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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더불어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을 그립니다
로컬 일러스트레이터, 박성민
로컬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이 생소한데,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고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렸고,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면서 웹툰을 그리다가 삽화에 더 끌려 '로컬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습니다. 로컬 일러스트레이터는 지역을 뜻하는 '로컬'과 삽화를 그리는 사람을 뜻하는 '일러스트레이터'를 더한 말입니다. 전주에 숨어 있는 추억의 건물들을 그리고 있고요, 지금은 낭만이 가득한 남부시장 청년몰에서 '감성민작화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삽화는 책에 들어가는 그림을 말합니다. 제가 그리는 그림은 나중에 제가 책을 낼 생각으로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은 그림보다 사진에 더 친숙한 세상인데요, 사진이 보이는 것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으로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초점에서 멀어질수록 왜곡이 생깁니다. 그런 점에서 그림이 작가가 보여 주고 싶은 장면과 공간의 추억과 감성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요새 주로 그리는 작업은 '오래되고 예쁜 전주의 공간들'과 구도심의 소소한 풍경들, 전라북도의 명소들입니다. 구상부터 완성까지, 삽화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일상에서 만나는 공간, 소문을 듣고 찾아가는 공간 모두 제 작업의 대상입니다. 제 주관적인 기준으로 장소를 정하면, 반복적으로 여러 번 찾아갑니다. 같은 공간이어도 시간에 따라 공간이 주는 느낌이 달라서, 여러 번 방문해서 사진을 여러 번 반복해서 찍고 있습니다. 작화실로 돌아와서는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데 불필요한 요소들을 걷어 내고 안정적인 구도를 잡고 그림을 그리는데, 엽서 정도 크기의 삽화 한 작품을 사나흘 정도 그립니다. 채색하지 않은 작품을 주로 그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 삽화의 가장 큰 특징은 채색하지 않은 흑백의 그림이라는 것입니다. 색을 빼고, 가장 단순한 선만으로 공간을 표현하는 것이지요. 채색을 부러 하지 않는 이유는 같은 공간이어도 계절별로, 시간대별로 다르게 보이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공간의 색깔이나 감성은 보는 이들의 상상력으로 충분히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덕진공원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흐린 날의 기억, 또 다른 이에게는 뜨거운 땡볕으로 기억이 다를 테니까요.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알려 주세요. 최근 들어 수작업과 함께 디지털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보관이 어려운 수작업과 세밀한 표현이 어려운 디지털 작업을 보완하기 위한 과정이지요. 앞으로 시간이 흘러 제가 중견 작가가 되면 지금 그린 그림들을 저작권 없이 전주시민들께 제공할 계획입니다. 제가 그린 그림들이 많은 사람들한테 전주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리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성민작화실 남부시장 청년몰에 있는 '감성민작화실'은 박성민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장이자 작은 갤러리이다.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성'에 본인 이름인 '성민'을 더해 '감성민작화실'로 이름 붙였다. 1,000원짜리 엽서에서부터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액자 형태의 그림까지, 박성민 작가의 다양한 그림을 구매할 수 있다. 작화실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블로그 │ blog.naver.com/sensitive-min 인스타그램 │ instagram.com/sensitive_minute
2020.09.02
#전주사람
#로컬일러스트레이터
전주의 꽃심
"기록물은 시간이 준 선물입니다"
이용엽·문정자 부부에게 듣는 전주의 기록물 이야기
아버지의 일기에서 발견한 전주의 역사 이용엽 아버지 일기를 읽기 전까지 제게 아버지는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아버지였습니다. 그저 묵묵히 가장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 말이지요. 그런데 공립 전주농업학교 재학 시절의 학습일기 속 아버지는 무척 유쾌하고 재미난 분이셨어요. 학습일기니만큼 주로 학교생활에 대한 기록이긴 한데,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100여 년 전 전주의 모습까지 담겨 있는 가치 있는 기록물이었지요. 일기는 1916년 5월 6일부터 3개월간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첫 일기는 비가 와서 원족, 요즘 말로 소풍을 가지 못해 교실에서 오락 시간을 보낸 내용이에요. 축음기를 켜고 노래를 들으며 유쾌하게 놀았다는 글에서 춤추며 노는 아버지를 상상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더군요. 팔달정(현 팔달로 추정)의 전주좌대성단신파연극장에서 연극을 보고 감동한 이야기는 그 시절 청년들의 여가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또 어느 날은 전주에서 열린 자전거 경기대회를 구경하셨습니다. 경기를 보며 자전거가 달리는 모습이 마치 새가 날아가는 모습 같다는 감상도 적어 놓으셨어요. 자전거 경기대회가 열린 전주군 이동면 검암리 (오늘날의 전주시 금암동)의 간이 자전거경기장은 훗날 덕진운동장 개발의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일기 속에서 전주의 역사를 발견하는 순간이었습니다.사진 속 추억, 소중한 자료가 되다 문정자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이 있다죠? 제게 기증은 남편이 저에게 미친 선한 영향력입니다. 나누는 것의 기쁨을 배웠다고나 할까요? 아버님의 일기를 기증하는 남편을 보면서 기록물 기증이 단순히 내 것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기록물의 가치와 힘을 전하고 나누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래서 나도 무언가 기증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초·중·고등학교 시절 입학식과 졸업식 사진이 떠올랐어요. 요즘은 워낙 사진이 흔한 시대지만,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사진은 참 귀했거든요. 그래서 특별한 날이면 사진을 찍었고, 그렇게 찍은 사진을 참 소중히 보관했던 기억이 납니다. 바로 그 사진을 기증한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잊지 못할 추억이 담긴 사진이지만, 기증하면 그 옛날 전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간이 흐를수록 빛나는 기록물의 가치이용엽 아버지 일기를 기증한 후 더 많은 사람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형과 동생과 함께 일기를 책으로 펴냈습니다. 형이 한자로 된 원본을 번역한 것을 받아 제가 정리를 하고, 여동생이 교정을 봐서 책을 출판한 것이지요. 집 안에 보관하고 있던 아버지의 오래된 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에 감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공립 농업학교 재학 시절 아버지가 판서해서 만든 일제강점기 교과서 일부도 기증했는데요, 그렇게 모아 놓은 기록물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의미 있는 것들을 기증하다 보니 아내도 모아 놓은 기록물을 꺼내기 시작하더군요. 어쩌면 기록물은 우리 부부가 함께한 시간이 준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아내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오래된 것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것 같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사실 기록물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거든요. 경험해 보지 못한 역사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니까요. 그러니 젊은 사람들도 기록물에 대해 소중히 여겼으면 해요.
#전주의기억
#아버지의일기
#전주옛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