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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전주, 도시는 살아 있다

찬란했던 역사 전라감영에서 되살아나다

2020.10
천년 고도 전주의 상징인 전라감영이 장막을 걷고 위풍당당하게 자태를 드러냈다. 이로써 과거완료형이 아닌 미래진행형으로, 끊겼던 역사를 다시금 이어 가게 되었다. 조선 시대 호남의 수부였던 전주의 위상을 되찾고 시민의 기상을 일으킬 귀중한 자산이자, 과거의 영광을 기념하는 사적을 넘어 미래에 길이길이 보전할 문화유산으로서 두 번째 생을 시작한다. 재창조된 전라감영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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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위엄 고스란히, 전라감영 재창조 복원 
굴곡진 세월을 거치며 터만 남았던 전라감영의 동편 부지가 3년여의 공사를 마치고 오는 10월 7일 문을 연다. 일제 강점기 때 소실되었던 44채 중 7채의 건물을 복원한 것으로, 1951년 화재로 인해 선화당이 유실된 이후 67년 만의 부활이다. 전라감영은 조선 시대를 관통하여 1896년도까지 전라남북도와 제주도를 다스리던 관청이며, 동학농민혁명 때 전주화약을 맺었던 장소이다.
전주시는 이러한 역사적 가치가 높은 전라감영을 2014년 복원하기로 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전라감영 재창조위원회를 구성했다. 재창조위원회는 전라감영의 원형을 고스란히 되살리기로 결정하고, 한옥 건축의 최고봉인 최기영 대목장을 비롯해 미장·온돌·창호까지 최고의 기능장들이 참여한 대공사에 착수했다. 19세기 후반 제작된 완산부 지도로 큰 틀을 잡고 각종 사진과 고지도, 문헌을 바탕으로 꼼꼼히 고증했으며, 정밀 발굴조사를 통해 흔적을 샅샅이 찾은 끝에 외관은 물론 내력과 생활상까지 구현했다.
그저 옛 모습을 박제한 문화재가 아니라, 시민이 공감하며 동참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다. 건물별로 3D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활용한 실감형 콘텐츠로 생동감을 불어넣고 미디어파사드로 화려하게 수놓는다. 역사적 지식으로 스토리텔링한 투어와 게임을 운영하며, 전라감영의 진상품을 손수 만드는 체험 교육과 전통음악 공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10월에는 전주대사습놀이가 열리는 무대가 된다. 또한, 전라감영을 친근하게 안내할 청소년 문화유산 해설사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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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감사의 집무실 ‘선화당’과 민심을 살피던 ‘관풍각’ 
관청을 드나드는 세 번째 관문인 내삼문을 열고 들어가 찬찬히 둘러보자. 내삼문에서 뻗은 길을 쭉 걸어가면 선화당에 다다른다. 이곳은 전라감사가 도정을 수행하던 집무실로, 전라감영의 중심 건물이다. 웅장한 외관과 우아한 곡선의 팔작지붕이 돋보이며, 내부에는 미국 공사 대리 ‘조지 클레이튼 포크’ 중위가 찍은 사진을 참고하여 제작한 병풍형 가리개와 기물 등으로 장식했다. 또한, 디지털 병풍과 와이드 프로젝트 비전을 설치해 감사의 지방 통치와 감영의 조직 및 문화에 관한 내용을 상영한다. 선화당 동쪽에는 감사가 민정과 풍속을 살피던 누각인 관풍각이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시간여행(타임슬립) 만리경을 통해 전라감사 순력(巡歷, 관찰사나 원 등이 관할 지역을 순회하던 일)에 대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선화당과 관풍각의 현판은 일제 강점기 때 촬영된 사진 속의 글씨를 컴퓨터그래픽으로 복원했다. 수령 200년의 회화나무는 선화당 북쪽에 우뚝 솟아 새 모습을 갖춘 감영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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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감사의 휴식처 ‘연신당’과 식구들이 거처하던 ‘내아’
북쪽에는 전라감사가 휴식을 취하던 연신당이 있다. 이곳 역시 실감형 콘텐츠를 통해 전라감영 건축과 감사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와 함께 감사의 가족들이 거처하던 내아와 내아 행랑이 지어졌다. 내아에서는 교육 체험이 이루어지며, 내아 행랑에서는 통인청(소리), 선자청(부채), 지소(한지), 인출방(출판)에 관한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이렇듯, 천년 고도 전주의 역사성과 전통성, 그리고 오랫동안 간직해 온 문화적 정체성까지 차곡차곡 쌓아 올린 전라감영. 살아 있는 역사 교육의 현장이자 문화의 장으로 거듭날 날을 앞두고 있다. 수백 년의 시차를 뛰어넘어 시민과 호흡할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