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도시
백성의 글꼴, 전주완판본체
나무의 결을 넘어 디지털로 숨 쉬다
<p class="center"><img src="https://daum.jeonju.go.kr/_data/sys_webzine_list/1792630387_UCyydHhPTuQDKJ7s7-0v0VlCprfjWWjB9-gXPQkBP6ad95e73.jpg"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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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atc_txt01">백성의 삶을 담아낸 전주 완판본 </p>
<p>‘완판본(完板本)’에서 ‘완(完)’은 전주의 옛 지명인 완산(完山)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전주에서 나무판에 글과 그림을 새겨 한지에 정성스레 찍어 낸 모든 책을 뜻한다. 전주 완판본은 전라감영에서 발간한 공공 서책 ‘관판본(완영본)’과 민간 서포(서점)에서 이윤을 목적으로 대량 보급 한 상업 출판물 ‘방각본’을 모두 가리킨다. <br>
완판본은 한양의 ‘경판본’, 안성의 ‘안성본’과 함께 조선 출판계를 이끈 3대 출판물이었다. 하지만 그 결은 나머지 둘과 사뭇 달랐다. 양반들의 학문 연구 기록에만 머물지 않고 백성들의 일상과 희로애락까지 담아낸 출판물이었기 때문이다. 지식과 활자가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시대에 완판본은 누구나 글을 읽고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지식 대중화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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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atc_txt01">조선의 출판문화를 이끈 도시</p>
<p>전주가 조선의 독보적인 출판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전주만의 뛰어난 문화적 토양에 있었다. 향토 문화사 기록에 따르면, 전주는 질 좋은 닥나무와 맑은 물 덕분에 잘 찢어지지 않고 먹을 곱게 머금는 한지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적지였다. 여기에 전라도와 제주도를 총괄하던 전라감영의 위상 덕분에 숙련된 조각가인 각수와 종이 장인, 풍부한 물자가 자연스레 전주로 모여들었다.<br>
관아의 인쇄 역량을 바탕으로 시작된 출판문화는 18세기와 19세기 조선 후기에 이르러 상업용 방각본을 만나 폭발적으로 융성했다. 서계서포(西溪書鋪)와 용동서사(龍洞書肆) 같은 민간 출판소가 활기를 띠며 《춘향전》, 《심청전》, 《홍길동전》, 《조웅전》 같은 한글 고전소설이 쏟아져 나왔다. 판소리의 구수한 말맛과 전라도 방언을 살린 완판본 소설은 시원시원한 판각 덕분에 서민과 부녀자들에게까지 조선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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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atc_txt01">현대적으로 되살아난 전주완판본체</p>
<p>완판본의 진정한 매력은 목판에 새겨진 독창적인 글씨체인 ‘완판본체’에서 빛난다. 궁궐의 단정한 궁체나 초기 판본체와 달리 완판본체는 백성들이 쉽고 시원하게 읽을 수 있도록 민간 각수들이 칼로 거침없이 깎아 낸 실용적이고 역동적인 글씨였다. 획이 굵고 큼직하며, 칼맛의 각진 힘과 붓글씨의 유려함이 어우러져 민중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전주시는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잇기 위해 2017년, 대표적 완판본 고전소설인 《열녀춘향수절가》 목판 글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디지털 서체인 ‘전주완판본체’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목판의 칼맛을 살린 각체와 붓의 맛을 살린 순체로 완성된 이 서체는 오늘날 컴퓨터 화면과 디자인 현장에서 완판본의 숨결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br>
아울러 전주한옥마을에 자리한 ‘완판본문화관’은 선조들의 목판과 고서를 보존할 뿐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먹을 올려 한지에 찍어 보는 전통 목판인쇄 체험을 활발히 이어 가며 완판본의 가치를 오늘의 일상으로 생생하게 이어 주고 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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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