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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음식
여행자라면, 여름이라면
전주 가맥 3대 천왕
전주 가맥의 ‘갑’ 전일갑오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돼 ‘웨이팅’이 더 길어졌지만, 전주 시민들에겐 가장 친숙한 가맥집이다. 여름밤에는 테이블로 변신한 맥주 박스가 가게를 둘러싼다. 가게 안 자리가 모자라서, 여름밤의 낭만의 즐기고 싶은 ‘노천 가맥’의 풍경은 각박한 마음마저 씻어내기도 한다. 지금은 기계를 이용해 갑오징어를 눌러내지만, 본래 망치를 사용해 일일이 다 손으로 두드리고 연탄에 구워내는 갑오징어가 먼저 이름을 떨쳤다. 갑오징어 두드리는 소리는 전일갑오를 대표 하는 또 다른 상징이었다. 이렇게 두드려지고, 눌려 굳건함을 잃고 한껏 부드러워진 갑오징어 살들은 맥주 안주로 그만이다. 불에 구워낸 구수함과 이 집만의 특제 간장 소스는 맥주 ‘한 짝’쯤은 거뜬히 비워내게 했다. 가게 앞 연탄 화로에서 종일 몸을 말리고 있는 황태는 말린 생선만이 선사하는 포슬포슬함의 결정체다. 여기에 간장, 물엿, 청양고추, 깨가 수북이 들어간 특제 소스를 먹기 위해 안주를 추가할지도 모를 일.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현무2길 16 전화 l 063) 284.0793 바삭 황태·촉촉 먹태 초원편의점아는 사람만 가게 안쪽에서 간단히 맥주를 즐기는 ‘초원편의점’. 지금 이곳도 가맥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되었다. 이곳의 대표 안주는 황태와 먹태다. 전주 대표 가맥 집들이 연탄불에 구워낸 황태의 맛을 고수하듯이 초원편의점도 오랜 시간 지긋이 구워낸 황태가 대표 안주다. 이곳은 노릇 바삭하게 구워진 황태를 접시가 아닌 커다란 쟁반에 내어준다. 워낙 바삭한 터라 통으로 구워진 황태를 찢을 때 가루가 사방에 날리기 때문에 널찍한 쟁반이 제격. 바삭한 황태 못지않게 초원편의점 고수들이 찾는 건 바로 먹태다. 먹태는 ‘황태가 되지 못한 촉촉함’을 품고 있다. 마른안주의 바삭함보다 쫄깃함을 즐기고 싶다면 황태보다는 먹태가 좋다.‘꾸덕꾸덕’한 식감이 황태 못지않다. 이곳에서도 물엿과 간장을 넣은 소스 장을 내어 주는데, 마요네즈를 넣은 것과 넣지 않은 것 두 종류 모두를 맛볼 수 있다. 다른 집의 수북한 깨 대신 초원편의점에서는 송송 썬 대파를 얹는데, 그 향과 맛이 이 집 만의 소스로 변신시켜 준다.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3길 32-1 전화 l 063) 287.1763 ‘치맥’과 ‘가맥’의 궁합 영동슈퍼이곳에 도착해 맥주 세 병을 내려놓으면 나타나는 ‘닭발’ 튀김. 가맥의 짝꿍 황태나 마른안주도 당연히 있지만, 영동슈퍼는 ‘치맥’ 이다. 소금이나 각종 향신료로 간을 하지 않은 시장 닭을 바로바로 튀겨 내주는 매콤한 고추 통닭과 쫄깃한 똥집 튀김, 그리고 떡하니 쫙 벌어진 통 닭발 튀김은 끝없이 맥주잔을 채우게 하는 맛이다. 서비스로 내어주는 닭발 튀김 덕에 진즉에 명성이 높아진 영동 슈퍼도 전주 경원동의 터줏대감이다. 전북대학교 앞으로 잠시 자리를 옮긴 적도 있지만, 다시 가맥의 원조 경원동으로 돌아와 치맥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통닭은 물론 닭의 다양한 부위를 고루 맛볼 수 있어 젊은이들이 특히 즐겨 찾는다. 튀김 반죽에 송송 썰어 넣은 청양고추의 알싸한 맛은 맥주와 찰떡 궁합. 쫄깃하게 뜯는 맛이 일품인 닭발 튀김은 메뉴판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릴 만큼 인기 안주가 됐다. 비교적 젊은이들의 걸음이 잦아 한복을 입고 방문하거나 SNS에 게시하면 서비스가 제공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현무1길 14
2020.09.22
#맥주
#오징어
#먹태
#연탄
#치맥
기획 특집
천년의 이야기를 품은 숲, 같이 걸을까요?
전주 마실길
천년의 시간을 품은 숲, 천년전주 마실길국립무형유산원을 출발해 좁은목약수터 방향으로 걷다 보면 처음 마주하게 되는 길이 억경대에서 만경대 구간이다. 해발 630m 고덕산 초입에서 숲을 오르다 보면 낯선 풍경과 조우하게 된다. 여름의 숲, 우거진 녹음에 감춰진 흙빛 돌 산성이 이질적이면서도 정겹다. 숲길을 벗어나 남고산성을 걷는다. 돌을 이고 지고, 외부의 적을 막기 위해 쌓아 올린 간절한 무게들이 발걸음을 더디게 붙잡는다.남고산성은 가팔랐으나 단아했고 산세와 어우러져 고즈넉했다. 남고산성은 삼국 통일 이후 남북국시대에 지어진 석축 산성으로 후삼국시대 후백제의 도읍이던 전주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견훤이 쌓았다 한다. 하지만 지금 남아 있는 성벽은 임진왜란 때 전주 부윤을 지낸 이정란이 왜군 방어를 위해 보수한 산성이다. 지키고자 하는 생의 간절함을 품은 숲, 천년전주 마실길이 숨겨 놓은 이야기가 장엄하다.천년전주 마실길은 남고산성을 지나 억경대와 만경대로 발걸음을 이끈다. 억경대에 올라 드넓게 펼쳐진 전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가빴던 숨을 돌린다. 한눈에 들어오는 전주 풍경에 가슴이 벅차다. 고층 빌딩에서 바라본 전주와는 천양지차. 그 풍경에 넋을 잃을 무렵, 문득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바람을 머리에 인 숲이 무겁게 일렁인다. 천길 바위 머리 돌길을 돌고 돌아,나 홀로 다다르니 가슴 메는 시름이여청산에 깊이 잠겨 맹세하던 부여국은누른 잎이 어지러이 백제성에 쌓였도다구월 소슬바람에 나그네의 시름이 깊은데백년기상 호탕함이 서생을 그르쳤네하늘가 해는 지고 뜬구름 덧없이 뒤섞이는데하염없이 고개 들어 송도만 바라보네- 정몽주 만경대를 지나 충경사를 향하면서 만경대 암각서에 새겨진 시구를 읊조린다. 새로운 나라와 기울어져 가는 나라에 대한 걱정. 포은 정몽주와 태조 이성계 그들에게 길은 우국과 충정이었고 새로운 시대의 도래였다. 어디 그뿐일까? 관직에서 물러난 64세의 노부인 이정란이 다시 칼을 잡고 적진으로 뛰어든 길 역시 우국과 충정이었고 백성에 대한 애민이었다. 남고산성 숲에는 우국과 충정과,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애민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천년전주 마실길, 그 숲 곳곳에 역사가 짙은 녹음을 드리운다.싸전다리를 지나 초록바위에서 완산칠봉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마실길이라는 이름의 참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마실길’이란 이웃에 놀러 가는 길을 뜻한다. 사부작사부작 걷는 걸음마다 삼나무 잎사귀나 편백나무 향이 밟힌다. 여름에는 매미 소리와 청량한 숲 내음으로, 가을에는 붉은 단풍으로, 겨울에는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로 가득하다. 완산칠봉 오르는 길은 사시사철 변화무쌍한 자연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그뿐일까? 장군봉 팔각정을 만나고 금송아지 바위의 전설을 듣고, 크고 작은 돌탑과 가람시비를 만난다.천년전주 마실길을 두른 숲은 천년의 삶과 문화와 역사를 안고 있다. 그 숲속 오래된 나무 아래에서 가만히 귀 기울이면, 고목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 것 같다.천년전주 마실길국립무형유산원-억경대-만경대-남고산성-충경사-매화봉-장군봉-완산공원-금송아지바위-용두봉-용머리고개-다가공원-완산교-매곡교-초록바위-남천교-국립무형유산원 기억을 재생하는 숲, 모악산 마실길과 삼천마실길전주 모악산 마실길은 모악산이 품은 길이다. 길은 마을에서 시작해 마을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바람과 나무와 숲을 잇는다. 추동마을 입구에서 시작해서 고개 너머 독배마을까지 이어지는 12.3km의 구간 동안 위뜸에 살았다는 강릉 함씨와 비선골에 살았다는 김해 김씨의 이야기, 마을 사람들이 아프면 굿을 해 주는 무녀 쟁인이 살았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험한 산이 아닌 고즈넉한 평야의 숲길이 마을과 마을이 지닌 이야기를 품고, 뒤 숲이 지닌 이야기와 앞 숲이 품은 이야기로 마을 지도를 만든다. 천년전주 마실길의 숲이 삶과 역사를 품은 숲이라면 모악산 마실길의 숲은 옛 풍경과 잊힌 기억을 재생하는 숲이다.가래나뭇골(추동마을)을 지나고 원당마을을 지나 시앙골을 넘고 학이 날아든다는 학전마을을 지나 만나게 되는 노송 군락지는 곧게 뻗은 노송들이 푸른 하늘을 이고 우뚝 서 있다. 고즈넉하고 단아한 숲이 아니라 하늘 향해 곧게 뻗은 노송들이 장엄한 분위기를 내뿜는 숲이다. 마치 마을과 마을을 지키고 사람과 사람을 지키는 장승처럼 우람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삼천 마실길은 마을과 역사를 잇는 길이다. 옛 전주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외부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 길이라고 할 수 있다.탐진 안씨의 집성촌인 능안마을에서는 탐진 안씨들이 대대로 마을을 지켜 온 흔적을 엿볼 수 있고, 능안이라는 이름의 유래도 찾을 수 있다. 소란소란 걷다 만나는 국립전주박물관과 전주역사박물관에도 한번 들러 보자. 탐진 안씨가 지킨 마을 이야기와 더불어 전주의 옛이야기에 빠져보는 즐거운 기회가 될 것이다. 모악산 마실길추동마을-원당마을-학전마을-완산생활체육공원-노송 군락지-신금마을-화정마을-봉암마을-독배마을-독배고갯마루
2020.09.11
#마실
#모악산
#충경사
#정몽주
#만경대
여름은 숲이다-숲에서 만나요
그 숲이 알고 싶다
우리 가족 숲속 캠핑장, 나들목가족공원푹푹 찌는 더위, 먼 길 떠날 필요 없이 가까운 공원에서 하루를 보내면 어떨까. 전주CBS방송국 뒤편 ‘나들목가족공원’에선 어느 때나 단란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널찍한 평상에 텐트를 치고 누워 여유를 부리고, 숲 사이로 난 오붓한 산책길을 손잡고 걷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야영과 취사는 할 수 없지만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비롯해 쉼터와 운동시설, 편의시설이 곳곳에 갖춰져 있어 가족 캠핑장으로 그만이다. 우리가족 모두를 위한 여름 휴가지, ‘나들목가족공원’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 보자.주소│전주시 덕진구 용정동 124-41 한 권의 여유, 한 편의 추억, 건지산숲속작은도서관여름에도 푸른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건지산숲속작은도서관’에서는 책장 넘기는 소리 또한 한창이다. 건지산 둘레길을 슬렁슬렁 거닐다 다리를 쉬고 싶을 때쯤, 아담한 건물 한 채가 눈에 띈다. 문학 도서와 아동 도서, 생태 관련 도서까지. 2천여 권의 책이 책장에 빼곡하니, 한 권의 여유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한 달에 한 번,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에는 늦은 저녁까지 불을 밝힌다.주소│전주시 덕진구 덕진동1가 640-8문의│063-287-6417 숲에서 만나는 김우빈·마마무, 전주 스타숲7천900여 그루의 나무가 더불어 자라는 나들목가족공원, 그 안에서도 유독 시선을 끄는 숲이 있다. ‘마마무숲’과 ‘김우빈숲’이다. ‘마마무숲’은 걸그룹 마마무의 데뷔 2주년이던 2016년에 팬들이 조성한 숲이다. 배롱나무와 이팝나무 등 나무 네 그루에는 전주 출신의 ‘휘인’과 ‘화사’를 비롯해 멤버 각각의 이름표를 달아 주었다. 그 옆엔 전주 출신 배우인 ‘김우빈’의 생일을 기념해 2015년 7월 16일에 조성한 ‘김우빈숲’도 있다.주소│전주시 덕진구 용정동 124-41 깊은 산속 힐링 계곡, 모악산 중인리 계곡북적이는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가까이서 느껴 보고 싶은 날이라면, 모악산 중인리 계곡으로 가자. 모악산 자락에 꼭꼭 숨어 있던 ‘중인리 계곡’은 등산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어느새 전주의 물맞이 명소로 떠올랐다. 녹음이 우거진 수풀 사이 바위에 걸터앉아 차디찬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그야말로 신선놀음. 무더위가 비켜난 자리에 선선한 바람이 드나드니, 마음에도 모처럼 여유가 찾아온다. 바람의 감촉마저 남다른 이곳에서 뜨거운 여름을 한 발짝 쉬어 가자.주소│전주시 완산구 중인1길 257-271 행복을 노래하는 숲속 버스킹, 오송제 사람들지친 마음에 휴식이 필요한 날, 오송제 숲속으로 마실 가보자. 작은 무대를 감성으로 채우는 두 남자 ‘오송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최규성’ 씨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정성진’ 씨로 이루어진 이들 듀오 공연은 어느덧 200회를 훌쩍 지났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요와 영화음악, 동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며 시민들과 호흡해 왔다. ‘오송제 사람들’, 이들이 있기에 숲은 더욱 아름답게 물들어 간다.주소│전주시 덕진구 송천동1가 산 1-1 오송제 편백숲 야외무대문의│네이버밴드 ‘오송제 사람들’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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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읽어요
<전주다움> 추천 휴가지에서 읽는 숲 책
읽을수록 새로운 숲을 담은 고전 헨리 데이비드 소로│펭귄클래식│2014세계인이 공감한 인류의 고전 . 월든 호숫가 숲에 통나무집을 짓고 2년간 자급자족한 기록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검소한 삶만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온다는 저자의 사상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아냈다. 한국고전번역원│한국고전번역원│2016계절의 변화, 꽃과 나무 등 소박한 풍경을 따스하게 바라본 옛 시들을 모았다.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들이 선인들의 한시를 선별하고 친절한 해설을 곁들였다. 맑고 간결한 문장을 읊조리며 가만히 자연을 느껴 보자. 지역 작가들이 바라본 숲 이야기 책마을 해리 생태학교 친구들│나무늘보│2017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고창으로 책마을 해리의 생태 작가들이 모였다. 자연 속에서 오감으로 발견한 생물들을 기록했다. 이 땅의 어디에서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생명들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황경택│샘터│2018숲속 동식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디즈니 만화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니다. 매일 스케치북을 들고 숲속의 생명을 그리며 친구가 된 화가이자 숲 연구가. 저자가 들은 숲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펼쳐 보자. 안도현 글, 백대승 그림│한솔수북│2019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도시로 모험을 떠나는 반딧불이의 여정을 담았다. 나방의 위협과 자동차를 피해 밤을 대낮처럼 밝히는 네온사인을 찾아간 반딧불이. 과연 반딧불이는 가장 아름다운 빛을 찾아낼 수 있을까? 숲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안내서 페터 볼레벤│위즈덤 하우스│2018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의 저자 페터 볼레벤이 숲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 준다. 오랜 시간 독일의 숲을 관리하며 얻은 저자의 노하우와 자신만의 위트로 풀어낸 문장들은 우리에게 숲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한다.가깝게 세밀하게 들여다본 숲 책 최현숙, 이재윤│이서원│2019우리 아이들은 숲에서 무엇을 하고 놀 수 있을까? 계절마다 변하는 숲 놀이터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도 무궁무진하다. 아이들이 숲에서 맘껏 뛰어놀고 스스로 놀잇감을 찾는 방법을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소개한다. 박여진│예문아카이브│2018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숲과 오지를 여행했던 저자가 남편과 함께 전국의 숲을 누비며 아름다운 산책길을 소개한다. 늙은 나무 사이의 오솔길, 잣나무 껍질이 눈처럼 내리는 숲길, 고즈넉한 성곽길 등을 사진과 글로 담았다. 가깝게 세밀하게 들여다본 숲 책 김진일│보리출판사│2018나비, 버섯, 나무 등을 주제로 그린 10권의 세밀화 도감이다. 눈으로 직접 보고 그린 덕분에 전집을 완성하는 데 꼬박 25년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추천한, 자연을 사람의 손으로 가장 완벽하게 담은 책이다. 윤충원│지오북│2016우리가 알고 있는 나무의 이름은 몇 개나 될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부터 깊은 숲속에서 홀로 자라는 나무까지, 각기 다른 모습과 방식으로 살아가는 나무들을 사랑스럽게 그려 냈다. 리처드 포티│소소의 책│2018산미나리로 스프를 만들면 무슨 맛이 날까? 야생 체리로 만든 잼은? 요리사가 아닌 세계적인 삼엽충 전문가가 ‘그림다이크’라는 숲을 사들인 후. 총 12개월 동안 숲의 모든 것을 세밀하게 기록했다.
#여름
#책
2019, 새로운 공간 새로운 가치
전주의 위상 새롭게 드높이다, 전라감영과 전주한옥 풍경역
천년 전라도의 상징, 전라감영조선시대 전주의 위상을 드높였던 전라감영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4년여 공사 끝에 전라감영 주변을 감싸고 있던 장막을 걷고 위풍당당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전라감영은 조선 초기부터 1896년까지 전라남・북도는 물론 제주도까지 관할한 관청이었다. 전라감사는 국왕에게 위임받은 권력과 지위를 통해 행정, 군사, 사법의 수장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그러니 전라감영이 자리한 전주가 호남제일성으로서 위상을 떨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현재 전라감영의 중심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전라감사의 집무실 선화당을 비롯해 관풍각, 내아, 내아행랑, 연신당 등의 복원이 완료됐다. 현재는 조경과 땅 다지기 등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내삼문과 비장청 행랑도 내년 3월 완료를 목표로 순조롭게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외관 복원과 함께 내부 공간도 알차게 꾸며지고 있다. 최첨단 ICT기술을 활용한 AR과 VR 등의 콘텐츠 개발을 통해 역사문화공간으로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내부에 마련되는 창의적인 콘텐츠들은 전라감영이 단순히 과거 공간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오늘과 내일을 만드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전라감영이 복원과 재창조를 통해 전주 시민들에게는 역사적 자긍심이 되는 공간이자, 관광객들에게는 전주의 위대한 번영을 알리는 공간으로서 그 위상을 드높일 날이 머지않았다. 2023년 만나는 새로운 전주역, 전주한옥 풍경역낡고 좁은 전주역사가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지난 10월에 열린 전주역사 증축 국제설계 공모에서 우리나라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의 ‘Borrowed Scenery(풍경이 되는 건축: 과거와 미래의 공존, 이하 전주 한옥 풍경역)’이 선정되었다.국제공모전 당선작은 지상 4층 규모로 기존 한옥 모양 역사를 품은 형태로 만들어진다. 출품작명처럼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흡사 유리처럼 보이지만 반투명 금속을 활용해 안전하면서도 한옥 역사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가장 독창적이면서도, 전통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작업했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도시 전주에 생태도시 전주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토대로 구 전주역 역사인 한옥의 배경이 되면서, 자연이 만들어 내는 사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 역사를 설계했습니다.”옥상 정원을 활용하는 점도 특징이다. 요즘 인테리어 트렌드이기도 한 플랜테리어(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가 더해진 신조어) 방식을 도입해 역사에 생동감을 더하고자 한다. 전주를 찾은 여행객들은 옥상정원에 올라 첫마중길을 바라보며 전통도시이자, 생태도시 전주에 도착했음을 실감하고, 시민들은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신축 역사의 내부에도 식물들을 많이 배치함으로써 천만 그루 정원도시 전주의 이미지를 보여줄 예정이다.전주역 새 역사는 2023년 개통을 목표로 오는 2021년 6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니, 새로운 전주역을 만날 날을 느긋하게 기다려 보자.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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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테리어
<전주다움>을 통해 본 2019년 전주시 핫이슈
1. 3・1운동 승강장으로 변신했어요전주가 3·1운동 100주년을 남다른 방식으로 기념했습니다. 3·1운동 당시 신흥학교 학생들이 독립만세운동을 펼쳤던 전주신흥학교 앞 버스승강장을 기념 공간으로 조성한 것인데요, 전주 예술가가 제작한 3·1운동 상징 조형물과 기록 사진, 태극기 모형으로 꾸며 ‘예술 승강장’이자 ‘역사 승강장’으로 변신시켰답니다. 또 시내버스는 이곳의 이력을 안내 방송으로 내보내며 3·1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시민들에게 알렸습니다.2. 특례시, 한 마음으로 뭉쳤어요광역시가 하나도 없는 우리 지역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전주시가 ‘특례시’ 지정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당·정·청 회의와 특례시 지정 법안을 다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참석해 특례시 지정의 당위성을 인정받는 등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또 지난 5월 펼쳐진 특례시 지정 범시민 서명운동에는 무려 74만 6천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해 뜨거운 참여 열기를 드러냈다고 하니, 꼭 시민의 염원인 특례시 지정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3. 정원도시, 첫발을 뗐어요전주시가 ‘정원도시’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백제대로 등 주요 도로에는 ‘도시 바람길 숲’을, 동네 곳곳에는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우리 마을 어울림 정원’을 만들어 전주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매연과 삭막한 도심 풍경 대신 도시 어디든 풀과 나뭇잎 가득한 초록도시 전주로 변신할 날도 멀지 않았겠죠?4. 꿈꿀옷장, 연일 매진 행렬취업 준비도 힘든데, 면접 정장 마련은 더 부담스러운 것이 청년들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전주가 면접 정장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꿈꿀옷장’ 사업을 올해 처음으로 진행했는데요, 이 사업은 지난 7월 총 대여 횟수인 320회를 모두 채워 ‘매진’될 만큼 청년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다행히 하반기에도 추가 예산을 확보해 ‘꿈꿀옷장’의 문을 계속 열어 취업난에 놓인 전주 청년들에게 작은 희망을 건넬 수 있었답니다.5. 청년 창업 혁신기지, 오렌지팜‘청년 사장님’들을 팍팍 지원해줄 수 있는 보금자리인 ‘오렌지팜’이 오는 11월 말 문을 열 예정인데요, 세계적인 게임 제작 기업 ‘스마일게이트’와 전주가 힘을 모아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거점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예비 창업자·5년 미만 초기 창업 단계인 청년 창업가 중에서 게임·IT 콘텐츠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금 투자와 판로 개척을 도와준다고 하네요. 창업에 관심 있는 전주 청년들에게 희소식입니다.6. 영화제, 역대급 흥행 기록했어요올해로 스무 살 성년이 된 전주국제영화제가 ‘최다 성과’로 위풍당당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는 온라인 사전 예매 오픈 하루 만에 전년 대비 50회 차 증가한 202회 차 상영이 매진됐고, 영화제 기간 총 697회 상영 중 390회가 매진되며 역대 최고 기록을 남겼습니다. 총 관객 수도 85,900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특별 전시를 펼친 팔복예술공장에도 10,000여 명이 다녀가 ‘역대급’ 수식어에 모자람 없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위상을 확인했답니다.7. 팔복예술놀이터, 새로 문 열었어요아이들이 예술을 오감으로 체험하여 상상력과 감성을 키우고 협동심을 기르는 특별한 공간이 생겼습니다. 팔복예술공장 2단지에 들어선 ‘팔복야호예술놀이터’가 11월 5일 정식 개관했는데요, 널찍한 활동실과 야외창작·전시실, 텃밭과 무대, 아이들을 위한 식당이 들어서 ‘예술 놀이터’로 부족함이 없다고 하네요. 특히 공간 제약 없이 자유자재로 예술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가변적인 공간으로 꾸민 것이 특징입니다. 즐거운 예술놀이가 펼쳐진 팔복예술놀이터, 앞으로 많이 사랑해 주세요.8. 동학농민군, 녹두관에 유골 안장지난 5월 23일, 무명의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이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에 안치되면서 일본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던 선조의 넋이 125년 만에 안식을 되찾았습니다. 올해 전주시는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완산도서관 인근에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 추모 공간인 ‘녹두관’을 건립했답니다. 더불어 늦게나마 추모를 통해 후손의 도리를 다하고자 동학농민군 최초이자 마지막 장례식을 치렀답니다.9. 전주시복지재단‘전주사람’활약전주시복지재단 ‘전주사람’이 전주 곳곳에 나눔과 모금 활동을 펼치며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습니다. 지난 7월 4일 ‘전주사람’은 노송동 천사마을에서 첫 공식 모금 활동인 ‘희망1004’발대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단발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사랑나눔간병비지원사업, 전주형SOS긴급지원사업 등 다양한 나눔·모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네요. 시민이라면 누구나 소외받지 않고 복지 혜택을 누리도록 만들겠다는 ‘전주사람’의 포부, 이루어질 날이 가까워 보입니다.10. 전주가 만든 세계무형유산대상‘무형문화의 도시’전주에서‘제1회 전주세계무형유산대상’이 처음 열렸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테러와 전쟁, 그리고 난개발로부터 무형유산을 지켜 낸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행사인데요, 첫 대회인데도 전 세계 36개국 48건의 신청서가 도착해 치열한 참가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그 결과 인도 컨택트베이스, 캐나다 뉴펀들랜드와 라브라도 유산재단 등이 첫 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답니다. 2020년에도 많은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릴게요!
#3・1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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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꿀옷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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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사람
잘 고쳤다 이 집
은행에 문화를 더하다, JB문화공간
은행에서 놀고, 배우고, 휴식하다창립 50주년을 맞이한 전북은행과 (사)문화경제포럼이 손을 잡고, 오래된 은행을 새로운 문화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지난 11월 12일 개관한 ‘JB문화공간’이 그 주인공. 전주한옥마을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공연을 즐기고 예술을 체험하며, 루프탑에서 휴식과 버스킹까지 여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은행을 ‘문화 쉼터’로 재탄생시켰다.‘JB문화공간’에 들르면 깔끔하고 현대적으로 단장한 외관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1층 은행 옆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50석 규모의 널찍한 카페가 방문객을 반긴다. 시민들은 공연을 관람하며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고, 관광객 역시 풍남문과 전동성당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 덕에 멋스러운 풍경을 만끽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3층까지 올라가면 예술 교육이 진행되는 60석 규모의 다목적홀, 음악과 영화를 취향대로 감상하기 좋은 음악 감상실이 나온다. 이 공간들은 동호회나 직장인 밴드의 연습 공간으로 대관이 가능하다. 또 요가, 수공예, 춤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주말엔 음향과 무대 시설이 완비된 옥상에서 초대 가수들이 펼치는 공연을 관람하거나, 직접 버스킹을 펼칠 수도 있다. 공간은 자유롭게, 시민이 만들어 가는 문화 공간“JB문화공간은 이미 운영 중인 은행에 문화 체험이 가능한 여러 공간을 새롭게 추가해서 만든 공간이에요. 중요한 점은 저희가 모든 것을 주도해서 운영하기보다는 시민들이 직접 공연도 하고 교육도 진행하면서 공간에 정체성을 부여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죠.”운영 위탁을 맡은 (사)문화경제포럼 성재환 대표의 말처럼, 이곳은 여느 문화 공간과는 다른 독특한 운영 방식을 택했다. 일반적인 문화 공간들과는 달리 운영 주체가 주도권을 쥐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공간을 독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문화경제포럼이 운영하는 세미나와 인문학 강의 등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시민 대관’을 적극 활용해 ‘시민이 만들어 가는 공간’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기 때문.JB문화공간은 시민들이 직접 공연·행사를 운영할 때, 홍보 활동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시민 프로그램을 온·오프라인으로 홍보하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기획하고 실행한다. 시민을 ‘문화기획자’로 발돋움시켜 ‘공간은 자유롭게, 도움은 확실하게’라는 운영 철학을 실현하겠다는 것.“문화 교육도 다채롭게 준비했습니다. 심도 깊은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을 ‘문화 전문가’로 양성하는 것이 이 공간의 최종 목표죠.”하지만 이런 복잡한 생각을 담고 이곳에 들를 필요는 없다. 그저 가볍게 발걸음하고 휴식을 취해도 좋다. 일단 들러 보시라. 깊게도, 가볍게도 문화를 즐기기에 제격인 ‘문화 쉼터’니 말이다. JB문화공간주소│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5 2층문의│010-3905-1957운영시간│10:30 ~ 19:00(화~금),11:00~21:00(토) 일, 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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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꽃심
“내 삶의 소소한 기록이 전주의 역사가 됩니다”
탁경식 어르신이 추억하는 전주의 옛 모습
온 동네가 부채를 만들던 석소마을1968년 우아동 농지를 사면서 뙤집을 함께 샀습니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낯선 뙤집은 잔디와 흙을 쌓아 지붕을 얹은 집이에요. 쉽게 말하면 초가집이라고 할 수 있죠. 당시에 샀던 그 집은 석소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었고,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인 김동식 명인의 외조부가 사시던 집이었습니다. 듣기로는 조선시대부터 부채를 만든 집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그 집이 훗날 석소마을이 부채마을로 불린 시작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죠. 인후동, 진버들, 산등성이 너머 마을까지 부채를 만들던 시대였습니다. 당시 석소마을에 살던 김동식 명인의 이모, 이모부, 외삼촌 등 외가가 모두 부채를 만들었어요. 그때가 석소마을이 부채를 한창 만들던 때였거든요. 여름엔 마루에 앉아서, 겨울엔 아랫목에 자리를 잡고 부채를 만들곤 했지요. 아중지구가 개발되기 전까지 석소마을에선 온 동네가 함께 부채를 만들었습니다.흔히 부채를 한 사람이 만든다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아요. 대나무 깎는 사람, 대나무에 풀을 발라 한지를 붙이는 사람, 손잡이에 달린 고리만 만드는 사람, 여러 사람 손을 거쳐야 비로소 부채 하나가 완성됐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부채를 저도 하나 구입했지요. 당시 쌀 한 말 가격을 줬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그 부채가 김동식 명인의 외삼촌, 이모, 이모부 손을 거쳐 김동식 명인의 손에서 완성된 부채예요. 행복했던 시절을 사진으로 기록하다석소마을에 살던 20년 동안 사진을 참 많이 찍었습니다. 먹고살기 힘든 와중에도 참 열심히 찍고 다녔어요.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 가족들의 삶을 사진으로 남기면 그게 바로 우리 가족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역사가 별건가요? 사진 한 장만 봐도 역사가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특별한 순간만 찍은 것도 아니에요. 마루에 걸터앉아 웃고 있는 어머니와 아이들 모습, 아이들이 강아지와 즐겁게 놀던 모습, 이사하던 날 트럭에 짐을 싣는 모습 등 일상적인 순간들을 찍었습니다. 가족들 모습 외에도 간직하고 싶은 순간은 모두 사진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전주시에 기증한 옛 아중초등학교 사진과 1982년 전국소년체육대회 사진도 그렇게 찍은 겁니다. 딸아이가 중앙여고를 나왔는데 1학년 때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여했어요. 그때 따라가서 찍은 사진인데 그때 그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사진을 보면, 아름다웠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게다가 그 당시 종합운동장의 모습이 담겨 있으니 전주의 역사를 담은 사진이기도 합니다. 개인의 역사가 전주의 역사가 되다역사라는 게 어찌 보면 아주 대단한 게 아니에요. 우리 삶 자체가 역사로 남는 거니까요. 제가 전주시에 기증한 기록물들도 그저 제 삶의 일부분일 뿐입니다.만약 저 혼자 간직했다면 그저 추억에 지나지 않았을 테지요.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예전 전주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빌딩이 생기고,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가 과거에는 논밭이었고 초가집이 있었다는 사실을 많이들 모르잖아요. 우아동 농지와 토지 매매계약서를 비롯해 뙤집 사진, 옛 아중초등학교 사진, 1982년 전국소년체육대회 사진 등이 결코 대단해서 기증한 게 아니에요.하지만 과거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시 땅 한 평을 160원 주고 샀어요. 자필로 쓴 매매계약서에 그 사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매매계약서 한 장에서도 그 당시 땅값을 확인할 수 있으니 그게 바로 역사가 아닙니까? 소소한 삶도 소중한 역사가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문서 한 장, 사진 한 장이 개인을 넘어 전주의 역사로 남을 테니까요. 내 삶을 기록했을 뿐인데 전주의 역사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 근사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부디 기억하지 말고, 기록하길 바랍니다. 탁경식(75) 어르신은 ‘부채마을’로 불린 석소마을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동안 모아 온 기록물들을 전주시에 기증해 제3회, 제4회, 제5회 전주기록물수집공모에서 연달아 수상하기도 했다.
#초가집
#뙤집
#석소마을
#부채
찬바람 불 땐 시장표 팥칼국수
배 속을 뜨뜻이 위로하는 맛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때, 동짓날이면 집집마다 팥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붉은 팥이 액을 쫓는다는 민간 속설 때문이기도 하지만, 긴긴 겨울밤을 든든하게 나게 해줄 건강식으로 이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예부터 팥은 겨울철에 음양의 조화를 꾀하고 영양을 보충하는 식재료로 이용되어 왔다. 따뜻한 성질을 지닌 팥이 몸속을 덥혀 주며 한파에 시달린 몸을 위로하는 것이다.동글동글 새알심이 들어간 팥죽도 좋고 알갱이가 씹히는 팥떡도 좋지만, 전주에서는 보다 재미난 음식을 만들어 왔다. 바로 칼로 숭숭 썬 면을 아낌없이 넣은 팥칼국수다. 다른 지역에서는 흔히 맛볼 수 없는 전주의 별미다. 색이 선명하고 알이 통통하게 여문 팥을 알갱이가 물러질 때까지 푹 고아 앙금을 만들고, 적당히 물을 부어 뭉근한 불 위에서 끓인다. 여기에 미리 반죽해 길게 채 썰어 놓은 면을 넣고 한소끔 더 끓여내면, 걸쭉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팥칼국수가 완성된다. 냄비에 팥물이 눌어붙지 않도록 긴 주걱으로 저어 주는데, 그렇게 보낸 기다림의 시간만큼 걸쭉하고 진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팥칼국수 먹으러 시장에 가자전주에서는 시장 골목골목마다 팥칼국수 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맛도 집에서 먹던 맛 그대로다. 수십 년 동안 한곳에서 그 맛을 지켜왔을 터. 그러니 간판이 허름할수록 더 믿음이 간다. 장보러 온 김에 출출한 배 달래러 들르기도 하고, 팥칼국수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시장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장 골목에 자리한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솥 가득 끓여낸 팥칼국수에서 모락모락 훈김이 피어오르는 풍경이 정겹다. 밖에선 제아무리 매서운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몰아친들 가게 안은 따뜻하기 그지없다.둥근 대접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 팥칼국수는 불그죽죽한 것이 다소 투박해 보이나, 깊고 진한 맛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구수하고 부드러운 팥물과 찰진 칼국수 맛이 일품이니 별다른 밑반찬은 필요 없다. 노란 설탕을 섞어 달짝지근하게 먹거나, 아니면 소금을 넣어 짭조름하게 먹어도 새롭다. 간이 심심하다면 깍두기나 겉절이를 곁들여도 썩 어울린다. 그릇 바닥이 보이게끔 싹싹 비우고 나면 꽁꽁 얼었던 몸이 어느새 스르르 녹는다. 허했던 배속이 뜨뜻하게 불러오니, 마음까지 너그러워지는 듯하다. 추위에 지칠 대로 지친 오늘, 뜨끈뜨끈한 국물이 간절하다면 저녁 메뉴로 팥칼국수 한 그릇 어떨까. 이듬해 봄이 올 때까지 추운 겨울을 이겨낼 건강식, 팥칼국수 먹으러 시장에 가자. 팥칼국수 먹으러 어디로 갈까?전주에는 이름난 팥칼국수 집들이 많다. 전주남부시장, 모래내시장, 신중앙시장 등 시장 골목의 오래된 식당들이야말로 진짜‘전주 맛집’이다. 이 밖에도 효자동 서도프라자, 전주교대, 전북일보 뒷골목, 인후동 등 손맛 좋은 어머니의 솜씨로 한 솥 가득 끓여낸 팥칼국수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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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상상 예술놀이터
팔복야호예술놀이터
아이들을 위한 예술교육센터 탄생불과 2년 전만 해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던 폐공장이 활기로 가득하다. 2018년 3월, 팔복예술공장 1단지가 예술창작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카세트테이프를 만들던 쏘렉스 공장이 25년 만에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1층 창작스튜디오에서는 국내외 입주 작가들의 창작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팔복동 주민들이 운영하는 카페 ‘써니’는 이곳의 자랑거리이다. 2층 전시장에선 입주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직접 만날 수 있고, 3층 옥상놀이터 역시 전시와 체험, 놀이를 위한 공간으로 어느 곳 하나 버릴 것 없이 알차게 꾸며져 있다. 이렇듯 팔복예술공장은 예술의 힘으로 지역을 재생한 ‘실험적 예술창작의 거점 공간’이 된 것이다.1단지에 이어 2단지도 리모델링을 마치고 대규모 예술교육센터인 ‘팔복야호예술놀이터’로 부활했다. 아동과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는 공간답게 널찍한 활동실과 야외창작·전시실, 텃밭과 무대, 아이들을 위한 식당으로 구성되었다.학생들의 안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예술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공간 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서 수업 내용에 따라 자유자재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가변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이 밖에 학생들을 위해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식당도 문을 연다. 내년에는 유치원생을 위한 유아 전용 공간도 조성할 계획이다. 즐거운 예술놀이로 성장하는 곳예술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아닌 예술을 오감으로 체험하며 창의력을 키우고 협동심을 기르는 ‘팔복야호예술놀이터’. 이곳에선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을까? 현재 11월 정식 개관을 앞두고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평소 문화 체험의 기회가 부족했던 인근의 팔복초등학교, 덕일초등학교, 덕진초등학교와 덕일중학교, 솔빛중학교 등 다섯 학교의 학생들이 예술교육에 참여하고 있다.팔복야호예술놀이터에선 예술의 경계를 나누지 않는다.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문학, 사진, 건축, 미술, 국악, 무용, 연극, 음악, 영화, 만화까지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지는 복합예술로, 그 형태는 무궁무진하다.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예술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다. 예술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해 내는 경험 자체가 수업의 주된 내용이다. 완성된 결과물보다는, 창작의 과정에서 얻은 감성과 상상력이 훨씬 값진 작품이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예술은 어렵고 심각한 것이 아닌 즐거운 놀이’임을 깨닫는다. 또한 예술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삶의 다양성까지 깨닫게 된다.공동체놀이로 진행된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끼리 소통과 협업을 통해 관계 맺는 법을 배운다. 돈독하게 우정을 쌓고 유년 시절의 소중한 추억도 함께 만들어 간다. 팔복야호예술놀이터 관계자는 팔복야호예술놀이터는 아이들 스스로 예술 놀이의 방법을 터득하고, 사회성과 상상력을 발견하도록 가르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지금 팔복야호예술놀이터는 보물찾기와도 같은 예술놀이로 매일이 들썩이는 중이다. 아이들 각자의 내면에 창의적인 사고와 무한한 상상력의 씨앗이 뿌리내렸다. 이를 가꾸어 영혼의 근육을 튼튼하게 키워 내는 일은 아이들의 몫이다. 팔복야호예술놀이터를 거점 삼아 전주는 예술교육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다. 이곳을 다녀간 아이들이 전주의 미래를 어떤 풍경으로 그려 나갈지 기대된다. 팔복야호예술놀이터주소│전주시 덕진구 구렛들1길 46문의│063-283-9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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