웅숭깊다. 물레를 왼발로 수없이 당기며 수시로 흙과 물과 침묵을 섞어 손내옹기의 넓은 어깨를 다듬어 나갈 때도, 그는 반은 알아듣고 반은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로 시간을 건넌다. “이 장독에 두른 띠를 눈썹이라고 불러요.” 그 말과 동시에 이현배 옹기장은 장독의 눈썹에 일곱 개의 점무늬를 연이어 찍어 낸다. 무슨 의미가 담겨 있느냐고 묻는 물음에 그는 소리 없는 웃음만 빚어내며 특별한 의미는 없다면서 물레를 멈춘다.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말의 의미가 마치 1,000도가 넘는 불길을 견디고 나온 잘생긴 손내옹기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는 옹기를 굽는 가마 앞에서도 불을 넣을 때는 뜸을 들이듯 지긋이 지펴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 그래야 흙이 불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을 들릴 듯 말 듯 곁들인다. 마지막 인사 끝에는 진안역사박물관의 매사냥 특별전에 전시한 새 모양 토기에 관한 이야기를 곁두리로 전한다. 문득 생각한다. 흙이 한 마리의 새로 빚어져 비화하기까지는 얼마나 뜨거운 시간을 견뎌 내야 하는 걸까. 그 시간을 돌이키며 다시 텅 빈 가마 안을 들여다보니, 모든 옹기가 멀고 아득하게만 보인다.손내옹기를 빠져나와 성수면 중평마을에 있는 도통리 청자 요지를 찾는다. 마을 사람에게 물어물어 찾은 도통리 청자 요지에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함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문득 이현배 옹기장의 ‘특별한 의미가 없다’라는 말이 순간 떠올라 한참을 혼자 웃는다. 어쩌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가마터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켜켜이 쌓아 온 ‘산산조각의 힘’일지도 모른다. 도통리 청자 요지 작은 느티나무 아래 무더기로 쌓여 있는 그 옛날의 청자 조각들을 보면서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라고 말하던 한 시인의 문장이 전주와 진안의 여행길을 이으며 오랜 수작을 걸어 온다. 글 김정배 | 글마음조각가, 원광대 교수진안 달구름 마을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살고 있다. 오른손으로는 글을 쓰고, 왼손으로는 그림을 그리는 가장 무명한 예술가. 시평집 와 포토 포엠 를 펴냈으며, 현재 원광대학교 융합교양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주공예품전시관
#목우헌
#손내옹기
기획 특집
2019 전주의 약속
새해, 이런 전주를 만들어 주세요
이주현│30․영상그래픽 아티스트전주에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나서 청년들이 전주에 자리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주가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서 ‘전통문화도시’ 이외에도 전주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타이틀을 내걸 수 있도록…. 힘내라 전주!박보람│32․프리랜서전주에 방문한 지인이 ‘멋진 도시’에 산다고 할 때면 내 칭찬인 양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종종 전주 시민의 의견은 그렇지 않은 걸 확인하게 됩니다. 전주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캠페인이 늘었으면 합니다. 기존의 정책과 사업들도 시민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 시민 대상 홍보를 강화하면 좋겠습니다.권민서│17․고등학생청소년 공간이 부족해요. 청소년들이 언제든지 찾아가서 쉴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는 도서관, 노래방 등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즐길 거리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공간을 만들어 주세요.김선재│42․직장인언제부터인지 파란 하늘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미세먼지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미세먼지 문제, 도심 열섬 현상과 같은 환경문제에 대한 전주시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 마련을 요구합니다.최은우│36․예술가전통문화도시로서 ‘전통예술’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의 폭이 좀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주에서 현대 미술 작가들은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표현의 전시를 시민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적습니다. 새해에는 다양한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가 되길 바랍니다.이지세│57․음악인예순 살은 이제 청춘입니다. 전주에는 노년층 일자리는 부족합니다. 오랜 경험과 실력을 갖춘 어르신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년층의 안정적인 일자리가 마련되지 않으면 노년 빈곤층이 급중하게 됩니다. 노년층 일자리에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장효숙│48․교사야간 관광거리를 개발해야 합니다. 전주가 천만관광시대를 열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추진 동력이 부족합니다. 관광객이 하룻밤 더 전주를 느끼고 갈 수 있도록 야간 관광거리를 적극 개발해야 관광객도 모으고 지역 경제도 살립니다.이원기│32․비보이청소년은 전주의 미래입니다. 세계적인 맛의 고장이기도 하지만 전주는 세계적인 춤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춤의 고장의 자존심을 지켜주시고, 청소년의 꿈을 응원해주세요!김명주│35․직장인버스를 아주 많이 애용하는 전주 시민입니다. 버스 기사들의 ‘근로자로서의 권리와 시민에 대한 안전운전의 의무’가 양쪽 모두 잘 지켜지는 전주 시내버스가 되길 바랍니다. 단번에 100점짜리가 되긴 어렵더라도 2018년보다 조금 더 나은 2019년의 전주를 소망합니다. 장완선│44․관광사업가전주 관광에 있어 한옥마을 홍보만 주력하지 말고 전주와 가까운 주변 지역을 다양한 테마로 연결해 새로운 여행지를 개발하면 좋겠습니다. 전주에 살고 있는 원주민에게 실제 소득이 돌아가고 또한 이곳을 찾는 여행자가 만족할 수 있는 여행지 개발이 시급합니다.오승민│52․자영업자전주는 산업이 고르게 발전하지 않아 문화와 관광 쪽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산업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을까요? 최근 국가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정책’ 솔직히 부럽습니다. 전주 경제가 어렵습니다. 제발, 전주 경제 좀 살려주세요.성기배│54․자영업열성 야구팬입니다. 쌍방울 레이더스 팀이 있을 땐 매년 프로야구 시즌이 다가오면 응원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홈 구단이 없으니 사는 재미가 절반 쯤 사라진 것 같습니다. 전북에도 야구 팀 하나 만들어주세요.은숙│49․사회활동가전주에는 도심을 흐르는 삼천과 전주천이 있고, 도심을 에워싸고 있는 공원들이 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멀어서 매번 포기하게 됩니다. 전주 시민들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공원이 동네마다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임안나│44․주부전주에는 실내형 놀이 공간이 전혀 없습니다. 물놀이 공간도 실내 놀이터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미세먼지가 극심한 겨울부터 봄을 거처 뙤약볕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여름까지, 가족이 나들이할 공간이 없습니다. 실내형 놀이 공간, 스포츠 공간 좀 만들어주세요.박인선│36․직장인전주가 걷는 시민을 위한 도시 만들기를 참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럴 때 주차가 편리했으면 좋겠어요. 또, 주차 에티켓을 지키는 시민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주차해놓고, 기분 좋게 차를 뺄 수 있는 매너 있는 도시가 더 좋지 않을까요?정은진│67․가정주부연말연시라서 그런지,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한해 한해가 지나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모두가 함께 사는 전주, 이웃들이 함께 보살피는 전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김성혁│33․협동조합 ‘사이 ㅅ’전주에서의 30년 살이, 도시도 사람도 많은 변화 속에서 아픔과 성장을 병행하였고 이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안전한 전주,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도시 전주가 되기를 바랍니다.김아랑│31․취업준비생전주에서 서울과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젊은 청년들이 많습니다. 청년들이 일하며 살 수 있는 전주가 될 수 있도록 청년 일자리 정책에 관심이 필요합니다.구국회│35․예술가 2019년에는 전주가 전라북도와 함께 공유하며 같이 성장해 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청년들의 일자리, 저소득층의 경제 활성화, 노인들의 주거문화, 다문화가정 문화 혜택 등 전주 사람들을 좀 더 생각하는 ‘I love 전주’가 되길 기대합니다!강미현│45․건축가저녁을 먹고 나면 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는 도서관이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가는 길은 밤늦게 혼자여도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그런 골목이면 좋겠습니다. 그곳에서 만나는 고양이들도 사람을 피하지 않고 가까이 와서 다리에 제 얼굴을 비비는 그런 아름다운 사회면 좋겠습니다. 전주가 그렇게 사람 냄새 가득한 도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2020.11.10
#기해년
#새해
#소망
#일자리
# 환경
노송동에 찾아온 책방, 물결서사
7인의 예술가 물왕멀 팀
아티스트 랩(Artist Lab) ‘물왕멀’ 팀을 소개해주세요.전주에서 활동 중인 일곱 명(임주아 시인을 포함해 서양화가 서완호와 에니메이션 크리에이터 최은우, 한국화가 고형숙, 영상 크리에이터 민경박, 성악가 김성혁, 사진가 장근범)의 청년 예술가들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팀입니다. 각기 활동하는 분야가 달라서 함께 작업할 기회는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 2017년 선미촌에서 열린 ‘양성평등’ 전시를 준비하며 함께 작업을 시작했고, ‘물왕멀’ 팀을 만들게 되었어요. 대표인 임주아 시인이 북 매니저이자 책방 기획자 경력이 있어 책방을 여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답니다. 책방 이름인 ‘물결서사’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물결서사의 도로명 주소는 ‘물왕멀’로, 물이 많은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중노송동의 옛 지명이기도 하고요. 책방 이름에 동네 이름을 담아보자는 팀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지은 이름이에요. 지명에서 풍기는 물의 이미지를 살려 ‘물결’이라는 단어와 오늘날의 서점을 뜻하는 ‘서적방사(書籍放肆)’의 줄임말 ‘서사’를 결합했지요. 예술가들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이야기’의 의미도 지닌 ‘서사’라는 말에 확 이끌렸어요. 선미촌에 책방을 여는 특별한 까닭이 있다면요? 선미촌은 유리성 같은 공간이에요. 눈에 빤히 보이지만, 쉬이 발길이 가지 않는 지역이니까요. 수십 년 전주의 그늘이 될 수밖에 없었던 선미촌을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변화시키자는 것이 ‘물결서사 프로젝트’에요. 한편으로는 전주시에서 매입한 건물을 예술가들이 활동 공간으로 활용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왜 하필 책방이냐고, 많이 물어 보세요. 내가 사는 동네, 내가 걷는 골목에 책방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어 요. 획일화된 프랜차이즈 서점이 아닌 사람 냄새 나는 작은 책방들이 점점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방이야말로 동네의 문화예술 거점 공간으로 사람과 사람을, 저자와 독자를 다정하게 이어주는 곳이니까요. 또한 선미 촌이 간직해온 인권 억압의 역사를 전달할 매개로 ‘책’만한 것이 없지요. 전주에도 꽤 많은 동네 책방이 있는데요. ‘물결서사’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책방 운영자들이 각기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예술가들이 다달이 돌아가며 문화예술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인 데요. 저마다 주제를 가지고 발표회, 파티, 체험 등 자유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려 합니다. 도서 선정에도 차별화를 두려 해요. 워크숍 주제와 짝을 이루는 책과 함께 사회・예술과 관련한 화제의 책을 선정하려 해요. 그달의 가장 뾰족한 이슈를 다룬 책, 예술가들의 취향과 정서가 담긴 책,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개하고 싶은 책 등이 서가에 꽂히겠지요. 물결서사가 전주 시민에게 어떤 책방이 되길 바라나요? 시민들이 자주 찾아와 마음에 맞는 책 한 권 사갈 수 있는 책방이 되었으면 합니다. 책을 살 수 있는 동네 서점이면서, 주민들뿐 아니라 시민들의 발길을 선미촌 일대로 유도하는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좋겠구요. 또한 독서문화를 전파하는 책방을 꿈꾸고 있어요. ‘물결서사’에서 책을 구입한 방문객들이 집으로 돌아가 ‘나만의 책장’을 꾸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책방 ‘물결서사’ 예술가들이 추천하는 책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북 최초 예술도서전문 책방. 선미 촌의 폐공가를 리모델링한 책방이다. 선 미촌을 활력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과 인권에 대한 고민이 만나 문을 열 게 되었다.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되는 문화예술 공간이기도 하다. 주소 l 전주시 덕진구 물왕멀2길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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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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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신중앙시장 골목 여행
마음 시린 겨울엔 시장에 가자
맛있는 골목, 뜨거운 사람들전주 신중앙시장은 노송천 사이로 난 버드나무 길을 따라 생겨났다고 해서 처음엔 ‘버드나무시장’으로 불렸다. 이어 중앙시장으로 불리다가 2000년 이후 시설 현대화사업 후 ‘신중앙시장’이란 이름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전주 시민에게는 그냥 ‘중앙시장’으로 통한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입구가 나 있어 접근성이 좋다. 먼저 동문으로 향하면 시장의 명물인 떡 골목을 만날 수 있다. 푹신한 백설기와 콩고물을 입힌 쑥떡, 갓 쪄낸 수수팥떡까지 다양하다. 여느 시장에서도 흔하게 파는 떡이 얼마나 특별한 맛이기에 명성이 자자할까. 떡 맛도 맛이지만, 정작 유명해진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떡과 곁들여 파는 김밥과 떡볶이, 그리고 잡채다. 특히나 잡채는 당근과 시금치 외에 딱히 들어간 재료도 없는데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동행해준 벗은 맛보다는 상인들이 내어준 마음을 기억했다. 연배가 나보다 위인 그는 대학 시절 시위 도중 전경들에 밀려 이곳까지 오곤 했다. 더러는 숨겨주기도 하고, 배부르게 먹으라며 잡채며 떡을 접시 가득 담아주던 상인들의 인심을 추억했다. 그것으로 응원을 대신 했을 것이라는 말이 참 근사하게 들렸다.북문 골목으로 들어서면 ‘호떡집에 불났다’는 말이 실감나는 호떡집을 만날 수 있다. 코끝에 걸린 안경을 추켜올릴 새도 없이 호떡을 구워내는 할머니와 할머니의 손발이 되어 필요한 일을 척척 해내는 좀 더 젊은 할머니가 손님을 맞는다. 두 할머니가 친자매라니 이심전심이야 더 말해 무엇 하랴. 밀가루가 아닌 찹쌀로 반죽한 호떡은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진가를 발휘한다. 쫀득한 부꾸미 맛의 떡과 달콤한 설탕 시럽이 만들어낸 색다른 맛이다.또 다른 골목에서는 제철 맞은 굴과 꼬막이 망 가득 담겨 있고, 싱싱한 채소와 과일들도 넘쳐난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가짓수를 뽐내는 반찬 가게며, 겨울용품을 파는 가게들까지 일일이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시장은 지루하지 않다. 내놓은 물건들도 다르거니와 같은 물건을 팔아도 저마다 다르게 진열한다. 계절마다 옷도 갈아입는 다. 겨울엔 국화빵이며 어묵 국물, 옥수수 찐빵 등 훈김을 연신 뿜어내는 길거리 음식들이 즐비하고, 털 장화와 털모자가 등장한다. 그렇게 겨울 단장을 하고 시장은 손님을 기다린다. 재래시장은 아직 죽지 않았다. 여전히 건재하다. 대형마트에 1+1이 있다면 시장은 에누리와 덤이 있다. 그리고 물건들의 이력을 거침없이 읊어주는 전문가들이 있다. ‘이 가래떡으로 말할 것 같으면 멥쌀 중에 으뜸이라는 동진 쌀로 빚어 찰진 맛이 최고’이며, ‘해풍 맞고 노지에서 자라 단맛이 제대로 들었다는 섬초’라며 자부하는 상인들, 그들이 바로 시장의 경쟁력이다.추억의 포장마차 거리‘퇴근 후 포장마차에서의 술 한잔', 청장년들의 추억을 소환할 ‘추억의 포장마차 거리’가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장년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포장마차 먹거리부터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뽕잎김밥, 스테이크 등 간편 먹거리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포장마차 거리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된다.순교의 역사와 민주화운동의 추억중앙시장 떡 골목 입구에 자리한 중앙성당은 1950년대에 지어진 고딕양식의 건물이다. 수직의 선을 따라 뾰족한 첨탑까지 시선을 옮기다보면 푸른 하늘에 머물게 된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곳은 하늘일 것이고, 신에게 조금이라도 가깝게 닿으려는 간절한 마음을 건축물이 담고 있는 것이다. 전동성당과 함께 중앙성당은 민주화운동의 거점지로서 공권력의 침탈로부터 시위자들을 지켜준 방어막 역할을 해왔다. ‘신성불가침’의 장소인 성당 안으로는 무자비한 군홧발도 발을 들이지는 못했다. 중앙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천주교 성지인 ‘숲정이 성지’가 있다. 전동성당, 초록바위, 서천교와 함께 전주의 대표적인 순교지이다. 숲이 우거져 ‘숲정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에서 신유박해로부터 병인박해까지 18인의 교인이 참수를 당했다. 숲정이 성지는 1935년 순교자의 숭고한 넋과 신앙심을 기리기 위한 치명비가 세워지면서 사적지로 조성되었다. 1960년에는 해성학교가 개교했으나 1989년 학교가 이전하고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섰다. 아파트 앞으로 새로 작은 공간의 사적지로 조성된 것이 지금의 숲정이 성지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둥그렇게 조성된 ‘십자가의 길’을 만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수난의 시간을 기억하며, 총 14개의 기도문이 새겨져 있는 길을 따라 영적인 순례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천주교인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순교의 피를 흘린 18인의 숭고한 희생을 생각하며 아주 느리게 걸어보았다. 둘러보는 데 10분도 되지 않을 작은 공간이었지만 한참을 머물렀다. 순교로서 신앙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용기를 가늠해보기엔 그래도 부족한 시간이었다.숲정이 성지를 나와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을 마주하고 있는 작은 찻집에 들렀다. 동행해준 벗과 언 손을 녹일 따뜻한 차를 마시며 골목길 산책을 마무리했다. 오늘 전통시장의 매력에 반했다지만, 바쁜 일상을 살면 서 매번 시장으로 발걸음이 향하지는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하얀 입김 피어오르는 겨울이면 시끌벅적하고 인정 넘치는 시장 골목이 문득문득 떠오를 것이고, 어느 순간 중앙시장 떡 골목 안으로 한 발을 내딛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 같다. 중앙성당전동성당과 함께 전주를 대표하는 성당인 중앙성당은 1956년에 설립되었다. 높은 천장과 아치, 긴 창문으로 꾸며진 중앙성당은 전형적인 고딕양식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1970~1980년대 전주를 대표하는 민주화운동의 거점지로서 공권력의 침탈로부터 시위자들을 지켜준 방어막 역할을 해왔다. 글 최명주 | 자유기고가최명주 씨는 아이들 국어와 논술을 지도하는 선생님이자 이것저것 잡다한 글을 쓰는 자유기고가이다. 다루기 가장 힘들다는 중학교 2학년 아들과 매일 투닥거리지만 그래도 재밌게 살아가는 주부이다.
#중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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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고 귀한 손의 도시, 전주
무엇이든 뚝딱! 상상과 실험․창작의 공간, 리빙콘텐츠DIT센터
새로 문을 연 리빙콘텐츠DIT센터누구나 한 번쯤 생활 속에서 불편을 느꼈을 때 ‘혹시 이런 상품 없나?’ 하고 아쉬워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진 건 오직 아이디어뿐이어서, 나중에 비슷한 제품이 나오면 무릎을 탁 치며 ‘이거 나도 생각했던 건데…’라며 안타까워했던 경험. 하지만 이제는 그런 아쉬움을 덜어 줄 공간이 생겼다. 바로 전주 메이커스페이스 리빙콘텐츠DIT센터가 지난 1월 11일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한국전통문화전당 한지산업지원센터 2층에 자리한 ‘리빙콘텐츠DIT센터’는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해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3차원(3D) 프린터, 설계 소프트웨어, 용접기구 등을 구비한 공간이다. 발명가, 예술가, 기술자를 비롯해 취미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인 ‘메이커’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교류하자는 의미에서 ‘Do It Together(함께하기)’의 약자를 딴 ‘DIT’센터가 되었다. 다양한 장비 갖춘 아이디어 실험장‘리빙콘텐츠DIT센터’는 중소기업벤처부가 추진한 ‘2018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운영・공모 사업에 선정돼 예산을 확보, 공간을 조성했다. ‘리빙콘텐츠’와 ‘DIT(Do IT Together)’라는 센터의 이름부터 공간 구성에 이르기까지, ‘생활용품’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공유와 협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엿보인다.DIT센터는 메이커 소재・장비 교육을 진행하는 ‘교육실’, 자유 제작과 체험・실습 공간인 ‘창의공작실’, 모형을 제작하는 ‘목업실’, 자유로운 회의 및 컨설팅과 교류를 위한 ‘커뮤니티실’과 ‘라이프 리빙실’, 창작 소품 기획 및 전시 공간인 ‘멀티스페이스’로 구성되어 있다. 장비 역시 3차원(3D) 프린팅 시제품을 제작하는 3차원(3D) 프린터와 레이저 가공기, 목업 장비, 재봉틀, 용접기구, 손공구 등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어 생활 속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현실 속에서 창작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창작 공간‘리빙콘텐츠DIT센터’는 기존 공간들과 차별화된 메이커 스페이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창작 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공간 운영 외에도 지역 자원과 연계하여 한지, 목공 등 전통 소재와 전통문화를 활용한 전주만의 차별화된 공동 작업 플랫폼을 조성하려 한다. 이 외에도 상시 프로그램으로 자유 제작과 체험, 장비나 소재 융합 또는 메이커들을 위한 정기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기업 연계 상품 기획 등 프로모션까지 구성하고 있어 메이커 스페이스를 기반으로 향후 창업 인프라까지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은 “DIT센터가 지식정보 공유 플랫폼으로서 수준 높은 메이커 문화를 전달하고, 지역 메이커들이 전주를 넘어 대한민국 대표 메이커로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새로 문을 연 ‘리빙콘텐츠DIT센터’가 디지털 시대 전주 시민 메이커들의 자유로운 창작과 교류의 공간으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리빙콘텐츠DIT센터,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한국전통문화전당 내 ‘리빙콘텐츠DIT센터’는 전주 시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공간은 유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한 장비는 안전 교육과 장비 기초 교육 이후 사용이 가능하다. DIT센터에서는 2월까지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3월부터 본격 운영된다. 시범 운영 기간인 2월에는 월․수․금 오전과 오후로 나눠 장비 교육이 진행된다. 둘째 주 오전에 목업장비 교육, 오후에는 레이저가공기 교육이 진행된다. 또 셋째 주 오전에는 재봉틀․오버로크 교육과 오후에는 목업장비 교육이 진행된다. 넷째 주에는 수공구 교육이 진행된다. 운영시간 | 월~금 10:00~20:00, 토 10:00~17:00(일요일 휴무)주소 | 전주시 완산구 현무1길 20 한지산업지원센터 2층 홈페이지 | www.ditcenter.co.kr 문의 | 063-281-1559
2020.11.09
#아이디어
#창작
#리빙
설 선물, 뭐가 좋을까?
바이전주 상품으로 마음을 나눠요~
부드럽고 알싸한 전통주 전주이강주 ‘이강주 5호’좋은 날, 좋은 술 한 잔. 조선시대 3대 명주 중 하나인 전주이강주는 청와대 명절 선물로 사용될 정도로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다. 좋은 재료를 넣고 오랜 시간 정성으로 담근 술이니 귀한 지인에게 선물하기 좋다.문의 | 063-212-5765가격 | 이강주 5호 500ml 25,000원 우리 아이 꿀잠 친구 나비스 ‘향기 이불’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왠지 좋은 꿈을 꿀 것만 같은 건강한 이불을 선물해 주는 건 어떨까? 폭신폭신한 감촉에 향기까지 더해진다면 한마디로 꿀잠 예약. ‘나비스’ 향기 이불 아로마슬립은 마이크로캡슐 솜을 넣어 항균, 방취, 방충 기능을 더했다.문의 | 063-275-9533가격 | 아기이불세트 130*150 80,000원대 구수하게 즐기는 건강 한 알함씨네 마늘청국장환알싸한 마늘과 구수한 청국장이 만나 건강한 환이 탄생했다. ‘함씨네’ 마늘청국장환은 건강에 좋은 청국장과 마늘을 환으로 만들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메주콩 대신 쥐눈이콩을 넣은 쥐눈이콩마늘청국환과 구수한 찌개 청국장도 선물로 추천한다.문의 | 063-211-7955가격 | 마늘청국장환 300g 50,500원, 쥐눈이콩청국장환 300g 65,000원, 토종찌개청국장 200g 5,000원 재료 맛 살린 건강한 김치맛 디자인 ‘김치 세트’김치도 사 먹는 시대다. 캠핑 갈 때, 여행 갈 때 간편하게 챙겨 갈 수 있는 김치는 빼놓을 수 없는 준비물이다. 맛디자인 김치는 100%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고 화학조미료, 방부제, 색소 없는 건강한 김치다.문의 | 063-232-7017가격 | 김치 4종 세트(백김치 800g 청김치 800g 맛김치 800g 깍두기 800g) 44,000원 건강하게 마시는 우리 차디자인농부 ‘차 세트’새해엔 커피보다 우리 차를 마시는 건 어떨까? 고소하고 은은한 향에 몸은 물론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 문의 | 063-542-5328 가격 | 팥차&콩차 세트 20,000원 황금돼지띠 아이 축하 선물성실섬유‘출산 준비물 세트’새해 황금돼지띠 아이를 출산하는 이에게 ‘성실섬유’ 출산준비물 세트를 선물해 보자. 친환경 소재인 한지섬유로 만든 배냇저고리, 싸개, 턱받이와 모자까지 완벽한 출산준비물로 구성돼 있다. 문의 | 063-272-0763 가격 | 한지 출산 준비물 세트 100,000원 전북에서 생산한 귀하디귀한 나물자연애 ‘나물’명절 차례 상에 꼭 올려야 하는 음식이 있다면 바로 나물. 우리 지역에서 직접 재배하거나 야산에서 채취한 나물을 선물해 보자.문의 | 063-284-1230 가격 | 삶은 고사리 1kg 26,400원, 채도라지 1kg 26,400원 흑마늘과 오리의 맛있는 만남두메산골 ‘오리고기’맛있게 먹으면서 건강까지 생각한다면 오리고기가 선물로 제격이다. 오리고기는 다른 육류보다 칼로리는 낮고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문의 | 063-211-6684 가격 | 두메산골종합선물세트 1호 23,500원, 2호 29,400원, 3호 42,500원, 4호 52,400원 편안하고 따듯한 아이 속옷프랜스링 ‘실내복’겨울철 아이들의 필수품은 바로 속옷이다. ‘프랜스링’ 실내복은 100% 무형광 원단으로, 믿고 선물할 수 있다. 보온성과 신축성이 좋아 아이들이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고, 두껍지 않아 외출할 때 겉옷 안에 껴입기도 좋다. 문의 | 063-276-1016가격 | 닥스 9부 30수 후라이스 25,000원 건강한 치아 관리 필수품엠아이비 ‘칫솔’건강한 치아를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른 양치질이다. 바른 양치질에 좋은 칫솔을 쓰는 건 기본. 엠아이비는 국내는 물론 유럽의 안전검사를 통과한 고급 칫솔이다. 금과 숯 성분을 포함한 항균 칫솔로 치아가 튼튼한 한 해를 선물하자. 문의 | 063-214-0217가격 | 어린이 칫솔 1,300원, 어른용 칫솔 1,300원~1,500원
2020.11.04
#설날
#덕담
#지역상품
#전통주
#김치
국경을 넘어 좋은 ‘합’을 이루다
거문고 연주자 안은정
거문고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어릴 적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피아노를 비롯해 서양 악기를 주로 배우다가 서울국악예고에 입학해 거문고를 처음 접하게 되었지요. 어린 제 눈에 거문고는 무척 어려워 보이는 악기였어요. 자세나 연주법이 까다로운 만큼 멋있어 보였기에 꼭 도전하고 싶었어요. 전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음악 활동을 이어 오는 동안 거문고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졌지요. 국악기는 인내와 숙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악기예요. 우리네 장맛처럼 묵을수록 참맛이 난달까요. 그중에서도 거문고는 어렵고 무거운 악기라는 편견이 있는데, 그 틀을 깨고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음악으로 거문고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어요. 첫 앨범인 를 소개해 주세요. ‘GOOT’는 영어의 ‘굿(Good)’과 우리말인 ‘굿’을 더한 단어예요. 죽은 자의 영 혼을 위로해 주고 산 자의 행운을 빌어 주는 ‘굿’에, 확산의 의미를 지닌 ‘바이브(VIBE)’를 결합시켜 앨범의 제목을 지었어요. 직접 작사, 작곡하고 연주 한 8곡의 작품을 담았어요. 우리나라 근·현대 문학과 역사, 나아가 평화와 상생의 의미까지, 제 철학을 반영한 창작집인 동시에 스웨덴 뮤지션인 ‘앤더슨 헤르베르그-멜로딕 멜란지’ 팀과의 합작품으로 만들어진 앨범이지요. 앨범을 발매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지난해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앤더스 헤르베르그-멜로딕 멜란지’ 팀과 협연을 하게 되었어요. 리허설을 거의 하지 못하고 무대에 올랐는데도 만족스러운 연주로 무대를 마쳤어요. 동서양 음악의 조화를 통해 국악의 확장성을 확인한 경험이었어요. ‘앤더스 헤르베르그-멜로딕 멜란지’ 팀원들은 한국음악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었는데, 그럼에도 서로 충분히 교감할 수 있었어요. 인종과 언어를 뛰어넘어 그야말로 ‘합’을 이루었지요. 공연을 마친 후,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친분을 쌓은 뒤 작업을 제안했어요. 그들의 열정이 제게 큰 용기를 주었거든요. 즉석에서 녹음 스케줄을 잡고 속전속 결로 작업을 진행했어요. 제가 만든 곡을 스웨덴의 스튜디오에 풀어놓았던 순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제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남을 거예요. 모든 곡이 다 소중하겠지만, 그래도 꼭 들려주고 싶은 곡이 있을까요? 타이틀 곡이라 할 수 있는 ‘꿈꾸는 거문고’는 거문고와 저와의 인연, 제 음 악을 듣는 사람들과의 인연, 그리고 거문고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다는 꿈을 담은 곡입니다. 또 권삼득 명창을 생각하며 작곡한 ‘삼득의 노래’와 ‘사의 찬미’를 모티브로 작곡한 ‘생의 찬미’도 제게 너무 귀한 곡입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깊이 있고 농도 짙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손때가 묻을수록 멋스러운 음 악,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음악을 선보이고 싶어요. 전주 사람의 자 부심과 긍지를 이어갈 만한 음악이요. 앞으로 더 좋은 음악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안은정 거문고 연주자 예명은 규호. ‘해바라기가 꽂혀 있는 항아리’라는 뜻이다.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전북대학교 한국음악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라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단원으로 활동 중이며, 전주세계소리축제 등에서 활발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녀는 최근 스웨덴 뮤지션 ‘앤더스 헤르베르그-멜로딕 멜란지’의 합동 연주곡이 수록된 앨범을 발표했다. 전라북도 레드콘음악창작소 해외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로 음반 제작 작업을 진행해 수준 높은 결과물을 탄생시킨 것. 이 앨범은 그녀가 그동안 쌓아온 음악적 자산을 아낌없이 녹여낸 기록물이면서, 동서양 음악의 화합을 구현해 낸 값진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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