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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음식 

여행자라면, 여름이라면

전주 가맥 3대 천왕

2019.07
여름 맥주는 목으로 맛을 봐야 제 맛이다. 거품을 헤치듯 꿀꺽꿀꺽 마시는 게 맥주를 제대로 만끽하는 첫 번째 방법이다. 맥주를 마시는 두 번째 방법은 ‘가성비’를 제대로 따지는 일. 이름도 낯선 맥주들로는 이 목마름을 다 채우기 곤란하다.
주머니 걱정, 안주 걱정 덜어주는 ‘전주 가맥’이 답이다. '전주 가맥' 원조는 1970년대 중앙동에서 시작한 ‘영광상회(영광슈퍼)'로 알려져 있다. 전주 시청과 관공서가 밀집한 경원동, 중앙동 인근에서 슈퍼에 앉아 맥주를 마시던 것이 전주 가맥의 시초가 되었다. 원조로 꼽히는 ‘영광상회’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전주 가맥은 다시 전성시대를 맞았다.
간단하게 즐기는 한잔 문화가 가맥의 시작이었다면, 요즘 가맥은 ‘안주’가 대세다. 마치 가정식 백반처럼 비슷한 듯 다른, 나름 전통의 맛을 지켜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그 맛과 분위기를 고수해 온 전일갑오, 영동슈퍼, 초원편의점은 전주 가맥의 대표 주자가 되었다. 이곳의 개성 있는 안주들은 맥주보다 ‘갑’이 될 수밖에 없다. 세 군데 모두 ‘낮술’이 기꺼운 곳이어서, 전주 가맥 3대 천왕을 하루에 다 만나보는 것도 거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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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가맥의 ‘갑’ 전일갑오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돼 ‘웨이팅’이 더 길어졌지만, 전주 시민들에겐 가장 친숙한 가맥집이다. 여름밤에는 테이블로 변신한 맥주 박스가 가게를 둘러싼다. 가게 안 자리가 모자라서, 여름밤의 낭만의 즐기고 싶은 ‘노천 가맥’의 풍경은 각박한 마음마저 씻어내기도 한다.
지금은 기계를 이용해 갑오징어를 눌러내지만, 본래 망치를 사용해 일일이 다 손으로 두드리고 연탄에 구워내는 갑오징어가 먼저 이름을 떨쳤다. 갑오징어 두드리는 소리는 전일갑오를 대표 하는 또 다른 상징이었다. 이렇게 두드려지고, 눌려 굳건함을 잃고 한껏 부드러워진 갑오징어 살들은 맥주 안주로 그만이다. 불에 구워낸 구수함과 이 집만의 특제 간장 소스는 맥주 ‘한 짝’쯤은 거뜬히 비워내게 했다. 가게 앞 연탄 화로에서 종일 몸을 말리고 있는 황태는 말린 생선만이 선사하는 포슬포슬함의 결정체다. 여기에 간장, 물엿, 청양고추, 깨가 수북이 들어간 특제 소스를 먹기 위해 안주를 추가할지도 모를 일.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현무2길 16        
전화 l 063) 284.0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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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 황태·촉촉 먹태 초원편의점
아는 사람만 가게 안쪽에서 간단히 맥주를 즐기는 ‘초원편의점’. 지금 이곳도 가맥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되었다. 이곳의 대표 안주는 황태와 먹태다. 전주 대표 가맥 집들이 연탄불에 구워낸 황태의 맛을 고수하듯이 초원편의점도 오랜 시간 지긋이 구워낸 황태가 대표 안주다. 이곳은 노릇 바삭하게 구워진 황태를 접시가 아닌 커다란 쟁반에 내어준다. 워낙 바삭한 터라 통으로 구워진 황태를 찢을 때 가루가 사방에 날리기 때문에 널찍한 쟁반이 제격. 바삭한 황태 못지않게 초원편의점 고수들이 찾는 건 바로 먹태다. 먹태는 ‘황태가 되지 못한 촉촉함’을 품고 있다. 마른안주의 바삭함보다 쫄깃함을 즐기고 싶다면 황태보다는 먹태가 좋다.
‘꾸덕꾸덕’한 식감이 황태 못지않다. 이곳에서도 물엿과 간장을 넣은 소스 장을 내어 주는데, 마요네즈를 넣은 것과 넣지 않은 것 두 종류 모두를 맛볼 수 있다. 다른 집의 수북한 깨 대신 초원편의점에서는 송송 썬 대파를 얹는데, 그 향과 맛이 이 집 만의 소스로 변신시켜 준다.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3길 32-1       
전화 l 063) 287.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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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과 ‘가맥’의 궁합 영동슈퍼
이곳에 도착해 맥주 세 병을 내려놓으면 나타나는 ‘닭발’ 튀김. 가맥의 짝꿍 황태나 마른안주도 당연히 있지만, 영동슈퍼는 ‘치맥’ 이다. 소금이나 각종 향신료로 간을 하지 않은 시장 닭을 바로바로 튀겨 내주는 매콤한 고추 통닭과 쫄깃한 똥집 튀김, 그리고 떡하니 쫙 벌어진 통 닭발 튀김은 끝없이 맥주잔을 채우게 하는 맛이다. 서비스로 내어주는 닭발 튀김 덕에 진즉에 명성이 높아진 영동 슈퍼도 전주 경원동의 터줏대감이다. 전북대학교 앞으로 잠시 자리를 옮긴 적도 있지만, 다시 가맥의 원조 경원동으로 돌아와 치맥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통닭은 물론 닭의 다양한 부위를 고루 맛볼 수 있어 젊은이들이 특히 즐겨 찾는다.
튀김 반죽에 송송 썰어 넣은 청양고추의 알싸한 맛은 맥주와 찰떡 궁합. 쫄깃하게 뜯는 맛이 일품인 닭발 튀김은 메뉴판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릴 만큼 인기 안주가 됐다. 비교적 젊은이들의 걸음이 잦아 한복을 입고 방문하거나 SNS에 게시하면 서비스가 제공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주소 l 전주시 완산구 현무1길 14