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J
천년을 엎드려 전주를 지킨 돌
금암동 거북바위의 비밀
<p class="center"><img src="https://daum.jeonju.go.kr/_data/sys_webzine_list/1792630369_Tc7jv1Emb9O2PbCebjQeqAC10Sa2yiKliqsUj_rkN6ad95e61.jpg"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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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atc_txt01">비어 있는 북쪽을 채워라</p>
<p>예부터 전주는 여러 산줄기에 둘러싸인 분지 지형으로, 상대적으로 지세가 낮고 트인 북쪽을 보완해야 한다는 풍수적 해석이 전해져 왔다. 특히 후삼국 패권 다툼 시기에는 북쪽의 길목을 지키는 일이 도읍의 안위와도 직결됐을 터다. <br>
2002년 KBS와 지역 연구진이 진행한 조사에서 거북바위의 비밀을 후백제의 왕도 건설과 연결하는 흥미로운 가설이 제기됐다. 견훤이 전주의 사방을 수호하는 상징물을 배치하면서 서쪽의 용머리고개와 동쪽의 기린봉, 남쪽의 승암산에 대응할 북쪽 수호물로 거대한 거북바위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사신(四神) 가운데 북쪽을 관장하는 현무(玄武)가 거북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허한 북쪽을 보완하고 도읍의 안녕을 기원하는 거대한 수호석. 연구진의 해석대로라면 금암동 거북바위에는 천년 왕국을 꿈꿨던 견훤의 야심이 깃들어 있는 셈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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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atc_txt01">머리를 돌려 전주의 관문을 지키다?</p>
<p>바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묘한 미스터리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전주의 북쪽을 지키는 거북이라면서 정작 그 머리는 몸을 비틀어 남쪽 도성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대체 무엇을 지켜보려 했던 것일까?<br>
2002년 진행한 조사에서 흥미로운 단서가 발견됐다. 거북바위의 머리와 몸통, 주변 암반의 지질 구조를 비교한 결과, 머리 부분과 그 아래 암반의 조직 방향에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머리 아래의 토양층도 확인되면서 바위의 머리 부분을 인위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br>
조사단은 거북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도 주목했다. 옛 전주천은 지금과 달리 오목대 주변을 돌아 도심 안쪽으로 흘렀으며, 금암동 일대에는 배를 묶어 두었던 흔적으로 해석되는 ‘배맨자리’가 있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거북바위가 전주의 관문이자 옛 수로와 도성의 주요 길목을 수호하는 상징물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비록 정확한 조성 시기와 목적은 여전히 연구 영역으로 남아 있지만, 돌 거북의 시선 하나에도 옛사람들의 치밀한 도시 구상이 숨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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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atc_txt01">담장 곁에 머문 천년의 숨결</p>
<p>천년의 세월이 흘렀다. 후백제의 왕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금암동 일대 역시 붉은 벽돌과 아스팔트가 깔린 현대식 주택가로 변모했다. 하지만 거북바위는 기적처럼 제자리를 지켜 냈다. 1982년 KBS 전주방송국 정비 사업과 2011년 아파트 단지 조성 과정에서 사라질 위기를 겪었지만, 다행히 살아남아 오늘날 전주 미래유산 제10호로 이름을 올렸다.<br>
이제 거북바위는 금암동 아파트 단지 곁에 묵묵하게 엎드려 있으며, 인근 골목길에는 바위의 이름을 딴 ‘거북바우로’라는 정겨운 도로명을 남겼다. 거북의 등허리는 비바람에 깎여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드러내지만, 여전히 옛 도성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다. 나라의 번영을 염원했던 옛사람들의 바람은 이제 마을의 친근한 쉼터이자 전주의 유구한 역사를 증언하는 살아 있는 이야기로 숨 쉬고 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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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