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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꽃심
"푸른 눈의 '베리 삼촌'은 한국의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조기현 씨가 소개하는 '브라이언 배리'의 사진
아직도 생생한 '배리 삼촌'과의 추억 브라이언 배리, 아니 배리 삼촌이 한국에 온 때가 1967년입니다. 제가 1968년생이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배리 삼촌은 이미 우리 가족이었습니다. 그 사연이 어떻게 된 거냐면요, 배리 삼촌은 미국 평화봉사단으로 현재 부안군 변산면 보건지소로 발령을 받으셨는데, 근무 당시 저희 할머니 댁에서 하숙하셨습니다. 저희 할머니는 원래 슬하에 7남매를 두셨어요. 아들 여섯에 딸 하나요. 그런데 여섯째, 제게는 막냇삼촌이죠. 그분이 6·25 때 돌아가셨대요. 배리 삼촌이 1945년생인데 그 삼촌과 비슷한 또래였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마치 막내아들이 살아 돌아온 것 같다며 친아들처럼 보살펴 주신 거예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족의 인연을 맺게 된 거지요. 삼촌은 2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부안이 무척 그리웠대요. 좋아했던 막걸리와 홍어 무침 생각도 간절했고요. 그러던 차에 평화봉사단 모집 연락을 받고, 다시 한국에 오셨습니다. 평화봉사단 교관 활동을 마치고, 대우그룹 회장실 소속 해외 홍보부 근무를 하게 되면서 서울로 떠나셨는데요. 명절이면 꼭 부안 할머니 댁에 내려오셨어요. 집안 애경사 참석은 물론이고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상복을 입고 상주 역할도 하셨습니다.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 사람 배리 삼촌은 한국에서 참 많은 활동을 하셨어요.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불교 활동입니다. 평화봉사단으로 처음 한국에 오셨을 당시, 할머니를 따라 절에 다니셨대요. 그렇게 불교에 관한 관심이 점점 깊어지던 중에 불교 탱화의 거장 만봉스님을 만나 탱화를 공부하셨다고 합니다. 삼촌이 원래 미술에 관심이 많으셨고, 재능도 있으셨대요. 그런데 미국 부모님 반대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셨다고 합니다. 마음속에 남아 있던 미술에 대한 애정이 불교 탱화로 꽃을 피운 셈이지요. 1999년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태국 왕실 사원에 한국의 단청을 그렸고, 총 40권을 영어로 번역한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2009년 화관문화훈장도 받으셨어요. 배리 삼촌은 재주만큼 흥도 참 많은 양반이셨어요. 아직도 할머니 댁 마당에서 동네 사람들과 막걸리 마시고 장구 치고 노시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취미였던 장구를 시작으로 농악을 제대로 배워서 남을 가르치기도 하셨습니다. 정읍농악전수자로 제자들을 양성하신 거예요. 외국인이 한국 사람에게 농악을 가르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참 재미나지 않나요?40년 만에 빛을 본 1960년대 전주천 빨래터 사진사진도 참 좋아하셨습니다. 변산을 비롯해 전라북도 곳곳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셨어요. 이번에 제가 전주시에 기증한 전주천 빨래터 사진은 삼촌이 전라북도 곳곳을 여행하며 남긴 사진 중 하나입니다.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와서 변산에 가기 전에 전주에 묵으셨는데 바로 그때 찍으신 사진이에요. 그런데 1960년대만 해도 전라북도에는 컬러 사진을 현상하는 곳이 없었다고 해요. 그래서 삼촌이 미국에 사는 형님에게 필름을 우편으로 보내서 현상을 부탁하셨답니다. 그러고선 두 분 다 사진의 존재에 대해 까맣게 잊고 계셨대요. 그러다 2010년 배리 삼촌의 친형님께서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창고에서 필름을 발견하고 인화하셨다고 해요. 무려 40년도 더 지나서 세상 빛을 본 거지요. 그 사진을 디지털화해서 메일로 보내주셨다고 합니다. 집안 어른들은 삼촌이 부안에서 생활하셨으니 부안에서 찍은 사진일 거라 하셨는데, 딱 보니 전주천이었습니다. 제가 신흥학교를 나왔는데 다가교를 신흥학교 다리라 불렀거든요. 사진에 찍힌 풍경이 그 신흥학교 다리 아래 모습이었습니다. 흰 천이 바람에 날리고 아낙네들이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빨래를 하는 모습이 삼촌 눈에 참 신기하셨나 봐요. 2016년 배리 삼촌이 돌아가신 후에 유품들을 막내 작은아버지가 보관하셨다가,지금은 제가 관리하고 있어요. 저는 앞으로 배리 삼촌의 활동과 작품들을 알리고 싶어요. 유튜브 등을 이용한 일종의 사이버기념관을 제작하는 거지요. 외국인이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삼촌을 보며 많은 분들이 애향심을 가졌으면 해서요. 아마, 하늘에 계신 배리 삼촌도 같은 마음이시지 않을까요? 조기현(1968) 씨는 문화예술공연기획 의 대표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브라이언 배리의 유지를 받들어 지금은 우리의 문화와 예술을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제8회 전주시기록물수집공모전에 브라이언 배리가 촬영한 1960년대 전주천 빨래터 사진을 기증했다.
2020.08.28
#브라이언배리
#부안군
#고향
기획 특집
거 리 두 기 여 름 나 기 - 밤에 즐겨요
호젓한 한여름 밤, 전주를 걸어요
해가 저문 뒤, 낮에는 감추어 두었던 전주의 숨은 얼굴이 드러나는 시간. 달빛처럼 은은하고 별빛처럼 총총한 도시의 불빛에 시민의 눈빛도 초롱초롱 반짝인다. 낮보다 아름다운 전주의 밤 풍경이 곳곳에서 유혹하니, 서둘러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혼자여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여도 좋다. 여름밤에 걷기 좋은 전주의 산책길 네 곳으로 안내한다. 전주의 야경이 한눈에, 승암산 중바위 전망대어둠을 배경으로 채색된 도시는 낮과는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전주의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야경 명소, 치명자산이라고도 불리는 승암산이다. 승암산 동고사에서 출발하여 호젓한 산길을 20여 분 걷는다. 천주교 성지를 지나 정상인 중바위 전망대에 오르노라면, 탁 트인 시야에 들어오는 장관에 야간 산행 고생길은 절로 잊힌다. 전주 시내를 땀땀이 메운 빛의 무리가 별 무리처럼 반짝이면, 전주가 이토록 다채로운 빛깔을 지닌 도시였음에 새삼 감탄사가 나온다.주소 │ 전주시 완산구 바람쐬는길 89 치명자산은근한 등 빛 따라, 한옥마을 처마 등 산책팔작지붕을 뜨겁게 달구던 한낮의 열기가 가신 뒤의 한옥마을. 뉘엿뉘엿 해가 저물면 가로등이 골목길의 어둠을 밝힌다.한옥마을 처마 등을 따라 이색적인 밤풍경을 즐겨 보자. 전주중앙초등학교 담벼락에서 최명희문학관으로 이어지는 골목길과 오목대관광안내소 삼거리 위, 가원당 실개천 주변과 전통문화연수원, 완판본문화관, 전주국악방송, 전주소리문화관, 전주김치문화관까지 어느 골목을 거닐어도 예스러운 정취를 넉넉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주소 │ 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99 부근젊음과 낭만이 물씬, 전북대 건지광장 문회루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 전북대학교 건지광장 한가운데에 있는 ‘문회루’를 거닐어 보는 건 어떨까? 문회루는 논어의 인연 편에 나오는 ‘학문으로써 친구를 모으다’라는 뜻의 ‘이문회우’에서 이름을 따온 전통 누각이다. 문회루는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밤이 되면 더욱 멋스러운 장관을 연출한다. 등 빛이 그린 누각의 자태가 거울못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처마 선은 하늘을 향해 우아한 곡선을 긋는다. 문회루는 청춘의 싱그러움이 더해져 한층 낭만적인 분위기를 돋운다.주소 │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567물바람 넘실대는 산책길, 삼천변느릿느릿 걸으며 여름밤을 만끽하고 싶다면 삼천변을 추천한다. 삼천은 완주 구이면에서 서신동에 이르는 천으로, 모악산 자락을 타고 내려온 물줄기가 북쪽으로 흐르며 전주의 도심을 가로지른다. 삼천변은 전주를 대표하는 산책로로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곳은 밤이면 아파트와 고층 건물의 불빛을 되비추며 도시의 밤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특히 효자다리 주변은 색색의 조명이 불을 밝히며, 고요한 밤하늘과 잔잔한 수면을 찬란하게 수놓는다. 주소 │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3가 효자다리 부근
2020.07.27
#전주야경
#산책길
#한옥마을
#승암산
#문회루
#삼천변
##전주여행
거 리 두 기 여 름 나 기 - 쇼핑해요
나홀로 새벽 장보기, 남부시장 도깨비시장
모두가 잠든 새벽. 아직 동이 채 트기도 전인데 전주천변 공터로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매주 토요일 어스름한 새벽녘이 밝아 오면 남부시장 앞 전주천변에는 일명 ‘도깨비시장’이라 불리는 새벽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새벽 3시부터 오전 8시까지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이 시장에는 육·해·공 없는 것 빼고 다 펼쳐져 있다. 작은 상자에 옹기종기 담겨 있는 감자, 여름철에 제맛인 복숭아, 직접 기른 텃밭 채소, 수산시장에서 받아 온 싱싱한 생선 등을 진열하며 분주히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기지개 켤 틈 없이 바쁘게 준비하다 보면 어느새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수박 한 통에 만 원~”, “고등어 한 마리 오천 원~” 상인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손님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어 발길을 붙잡는다. 원하는 물건을 양껏 주고도 부족한지 덤까지 챙긴 손님들의 양손은 훈훈한 인심으로 묵직하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사는 사람들의 흥정이 뒤섞인 이곳에는 넘치는 인심만큼이나 다양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이색적인 볼거리와 삶의 활기가 필요할 때 새벽 시장을 찾아가 보자.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남부시장
#도깨비시장
#새벽시장
거 리 두 기 여 름 나 기 - 만들어요
꽃과 나무와 함께 향기로운 집콕 생활
반년이 넘게 집콕이 지속되는 요즘, 나만의 공간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꽃과 나무를 가꾸며 개인 정원을 꾸미는 사람들도 그들 중 하나다. 2020 아름다운 정원 공모전 수상자들을 만나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담아 정원을 만드는 이야기를 듣는다. 향기로운 아파트 정원 왕태삼‘꽃처럼 향기로운 사람들, 새들이 좋아하는 햇빛찬’, 중화산동 광진햇빛찬아파트 입구에 놓인 푯말 문구다. 언뜻 생각하기에 아파트와 정원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왕태삼 햇빛찬아파트 관리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정서적인 안정을 줄 수 있는 정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꽃과 나무가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사람들 사이의 갈등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햇빛찬아파트의 공동체 정원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이 공동체 정원의 탄생에는 김용신 입주자대표회의 전 회장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2007년, 주민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 정원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꽃과 나무를 심었다. 처음 45가지 정도의 초목과 교목으로 시작된 정원은 현재 160여 가지로 늘었다. 해마다 새 꽃을 더해 새로움을 더했다. 그 결과, 햇빛찬아파트는 365일 꽃이 피어 있는 향기로운 아파트로 거듭났다. 행복을 주는 뜰 정광량전주시 평화동 끝자락 원당마을의 한 전원주택. 전주생명과학고등학교 원예 교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정광량 씨의 집이다. 2013년 퇴직 후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정원이 있는 집을 지었다. 그는 세 가지 원칙을 토대로 정원을 가꾸고 있다. 첫째,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이다. 둘째, 실용적이어야 한다. 셋째,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나무도 있고 꽃도 있고 채소도 있어야 하며, 가꾸면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어야 하고, 보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정원에는 130종 이상의 나무와 200여 종의 꽃과 30가지의 채소가 자란다. 올해는 포토존을 만들기 위해 핑크뮬리도 심었다. 정광량 씨의 하루는 정원의 꽃과 나무, 식물들에게 물을 주는 일로 시작된다. 정성을 다해 가꾸느라 여행도 마음 편히 떠나지 못한다. 힘이 닿는 한 정원을 정성껏 가꾸겠다는 정광량 씨. 오늘도 그는 보면서 행복하고 수확하면서 행복한 공간에서 땀을 흘리며 즐거움을 느낀다. 꿈꾸는 마당 이종숙전주시 외곽 한적한 마을 골목 끝에 다다르니 활짝 열린 문 앞으로 뜻밖의 풍경이 펼쳐진다. 얕은 오르막 너머 형형색색의 꽃들이 마치 비밀의 정원처럼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라는 푯말처럼 그야말로 꿈같은 풍경이다. 이종숙 씨가 2007년부터 가꾸기 시작한 이곳은 작은 식물원이라 해도 될 정도로 많은 꽃과 나무들로 가득했다. 240여 평의 공간에 400종류 이상의 꽃과 나무가 자라고 있다.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종숙 씨는 매일 소풍 가듯 나와서 자신만의 비밀의 정원을 가꿨다. 원래 집을 지으려 했으나, 집터를 잡다 보니 꽃밭이 망가져서 집을 포기하고 대신 자그마한 쉼터를 만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정리되면, 혼자만의 공간이었던 이곳을 개방할 계획도 갖고 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차 한잔 마시며 꽃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정원을 가꾸는 비법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내린 결정이다. 꽃이 좋아 나만의 정원을 꿈꿨다는 이종숙 씨는 이제 혼자가 아니라, 함께 그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 정원 방문, 대관 문의 │ 010-2816-3569 채소가 자라는 마당 정정희정정희 원장은 20여 년간 도심 한가운데에서 요리학원을 운영해 왔다. 그러다 4년 전 구도심 골목에 자리한 지금의 집을 발견하고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정정희 씨가 정원을 가꿀 때 원칙은 하나였다. 요리하는 공간이다 보니 음식 재료로 활용할 수 있는 식물들을 심는 것. 그렇게 그녀의 정원은 먹을 수 있는 채소들로 채워졌다. 한련화, 백리향, 각종 허브 등은 모두 이런 생각으로 정원에 자리하게 됐다. 정원의 식물 중 먹을 수 없는 식물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어린순, 어린 꽃도 먹을 수 있는 것을 심어 놓았다.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을 떠나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심고 키웠다. 그 자체가 음식 재료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음식의 냄새를 잡고 향을 더하는 향신료 역할도 톡톡히 한다. 미처 먹지 못한 식물들이 피워내는 꽃은 정원을 가꾸면서 만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접시 위에 꽃잎을 얹어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유리잔에 줄기를 휘감아 청량감을 더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녀의 마당에 있는 식물들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개인정원
#집콕
거 리 두 기 여 름 나 기 - 떠나봐요
오붓한 드라이브, 어디까지 가 봤니?
여행다운 여행을 언제 다녀왔었던가. 멀리 떠나고도 싶고 사람 북적이는 관광지도 싫다면, 드라이브하며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풍광 여행을 떠나 보자.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뻥 뚫린 도로를 달리다 보면 모든 스트레스와 걱정은 잠시 내려놓을 수 있으니 말이다. 구불구불 호수 주변을 달려 보자, 옥정호 국도 30호선과 지방도 749호선 울창하게 드리운 나무숲 풍경과 호수를 도는 옥정호 낭만 드라이브 코스. 국도 30호선과 지방도 749호선이 동시에 지나는 총 32km 구간의 옥정호 드라이브 길은 은빛 물결이 일렁이는 호수가 펼쳐지고, 옹기종기 자리를 잡은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국사봉에서 내려다보는 붕어섬은 꼭 눈에 담고 돌아가야 할 옥정호의 대표 명소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를 달리며 산골짜기를 지날 때는 다랑논이 다정한 시골 정감을 느끼게 한다. 운 좋은 날은 물안개 피어오른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코스 길이 l 23km, 25분코스 l 임실군 운암면사무소~옥정호~강진면사무소물빛과 신록을 만나다, 용담호에서 메타세쿼이아 길까지 드높은 하늘과 맑고 깨끗한 물이 맞닿은 용담호, 수려한 절경을 맛보며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정천면~용담면~용담댐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용담호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도로를 달리다 수몰된 실향민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조성된 ‘망향의 동산’에서 보는 푸른 용담호가 압권이다. 용담댐을 지나 진안의 또 다른 명소 메타세쿼이아 길을 가기 위해 모래재에 들어서면 첩첩산중에 나 홀로 있는 것만 같은 신비함에 마음을 뺏긴다. 구불구불한 도로에 인적이 닿지 않은 듯 자연 그대로의 짙푸른 신록을 간직한 풍경에 넋을 놓고 바라보면 더위도 씻겨나가는 기분이다. 코스 길이 l 17.2km, 22분코스 l 진안군 정천면사무소~용담댐코스 길이 l 1.5km, 5분코스 l 용담호~진안 모래재 (메타세쿼이아길)구불길 따라 섬들을 달리다, 고군산군도크고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푸른 바다에 모여 섬의 성지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해상공원 고군산군도. 전주에서 1시간 30분가량을 신나게 달리다 보면 고군산군도에 도달할 수 있다. 군산 앞바다 50km 반경에 63개의 섬이 늘어선 곳, 고군산군도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400m 길이의 고군산대교이다. 선유도를 중심으로 청정 해역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서해 최고의 비경이 흔치 않은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 ‘선유 8경’이라 일컬어지는 이곳은 여름이란 계절과 참 잘 어울리는 장소다. 이번 휴가철에는 고군산 연결 도로 개통으로 접근성이 더 높아진 서해의 보물, 고군산군도로 섬 여행을 떠나 보자.코스 길이 l 24km, 25분코스 l 새만금 방조제~고군산대교~장자도멀리 여행 가듯 떠나 보자, 완주군 고산면~대아저수지 전주에 인접한 고산의 휴양림과 대아저수지는 대둔산, 화암사 등과 함께 완주 9경으로 손꼽힌다. 대아저수지의 청아한 빛깔을 품은 대아저수지 호반 도로는 20km로 약 20~30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도시민들이 도심 속 일상을 벗어나 짧은 시간의 드라이브로 잠시 먼 여행을 떠나온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대아저수지를 감돌아 동상저수지를 관통하는 이 길은 사시사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데 인근의 위봉사, 위봉폭포도 뛰어난 풍경에 한몫한다. 대아저수지 호반 도로를 타고 조금 더 들어가면 30여만 그루의 관상수를 자랑하는 대아수목원의 정갈한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코스 길이 l 16.8km, 30분코스 l 완주군 고산 미소시장~대아저수지~수만교
#여름나기
#드라이브
#옥정호
#용담호
#메타쉐쿼이아
#고군산군도
‘꽃싱이’ 타고 씽씽, 자전거길 달려요
외출이 꺼려지는 요즘, 집 밖의 초록 풍경을 마주하며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자전거로 전주를 달려 보자.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 페달을 굴리다 보면 어느새 땀방울은 식어 가고, 기분 좋은 상쾌함만 남게 될 것이다. 특히,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길 따라 숨어 있는 이야기와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자전거가 없어도 괜찮다. 전주시 공영자전거 ‘꽃싱이’가 여러분의 발이 되어줄 것이다. 전주 대표 자전거길 1. 문화와 역사를 만나요, 박물관길 홍산교-전북도청-용호근린공원-전라북도교육청-국립전주박물관(4.9km) 2. 산길과 마을을 달려요, 건지산길 가련교-한국소리문화의전당-동물원-전주북초-호성네거리-전주역(6.5km) 3. 첫마중길에서 평화동까지, 백제대로길 전주역-첫마중길-종합경기장-백제교-효자광장교차로-꽃밭정이사거리(9.1km) 4. 한옥마을로 떠나요, 기린대로길 한국도로공사수목원-호남제일문-종합경기장-전주시청-전주향교(12.1km) 5. 아름다운 꽃길 감상해요, 혁신도시길 한국농수산대학-엽순근린공원-전주월드컵경기장-한국도로공사수목원(11.4km) 6. 초록 공간을 달려요, 에코시티길 송천자전거대여소-송천역네거리-백석제-전당저수지-세병공원(6.9km) 7. 천변도로를 안전하게, 삼천자전거길 서곡교-홍산교-마전교-이동교-우림교-백로공원-모악산자락길(13.5km) 8. 영화 같은 풍경을 만나요, 만경강길 만경강-추천대교-가련교-백제교-싸전다리-국립무형유산원-월암교(18.8km) 전주 공영자전거 ‘꽃싱이’ 대 여 료│1회 1,000원 이용 시간│9:00~19:00(월요일·공휴일 휴무) 대여 방법│ 스마트폰으로 본인 인증 뒤 1,000원을 내면 자유롭게 이용 가능(안전모도 무료로 대여 가능) 대 여 소 치명자산 대여소- 완산구 대성동 350-2 부근 자연생태관 대여소 - 완산구 교동 951-1 부근 한옥마을 오목대 대여소 - 완산구 풍남동 3가 7-9 부근 전주향교 대여소- 완산구 교동 21-2 부근 전주천(생태 자전거 놀이터) 대여소- 덕진구 진북동 774-8 덕진공원 대여소- 덕진구 덕진동 1가 1320-2 삼천동 대여소- 완산구 삼천동 1가 314-2 송천동 대여소- 덕진구 송천동 1가 318-12 아중리 대여소- 덕진구 우아동 2가 968
#꽃싱이
#전주자전거길
#자전거
#두바퀴
#자전거도로
초록 숲과 호수 산책, 사람을 떠나 자연을 만나요
2020년 전주의 여름은 여전히 뜨겁다. 폭염에 마스크로 인한 답답함까지 더해져 더 힘겨운 올여름. 하지만 바람에 흔들거리는 강아지풀과 이름 모를 꽃과 듬직한 나무가 부채 바람처럼 시원한 전주 산책길이 있다. 혼자 걷다 보면 사그락사그락 피어나는 청량감과 정감 어린 풍경들이 추억과 상상력을 돋우는 길. 혼자 걷고 싶은 전주의 산책길로 들어선다. 혼자 걷기 좋은 숲속 산책길숲에는 천연의 바람과 인간이 쌓은 이야기가 공존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함과 피로감 그리고 우리 몸에 쌓인 먼지를 툴툴 털기에 최적인 곳, 숲. 자연의 청량함 가득한 남고산과 완산공원, 황방산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자. 녹음과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남고산 산책길 조금만 눈을 돌리면 전주에는 산책하기 좋은 길이 참 많다. 그중에서도 남고산성 아래 ‘시나브로 길’은 추천할 만한 곳이다. 모르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숲에 물들고 야생초에 물드는 길. 그저 발길 가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걸으면 어느새 풋풋하고 사각거리는 시원함과 함께 걷고 있는 나를 마주치게 된다. 시나브로 길에서 만나는 것은 녹음뿐만은 아니다. 귀 기울이면 천년 넘은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로 낯익은 관우 장군을 모신 ‘관성묘’도 만나고 삼국통일 이후 지어져 임진왜란 때 왜군을 방어한 산성을 만날 수도 있다. 남고산 산책길은 푸름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역사가 있다. 상상하는 재미와 일상을 벗어나 해찰하는 재미가 있는 길이다. 일상과 더위에 지쳤을 때, 또 코로나19로 인하여 답답할 때 훌쩍 걸으면 더 좋다. 완산칠봉의 속살을 만지는 완산공원 산책길 푸른 녹음과 매미 소리로 청량한 완산공원 마실길이 있다. 마실길을 걷다 보면 낮게 엎드린 채 수수한 정혜사를 만날 수 있다. 정혜사에 발을 들이면 여름 바람마저 고즈넉하게 수수하다. 여름의 소란스러움과 더위마저 고스란히 차분해지는 풍경이다. 정혜사 오솔길을 따라 10여 분을 오르면 낮게 웅크린 금송아지 바위를 만난다. 아리따운 외모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옥녀에게 마음을 뺏긴 금송아지다. 마실길 속 완산칠봉을 걸으면 길과 산이 숨겨 놓은 이야기가 귀를 간질인다. 그뿐만은 아니다. 장군봉 팔각정을 만나 전주 도심을 한눈에 바라볼 수도 있고 돌탑과 가람 시비도 만날 수 있다. 산이 숨겨 놓은 소소한 이야기가 때로는 역사로 때로는 잔잔한 옛이야기로 소곤대는 길이다. 도토리가 쪼갠 화강암 바위를 만나는 황방산 산책길 황방폐월(黃尨吠月), 전주에서 바라봤을 때 서쪽이 허해서 조선 영조 때 이서구라는 관찰사가 황방산 가운데 글자인 ‘땅 두둑 방(傍)’ 자를 ‘삽살개 방(尨)’ 자로 고쳤다는 안내판을 시작으로 황방산 산책길에 오른다. 황방산은 초록 그늘이 만든 서늘함과 흙길이 잘 어우러져 반가움이 가득하다. 오르는 내내 완만한 경사 덕에 지루할 틈도 없다. 중턱에 오르면 수많은 석불과 석탑이 가득한 일원사를 만나 이색 절경에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고, 지금은 자취를 찾을 수 없는 서고산성의 푯말도 만난다. 황방산 산책길의 숨은 매력은 거대한 화강암 바위를 쪼갠 도토리나무다. 어른 손마디보다 작은 도토리가 바위틈에서 자라 둘로 쪼갠 바위는 다양한 상상력과 함께 걷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황방산 산책길에는 일원사 외에도 전주의 사방을 방비하는 사고(四古) 사찰의 하나인 서고사와 천고사가 있고 산성정과 황방정, 납암정 세 개의 정자가 있어 느릿한 산책에 안성맞춤이다. 물빛 바람을 매만지는 산책길 무더위를 삼키는 호수가 있고 그 곁에 나란히 선 산책길이 전주에 펼쳐져 있다. 잔잔한 물결을 따라 걸으면 물결 위로 발자국이 찍힐 것 같고, 그 발자국 따라 환하게 거니는 일상이 있다. 오송제와 기지제 산책길로 풍덩 빠져 거닐 수 있는 길을 만나러 간다. 혁신도시 생태를 가꾸는 기지제 산책길 기지제 산책길은 인위적이다. 혁신도시가 들어섬과 동시에 꾸며진 기지제는 인위적이나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다. 생태습지와 어우러진 산책길은 사시사철 변화하는 다양한 풍경을 지니고 있어 감탄을 자아내는 동시에 편안함을 선사한다. 비록 사람이 인위적으로 꾸민 공간이지만,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고민하고 인간의 욕망을 제어한 따뜻함이 이곳에 깃들어 있다. 그러기에 기지제는 혁신도시의 숨터이자 쉼터로서 시민들에게 푸르고 넉넉한 자연의 가치를 선사한다. 다양한 수상식물과 바람과 인간의 쉼, 기지제는 안락하고 편안하면서 자연의 생태를 고스란히 전하는 마법을 지닌 길이다. 호수 위를 건너온 바람이 볼을 간질이고, 뛰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귀를 간질이고, 나뭇잎들이 만드는 화음이 귀와 눈을 호강시킨다. 짙은 푸름과 투명한 물빛이 어우러진 기지제에서 마스크의 답답함을 일시에 날려 버리는 호강을 누려 보시길. 건지산 속 오송제 산책길 건지산 산책길을 따라가면 오송제를 만나고, 오송제 산책길을 따라가면 건지산을 만난다. 편백나무 숲을 지닌 건지산과 그 곁에서 어우러진 오송제는 자칫 우리 곁에서 떠날 뻔했다. 재개발의 암울한 그림자가 오송제에 드리워졌던 것. 하지만 시민들의 반대로 재개발은 무산되고 더 나아가 생태공원으로 거듭났다. 오송제 산책길을 걸으면 이젠 보기 귀한 버드나무와 다양한 수상 식물들이 먼저 반긴다. 마치 머리를 감고 있는 듯한 버드나무들과 어우러진 연잎과 연꽃 그리고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물빛을 머금고 녹음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숲에 발을 들이고 호수 위에 새겨진 산책길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코로나19의 답답함과 여름의 폭염과 지루한 일상을 자연의 힘을 빌려 툴툴 털어 버릴 수 있는 길, 혼자 걷기 좋은 산책길로 사그락 걸어 들어가 보자.
#남고산
#완산공원
#황방산
#기지제
#오송제
거 리 두 기 여 름 나 기
슬기로운 언택트(비대면) 휴가
8월, 어느새 휴가철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여름휴가로 일상생활에 지쳤던 몸과 마음을 충전할 시기이죠.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설레고 들뜬 마음 대신 휴가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풍경이 낯설기만 합니다. 하지만, 걱정과 고민만으로 이 계절을 보내기는 아쉽지 않으신가요?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안전하게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여러분을 위해 이 여름 특집 호를 준비했습니다. 도심 속 자연과 나만의 공간에서 언택트(비대면)로 슬기롭게 보낼 수 있는 여름휴가 방법을 제안합니다. 사람은 멀리, 자연은 가까이, 낮과 밤으로 힐링 로드가 펼쳐질 ‘혼자서 산책하기 좋은 길’과 ‘전북의 드라이브길’에서 멋진 여름 풍경을 마주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일상의 위로가 필요한 여러분을 위해 랜선으로 만나는 콘서트와 전시, 강연도 소개합니다. 코로나19 시대의 필수품 ‘천 마스크’도 만들고,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향기로운 집콕 생활’도 펼쳐집니다. 알찬 여름휴가를 위한 꿀팁을 가득 담은 여름 특집 호와 함께라면 우리가 머무는 곳 어디라도 아름다운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요?
#여름휴가
#언택트휴가
#당일치기
#사회적거리두기
"현장 기록한 사진 시민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최영철 어르신이 사진으로 추억하는 미원탑과 금암 분수대
사진은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기록물이다. 사라진 과거의 모습도 사진 속에서는 살아 있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 전주의 랜드마크였던 미원탑과 금암 분수대 옛 모습도 모두 사진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전주의 오래된 풍경이 담긴 사진을 전주시에 기증한 최영철 어르신은 35년간 전북도청 공보실에서 근무하며 전라북도 곳곳을 기록한 사진사이다. 최영철 어르신을 만나 촬영에 얽힌 에피소드와 그 시절 전주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숙부님이 주신 카메라가 사진 인생의 시작 초등학교 시절, 숙부님께서 카메라 한 대를 주셨습니다. 그 카메라가 제 사진 인생의 시작인 셈이죠. 1930년대 독일제 카메라였는데 그 카메라로 참 열심히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나요. 그러던 어느 날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 원판을 찾으러시내 사진관에 갔습니다. 구 도청 옆 소방서 자리에 ‘부민사진관’이라고 있었어요. 그곳에서 원판을 찾아서 집에 가려는데사장님이 자꾸 붙잡으시는 거예요. 초등학생이 카메라가 있다 하니 이것저것 가르치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학교 수업 마치고 와라, 방학하면 또 방학했으니 오라 하며 자꾸 부르시더라고요. 오전반, 오후반 나눠서 수업하던 시절이었는데 오전반 수업이 끝나고 가면 점심까지 챙겨 주시면서 사진을 가르쳐 주셨어요. 그때 사장님께 사진 이론에 대해 참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데 공짜로 배우기만 할 수 있나요? 사장님께 사진 이론을 배우면서 사진관 일을 도와드렸지요. 당시 도민증이라는 게 있었어요. 지금으로 말하면 주민등록증 같은 신분증이에요. 그 도민증에 들어가는 증명사진을 네 장씩 잘라서 봉투에 넣고 이름을 쓰는 일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배운 사진 이론 덕에 군대에 가서 보직도 바꾸었지요. 원래 시설계에서 건축, 보수 작업을 했는데 인쇄소에서 일하게 된 겁니다. 어깨너머로 배운 지식이 점차 내 것이 되어 갔습니다.일상에서 찍은 사진이 역사의 한 장면이 되다 제대 후에도 꾸준히 사진을 찍었어요. 사진을 하는 사람들끼리는 거의 알고 지냈는데 그중에 전라북도청 공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분이 공보실에서 함께 일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하더군요. 혼자 사진 찍으러 다니기 힘에 부친다고 말이지요. 그때부터 전라북도 곳곳을 누비며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지역별 여러 행사는 물론, 모를 심고 수확하고, 수확한 쌀을 넣을 가마니 짜는 모습까지, 밤낮없이 사진을 찍으러 다녔지요. 그런데 사진 찍는 게 그저 일이라 생각했으면 그렇게 열심히 찍지 못했을 겁니다. 좋아하는 일도 직업이 되면 싫어진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사진 찍는 일이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도 늘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전주시에 기증한 미원탑 사진이 바로 그렇게 찍은 사진입니다. 미원탑은 1967년도 조미료 미원을 광고하기 위해 그 당시 전주에서 가장 번화가였던 팔달로 네거리에 세워진 광고탑이에요.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미원탑은 전주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전주의 관광 명소였습니다. 전북 각지에서 미원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참 많았지요. 제가 전주시에 기증한 미원탑 사진은 1968년에 찍은 거예요. 도로 정비가 채 되지 않아 차선도 흐릿할 때였어요. 퇴근길에 그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자전거를 세워 두고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미원탑이 10여 년 후인 1979년 차량 통행 문제 등으로 철거되면서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지요.1980년에 찍은 금암광장 분수대 사진은 운이 참 좋았어요. 당시 업무차 헬기를 타고 다른 지역을 다녀오던 길이었는데 마침 분수대에서 분수가 솟구치더라고요.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사진으로 꼭 남기고 싶더군요. 조종사분에게 잠시 멈춰 달라 말하기도 죄송스러워서 급히 셔터를 눌렀지요. 1980년대 금암광장 분수대는 전주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처였습니다. 분수대 주변 화단도 참 예쁘게 잘 꾸며 놨거든요. 분수 구경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로 늘 북적였습니다.그 시절 전주, 사진으로나마 보여 주고파제가 사진을 찍을 때 꼭 지키는 원칙은 기록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들을 찍는 거지요. 전주시에 기증한 미원탑과 금암광장 분수대 사진도 모두 그런 생각으로 찍었습니다. 의미 있는 장소와 공간, 그리고 순간은 시간이 흐르면 기록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그런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섰기에 전주시에 기증하게 됐습니다. 1970~1980년대 전주를 대표하는 미원탑과 금암 분수대는 이제 전주 사람들에게 추억의 공간으로 남은 곳들입니다. 하지만,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시절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사진을 통해 그 시절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특히 금암광장 사진의 경우, 항공사진이라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주시가 금암분수대를 28년 만에 복원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리고 있는데요, 옛 금암분수대와 복원되는 금암분수대를 비교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저는, 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었으면 해요. 내가 찍은 사진 한 장이 가치 있는 역사적 기록물이 될 수 있으니까요. 최영철(85) 어르신은 전북도청 공보실에서 35년간 근무하며 전라북도의 다양한 현장과 사건들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5월에 열린 제8회 전주기록물수집공모전에 직접 찍은 미원탑과 금암광장 분수대 항공사진을 제출, 최고상을 받았다.
2020.06.30
#미원탑
#전주사람
#사진
잘 고쳤다 이 집
모두가 놀란 무료 나눔의 집 강수 하우스
철쭉의 색깔이 이렇게나 다채로웠나. 빨강, 다홍, 분홍, 자주, 곱디고운 철쭉꽃 만발한 이색 풍경을 보려거든,먼 걸음 할 것 없이 이 집으로 오면 된다. 꽃향기만큼이나 그윽한 사람의 향기가 풍기는 집,연중무휴 24시간 풍류로 가득한 집. 그리하여 눈도 귀도 입도 즐거운 김강수 어르신 댁으로 말이다. 느지막이 어르신이 손수 꾸민 ‘꿈의 집’ 논두렁 너르게 펼쳐진 전주시 덕진구 전미동의 어느 마을, 이곳의 명물은 다름 아닌 가정집이다. 언뜻 여느 이웃집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 집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몰리는 까닭은 무얼까? 호기심 어린 걸음으로 들어서니, 150여 종 1천여 그루의 철쭉 꽃나무가 집 안에 빽빽하다. 집 한복판의 못에선 비단잉어가 떼 지어 노닌다. 쉼 없이 돌아가는 물레방아와 시원스레 쏟아지는 폭포수, 새 지저귀는 소리까지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해가 쨍쨍한 날씨에도 연못가에 앉아 쉬노라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씻어 준다. 노래방 기계가 설치된 거실에선 매일 댄스파티가 열린다. 이 풍경이 한 사람의 손에서 탄생했다니, 그 사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름하여 ‘무료 나눔 하우스’를 만든 사람은 이 집의 주인인 김강수 어르신이다. 2019년 라는 인기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이미 전국구 유명인사가 되셨다. 굴착기로 땅을 파서 만든 못에 비단잉어를 풀어 키우고, 화분에 철쭉을 심어 작은 숲을 일구는 과정 하나하나 어르신의 손을 거쳤다. 완공까지 꼬박 1년여가 걸렸다. 젊었을 적엔 자동차 부품인 ‘쇼크업소버(쇼바)’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일하셨다는 김강수 어르신. 일흔이 다 된 나이에도 녹슬지 않은 손기술을 발휘해 ‘꿈의 집’을 완성했다. 전국 팔도에서 찾아오는 전주 명소, 강수 하우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요, 단지 뚜껑에 물을 받아 붕어 한 마리를 키웠던 적이 있어요. 공부는 하지 않고 물고기만 들여다봤어요. 그때부터 자연 친화적인 삶을 꿈꿨던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간직해 온 꿈을 이루고 싶어 느지막이 집을 샀고, 모두 손수 가꿨습니다. 자연 속에서 정서적 안정을 얻고, 물고기와 나무 같은 생명에 의지하며 깨달음을 얻고자 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공들여 지은 집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무료로 개방하게 되었다. 방송에 소개된 이후에는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 주말이면 방문객이 100명도 넘는다. 경기도, 강원도, 경상도 할 것 없이 전국 팔도에서 전주를 찾은 여행객들이 이곳에 들렀다 간다. 특히 철쭉이 피는 꽃철에는 쉴 틈 없이 손님을 맞이한다. 집에 찾아오신 손님 한 분, 한 분께 일일이 대접하는 것이 김강수 어르신 부부의 일과이다. 베풂과 나눔이 부부의 삶 속에 깊숙이 밴 지 오래다. 음료수와 과일, 주전부리가 모두 공짜. 이쯤 되면 경제적인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얼굴엔 늘 웃음이 가득하다. 오시는 손님들 모두가 그저 반갑고 도리어 감사하단다. 요즘은 손님들이 수박이며 참외며 빵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오기도 한다. 물론 모두 손님들께 고스란히 내어드린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100살, 120살, 200살까지 사세요.” 손님들이 건네는 덕담으로 힘을 얻는다. 김강수 어르신의 말씀처럼 눈도, 귀도, 입도 즐거운 ‘무료 나눔 하우스’. 무엇보다 ‘정’이란 무형의 가치가 어르신의 가장 귀한 자산일 테다. 오감으로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을 넘어, 넉넉한 인정으로 마음이 충만해지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강수 하우스’로 구경 한번 가보자. 강수 하우스 주소│전주시 덕진구 전미월평1길 25-1 문의│063-253-9876
#강수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